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화), 국제민주연대와 성공회대 아시아 NGO정보센터 주최로 '버마인권 '제재'의 대안은 없는가'를 주제로 버마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참여연대 역시 경제제재가 버마 인권 개선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고민하며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발표: 박은홍 교수(성공회대 아시아 NGO정보센터 소장)
토론: 장준영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연구원, 버마전공), 김홍국 (행동하는 양심 대변인, 경기대 교수),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활동가)
일시 및 장소: 2011년 2월 22일(화) 15:00-18:00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


간담회의 키워드: 버마, 경제제재, 인권향상, 북한, 시민사회

버마 민주화운동을 지원해 온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버마에 대한 경제제재 문제를 논의하는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이번 간담회의 제목인 '버마인권 제재의 대안은 없는가'를 쉽게 풀어쓰면 '버마인들의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제사회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경제제재' 외에는 없는가'였습니다.

간담회는 경제제재와 인권향상과의 관계, 버마와 북한의 경제제재에 대한 시민사회의 입장, 버마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 등 세가지 축으로 이야기되었습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에는 큰 주제들이었으므로 대답을 찾기보다는 문제 인식을 공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주 발제를 맡은 박은홍 교수는 한국 시민사회가 북한에 대한 포용적 접근과 버마에 대한 제재를 지지하는 이중잣대의 문제가 있으며, 경제제재를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각 국가가 취하는 인권에 대한 정의와 조건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중국이나 아시아 정부기구가 취하는 문화상대주의적 입장과 미국의 경우 국내경제와 안보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이 그것이었습니다. 또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낮은 절차적 정당성을 경제성장으로 메꾸려는 개발독재모델을 추구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화적 수단을 지향하며, 권위주의 정부를 견제하는 행위자인 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하는 의문을 던져주었습니다.

장준영 연구원은 경제제재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의회가 첫째로 제시하는 요건은 경제제재가 국익이 되는가임을 지적하였습니다. 민족민주동맹(NLD)이 2월 8일 낸 보고서에서는 버마는 인구의 60%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가난한 농업국가인 까닭에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인해 국민이 가난하다기보다는 버마 정부 자체로 인해 국민들의 경제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합니다. 장연구원은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버마 현지인들이 외부와의 접촉이 늘어나야 변화가 일어나며, 이미 26년간 외부세계와 단절된 경험이 있는 버마가 중국과의 양자적 관계 강화로 가는 것보다 오픈된 공간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현재 버마 군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식민지 트라우마는 결과적으로는 소수민족을 버마족화하는 지배방식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김홍국 교수는 한 나라를 경제적으로 제재할 때 그 목적은 인권신장에만 있지 않으며, 제재의 유형 또한 다양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버마에 대한 경제제재가 버마에서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가, 과연 민주주의로 나아가도록 했는가에 답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국제사회가 버마에 대해 포용정책을 쓰자고 할 때는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버마 내부의 민주주의 역량을 키우는 것을 돕고 대화에 나오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나현필 활동가는 지금까지 시민사회가 버마와 관련해 활동한 것은 유엔과 아세안 인권이사회 등을 통해 수치를 느끼게 하는 것(shaming)이나 지목하기(naming)였는데 과연 이것이 효과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버마와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에 거주하는 버마활동가들인 뚜라씨와 마웅저씨의 생각을 들었습니다. 뚜라씨는 경제제재가 군부에 대한 압박정도로만 효과가 있을 뿐 버마의 인권향상에 도움이 못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버마에 경제제재가 필요한가 아닌가를 묻기보다, 더 크게 현재 버마의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웅저씨는 한국 시민단체가 버마에 대한 경제제재에 참여한다고 느낀적이 없다면서, 한국 시민사회가 버마 제재문제보다 다루어야 할 다른 문제들이 많이 있다고 했습니다.


생각의 키워드: 가난, 비민주성, 한국시민사회의 특성, 시민사회의 여러 층위, 버마인의 목소리

발제와 토론을 들으면서 경제제재와 인권향상과의 관계를 생각하였습니다. 한국 시민사회에서 문제시하는 버마의 인권문제라는 것은 경제적으로 '가난하다'는 것과 군부독재로 인해 정치적으로 '비민주적이다'이라는 것, 이 두 가지에서 비롯되는 인권의 문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정권층과 민간인 중 누구의 경제 생활에 타격을 주었는가 하는 것과, 경제제재가 비민주성을 개선하도록 버마정권에 충분한 압력이 되었는가를 분리해서 물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버마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으면서 시민사회를 세분화시켜 제시해주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크게 조직된 시민사회인가 그렇지 않은 시민사회인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조직된 시민사회로는 먼저 버마의 야당인 민족민주동맹(NLD)을 지지하고 이들과 함께 활동하는 버마인들이 있습니다. 한국 시민사회는 주로 이들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버마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사업이나 의료사업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정당과 분리된 그러나 시민사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조직되지 않은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있습니다.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를 이야기 한다면 최소한 이 세 단위에 따른 다른 전략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토론자에 버마인들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버마 활동가들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버마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경제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는 않은 듯 합니다. 그러나 이번 간담회는 버마 문제에 대한 더 깊은 논의를 준비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손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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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아세안 의장국 인도네시아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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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가 올해의 ASEAN(동남아국가연합) 의장국이 되었다. 지난 1월 12일에 작년 의장국 베트남으로부터 리더십을 인수받는 의례를 치렀고 바로 이어서 아세안외무장관회담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앞으로 정상회의를 포함하여 300회 이상의 다양한 정부 간 회의가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다. 한국정부도 아세안대화상대국으로서 또한 아세안+3과 동아시아정상회의 회원국으로 수십 차례의 관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게 될 것이다. 우리 언론이 논평은 고사하고 단신도 내주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의 아세안 의장국 수임은 동남아시아의 인권 신장과 민주 진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 아세안 심볼 -


아세안 의장국은 국명의 알파벳 머리글자 순서로 수임하므로 올해는 브루나이 차례이지만 일찍이 재작년 4월에 인도네시아가 2011년 의장국을 자원하고 나서서 먼저 하게 된 것이다. 아세안 전체의 절반이 넘는 인구와 광대한 군도에 펼쳐진 영토 덕분에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의 중심적 위상을 실질적으로 인정받아 왔는데, 공식적 의장국까지 브루나이와 캄보디아를 제치면서 먼저 수임하려 할 만큼 인도네시아의 상황인식은 급박했다. 2015년 ‘아세안공동체’의 역사적인 출범이 목전에 다가왔는데 숙제가 한 참 밀려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면한 과제를 “People-Centered ASEAN”(국민 중심의 아세안) 형성으로 압축 표현하고 있다. 진정한 공동체를 실현하려면 ‘국가 연합’이 아니라 ‘국민 연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인권 신장과 참여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을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일찌감치 분명히 하였고, 외무장관 마르띠 나딸레가와도 같은 노선에 입각하여 여러 가지 실행계획을 이번 외무장관회의에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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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네시아 외무장관 마르띠(로이터) -


마르띠 외무장관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들을 존중하는 풍토의 조성을 위하여 시급한 당면과제로서 아세안인권위원회(AICHR: ASEAN Intergovernmental Commission on Human Rights)의 내실화를 거론하였다. 2009년에 출범한 아세안인권위원회는 효과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아세안인권선언(ASEAN Human Rights Declaration)이 제정되면 합의된 기준을 갖고 체계적인 활동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인도네시아정부는 아세안인권선언이 올해 통과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아세안재단(ASEAN Foundation)의 3년 임기 소장에 임명된 마까림 위비소노의 면모 역시 인도네시아의 기획에 부합한다. 위비소노는 유엔의 인권위원회 의장과 경제사회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베테랑 외교관으로 국제기구의 인권관련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의 아세안 청사진을 실현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마르띠 장관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주노동자 권리보호 문제도 중요한 의제로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송출국의 입장에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수입국의 입장에서 협의에 나서게 될 것이다. 미얀마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에게는 별반 효과가 없는 경제제재를 중지하도록 요구하고 미얀마(버마)정부에게는 아웅산 수찌를 포함한 모든 세력의 화해와 국민통합의 과정을 시작하도록 요구한다는 타협안을 제시하였다. 학계, 언론,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고 함께 논의하는 다양한 포럼을 결성함으로써 아세안을 더욱 개방시키자는 의견도 피력하였다.  

 
         


어느 때보다 열의가 높으니 그 귀추가 주목된다. 아세안인권선언은 올 해 제정될 수 있을지, 아세안인권위원회는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물적 인적 지원을 받게 될 것인지, 합의한 인권기준을 위배한 회원국의 처벌까지 가능해 질 것인지, 국제적으로 지탄받는 미얀마 인권 침해문제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인지, 이에 따라 아세안의 전통적 운영원리인 내정불간섭원칙은 어느 정도로 약화될 수 있을지, 일종의 ‘인권외교’ 덕분에 인도네시아의 인권수준도 따라서 향상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한 점이 아주 많다.


그런데 아세안 인권체제 제도화를 위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열정은 벌써 냉소적인 반응에 부닥치고 있다. 지역 차원에서나 국내 상황으로나 한계가 뚜렷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세안 회원국들의 정치체제는 다양하다. 미얀마는 군부독재, 베트남과 라오스는 일당지배체제, 브루나이는 술탄왕정체제이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민주주의 형식을 갖추었지만 정치적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되고 있다. 필리핀 민주주의는 최근에 나아지고 있지만 태국의 민주주의는 퇴행하였다. 따라서 일부 회원국들은 아세안의 인권체계를 강화하려는 인도네시아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을 수 있고 심지어 부당한 간섭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가 동남아 최고의 민주주의 수준을 자랑한다 하더라도, 군인들이 파푸아 섬의 민간인들을 고문하여 국제적인 지탄을 받은 최근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내부적으로 심각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가해자들이 엄벌에 처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가 강도 높은 인권기준을 제시할 수 없고 회원국이 인권선언을 위배하더라도 처벌보다는 설득이라는 외교적 방식을 취할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한 근거를 지닌다. 그러나 관찰자든 실천가든 공히 흥미진진한 점은 정부 정책과 관료적 언술이 만드는 기회구조에 관한 것이다.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정치적 약속과 실제의 차이는 비판적 개입의 여지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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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카르타의 아세안 사무국 -


동남아 민주주의의 기수 인도네시아가 역내 인권신장을 향한 깃발을 올렸다. 아세안의 지도적 중심국가로서 ‘아세안시민권’을 만들어보겠다는 창대한 기획과 책임 있는 자세에 대해 진심으로 지지와 박수를 보내주자. 그리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열심히 관찰하자. 무엇보다도 이런 호기를 이용하여 아세안 운영이나 회원국의 인권문제에 관한 요구와 해법을 적극적으로 제안하자. 동남아 이웃나라들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염려하는 이들에게 약속과 실제의 차이를 기회로 활용하는 실천적 지혜가 각별히 필요하다 하겠다. 올 해는 아시아 민주연대의 진전에 있어서 중요한 해로 기억될 것이니까.

전제성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 이 글은 서남포럼 뉴스레터(2011.02.10)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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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권의 날에 생각하는 달리트의 인권 
 
인권은 인간이기 때문에 누구나 갖게 되는 보편적이며 절대적으로 보호 받고 누릴 수 있는 권리다. 쉽게 말해, 사람다운 대접을 받을 권리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너무 많은 이웃들이 기본적인 사람대접을 못 받고 있다. 필자는 오늘(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민주주의 국가로 자주 거론되는 우리 이웃 국가, 곧 유엔 상임이사국이 될 인도의 많은 이들, 특히 흔히 불가촉 천민(접촉만 해도 오염이 된다고 믿어 이들과는 접촉도 하지 말라는 천민들)이라고 불리는 달리트들을 기억하고 싶다.
 
1950년에 제정된 인도의 헌법에 의하면, 다른 모든 인도인들과 마찬가지로 달리트들은 평등한 권리를 누리도록 법과 제도로 보호받고 있다. 1955년에는 불가촉 천민제 범죄법을 제정, 공포함으로써 달리트에 대한 불가촉 접촉의 여러 사회적, 문화적 행태의 차별행위를 범죄화했다. 또 1989년에는 이 달리트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 만행 등을 예방, 금지시키는 법안을 제정해 시행하고, 달리트들에 대한 차별적 특별 혜택(교육, 직업, 정치 대표권 등에 대한 특별 비례 대표권을 부여하는 정책) 등도 인도 정부는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세계 달리트 인권연대 네트워크’의 보고서를 보면, 매일 3명의 달리트들이 살해당하고 4채의 가옥이 불에 타고 최소한 3명의 달리트 여성들이 강간을 당한다. 또 인도만이 아니라 남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에서 비슷한 만행의 희생자가 되고 있는 달리트의 수가 2억 6천만 명이나 된다. 해당 국가들의 헌법과 여러 입법, 행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또 많은 국제 인권 조약들의 비준을 통한 범 국제적 보호 의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달리트들이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불가촉천민, 달리트의 현실
              
인도에서 가장 억압받는 사람들인 달리트들이 살고 있는 인도의 시골 마을의 현실이 우리에겐 낯설고 멀기만 느껴질 수 있다. 도시 문화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우리에게 토지 소유를 금지당해 역사적으로 농노로, 무지한 소작농, 농촌의 한 농업 노동자들로 일생을 마감하는 많은 달리트들의 이야기가 한 사극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들의 열악한 경제적 위치와 대대로 물려받은 극심한 빈곤 때문에 생계의 기본적 필요(결혼 비용, 교육비, 병원비)를 해결하지 못해 빚을 얻고, 그 빛과 산더미처럼 불어난 이자 때문에 대대로, 2, 3세대가 노예 상태의  노동자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슨 영화같이 들릴 수도 있다.
 
남아시아의 현실 가운데에서 계급, 신분과 성별, 계층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달리트 여성들에 대한 ‘사람’ 대접은 더 소설 같은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달리트이기 때문에, 빈곤의 가장 소외된 바닥 계층이기 때문에, 여성이기 때문에, 폭력과 성폭행, 비인간적 대우(나체 차림으로 마을을 돌게 해 그 사회에서 달리트 여성의 종속적 지위를 상기시키게 하는 처벌), 굴욕의 삶을 살아야만 하는 많은 달리트 여성들의 하루 하루의 삶이 2, 3중 차별의 희생자로, 또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달리트들에게 보복하는 전체 달리트 공동체의 가장 쉬운 희생양이 되고 있는 많은 남아시아 달리트 여성들의 현실은 우리에게 소설보다도 더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심지어 범죄자를 신고하러 간 경찰서에서까지 모욕과 폭행, 강간 등의 성폭행을 당하는 달리트 여성들에 대한 인권 침해는 가장 많이, 자주 방치되어온 대표적 인권 침해 사례들이다. 많은 경우에, 사법부는 달리트 여성을 보호하는 법률을 집행하는데 실패했고, 2006년 인도 국가범죄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달리트 여성의 학대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유죄 판결율은 단지 5.3%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매년 수천 명의 달리트 여성들이 데바다시 (Devadasi) 또는 조기니(Jogini) 라는 제도의 명목으로 매춘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 제도는 소위 카스트제도의 신성한, 종교적인 실천이란 이름으로 어린 달리트 여학생들을 강제로 착출, 힌두 사원에 소속된 공공 매춘부로 전락시켜 젊은 달리트 여성들의 체계적인 성적 학대와 착취를 강요하고 있다. 이는 달리트 여성들의 속박에 종교적으로 신성시하도록 강요된 매춘부 제도를 통해 달리트 여성들과 매춘을 묶어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우위를 시행하고자 하는 지배적인 카스트 계급에 의해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진압의 수단이기도 하다.
 
달리트인들의 저항을 막는 보복 만행

그런데 무엇보다 시급한 달리트들의 인권 과제는 그들에 대한 보복 만행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들의 권리를 행사하거나 학대와 착취 행위에 대해 저항하려고 할 때, 그들은 현 인도 사회의 계층 구조를 유지하고자 하는 높은 계급의 주민(high Caste)에 의해 매우 잔인하고 때로는 집단적이며 아주 적대적인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인도 곳곳에서 그들의 억압에 저항하는 달리트들이 늘어나면서, 달리트들에 대한 만행과 인권 침해도 같이 늘어가고 있다.

높은 계급의 주민(high Caste)들은 토지 이용, 시장 및 고용에 대한 기회 제공, 심지어는 식수에 대한 통제와 압력 등으로 달리트들이 사람대접 받기를 주장하지 못 하도록, 아니, 아예 꿈도 꾸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보복하고 있다. 모든 기회로부터 달리트들을 잘라 완전한 사회 보이콧을 하려 할 뿐 아니라 좀 더 나은 사람 대접을 요구하는 달리트들의 주장에 대해 살인, 갱 강간, 약탈과 방화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2008∼2009년 6개월 사이에 봄베이를 수도로 둔 마하라스트라 주에서만 많은 달리트 인권 운동가들이 죽어 가야만 했다.

택시 운전사로 넉넉지는 않지만 온 가족의 생계를 걱정없이 꾸리던 사헤브라오 존다일(Sahebrao Jondhale)씨는 달리트에게 어울리지 않는 택시 운전을 한다는 ‘죄목’으로 2008년 7월 16일에 자기 차안에서 억울하게 차와 함께 화재의 잿더미가 되어야 했고, 학력은 낮지만 뛰어난 달리트 공동체의 젊은 리더로 활발하게 활동한 결과 1995년 이후 고향 마을 인 잠케드(Jamkhed) 마을의 지역 자치회 회장으로 선출돼 활동하던 바반 미샬(Baban Mishal)씨는 그 지역 유지인 높은 신분의 카일라시 자다브(Kailash Jadhav)씨의 부정 부패사건을 폭로한 대가로 32살이 되던 2008년 7월 5일에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당했다. 카드키 갓 (Khadki Ghat) 마을에서 마을 이장으로 알하던 판두랑 와그마레(Pandurang Wagmare)씨가 그 군에서 일어나는 행정의 실태에 대해 높은 계급 사람들의 무능을 비판하다 그의 집과 다른 달리트들이 살고 있는 온 마을이 보복 방화의 희생이 되었는가 하면 자기들보다 높은 상류 계급의 젊은이들의 음란 발언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8살 된 소녀와 그의 언니는 2009년 1월 19일 동네 한 복판에서 구타와 성폭행을 당했다. 한 달리트 청소년은 그보다 상위 계급의 여학생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 해 2월 그보다 높은 계급 마을 사람들에게 무자비하게 살해당했다. 이런 사례들은 수없이 많다.
 
헌법과 수많은 입법 조치가 달리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지만, 사실 이러한 법률의 구현에 대한 정치적 의지 부족과 나약한 법 집행 실천 노력 때문에 이러한 달리트들에 대한 보복적 인권 침해는 거의 처벌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런 추세를 보면 이런 보복적 만행은 더 끔찍한 형태로 더 무자비하게 앞으로도 계속 증가될 전망이다.

달리트 인권해방을 위한 우리의 연대 과제
 
이러한 현실에 대해 어떤 이들은 달리트들의 인권 침해를 가능하게 만든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인도 사회의 아주 오래된 문화적, 종교적 전통이며, 태어나면서부터 되물림하는 이 불평등으로부터 해방할 수 있는 기회 제공조차 허락하지 않는 제도 속에서, 그리고 그 해방을 위해 노력하는 마음의 자유조차 방지하도록 만든 인도의 힌두 종교 전통 때문에 당장은 실현가능하지 않는 인권 과제라고 일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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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희망재단 제공

그렇게 우리 스스로 우리의 무관심과 무행동을 정당화 시키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민주국가인 인도가 유엔의 상임 이사국이 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왠지 인도는 가난한 개발 도상 국들의 이변을 대변해 줄, 그래서 그 국가들에서 살고 있는 가난한 많은 서민들에게 친근한 정부의 역할을 해 줄지도 모른다는 착각까지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자기 나라에 살고 있는 5명 중의 한 명인 달리트의 사람으로의 기본권, 살 권리도 보장해주지 않는 정부가 과연 우리 인류의 평화와 정의, 민주주의를 수호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
 
인도라는 대국이 가진 정치력, 잠재적 경제력, 시장의 가능성에 주눅들지 말고 우리 모두, 평등과 차별 금지의 보편적인 원칙에 따라 달리트들의 사람으로 살 권리 보호를 위한 기존 국제, 국내 모든 법적, 행정 조항의 이행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일 때이다. 유엔 상임 이사국의 자격을 논하기 전에 1억 7천만 명(거기에 약 4천만 명으로 추산되는 기독교와 이슬람 종교로 전향한 달리트들까지 포함하면 약 2억 1천만 명)의 달리트들에 대한 조직적인 권리 침해와 범죄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의 모색과 예방 및 정책 구현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그 정책 입안에는 역사적으로 체계적으로 부의 균등 분배에서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는 달리트 공동체들의 개발 및 고용에 대한 정책과 그들에 대한 역사적인 불공평을 완화, 수정하도록 설계된 구체적 인권 보장 정책이 필요하다. 기존의 국제 인권 원칙과 의무를 기반으로 하되 인도 사회에 적합한 ‘사회문화적 토양과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법과 제도, 그리고 그 사회 문화적 기초에 대한 인식을 기본으로 한 일반 및 특별 입법 보완 대책과 행정적 구현 및 정책 집행에 대한 구체적 실천대책이 중요하다.

한국 시민사회에서도 달리트 인권에 관심을 갖고 연대를 표하는 움직임들이 점차 늘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제13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자로 자노다얌(Janodayam)이라는 인도 달리트인권운동 단체가 선정되었다. 인도 첸나이 지역 오물청소 달리트를 대변하며 달리트 공동체 인권과 개발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이 단체는 그간의 노력의 결과, 손으로 오물을 처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며 달리트 아동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자노다얌의 사무총장인 예수마리안(Yesumarian)은 이날 상을 받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아마 그의 뇌리 속엔 그간 달리트 인권해방을 위해 힘 쏟았던 숱한 세월과 달리트공동체 사람들의 모습이 남아있었을 것이다. 그는 인도 사회조차 관심을 주지 않는 달리트 인권문제에 대해 한국인들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에 감동했으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이러한 국제적 연대와 지원 아래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더 힘을 얻고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초적 권리를 다시 찾기 위해 살아갈 것이라고 미래를 얘기했다.

우리 모두 무관심한 이웃이 아니라, 또 세계 인권의 날 하루 동안 보여주는 반짝 관심이 아닌, 강하게 남아프리카 아파르트헤이트 인종차별 투쟁 때 그랬던 것처럼 인도의 카스트 계급 차별 글로벌 투쟁에 참여하기 위해 함께 국제 사회를 촉구하며 지속적인 연대를 결의할 때다.
 

곽은경(이크미카 팍스 로마나 사무총장, Pax Romana ICMICA/MIIC)

* 인도 달리트인들을 위한 작은 실천하기(인도 달리트 어린이들이 차별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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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재단은 2000년에 광주인권상 시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제연대를 추진한지 10년 만에 국내에서 가장 포괄적인 국제연대 프로그램을 갖춘 단체가 되었다. 해마다 아시아 인권운동단체의 대표에게 상금과 함께 수여하는 광주인권상 뿐만 아니라, 아시아 인권단체들에게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국제인턴활동가를 장기간 받아들이고 또한 보내는가 하면, 아시아 활동가들을 초청하여 인권문제에 관한 단기연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5.18 피해자가족들을 모시고 아시아 인권단체들을 방문하고, 아시아와 국내의 인권운동가들과 학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대규모 토론회인 광주아시아포럼을 5월에 개최하는 등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규모의 측면에서 단연 국내 최고의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 물론 그 적실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필자는 그간의 국제연대가 양적인 성장과 실험의 과정이었고 이제 그렇게 10년이 흘렀으니 그 적실성을 따질 때가 되었다고 본다.
 
 
5.18의 국제적 의미는 무엇인가?

재단의 국제연대활동은 최근 한국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이 그러하듯이 아시아연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덕분에 상당수 아시아인권운동가들에게 5.18이란 시간과 광주라는 공간이 친숙해 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공감하는 5.18과 광주는 무엇인가? 그것은 국가폭력에 맞선 광주시민들의 용감한 저항과 시민정신, 그리고 아주 특별한 것으로 그 역사의식이다. 국가폭력의 잔혹성은 아시아의 도처에 서려있다. 폭력에 맞서는 결사항전도 각지에서 전개된 바 있다. 그리고 적지 않은 곳에서 그러한 용감한 저항은 민주화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국가폭력을 과거에 묻어두지 않고 진상을 조사하고 가해자들의 책임을 묻고 피해자들을 보상하고 나아가 기념하고 교육하는 ‘기억의 정치’를 지속시켜온 경우는 드물다.

광주를 찾은 아시아의 활동가들은 아르헨티나나 남아공까지 멀리가지 않아도 가까운 한국에서 5.18기념재단 사업과 같은 선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기쁨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국가폭력과 반폭력 항쟁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광주처럼 진실을 찾고 정의를 구현하고 그것을 기억하고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하곤 했다. 바로 그것이 5.18이라는 시간과 광주라는 공간이 이웃나라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분투하는 활동가들에게 매력적인 이유이다.

몇 년 전 5월에 광주를 찾을 때 톨게이트에 “민주주의와 인권의 도시, 광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란 용어가 5.18정신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맥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일반개념으로 넓혀가면서 5.18의 선명하고 구체적인 내포가 흐려져서는 안 될 것이다. ‘5.18 다운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국가폭력에 대한 항쟁, 폭력피해자들에 대한 연대, 그리고 (인도네시아 인권운동단체들의 구호로 표현하자면) “망각에 대한 저항”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국제연대도 5.18의 이러한 핵심을 잃지 않고 오히려 그 특수성이 더욱 빛을 발하는 방향의 연대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아시아의 인권운동가들이 한국 사회운동에 바라는 바는 각양각색이고 종종 추상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5.18과 관련된 희망사항은 하나의 구체적인 요구로 집약된다.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피해자보상, 기념사업으로 이어지는 국가폭력에 대한 진실과 정의의 추구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5.18기념재단의 국제연대는 아시아 각지의 역사 속에 가해진 국가폭력의 진상을 조사하고, 반폭력 시민저항행동의 역사를 발굴하며, 책임자처벌과 기념사업 추진의 방안을 공동 모색하는 연대활동을 핵심으로 삼자고 제안한다. 그것은 5.18의 근본성격에 기반을 두는 활동이어서 뿌리가 튼실한 동시에 아시아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들에 도전하는 옹골찬 기획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역사는 국가폭력에 의한 ‘학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묻어두고 앞으로 나아갈 것만을 재촉하는 ‘불처벌의 역사’를 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치부를 끈질기게 들추고 따지는 전위로서 5.18기념재단이 우뚝 서기를 바라며 그것이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에 광주가 기여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

국제연대를 통하여 우리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

오늘날 우리는 복잡한 이웃효과 속에서 살고 있다. 캄보디아의 국가폭력은 광주에 대한 국가폭력을 자극했을 것이고 필리핀의 민주화는 한국의 민주화가 임박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이웃한 아시아의 민주옹호세력들과 연대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연대를 기획하고 추진할 때 우리는 자칫 자민족중심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고 결과적으로 비현실적이고 비효과적인 국제연대활동을 낳을 수 있다.

한국의 민주화는 한국의 특수한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듯이 타국의 민주화는 그 나름의 맥락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활동가들은 일반적으로 이웃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지식이 부족하면 독특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리되면 적절한 연대의 매개를 찾을 수 없게 된다. 자민족중심주의는 역사적 단계에 맞지 않는 제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 민주화에 막 돌입한 나라에서 과제로 떠오르는 것은 어떻게 정당을 결성하고 선거를 치르고 의회를 구성하며 그 의회의 견제를 받는 새로운 민주국가를 여하히 건설할 것인가 인데, 그런 나라의 활동가들에게 의정감시를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를 논제로 꺼내면 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 활동가들은 근원적 갈등에 대한 감각이 결여되어 있다.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종교간, 종족간 갈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곤 하는 상황에 처해있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첨예한 인식을 결여하고 있다. 우리가 경험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민족중심주의에 빠지지 않는 국제연대를 모색할 방법은 무엇인가? 그 출발은 진지한 경청과 세련된 대화이다. 아시아로부터 인턴들이 파견되고 단기연수생이 방문하고 발표자들이 온다. 그들에게 듣고 배워야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우리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방식으로 함부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일반화는 과거 서양의 근대화 이론가들이나 작금의 신자유주의자들이 취하는 위험한 태도이다. ‘우리나라의 60-70년대랑 비슷하다’는 식의 생각과 발언도 금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의 길을 그대로 따를 것이고 우리는 그들의 미래에 관한 답을 갖고 있다는 착오적이고 오만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세련된 대화를 해야 한다. 세련된 대화란 겸손하고 느긋하게 예의를 지켜가며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곤경에 처한 지역에 대하여 배우고  열심히 길을 찾는 친구들을 얻고 국경을 초월하여 함께 맞서야 하는 과제를 간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국제연대활동을 추진하는데 배움이 없다면 효과도 적고 아깝다는 생각도 들게 될 것이다.

5.18을 근본정신으로 삼는 국제연대가 자선사업처럼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아시아 각국의 인권운동은 대체로 우리보다 국제연대의 역사가 길고 국제화도 앞서 있다. 그래서 세계 각지로부터 지원의 손길이 닿고 있다. 우리도 그들처럼 원조를 제공하는 것으로 족한가? 그러기에는 우리의 지원은 규모가 조촐하고 반면에 우리의 열망은 더 깊다. 그러므로 우리는 약간의 금품으로 큰 시혜를 준 것처럼 행동하거나 할 바를 다 한 것처럼 자족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국가폭력의 피해와 그에 맞선 줄기찬 저항의 경험을 그들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힘이고, 그것이 우리가 그들과 연대하는 이유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폭력피해자들, 그 가족들, 그들을 옹호하며 진실과 평화를 추구하는 아시아의 활동가들과 진정한 친구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국제연대로부터 얻고자 하는 보상이어야 한다.
 

전제성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이 글은 5.18재단에서 발행하는 잡지인 <주먹밥> 29호(2010년 가을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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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우선이다! G20대응민중행동」 출범 선언문


G20은 위기 해결에 실패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미국과 유럽의 패권 국가들은 발 빠르게 G20 정상회의를 만들어, ‘위기 해결자’를 자임하고 나섰다. 하지만 G20을 주도하는 미국을 위시한 G7 국가들은 신자유주의를 전 세계에 확산한 당사자들이라는 측면, 그리고 절대 다수의 저개발국가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참여가 배제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정당성과 대표성에 심각한 한계가 있다.   

지난 6월 토론토 G20정상회의는 G20의 근본적 한계와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위기를 불러일으킨 투기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인 은행세, 금융거래세 등 금융규제방안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투기자의 위험을 국가가 떠안으면서 발생한 재정위기를 핑계로 긴축정책을 ‘합의’하면서, 민중들에게 다시 한번 위기 비용을 전가한 것이다. 

이처럼 G20은 중요한 금융규제 의제들에 대해서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agree to disagree)하는 등 정치적 의지와 책임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서울정상회의의 새로운 의제로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제기한 것은 대단히 제한적인 것으로서 핵심을 비껴간 것이다. 진정한 ‘글로벌 금융안정’은 위기를 발생시킨 금융투기자본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지체 없이 합의하고 실천하는 길 뿐이다. 

G20은 일자리, 노동기본권, 환경, 개발에 관련한 모호한 공약을 내놓았지만 알맹이는 없고,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구조의 핵심적인 개혁을 회피하는 방편으로서 혹은 단순히 립 서비스 차원에서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진정한 문제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결론적으로 G20은 경제위기를 해결하겠다고 모였지만, 정작 중요한 신자유주의 정책 문제, 금융자본의 권력문제, 전 세계적인 불평등과 사회적 위기는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분의 대상이었던 IMF를 복권시켜 지난 30여 년 동안 세계를 지배한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G20 정상회의는 세계적인 경제․금융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보지 않으며, 오히려 위기 비용을 사회적으로 전가하는 처방을 내리고 있다.

경제위기 비용을 민중에게 전가하지 말라
문제를 발생시킨 당사자들이 경제위기의 책임을 져야 한다. 경제위기가 닥치자 각국은 대규모의 재정지출과 구제금융으로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은 민중의 호주머니에서 나왔고, 투기자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구제금융은 대부분 은행과 금융기관, 대기업을 살리는 데 사용되었다. 이들은 그동안 위험한 투기로 막대한 이득을 얻었지만 위기상황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고 각종 지원을 받았다.

최근 G20 정상들은 각국에서 재정적자 문제가 불거지자 이른바 ‘성장지향의 긴축과 구조조정’을 합의하였다. 지난 30여 년간 부자들과 기업에 대한 조세 삭감이 하나의 ‘글로벌 스탠더드’처럼 된 상황에서 긴축정책은 공기업 민영화․구조조정과 사회복지 지출의 일방적인 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을 반복하는 것이며, 가뜩이나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민중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유층과 자본가들에 대한 과감한 증세를 통하여 해결해야 한다.

전면적인 금융통제 실시하라
현재 위기를 불러온 금융기관의 겸업화에 기반하여 공룡으로 성장한 대형금융기관은 반드시 통제되어야 한다. 은행의 비은행업 업무를 전격적으로 통제하는 방식, 즉 겸업주의가 아니라 전업주의로의 근본적인 정책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금융탈규제를 추동하고 있는 개별 국가들의 규제완화 움직임은 물론이고 양자간 투자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FTA) 또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신용위험을 이전하는 금융상품, 조세도피처와 역외금융센터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통제와 과세가 이루어져야 한다.
 
금융자본의 투기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금융거래세를 도입해야 한다. 상품화가 일반적 관행이 된 세계 금융시장을 사회 공동체와 공존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금융거래세를 전 세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또한 거대 은행의 투기 활동을 억제하고, 은행의 부실이 사회로 전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세가 도입되어야 한다. 일시적 성격의 ‘금융안정분담금’을 징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기관의 이익에 대해 일정비율을 항시적으로 과세하는 ‘금융활동세’ 또한 도입되어야 한다.

은행세 및 금융거래세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금융소비자에게 그 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통제되어야 한다. 나아가 징수된 조세수입은 사회복지 및 민중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쓰여야 한다.

IMF 등 국제금융기구는 근본적으로 개혁되고 그 권력도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한다. G20에서 추진하고 있는 약간의 지분 조정은 근본적 개혁과 관련이 없다. 또한 구제금융을 빌미로 한 금융시장 개방, 관세철폐, 임금 및 연금 삭감, 공기업 민영화 등 획일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강요는 중단되어야 한다. 이제는 양질의 일자리, 사회복지 등 각국의 정책과 지역적 특성을 존중하고 사회적․생태적 기준에 적합한 새로운 합의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공정하고 대안적인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안정적이고 적절한 임금,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시민권이 완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결사한 노동조합의 활동과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이 예외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환경 정의의 관점에서 기후변화에 시급히 대응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전세계는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을 내용으로 하는 공유비전에 조속히 합의해야 한다. 또한 화석연료와 핵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은 철폐되어야 한다.

세계적 차원의 불평등과 빈곤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불평등 해소와 빈곤 퇴치를 위해서 남반구 외채는 즉각 탕감되어야 한다. 모든 인류가 인간의 기본적 욕구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최소한의 목표로 설정된 새천년개발목표(MDG)는 즉각 이행되어야 한다.

G20 서울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 정부는 ‘서울이니셔티브’의 하나로 빈곤과 개발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고자 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구상은 ‘경제 성장’의 측면만 강조하고, 상대국의 민주주의, 인권, 환경, 양성평등과 같은 가치를 전혀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개발과 경제성장이 동일시되어서는 안 된다.

G20은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WTO 도하개발의제(DDA) 협상 타결을 종용하면서, 현재의 자유무역질서를 지키려 하고 있다. 우리는 노동권, 시민권 등 보편적 권리가 보장되고, 환경적 기준이 지켜지며,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고, 지역·국민경제적 고려에 따른 정부 정책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대안적 무역체계를 요구한다. 

식량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고, 투기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초국적곡물기업은 규제되어야 한다. 또한 민중의 식량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기업농 체제는 생태적인 지역농업 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농업의 가치를 무시한 자유무역, 식량에 대한 투기는 중단되어야 한다.

세계 경제위기와 재정위기의 주요 원인의 하나가 과도한 군비지출과 부도덕한 전쟁이다.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그리고 보복과 갈등을 부르는 무기와 전쟁에 투자하지 말고 경제위기로부터 민중을 구하는데 사용해야 한다.

이명박대통령은 G20 정상회의를 빌미로 한 인권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G20 서울정상회의 의장국인 이명박 정부는 G20을 앞두고 환경미화를 빌미로 한 노점상과 노숙인 단속, 테러 방지라는 명목으로 이주노동자를 무차별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또한 10월 1일부터 발효되는 <G20 경호특별법>은 집회와 시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군대 동원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결사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G20정상회의 성공개최를 빌미삼아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노점상을 마치 거리청소하듯이 단속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존권과 시민권이 탄압받고 침해당하고 있다.

사람이 우선이다
세계경제가 미약하게나마 회복되는 듯이 보이지만 진정으로 위기가 극복된 것은 아니다. 남유럽 위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민간)금융부문의 부실은 (국가)재정 부실로 전이되면서, 위기의 규모와 폭이 확대되고 있다. 더욱 중요하게는 세계경제의 ‘미약한 회복’ 조차도 위기를 초래한 이들이 아닌 민중의 희생으로 그 비용이 지불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방법은 공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다. 또한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제거하고자 하는 노력과 실천은 무시되거나 지체되고 있다. 

G20 정상회의는 임기응변식 수선으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문제를 덮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한다. 진정한 위기 해결을 위한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민중을 중심에 두고, 이들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향에서 이들의 주체적 참여를 통해 설계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자면 기존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틀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지난 30여 년 동안 진행된 자본의 세계화, 빈곤의 세계화를 공정하고 대안적인 세계화로 전환시켜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자본의 권력에서 벗어난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세계 사회운동의 연대를 통해 공정하고 생태적인 사회를 향해 나아가자.

2010. 9. 15

사람이 우선이다! G20대응민중행동


615공동선언실천청년학생연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21세기코리아연구소,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금융규제 강화와 투기자본 과세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상상연구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새세상연구소,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투기자본감시센터),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기본소득네트워크, 나눔문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노동인권회관, 노동자전선, 노점노동연대(준), 녹색연합, 농민약국, 다함께, 대학생대안포럼, 대학생사람연대,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민족화합운동연합(사), 민주노동당,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 반전평화연대, 백범정신실천겨레연합, 불교평화연대, 빈곤사회연대,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에너지시민회의, 에너지정의행동, 에너지정치센터,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우리민족련방제통일추진회의, 이윤보다인간을, 이주노동자인권지킴이,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사), 전국빈민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전국학생행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 한국위원회(GCAP-Korea), 진보신당, 진보전략회의, 참여연대, 통일광장, 투기자본감시센터, 평화재향군인회, 한국가톨릭농민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단체협의회, 한국투명성기구, 한민족생활문화연구회, 학술단체협의회, 환경연대회의,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G20반대대학생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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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프레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먹으면서 들으셔도 돼요. 저는 밥 굶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온 사람답게 강의 시작 전부터 청중들의 밥 먹을 권리부터 챙긴다. “인권은 다양한 차원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인권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강의 보따리를 풀며 2시간 반 동안 다각도로 아시아인권에 대해 접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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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참여연대 아시아강좌 강연자 이성훈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

<주요 강의 내용> 

아시아의 어원부터 서구 중심적 시각 투영돼…
‘아시아’란 단어는 서양의 눈으로부터 비롯된다. 아시아는 아시리아와 어원이 같다. 그리스 사람들이 동쪽을 볼 때 그 쪽에서 해가 떠 ‘아시리아’란 이름을 붙였다. 서양의 눈을 통해 아시아의 정체성이 규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차이나의 경우 인도와 중국이 합쳐진 말이다. 서구 사람들이 보기에 중국과도 비슷하고 인도와도 비슷해 ‘인도차이나’라 불렀던 것이다. 아시아의 경우 유럽이나 다른나라와 다르게 각기 다른 문화와 역사를 지닌다. 딱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식민지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의식이 많고 정체성이 서구에 의해 왜곡되었다.

엘리트들이 말하는 ‘아시아 가치’
‘아시아가치’는 서구민주주의와 아시아민주주의가 다르다고 인식한다. 아시아는 보통 식민지 경험이 많으므로 다양한 시민의 참여보다 소수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유형으로 나아가자는 것이 ‘아시아가치’이다. 이것은 주로 엘리트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요즘 아시아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주로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아시아가치에 대한 대표적인 논쟁이  Lee Kuan Yew와 김대중 전 대통령 사이에 있었던 논쟁이다. Lee Kuan Yew는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민주주의를 배우는게 훨씬 낫다고 주장했던 반면 김대중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같이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당시에 나온 것이 바로 ‘아시아가치’다.

박정희 모델을 보는 다른 시각 가져
대학에 다닐 때 말레이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갑자기 없어졌다. 그 이유를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러했다. 80년대 초반까지 말레이시아는 나라를 근대화 시키려고 했는데 이 때 박정희 모델을 많이 생각했다. 그래서 유학생들을 한국에 많이 보냈다. 그런데 87년 이후 유학생들을 다시 돌아오게 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민주화 항쟁으로 뜨거웠고 그것에 물들까봐 우려했던 것이다. 유학생들은 싱가포르로 보내졌다.

88년에 홍콩에 첫 직장 얻어서 갔고, 그 이후도 계속 해외에 많이 갔다. 86년 피플파워 당시 핀리핀에 있었는데 그 때 특이한 경험을 했다. 당시 학생들이 반미 이야기를 실컷 하고, 코카콜라를 마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박정희대통령을 굉장히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얘기인즉슨 마르코스는 나라를 말아먹었는데 박정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나라가 필리핀만이 아니었다. 이 때 박정희정권에 대해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이것은 87년 말레이시아 학생들이 한국에 왔다가 안돌아온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50년 대 이후 경제 발전을 시작했다. 다른 아시아국가도 마찬가지였고 그 중 우리나라보다 더 발전된 나라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이들 중 대부분의 나라가 아직까지 가난하고,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이 둘 다를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은 이뤘다. 그래서 밖에서 먹혀들었던 것이다. 5·60년대 핀리핀, 미얀마, 스리랑카는 굉장히 잘 나갔다. 하지만 독재를 겪고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은 똑같이 독재를 겪고도 발전했다. 이런 상황들을 생각해보니 그들이 우리나라를 훨씬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싱가포르 민주주의 모델, 한국적 민주주의모델
민주주의 발전 모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경제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더 잘산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데 표현하고 나면 자유가 없어진다. 규제를 받는 것이다. 이 나라는 벌금이 아주 많다는 것이 이를 반영한다. 싱가포르에는 PSP, WP, SDP 이렇게 세 가지 정당이 있다. 그들의 별명은 각기 pay and pay(PAP), why pay(WP), so don't pay(SDP)다. 예전처럼 물리적으로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 제약을 가한다. 자본주의 방식이다. 이것을 지금의 한국이 배우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의 경우는 시민사회 노하우가 아주 좋다. 그런데 너무 과잉됐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가 할 일을 시민사회가 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엄청 커지고, 관료화된 것이다. 좋든 싫든 국가와 시장은 전제된다. 이들을 대체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일본의 경우 시민단체들 간에 서로 잘 모른다. 이들은 전국단위의 시민단체가 없다. 하지만 밑바닥 현장으로 가면 어디가나 조직화되어있다. 시민단체의 개념자체가 다르다. 시민단체보다는 주민단체의 개념에 더 가깝다.  일본의 민주주의는 한국과 다르다. 이들은 전쟁에 져서 서구에서 이식된 것이고, 한국은 투쟁을 통해 쟁취한 것이다.

주요 관심모델은 한국과 싱가포르이다. 많은 아시아국들은 싱가포르모델을 선호한다. 통치자 입장에서 보면 싱가포르가 좋다. 하지만 이들은 표현의 자유가 한정되어 있다. 싱가포르는 학교 토론수업에서 제대로 이야기를 못한다. 한국모델의 경우 굉장히 복잡하고 시끌벅적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한국모델을 따라가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 이들 중 어떤 패러다임으로 갈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태국을 보면서 시민사회가 아주 취약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촛불집회 당시 이명박 퇴진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한국은 시민입장에서 선거의 룰은 지켜준다. 또한 국가의 입장에선 총을 들면 망한다는 인식이 있다. 한국 민주주의에는 기본적인 룰이 있다. 하지만 태국은 없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사태가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한국과 같이 룰이 지켜지는 것은 아시아 국가 사이에서는 거의 없다. 이같이 우리의 경험을 아시아의 경험과 잘 엮어서 생각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시민사회는 복합적으로 연결돼
우리는 너무 쉽게 시민사회에 대해 말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는 의미와 너무 다르다. 시민이 된다는 것은 국가를 넘어선다는 것, 국가주의를 넘어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외국여행을 했을 때 말은 안 통해도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과 개념은 없는데 한국사람인 사람 중 누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가. (후자 쪽이 시민사회의 의미가 더 짙다는 의미) 아시아 시민사회의 중층 구조다. ‘지역연대’를 말 할 때 이것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글로벌 리더십, 국내에서 일하고 나면 해외로 나가라
한국 시민사회의 과제는 우선 내재적 국제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를 밖에서 찾아다니지 말고 우리 안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결혼이주여성, 난민,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며 아시아를 만나라. 그리고 세계로 나가야 한다. 기업은 세계화가 굉장히 빠르다. 그 다음은 정부다. 그런데 시민사회는 아주 느리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분단이다. 그래도 빨리 탈피해야 한다.

국내에서 일하고 나면 해외로 나가라. 내가 지역(regional)시민단체에서 일할 때 인터뷰를 통해 사람을 선발한다. 그런데 인터뷰 보러 오는 사람 중에 한국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의 경우 시민사회의 사법감시체제가 아주 좋다. 그런데 그같은 좋은 점을 우쭐해 하는 데에서 그치고 그것을 국제적으로 내 보내려 하지 않는다. 국제사회로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한류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아시아 국가에 거의 번역되어 있다. 이것 역시 한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ODA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에서 ODA를 2배로 늘렸다. 이것을 현장에 가서 모니터해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난개발을 통해 오히려 인권을 침해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

인권은 모든 것을 수렴한다
인권은 다른 것과 달리 다양한 사회문제와의 상호 연관성 때문에 모든 것을 수렴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인권을 모르고서는 얘기가 안 된다. 인권은 모든 것에 기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서 인권에 대한 이해가 미약하다. 모든 것을 수렴하는 인권의 프레임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지 못한다.

올해 아세안 정부 간 인권기구가 만들어진다. 이것은 획기적인 사건이다. 국내에서 인권하면 정치적으로만 이해한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공식 헌장언어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인권기구가 만들어 졌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이다. 담론의 수준에서 더 이상 인권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식적인 모임의 언어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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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및 응답

Q ODA 의 전략적 활용에 대한 부분을 듣고 감동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적인 괴리가 있는듯하다. 어떻게 하면 ODA에 대해 시민단체가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A 이 정부의 ODA가 있으면 이것을 분배할 때 NGO를 통해 분배가 된다. 물론 ODA원조를 직접적으로 실행하는 단체들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얘기를 못한다. 하지만 받지 않는 시민단체에서는 많이 말한다. 한국정부가 ODA를 하는 목적은 자원외교와 기업외교를 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외교의 한 방편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외교의 목적에 인권이 들어간다.


Q 인권이라는 개념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하셨다. 나의 시각에서는 인권하면 정치적 자유 보장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 같다. 아세안에서 인권은 어떤 의미인가?

A 아세안에서는 인권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1967년 아세안이 만들어졌다. 2007년을 전후해서 아세안을 둘러싸고 세계화의 흐름이 일었다. 아세안이 하나로 뭉쳐서 FTA를 성사시키려 했으나 못 했다. 그 이유가 국제법적 지위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 인권 문제가 걸렸다. 그 당시 유럽에서는 국제법적 지위를 얻기 위해 자꾸 인권 관련 조항을 넣으라고 했고, 이에 FTA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권 조항을 넣은 것이다. 넣고 싶어서 넣은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넣은 것이다. 유럽연합에 들어가기 위해 사형제를 폐지해야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당시에 시민사회가 둘로 갈라졌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안의 인권개념에 대해 한 편 에서는 반세계화 단체는 이 자체를 부정했고, 다른 한 편에서는 어쨌든 인권이 들어갔으니 그걸로 뭐든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입장이었다. 아세안에서 생각하는 인권이라는 것은 유럽에서 말하는 인권을 갖다 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것이 있다면 ‘인권’이란 단어가 공식적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인권’이란 단어 안에 진보성이 있는 것이다.


작성: 김지나(아시아강좌 수강자)


네번째 아시아 강좌는
국제개발협력, 아시아의 눈으로 바라보기 입니다.
현지에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다년간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신 송진호 YMCA 기획실장을 모시고 아시아의 눈으로 바라본 개발협력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개별 강좌 참여가 가능하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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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5/19~5/20 동안 광주 518기념재단이 주관하는 아시아 포럼에서 국제워크숍 <아시아민주주의: 공고화인가 혹은 위기인가>를 100명의 국내외 활동가들을 모아 진행했습니다. 이번 후기는 5월 20일 있었던 워크숍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광주아시아포럼 주요 내용 요약]


아시아민주주의: 공고화인가 혹은 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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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2의 발제자인 Ms.Joy Chavez, Mr.Henri Tiphagne, Mr.Sinapan Samydorai(왼쪽부터)


세션 2 지역과 국제 차원에서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아시아 시민사회의 활동
사회: Mr. Adilur Rahman Khan, Secretary, Odhikar 창립자

[발제]
아세안과 시민사회의 대응) 아세안과 인권 ASEAN and Human Rights
Mr. Sinapan Samydorai, SAPA WG on ASEAN
동남아시아의 인권문제와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아세안헌장으로 인권표준을 설정하고 아세안 정부간 인권위원회라는 인권기구를 통해 인권증진에 초점을 맞추어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남아시아 지역협력연합과 개발협력
Mr. Henri Tiphagne, Executive Director, People’s Watch 상임이사
네팔,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파키스탄,스리랑카와 같은 국가들은 많은 부분에 있어 지역적 협력(regional cooperation)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사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에서는 개발과 민주화를 위해 지역 시민사회 수준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미쳤었다.

지구적 경제위기가 아시아의 민주주의에 미친 영향
Ms. Joy Chavez, Senior Research Associate, Focus on the Global South, 조정관
97년 경제위기가 아시아지역에 있은 이후 국제기구를 통해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실현은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한 기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토론]
• 지역기구에서의 시민사회의 역할
Mr. Yap Swee Seng, FORUM-ASIA 사무처장
남아시아에서는 시민사회 연대의 특별한 경험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의 경우, 국가의 영역을 넘어 전 시민사회 차원에서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경험이 지역적 차원에서 스필오버(spill-over) 효과로 번저 나가길 기대한다. 광주와 타이완의 민주화 경험도 마찬가지로 번저나갈 수 있을 것이다.

• 글로벌 시대의 시민 사회의 도전
Mr. Kinhide Mushakoji, ARENA 멤버
민주주의를 이야기 할 때, 한 국가의 국민이나 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국가적 제도주의를 넘어서는 글로벌 시대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신제도주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지구화된 시장경제와 최근의 지구적인 경제위기, 이민자들의 이동과 착취받는 이민자들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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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3 행정부 감시, 사법부 감시, 입법부 감시 발제 모습(왼쪽부터)


세션 3. 국내에서의 민주주의 신장을 위한 아시아 시민 사회의 노력 – 분과 토론

[행정부 감시]
국가 수준에서 민주주의를 신장시키는 아시아 시민사회의 경험: 방글라데시 사례 연구
Mr. Adilur Rahman Khan, Secretary, Odhikar
방글라데시는 1991년 이후로 민주적인 정부 형태와 문화를 유지하는데 거듭 실패해왔다. 그러나 식민해방 이후 방글라데시 국민들이 벌여온 투쟁을 감안할 때 정치는 이들 국민의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행정부가 사법부에 가하는 정치 이용과 언론기관 장악은 민주주의를 신장시키기 위해 방글라데시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민주주의를 의미있게 하기: 행정부 통제-인도네시아에서 얻는 교훈
Mr. Danang Widoyoko, Coordinator, Indonesian Corruption Watch
인도네시아는 광범위한 부패가 큰 문제이다. 선거자금, 정부예산과 입찰, 카르텔화 된 정치구조등은 부패의 뿌리이자 원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당정치는 당원헌금과 같은 자금자족의 전통을 세우는데 실패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부패.사기 사건에 대한 탐사보고와 공공서비스 분야에 대한 감시를 해왔다.


[사법부 감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이라는 노정
한상희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건국대 법대 
1994년 설립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이라는 방향을 설정하고 일상적인 권력감시활동으로서 모니터링을 하고, 사법제도개혁 논의기구에 참여하였다. 또한 검찰개혁운동과 부패 및 권력남용 법조인에 대한 고발운동을 진행해 왔다.


[입법부 감시]
참여연대 의정감시운동 소개
이지현 팀장,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국회운영 및 의원감시활동, 국회의원 총선거에서의 낙천낙선운동, 그리고 정치개혁입법을 위한 운동으로 정치자금법.국회법.공직선거법.정당법 등 정치제도 개혁운동, 선거 시기 유권자 운동을 진행해 왔다. 정치개혁을 위해 정치인들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둔 낡은 정치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증거에 기초한 사회적 감사(監査)의 강화
Charas Suwanwela 교수, 태국 출라롱콘 대학
최근 태국에서는 공공정책과 부패, 권력남용을 감시하는 사회단체와 시민단체가 늘어가고 있다. 특히 부패에 대한 사회적 감사가 성공적이었던 4가지 사례는 <모기박멸 약제 건, 끌롱 단 하수처리장 건, 의약품 및 의료장비 구매 건, 도로교통 뇌물 건>등이 있다. 앞으로 사회적 감사의 강화를 위해서 정치중립성을 지향하고, 자료공개에 대한 법적 보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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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션 4에서의 분과보고 발표



세션 4 국내에서의 민주주의 신장을 위한 아시아 시민 사회의 노력
사회: 남부원,  광주 YMCA 사무총장

[각 분과보고]
최경희, 한국 동남아연구소 연구원
한 국가가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사회 내에서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세력이 얼마나 존재하는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민주주의는 다층위로 진행되는 것이므로, 동남아 상층부는 얼마나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며 동시에 동남아는 대중적 민주주의를 집행하는데 취약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Loh Kok Wah Francis, ARENA
아시아 민주주의에 있어서 시민중심의 정치, 지속가능한 민주주의의 발전, 헌법은 중요한 개념이다. 또한 정부에 대해 투명성, 책임성을 물을 수 있는 시민의 행동이 필요하며, 다면적 컨트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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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5에서의 공동사회를 맡은 Mr. Yap Swee Seng과 이태호협동사무처장




세션 5 전략 및 향후 계획 논의

Mr. Yap Swee Seng, FORUM-ASIA
우리는 어떻게 아시아 지역의 민주주의를 위해 서로에게 지지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민사회의 발판을 통해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또한 동시에 지역사회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때론 안보와 민주주의가 충돌하고, 삼권에 대해서는 책임성을 묻기 어려운 현실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고, 부패와 투명성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제도와 의사소통이 필요하다.외부에서 도입된 제도가 우리의 공동체에 유효한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제도들이 연관성을 가지고 조화롭게 발전하도록 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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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경우에도 유혈진압은 정당화 될 수 없다

3주가 넘도록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어 온 태국에서 급기야 유혈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4월 11일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로 최소 21명이 사망하고 870여 명이 부상당했다. 태국정부는 자신들이 발포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일촉즉발의 긴장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음에도 군대를 시위대 해산에 동원하여 유혈사태가 발생한 것은 명백히 태국정부의 책임이다.

태국 정부는 조속히 유혈사태의 책임소재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책임자를 규정에 따라 처벌함으로써 유사 사태의 재발방지책을 강구해야 한다.

레드셔츠로 대변되는 친탁신 시위대와 옐로셔츠로 대비되는 반탁신 세력간의 충돌은 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에 큰 도전과 시련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는' 부패한 재벌 정치인의 포퓰리즘 정책에 선동된 일부시위대의 난동'이라는 기사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오랜 세월 소외되었던 태국 민중의 정치경제적 현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태국 정치 역사에서 대다수 사회적 약자와 민중은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었고 기득권 세력 간의 다툼에서 동원되고 희생되어 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어떠한 정치적 명분도 군부의 무력 개입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력은 또 다른 형태의 무력을 불러올 뿐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와 원칙에 입각한 대화와 토론, 자유롭고 공정하고 선거, 그리고 권력 분산과 법치에 입각한 민주적 가버넌스가 더디더라도 문제해결의 올바른 접근임을 강조한다.무력에 의지한 권력 획득과 유지는 태국의 민주주의를 과거로 돌리는 처사이며 그동안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부정하는 조치이다.

올해로 광주 민주화항쟁 3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시민사회는 이번 태국 사태를 바라보며 충격과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도시 한복판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광주의 아픔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 유혈사태를 통해 민주화는 아시아에서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과정이며 아시아 시민사회 공동의 과제임을 다시 확인한다.

이를 계기로 한국시민사회단체와 시민은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연대에 나설 것이며 아울러 태국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태국정부는 유혈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하나, 태국정부는 시위진압에 군대 동원을 금지하고 군대의 정치개입을 금지하라

하나, 언론의 자유롭고 안전한 취재를 보장하고 인터넷 검열을 해제하라

하나, 민의가 제대로 전달되고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라

2010년 4월 14일

군인권센터, 대구참여연대, 민주노동자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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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특별보고관 관련 동아일보 사설 유감

한국의 인권사회단체들과 아시아인권단체인 포럼아시아의 노력 끝에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이 방한했다. 그의 방한은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사이버상의 표현의 자유 문제를 논하는 국제심포지엄과 한국의 인권상황에 관한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유엔 특별보고관 초청 행사를 시작하는 날 동아일보는 특별보고관이 법부무와의 면담은 거절하고 좌파단체들만 만난다면서 한국인권상황이 왜곡되어 전달될 것을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관계는 유엔 특별보고관이 법무부 면담을 거절한 게 아니라 법무부가 면담에 참석이 어렵다고 알려왔으며, 15일에는 외교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측과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주최 측은 이 같은 사실관계를 밝히고 동아, 조선일보의 정정보도 요구했지만 다음 날 동아일보는 팩트부터 틀린 자신들의 기사를 바탕으로 사설을 썼다. 사설제목은 ‘유엔 표현자유 특별보고관과 자유 대한민국의 명예’이다.

관련기사 유엔 특별보고관 초청행사 취지 왜곡하는 동아, 조선일보

사실왜곡도 마다하지 않는 태도도 놀랍지만 사설내용의 수준은 더 놀라울 정도로 저열했다. 요즘 인터넷 여기저기 떠돌면서 오로지 진보개혁 진영에 대한 비난과 저주 퍼붓기에 열올리는 매체들 수준과 견줄만 했다.

동아일보는 심포지엄과 워크샵에 참석할 예정인 단체나 ‘미네르바’ 박대성 씨까지 싸잡아 ‘좌파 이념에 입각해 민주질서를 흔드는 불법·폭력 집회를 주도하거나 옹호한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후퇴 사례를 지적할 이들을 ‘우리 국민의 명예와 자존심을 추락시키는 반(反)국민 집단’이라고까지 했다. 따라서 ‘(특별보고관)이 과격 좌파의 말만 듣고 표현의 자유에 관한 실상을 왜곡한다면 대한민국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는 것이다.

사설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에 저항하는 이들은 국민도 아니고, 무력행사로 제압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자신이 발 딛고 살고 있는 이 나라를 진정 걱정하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을 터인데, 정부를 비판해서도, 좌파이념을 가져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불법 폭력집회를 일삼는 집단일 뿐이고 척결의 대상일 뿐이다. 표현의 자유는 더 제약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인권의 후퇴를 지적하면 국가와 국민의 명예와 자긍심을 훼손하는 집단이라는 논리다.

놀랍고 섬뜩하다. 이것은 우파이념도, 자유민주주의 이념도 아니다. 보수의 논리도 아니다. 정말 동아일보가 소위 메이저 언론사의 자긍심이 있다면 이런 수준의 사설에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인권상황? 무슨 문제가 있나, 이런 문제제기 하는 사람은 반체제, 반정부 인사다, 이들의 말만 듣고 인권상황을 왜곡하지 마라, 이들의 행위는 조국의 명예와 자존심을 추락시키는 행위이다. 어디서 많을 들어봄직한 말이다. 동아일보는 특별보고관이 가야할 곳은 ‘인권지옥 북한 땅’이라고 했는데, 사설에서 동원된 논리들은 바로 북한이 외부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응하는 반박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적대적 쌍생. 정말 극과 극은 통한다.

유엔 특별보고관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악의적인 왜곡보고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덕분에 그도 이들 언론의 실상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동아일보가 그리도 우려하던 ‘자유 대한민국의 명예’도 실추되었다.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동아일보의 허위, 왜곡보도에 의해서이다.


박정은 (참여연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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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특별보고관의 법무부 면담 거절 보도 사실과 달라,  동아, 조선일보 정정보도 해야
15일(목) 유엔 특별보고관, 외교부와 국가인권위 면담 및 기자간담회 예정
 
 
국내 인권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국제인권네트워크, 국제인권단체인 포럼아시아, 그리고 학술기관인 고려대 글로벌 리걸 클리닉이 공동주최하는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 초청 국제심포지엄과 관련하여 오늘자(13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내용은 사실과 달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고 두 언론사의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바 입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프랑크 라 루(Frank La Rue)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이 방한하는 동안 ‘좌파단체’하고만 면담을 하고, 법무부와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을 주최하는 단체들은 법무부가 특별보고관과의 면담을 요청하여 일정을 조정해 왔으나, 어제(12일) 법무부 측이 15일(목)로 예정되어 있는 특별보고관과 정부관계자와의 면담에 참석할 수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즉 특별보고관 측이 법무부의 면담 요청을 거절한 것이 아니라 법무부가 특별보고관과의 면담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통보한 것이 정확한 사실 관계입니다. 프랑크 라 루 특별보고관은 15일(목) 오전 외교통상부, 국가인권위원회 등과 면담할 예정입니다.

또한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사이버상 의사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한국뿐만 아니라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아시아 지역의 실태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공동의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두 언론사가 유엔 특별보고관이 ‘좌파단체’들만 접촉하고 법무부 면담은 거절했다고 보도하고, ‘“한국 인권상황 왜곡전달” 우려’, ‘“좌파단체들만 면담, 한국 인권상황 왜곡 우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행사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동아일보  “한국 인권상황 왜곡전달” 우려
조선일보  “좌파단체들만 면담… 한국 인권상황 왜곡 우려"


한편 프랑크 라 루 특별보고관이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활동을 소개하고 이번 방한 기간 동안의 소회를 밝히는 기자간담회가 오는 15일(목) 10시 30분 대한상공회의소 1층 회의실에서 있을 예정임을 밝혀둡니다. 15일(목) 간담회에 많은 관심과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국제인권네트워크

(공감, 국제민주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유엔인권정책센터)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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