2010년 11월 12일 G20대응민중행동은 민주노총에서 G20 서울정상회의 '합의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그간의 G20 대응 활동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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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서울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성명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 G20 서울 정상회의는 초라한 결과를 남기고 끝났다. 반면 세계경제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합의들은 계속 되었다.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환율과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는 지난 경주 재무장관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매우 모호하고 실효성이 불분명한 기존의 합의에서 머문 것이다. G20 정상들은 경주 재무장관 회의의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환율갈등에 불을 댕겼던 미국 스스로가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2차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구속력 없는 합의의 한계는 분명하다. 경상수지 불균형을 제어하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합의하지 못했다. 경상수지 불균형에 대한 조기경보체제 도입선에서 봉합했을 뿐이다.

환율과 경상수지 문제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제기한 이슈들이다. 미국은 경기회복이 지체되면서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 미국은 거품 경제가 붕괴한 후에도 월스트리트와 기업만 지원하는 정책을 지속하면서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회피하고 있다. 대신에 이 때문에 계속되는 어려움을 다른 나라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나 브라질 같은 신흥개도국뿐만 아니라 독일 등 G8국가도 미국의 경제위기 수출 시도에 반발했다.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처음 제기하면서 미국의 입장을 대변했던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최소한의 구색도 못 맞춘 셈이다. G20 정상회담 선언문에 밝힌 시장결정적 환율제도는 말장난일 뿐이다. 현재의 미국달러 기축통화체제에서는 미국의 양적완화조치는 그 자체가 시장결정적 환율제도와 모순된다. 현재의 환율전쟁의 해결책은 일국의 통화를 기축통화로 쓰고 있는 체제를 철폐하고 새로운 세계통화 체제를 확립하는 것 뿐이다.

이미 합의가 예상되었던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도 여전히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G20 정상들은 IMF의 지분 조정을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혁”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이는 핵심을 완전히 비껴간 것이다. IMF의 핵심 문제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요하는 대출 조건과 △출자금에 따라 배분되는 투표권이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은 미국이 가지고 있는 거부권, 미국과 유럽의 정치인․기업가로부터 고위관료가 충원되는 회전문 인사 시스템 때문이다. 따라서 IMF는 강대국과 기업의 공식적․비공식적 로비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IMF-미 재무부-월스트리트의 견고한 삼각동맹은 깨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근본 문제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IMF 개혁은 얄팍한 속임수 일뿐이다.

G20 정상회의 합의문에서 IMF 쿼터 6%를 개도국과 신흥국에게 이전할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기만적인 내용이다. 6% 중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전되는 것은 2% 뿐이고 나머지 4%는 사실 가난한 개도국의 지분이 신흥국으로 이전되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비토권(veto)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토권의 철폐없이 IMF 거버넌스의 개혁을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국 정부가 새로운 의제로 제기했던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중앙은행간 다자간통화스와프가 제외되고, 신용라인대출제도가 작동되지 않는 등 애초부터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했다. 진실로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구축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인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개혁뿐이었지만, 서울 정상회담의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개도국의 자본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매우 제한적인 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개도국의 자본변동성을 안정시키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면, 단기적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금융국경을 넘나드는 투기자본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인 금융거래세를 도입했어야만 했다.

한편 시스템 상 중요한 금융기관(SIFI, 대형금융기관)에 대해 강도 높은 건전성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이 또한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고 있다. 합의안의 내용은 은행의 최소자본비율을 현행보다 크게 강화하고 특히 대형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더 높은 비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소자본비율을 높인다고 해서 이익극대화를 위해 투기활동의 주체로 변질된 은행이 사회적 요구와 필요에 따라 실물부문에 자금을 효과적으로 배분한다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겸업화 ․ 대형화라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명백한 폐기 선언과 함께 은행의 비은행업 업무를 전격적으로 통제하는 전업주의로의 근본적 정책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G20 정상들은 국제 노동․시민사회의 주된 요구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과 침묵으로 일관했다. G20 체제가 부자증세를 통한 고용 및 복지지출 확대는 물론이고 금융거래세 도입, 헤지펀드 통제, 신용위험을 확산시킨 각종 신금융상품 폐기, 대마불사 종식을 위한 은행세 도입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금융개혁 요구에 대해 아무런 대안도 해답도 줄 수 없다면 해체되는 것이 마땅하다. 한 마디로 G20 서울 정상회담은 G20은 지속가능한 세계경제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만을 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G20 발전에 관한 작업반은 발전 논쟁에 대해 “성장과 민간 부문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분명하게 선언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중요하다. 하지만, G20은 두 달전 뉴욕의 유엔총회에서 재확인한 약속 이후, 새천년개발목표(MDG)를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빈곤, 문맹, 산모들의 죽음, 그리고 빈곤국가에 드리운 새로운 식량위기의 위협 등을 해결하기 위해 5년 밖에 남지 않았는데, 경제성장과 기업부문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안이하며 대단히 태만한 일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타결을 위해 노력할 것을 재천명하고, 신자유주의 자유무역을 위한 공조를 합의했다. 반면 시급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전진적인 합의도 하지 않았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의장국의 수장으로 박수갈채를 받았을 뿐이다.

G20 정상회의는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와 서민에게 전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G20은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다른 방법은 없다며 기업에게 막대한 구제금융 제공을 합의했다. 경제위기의 주범들은 책임을 회피했다. 이 돈은 물론 노동자와 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G20은 각국의 재정위기가 문제가 되자 다시 긴축재정을 합의했다. 공공부문을 구조조정하고, 복지를 축소하며, 노동자의 임금과 일자리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의 캐머런 총리는 공무원 50만 명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대중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금 개악안을 강행했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에 엄격한 긴축을 강요했다. 이러한 긴축정책은 서민의 삶을 위기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경제위기를 다시 발생시킬 수도 있다. 자본과 기업가들만 챙기고 일반 서민에게는 경제위기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는 G20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한국 정부의 제안으로 처음으로 비즈니스 서밋이 열렸다. 세계 유수의 120개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자신들의 회의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각국 정상에게 전달했다. 12개국의 정상들 역시 비즈니스 서밋의 각종 토론이나 연설에 참여했다. 비즈니스 서밋은 기업의 로비와 정상회의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이었다. 더군다나 경제위기를 야기한 한 축인 이들 기업인은 보고서에서 신자유주의적 자유무역을 확대하고, 금융규제와 기업에 대한 규제는 더욱 완화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개막총회에 참석해 비즈니스 서밋의 정례화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사회운동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억압하면서, 기업에게는 눈과 귀를 활짝 연 G20 정상회의의 문제점이 한층 더 드러나고 있다.

서울 정상회의는 이전 G20 정상회의와 마찬가지로 요란하고 시끄러운 잔치처럼 보였으나 초라한 결과만 낳았다. 경제위기를 불러온 주범을 보호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회피한 채 서로 주판알 튀기기에 바쁜 모습이다.

우리는 20개국 정상들에게 세계경제의 미래, 우리의 미래를 맡긴 적이 없다. 돈이 아니라 사람이 우선이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2010. 11. 12

사람이 우선이다! G20대응민중행동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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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후기

G20와 한국사회 (강사: 정태인 경제평론가)

매주 한 강씩, 5회에 걸쳐 진행된 G20 톺아보기 강연의 마지막이 10월 11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있었다. 경제평론가인 정태인 선생님의 G20과 한국사회라는 주제의 강연이었다.

G20 서울회의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정태인 선생님은 세계가 처한 현실을 3중의 위기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좀처럼 체험하기 힘든 역사의 고비에 서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3중의 위기 중 금융위기가 그 첫 번째로 일단 세계는 2008년 하반기와 2009년 상반기에 걸친 패닉 상태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8,250억 달러짜리 경기부양책에도 여전히 미국의 실업률은 9%이고 더블딥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이미 경상수지적자와 재정적자가 모두 GDP의 6%에 이른 파산상태의 미국경제가 또 대규모 지출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금융위기가 시스템 위기라는 점이다. 이미 여러 번의 금융스캔들이 드러낸 잘못된 유인구조와 부적절한 규제체계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함에도 오바마의 금년 금융개혁법안은 한계를 드러냈다. 근본적으로 월스트리트는 위기의 진원지인 동시에, 세계의 자본을 불러들여 부채를 보전하고 또한 기업 이익의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오바마가 개혁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위기는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과 국제통화체제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이대로라면 아시아 국가들이 대외지불준비금을 달러로 보유할 유인은 점점 약해질 것이다. 따라서 영국의 고든브라운 총리나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달러 패권을 지양하는 포스트 브래튼우즈체제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으로 1980년대 중반의 플라자협정, 그리고 미일반도체협정을 떠올리며 만만한 나라에 비용을 치르게 하는 단기 해법을 들고 나올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다. 미국 쪽에서의 글로벌 협조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이 아닌 껄끄러운 중국을 상대해야하는 미국에게 보다 수월한 한국이 먼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로 이론부재의 위기이다. 2009년 미국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통화주의와 케인주주의의 두 위기 처방책을 모두 시행했다. 유동성의 무한한 공급과 막대한 재정지출이 그것이다. 그러나 2010년 현재 이들 정책은 패닉을 막는 데는 성공적이었지만 경제를 회복시키지는 못했다. 전 세계적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투자승수는 작동하지 않았고 금융완화 정책은 환율정책을 심화시키고 있다.

나아가서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강구하기 위한 이론도 뚜렷하지 않다. 금융불안정성이 불황으로 발전할 조건에 대해서나 일본식 장기복합불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뚜렷한 답이 없는 상태이다.

그렇다면 G20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번 금융위기의 주역이 금융기관이었다면 그 수단은 자산유동화증권과 이에 기초한 파생상품이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 거시건전성 규제가 도입되었을 뿐 대형은행이나 헤지펀드 등 행위의 주체, 그리고 장외파생상품이나 증권화상품 등 수단에 대한 규제는 유야무야될 전망이다.

게다가 글로벌불균형과 국제통화체제의 위기에 대해서는 G20에서 아무런 답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지 금융위기 이전에 이미 논의되고 있던 IMF와 세계은행의 지분 조정만 추구되고 있다. IMF 개혁이라면 세계 모든 나라가 금융의 역할과 국제금융기구의 정책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G20에서는 오직 미국만 가지고 있는 비토권(15%)을 전혀 손대지 않은 채 단지 5%의 선진국 지분을 중국 등에 이전하는 방안을 놓고 누구의 지분을 줄일 것인가 대립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공개하지 않아 알 도리가 없지만 의장국으로서 새로 제출한 금융안전망 의제에서 뭔가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몇몇 나라가 외환을 준비했다가 일시적 외환부족 사태를 맞는 경우 서로 빌려줘서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 아마 그 모델일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포스트 브레튼우즈체제가 된다. 그것은 새로운 기축통화를 의미한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오바마를 설득할 수 있을까? 

또한 금융거래세 도입도 필요하다. 금융자본의 과잉권력을 제압하지 않고서는 이번 위기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여기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G20을 앞두고 정부는 이번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서 선진국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한다. 서울올림픽보다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당황스럽지만 이러한 호언장담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어렵겠지만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깜짝 이벤트로 전 세계인을 활짝 웃게 만드는 이명박 대통령이 되길 바라며.

정리: 자원활동가 임재홍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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