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의 경솔함을 보여주는 일들이 많았다. 미디어법 처리에 대한 헌재의 결정에 대한 태도가 그랬고, 루저소동이 그랬다. 판결문 어디에도 ‘유효’라고 적시도 하지 않았음에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헌재가 ‘유효결정’을 내렸다고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한 일부 언론과 정당들의 태도가 조금은 경솔했다. 미디어법 처리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무효 확인을 기각한 헌재의 태도를 삼권분립차원에서 해석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하여 ‘헌재놀이’를 시작한 네티즌들의 태도도 조금은 경솔했다. 처음부터 정치권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미디어법을 재논의하기 위한 공론장을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특히, 정치권 자신이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를 사법부에 떠넘겨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정치의 사법화’를 자제해야 한다는 자성을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진지한 대화와 성찰의 공론장
루저 소동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은 외모가 상품화되는 천박한 자본주의적 정신이 방송이라는 공공영역에 침투한 우리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임에 틀림이 없다. 우선 방송사와 제작자가 자성할 일이다. 그리고 루저라고 말한 여대생을 비난하고 사생활까지 까발린 일부 네티즌들도 분노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조금은 경솔했다. 위에서 지적한 두 가지 사건들은 모두 나와 생각이 다른 타인들에 대한 존중과 숙의熟議가 부족하여 문제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후 타인과 함께 살기 위한 진지한 대화와 성찰의 공론장을 필요로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사회에는 타인을 부정하는 경솔함도 있지만 그것에 대비되는 진지한 대화와 성찰 및 숙의의 시간도 함께 자라나고 있어 희망을 주고 있다. 단적인 예가 지난 2008년부터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과 한국의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국제위원회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개최해온 <아시아포럼>이다. 특히, 올해 11월 19일(목)에 열린 <2009연중기획 아시아포럼 : 종합토론>은 2008년과 마찬가지로 지난 1년 동안 <아시아포럼>에서 다뤄왔던 많은 주제와 토론 내용을 종합하고 정리하는 시공간으로 기획되었다. 이 포럼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난 2년 동안 <아시아포럼>에 꾸준히 참여하거나 관심을 갖고 사랑해주었던 많은 분들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자라나고 유지될 수 있었다. 특히, 필자 역시도 지난 시간 동안 관객으로만 쭉 참여해 오다가 올해 9월에 열린 ‘에너지 위기와 시민사회의 과제’에 사회자를 맡는 영광을 얻게 되어 기뻤다.

1강(3월) _ 초국가적 인간안보 문제와 아시아
2강(4월) _ 해적과 해양 테러리즘
3강(5월) _ 태국 국경거주 버마 난민들의 적응양상과 과제
4강(6월) _ 탈북여성의 제3국 체류현황 및 과제
5강(7월) _ 이주아동의 인권현황과 시민사회의 과제
6강(9월) _ 에너지 위기와 시민사회의 과제
7강(10월) _ 아시아의 식량위기와 시민사회의 대응
8강(11월) _ 종합토론

갈수록 늘어나는 초국가적 문제들
 <아시아포럼>은 지난 2008년에 아시아지역에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생활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초국가적인 문제인 인간안보, 황사와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 문제, 그리고 마약, 인신매매와 같은 초국가적인 범죄, 사스와 조류독감 등과 같은 광역질병, 이주노동을 이슈로 다뤄왔다. 그리고 올해는 <국경, 아시아, 시민사회>라는 대 주제를 가지고 인간안보, 해적과 해양 테러리즘, 버마 난민문제, 탈북여성의 문제, 이주아동문제, 에너지위기, 식량위기를 다루어 왔다. 아마도 <아시아포럼>이 추구했던 것은 아시아의 초국가적인 문제를 깊이 인식하는 가운데, 그 해법을 찾기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과 연대의 모색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1년 동안 <아시아포럼>의 취지는 얼마나 채워졌을까? 우리가 느끼고 확인했던 사항들 그리고 지적되고 고민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우선 첫째로 확인해야 할 것은 초국가적인 이슈와 문제에 대응하는 아시아 시민사회의 수준과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이다. 이 문제는 포럼 때마다 매번 고정적으로 나온 질문들이다. 많은 토론자들은 아세안국민회의(APA ASEAN People’s Assembly), 아시아시민사회연대회의(SAPA Solidarity for Asian People’s Advocacy) 등 아시아시민사회도 존재하지만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에 비해 초국가적 이슈나 문제에 대해 연대와 공동협력사업의 진전은 매우 더디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국 시민사회는 ‘아시아 바로 알기’, ‘아시아 제대로 알기 수준의 착한여행(Asian Bridge)’이 주종이라고 그 한계를 지적한다.

연대의 발걸음 더딘 한국 시민사회
둘째로 한국 시민사회가 초국가적인 아시아 문제에 대해 더딘 대응을 보여주는 배경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지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많은 토론자들은 아시아 지역과 아시아 시민사회에 대한 충분한 정보접근과 인식 부족 그리고 한국이 곧 아시아 지역이라는 인식과 정체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왜 아시아로 시각을 돌려야 하나? 왜 아시아인가? 이러한 지적은 그동안 <아시아포럼>에서도 많이 나온 이야기이다. 왜 국내 문제도 힘겨운데 아시아의 초국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고 초국가적으로 연대해야 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들이다. 아마도 이 근본적인 물음은 이후 <아시아포럼>이 지속적으로 채워야 할 또 다른 과제일 것이다.

필자는 이 같은 물음에 대해 한나 아렌트로부터 약간의 힌트를 얻었다. 미국의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저서 『인간의 조건』에서 고대 그리스 시민들이 살아갔던 공적인 삶의 공간이었던 폴리스에 대해서, 폴리스는 단순히 지리적이고 물리적인 도시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말과 행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냄으로써 열리고 발생하는 사람들의 ‘조직화된 기억체’라고 하였다. 즉, 폴리스는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 말과 행위를 통해 공감으로 열리는 인식의 공동체로서 일종의 공론장 또는 휴먼 네크워크의 공간이다. 따라서 페르시아 침공 문제에 아테네를 중심으로 하여 스파르타, 테베 등의 폴리스들이 거대한 연합체를 맺어 대처한 ‘델로스 동맹’은 오늘날로 보면 미국의 연방제보다도 더 느슨하고 자율적 수준의 자유로운 ‘도시공동체 네트워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아렌트의 폴리스에 대한 설명과 침공 문제에 대응하는 ‘델로스 동맹’의 예는 오늘날 아시아의 초국가 이슈와 문제에 대응하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대응으로 확대하여 ‘아시아’, ‘아시아연대’, ‘아시아포럼’ 등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컨셉을 독도영유권ㆍ일본과거사ㆍ동북공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동북아역사재단과 함께 2007부터 2009년까지 지속하고 있는 ‘세계NGO역사포럼’에 적용해 설명해보면 더욱 풍부하게 그것이 나아갈 방향성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채진원 /경희대 정치학 강사 ccw7370@hanmail.net


 

Posted by 영기홍
,


지난해 2월 26일 미국의 미네소타에 있는 미네아폴리스 곡물선물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북미산 봄밀 가격이 하루만에 25%나 폭등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07년부터 2008년 초까지 1년간 우리나라에 수입한 밀 가격은 도착가격(해상운임포함가격) 기준으로 150%, 콩 가격은 100%나 급등하고 옥수수 가격은 50%나 상승했다. 2년 전까지 상승한 것을 포함하면 밀 가격은 200% 가까이 상승하고 옥수수, 콩 모두 150%나 급등하여 가히 “살인적”이다.

2008년 후반부터 곡물가격이 다소 진정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곡물 재고율이 20%를 밑돌고 있고, 기상이변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식량위기는 언제 또 닥쳐올지 불안한 상태에 있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은 새삼스럽게 식량안보시스템을 논하고 있다. 

수요의 이상급증이 부른 애그플레이션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애그플레이션은 공급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희소성’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이 늘어나지만 수요가 그 이상 증가해 발생하는 ‘풍요’의 문제에서 발생한 식품가격 급등현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저개발국들은 생존의 문제로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같이 국제곡물값이 오르게 된 원인은 수요측, 공급측, 거시적 측면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곡물 수요가 구조적으로 변한데 있다. 과거에는 곡물이 사람이 먹는 식용과 가축이 먹는 사료용 두 가지로 크게 나뉘어졌는데, ‘90년대 중반 이후 지구온난화, 지구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친환경 바이오연료용 곡물수요가 2000년대에 급격히 증가하여 과거에 없던 새로운 수요가 추가되었다. 곡물 공급량을 놓고 과거에는 식용과 사료용 수요의 양대 경쟁구조였는데, 이제는 연료용이 추가되어 3각 경쟁구조가 되었다는 점이다.

식용소비도 크게 늘고 있다. 인구 거대국가이면서 신흥공업국으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들의 식용 밀과 콩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이들 개도국들의 육류소비가 증가해서 사료용 소비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돼지고기를 비롯해 육류소비가 크게 늘고 인도에서 닭고기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8kg의 사료곡물이, 돼지고기 1kg 생산을 위해 3∼4kg의 사료곡물이 필요하다. 육류소비가 늘어나면 그 이상으로 사료용 곡물소비가 늘어난다. 식용과 사료용도 늘어나는 데다 연료용까지 가세하다 보니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고 재고율이 계속 떨어져 7년 전 30%대에서 심지어 15%까지 떨어지게 되었다. 이는 전 세계 인구가 연간 소비하고 남는 재고 수준이 2달도 채 안 되는 수준이 되었다는 것으로, 이 수준은 세계적인 국지전쟁이나 기상이변으로 어느 한 지역에 식량문제가 발생하면 대응할 여력이 아주 취약하다는 것이다.

생산 증가가 소비 증가를 따라오기만 하면 문제가 없지만, ‘85년 이후 생산증가율(약 0.68%)이 소비증가율(1.04%)을 따라오지 못하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과거보다 기상이변이 많아지는 추세여서 호주, 남미, 중국, 구러시아연방 지역과 같은 주생산지역에서 한군데만이라도 한발, 병충해, 폭우와 같은 기상이변이 발생하여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면 전 세계 공급에 영향을 미쳐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2년 전(2005/2006 곡물연도)에 호주에서 기상이변으로 2,500만 톤 생산량이 980만 톤으로 급감해 곡물 값이 급등하게 된 한 요인이 되었다.

미국 등에서 금리인하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헤지펀드, 국부펀드)이 곡물, 원자재 등 상품투자로 몰리고, 곡물가 급등에 자극받은 수출국들이 수출세를 올리거나 수출량 자체를 줄이는 등 곡물수출을 억제하고 있어 국제가격을 더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비상시 곡물수입 협력체제 구축해야

앞으로 곡물가격 상승과 애그플레이션이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격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소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구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앞으로 수년간은 높은 수준의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향후 만일의 식량위기사태에 대비하여 일정량의 곡물을 식량안보용으로 추가 확보하여 비축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곡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국제곡물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세계적인 식량 수급과 가격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중장기 대책으로 해외에서 농경지를 확보해 만일을 대비해 안전하게 수입할 수 있는 해외농업개발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국제식량개발 차원에서 개발대상국들에 대해 농업개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호혜적인 계획’(win-win 전략)을 추진하되, 해당국들과 개발협력협약을 체결하여 비상시에도 수입 공급할 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단기적인 대응을 위해 한계지, 이모작 농지를 활용한 조사료포 조성으로 사료곡물을 일부 대체할 사료의 개발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축산농가와 도축가공업체와 계열화 체제를 구축하여 사료공급에서 중간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

흔히 식품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소득보조로 식품의 시장가격이 높아져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아니면 정부에서 식품가격을 직접 통제하여 가격상승을 막는 방법이 있다. 러시아에서 식품의 시장가격을 통제하고 있으나 그럴 경우 제조업체들이 원가부담이 커 생산을 줄여 시판을 줄이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이 줄어들고 시장가격을 왜곡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에서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식료품가격 상승에 대응해 단기적인 대책으로 가격상승에 직접적인 피해와 고통을 받을 수 있는 저소득층에 대해 푸드스탬프 등 소득보조대책을 실시하여 기존과 같이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또 다른 대책으로 곡물을 원재료로 가공식품을 제조하는 가공업체에 보조를 함으로써 곡물가격 상승이 식료품 가격상승으로 직접 전달되는 것으로 억제할 수 있다.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식량위기 문제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개별 국가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 따라서 UN 등 국제기구 차원에서 세계적인 곡물 생산 증대, 바이오연료용 곡물 사용에 대한 조정, 수입의존도가 높은 후진국과 개도국에 대한 식량원조, 곡물 수출규제나 비축 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조정 노력이 필요하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
아시아포럼 7강
아시아의 식량위기와 대응
발제 _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
일시 _ 2009년 10월29일(목) 오후 4시, 경희대 네오르네상스관 105호
문의 _ 차은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silverway@pspd.org,02-723-5051



 


 

Posted by 영기홍
,

아시아 포럼 6강
에너지 위기와 시민사회의 과제

아시아 포럼은 2008년부터 아시아인의 생존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초국가적 문제를 한국시민사회에 소개해왔습니다. 이웃 아시아의 문제에 한국시민사회도 자유롭지 못한 만큼 아시아의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구촌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실천의 방향등을 모색해보는 자리입니다.

9/17, 아시아포럼 6강을 소개합니다


주제 : 에너지 위기와 시민사회의 과제
발제 : 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일시 : 2009년 9월 17일(목) 오후 4시 장소: 서울 경희대학교 네오르네상스 104호
문의 :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차은하 간사 02-723-5051, silverway@pspd.org


[주제소개] 에너지 위기와 시민사회의 과제

세계 에너지 위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인류가 생존하고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의 물질적 수요에 비하여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물적 공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희소자원'이라 한다. 에너지 위기를 우려하는 가장 근본적 원인은 희소한 에너지 자원에 있고 그 중심에는 석유가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유가 폭등으로 인한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종전에 경험하지 못한 에너지 위기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는 이미 몇 차례의 이와 같은 위기를 경험한 바 있지만, 그 대안은 지극히 피동적이고 소극적이었다. 국내에서도 물가 상승이 가시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의 '성장'이란 표현 자체를 사용하기 무색할 정도가 된지 오래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들이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변화를 고려해볼 때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전문가들과 워싱턴, 런던, 싱가포르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이 작성한 2006년 초의 보고서에 의하면, 자원 확보경쟁은 세계에서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혹자는 국제적인 자원 확보경쟁은 이미 제 2의 냉전 체제에 돌입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물론 자원을 둘러싼 가채연수의 산정이 자원의 희소성에서도 불구하고 정확한 자료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지 못한 것도 문제다. 아마도 이러한 불확실성과 부정확성이 자원전쟁의 심각성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경제에 있어 자원이 부족하고, 대규모 에너지 제공 국가가 하나라도 사라지게 되면 이는 다른 국가들이 그 손실을 벌충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2008년 초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처음 돌파했을 때만 해도 유가 급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투기적 수요나 달러 약세 등으로 인한 거품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고유가가 지속되자 그 원인을 근본적인 수급의 문제에서 찾기 시작했다.

세계 원유 생산은 2005년을 정점으로 2년 연속 0.36%씩 감소했다. 또한 국제원유시장에서는 수요 증가를 포함한 여러 요인들로 인해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원공급을 늘리는 것이 어려워지는 '공급제약'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공급 둔화는 향후 자원부족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은 줄었고, 북해(北海)유전과 멕시코유전도 생산량이 감소했다. 자원 민족주의의 대두와 부존자원이 적은 국가들 간의 치열한 자원 확보 경쟁, 대형 유전의 노후화, 석유 탐사 및 개발 비용의 상승 등이 공급 증대를 제약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금속광물과 농산품도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에너지 자원과 관련한 정보를 종합해보면, 2000년대 초중반을 기점으로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시대는 끝났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과거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의 석유위기가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공급차질' 때문이었다면, 앞으로 진행될 자원위기는 '공급제약'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처럼 에너지 자원의 가격 상승 원인이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의 문제이기 때문에 약간의 수요 충격에도 가격이 급등락하고 수시로 투기적 수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통화팽창에 따른 세계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현실에서 볼 때, 자원전쟁(오일쇼크)은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에너지 자원 공급의 제약은 여러 경로를 통해 세계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계경제의 중요한 패턴 변화는 첫째, 에너지 자원 공급 제약이 세계경제의 성장을 제약하여 세계경제의 장기 평균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란 점, 둘째, 성장활력이 제조업 국가 중심에서 자원보유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한국의 현황과 대응

문제는 한국이 에너지 자원의 위기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에너지 자원 가격이 오르는 만큼 우리의 실질적인 소득은 감소하게 된다. 또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 속에 한국 경제가 비록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GDP성장률과 실질소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더욱이 한국의 산업구조는 생산 활동에 있어 다른 나라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에너지 의존도의 비중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의 경제에서 가격 경쟁력은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에너지 절감과 투입 자본 대비 부가가치의 창출 면에서도 한국은 선진국보다 열세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소득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은 31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0위인데,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9위를 기록하고 있고 에너지 효율도 매우 낮다.

그러나 한국의 문제가 화학과 철강 같은 자원 다소비형 산업의 비중이 높다는 것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자원 투입 대비 부가가치 창출이 낮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자원 투입이 많은 소재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지식 기반의 서비스 산업 비중을 높여 나가는 산업 구조의 일대 전환 및 녹색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에너지 자원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는 산업경쟁력 상실의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산업구조가 지속된다면 한국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넛크래커(nut-cracker)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자원 가격을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저렴한 가격은 절약하려는 인센티브를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과거엔 정부가 외부 충격을 흡수하여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는 가격이라는 신호를 통해 민간이 효과적인 자원 활용에 더 민감해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자원 전쟁의 성격은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인이 모두 참여하는 총체전(total war)의 성격을 띠고 있다. 자원의 희소성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정부는 고통스럽지만 시급한 상황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알리고 변화를 주도해 나가는 또 다른 '소통'의 과제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와 기업, 개인 등 경제주체들은 에너지 자원의 희소성 심화라는 불가피한 현실 적응에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체 에너지 개발에 지혜와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끝으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이러한 총체전이 국가 이익이나 기업의 영리, 혹은 개인의 사적 이익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적어도 과정은 총체전의 모습을 보일지라도 궁극의 목표는 인류와 세계를 위한 노력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인간이 소비하는 에너지, 식량, 주택 등을 만들기 위해 자원을 생산하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토지로 환산한 '생태 발자국 지수(Ecological Footprint)'란 것이 있다. 선진국은 이미 지구가 감당해 낼 수 있는 기준을 25% 가량 초과한 반면, 후진국에서는 극심한 빈곤과 식량난으로 인해 각종 생물의 멸종을 걱정하고 있다. 지금 지구는 선진국과 후진국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인류가 지구의 적이 되어버렸지만 지구의 해결책 또한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Posted by 영기홍
,


필자는 지난해(2008년) 3월부터 시작된 <아시아 포럼>을 통해서 아시아인의 ‘삶의 세계’와 만난 짜릿한 경험들을 잊을 수 없다. <포럼>의 화두를 연 라미경 교수의 “인간안보의 관점에서 본 아시아 연대”(2008년 3월 8일)는 기존의 국가중심적 국제정치학의 터널 뷰(tunnel view)로부터 터널 밖의 눈부신 세계에 관심을 돌리게 한 ‘방향 전환’의 첫 단추였다.

뒤이은 조영희 교수의 “동남아시아의 초국가적 환경문제-메콩강 하류유역을 중심으로”(2008년 7월 25일)는 아시아인의 삶의 세계를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메콩강은 티벳 고원에서 발원하여 중국의 운남을 거쳐 라오스, 태국, 미얀마와 캄보디아 그리고 베트남에 이르는 말 그대로 국가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국가적 하수로서 농업과 어업에 의존하는 이곳 유역민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이 지역에는 95개 이상의 다양한 민족들이 공존하고 있으며,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빈곤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메콩강 하류지역은 인간안보의 문제가 추상적인 개념의 문제가 아닌 실제상황으로서 볼 수 있고 또 만질 수 있는 현장으로 다가왔다.

이와 더불어 허창덕 교수의 “21세기 광역질병 : 현황과 과제”는 아시아인의 삶의 문제가 바로 우리들 자신의 삶과 직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 또 다른 사례였다. 허 교수는 현대세계의 3대 질병이라 할 수 있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HIV/AID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조류 독감(AI)의 세계적 감염 경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사스와 조류독감의 감염중심지가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 지역이고 우리와 이웃한 아시아 국가라는 점을 밝혀주었다.

동아시아 삶의 문제를 연대하는 새로운 공동체로

또 ‘아시아적 삶의 세계’와 관련하여 흥미를 끈 발표는 윤재민 박사의 “인터넷과 아시아 연대”(20008년 11월 21일)였다. 여기서 윤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동아시아는 전지구화, 민족주의의 폐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이다. 그것은 단순히 지리적 공동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연대의 공동체이다. 이를 위해 동아시아 지역은 국민국가 단위로만 생각하고 행위했던 틀을 벗어나는 문명론적 차원에서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이 지역인들이 국경 안팎의 서로 다른 지역의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삶의 자세를 반성하며 동아시아인의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감수성 계발이 필요하다.(p.6)
 
필자는 윤 박사가 위에서 언급한 것 가운데 특히 ‘전지구화, 민족주의의 폐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를 현상학에서 말하는 ‘삶의 세계’로, 다시 말하면 ‘이념의 옷’(Ideenkleid)으로 덧입혀지기 이전의 전과학적인 ‘삶의 세계’로의 복귀로, 그리고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감수성’이라는 표현을 이러한 ‘삶의 세계의 소박성에 대한 민감성’에 대한 은유로 재해석하고 싶다.
 
‘삶의 문제’에 대한 관심의 촉구는 <아시아 포럼>의 성과를 중간 점검하는 자리(2008년12월17일)에서도 화두가 되었다. 이재현 박사(국제 연대 위원회 실행위원)는 이 자리에서 “초국가적 문제라는 것의 본질은 바로 인간의 직접적인 삶에 영향을 주는 문제, 인간의 생존에, 그 질적 문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히면서 “빈곤”의 문제가 이와 같은 문제들 중에서 가장 고전적인 예에 속한다고 피력했다.(p.4) 그리고 해가 바뀐 2009년 <아시아 포럼>의 첫번째 모임에서(3월26일), 그는 ‘아시아인의 삶을 위협하는’ 초국가적 인간안보의 문제로서 5가지를 손꼽았다: 1.난민문제, 2.영유권 문제, 3.해상안전과 해적문제, 4.마약문제, 5.인신매매문제. 이어서 그는 이러한 문제들이 다시 ‘초국가적 범죄’문제로 연결된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범죄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범죄라는 시각을 넘어서 왜 그들이 그 문제에 연관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다 주목할 대목은 바로 뒤에 이어진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이었다: “더불어 문화적, 종교적 상대성과 관용의 시각 그리고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관점은 중동, 동남아에서 일어나는 [각종] 테러는 인간생명을 위협하는 범죄로[만] 낙인 찍는 오류를 만들어내기 쉽다.”(p.6)

(범죄나 예방을 넘어선) 삶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정책이 절실
 
아시아가 새로운 연대의 공동체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문화적 종교적 상대성과 관용의 시각, 다른 삶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관점은 단지 국가간의 테러나 범죄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김성천 교수의 “이주아동의 인권현황과 시민사회의 과제”(2009년 7월 9일)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때마침 쏟아진 장마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여든 고등학생, 중등학교 교사들, 그리고 여러 시민단체와 학내외의 인사들로 본관 2층 대회의실은 시작부터 이미 만석이 되었다. 김 교수의 발표는 한마디로 ‘이주아동의 기본적인 삶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주아동이란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이들은 부모와 같이 살기 위해 본국에서 관광비자로 입국하였다.) 또는 이들 사이에서 출생한 아동으로서 2008년 3월 현재 약 2~3만 명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족의 아동들은 대부분이 미등록 신분으로서 기본적인 생계보장, 학업, 보건, 사회관계 형성의 권리와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 있다. 특히 이 아동들은 부모와 함께 살 권리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그 일부 아동의 경우, 부모의 강제출국으로 한국에 남아 생활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 한편으로 이 아동들은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려서부터 한국에 장기 체류했기 때문에 본국에 송환되었을 때 전혀 적응할 수 없는 실정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장래에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공식생활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머물 수도 없는 절망적 상황에 놓여있다. 여기서 김성천 교수는 “’체류자격’이라는 낡은 기준에서 탈피하여” 아동의 삶의 관점에서 정책의 틀이 다시 짜여져야 한다고 말을 맺는다.

끝으로 필자는 <아시아 포럼>을 통해서 모처럼 일깨워진 ‘삶의 세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심화되고, 확장되고, 다원화되고, 치열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관심’으로 열린 시민적 ‘삶의 세계’는 다시금 시민운동의 정체와 침체를 깨뜨릴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일찍이 “유럽과학의 위기”를 외쳤던 후설(E. Husserl)은 인간의 모든 프로젝트(project)는 ‘삶의 세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 그의 말이 아시아인의 몸에, 마음에, 그리고 그들이 사는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메아리치고 있는 것 같다.

김홍우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명예원장)
* 8월에는 <아시아 포럼>이 열리지 않습니다.

<아시아 포럼> 제6회 에너지 위기와 시민사회의 과제
- 발제: 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 일시: 2009년 9월 17일(목) 오후 4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Posted by 영기홍
,

<이주아동의 인권현황과 시민사회의 과제> 참가 후기

평소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정책에 대해선 비교적 많은 관심이 있었던 나이지만, 이주아동 문제는 상당히 생소한 주제였고 일반 대중들도 다를 바가 없을 것 같다는 것이 나의 짧은 소견이다. 이번에 참여연대와 경희 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소에서 공동 주최한 포럼은 그런 의미에서 특별히 다가왔다.

왜 이주노동자들에겐 2세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못했을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이렇게 3만 명이 넘는 미등록 이주아동이 방치된 채 우리땅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수치로 접하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김성천 중앙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자신이 직접 진행한 연구에 대해서 발표하시는 방식으로 이주아동의 실태에 대해서 알려주었는데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엄연히 이주노동자들의 자녀인 아동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의하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국에서 살게 된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불법자로 분류될 수 없으며 부모의 신분에 상관없이 아동의 체류권, 보호권 등을 보장받아야 하는 신분” 이라고 한다. 따라서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많은 유엔가입국가들은 이를 수행하고 있는 데에 비해 우리나라에선 이 협약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이나 일반 시민의 시선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도 먹고 살기 힘들고 우리 아동들도 제대로 교육받고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계화 시대에 우리 나라는 점점 다문화 국가로의 변화를 자의든 타의든 맞고 있으며 따라서 이주아동들도 국제결혼을 통해 태어난 ‘코시안’ 아동들처럼 숙명적으로 우리에게 안겨진 숙제인 것이다. 그들을 ‘우리’로 껴안아 당장은 힘들어도 같이 갈 것인가,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 그들을 우리 사회 속에서 건강하게 기능하는 구성원으로 키워낼 것인가, 아니면 지금처럼 비참하게 방치해 둘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김성찬 교수는 이들을 방치해둘 경우 자아정체성에 악영향을 끼쳐 우리가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하였다. (예, 폭동) 또한 신분증을 발급해 사회구성원으로써 기여하고 활동할 수 있게 책임과 의무를 동시에 부여하는 것이 사회전체를 보아도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다.

뒤를 이어 실제로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다문화 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혜영 선생님의 경험담은 이주 아동들이 얼마나 힘들게 한국생활을 하고 있는지 생생히 전해주었다. 일단 그 아이들은 우리로써는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부모의 신분과는 상관없이 취학아동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이들은 배움의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했다.

법으로는 된다 하면서 학교장 개인의 권리에 맡겨두니 인자한 교장을 만날 경우엔 운 좋게 입학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입학조차 못하고 집에서 방치된다고 한다. 또한 설사 어렵사리 학교에 입학한다고 해도 한국어를 구사하는 집안 어른이 없어 온갖 가정 대소사에 동원되니 학업에 집중할 수가 없고,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시간 동안엔 소외, 차별, 문화적 충격에 시달린다. 모친, 부친이 차례로 강제추방 당할 경우 우려되는 정신적 충격과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특히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일 경우엔 부모의 나라에도, 한국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정체성 혼란마저 가중되어서 큰 문제라고 한다.

신혜영 선생님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이주아동들은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개발과 직업 전선에 뛰어들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 ESL반등을 개설해 현지 언어를 습득케하고 설사 부모가 불법체류자라 해도 부모의 법적인 신분과는 별개로 미성년자인 아동들을 보호하고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다는 사실만 봐도 이런 처우가 낭만적인 온정에서 우러난 인도주의적인 정책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조금만 장기적으로 봐도 전체 사회의 안정, 치안, 발전을 위해서 이들을 껴안고 가는 것은 결국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날 이곳에는 고등학생, 대학생, 사회교사님들 등 이주아동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했는데, 그 사실만으로도 아직 우리 사회엔 희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관심 하나 하나가 모여서 언젠간 우리나라도 다른 국가들처럼 이주아동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희망과 건강하게 성장할만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최신우 (국제연대위원회 자원활동가)


 

Posted by 영기홍
,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권사각지대 KOREA


이주노동자의 역사가 20년이 넘어가면서, 한국에서 출생하였거나 부모와 같이 살기위해 본국에서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하여 살고 있는 이주아동들은 ‘불법?’ 또는 ‘미등록’의 신분이라는 이유로 기본적 아동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힘겹게 살고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의 정확한 수의 추계는 어렵지만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 의하면 2008년 3월 기준으로 약 2-3만 여명의 이주 아동이 한국에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에서 태어나 출입국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주아동의 수가 제외 되어 있다(관련 전문가들은 적어도 1만명 이상의 국내 출생 이주아동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함). 이주노동자가족의 아동들은 대부분 미등록의 신분으로, 온전히 학교에 다니지 못하거나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동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1991년에 한국이 비준하여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국제법인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의하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국에서 살게 된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불법체류자로 분류될 수 없으며, 부모의 신분에 상관없이 이주아동의 체류권, 교육권, 보호권 등은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로 규정되어 있다.1) 아동은 성인과 달리 불법체류의 신분이라 할지라도 불법행위의 주체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아동의 법적 신분은 불법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이주아동이 미등록의 신분이라도 기본적인 교육권, 의료, 보호권 등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 호주, 일본, 독일 등 국가의 이민정책은 자국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으나 이주아동의 정책은 그들의 체류신분과 상관없이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은 기본적인 생계보장, 학업, 의료 및 보건, 문화 및 여가, 사회관계 형성 등의 권리와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는 매우 안타까운 실정에서 생활하고 있다. 특히 미등록 이주아동 중 상당수는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려서부터 한국에 장기 체류한 아동으로, 이들이 본국으로 송환되었을 때 전혀 적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교육이나 적응 프로그램도 없이 무책임하게 귀국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 이주 아동·이 한국에서 겪는 발달 단계별 생활상의 어려움은 다음과 같다.

1.  태내기부터 영유아기의 권리문제와 욕구
의료혜택으로부터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모성의 문제로 산전관리, 예방접종 등의 의료서비스 지원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초기 영유아기 의료ㆍ건강상의 문제와 함께 어린 아동이 살기에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주거문제 등이 심각하다.

2. 학령기의 권리문제와 욕구
학령기 아동의 경우,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교육권과 다문화이해부족으로 인한 차별과 소외의문제가 크다. 미등록 이주아동을 위해 한국정부가 유일하게 배려하고 있는 것이 초ㆍ중등교육법의 시행령(법이 아닌)에 규정된 초·중·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러나 학교장 재량에 맡겨진 전ㆍ입학처리문제와 상급학교 진학의 어려움이 크고, 설사 학교에 다니더라도 이들을 위한 배려는 없고 차별이 심하여 학교 입학부터 학교생활 적응, 진로결정 등에 이르기까지 미등록 이주아동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무시 받고 놀림당하거나, 한국어 미숙으로 수업생활의 어려움을 갖고,  학습부진과 열등감으로 좋지 못한 친구들과 어울리기 쉬우며, 학교에서 미등록의 신분이 보호받지 못해서 단속의 대상이 되는 등(오토바이 사고 등으로 신분이 노출되는 경우에 출국 대상이 된다)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 또한 이러한 악조건을 뚫고 졸업을 하여도 그 졸업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자퇴하고 노동으로 투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학령기 대상 아동 중 실제로 교육을 받는 아동은 5-10%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둘째, 미등록 이주아동은 부모와 함께 살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며, 일부 아동의 경우 부모가 강제출국 후에도 한국에 남아 생활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 가는 것이 부모의 단속에 빌미를 제공하게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있어서 아예 아동을 학교에 다니지 않게 하는 경우도 많다(미국의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운동을 통해 이주아동에 대한 비밀이 보장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입국 시부터 질병관리가 되지 않아 전염병 등의 감염의 문제도 심각하고, 학교와 지역사회 내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미등록 이주아동의 대부분은 교사나 또래들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차별을 당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3. 청소년기의 권리문제와 욕구
이주청소년들은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이주청소년은 학교 및 지역사회에서 기본적인 신분보장이 되지 않아 의료보험 불가, 인터넷 가입과 휴대폰 가입을 할 수 없고, 예금통장 개설 불가, 교통카드 발급 불가 등의 다양한 사회적 장애를 지닌 채 한국 생활을 하고 있다. 체류권이 없기 때문에 대학진학이 불가능하고, 학교를 중도 탈락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부모처럼 3D 업종에서 일을 하고 노동환경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일탈의 가능성이 높다. 이주아동의 많은 경우에는 본국 문화와 언어도 잊고, 한국인으로 동화되어 본국에 귀국을 하더라도 본국에서 적응이 어렵다. 또한 한국에서도 장래에 어떤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공식적인 생활이 없기에 안주할 수 없는 불안정한 현실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이주아동의 참담한 현실에 대해 현 정부의 관심은 거의 없고, 국내법 상으로 불법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고, 규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5년 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협약 이행보고서를 제출해야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는 한국, 선진국을 지향하고 대외적으로 국가의 브랜드를 중시하는 한국정부에서 이주아동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큰 수치이자 오히려 국익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2006년을 기점으로 민간차원에서 이주아동의 권리문제를 쟁점화하고 개선하기위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으나2) 2006년에 시도되었던 아직 그 반향은 미미하고 구체적인 결실도 맺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수조원을 투입하여도 증가하지지 않고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출산율은 정부에서도 다문화정책과 이민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망하는 시점에 와 있다. 그리고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증가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됨으로써(3D업종에 취업하고자 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음)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오히려 한국인의 취업률 제고에 기여하는 선순환구조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2-3개국어를 잘 구사할 수 있고 다문화의 역량을 지니고 있는 이주아동을 잘 양육하는 것은 세계화에 부합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한국과 서남아시아와의 외교사절 또는 홍보대사를 자연스럽게 양성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제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격”과 같이 이주아동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일부 이주노동자에게 악용되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네거티브 관점에서 이주노동자와 이주아동의 존재가 자국민과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강점관점에 입각한 포지티브 관점을 정부가 채택할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주아동의 권리보장의 문제가 이제는 ‘체류자격’이라는 낡은 기준에서 탈피하고  세계 보편적인 “아동권리의 보장”이라는 기준을 채택하여 국제법 위반이라는 오명도 벗고, 이주아동은 물론과 한국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이주아동정책이 이행될 것을 기대한다.

1) 제2조: “자국의 관할 내에 있는 모든 어린이”가 어떠한 이유로든 차별을 받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제7조: 모든 아동은 이름과 국적을 가질 권리를 지니며, 부모가 누군지 알고, 부모로부터 양육 받을 권리를 지닌다.
2) 2006년에 시도되었던 “이주아동권리보장법(안)”」의 입법추진 활동, 2009년에 다시 시동된 이“이주 아동·청소년 권리보장을 위한 시민행동” 등의 활동을 들 수 있음

김성천 중앙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아시아포럼-5강을 소개합니다

주제: 이주아동의 인권현황과 시민사회의 과제
발제: 김성천 중앙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토론: 신혜영 (성동외국인 근로자센터 활동가)

일시 2009년 7월 9일(목) 오후 4시 장소 서울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문의 :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차은하 간사 02-723-5051, silverway@pspd.org



 

Posted by 영기홍
,


중국 국경을 넘는 탈북여성들

아시아 포럼 4강 <탈북여성의 제3국 체류현황 및 과제>후기

지난 6월 11일 <2009년 아시아 포럼> 4강 “탈북여성의 제3국 체류현황 및 과제”가 열렸다. 오랫동안 탈북여성 문제를 연구해온 이금순 통인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의 발제와 중국을 오가며 탈북여성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한 이혜영 BASPIA 공동대표의 생생한 이야기들로 예정되었던 포럼 시간을 훌쩍 넘기며 포럼이 진행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다. 이 때문에 촉발된 탈북 현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한편 중국 등 제3국에서 탈북자들이 겪는 열악한 인권 상황이 알려지면서 강제 송환 금지 및 난민 지위 인정 등의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국제사회는 여성 탈북자들의 인권 상황에 높은 관심을 가졌다.
 
여성 탈북자가 많은 이유
이금순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1997-1998년 당시 30만 명으로 추산되던 중국 내 탈북자의 규모는 줄어들어 2008년에는 2~4만여 명으로 집계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국경단속 강화, 제3국 정착 규모 증가, 합법적인 이주민 증가로 중국 내 탈북자가 감소한 것일 뿐, 탈북자 문제가 완화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한다.
 
탈북자 현황을 살펴보면, 제3국에 체류하는 전체 탈북자 중에 여성의 비율은 매우 높다. 이는 성별 국내 입국자 비율(2008년 기준 78%)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처럼 남성에 비해  여성들의 탈북이 높은 것은 남녀평등을 표방해온 북한 사회가 실제로는 매우 가부장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앙식량배급제가 붕괴되어 여성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상황이 됨에 따라, 무작정 돈을 벌기 위해 국경을 건너는 여성들이 급증하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ush factors 그리고 Pull factors

탈북자가 발생하게 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Push factors 즉, 북한에서 주민들을 밀어내는 요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북한은 최근까지도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경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중국인과의 교역은 북한인들이 더 나은 삶에 대한 인식과 기대를 높이게 했다. 한편으로는 북한 내에서 처벌을 두려워하는 범죄자들의 탈북도 있을 뿐만 아니라, 강제송환으로 돌아온 탈북자들은 처벌과 편견이 두려워 다시 탈북을 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것들이 Push factors로 작용하고 있다.
 
다른 탈북 유인은 Pull factors로 제3국의 지역사회 보호 및 지원 활동, 민간단체의 구호활동, 한국 등 관련국의 지원정책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한국기업의 국외 진출은 탈북 여성들이 식당, 기업, 한국인 가정 등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중국 농촌의 여성결혼상대자로 탈북여성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동남아 인신매매가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중국 내 탈북여성에 대한 인신매매는 주로 결혼 상대자로 거래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탈북여성들이 겪는 어려움도 변화했다. 식량난을 피해 중국으로 건너간 많은 탈북여성들은 성적학대를 경험했고 절대 빈곤층, 신체 및 정신적 장애인, 고령인들 사이에서 인신매매되었다. 이들은 외모의 차이와 익숙지 않은 현지어로 단속의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았다. 반면 최근에는 장기체류에 따른 여건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언어습득으로 취업이 가능해짐에 따라 도시지역으로 재이동하고 있고 안전한 체류를 위해 현지남성과 동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경우, 재탈북을 감행하는데 이때는 중국 내 동거남성에게 재정적 도움을 받아서 이루어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내 장기체류에 따라 중국인 동거남성 사이에서 자녀를 출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법적 결혼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출산자녀로 등록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자녀들이 취학연령을 넘었음에도 학교에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금순 선임연구위원은 탈북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몇 가지 방향과 과제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탈북여성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문제를 공감할 수 있는 여성단체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정착지가 선정되어야 하며 국제적인 협력 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탈북 여성들이 이주하기 전에 보다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체류자에게 안전한 체류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체류 출산여성에 대한 ‘임시체류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절대빈곤가정에 대한 빈곤퇴치, 보건, 교육지원,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구제제도 마련도 절실하다.
 
이날 토론자로서 참석한 이혜영 BASPIA 공동대표는 동북3성으로 일컬어지는 길림성, 흑룡강성, 산동성을 방문하여 탈북여성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한 경험이 있다. 이날 토론 자리에서 그녀는 자신이 만난 많은 탈북 여성들 중 두 명의 사례를 소개해 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례로 만난 탈북 여성들
첫 번째 사례는 8~9년 동안 중국에서 거주하던 중 강제송환 된 여성이었다. 성실하고 친절했던 그녀는 중국인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공안의 단속에 의해 강제 송환되었고 이후, 북한 경찰의 조사과정에서 한쪽 눈이 실명되었다. 당시 이 여성은 임신 중으로 육체적 고통이 매우 컸다고 한다. 그러나  만삭의 몸으로 탈출을 감행하여 도보로 국경을 넘어 중국의 가족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한 쪽 발이 썩을 정도로 상처를 입었으나 빈곤한 살림 때문에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두 번째 사례는 18~19세 때 중국으로 넘어간 여성의 이야기 였다. 그녀는 19세 때 중개업자의 소개로 중국인 남성과 결혼을 하여 자녀를 출산하였다. 그러나 남편이 경제적으로 무능력하여 생계를 책임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의 신고로 강제 송환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이후 그녀는 가족과 헤어져 홀로 한국으로 이주해 왔지만 가족 해체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혜영 공동대표는 두 사례를 통해 ‘왜 탈북 여성들에게 이런 큰 고통이 주어져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생존을 위한 대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그녀들의 삶의 상처가 치명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상적으로만 다가오던 북한 여성의 인권문제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실감되던 순간이었다.
 
이혜영 공동대표는 본인이 직접 중국의 동북 3성을 돌아보며 탈북 여성을 만난 결과, 효과적인 인권보호를 위해서는 중국의 시민사회가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더욱이 한국과 달리 지방정부에서 구체적 정책을 결정하는 중국 행정 시스템에 대한 선이해가 없이는 한국 정부의 어떠한 노력도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그녀는 중국의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들과의 직접적인 해결책 모색이 필요하며 국제기구나 국제 NGO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작성: 장우식 (국제연대위원회 자원활동가)


 

Posted by 영기홍
,

아시아 포럼 4강좌
탈북여성의 제3국 체류현황 및 과제

아시아 포럼은 2008년부터 아시아인의 생존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초국가적 문제를 한국시민사회에 소개해왔습니다. 이웃 아시아의 문제에 한국시민사회도 자유롭지 못한 만큼 아시아의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구촌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실천의 방향등을 모색해보는 자리입니다.

주제: 탈북여성의 제3국 체류현황 및 과제
발제: 이금순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일시 2009년 6월 11일(목) 오후 4시 장소 서울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문의 :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차은하 간사 02-723-5051, silverway@pspd.org

<발제 내용 소개>
탈북여성의 제3국 체류현황과 과제

1990년대 중반이후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으로 촉발된 탈북현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전환되어 왔다. 중국 등 제3국내 탈북자들의 인권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강제송환금지 및 난민지위 인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여성탈북자들의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여성들의 탈북배경 이미 많은 조사보고서에서 지적된 것처럼 제3국에 체류하는 전체 탈북자 중에 여성의 비율은 매우 높으며, 이는 성별 국내 입국자 비율(2008년, 78%)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남성에 비해 더 많은 여성이 탈북을 감행하고 있는 것인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 남녀평등을 표방해 온 북한사회의 실제 모습을 살펴보면 우리는 쉽게 북한사회가 매우 가부장적이며 여성들도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량난으로 중앙배급제가 붕괴되면서 여성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친척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 혹은 무작정 중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국경을 건너는 여성들이 급증하게 되었다.

중국이 산업화되면서 여성들의 도시 및 한국 등 해외이주가 증가하면서 빈곤층의 남성들은 결혼상대자를 찾기 어렵게 되었다. 이와 같이 중국 내 여성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로 인해 북한여성들이 중국남성의 동거자로 거래되게 되었다. 국경을 넘은 탈북여성들은 비교적 안전한 체류방식으로 중국남성과의 동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북한여성은 외모에서도 차이를 보이며 현지어를 못하기 때문에 단속위험이 있는 식당이나 공적인 장소에서 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부여성들은 본인들이 중국남성에게 팔린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하나, 상당수는 본인들이 누구에게 팔려 가는지 알지 못하면서 중국남성에게 인계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혼인 경우뿐만 아니라 북한에 남편과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들도 어쩔 수없이 중국 남성과 사실혼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단속의 위험을 피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이 여성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중국남성과 동거하게 되는 경우 비인간적인 강제결혼 생활과 빈곤을 견디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도망쳐 나오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생활하면서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다. 

탈북여성들은 정기적인 중국공안의 단속, 주위의 밀고 등으로 북한으로 강제송환되어 왔으며, 보위부 취조를 받는 과정에서 중국남성과 동거한 사실을 빌미로 ‘여성 비하적인’언어 및 신체적 폭력을 당하게 된다. 특히 임신상태로 강제송환되는 경우, “조선을 더럽혔다”는 미명 하에 강제낙태 혹은 강제노동에 의한 유산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제송환 되어 심각한 처벌을 거치고 난 후, 상당수는 재탈북을 감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탈북여성의 중국 내 체류기간이 장기화되면서, 현지어 습득 등을 통한 적응능력이 향상되고 강제결혼의 비율도 감소하게 된다. 중국 내에서 적응능력을 높이게 되면서, 도시지역으로 나와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도 늘어나게 되었다. 낮은 비율이기는 하지만, 중국 내 한국인 기업이나 가정에서 일자리를 얻어 기거하는 경우도 생겨나게 되었다. 대부분의 경우 중국남성의 동거 상대자로 거래되었으나, 노래방 및 유흥업소 등에 거래되는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다.

민간단체 혹은 중개인들의 도움을 받아 동남아 및 몽골 등을 경유하여 국내로 입국하는 규모가 증가하면서,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여성들이 한국입국을 새로운 선택으로서 고민하게 되었다. 일부 탈북여성들은 중국 남성의 도움으로 불법적으로 호구를 구입하기도 하나, 단속될 경우 강제송환의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으로의 입국하는 경우 안정적인 신분과 정착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행을 감행하게 된다. 사실혼관계의 중국남성의 경제적 도움을 받아 국내로 입국하고, 이후에 국제결혼방식으로 상대남성의 한국입국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탈북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등 제3국 내 탈북여성들의 체류방식과 재이주도 매우 복잡한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  

우리의 과제 탈북여성들의 인권침해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난민여성으로 접근하는 것에 상당한 한계가 있다. 중국 등 제3국에서 장기간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면서 자녀를 출산한 경우들이 상당하며, 이에 대한 현재의 해결방안은 탈북여성의 한국 입국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인신매매의 피해자임을 근거로 미국 등 일부 수용국에 보호신청을 하는 경우들도 알려지고 있다. 이제까지 해외체류 탈북여성의 문제는 인신매매 등 인권피해 사안으로만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피해자에 대한 지원 차원의 접근에 그치지 말고, 탈북여성들의 탈북과정을 보다 객관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들의 희망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자신에 대한 존중감을 전혀 갖지 못하던 이들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금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Posted by 영기홍
,

탈북 여성의 제3국 체류 현황과 과제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으로 촉발된 탈북 현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전환되어 왔다. 중국 등 제3국내 탈북자들의 인권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강제 송환 금지 및 난민 지위 인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여성 탈북자들의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여성들의 탈북 배경

이미 많은 조사 보고서에서 지적된 것처럼 제3국에 체류하는 전체 탈북자 중에 여성의 비율은 매우 높으며, 이는 성별 국내 입국자 비율(2008년 기준 78%)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남성에 비해 더 많은 여성이 탈북을 감행하고 있는 것인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 남녀 평등을 표방해 온 북한 사회의 실제 모습을 살펴보면 우리는 쉽게 북한 사회가 매우 가부장적이며 여성들도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량난으로 중앙배급제가 붕괴되면서 여성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친척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 혹은 무작정 중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국경을 건너는 여성들이 급증하게 되었다.

중국이 산업화되면서 여성들의 도시 및 한국 등 해외 이주가 증가하면서 빈곤층의 남성들은 결혼 상대자를 찾기 어렵게 되었다. 이와 같이 중국 내 여성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로 인해 북한 여성들이 중국 남성의 동거자로 거래되게 되었다. 국경을 넘은 탈북 여성들은 비교적 안전한 체류 방식으로 중국 남성과의 동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북한 여성은 외모에서도 차이를 보이며 현지어를 못하기 때문에 단속 위험이 있는 식당이나 공적인 장소에서 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부 여성은 본인들이 중국 남성에게 팔린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하나, 상당수는 본인들이 누구에게 팔려 가는지 알지 못하면서 중국 남성에게 인계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혼인 경우뿐만 아니라 북한에 남편과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도 어쩔 수 없이 중국 남성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단속의 위험을 피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이 여성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중국 남성과 동거하게 되는 경우 비인간적인 강제결혼 생활과 빈곤을 견디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도망쳐 나오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생활하면서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다.

탈북 여성은 정기적인 중국공안의 단속, 주위의 밀고 등으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어 왔으며, 보위부 취조를 받는 과정에서 중국 남성과 동거한 사실을 빌미로 '여성 비하적인' 언어 및 신체적 폭력을 당하게 된다. 특히 임신 상태로 강제 송환되는 경우, "조선을 더럽혔다"는 미명 하에 강제 낙태 혹은 강제 노동에 의한 유산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제 송환되어 심각한 처벌을 거치고 난 후, 상당수는 재탈북을 감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탈북 여성의 중국 내 체류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현지어 습득 등을 통한 적응 능력이 향상되고 강제 결혼의 비율도 감소하게 된다. 중국 내에서 적응 능력을 높이게 되면서, 도시 지역으로 나와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도 늘어나게 되었다. 낮은 비율이기는 하지만, 중국 내 한국인 기업이나 가정에서 일자리를 얻어 기거하는 경우도 생겨나게 되었다. 대부분의 경우 중국 남성의 동거 상대자로 거래되었으나, 노래방 및 유흥업소 등에 거래되는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다.

민간단체 혹은 중개인들의 도움을 받아 동남아 및 몽골 등을 경유하여 국내로 입국하는 규모가 증가하면서,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 여성이 한국 입국을 새로운 선택으로서 고민하게 되었다. 일부 탈북 여성은 중국 남성의 도움으로 불법적으로 호구를 구입하기도 하나, 단속될 경우 강제 송환의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으로의 입국하는 경우 안정적인 신분과 정착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행을 감행하게 된다. 사실혼관계의 중국 남성의 경제적 도움을 받아 국내로 입국하고, 이후에 국제 결혼 방식으로 상대 남성의 한국 입국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탈북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등 제3국 내 탈북 여성들의 체류 방식과 재이주도 매우 복잡한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

우리의 과제

탈북 여성들의 인권 침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난민여성으로 접근하는 것에 상당한 한계가 있다. 중국 등 제3국에서 장기간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면서 자녀를 출산한 경우들이 상당하며, 이에 대한 현재의 해결 방안은 탈북여성의 한국 입국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인신매매의 피해자임을 근거로 미국 등 일부 수용국에 보호신청을 하는 경우들도 알려지고 있다.

이제까지 해외 체류 탈북 여성의 문제는 인신매매 등 인권 피해 사안으로만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피해자에 대한 지원 차원의 접근에 그치지 말고, 탈북 여성들의 탈북 과정을 보다 객관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들의 희망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 자신에 대한 존중감을 전혀 갖지 못하던 이들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금순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아시아포럼 4강좌
탈북 여성의 제3국 체류 현황 및 과제

아시아 포럼은 2008년부터 아시아인의 생존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초국가적 문제를 한국 시민사회에 소개해왔습니다. 이웃 아시아의 문제에 한국 시민사회도 자유롭지 못한 만큼 아시아의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구촌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실천의 방향등을 모색해보는 자리입니다.

탈북여성의 제3국 체류현황 및 과제
(이금순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일시 2009년 6월 11일(목) 오후 4시 장소 서울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문의 :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차은하 간사 02-723-5051
silverway@pspd.org 



 

Posted by 영기홍
,


버마 난민들을 위한 시민사회의 연대란
 

지난 8일 서울 코엑스에서는 2009년 세계시민포럼의 일환으로 참여연대와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이 주관하는 아시아포럼 3강이 열렸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위원장 겸 경희대학교 NGO대학원 교수인 손혁상 교수가 사회를 맡아 진행한 이 포럼에서는 서강대 동아연구소 이상국 교수가 ‘태국 국경거주 버마 난민들의 적응 양상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이어서 마웅저 인권운동가(버마민주화운동), 박은홍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송경재 교수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황필규 변호사(공익변호사 그룹공감)가 각각 해당 주제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제 발표자인 이상국 교수는 1999년부터 2007년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태국-버마 국경지역을 장·단기간 방문하였다. 이때 진행했던 현지조사를 토대로 태국-버마 국경지역에 거주하는 버마 난민과 이주민의 타국 거주 적응 및 생활 양상을 연구해 왔다. 지난해 2월 한국동남아학회지 『동남아시아연구』(18권 1호)에 발표한「이주민, 비합법성, 그리고 국경사회체제: 태국-버마 국경지역 사회체제의 특성에 관한 연구」논문에서 이 교수는 공식적인 국가 지배 권력의 틈새에서 일어나는 해당지역 이주민들의 비공식적·비합법적 일상이 국경사회체제를 구성하고 작동시키는 자체적 역동성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한편, 지난 8일에 열렸던 아시아포럼에서 이 교수가 초점을 둔 대상은 국경지역 난민이었다. 이 교수는 태국-버마 국경지역 난민들의 발생 배경과 그들의 생활양상을 설명하고, 이어서 난민을 제3국으로 이주시키는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난민촌 공동체의 와해와 위기 그리고 이에 대한 지원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의 주제 발표가 끝나고 첫 토론자로 마웅저 활동가가 말문을 열었다. 1994년 한국에 입국한 마웅저 활동가는 난민지위 신청을 한지 8년 만인 지난해 난민지위를 획득했다. 난민지위 획득으로 해외로의 출국이 가능해지자, 마웅저 활동가는 태국-버마 국경지역을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총 두 차례 다녀왔다. 특히 난민촌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마웅저 활동가는 국경지대 특성상 아이들이 다양한 언어 교육(영어, 버마어, 태국어)을 받고 있지만, 사실상 어느 한 언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교사 인원미달, 재정 부족으로 인해 난민촌 아이들의 교육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박은홍 교수는 앞서 이상국 교수가 제의한 ‘제3국으로의 난민 이주 정책의 양면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상국 교수는 이 정책이 난민들 개개인에게는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게 되는 축복인 반면에 난민 공동체는 와해 위기를 불러오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은홍 교수는 공동체라는 집단 중시가 개인주의 혹은 자유주의와 충돌할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하고 공동체와 개인주의의 결합 형태를 다시금 고민해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송경재 연구교수는 제3국 난민이주정책에서 파생되는 개인주의와 공동체 해체 문제는 난민들의 선택권의 문제라고 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민주화 과정을 한 단계씩 밟아야할 필요가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한국이 버마 난민을 지원할 때 물자적인 측면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난민인권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인도주의적 지원을 갖춘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고민해 볼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황필규 변호사는 ‘연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곧 실천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난민지원활동이 그저 관성적인 활동으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 1월 태국 해군에 의해 500여명의 선상 난민(boat people)이었던 로힌자 난민들이 바다로 추방되어 실종되거나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언론 측에서도 극히 일부에서만 보도되었다. 시민단체들의 반응 역시 소극적이었다. 이러한 태도를 돌아보면서 황 변호사는 난민을 지원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물었다. 그리고 이 같은 극단적 사례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나는 난민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버마 난민을 지원할 때 제3국의 지원방식을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것이 아닌 한국 사회만의 원칙과 그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며, 한국정부가 다양한 지역기구와 협력하여 난민 수용 및 지원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갈 것을 촉구했다.

토론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있은 후에 발표·토론자들의 마무리 발언이 이어졌다. 마무리 발언에서 마웅저 활동가는 난민촌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돕고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고 연대하는 데 있어서 한국 시민사회의 민주화 경험을 버마 사람들과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경험을 나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민사회 연대의 출발점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다. 연대를 말할 때 우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먼저 상대방과 내가 서 있는 지점이 동일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그 차이를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걸어온 보폭을 상대방의 보폭에 그대로 대입하여 요구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보폭을 땔 수 있는 자발성의 힘과 그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민주화’라는 화두로 버마의 현 군부독재 상황을 바라볼 때, 우리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우리의 입장에서 지원할 것이 아니라 버마의 개별적인 역사와 경험에 귀 기울이고 이에 우리의 경험을 나누면서 버마 사람들의 잠재적인 운동성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필자가 지난 1월 태국 방콕과 메솟 등지를 방문했을 때 인터뷰했던 포럼아시아의 동아시아 프로그램 활동가 Yuyun Wahyuningrum은 지역인권기구로서 버마 내부와 어떻게 소통하는지 물었을 때 '버마 안에서 정보를 얻고, 버마에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소통의 방법을 설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버마의 변화는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버마 내부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마 시민들이 버마의 상황을 국외인권단체들에게도 알리고 있는지 질문하자, Yuyun은 “버마 시민들 중에도 다양한 계층이 있다. 그들이 정보를 공유하기를 원하는지, 또 공유될 정보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도 고려해보아야 한다”고 답했다.

버마 시민, 버마 국내외 운동단체, 버마 국외 운동단체들을 모두 각각 하나의 균일한 개체로 볼 수 없듯이 아시아 시민사회의 연대에 대해 언급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연대를 말할 때 각각의 시민사회 내부의 다양한 스펙트럼 중 어떠한 그룹과 만나고자 하는지,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과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점은 무엇인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에 대해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그 지점에서부터 함께 출발해야 한다. 


 

장유미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 국제평화학과 석사과정)
Posted by 영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