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를 찾아서 그들의 꿈을 듣는다
[양지를 찾는 사람들] 출판기념행사 후기


약 1주 전부터 기다려오던 행사였다. 버마에 관한 국내서적은 버마 역사 및 정치경제에 대한 개론서만 접했던 터라 버마 이주민의 삶이 담겨 있다는 이번 번역서가 자못 궁금했다. 더구나 버마 활동가뿐만 아니라 그 동안 버마 및 태국 국경지대 등을 방문하며 버마인들과 교류해 온 국내 활동가를 만날 수 있는 자리라니! 마침 내년 1월초에 태국 국경지대 및 방콕에 소재한 버마 민주화 운동 단체들을 방문하려는 내게 이번 행사는 여러 모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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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홍 교수의 진행에 따라 행사가 진행되었음. 박은홍 교수는 버마의 현 정치 상황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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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 번역서 [양지를 찾는 사람들(아시아출판사)]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 홀에 도착하니 몇몇 낯익은 버마 활동가 분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은 가락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홀 한 켠에는 서너 가지 버마 음식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샌드위치 비슷하게 만들어 빵을 둥그렇게 말아놓은 것과 고기류 몇 점을 가져다 먹는데, 이국 음식이지만 신기하게도 입맛에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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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LD버마 활동가들이 준비한 버마 전통 음식. 달달하고 한국의 젤리와 같은 형태였다.


행사 시작 시각이 가까워져 오면서 자리가 빼곡히 채워짐에 따라 곧 행사가 시작되었다. 성공회대 NGO 대학원 박은홍 교수님이 먼저 마이크를 들어 행사 사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위원장이신 경희대 NGO 대학원 손혁상 교수님이 마이크를 넘겨 받아 번역서 <양지를 찾는 사람들>이 ‘양지’에 드러나게 되기까지의 과정들과 함께 책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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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혁상 실행위원장이 [양지를 찾는 사람들] 출간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이 책이 나오기 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들어갔다.


다음으로 버마의 현 정치 상황에 대해 박은홍 교수님의 대략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지난 5월 군부가 국민투표를 강행하여 통과시킨 신헌법에 의해 2010년 총선거가 예정되어 있는데, 버마 민주화 세력들은 이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난 90년 총선에서 버마민족민주동맹(NLD)의 압승이 무효화되고 군부독재가 지속되어 온 상황에서, 올해 통과된 신헌법과 이에 따른 2010년 총선거 실시는 지난 90년 총선을 실질적으로 부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의 바탕 위에, 활동가 도임방주 님이 준비한 각종 사진과 동영상 자료는 버마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간접적인 통로였다. 태국 국경지대 난민촌 및 버마 현지를 방문하며 현지 사람들과 교류해 온 도임방주 님은 소수민족, 종교, 세대에 따라 버마 민주화 및 소수민족 분리독립 문제에 대해 차이를 보이는 다양한 시각들을 지적하였다. 즉, 버마의 소수민족 독립 및 민주화 이슈를 살펴 볼 때 여러 그룹들의 서로 다른 시각들을 폭넓게 아울러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로 불교를 믿는 버마 내 소수민족인 샨족 중에서도 젊은 층은 버마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추구하는 한편, 이전 세대는 버마 연방을 원한다.

다음으로 버마 활동가와의 이야기 시간이 이어졌다. 본 출판기념 행사에 NLD 활동가들이 대다수 참석한 만큼, 버마 내 NLD의 힘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되는지, NLD가 생각하는 소수민족 분리독립 또는 버마연방에 대한 비전은 어떠한지 등에 대한 참석자의 질문이 이어졌고, 군사정권과 소수민족 사이에서 NLD가 버마 민주화와 소수민족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지점에 위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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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난민 지위를 얻어 태국에 다녀온 마웅저씨가 행사에 참여해 주었다. 한국 시민사회가 버마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함께 할 수 있을지 여러 제안이 있었다.


이외에 난민 신청 거부에 대한 소송을 한지 8년 만에 마침내 지난 9월 국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마웅저 씨가 군부 독재 하의 버마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물질적인 도움보다도 한국의 민주화 경험이라고 역설하였다. 즉, 이러한 경험을 나누고 지속적인 관심으로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버마의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저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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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D 활동가들의 버마 경험과 한국 생활에 대한 이야기와 여러번 버마에 다녀온 참가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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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서 [양지를 찾는 사람들]이 나오기 까지 일등 공신인 두 번역 자원활동가가 행사에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시간상 제약으로 모두의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행사가 끝났다. 자리를 떠나기 전에 이번 행사의 주인공인 번역서 <양지를 찾아서>를 한 권 사들고 훑어보았다. 고국을 떠나 태국으로 이주해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상과 그들 내의 서로 다른 소수민족, 종교적 배경들이 빚어내는 생각의 각축전이 머리 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버마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여러 국내 전문가, 활동가 및 버마 활동가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한국 내 버마와 관련해 활동하는 다양한 단체들이 어떠한 구심점을 바탕으로 버마의 민주화를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다시 시작되었다. 내년 1월로 계획한 탐방에서도 나의 이러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마웅저 씨가 강조한 것처럼 민주화 경험을 나누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민주화 이후 세대인 내가 이전 세대의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가운데서 현 버마 민주화 운동과의 접합을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현 버마의 청년들은 버마의 미래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동시대 청년으로서의 궁금증 등을 이번 출판기념회 행사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장유미(출판 행사 참가자/ 경희대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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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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