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2일과 13일 방글라데시에 있는 한국기업 영원무역을 중심으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방글라데시 당국의 과잉진압으로 4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당한 사건은 한국언론에서도 많이 보도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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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여성 노동운동지도자인 미수(Moshrefa Mishu)씨는 지난 12월 14일 방글라데시 당국에 의해 영장도 없이 연행되어 지금까지 구금되어 있습니다. 미수 씨는 기관지 천식까지 앓고 있는데 방글라데시 당국이 치료를 거부하고 있어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특히 미수씨가 12일과 13일에 있었던 대규모 시위를  배후조종했다는 혐의를 방글라데시 당국이 조작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수씨에 대한 방글라데시 정부의 탄압은 방글라데시 의류산업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미수씨의 변호인측이 신청한 보석결정이 1월 27일에 있을 예정입니다. 국제엠네스티와 아시아인권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미수씨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미수씨가 겪고 있는 고통을 알리기 위해 한국시민사회단체들은 미수씨의 석방을 요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방글라데시 대사관 앞에서 개최하였습니다.


일시: 2011년 1월 26일 수요일 오전 11시
장소: 방글라데시 대사관
사회: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차장
순서: 1)경과보고: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차장
        2)연대사: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 한국위원회 장창원 목사, 다함께 이정원 활동가
        3)기자회견문 낭독: 민주노총 황수영 통일위원장
        4)방글라데시 대사관에 영문 기자회견문 전달   

출처: http://www.srilankaguardian.org/2011/01/bangladesh-military-intelligence-behind.html)

 
                          

< 기자회견문>                      

방글라데시 정부는 미수씨를 즉각 석방하라!


2010년 12월 14일 새벽 1시경, 방글라데시 의류산업 노동자단결포럼(Garment Workers Unity Forum)의장인 미수(Moshrefa Mishu)씨가 방글라데시 당국에 의해 연행되었다. 미수씨의 증언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당국은 군정보기관이 중심이 되어 사찰활동을 해왔으며 체포 영장 없이 미수씨를 불법 연행하였다. 또한  천식을 앓고 있는 미수씨에게 필요한 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공을 거부하여 미수씨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으며 적절한 치료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방글라데시 당국은 20년 이상 방글라데시 섬유산업 노동자 조직 활동을 해온 미수씨의 활동을 추궁하면서 정부에 협조할 것을 회유하고 협조하지 않는다면 살해당할 수도 있다는 협박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명백한 방글라데시의 당국의 자의적 구금이자 미수씨의 생명을 위협하는 고문행위이며 방글라데시 노동운동에 대한 비이성적 탄압이다.
 
우리가 미수씨의 인권침해에 주목하는 것은 지난 12월 12일과 13일에 방글라데시 최대 의류업체인 한국의 영원무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대규모 시위사태와 미수씨의 인권침해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에도 보도된 것처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와 영원무역 공장이 소재한 치타공의 수출자유지대를 중심으로 수천명의 시위대가 최저임금 인상 및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방글라데시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을 동원한 과잉진압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4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의류수출산업이 방글라데시 전체 수출액의 80%를 차지하고 그 의류산업의 중심에 영원무역을 비롯한 한국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에서 이 사태에 대한 한국 업체들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된 바 있다.

우리는 방글라데시 당국에 엄중히 경고한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미수씨를 불법으로 구금하고 적절한 치료제공을 거부한 것은 매우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행동이며 국제인권조약위반행위로 마땅히 비난받아야 하는 행위이다. 또한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 노동운동 지도자와 노동자들을 구금하고 탄압하는 구시대적 작태 역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결국 방글라데시 정부의 이러한 탄압은 자국 노동자들에게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여 해외자본의 진출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비난과 자국 노동자의 인권은 무시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방글라데시를 비롯하여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경제자유구역 혹은 수출자유지대로 대변되는 이러한 반인권적 자본유치 경쟁은 노동자•민중의 삶을 더욱 도탄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미수씨가 겪고 있는 고통이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함께 연대해나갈 것이다.
 
특히, 우리는 한국정부와 기업에 미수씨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저임금과 정부의 반노동정책을 이유로 방글라데시에 대거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조성하고 있는 직접적인 당사자들이다. 영원무역은 자사 공장에서부터 발생한 대규모 시위사태에 대해 외부세력의 개입이라 주장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지만 영원무역이 치타공 수출자유지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면 영원무역이 왜 책임을 져야하는 지 명확해진다. 수출자유지대 노동자들은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수출자유지대 당국이 임금협상과 채용 및 해고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득을 얻고 있는 한국기업들이 그 이득으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한단 말인가? 한국기업들이 방글라데시 정부의 인권침해를 통해 이득을 보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따라서 미수씨의 불법구금 및 고문에 한국기업들도 책임을 져야함은 분명하다.

한국정부 역시 저임금 및 열악한 노동조건을 이유로 방글라데시에 대해 투자할 것을 한국 업체들에 홍보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국제노동기준에 무지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의무이행에 별관심이 없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대규모 시위사태가 발생했다면 그 원인과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한국기업들이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에 연루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한국정부에 요구되는 역할이다. 특히 미수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방글라데시 정부에 촉구하는 것이야 말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지표인 “성숙한 세계국가”인 한국정부가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우리 한국의 시민사회와 노동운동은 미수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강력히 요구하며 미수씨의 석방뿐 아니라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정부의 탄압에 맞서 노동3권을 쟁취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해 나갈 것이다. 노동자는 하나이며 그 누구의 인권도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    

               
2010년 1월 26일

         
구속노동자후원회/국제민주연대/공익변호사그룹공감/다함께/로넬차크마나니(줌마난민)
민주노동자연대/사회진보연대/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인권연구소 창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 한국위원회/오산이주노동자센터/오산다솜교회
이주인권연대(경산이주노동자센터, 구미가톨릭근로자문화센터, 대전외국인노동자와함께하는모임, 부산외국인근로자선교회, (사)이주민과함께, 아시아의창, 아시아의친구들, 안산이주민센터,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외국인노동자인권복지회, 천안모이세, 대전모이세, 천주교의정부교구 사회사목국이주센터 EXODUS(경기동부),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참여연대/한국노동네트웍크협의회


 * 방글라데시 의류산업 노동운동 지도자 석방 관련 기자회견 자료
(영문)




(국문)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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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재단은 2000년에 광주인권상 시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제연대를 추진한지 10년 만에 국내에서 가장 포괄적인 국제연대 프로그램을 갖춘 단체가 되었다. 해마다 아시아 인권운동단체의 대표에게 상금과 함께 수여하는 광주인권상 뿐만 아니라, 아시아 인권단체들에게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국제인턴활동가를 장기간 받아들이고 또한 보내는가 하면, 아시아 활동가들을 초청하여 인권문제에 관한 단기연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5.18 피해자가족들을 모시고 아시아 인권단체들을 방문하고, 아시아와 국내의 인권운동가들과 학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대규모 토론회인 광주아시아포럼을 5월에 개최하는 등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규모의 측면에서 단연 국내 최고의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 물론 그 적실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필자는 그간의 국제연대가 양적인 성장과 실험의 과정이었고 이제 그렇게 10년이 흘렀으니 그 적실성을 따질 때가 되었다고 본다.
 
 
5.18의 국제적 의미는 무엇인가?

재단의 국제연대활동은 최근 한국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이 그러하듯이 아시아연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덕분에 상당수 아시아인권운동가들에게 5.18이란 시간과 광주라는 공간이 친숙해 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공감하는 5.18과 광주는 무엇인가? 그것은 국가폭력에 맞선 광주시민들의 용감한 저항과 시민정신, 그리고 아주 특별한 것으로 그 역사의식이다. 국가폭력의 잔혹성은 아시아의 도처에 서려있다. 폭력에 맞서는 결사항전도 각지에서 전개된 바 있다. 그리고 적지 않은 곳에서 그러한 용감한 저항은 민주화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국가폭력을 과거에 묻어두지 않고 진상을 조사하고 가해자들의 책임을 묻고 피해자들을 보상하고 나아가 기념하고 교육하는 ‘기억의 정치’를 지속시켜온 경우는 드물다.

광주를 찾은 아시아의 활동가들은 아르헨티나나 남아공까지 멀리가지 않아도 가까운 한국에서 5.18기념재단 사업과 같은 선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기쁨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국가폭력과 반폭력 항쟁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광주처럼 진실을 찾고 정의를 구현하고 그것을 기억하고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하곤 했다. 바로 그것이 5.18이라는 시간과 광주라는 공간이 이웃나라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분투하는 활동가들에게 매력적인 이유이다.

몇 년 전 5월에 광주를 찾을 때 톨게이트에 “민주주의와 인권의 도시, 광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란 용어가 5.18정신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맥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일반개념으로 넓혀가면서 5.18의 선명하고 구체적인 내포가 흐려져서는 안 될 것이다. ‘5.18 다운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국가폭력에 대한 항쟁, 폭력피해자들에 대한 연대, 그리고 (인도네시아 인권운동단체들의 구호로 표현하자면) “망각에 대한 저항”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국제연대도 5.18의 이러한 핵심을 잃지 않고 오히려 그 특수성이 더욱 빛을 발하는 방향의 연대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아시아의 인권운동가들이 한국 사회운동에 바라는 바는 각양각색이고 종종 추상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5.18과 관련된 희망사항은 하나의 구체적인 요구로 집약된다.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피해자보상, 기념사업으로 이어지는 국가폭력에 대한 진실과 정의의 추구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5.18기념재단의 국제연대는 아시아 각지의 역사 속에 가해진 국가폭력의 진상을 조사하고, 반폭력 시민저항행동의 역사를 발굴하며, 책임자처벌과 기념사업 추진의 방안을 공동 모색하는 연대활동을 핵심으로 삼자고 제안한다. 그것은 5.18의 근본성격에 기반을 두는 활동이어서 뿌리가 튼실한 동시에 아시아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들에 도전하는 옹골찬 기획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역사는 국가폭력에 의한 ‘학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묻어두고 앞으로 나아갈 것만을 재촉하는 ‘불처벌의 역사’를 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치부를 끈질기게 들추고 따지는 전위로서 5.18기념재단이 우뚝 서기를 바라며 그것이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에 광주가 기여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

국제연대를 통하여 우리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

오늘날 우리는 복잡한 이웃효과 속에서 살고 있다. 캄보디아의 국가폭력은 광주에 대한 국가폭력을 자극했을 것이고 필리핀의 민주화는 한국의 민주화가 임박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이웃한 아시아의 민주옹호세력들과 연대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연대를 기획하고 추진할 때 우리는 자칫 자민족중심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고 결과적으로 비현실적이고 비효과적인 국제연대활동을 낳을 수 있다.

한국의 민주화는 한국의 특수한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듯이 타국의 민주화는 그 나름의 맥락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활동가들은 일반적으로 이웃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지식이 부족하면 독특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리되면 적절한 연대의 매개를 찾을 수 없게 된다. 자민족중심주의는 역사적 단계에 맞지 않는 제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 민주화에 막 돌입한 나라에서 과제로 떠오르는 것은 어떻게 정당을 결성하고 선거를 치르고 의회를 구성하며 그 의회의 견제를 받는 새로운 민주국가를 여하히 건설할 것인가 인데, 그런 나라의 활동가들에게 의정감시를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를 논제로 꺼내면 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 활동가들은 근원적 갈등에 대한 감각이 결여되어 있다.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종교간, 종족간 갈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곤 하는 상황에 처해있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첨예한 인식을 결여하고 있다. 우리가 경험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민족중심주의에 빠지지 않는 국제연대를 모색할 방법은 무엇인가? 그 출발은 진지한 경청과 세련된 대화이다. 아시아로부터 인턴들이 파견되고 단기연수생이 방문하고 발표자들이 온다. 그들에게 듣고 배워야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우리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방식으로 함부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일반화는 과거 서양의 근대화 이론가들이나 작금의 신자유주의자들이 취하는 위험한 태도이다. ‘우리나라의 60-70년대랑 비슷하다’는 식의 생각과 발언도 금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의 길을 그대로 따를 것이고 우리는 그들의 미래에 관한 답을 갖고 있다는 착오적이고 오만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세련된 대화를 해야 한다. 세련된 대화란 겸손하고 느긋하게 예의를 지켜가며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곤경에 처한 지역에 대하여 배우고  열심히 길을 찾는 친구들을 얻고 국경을 초월하여 함께 맞서야 하는 과제를 간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국제연대활동을 추진하는데 배움이 없다면 효과도 적고 아깝다는 생각도 들게 될 것이다.

5.18을 근본정신으로 삼는 국제연대가 자선사업처럼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아시아 각국의 인권운동은 대체로 우리보다 국제연대의 역사가 길고 국제화도 앞서 있다. 그래서 세계 각지로부터 지원의 손길이 닿고 있다. 우리도 그들처럼 원조를 제공하는 것으로 족한가? 그러기에는 우리의 지원은 규모가 조촐하고 반면에 우리의 열망은 더 깊다. 그러므로 우리는 약간의 금품으로 큰 시혜를 준 것처럼 행동하거나 할 바를 다 한 것처럼 자족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국가폭력의 피해와 그에 맞선 줄기찬 저항의 경험을 그들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힘이고, 그것이 우리가 그들과 연대하는 이유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폭력피해자들, 그 가족들, 그들을 옹호하며 진실과 평화를 추구하는 아시아의 활동가들과 진정한 친구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국제연대로부터 얻고자 하는 보상이어야 한다.
 

전제성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이 글은 5.18재단에서 발행하는 잡지인 <주먹밥> 29호(2010년 가을호)에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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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공정여행 아시아의 희망의 끈이 되다


오늘로 아시아와 현장에서 관계맺아 온 강연자들을 만나는 참여연대 아시아 강좌가 마무리가 된다. 여전히 지구촌 시민으로서 아시아와 관계 맺는 방법과 시각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은 유효하다. 오늘 강연은 특히나 사람을 만나는 여행과 무역이다. 이를 통해 나는 아시아인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관계 맺는 자세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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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공정무역” …… 엄은희 ICOOP 생협연구소 연구원

“공정무역 상품은 운동성과 시장성 모두를 기반으로…”
한국사회에서 공정무역은 윤리적소비와 더 가깝다. 공정무역이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아동을 착취하지 않는 등 공정한 방식으로 만들어 진 물품을 사겠다는 것이다. 가치를 중심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공정무역은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지 않다. 영국의 경우 관행 제품들과 동일한 선반 위에 올라가 있다. 공정무역 상품은 운동성과 시장성 모두를 기반으로 한다. 현재 공정무역 상품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일련의 흐름들을 본격화 하고 있다. 유기농, 공정무역브랜드 등장 등이 예다.

“소규모 공정무역상품 생산자들의 탈각화”
최근 공정무역은 주류시장에 들어가고 있다. 상품이 공정무역 상품으로 지정받기 위해선 일정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규모 공정무역상품 생산자들이 탈각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과거에는 시민단체로서 물건을 사고팔았다면 이제는 이마트, 스타벅스 등과 같은 곳에서 공정무역 상품을 사고판다. 대규모 농장인 플랜테이션농장의 경우 그곳이 공정무역 인증을 받으면 주인은 농장 노동자들에게 노조설립을 약속을 해야 한다. 또한 순수하게 공공의 지역개발에 쓰라고 주는 돈인 ‘소셜프리미엄’을 노동자들에게 줘야 한다. 어쨌든 공정무역으로 지정되면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도와주어야 한다는 착각이 문제”
한국 공정무역은 2003년 아름다운 재단에서 시작했다. 2004에는 두레생협에서 핀리핀산 설탕을 가져와 판매했다. 우리나라 생협은 일본의 생협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2007년부터 는 공정무역이 많이 늘어났다. 작년, 각종 언론에서 공정무역에 대해 다루면서 공정무역 양 많아졌다. 일반적으로 아시아지역의 공정무역은 우리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보다 먼저 서양과 공정무역을 시작했고, 우리보다 좀 더 조직화 되어있다. 우리보다 더 노하우가 있다.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제1세계에서 만들어 낸 공정무역 담론들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공정무역은 실천의 영역”
공정무역은 아직까지 미미한 시장이다. 일반무역이 단순히 물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면 공정무역은 사람간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물품이 아닌 관계성을 기반으로 했을 때 아시아 안에서 많은 파트너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사회는 지금까지 정치적인 의제를 가지고 많이 싸웠는데 시장에 대해서는 이제는 관심이 높지 않다. 아시아 관계도 비슷하다. 공정무역으로 오가면 경제적 도움을 오가는 관계들이 형성될 수 있다. 즉 공정무역은 실천적인 영역이다.


#2. “여행 좋아하세요?” …… 임영신 평화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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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한 새로운 길”
여행을 통해 나를 새롭게 발견하고 새롭게 포지셔닝하며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된다는 느낌이 많다. 17살 때 같이 여행했던 친구가 20살 때 다시 나를 찾아와 진로에 대해 상담했다. 그 때 하나의 키워드를 잡고 여행을 하라고 조언했다. 그 아이는 20살을 키워드로 6개월간 여행을 했고, 아시아의 15명의 20살을 만나서 인터뷰했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답을 찾고 대학에 가서 공부했다. 이 친구는 세계라는 것이 평평하지 않고, 깊고 크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길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왜 사람들은 유럽을 가고 싶어 하는가”
나는 30살에 처음 여행을 했다. 2000년에 정신대 할머니들과 함께 여행하며 50년 전의 일이 어떻게 아직도 사람에게 상처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그 때 일본에 가서 충격을 받았다. 다양한 국적의 할머니들이 올라와서 증언을 하다가 혼절해서 앰뷸런스에 실려 갔다. 나는 왜 지금까지 일본이 그렇게 많은 나라들을 침략하고, 그들에게 우리와 같은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가 아는 정보들은 주로 서구가 만들어 낸 정보들이다. 특히 인터넷에 떠도는 여행의 자료들은 주로 여행사에서 올리는 것들이다. 사람들이 유럽을 가고 싶다, 미국을 가고 싶다 등의 말을 할 때 정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여행의 욕망 속에 유럽에 대한 선망, 아시아에 대한 천대가 있다.

“여행에 대한 다른 정의”
공정여행을 하면서 여행에 대한 다른 정의가 있음을 깨닫는다. 만나는 것, 누군가의 삶의 자리에 가 닿는 것, 나와 만나는 그 사람도 행복한 것. 사람의 여행도 사랑을 만나고, 공동체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스스로가 깜짝 놀랐던 게 현장에 나가면 나갈수록 수많은 아시아의 주체가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자신의 지역의 공동체를 세우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중요한 건 여행의 깊이”
분쟁지역에 다니는 여행을 주로 한다. 독일에서 강의를 초청받아 갔는데 2주 동안 가이드북을 들고 돌아다니게 됐다. 그런데 이상한 게 한국인들을 계속 만나게 되더라. 하지만 그 사람들이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도 사람을 만나는 여행은 하지 않았다. 이 때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지만 정보가 없기 때문에 다른 길을 가지 못하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가 성장하면 세상을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2007년에 단체를 만들어 정보를 나누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길이 될 수 있도록. 여행이란 얼마나 깊이 있게 그곳을 여행했는가,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났는가, 여행 이후에도 연대를 해 나가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나 많은 나라를 여행하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경험, 다른 여행을 하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미래가 변화할 수 있다.
 
“새로운 길을 함께 만드는 공정여행”
세계인구는 2배가 증가했고, 관광인구도 36배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1300만 명이 여행한다. 하지만 네팔 같은 나라들에서는 한 번도 여행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여행하고 있는 사람의 절반은 유럽여행이다. 여행하는 것을 제일 많이 하고 있는 곳도 여행을 통해 돈을 많이 버는 곳도 모두 유럽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경험이기도 하지만 정보다. 우리사회의 새로운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지구를 만든다면, 새로운 방식을 나누는 것을 통해서 다른 지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행에 희망이 있다면 새로운 길을 함께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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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1 여행은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는 측면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저소득 서민들이 볼 때는 지나친 의미부여가 아닌가. 공정여행 자체가 있는 사람들, 배운 사람들의 멋지게 포장된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가 공정무역이나 공정여행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야기 속에 사람이 살아있고, 삶이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행은 꼭 돈 많은 사람들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영역이 있다. 책을 좋아하면 책을 사고, 옷을 좋아하면 옷이 가치 있다. 요즘은 누구나 여행을 한다. 1300만 명의 사람들이 여행하고 있는데 그들의 여행이 어떻게 유의미하게 변해갈 것인가 고민한다. 분쟁지역의 현실과 진실을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글로벌 익스체인지’ 같은 단체가 있다. 여행이라는 것이 개인의 사치의 영역으로 둘 경우 거대 소용돌이를 방치할 수밖에 없다. 관광산업에 대한 메커니즘을 부실 수 있도록 공정여행을 해야 한다. 이야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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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2 저는 환경운동을 했는데 철새를 따라서 여행을 많이 했다. 대만, 훗카이도 같은 곳을 갔을 땐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철새들에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갔을 땐 그곳이 보존됐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났다. 새 한 마리를 쫒아 가도 이런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사회에서 공정여행문제가 많이 나오며 사회의 변화 움직임이 있는가.

나 같은 경우 이라크가 있다. 여전히 사람들과 연락을 하고 있다. 티벳에서 학살이 일어났을 때 시민사회가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다. 시민단체 자체가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때 여행자들 사이트에 들어가 같이 연대운동을 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들려준 자는 책임이 생긴다. 난민들을 만나 얘기를 들은 사람의 책임은 남다르다. 그런 것이 하나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작은 주제부터 글로벌 주제까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공정여행 얘기가 나온 건 불과 2~3년 얘기다. 물론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아주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정리: 김지나(아시아 강좌 수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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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의 경솔함을 보여주는 일들이 많았다. 미디어법 처리에 대한 헌재의 결정에 대한 태도가 그랬고, 루저소동이 그랬다. 판결문 어디에도 ‘유효’라고 적시도 하지 않았음에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헌재가 ‘유효결정’을 내렸다고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한 일부 언론과 정당들의 태도가 조금은 경솔했다. 미디어법 처리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무효 확인을 기각한 헌재의 태도를 삼권분립차원에서 해석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하여 ‘헌재놀이’를 시작한 네티즌들의 태도도 조금은 경솔했다. 처음부터 정치권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미디어법을 재논의하기 위한 공론장을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특히, 정치권 자신이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를 사법부에 떠넘겨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정치의 사법화’를 자제해야 한다는 자성을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진지한 대화와 성찰의 공론장
루저 소동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은 외모가 상품화되는 천박한 자본주의적 정신이 방송이라는 공공영역에 침투한 우리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임에 틀림이 없다. 우선 방송사와 제작자가 자성할 일이다. 그리고 루저라고 말한 여대생을 비난하고 사생활까지 까발린 일부 네티즌들도 분노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조금은 경솔했다. 위에서 지적한 두 가지 사건들은 모두 나와 생각이 다른 타인들에 대한 존중과 숙의熟議가 부족하여 문제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후 타인과 함께 살기 위한 진지한 대화와 성찰의 공론장을 필요로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사회에는 타인을 부정하는 경솔함도 있지만 그것에 대비되는 진지한 대화와 성찰 및 숙의의 시간도 함께 자라나고 있어 희망을 주고 있다. 단적인 예가 지난 2008년부터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과 한국의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국제위원회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개최해온 <아시아포럼>이다. 특히, 올해 11월 19일(목)에 열린 <2009연중기획 아시아포럼 : 종합토론>은 2008년과 마찬가지로 지난 1년 동안 <아시아포럼>에서 다뤄왔던 많은 주제와 토론 내용을 종합하고 정리하는 시공간으로 기획되었다. 이 포럼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난 2년 동안 <아시아포럼>에 꾸준히 참여하거나 관심을 갖고 사랑해주었던 많은 분들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자라나고 유지될 수 있었다. 특히, 필자 역시도 지난 시간 동안 관객으로만 쭉 참여해 오다가 올해 9월에 열린 ‘에너지 위기와 시민사회의 과제’에 사회자를 맡는 영광을 얻게 되어 기뻤다.

1강(3월) _ 초국가적 인간안보 문제와 아시아
2강(4월) _ 해적과 해양 테러리즘
3강(5월) _ 태국 국경거주 버마 난민들의 적응양상과 과제
4강(6월) _ 탈북여성의 제3국 체류현황 및 과제
5강(7월) _ 이주아동의 인권현황과 시민사회의 과제
6강(9월) _ 에너지 위기와 시민사회의 과제
7강(10월) _ 아시아의 식량위기와 시민사회의 대응
8강(11월) _ 종합토론

갈수록 늘어나는 초국가적 문제들
 <아시아포럼>은 지난 2008년에 아시아지역에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생활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초국가적인 문제인 인간안보, 황사와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 문제, 그리고 마약, 인신매매와 같은 초국가적인 범죄, 사스와 조류독감 등과 같은 광역질병, 이주노동을 이슈로 다뤄왔다. 그리고 올해는 <국경, 아시아, 시민사회>라는 대 주제를 가지고 인간안보, 해적과 해양 테러리즘, 버마 난민문제, 탈북여성의 문제, 이주아동문제, 에너지위기, 식량위기를 다루어 왔다. 아마도 <아시아포럼>이 추구했던 것은 아시아의 초국가적인 문제를 깊이 인식하는 가운데, 그 해법을 찾기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과 연대의 모색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1년 동안 <아시아포럼>의 취지는 얼마나 채워졌을까? 우리가 느끼고 확인했던 사항들 그리고 지적되고 고민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우선 첫째로 확인해야 할 것은 초국가적인 이슈와 문제에 대응하는 아시아 시민사회의 수준과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이다. 이 문제는 포럼 때마다 매번 고정적으로 나온 질문들이다. 많은 토론자들은 아세안국민회의(APA ASEAN People’s Assembly), 아시아시민사회연대회의(SAPA Solidarity for Asian People’s Advocacy) 등 아시아시민사회도 존재하지만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에 비해 초국가적 이슈나 문제에 대해 연대와 공동협력사업의 진전은 매우 더디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국 시민사회는 ‘아시아 바로 알기’, ‘아시아 제대로 알기 수준의 착한여행(Asian Bridge)’이 주종이라고 그 한계를 지적한다.

연대의 발걸음 더딘 한국 시민사회
둘째로 한국 시민사회가 초국가적인 아시아 문제에 대해 더딘 대응을 보여주는 배경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지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많은 토론자들은 아시아 지역과 아시아 시민사회에 대한 충분한 정보접근과 인식 부족 그리고 한국이 곧 아시아 지역이라는 인식과 정체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왜 아시아로 시각을 돌려야 하나? 왜 아시아인가? 이러한 지적은 그동안 <아시아포럼>에서도 많이 나온 이야기이다. 왜 국내 문제도 힘겨운데 아시아의 초국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고 초국가적으로 연대해야 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들이다. 아마도 이 근본적인 물음은 이후 <아시아포럼>이 지속적으로 채워야 할 또 다른 과제일 것이다.

필자는 이 같은 물음에 대해 한나 아렌트로부터 약간의 힌트를 얻었다. 미국의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저서 『인간의 조건』에서 고대 그리스 시민들이 살아갔던 공적인 삶의 공간이었던 폴리스에 대해서, 폴리스는 단순히 지리적이고 물리적인 도시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말과 행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냄으로써 열리고 발생하는 사람들의 ‘조직화된 기억체’라고 하였다. 즉, 폴리스는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 말과 행위를 통해 공감으로 열리는 인식의 공동체로서 일종의 공론장 또는 휴먼 네크워크의 공간이다. 따라서 페르시아 침공 문제에 아테네를 중심으로 하여 스파르타, 테베 등의 폴리스들이 거대한 연합체를 맺어 대처한 ‘델로스 동맹’은 오늘날로 보면 미국의 연방제보다도 더 느슨하고 자율적 수준의 자유로운 ‘도시공동체 네트워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아렌트의 폴리스에 대한 설명과 침공 문제에 대응하는 ‘델로스 동맹’의 예는 오늘날 아시아의 초국가 이슈와 문제에 대응하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대응으로 확대하여 ‘아시아’, ‘아시아연대’, ‘아시아포럼’ 등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컨셉을 독도영유권ㆍ일본과거사ㆍ동북공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동북아역사재단과 함께 2007부터 2009년까지 지속하고 있는 ‘세계NGO역사포럼’에 적용해 설명해보면 더욱 풍부하게 그것이 나아갈 방향성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채진원 /경희대 정치학 강사 ccw73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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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해(2008년) 3월부터 시작된 <아시아 포럼>을 통해서 아시아인의 ‘삶의 세계’와 만난 짜릿한 경험들을 잊을 수 없다. <포럼>의 화두를 연 라미경 교수의 “인간안보의 관점에서 본 아시아 연대”(2008년 3월 8일)는 기존의 국가중심적 국제정치학의 터널 뷰(tunnel view)로부터 터널 밖의 눈부신 세계에 관심을 돌리게 한 ‘방향 전환’의 첫 단추였다.

뒤이은 조영희 교수의 “동남아시아의 초국가적 환경문제-메콩강 하류유역을 중심으로”(2008년 7월 25일)는 아시아인의 삶의 세계를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메콩강은 티벳 고원에서 발원하여 중국의 운남을 거쳐 라오스, 태국, 미얀마와 캄보디아 그리고 베트남에 이르는 말 그대로 국가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국가적 하수로서 농업과 어업에 의존하는 이곳 유역민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이 지역에는 95개 이상의 다양한 민족들이 공존하고 있으며,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빈곤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메콩강 하류지역은 인간안보의 문제가 추상적인 개념의 문제가 아닌 실제상황으로서 볼 수 있고 또 만질 수 있는 현장으로 다가왔다.

이와 더불어 허창덕 교수의 “21세기 광역질병 : 현황과 과제”는 아시아인의 삶의 문제가 바로 우리들 자신의 삶과 직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 또 다른 사례였다. 허 교수는 현대세계의 3대 질병이라 할 수 있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HIV/AID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조류 독감(AI)의 세계적 감염 경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사스와 조류독감의 감염중심지가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 지역이고 우리와 이웃한 아시아 국가라는 점을 밝혀주었다.

동아시아 삶의 문제를 연대하는 새로운 공동체로

또 ‘아시아적 삶의 세계’와 관련하여 흥미를 끈 발표는 윤재민 박사의 “인터넷과 아시아 연대”(20008년 11월 21일)였다. 여기서 윤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동아시아는 전지구화, 민족주의의 폐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이다. 그것은 단순히 지리적 공동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연대의 공동체이다. 이를 위해 동아시아 지역은 국민국가 단위로만 생각하고 행위했던 틀을 벗어나는 문명론적 차원에서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이 지역인들이 국경 안팎의 서로 다른 지역의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삶의 자세를 반성하며 동아시아인의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감수성 계발이 필요하다.(p.6)
 
필자는 윤 박사가 위에서 언급한 것 가운데 특히 ‘전지구화, 민족주의의 폐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를 현상학에서 말하는 ‘삶의 세계’로, 다시 말하면 ‘이념의 옷’(Ideenkleid)으로 덧입혀지기 이전의 전과학적인 ‘삶의 세계’로의 복귀로, 그리고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감수성’이라는 표현을 이러한 ‘삶의 세계의 소박성에 대한 민감성’에 대한 은유로 재해석하고 싶다.
 
‘삶의 문제’에 대한 관심의 촉구는 <아시아 포럼>의 성과를 중간 점검하는 자리(2008년12월17일)에서도 화두가 되었다. 이재현 박사(국제 연대 위원회 실행위원)는 이 자리에서 “초국가적 문제라는 것의 본질은 바로 인간의 직접적인 삶에 영향을 주는 문제, 인간의 생존에, 그 질적 문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히면서 “빈곤”의 문제가 이와 같은 문제들 중에서 가장 고전적인 예에 속한다고 피력했다.(p.4) 그리고 해가 바뀐 2009년 <아시아 포럼>의 첫번째 모임에서(3월26일), 그는 ‘아시아인의 삶을 위협하는’ 초국가적 인간안보의 문제로서 5가지를 손꼽았다: 1.난민문제, 2.영유권 문제, 3.해상안전과 해적문제, 4.마약문제, 5.인신매매문제. 이어서 그는 이러한 문제들이 다시 ‘초국가적 범죄’문제로 연결된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범죄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범죄라는 시각을 넘어서 왜 그들이 그 문제에 연관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다 주목할 대목은 바로 뒤에 이어진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이었다: “더불어 문화적, 종교적 상대성과 관용의 시각 그리고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관점은 중동, 동남아에서 일어나는 [각종] 테러는 인간생명을 위협하는 범죄로[만] 낙인 찍는 오류를 만들어내기 쉽다.”(p.6)

(범죄나 예방을 넘어선) 삶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정책이 절실
 
아시아가 새로운 연대의 공동체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문화적 종교적 상대성과 관용의 시각, 다른 삶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관점은 단지 국가간의 테러나 범죄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김성천 교수의 “이주아동의 인권현황과 시민사회의 과제”(2009년 7월 9일)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때마침 쏟아진 장마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여든 고등학생, 중등학교 교사들, 그리고 여러 시민단체와 학내외의 인사들로 본관 2층 대회의실은 시작부터 이미 만석이 되었다. 김 교수의 발표는 한마디로 ‘이주아동의 기본적인 삶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주아동이란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이들은 부모와 같이 살기 위해 본국에서 관광비자로 입국하였다.) 또는 이들 사이에서 출생한 아동으로서 2008년 3월 현재 약 2~3만 명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족의 아동들은 대부분이 미등록 신분으로서 기본적인 생계보장, 학업, 보건, 사회관계 형성의 권리와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 있다. 특히 이 아동들은 부모와 함께 살 권리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그 일부 아동의 경우, 부모의 강제출국으로 한국에 남아 생활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 한편으로 이 아동들은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려서부터 한국에 장기 체류했기 때문에 본국에 송환되었을 때 전혀 적응할 수 없는 실정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장래에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공식생활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머물 수도 없는 절망적 상황에 놓여있다. 여기서 김성천 교수는 “’체류자격’이라는 낡은 기준에서 탈피하여” 아동의 삶의 관점에서 정책의 틀이 다시 짜여져야 한다고 말을 맺는다.

끝으로 필자는 <아시아 포럼>을 통해서 모처럼 일깨워진 ‘삶의 세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심화되고, 확장되고, 다원화되고, 치열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관심’으로 열린 시민적 ‘삶의 세계’는 다시금 시민운동의 정체와 침체를 깨뜨릴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일찍이 “유럽과학의 위기”를 외쳤던 후설(E. Husserl)은 인간의 모든 프로젝트(project)는 ‘삶의 세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 그의 말이 아시아인의 몸에, 마음에, 그리고 그들이 사는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메아리치고 있는 것 같다.

김홍우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명예원장)
* 8월에는 <아시아 포럼>이 열리지 않습니다.

<아시아 포럼> 제6회 에너지 위기와 시민사회의 과제
- 발제: 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 일시: 2009년 9월 17일(목) 오후 4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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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난민들을 위한 시민사회의 연대란
 

지난 8일 서울 코엑스에서는 2009년 세계시민포럼의 일환으로 참여연대와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이 주관하는 아시아포럼 3강이 열렸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위원장 겸 경희대학교 NGO대학원 교수인 손혁상 교수가 사회를 맡아 진행한 이 포럼에서는 서강대 동아연구소 이상국 교수가 ‘태국 국경거주 버마 난민들의 적응 양상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이어서 마웅저 인권운동가(버마민주화운동), 박은홍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송경재 교수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황필규 변호사(공익변호사 그룹공감)가 각각 해당 주제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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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발표자인 이상국 교수는 1999년부터 2007년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태국-버마 국경지역을 장·단기간 방문하였다. 이때 진행했던 현지조사를 토대로 태국-버마 국경지역에 거주하는 버마 난민과 이주민의 타국 거주 적응 및 생활 양상을 연구해 왔다. 지난해 2월 한국동남아학회지 『동남아시아연구』(18권 1호)에 발표한「이주민, 비합법성, 그리고 국경사회체제: 태국-버마 국경지역 사회체제의 특성에 관한 연구」논문에서 이 교수는 공식적인 국가 지배 권력의 틈새에서 일어나는 해당지역 이주민들의 비공식적·비합법적 일상이 국경사회체제를 구성하고 작동시키는 자체적 역동성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한편, 지난 8일에 열렸던 아시아포럼에서 이 교수가 초점을 둔 대상은 국경지역 난민이었다. 이 교수는 태국-버마 국경지역 난민들의 발생 배경과 그들의 생활양상을 설명하고, 이어서 난민을 제3국으로 이주시키는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난민촌 공동체의 와해와 위기 그리고 이에 대한 지원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의 주제 발표가 끝나고 첫 토론자로 마웅저 활동가가 말문을 열었다. 1994년 한국에 입국한 마웅저 활동가는 난민지위 신청을 한지 8년 만인 지난해 난민지위를 획득했다. 난민지위 획득으로 해외로의 출국이 가능해지자, 마웅저 활동가는 태국-버마 국경지역을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총 두 차례 다녀왔다. 특히 난민촌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마웅저 활동가는 국경지대 특성상 아이들이 다양한 언어 교육(영어, 버마어, 태국어)을 받고 있지만, 사실상 어느 한 언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교사 인원미달, 재정 부족으로 인해 난민촌 아이들의 교육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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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박은홍 교수는 앞서 이상국 교수가 제의한 ‘제3국으로의 난민 이주 정책의 양면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상국 교수는 이 정책이 난민들 개개인에게는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게 되는 축복인 반면에 난민 공동체는 와해 위기를 불러오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은홍 교수는 공동체라는 집단 중시가 개인주의 혹은 자유주의와 충돌할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하고 공동체와 개인주의의 결합 형태를 다시금 고민해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송경재 연구교수는 제3국 난민이주정책에서 파생되는 개인주의와 공동체 해체 문제는 난민들의 선택권의 문제라고 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민주화 과정을 한 단계씩 밟아야할 필요가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한국이 버마 난민을 지원할 때 물자적인 측면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난민인권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인도주의적 지원을 갖춘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고민해 볼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황필규 변호사는 ‘연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곧 실천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난민지원활동이 그저 관성적인 활동으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 1월 태국 해군에 의해 500여명의 선상 난민(boat people)이었던 로힌자 난민들이 바다로 추방되어 실종되거나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언론 측에서도 극히 일부에서만 보도되었다. 시민단체들의 반응 역시 소극적이었다. 이러한 태도를 돌아보면서 황 변호사는 난민을 지원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물었다. 그리고 이 같은 극단적 사례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나는 난민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버마 난민을 지원할 때 제3국의 지원방식을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것이 아닌 한국 사회만의 원칙과 그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며, 한국정부가 다양한 지역기구와 협력하여 난민 수용 및 지원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갈 것을 촉구했다.

토론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있은 후에 발표·토론자들의 마무리 발언이 이어졌다. 마무리 발언에서 마웅저 활동가는 난민촌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돕고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고 연대하는 데 있어서 한국 시민사회의 민주화 경험을 버마 사람들과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경험을 나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민사회 연대의 출발점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다. 연대를 말할 때 우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먼저 상대방과 내가 서 있는 지점이 동일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그 차이를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걸어온 보폭을 상대방의 보폭에 그대로 대입하여 요구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보폭을 땔 수 있는 자발성의 힘과 그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민주화’라는 화두로 버마의 현 군부독재 상황을 바라볼 때, 우리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우리의 입장에서 지원할 것이 아니라 버마의 개별적인 역사와 경험에 귀 기울이고 이에 우리의 경험을 나누면서 버마 사람들의 잠재적인 운동성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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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지난 1월 태국 방콕과 메솟 등지를 방문했을 때 인터뷰했던 포럼아시아의 동아시아 프로그램 활동가 Yuyun Wahyuningrum은 지역인권기구로서 버마 내부와 어떻게 소통하는지 물었을 때 '버마 안에서 정보를 얻고, 버마에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소통의 방법을 설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버마의 변화는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버마 내부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마 시민들이 버마의 상황을 국외인권단체들에게도 알리고 있는지 질문하자, Yuyun은 “버마 시민들 중에도 다양한 계층이 있다. 그들이 정보를 공유하기를 원하는지, 또 공유될 정보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도 고려해보아야 한다”고 답했다.

버마 시민, 버마 국내외 운동단체, 버마 국외 운동단체들을 모두 각각 하나의 균일한 개체로 볼 수 없듯이 아시아 시민사회의 연대에 대해 언급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연대를 말할 때 각각의 시민사회 내부의 다양한 스펙트럼 중 어떠한 그룹과 만나고자 하는지,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과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점은 무엇인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에 대해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그 지점에서부터 함께 출발해야 한다. 


 

장유미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 국제평화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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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해적과 해양테러리즘



라미경 순천향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mkra33@sch.ac.kr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지난 20세기 동안 그 생존을 위한 경제활동은 대부분 육상에서 이루어져 왔지만 육상의 활발한 활동을 뒷받침해온 것은 해양이었다. 해양은 인류에게 생존을 위한 자원 탐사 및 개발의 마지막 터전이었고 각국은 해저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것을 계속해서 증가시키고 있다. 해양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해양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협력과 협상의 필요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새로운 해양질서를 형성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특히 해양을 통한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국가경제와 안보에 직결된 물자수송의 통로인 해양교통로를 안전하게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은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되었다. 동아시아에서 해양문제는 1980년대 초반 유엔해양법협약 채택에 의한 배타적 경제수역과 같은 새로운 제도와 개념이 도입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충돌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지역안보의 최우선 순위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해양문제를 둘러싼 역내 국가들의 대응과 지역 해양안보환경이 변화하게 되었다.


해적과 연계된 초국가적 범죄조직의 해양테러

냉전 이후 동아시아 해양 특히 말라카해협에서 비전통적 혹은 비재래적 위협요인이 안보의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특정 행위의 금지를 규정한 국제협약의 존재 때문에 흔히 ‘해양에서의 불법행위’로 불리는 비전통적 안보위협 요인들은 대표적으로 해적행위, 해양테러리즘, 마약유통, 불법어업, 해양 절도 및 사기, 인간 밀매 그리고 환경오염행위` 등을 포함한다. 이들 요인들은 해양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항해 또는 항만에 정박 중인 선박에 대해 무력공격을 가하는 해양테러리즘이 9·11 테러사태 이후 해양교통로 안보 및 안전과 관련하여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그리고 태국 등 4개국의 국경이 접해 있고 영해가 중복되고 있는 말라카해협은 한국, 중국, 일본 원유공급의 80% 이상의 선박이 통과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철광석 등도 이 항로를 통해 통과한다. 따라서 동남아 해양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말라카해협, 순다해협, 롬복해협은 지리적,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전략적 가치와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말라카해협은 해적활동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말라카해협을 왕래하는 선박과 승무원은 개인 재산, 화물, 선박 자체의 절도, 항해자의 납치와 살인에 대한 폭력 등 끊임없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 해협에서 선박의 안전한 운항과 보호가 어려운 이유는 냉전 이후 해적과 같은 비전통적 위협을 통제하고 관리하고 법을 집행하는 책임소재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동남아 해역에는 소규모 범죄단, 잘 조직된 범죄 집단, 무장분리주의자 등 3가지 종류의 해적이 활동하고 있다. 동남아해협과 해양에서 해적 발생의 역사는 오래 되고 고질적인 것이지만 현재가 더 위협적인 것은 해적들이 지역 해군력보다 좋은 장비를 갖추고 기동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적과 연계된 초국가적 범죄조직은 이 지역 국가들의 허약한 재정적 자원과 정치적으로 무능한 정부를 악용하고 있다.

이러한 해적의 발생이 증가하고 동아시아 지역의 국제테러리즘 조직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함에 따라 말라카해협과 동아시아 해양을 운항하는 선박과 선원들에 대한 해양안전을 위해 연안 국가들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말라카해협 국가들은 초국적 범죄가 자신의 영해와 주변 국가들의 다도해 속으로 도망치는 것을 추격하기 위한 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의심이 될 수 있는 선박에 탑승해서 조사하고 필요에 따라 선박과 사람들을 억류할 수 있는 법과 집행기구를 확립했다. 특히 발리 폭탄테러 이후 동남아 해양 해협에서 해적과 해양범죄가 해양테러리즘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가들의 협력이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관련법이 제정되었다.


해양 안전 위한 협력 안보와 노력

ASEAN은 2005년 회의에서 동아시아 해양안전과 안보를 촉진하기 위해 종합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이 합의를 통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다자협력의 강화, 해양안전과 안보를 위한 관리와 운영의 해결추구, 선박과 선원 그리고 항구의 안전, 해양안전과 기술의 개발과 응용 등의 협력을 강조했다. 말라카해협과 동아시아 해양에서 다자협력을 위한 국제적 조정과 합의는 협력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해적과 해양테러리즘은 정부 간 회의TrackⅠ가 지역회의 및 다자협력이 진행되는 근간이 될 뿐만 아니라 중요한 의제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며 비정부기구 차원TrackⅡ의 NGO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해양분야에서 협력안보가 동아시아 해양안보에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협력적 해양안보는 해양분야에서 위협 및 군사적 충돌 회피라는 공통의 이익의 존재를 가정하며 해양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요인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지역안정을 유지하고자 한다. 협력적 해양안보는 안보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동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군군비통제, 신뢰구축 그리고 해양협력 등 해양에서의 전통적·비전통적 관심사를 폭 넓게 논의할 수 있다. 아울러 해양 교통로의 파괴, 해적행위 및 해양오염 등의 초국경적 지역 해양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공동의 대책 수립을 가능하게 해 준다. 바다와 관련된 문제는 개별적인 사안이 아니며 모두 연관되어 있으며 정부와 NGO등 포괄적인 접근이 있어야 한다.

해적과 해양테러리즘에 관련된 문제들은 국가 간 상호의존성을 높여주고 지방, 국가, 지역 그리고 국제적 수준에서 다각적·다층적·다차원적 노력을 진행시키는 것을 필요로 한다. 글로벌 거버넌스 노력이 더욱 진전되려면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개별국가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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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해양 도서영유권 분쟁과

시민사회의 과제




강성호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객원연구위원gcskang@gmail.com

오늘날의 영토 주권 개념은 유럽에서 시작되어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에 의해 국제법의보호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어서 19세기 계몽주의와 20세기 초 민족자결권에 의해 민족국경 개념이 강조되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영토(국경·도서 포함) 분쟁의 근원은 식민지배 또는 전후처리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 정책을 위해 원주민을 분리, 대립, 경쟁 상태로 만들어놓고 식민 시대가 종식된 후 무책임하게 분쟁의 불씨를 남긴 것에서 연유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처한 동북아를 비롯,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대륙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이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그 동안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던 해양 도서 영유권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해양자원 확보에 초미의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해양 영유권분쟁은 수산자원을 비롯해 석유나 천연가스와 같은 해양 지하자원 확보와 해상교통과 군사적 입지확보에서 중요한 분쟁 요인이 되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으로 해양도서분쟁 해결 어려워

1982년 채택되어 1994년 발효된 유엔해양법협약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은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인정함으로써 인접국가들 사이에 해역이 중첩되는 상황에서 국가 간에 해양자원의 소유권 및 개발권, 환경과 해역 안전 관리 등의 문제들이 연계되어 해양 영유권 분쟁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 도서 영유권 분쟁사례는 대략 31개 지역으로 태평양에 9개, 인도양에 9개, 대서양에 10개, 남북극해 4개 지역에서 해양 도서영유권 분쟁이 존재하고 있다. 이중 아시아에는 10개 이상의 지역에서 도서 분쟁이 진행되고 있고, 그중 가장 심각한 해양 영유권 분쟁은 동북아와 동남아 지역에 있다.

동북아지역은 식민지 침탈과 관련된 도서분쟁으로써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과 중국(대만, 홍콩) 간의 조어도/센카쿠 도서분쟁, 러시아와 일본 간의 오호츠크해 쿠릴열도(북방 4개 섬) 분쟁,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독도문제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양자 간의 도서영유권, 해저자원의 소유권, 대륙붕 경계선 문제 등을 둘러싼 해양분쟁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약 17,508개 부속도서가 있으며 그 중 6,000개 도서에만 사람이 살고 있고 아직 이름이 없는 도서도 상당수가 있다. 이처럼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주변 국가들과 산재해 있는 소도들의 영유권과 해안 경계선들을 확정지을 수 있는 개별 분쟁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어, 이 지역에서 해양 분쟁은 아직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그 중 국제적으로 가장 예민한 해양 영유권 분쟁으로는 6개국이 연루된 남중국해의 남사군도분쟁을 들 수 있다.


영토·영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의 연대  

해양 도서를 포함한 영토분쟁은 지역협력과 평화 구축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영토문제에는 국가의 주권과 배타적 국민감정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 당사자만의 참여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또 해양 도서영유권 분쟁에서 시민사회나 비정부기구NGO가 분쟁해결에 성공적으로 참여한 사례는 찾아보기기 어렵다.

일본과 중국(홍콩, 대만)이 대립하고 있는 동중국해 센카쿠 도서 분쟁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분쟁 당사국의 우익단체 또는 이익단체가 국익 수호를 목적으로 개입하여 오히려 국제 갈등을 심화시키는 사례가 발견된다. 그러므로 영토·영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관심과 연대는 새로운 도전이며 개척해야 할 영역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예방을 위해 전개되고 있는 비정부 차원의 초국적 네트워크 활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중국해南中國海는 태평양의 일부로 중국과 인도차이나 반도, 보르네오 섬, 필리핀으로 둘러싸인 바다를 말하며 여기에는 남사, 서사, 중사, 동사의 4개 군도가 위치하고 있다. 남중국해 도서분쟁은 20세기 중반 강대국의 식민지 시대가 종식될 때 명확한 영유권 정리가 없었기 때문이며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역내 국가들의 자원 확보에 대한 관심에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국제적 충돌 가능성은 항상 잠재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을 우려하며 남중국해에서 잠재적인 국제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이 지역의 자원을 보존하며 해상안보를 유지하고자 ‘남중국해 비공식협의그룹The South China Sea Informal Working Group’이 1990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최초의 워크숍을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지속되어오고 있다.

이 비정부기구 모임에 ASEAN 국가를 포함한 분쟁 관련 당사국의 학자, 정부 관료 및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개인자격으로 참석하여 남중국해 유역의 해양 환경과 자원 관리 문제를 논의하고 역내 분쟁해소를 위한 상호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초국적 비정부 네트워크인 남중국해 비공식협의그룹은 남중국해 지역 국가들 간의 신뢰구축에 기여하고 특히 남사군도와 서사군도의 영유권 분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제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비공식외교informal  diplomacy의 한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배타적 영토 주권을 넘어 초국가적 인간안보와 공동체 평화를 위해

해양은 자원 확보와 군사적 목적을 위해 국가가 영토주권을 배타적으로 행사하는 대상으로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아시아의 많은 인구가 생존을 위한 식량자원 획득과 무역의 수단으로 해양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해양의 안보, 지속가능한 개발 및 보존은 아시아의 초국가적 인간안보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또한 과거 제국주의 침탈사와 관련된 동아시아의 영토·영해 문제를 역사 화해의 맥락에서 해결하여 지역 협력과 평화로운 지역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국가 이기주의를 초월한 아시아의 초국가적 시민사회 연대 활동이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비공식협의그룹’ 모임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더 넓은 아시아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2001년 코피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분쟁예방에 대한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발족한 무력분쟁예방을 위한 글로벌파트너십(GPPAC)의 초국적 연대활동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한국 시민사회가 이니셔티브 하여 출범한 ‘세계NGO역사포럼’에서 의제의 하나로 영토·영해 문제를 국내외 시민단체들과 함께 논의하며 초국적 NGO네트워크를 전개하는 활동도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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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만 얘기할 순 없다

지난 2월 23일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많은 국제 회의중 유일하게 아시아 애드버커시(advocacy) 활동가들이 조직해서 만든 모임인 Solidarity For Asian People's Adcocacy(이하 SAPA)에 참석했다. 2008년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초국가적인 이슈를 국내에 소개하고 티베트의 평화 및 버마 민주화를 위한 연대 활동을 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와 한국의 지리적 거리만큼, 뜨거웠던 한국의 촛불 거리에서 아시아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였다. 아시아 활동가들을 만난다면 그 거리감을 좁힐 방법들을 찾을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아시아 시민사회의 연대활동을 직접적으로 접하기는 쉽지 않은지라 기대감을 가지고 방콕행 비행기에 올랐다.

SAPA 는 2006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30개의 동남아시아 시민사회·인권 애드버커시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결성되었다. 당시 동남아시아는 아세안(ASEAN)을 중심으로 국가간 협력과 교류가 확대되어 가는 시기였다. 이러한 정부간 교류가 활발해지자 아세안 가입 국가들의 시민사회들은 더욱 활발한 연대와 협력을 모색하게 되었다. 따라서 아세안지역 인권, 노동, 평화, 이주노동 분야에서 애드버커시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정보를 교류하면서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자리로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현재 SAPA는 동북아시아를 포함해 아시아지역 60여개 비정부기구(NGO)의 100여 명의 시민사회 활동가들로 구성된 가장 큰 아시아 시민활동가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올해 3회를 맞는 SAPA는 아시아 각국의 지역 이슈를 논의하고 공동의 의제와 애드버커시 전략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다. 내가 참석한 이번 모임은 SAPA의 회원단체 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민사회활동가들에게 열린 자리로서 2009년 SAPA가 다룰 의제와 전략을 논하는 자리였다.

최근 아세안 시민사회의 핫이슈는 아세안에 인권 기구(Human Right Body)를 신설하는 것이다. 인권기구 설립은 2007년 아세안 헌장에 언급되어 있고 아세안 국가간에도 설립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 시민사회는 인권기구 설립을 위해 아세안의 논의 과정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SAPA의 아세안(ASEAN)과 남아시아(South Asia) 워킹그룹은 아세안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큰 축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들은 아세안에 시민사회의 공동의 개입전략을 찾고자 열띤 논쟁이 펼쳤다.

반면, 몽골, 중국, 한국, 일본, 대만으로 구성된 동북아시아 워킹그룹(Working Group on North East Asia)은 각 시민사회의 공동의 의제를 찾는 것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동북아시아 시민단체의 경우는 아세안과는 달리 SAPA 모임에 참여하는 NGO 단체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도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올해는 약 10개의 시민단체가 모여 각 나라별 주요 이슈를 소개했다. 한국은 최근 표현의 자유 침해,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무역문제를 제기하고 몽골은 황사와 같은 환경 문제와 여성의 인권 침해 문제를 논했다. 중국은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주요하게 제기했으며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에 대한 인식은 적어 보이기까지 했다.

몽골과 중국은 이주민을 송출하는 국가이고 일본과 한국은 이주민을 주로 수입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이주민 문제를 접근하는 방향이 달라 공통점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논의가 진전될수록 서로의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간의 연결 고리를 파악해 가는 시간이었다. 동북아시아 시민사회의 연대 활동은 서로의 다른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때라고 여겨졌다.

아시아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SAPA는 효율적인 애드버커시 활동전략을 공유한다. 올해는 유엔 애드버커시 활동을 주요한 전략으로 소개했다. 대부분 독재정권의 성격이 강한 아세안 국가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있어도 재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아세안도 각 회원 국가간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운영이 되다보니 아세안 시민사회가 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활동을 국내에서 하기에는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부분의 아세안 인권 활동가들은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를 활용하여 애드버커시 활동을 하거나 서방세계의 국제 인권단체들의 지지를 받아 자국의 변화를 꾀하는 우회적 방법을 쓰고 있다. 반면 한국은 1987년 민주화를 국내에서 이룬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시민·사회운동의 역량이 강한 편으로 재정과 역량이 많이 투여되는 국제 애드버커시 활동은 상대적으로 소홀히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서방세계의 물적, 인적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아세안 지역이 한국보다는 국제연대를 하는 토대가  훨씬 풍부하고 다양했다.

한국의 인권 현실이 한해가 다르게 후퇴되어 감을 개탄하고 있지만 SAPA의 논의를 살펴보면 한국이 더 이상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만을 이야기할 위치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세안 시민사회는 한국의 이주민 정책방향이 각 송출국인 아시아 국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국 시민사회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또한 내재적으로 민주화를 이룬 한국의 시민사회진영이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던 성과들을 그들과 논하고 아시아 시민사회의 담론과 역량을 넓히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기대했다.

한국 정부도 속내는 다를지라도 '국제사회 기여외교'를 이야기 하는데 시민사회 진영은 현실적으로 어느 지점에 서있는지 짚어보게 된다. 한국 시민사회 내부에서 아시아의 인권과 민주화, 아시아 담론과 전략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논하고 있는지. 아시아 지역차원에서 한국 시민사회의 역할을 얼마나 심도 있게 고민했는지, 오히려 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답보상태에 있었던 것은 아닌지. 현실적인 한계라는 핑계로 아시아연대 활동을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여러 질문이 떠오른다. 최소한 활동가인 내가 어느 정도 애정을 가지고 아시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었다.

차은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참여연대와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은 오는 26일부터 11월까지 매달 1회, 총 8회에 걸쳐 아시아인의 생존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초국가적 문제를 논하는 '아시아 포럼'을 개최한다.

인간 안보, 해양 테러리즘, 난민, 탈북 여성, 에너지, 식량 위기 등 다양한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며, 이번 행사를 후원하는 <프레시안>과 참여연대 홈페이지를 통해 발제문이 소개된다.

포럼의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다.

2009년 연속기획 아시아 포럼 <국경, 아시아, 시민사회>

1회: 초국가적 인간 안보 문제와 아시아
발제: 이재현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일시: 2009년 3월 26일(목) 오후 4시 30분,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2회: 아시아 해양 영유권 문제와 시민사회의 대응
1부: 아시아 해양 도서영유권 분쟁과 시민사회의 과제
발제: 강성호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객원연구원
2부: 해적과 해양 테러리즘
발제: 라미경 순천향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일시: 2009년 4월 16일(목) 오후 4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3회: 태국 국경거주 버마 난민들의 적응양상과 과제
발제: 이상국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연구교수
일시: 2009년 5월 7일(금) 오후 4시, 서울 COEX

4회 : 탈북여성의 제3국 체류현황 및 과제
발제: 이금순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일시: 2009년 6월 11일(목) 오후 4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5회: 이주아동의 인권현황과 시민사회의 과제
발제: 김성천 중앙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일시: 2009년 7월 9일(목) 오후 4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6회: 에너지 위기와 시민사회의 과제
발제: 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일시: 2009년 9월 17일(목) 오후 4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7회: 아시아의 식량위기와 대응
발제: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
일시: 2009년 10월22일(목) 오후 4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종합토론: 아시아 국경지대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한국시민사회의 연대
일시: 2008년 11월 19일(목) 오후 4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문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02-723-5051)
silverway@pspd.org
blog.peoplepower21.org/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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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ma의 정치 수감자 석방 서명운동에 함께해 주세요.

 버마는 3월 13일 '버마 인권의 날'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버마 인권 단체들은 버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비롯한 모든 버마정치 수감자들의 석방을 위해 전 세계 시민으로부터 888,888명의 서명을 받아 유엔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수치 여사는 버마의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서 온 지도자이자 민주주의 민족동맹 (National Democratic League)의 대표로서 지난 1988년부터 19년 동안 가택 연금되어있습니다. 이 서명운동은 수치 여사가 가택 연금으로부터 석방되기로 한 법적 날짜인 2009년 5월 24일 전까지 3개월간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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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탄원서는 반기문 UN사무총장에게 전달되어 버마의 정치 수감자 석방 문제를 최우선 해결과제로 삼아줄 것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탄원서 서명 숫자를 888,888명으로 정한 것은 1988년 8월8일 버마에서 3천명이 희생된 '8-8-88 민주화 시위(88버마 항쟁)’를 상징하기 위함입니다.



갈수록 버마 군부에 대한 국제 여론의 압박은 더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50 여개국 총 112명의 전직 대통령들과 국무총리들이 반기문 UN사무총장에게 버마의 정치 수감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었습니다. 유엔 사절단이 버마를 방문했고 실제로 20명의 정치 수감자들이 2월에 석방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번 888,888서명운동을 통해서도 버마정치 수감자들의 석방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국제행동에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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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8월 8일, 버마에서는 군사 정권 타도를 위한 전국적인 규모의 민주화 항쟁이 있었습니다. 버마 군부는 이 항쟁에 참여한 국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고 그 과정에서 3천여명이 사살되었습니다. 그러나 버마 국민들은 감옥과 망명 속에서도 용감히 민주화 노력을 이어왔고 이들의 의지는 작년 9월 항쟁에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그동안 버마 군부에 대해 소극적 대처를 했던 것이 버마의 민주화를 지연시켰음을 깨닫고 이제라도 구체적인 압박을 가해야 할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정치 수감자들을 조건 없이 즉각 석방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버마의 현 군부는 1990년의 총선 결과를 무시했으며 The 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NLD)를 포함한 야당의 활동을 불법적으로 금지해왔습니다. 또한 2천명 이상의 정치 인사들을 투옥하거나 가택 연금시켰습니다. 진정한 대화 진전을 위해 제시된 모든 제안은 전부 묵살해 버렸고 최근에는 자신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 일방적으로 신헌법을 강제적으로 승인시킨 후, 2010년 국민들의 의지에 반하는 총선을 실시하려고 합니다.
 
 현재 수감된 정치범들은 ‘범죄자’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침묵하고 있는 버마인들을 대표해서 용기 있게 민주주의를 주창한 것뿐입니다. 모든 정치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것은 버마의 자유 민주주의를 위한 필수적인 첫 걸음일 것입니다. 이제는 폭력적 억압을 일삼는 군부 독재 체제를 끝내고 ‘버마 민주화’의 결실을 맺기 위해 우리가 나서서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www.fbppn.net/ 참고)

정리: 박서현/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인턴


 
2008년 버마 활동 링크
[관련도서] 양지를 찾는 사람들
[관련기사] 버마8888 전국민주항쟁 20주년 공동성명
버마 민주화를 위한 항쟁! 민 코 나잉 인권옹호자를 찾아서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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