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가 직면한 두 가지 과제

미얀마 총선이 예상대로 군부 쪽 정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고, 아웅산 수치가 해금되었다. 지난 총선은 2008년 신헌법에 토대를 두고 있다. 민족민주동맹과 국제사회는 이미 2008년 신헌법 처리를 무효라고 주장했기에, 이 신헌법에 근거한 총선을 거부한 것은 일관된 정치노선이었다.
문제는 2008년 신헌법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미얀마 군부는 민족민주동맹의 압승으로 끝난 1990년 5월 선거를 무시했다. 이 때문에 민족민주동맹은 줄곧 1990년 5월 선거 결과에 대한 인정을 요구했다. 미얀마 군부는 모르쇠 전략으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아웅산 수치를 비롯한 미얀마 민주인사들을 지속적으로 박해했다. 특히 2007년에는 거리에 나선 승려들과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민주주의의 외침을 군홧발로 짓밟은 1988년의 비극이 반복된 것이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은 불간섭주의와 포용을 통한 변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미얀마와 손을 잡았다. 서방은 이를 ‘독재자 클럽’이라는 구태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동남아 국가들의 인권의식의 한계로 받아들였다. 1962년 군부 쿠데타를 계기로 시작된 ‘버마식 사회주의’ 노선을 두고 논란도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1960년대에 주목받던 아프리카 사회주의처럼 식민지 역사로부터 얻은 정신적 외상과 무관하지 않은 비자본주의 실험이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아프리카 사회주의 실험이 그러했듯이 ‘버마식 사회주의’의 고립노선은 정치·경제적으로 파국을 맞았다.

현재 미얀마 군부는 과거 두 개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나는 미얀마를 오랫동안 분할지배해 종족간 반감을 증폭시켰던 제국주의의 교활함이다. 다른 하나는 독립 직후 종족간 내전에 따른 ‘실패 국가’의 경험이다. 물론 이런 해석은 미얀마 군부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일 수 있다. 미얀마 군부야말로 사회주의의 이름으로, 또 국가통합이란 이름으로 과거 제국주의 못지않은 잔인한 짓들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에 압박을 가했고, 아웅산 수치를 비롯한 미얀마 민주인사들도 헌신적 투쟁을 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어떠한 균열 조짐도 없이 요지부동의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에 서방 일각에서는 미얀마에 대한 제재 일변도의 대응이 갖는 효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워낙 고립된 상황에 있던 미얀마라 경제제재의 효과가 미미할뿐더러 오히려 군부의 단합만을 고취했다는 것이다.

7년 만에 해금된 아웅산 수치는 요지부동의 군부를 움직여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해금과 동시에 아웅산 수치는 군부와의 대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대화 제의는 그동안 누차 있었던 것이라 새로운 정치전략으로 보는 것은 속단이다. 하자가 많은 집권 군부세력으로서는 아웅산 수치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그의 자유를 다시 박탈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아웅산 수치는 미얀마 사회가 활력을 되찾도록 하기 위해서도 자신의 자유를 소중히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제기됐던 정치인 아웅산 수치에 대한 다음과 같은 건설적 비판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나는 군부를 강온파로 분열시키기 위해서도 형식적 대화 제의가 아닌 실질적 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웅산 수치의 외국기업들에 대한 ‘투자 유예 요청’은 대화노선과 상충하는 대결노선이었다. 다른 하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보다 오히려 미얀마의 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는 지렛대를 더 많이 갖게 된 중국, 아세안 회원국들에 좀더 진지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포장된 서방 강대국들의 일방주의와, 불간섭주의란 이름으로 포장된 식민주의 경험국들의 국가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인권 패러다임을 아웅산 수치에게 기대해본다.


박은홍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자료제공: 한겨레 201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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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초월한 아시아 문제를 이야기 하다
『국경을 넘어선 아시아 문제와 시민사회의 역할』 발간

-인간안보, 마약밀매, 인신매매, 환경, 광역 질병, 테러, 이주, 빈곤 등 아시아의 초국가적 문제와 한국 시민사회의 아시아 연대와 역할 모색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과 공동으로 아시아에서 발생하고 있는 초국가적인 문제들을 소개하는 단행본 『국경을 넘어선 아시아 문제와 시민사회의 역할』을 발간하였다.

『국경을 넘어선 아시아 문제와 시민사회의 역할』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아시아 지역의 초국가적 문제들을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소개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아시아 시민사회의 역할과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간안보, 마약밀매, 인신매매, 자연 개발을 둘러싼 환경문제, SARS와 AI 등 광역 질병의 문제, 테러리즘, 이주 문제, 빈곤 문제 등을 다루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는 국제연대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관련하여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과 함께 2008년~2009년 ‘연중기획 아시아포럼’을 개최해왔으며, 2010년 ‘우리 안의 아시아, 우리가 꿈꾸는 아시아’ 강좌를 개설하여 산적해있는 아시아 지역의 문제들을 공론화하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아시아와 한국의 시민사회의 올바른 접근방법과 국제연대 방안을 모색해왔다. 이번에 발간한『국경을 넘어선 아시아 문제와 시민사회의 역할』은 이러한 강좌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담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참여연대는 책 발간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시민사회의 국경을 초월한 네트워크 형성과 연대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첨부자료
1. 『국경을 넘어선 아시아 문제와 시민사회의 역할』목차
2. 『국경을 넘어선 아시아 문제와 시민사회의 역할』각 장별 요지


첨부자료 1. 『국경을 넘어선 아시아 문제와 시민사회의 역할』목차
(경희대 출판문화원, 정가 12,000원)

발간사
초국가적 문제와 아시아연대에 대한 이해 |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들어가는 글
인간안보의 관점에서 본 아시아 연대| 라미경

제1장 아시아에서 초국가적 범죄로서의 마약밀매와 시민사회의 역할 |조성관
        -아프간과 미얀마의 사례 연구를 중심으로
제2장 동아시아의 빈곤과 시민사회 | 박번순
제3장 메콩강의 초국가적 환경 문제와 메콩시민사회 | 조영희
        -하류의 수력발전 댐 개발을 중심으로
제4장 21세기 아시아 지역공동체와 광역 질병 | 박번순
        -현황과 시민사회의 과제
제5장 아시아 국가의 강압적 테러대응정책과 시민사회의 역할 | 이동윤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제6장 이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시아 사람들 | 김이선
제7장 인터넷과 아시아연대 | 윤민재





첨부자료 2. 『국경을 넘어선 아시아 문제와 시민사회의 역할』각 장별 요지

○ ‘들어가는 글’에서 라미경은 본격적인 세부 논의에 앞서 세계화와 탈냉전화가 진전되면서 ‘국가안보’로부터 ‘인간안보human security’로의 전환 양상을 이야기한다. 협력을 위한 주체는 국가에 한정되기보다 정부의 역할과 견줄 수 있는 NGO의 역할이 확대되고 중요시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 ‘제1장 아시아에서 초국가적 범죄로서의 마약밀매와 시민사회의 역할’에서 조성권은 글로벌 차원으로 벌어지고 있는 마약밀매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국제마약밀매의 세계화’에 따라 그에 대한 대책 역시 ‘국제시민사회 공조의 세계화’로 나아갈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하며, 국가와 시민사회와의 연계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 ‘제2장 동아시아의 빈곤과 시민사회’에서 박번순은 동아시아에서 빈곤 문제가 세계화와 관련이 크다는 점에서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법도 단일국가 차원이 아닌 지역 혹은 세계 차원의 접근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아시아 시민사회의 경제개방 필요성과,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한 거버넌스의 질의 개선,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선진국의 저개발국에 대한 지원확대를 독려해야 한다는 점 등을 주장하고 있다.

○ ‘제3장 메콩강의 초국가적 환경 문제와 메콩시민사회’에서 조영희는 메콩강 개발로 인한 초국가적 환경 문제에 관한 시민사회조직과 NGO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그들을 중심으로 하여 사전 환경영향평가나 사후 모니터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유역국가를 초월한 비국가 행위자들과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 ‘제4장 21세기 아시아 지역공동체와 광역 질병’에서 허창덕은 국경을 초월한 광역 질병의 확산 문제에 대해 그 질병의 종류와 원인 등을 설명하면서, 이를 예방할 수 있는 해결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광역 질병의 위험성과 그 내용을 쉽고 정확하게 전달 ․ 교육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들을 양성하고, 개별 단위 국가의 정책수립과 대응 전략에 대한 사전검토·평가·비판·감시 등 세계보건기구와의 교류·협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 ‘제5장 아시아 국가의 강압적 테러대응정책과 시민사회의 역할’에서 이동윤은 오늘날 초국가적 테러리즘에 대한 문제점을 논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테러는 정치 ․ 종교 이념을 중심으로 국경을 초월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테러방지법이 제정되고 강력한 테러대응정책이 실시되고 있으나, 이러한 과정에서 오히려 권위주의체제와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인권 유린과 침해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테러리즘의 문제 해결과 인권 문제의 개선을 위해 인권단체들 사이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 ‘제6장 이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시아 사람들’에서 김이선은 국경을 넘어선 이주가 일상화된 세계에서 전통적으로 이주민 배출지역이었던 아시아는 배출지역인 동시에 송출지역으로 그 위치가 변화하고 있다고 밝힌다. 특히, 노동이나 결혼을 목적으로 지역 내 국가를 오가는 이주민이 급증하고 있어서 이주민의 기본 권리와 제도적, 사회적 위상 등 이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시아 사람들과 관련된 핵심의제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긴요하며, 특히 초국가적 차원의 시민사회 연대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이주 관련 이슈를 제기하고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 ‘제7장 인터넷과 아시아연대’에서 윤민재는 한국의 아시아연대 활동은 동남아의 사회운동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호신뢰와 존중, 도덕적 연대, 그리고 결과에 대한 상호책임에 근거한 연대를 형성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인권운동단체와 관련 재단이 아시아연대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통신기술과 인터넷을 확산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을 민주적으로 활용하고 상호신뢰에 바탕을 둔 수평적이며 성찰적인 연대의 구축을 하는데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 자세한 내용은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블로그(http://blog.peoplepower21.org/International)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보도자료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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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국제민중회의 해외 초청인사들의 입국불허 및 비자발급 거부 관련 질의서 발송

참여연대(임종대·정현백·청화 공동대표)는 오늘(12/6) 법무부에  G20국제민중회의 해외 초청인사들의 입국불허 및 비자발급 거부 관련 질의서를 발송했다.  
 
지난 11월 11일과 12일 G20서울정상회의 즈음하여 ‘사람이우선이다! G20민중행동'은 국제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으로 G20국제민중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행사는 발표자나 토론자로 초청된 해외인사들이 한국에 입국하지 못하면서 큰 차질을 입었다. 정부가 200명에 달하는 입국금지자 명단을 만들고, 실제 비자를 받고 공항에 도착한 필리핀 활동가 8명을 강제로 출국시켰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전에 있었던 G20정상회의에 반대하는 과격한 시위를 벌인 전력이 있는 사람들도 아니었고, 심지어는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올해 10월에 방한한 인사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특히 아시아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강하게 항의하며 한국 정부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법무부에 G20정상회의 기간 동안 시민사회단체가 초청한 해외 인사들의 입국 불허와 비자발급 거부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질의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 질의서를 통해 입국 금지자 명단 작성과 입국 불허 사유, 강제출국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등에 대해 질의했다.

질  의  서


지난 11월 11일과 12일 G20서울정상회의 개최 즈음하여 80여개 한국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사람이우선이다! G20민중행동'은 국제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으로 G20국제민중회의를 기획했었습니다. G20국제민중회의는 각국 전문가, 활동가들을 초청하여 금융규제, 기후변화, FTA, 빈곤개발 등 의제별 워크숍을 열고 G20에 대한 입장과 의제별 대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200명에 달하는 입국금지자 명단을 만들었던 정부는 비자를 받고 공항에 도착한 필리핀 활동가 8명을 강제로 출국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네팔,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출신의 6명의 해외 초청자에 대한 비자발급도 거부했습니다. 정부가 G20민중행동이 발표자나 토론자로 초청한 해외인사들의 입국을 불허함에 따라 G20국제민중회의 행사 진행에 커다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2월 6일(현재) 확인된 바로는 비자발급이 거부된 인사들과 현지 한국대사관에서 비자발급을 받고도 입국이 불허된 해외인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1] 한국 비자가 거절된 인사 명단 (2010 12 3일 기준)

#

이름

단체

국가

1

아바스 기미레

(Mr. Abhas Ghimire)

LDC Watch

네팔

2

사르바 라쥐 카드카

(Mr. Sarba Raj Khadka)

Rural Reconstruction Nepal(RRN)

네팔

3

우메쉬 우파댜에

(Mr. Umesh Upadhyaya)

네팔 노총

네팔

4

베르나디누스 스테니

(Mr. Bernadinus Steni)

인도네시아 환경단체HUMA

인도네시아

5

헨리 사라기

(Mr. Henry Saragh)

인도네시아 국제농민단체 비아 캄페시나

인도네시아

6

칼리크 부슈라

(Ms. Khaliq Bushra)

파키스탄 여성단체

파키스탄



[ 2] 한국 입국이 거부된 인사 명단 (2010 12 3일 기준)

#

이름

단체

국가

1

헤수스 마누엘 산티아고

(Mr.Jesús Manuel Santiago)

진보적인 필리핀 가수

필리핀

2

호세 엔리케 아프리카

(Mr. Jose Enrique Africa)

이본재단

(IBON International)

필리핀

3

조세프 푸루가난(Mr. Joseph Purugganan)

남반구 연구소

(Focus on the Global South)

필리핀

4

조슈아 프레드 토렌티노 마타

(Mr. Josua Fred Tolentino Mata)

진보노동자연맹

(Alliance of Progressive Labor)

필리핀

5

마리아 로레나 마카부앙

(Ms. Maria Lorena Macabuag)

아시아 이주 포럼

(Migrant Forum Asia)

필리핀

6

폴 퀸토스

(Mr. Paul L. Quintos)

이본재단

(IBON International)

필리핀

7

진 엔리퀘즈

(Ms. Jean Enriquez)

세계여성행진

(World March of Women)

아태지역 인신매매 철폐연대

Coalition Against Trafficking in Women-Asia Pacific(CATW-AP)

필리핀

8

로제리오 마리왓 솔루타

(Mr. Rogelio Maliwat Soluta)

노동절운동

(the Kilusang Mayo Uno)

필리핀



이와 관련하여 참여연대는 다음과 사항들에 대해 질의하오니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질의 1. 입국 금지자 명단 작성과 입국 불허 사유 관련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200명의 입국금지자 명단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입국금지자 명단 작성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 해외 인사 중 최초로 입국 불허 된 폴 퀸토스(Paul L. Quintos)씨는 지난 10월 정부의 초청으로 G20의제를 논의하는 Civil Dialogue에 참석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11월 G20국제민중회의 발표를 위해 방문한 폴 퀸토스씨의 입국을 불허한 것을 납득할 수 없습니다. 폴 퀸토스씨의 입국 불허의 사유는 무엇입니까?
-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8명의 필리핀인들은 모두 필리핀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발급한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외교부 영사과에서 입국비자를 발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에서 입국을 막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들의 입국 불허의 사유는 무엇입니까? 
- 이러한 사례들 때문에 정부의 입국금지 조치는 불법행위의 경력 등 때문이 아니라 G20 정상회의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대중 집회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는 활동가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법무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 G20민중행동의 해외 초청자 중 비자발급이 거부되었거나 입국이 불허되어 강제 출국당한 이들은 모두 필리핀, 네팔,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아시아 국적 인사들입니다. 한국 정부의 태도가 인종차별적이고 아시아 출신 활동가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법무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질의 2. 강제출국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관련
- 이번에 강제출국 당한 필리핀인들은 한국 정부가 입국불허의 사유를 알려주지도 않은 채 고압적인 태도로 장시간 자신들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모욕감을 느꼈고, 일부는 물리력으로 제압당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귀 부처가 한국 주재 필리핀 대사관과의 접촉을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이들의 최소한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해명을 요청합니다.
- G20국제민중회의에 발표자로 참석했던 에드워드 오유기(Edward Oyugi, 케냐)교수는 인천공항에서 경찰이라고 생각되는 복장을 한 이들에 의해 조사를 받았다고 전해왔습니다. 장시간 동안 방문 목적, 초청 단체, 불법집회에 참가여부, 오유기 교수를 초청한 필리핀 IBON재단과의 관계 등을 질문 받았고 워크숍 발표문 제출도 요구받았습니다. 또한 비행기에 탑승할 때까지 근거리에서 계속 감시를 받았고 다른 탑승객들과는 달리 기내 가방을 갖고 타지 못하도록 조치를 받았다고 합니다. 귀 부처가 내내 자신을 범법자인 양 대하는 것에 대해 오유기 교수를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역시 오유기 교수의 인권을 심대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해명을 요청합니다.

질의 3. 아시아 지역단체들의 항의와 사과 요구 관련
- 아시아 지역 활동가들의 입국불허 조치 등에 대해 아시아 지역 인권단체인 포럼아시아(Forum-Asia)와 국제개발협력분야 700여 단체들의 국제네트워크인 베러에이드(BetterAid) 등은 한국 정부에 보내는 항의서한을 통해 정부의 해명과 사과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경우 마닐라 한국 대사관 앞에서는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 파키스탄 노동당도 비난성명을 발표하는 등 한국 정부의 조치에 항의하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조치에 대한 정부의 충분한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할 용의가 있습니까?
G20정상회의 기간 동안 한국정부가 보여준 정치적 편견과 차별적인 태도들은 아시아 시민사회단체들의 분노와 불신을 야기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이미지도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국격’과는 거리가 먼 조치입니다. G20정상회의 같은 국가적 규모의 행사는 앞으로 또 있을 것입니다. 다시는 아시아 지역 활동가들의 입국을 부당한 이유로 거부하거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끝.






* 질의서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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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부당한 대우와 기본권 침해에 강한 유감 표명

아시아 지역 인권단체인 포럼아시아(FORUM-ASIA)는 오늘(11/11) 한국 정부가 G20국제민중회의에 참가하려던 7명의 필리핀 활동가들의 입국을 불허하고 개발도상국 출신 활동가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는 공개서한을 청와대와 법무부 등에 발송하였다고 밝혔다.
 
포럼아시아는 공개서한을 통해 한국정부가 폴 퀀토스씨(Paul L. Quintos, IBON International)를 포함한 이들 필리핀 활동가들에게 입국금지 사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채, 주한 필리핀 대사관과의 연락을 차단하고, 신체적으로 위협하며 강제로 송환했다고 지적했다. 포럼아시아는 이러한 한국 정부의 태도가 필리핀 활동가들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이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강한 유감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포럼아시아는 한국 정부가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인권 보호에 힘써야 하며 개도국 활동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들의 참여를 권장할 것을 촉구했다.     

포럼아시아(FORUM-ASIA)는 아시아의 인권과 개발을 위해 활동하는 아시아 지역 인권단체이다. 현재 포럼아시아는 아시아 전역 46개 회원단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의 참여연대와 국제민주연대가 회원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포럼아시아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협의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공개서한(한글 번역본)

이명박 대통령님 귀하               2010년 11월 11일
청와대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로 1
대통령실

참조: 이기남 법무부 장관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님

이명박 대통령님,

인권과 개발을 위한 아시아 포럼 (포럼아시아, FORUM-ASIA) 은 “사람이 우선이다! G20대응민중행동”이 주관하는 서울국제민중회의 참석 차 방한한 일곱 명의 필리핀 인권 옹호자들의 입국이 거부되고 본국으로 송환된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는 바입니다. 저희는 이 일곱 명의 필리핀 인권 옹호자들이 한국에 방문하기 전, 주 필리핀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비자를 발급받았으나 입국금지자 명단에 올라있다는 이유만으로 입국이 거부되었다는 사실을 확인 하였습니다. 또한 저희는 파키스탄, 네팔, 인도네시아 출신 인권 옹호자들의 한국 비자가 합당한 근거 없이 거부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 하였습니다.

저희는 해당 필리핀 인권 옹호자들이 아시아의 인권과 개발을 위해 활동하는 저명한 인권 활동가들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특히 이본재단의 정책홍보부장인 폴 퀸토스씨는 지난 10월, G20 시민사회포털 참가를 위해 한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한국을 방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입국이 거절 되었습니다. 그러나 폴 퀸토스씨를 포함한 이들은 어떠한 이유로 입국금지자 명단에 오르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저희는 이들의 입국 거부와 본국 송환이 G20 정상회의에 가해질 수 있는 모든 비판의 목소리를 철저히 막으려는 정부의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또한 이들이 입국 금지 조치를 당한 이후, 주한 필리핀 대사관 직원과의 연락을 차단 당했으며 공항에 억류되어 있는 동안 신체적 위협을 받았고 강제로 필리핀 행 비행기에 태워져 송환된 것에 대해 심히 우려를 표합니다. 저희는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일곱 명의 필리핀 인권 옹호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함과 동시에 부당하게 대우한 것에 강력히 항의합니다.

저희는 대한민국 정부가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첫번째 아시아 국가로서 개발을 새로운 의제로 제시한 것을 환영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가 인권과 개발을 위해 활동하는 개발도상국 출신 인권 옹호자들의 참가를 배제시키는 것은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 대한민국 정부의 선한 의도와 어긋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포럼아시아는 대한민국 정부에게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에 힘써주실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바입니다. 인권 활동가들의 입국을 거부하는 대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개발은 민중들의 참여와 인권에 대한 존중 없이는 절대로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인권과 개발을 위한 아시아 포럼 (포럼아시아) 사무총장
얍 스위 생 (Yap Swee Seng)

<참고>
1. 대한민국 입국이 거부된 인권옹호자 명단 (2011년 11월 11일 기준)

#

이름

단체

국가

1

헤수스 마누엘 산티아고

(Mr. Jesús Manuel Santiago)

진보적인 필리핀 가수

필리핀

2

호세 엔리케 아프리카

(Mr. Jose Enrique Africa)

이본재단

필리핀

3

조세프 푸루가난
(
Mr. Joseph Purugganan)

남반구 연구소

필리핀

4

조슈아 프레드 토렌티노 마타 (Mr. Josua Fred Tolentino Mata)

진보노동자연맹

필리핀

5

마리아 로레나 마카부앙

(Ms. Maria Lorena Macabuag)

아시아 이주 포럼

필리핀

6

폴 퀸토스

(Mr. Paul L. Quintos)

이본재단

필리핀

7

로제리오 마리왓 솔루타

(Mr. Rogelio Maliwat Soluta)

노동절운동

필리핀

2. 대한민국 비자가 거절된 인권 옹호자 명단 (2011년 11월 11일 기준)

#

이름

단체

국가

1

아바스 기미레

(Mr. Abhas Ghimire)

LDC Watch

네팔

2

베르나디누스 스테니

(Mr. Bernadinus Steni)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HUMA

인도네시아

3

헨리 사라기

(Mr. Henry Saragh)

인도네시아 국제농민단체 비아 캄페시나

인도네시아

4

칼리크 부슈라

(Ms. Khaliq Bushra)

파키스탄 여성단체

파키스탄

5

사르바 라쥐 카드카

(Mr. Sarba Raj Khadka)

Rural Reconstruction Nepal

네팔

6

우메쉬 우파댜에

(Mr. Umesh Upadhyaya)

네팔 노총

네팔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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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공정여행 아시아의 희망의 끈이 되다


오늘로 아시아와 현장에서 관계맺아 온 강연자들을 만나는 참여연대 아시아 강좌가 마무리가 된다. 여전히 지구촌 시민으로서 아시아와 관계 맺는 방법과 시각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은 유효하다. 오늘 강연은 특히나 사람을 만나는 여행과 무역이다. 이를 통해 나는 아시아인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관계 맺는 자세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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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공정무역” …… 엄은희 ICOOP 생협연구소 연구원

“공정무역 상품은 운동성과 시장성 모두를 기반으로…”
한국사회에서 공정무역은 윤리적소비와 더 가깝다. 공정무역이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아동을 착취하지 않는 등 공정한 방식으로 만들어 진 물품을 사겠다는 것이다. 가치를 중심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공정무역은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지 않다. 영국의 경우 관행 제품들과 동일한 선반 위에 올라가 있다. 공정무역 상품은 운동성과 시장성 모두를 기반으로 한다. 현재 공정무역 상품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일련의 흐름들을 본격화 하고 있다. 유기농, 공정무역브랜드 등장 등이 예다.

“소규모 공정무역상품 생산자들의 탈각화”
최근 공정무역은 주류시장에 들어가고 있다. 상품이 공정무역 상품으로 지정받기 위해선 일정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규모 공정무역상품 생산자들이 탈각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과거에는 시민단체로서 물건을 사고팔았다면 이제는 이마트, 스타벅스 등과 같은 곳에서 공정무역 상품을 사고판다. 대규모 농장인 플랜테이션농장의 경우 그곳이 공정무역 인증을 받으면 주인은 농장 노동자들에게 노조설립을 약속을 해야 한다. 또한 순수하게 공공의 지역개발에 쓰라고 주는 돈인 ‘소셜프리미엄’을 노동자들에게 줘야 한다. 어쨌든 공정무역으로 지정되면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도와주어야 한다는 착각이 문제”
한국 공정무역은 2003년 아름다운 재단에서 시작했다. 2004에는 두레생협에서 핀리핀산 설탕을 가져와 판매했다. 우리나라 생협은 일본의 생협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2007년부터 는 공정무역이 많이 늘어났다. 작년, 각종 언론에서 공정무역에 대해 다루면서 공정무역 양 많아졌다. 일반적으로 아시아지역의 공정무역은 우리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보다 먼저 서양과 공정무역을 시작했고, 우리보다 좀 더 조직화 되어있다. 우리보다 더 노하우가 있다.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제1세계에서 만들어 낸 공정무역 담론들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공정무역은 실천의 영역”
공정무역은 아직까지 미미한 시장이다. 일반무역이 단순히 물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면 공정무역은 사람간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물품이 아닌 관계성을 기반으로 했을 때 아시아 안에서 많은 파트너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사회는 지금까지 정치적인 의제를 가지고 많이 싸웠는데 시장에 대해서는 이제는 관심이 높지 않다. 아시아 관계도 비슷하다. 공정무역으로 오가면 경제적 도움을 오가는 관계들이 형성될 수 있다. 즉 공정무역은 실천적인 영역이다.


#2. “여행 좋아하세요?” …… 임영신 평화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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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한 새로운 길”
여행을 통해 나를 새롭게 발견하고 새롭게 포지셔닝하며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된다는 느낌이 많다. 17살 때 같이 여행했던 친구가 20살 때 다시 나를 찾아와 진로에 대해 상담했다. 그 때 하나의 키워드를 잡고 여행을 하라고 조언했다. 그 아이는 20살을 키워드로 6개월간 여행을 했고, 아시아의 15명의 20살을 만나서 인터뷰했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답을 찾고 대학에 가서 공부했다. 이 친구는 세계라는 것이 평평하지 않고, 깊고 크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길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왜 사람들은 유럽을 가고 싶어 하는가”
나는 30살에 처음 여행을 했다. 2000년에 정신대 할머니들과 함께 여행하며 50년 전의 일이 어떻게 아직도 사람에게 상처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그 때 일본에 가서 충격을 받았다. 다양한 국적의 할머니들이 올라와서 증언을 하다가 혼절해서 앰뷸런스에 실려 갔다. 나는 왜 지금까지 일본이 그렇게 많은 나라들을 침략하고, 그들에게 우리와 같은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가 아는 정보들은 주로 서구가 만들어 낸 정보들이다. 특히 인터넷에 떠도는 여행의 자료들은 주로 여행사에서 올리는 것들이다. 사람들이 유럽을 가고 싶다, 미국을 가고 싶다 등의 말을 할 때 정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여행의 욕망 속에 유럽에 대한 선망, 아시아에 대한 천대가 있다.

“여행에 대한 다른 정의”
공정여행을 하면서 여행에 대한 다른 정의가 있음을 깨닫는다. 만나는 것, 누군가의 삶의 자리에 가 닿는 것, 나와 만나는 그 사람도 행복한 것. 사람의 여행도 사랑을 만나고, 공동체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스스로가 깜짝 놀랐던 게 현장에 나가면 나갈수록 수많은 아시아의 주체가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자신의 지역의 공동체를 세우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중요한 건 여행의 깊이”
분쟁지역에 다니는 여행을 주로 한다. 독일에서 강의를 초청받아 갔는데 2주 동안 가이드북을 들고 돌아다니게 됐다. 그런데 이상한 게 한국인들을 계속 만나게 되더라. 하지만 그 사람들이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도 사람을 만나는 여행은 하지 않았다. 이 때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지만 정보가 없기 때문에 다른 길을 가지 못하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가 성장하면 세상을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2007년에 단체를 만들어 정보를 나누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길이 될 수 있도록. 여행이란 얼마나 깊이 있게 그곳을 여행했는가,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났는가, 여행 이후에도 연대를 해 나가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나 많은 나라를 여행하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경험, 다른 여행을 하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미래가 변화할 수 있다.
 
“새로운 길을 함께 만드는 공정여행”
세계인구는 2배가 증가했고, 관광인구도 36배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1300만 명이 여행한다. 하지만 네팔 같은 나라들에서는 한 번도 여행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여행하고 있는 사람의 절반은 유럽여행이다. 여행하는 것을 제일 많이 하고 있는 곳도 여행을 통해 돈을 많이 버는 곳도 모두 유럽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경험이기도 하지만 정보다. 우리사회의 새로운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지구를 만든다면, 새로운 방식을 나누는 것을 통해서 다른 지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행에 희망이 있다면 새로운 길을 함께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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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1 여행은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는 측면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저소득 서민들이 볼 때는 지나친 의미부여가 아닌가. 공정여행 자체가 있는 사람들, 배운 사람들의 멋지게 포장된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가 공정무역이나 공정여행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야기 속에 사람이 살아있고, 삶이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행은 꼭 돈 많은 사람들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영역이 있다. 책을 좋아하면 책을 사고, 옷을 좋아하면 옷이 가치 있다. 요즘은 누구나 여행을 한다. 1300만 명의 사람들이 여행하고 있는데 그들의 여행이 어떻게 유의미하게 변해갈 것인가 고민한다. 분쟁지역의 현실과 진실을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글로벌 익스체인지’ 같은 단체가 있다. 여행이라는 것이 개인의 사치의 영역으로 둘 경우 거대 소용돌이를 방치할 수밖에 없다. 관광산업에 대한 메커니즘을 부실 수 있도록 공정여행을 해야 한다. 이야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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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2 저는 환경운동을 했는데 철새를 따라서 여행을 많이 했다. 대만, 훗카이도 같은 곳을 갔을 땐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철새들에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갔을 땐 그곳이 보존됐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났다. 새 한 마리를 쫒아 가도 이런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사회에서 공정여행문제가 많이 나오며 사회의 변화 움직임이 있는가.

나 같은 경우 이라크가 있다. 여전히 사람들과 연락을 하고 있다. 티벳에서 학살이 일어났을 때 시민사회가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다. 시민단체 자체가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때 여행자들 사이트에 들어가 같이 연대운동을 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들려준 자는 책임이 생긴다. 난민들을 만나 얘기를 들은 사람의 책임은 남다르다. 그런 것이 하나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작은 주제부터 글로벌 주제까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공정여행 얘기가 나온 건 불과 2~3년 얘기다. 물론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아주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정리: 김지나(아시아 강좌 수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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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는 계급.계층적 문제를 고려한 통합시스템이어야…”

1998년 4월 29일 LA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폭동의 시발점은 백인경찰 4명이 1명의 흑인 ‘용의자’를 폭행하는 장면을 한 행인이 동영상으로 찍어 언론사에 보냈던 것. 이 후 경찰 4명은 무죄판결을 받고, 여유로운 미소를 입에 머금은 채 법정을 나왔다. 그 순간, 흑인사회를 묶어 둔 가느다란 실이 끊어지고, 폭동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인 가게가 즐비한 LA지역으로 돌아갔다. 이 사건을 주의 깊게 지켜보던 한인 유학생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전환기를 맞는다. LA폭동이 일어나던 당시 미국에서 유학중이던 박경태교수는 그 사건을 기점으로 그간 공부하던 것들을 ‘쿨’하게 접고, 인종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한국의 다문화를 통해 나타난 다양한 인종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언제나 낙관적인 그는 모든 문제가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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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회 참여연대 아시아강좌 강연자 박경태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한국의 다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늦어……”

이제 누구나 다 다문화를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2006년 4월 노무현대통령이 담화문 안에 다문화에 대해 거론한 이후로 그 때부터 다문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2005년의 국제결혼 비율은 13%고, 지금은 11%다. 인류학자들은 앞으로 그 비율이 10%로 유지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우리의 다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늦은 다문화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과 같은 나라들은 이미 다 다문화를 했다. 하지만 그리 긴 역사를 가진 것은 아니다. 캐나다는 1971년에 다문화를 국가의 공식이념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호주는 원래 백인만 이민하도록 하는 백호주의를 유지했는데  60년대 중반부터 다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다문화를 채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60년대 중반 유럽의 전후 복구가 끝나고 잘 나가던 시절, 유럽인들은 더 이상 이민을 갈 필요가 없었다. 그 결과 미국에의 공장에는 노동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민 문호를 비 백인들에게 개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사회의 안정을 찾기 어려웠다.

식민지 아픔을 지난 피로 쓴 다문화

식민지를 경험한 유럽을 뺀 나머지 나라들 역시 다문화였다. 아프리카의 경우 거대한 땅덩어리에 사는 사람들이 식민지를 같이 경험했다는 것 빼고는 공통점이 없다. 식민통치자들은 통치의 파트너로 특정종족을 선택했다. 서구가 떠나간 이후 이 통치 파트너들이 그 지역을 통치하고 야만적으로 사람들을 억눌렀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는 아프리카를 보면 알 수 있다. 식민주의가 남긴 통치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

다문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다문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에는 기능주의와 갈등주가 있다. 기능주의 시각의 첫 번째는 ‘동화론’이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모든 사람이 주류사회의 일원이 되어 살 수 있는 것이다. A+B+C=A에서 A를 다수민족이라 하고, B C를 소수라 할 경우 모든 인종이 다수인종처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미국에서 백인들은 영국->독일->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유대인 순으로 점점 다수의 영역으로 포섭됐다. 하지만 흑인들을 예외다. 누구에게는 해당이 되지만 누구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융합론’이다. 용광로, 도가니 이론이라고도 한다. 모든 이민자가 미국이란 깃발 아래 똑같이 녹아들어 같은 미국인으로 존재 할 것이란 주장이다. 미국에서 아시아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백인이 아님을 확인받는다. 어렸을 때는 모두 함께 미국인이었지만 대학생 이후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새로운 정체성을 끊임없이 증명 받아야한다.

세 번째는 ‘다원론’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다문화주의가 바로 이것이다. A+B+C=ABC의 공식으로 A, B, C 모두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함께 존재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것 역시 2번과 같은 방식의 비판이 가능하다.

갈등주의에서 첫 번째는 ‘내부 식민지론’이다. A+B+C=A/B+C의 꼴로 표시할 수 있는데 B와 C가 A 밑에 깔려있다. 하지만 B와 C가 자신이 좋아서 밑에 깔린 것이 아니다. A에 의해 깔린 것이다. 백인이 흑인에게, 일본이 우리에게 한 것과 같은 논리다. 미국에 가 보면 흑인들이 처참한 삶을 산다. 그들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백인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흑인들을 아메리카 대륙에 송출해 착취 결과 미국이 잘 살게 된 것이다.

다음으론 ‘계급론’이다. A+B+C=X+Y 꼴로 나타낼 수 있다. 계급론의 핵심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다. 예를 들어 미국 노동조합은 백인남성 중심이다. 그래서 노동조합 파업을 한 다는 것은 백인남성이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파업노동자 대신 흑인 노동자를 대체고용 한다. 그러면 파업노동자들이 출근하는 흑인노동자들을 총으로 죽인다. 같은 노동자를 총으로 쏴 죽이는 것이다. 흑인과 백인 사이의 구분은 고도로 계획된 것이다. 흑인노동자는 자본가가 쓸 수 있는 최고의 카드이고 이건 과거부터 그래왔다. 농장주들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농장노동은 주로 유럽의 부랑자, 고아들이 주로 이용됐다. 노동력이 부족해 인디언들 이용하려고 했으나 그것이 잘 안 돼 그 다음에 잡아온 것이 흑인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억압적 조건 하에 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민중의 봉기였다. 농장주와 감독감은 몇 명 안 됐기 때문에 두려웠다. 그래서 백인노동자들이 노예들을 감시할 수 있는 앞잡이가 된 것이다. 같은 노동자끼리의 연대 라인이 백인끼리의 연대라인으로 바뀌었다. 이는 분명 의도적인 것이다.

어느 시각이 더 옳으냐의 답은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갈등주의 시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계급론에 관심이 있다. 계급문제를 빼놓고 문화, 인종을 얘기하는 것은 곁가지만 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빼고 소수자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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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다문화인가?

지금 다문화는 관주도형 다문화다. 하지만 관주도로 가면 당사자가 원하는 것보다 공무원들이 원하는 사업을 할 가능성이 많다. 관 주도형 사업의 경우 공무원들의 실적을 올리기 위한 축제, 이벤트성 사업이 많다. 특히 한글교육과 한글문화체험에 가장 많은 돈이 쓰인다.

또한 대상 집단을 차별하는 다문화다. 지금 우리의 다문화는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다문화 중심이다. 왜 오직 결혼이주여성만 하는가? 한국의 남성중심주의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백기를 투항해 오는 여성들은 받아들인다는 생각이다. 아이를 낳아주는 여성들은 어쨌든 우리편이 될 것이니까 괜찮다는 것이다. 국제결혼의 4분의 1은 한국여성과 외국 남성 사이의 결혼이다. 그러면 결혼이주남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해야되는데 들어본 적 없다.

또한 문화만 있는 다문화주의도 문제다. 사람이 어떻게 문화만 뜯어먹고 사냐.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대부분은 가난한 집 사람들이 많이 온다. 또한 이주여성의 66%는 취업을 해있다. 또 나머지 중 96%는 취업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취업상황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의 피해나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구제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다문화는 오직 문화만 뜯어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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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다문화 대상집단을 차별화 하고 이주여성들에게만 집중되고 있다고 했는데 이것 역시 이주여성들과 그들의 자식들을 차별하는 결과를 가지고 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다문화가정 아이들만을 모아 특별수업하는 것 자체가 그들을 분리하고, 다문화 아이들에 대한 타자의 시선을 갖게한다.

(박경태 (이하 박)) 그것이 바로 계급의 다양한 변수 중 인종 변수만 빼고서 이야기를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Q2.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문화 사람들의 정치세력화가 아닐까. 또 미리 이주민을 받았던 나라들 중 우리가 모델로 삼을 수 있는 나라가 있을까. 

(박) 물론 궁극적 지향점은 당사자가 서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먼저 움직인 단체들은 이미 그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잘 되고 있진 않다.

(롤 모델의 경우)이민국가들은 안된다. 조건인 측면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캐나다 같은 경우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60%다.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지만 프랑스모델과 독일모델 등이 각각의 모델들은 다르지만 내용상으론 같다. 프랑스는 다문화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화국 깃발 앞에서 모든 사람이 동일한 시민이다. 이런 모델도 괜찮을 것 같다.

Q3. 다문화 사람들이 스스로 정치화 되는 것이 궁극적으로 가장 좋다고 했지만 나는 그 사람들이 정치세력화 하는 것 자체가 우리와 그들을 분리한다는 느낌이다. 그들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들의 삶 뿐 아니란 그들에 의해 우리들의 삶 역시 변화해야한다. 우리랑 같이 가는 정치세력화가 되야지 그 사람들에게 한정해서 정치세력화 되서는 안 된다고 본다.

(박) 과도기적으로 집단별로 묶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겠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용 정리: 김지나 수강자)



* 박경태 선생님 저서
『인권과 소수자 이야기: 우리가 되지 못한 사람들』 책세상
『소수자와 한국사회: 이주노동자, 화교, 혼혈인』
『인종주의』 책세상 

아시아강좌 6강 
공정여행·공정무역, 희망의 끈이 되다(강사: 임영신 평화여행가, 엄은희 iCOOP생 협연구소 연구원) 을 모시고 7월 1일(목), 7시 참여연대에서 있습니다. 개별 수강자도 참석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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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언제까지 양아치 짓 할낀데?”

“곰 새끼가 작은 얼음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 환경문제가 아닙니다. 온난화는 아프리카의 굶어죽는 아이의 문제, 강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문제입니다.” 구수한 사투리를 섞어가며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강연 속에는 그저 주는 것을 개발협력의 전부라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침이 숨어있었다. 어느 순간에 가면 쫓겨나듯 봉사지역을 나오는 것, 항상 조용히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 진정한 봉사자의 자세라 말하는 강연자의 모습에서 사뭇 결연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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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회 참여연대 아시아강좌 강연자 송진호 한국 YMCA전국연맹 기획실장


“아시아 스스로 소통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해야…“

아시아란 언어를 만들어 준 곳은 서구다. 아시아는 아시아끼리 소통 할 수 있는 언어가 없어 영어로 해야한다. 또한 아시아국의 소식을 알기위해 CNN등과 같은 서구방송을 이용해야한다. 아시아도 아시아 방식으로 소통을 해야한다. 아시아 스스로 소통할 수 있는 기제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소통해야하나. 소통의 기제가 없다는 뜻은 아시아 스스로의 인식이 없다는 말과 같다. 부재라는 것은 없어서 부재가 아니다. 인식이 안 될  때 부재한 것이다.

“독수리오형제의 양아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국사회는 제국주의 시선을 아시아에 보내고 있다. 저질스럽다. 텔레비전을 보면 “우리는 코시안입니다”는 말이 종종 나온다. 하지만 이 말 속에는 차별적 시선이 담겨있다. 너희들은 아시안이고 우리는 코리안인데 다문화 공존은 코시안이었을 때만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는 곧 우리는 아시안이 아니라는 말을 전제한다. 요즘 청년들은 해외 봉사활동을 많이간다. 그런데 이상한 건 봉사를 갔다 돌아오는 공항에서 자신들이 지구를 다 지키고 돌아온 것 마냥 행세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양아치들이다. 진정 아시아를 배우는 작업을 하고 아시아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아시아와 연대하는 아시아 과제가 필요하다.

“네가 아픈 것, 나도 아프다”

제일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우리도 어려운데 왜 남의 나라에까지 도와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주로 나오는 답변은 우리가 받았으니 그것을 돌려줘야한다는 이야기고, 또는 시장의 논리다. 실제로 왜 도와주어야하나? 그것은 한국시민사회가 지구시민사회에서부터 부여받은 시민적 상속성 때문이다. 즉 지구윤리다. 아픔의 공감은 옆에 있는 아기나 아프리카의 아기나 똑같아야한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이웃에 대해서도 똑같은 윤리성을 가져야한다. 이병헌은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네가 아픈 거, 나도 아프다”란 말을 했다. 그것과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자연적 현상으로 재앙이 반복될 때 준다는 논리로 퍼주면 언젠가는 지치게 마련이다. 그것을 인식재고를 해 나가는 것이 시민사회가 해 나가야 할 일이다.

침묵하는 주체로 만들어버리는 개발협력

새마을 운동이나 한강의 기적 등을 해외로 수출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험을 아시아에 맞출 수 있다는 생각 자체는 제국주의적 발상이다. 개발엔지오의 경우 산타클로스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사람들은 독수리오형제에 대한 과대망상증이 있다. 하지만 주고 싶은 것만 주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는 발전했는데 너희는 가난하다, 그러니 가르쳐야한다는 발상이다. 발전하지 못한 사람들을 쉽게 규정해 버린다. 가난한 사람들을 거지로 만드는 것을 개발 엔지오가 하고 있다. 그 사람들을 침묵하는 주체로 만들어버린다. 자신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규정짓고, 주고, 보여주고, 이러한 개발협력이 반복되고 있다.


신흥공여국으로서의 교량역할?

왜 개발의 과정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은 보여주지 않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느냐. 과연 한국형모델이 아시아모델이 될 수 있는가. 한국형 개발원조는 한국형 신화를 만들어내려 한다. 이것이 정부관료들의 나쁜 습성이다. 연대는 물건을 사고파는 짓거리가 아니다. 왜 한국은 한국형 민주주의를 미얀마에 수출하려 하는가. 우리가 가서 그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 아시아를 만나는 일이다. 그들과 함께 계획하고, 그들이 아는데서 출발하는 것이 진정한 개발원조다. 예를들어 예산이 한정돼 학교나 병원 중 하나만 지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무엇을 지어야하나? 정답은 모른다는 것이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므로 섣불리 결정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 찌아찌아족은 공식문자로 한글을 선택했다. 우리는 한글의 세계화라고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자랑스러워해야 하나? 다른 사람들은 다 인도네시아어를 쓰고 있는데 그들만 한글을 공식문자화 시키면 그들의 아이들은 어떡하나.


현장 상황도 모른 채 계속되는 개발원조

아프리카의 한 국가에서 상수도 시설을 놓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피그미족을 지나야했다. 그곳에 상수도 시설을 놓으니 사람들이 수도를 창을 들고 다 찌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수돗물을 받아썼다. 피그미족에게 물은 공공제가 아니고 나눠 먹는 것이었다. 정부에서 그곳에 수도꼭지 만들어주니 그들은 물을 계속 틀어 놨다. 그 이유는 그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물은 고이면 썩기 때문이었다. 필리핀남부 마닐라 통근철도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필리핀에 원조해 줬다. 그런데 막상 공사를 시작하니 철도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를 간과한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한국까지 와서 투쟁을 버리기도 했다. 이런 현장상황을 모르는 개발원조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적 상상력을 통해 건강한 시민사회 만들어야“

개발원조는 우리 안의 문제들과 연결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구시민으로 살아가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남들이 다 매스투어리즘 얘기할 때 착한여행을 말할 수 있어야한다. 또 남들이 자유기업 얘기 할 때 사회적기업 얘기를 할 수 있는 창작력이 필요하다. 실제로는 지역 안에서 아시아를 발견할 수 있는 행동을 해야한다. 이러한 상상력이 건강한 시민사회 만들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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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1 양아치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혹시 젊은이들의 해외봉사활동이 양아치적이지 않게 하기위한 노력이 있는가?

송진호(이하 송): 이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젊은이들이 봉사활동을 왜 나가고,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목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해서는 풀뿌리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독수리오형제가 되려고 한다. 우리 안에 살고 있는 아시아를 만나고, 그 경험을 쌓아 지역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전부 반기문이고 전부 한비야다. 그들은 좋은 롤 모델이 될 수는 있지만 극히 일부이고 특별한 사람만이 가능하다. 나머지는 뿌리 없는 하방의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시아를 만나기 전에 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를 배우기 위해 가야한다. 그러기위해서는 골 세팅부터 바뀌어야한다. 또한 갔다 와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한다. 다작으로 타작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골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청중2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이 안 바뀌는 이유가 있는가. 혹시 해외봉사를 위한 하나의 매뉴얼을 만들 생각은 없는가.

송: 실수도 소신으로 보이는 것, 실수를 소신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예를들어 해외로 봉사자들을 많이 내보내는 것을 골로 여기는 것부터 잘못됐다. 전부 ODA만 하려고 하고 시민사회 안에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제국의 발톱을 우리가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 많다. 국제메뉴얼을 만들어 하나로 규정짓는 것보다 선한 사례 하나를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뉴얼보다 더 좋은 것이 풀뿌리운동 사례이다. 그 사례가 뿜어내는 향기가 더 낫다.

청중3. 원조의 오너십도 문제다. 정권이 별로 안 좋아하는 원조는 다 끊어버린다. 원조의 효과성은 빛 좋은 개살구란 느낌이다. 그래서 시민사회가 니드(need)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느낌이다. 혹시 그러한 시민사회의 노력이 있는가?

송: 단순히 개발원조만하는 것이 아니라 성, 환경 등 다양한 문제를 다 같이 아우르는 틀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시민사회의 역량강화는 중요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가면 또 그 시민사회가 개판이다. 정부각료가 개발원조를 때먹고 찌꺼기 나눠 준다. 라오스나 미얀마 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다반사다. 그들의 시민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ODA감시하는 것이 국내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는 놈과 받는 놈이 같이하지 않으면 힘들다. 가장 중요한 건 아시아에서 시민사회를 길러내는 것이다.

청중4 국제자원봉사하는 단체에서 일 하고 있다. 지금까지 현실을 봤을 때 참가자들은 스펙 때문에 가려고 하는 것이 강하고, 지역문제 같은 경우는 프로그램 셋팅하는 수준에 그친다. 과연 이것이 지속가능한 방식인가 하는 고민이 많다. 문제해결을 위해 국제교육 실무자들의 관점변화가 있지 않고서는 힘들다. 실무자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송: 단기봉사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커뮤니티는 금방 무너진다. 스펙 쌓는 것이 더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아이들의 마인드를 바꾸는 것은 시민단체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질문을 바꿀 때 아젠다가 달아진다. 교육밖에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글로벌 리더십이 아닌 글로벌 맴버십니다. 책임 있는 지구시민훈련의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진정 봉사를 갔다 온 사람들은 갔다 와서 머리가 터져야한다. 우리가 살아왔던 개발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아서 우리가 배운 것과 현장은 아주 다르다. 그래서 갔다 와서는 고민이 더 늘어야 한다.

(내용 정리: 김지나 수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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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프레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먹으면서 들으셔도 돼요. 저는 밥 굶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온 사람답게 강의 시작 전부터 청중들의 밥 먹을 권리부터 챙긴다. “인권은 다양한 차원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인권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강의 보따리를 풀며 2시간 반 동안 다각도로 아시아인권에 대해 접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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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참여연대 아시아강좌 강연자 이성훈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

<주요 강의 내용> 

아시아의 어원부터 서구 중심적 시각 투영돼…
‘아시아’란 단어는 서양의 눈으로부터 비롯된다. 아시아는 아시리아와 어원이 같다. 그리스 사람들이 동쪽을 볼 때 그 쪽에서 해가 떠 ‘아시리아’란 이름을 붙였다. 서양의 눈을 통해 아시아의 정체성이 규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차이나의 경우 인도와 중국이 합쳐진 말이다. 서구 사람들이 보기에 중국과도 비슷하고 인도와도 비슷해 ‘인도차이나’라 불렀던 것이다. 아시아의 경우 유럽이나 다른나라와 다르게 각기 다른 문화와 역사를 지닌다. 딱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식민지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의식이 많고 정체성이 서구에 의해 왜곡되었다.

엘리트들이 말하는 ‘아시아 가치’
‘아시아가치’는 서구민주주의와 아시아민주주의가 다르다고 인식한다. 아시아는 보통 식민지 경험이 많으므로 다양한 시민의 참여보다 소수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유형으로 나아가자는 것이 ‘아시아가치’이다. 이것은 주로 엘리트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요즘 아시아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주로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아시아가치에 대한 대표적인 논쟁이  Lee Kuan Yew와 김대중 전 대통령 사이에 있었던 논쟁이다. Lee Kuan Yew는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민주주의를 배우는게 훨씬 낫다고 주장했던 반면 김대중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같이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당시에 나온 것이 바로 ‘아시아가치’다.

박정희 모델을 보는 다른 시각 가져
대학에 다닐 때 말레이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갑자기 없어졌다. 그 이유를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러했다. 80년대 초반까지 말레이시아는 나라를 근대화 시키려고 했는데 이 때 박정희 모델을 많이 생각했다. 그래서 유학생들을 한국에 많이 보냈다. 그런데 87년 이후 유학생들을 다시 돌아오게 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민주화 항쟁으로 뜨거웠고 그것에 물들까봐 우려했던 것이다. 유학생들은 싱가포르로 보내졌다.

88년에 홍콩에 첫 직장 얻어서 갔고, 그 이후도 계속 해외에 많이 갔다. 86년 피플파워 당시 핀리핀에 있었는데 그 때 특이한 경험을 했다. 당시 학생들이 반미 이야기를 실컷 하고, 코카콜라를 마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박정희대통령을 굉장히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얘기인즉슨 마르코스는 나라를 말아먹었는데 박정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나라가 필리핀만이 아니었다. 이 때 박정희정권에 대해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이것은 87년 말레이시아 학생들이 한국에 왔다가 안돌아온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50년 대 이후 경제 발전을 시작했다. 다른 아시아국가도 마찬가지였고 그 중 우리나라보다 더 발전된 나라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이들 중 대부분의 나라가 아직까지 가난하고,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이 둘 다를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은 이뤘다. 그래서 밖에서 먹혀들었던 것이다. 5·60년대 핀리핀, 미얀마, 스리랑카는 굉장히 잘 나갔다. 하지만 독재를 겪고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은 똑같이 독재를 겪고도 발전했다. 이런 상황들을 생각해보니 그들이 우리나라를 훨씬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싱가포르 민주주의 모델, 한국적 민주주의모델
민주주의 발전 모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경제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더 잘산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데 표현하고 나면 자유가 없어진다. 규제를 받는 것이다. 이 나라는 벌금이 아주 많다는 것이 이를 반영한다. 싱가포르에는 PSP, WP, SDP 이렇게 세 가지 정당이 있다. 그들의 별명은 각기 pay and pay(PAP), why pay(WP), so don't pay(SDP)다. 예전처럼 물리적으로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 제약을 가한다. 자본주의 방식이다. 이것을 지금의 한국이 배우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의 경우는 시민사회 노하우가 아주 좋다. 그런데 너무 과잉됐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가 할 일을 시민사회가 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엄청 커지고, 관료화된 것이다. 좋든 싫든 국가와 시장은 전제된다. 이들을 대체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일본의 경우 시민단체들 간에 서로 잘 모른다. 이들은 전국단위의 시민단체가 없다. 하지만 밑바닥 현장으로 가면 어디가나 조직화되어있다. 시민단체의 개념자체가 다르다. 시민단체보다는 주민단체의 개념에 더 가깝다.  일본의 민주주의는 한국과 다르다. 이들은 전쟁에 져서 서구에서 이식된 것이고, 한국은 투쟁을 통해 쟁취한 것이다.

주요 관심모델은 한국과 싱가포르이다. 많은 아시아국들은 싱가포르모델을 선호한다. 통치자 입장에서 보면 싱가포르가 좋다. 하지만 이들은 표현의 자유가 한정되어 있다. 싱가포르는 학교 토론수업에서 제대로 이야기를 못한다. 한국모델의 경우 굉장히 복잡하고 시끌벅적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한국모델을 따라가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 이들 중 어떤 패러다임으로 갈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태국을 보면서 시민사회가 아주 취약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촛불집회 당시 이명박 퇴진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한국은 시민입장에서 선거의 룰은 지켜준다. 또한 국가의 입장에선 총을 들면 망한다는 인식이 있다. 한국 민주주의에는 기본적인 룰이 있다. 하지만 태국은 없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사태가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한국과 같이 룰이 지켜지는 것은 아시아 국가 사이에서는 거의 없다. 이같이 우리의 경험을 아시아의 경험과 잘 엮어서 생각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시민사회는 복합적으로 연결돼
우리는 너무 쉽게 시민사회에 대해 말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는 의미와 너무 다르다. 시민이 된다는 것은 국가를 넘어선다는 것, 국가주의를 넘어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외국여행을 했을 때 말은 안 통해도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과 개념은 없는데 한국사람인 사람 중 누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가. (후자 쪽이 시민사회의 의미가 더 짙다는 의미) 아시아 시민사회의 중층 구조다. ‘지역연대’를 말 할 때 이것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글로벌 리더십, 국내에서 일하고 나면 해외로 나가라
한국 시민사회의 과제는 우선 내재적 국제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를 밖에서 찾아다니지 말고 우리 안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결혼이주여성, 난민,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며 아시아를 만나라. 그리고 세계로 나가야 한다. 기업은 세계화가 굉장히 빠르다. 그 다음은 정부다. 그런데 시민사회는 아주 느리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분단이다. 그래도 빨리 탈피해야 한다.

국내에서 일하고 나면 해외로 나가라. 내가 지역(regional)시민단체에서 일할 때 인터뷰를 통해 사람을 선발한다. 그런데 인터뷰 보러 오는 사람 중에 한국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의 경우 시민사회의 사법감시체제가 아주 좋다. 그런데 그같은 좋은 점을 우쭐해 하는 데에서 그치고 그것을 국제적으로 내 보내려 하지 않는다. 국제사회로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한류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아시아 국가에 거의 번역되어 있다. 이것 역시 한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ODA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에서 ODA를 2배로 늘렸다. 이것을 현장에 가서 모니터해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난개발을 통해 오히려 인권을 침해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

인권은 모든 것을 수렴한다
인권은 다른 것과 달리 다양한 사회문제와의 상호 연관성 때문에 모든 것을 수렴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인권을 모르고서는 얘기가 안 된다. 인권은 모든 것에 기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서 인권에 대한 이해가 미약하다. 모든 것을 수렴하는 인권의 프레임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지 못한다.

올해 아세안 정부 간 인권기구가 만들어진다. 이것은 획기적인 사건이다. 국내에서 인권하면 정치적으로만 이해한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공식 헌장언어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인권기구가 만들어 졌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이다. 담론의 수준에서 더 이상 인권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식적인 모임의 언어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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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및 응답

Q ODA 의 전략적 활용에 대한 부분을 듣고 감동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적인 괴리가 있는듯하다. 어떻게 하면 ODA에 대해 시민단체가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A 이 정부의 ODA가 있으면 이것을 분배할 때 NGO를 통해 분배가 된다. 물론 ODA원조를 직접적으로 실행하는 단체들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얘기를 못한다. 하지만 받지 않는 시민단체에서는 많이 말한다. 한국정부가 ODA를 하는 목적은 자원외교와 기업외교를 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외교의 한 방편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외교의 목적에 인권이 들어간다.


Q 인권이라는 개념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하셨다. 나의 시각에서는 인권하면 정치적 자유 보장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 같다. 아세안에서 인권은 어떤 의미인가?

A 아세안에서는 인권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1967년 아세안이 만들어졌다. 2007년을 전후해서 아세안을 둘러싸고 세계화의 흐름이 일었다. 아세안이 하나로 뭉쳐서 FTA를 성사시키려 했으나 못 했다. 그 이유가 국제법적 지위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 인권 문제가 걸렸다. 그 당시 유럽에서는 국제법적 지위를 얻기 위해 자꾸 인권 관련 조항을 넣으라고 했고, 이에 FTA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권 조항을 넣은 것이다. 넣고 싶어서 넣은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넣은 것이다. 유럽연합에 들어가기 위해 사형제를 폐지해야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당시에 시민사회가 둘로 갈라졌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안의 인권개념에 대해 한 편 에서는 반세계화 단체는 이 자체를 부정했고, 다른 한 편에서는 어쨌든 인권이 들어갔으니 그걸로 뭐든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입장이었다. 아세안에서 생각하는 인권이라는 것은 유럽에서 말하는 인권을 갖다 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것이 있다면 ‘인권’이란 단어가 공식적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인권’이란 단어 안에 진보성이 있는 것이다.


작성: 김지나(아시아강좌 수강자)


네번째 아시아 강좌는
국제개발협력, 아시아의 눈으로 바라보기 입니다.
현지에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다년간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신 송진호 YMCA 기획실장을 모시고 아시아의 눈으로 바라본 개발협력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개별 강좌 참여가 가능하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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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5/19~5/20 동안 광주 518기념재단이 주관하는 아시아 포럼에서 국제워크숍 <아시아민주주의: 공고화인가 혹은 위기인가>를 100명의 국내외 활동가들을 모아 진행했습니다. 이번 후기는 5월 20일 있었던 워크숍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광주아시아포럼 주요 내용 요약]


아시아민주주의: 공고화인가 혹은 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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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2의 발제자인 Ms.Joy Chavez, Mr.Henri Tiphagne, Mr.Sinapan Samydorai(왼쪽부터)


세션 2 지역과 국제 차원에서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아시아 시민사회의 활동
사회: Mr. Adilur Rahman Khan, Secretary, Odhikar 창립자

[발제]
아세안과 시민사회의 대응) 아세안과 인권 ASEAN and Human Rights
Mr. Sinapan Samydorai, SAPA WG on ASEAN
동남아시아의 인권문제와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아세안헌장으로 인권표준을 설정하고 아세안 정부간 인권위원회라는 인권기구를 통해 인권증진에 초점을 맞추어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남아시아 지역협력연합과 개발협력
Mr. Henri Tiphagne, Executive Director, People’s Watch 상임이사
네팔,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파키스탄,스리랑카와 같은 국가들은 많은 부분에 있어 지역적 협력(regional cooperation)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사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에서는 개발과 민주화를 위해 지역 시민사회 수준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미쳤었다.

지구적 경제위기가 아시아의 민주주의에 미친 영향
Ms. Joy Chavez, Senior Research Associate, Focus on the Global South, 조정관
97년 경제위기가 아시아지역에 있은 이후 국제기구를 통해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실현은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한 기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토론]
• 지역기구에서의 시민사회의 역할
Mr. Yap Swee Seng, FORUM-ASIA 사무처장
남아시아에서는 시민사회 연대의 특별한 경험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의 경우, 국가의 영역을 넘어 전 시민사회 차원에서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경험이 지역적 차원에서 스필오버(spill-over) 효과로 번저 나가길 기대한다. 광주와 타이완의 민주화 경험도 마찬가지로 번저나갈 수 있을 것이다.

• 글로벌 시대의 시민 사회의 도전
Mr. Kinhide Mushakoji, ARENA 멤버
민주주의를 이야기 할 때, 한 국가의 국민이나 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국가적 제도주의를 넘어서는 글로벌 시대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신제도주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지구화된 시장경제와 최근의 지구적인 경제위기, 이민자들의 이동과 착취받는 이민자들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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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3 행정부 감시, 사법부 감시, 입법부 감시 발제 모습(왼쪽부터)


세션 3. 국내에서의 민주주의 신장을 위한 아시아 시민 사회의 노력 – 분과 토론

[행정부 감시]
국가 수준에서 민주주의를 신장시키는 아시아 시민사회의 경험: 방글라데시 사례 연구
Mr. Adilur Rahman Khan, Secretary, Odhikar
방글라데시는 1991년 이후로 민주적인 정부 형태와 문화를 유지하는데 거듭 실패해왔다. 그러나 식민해방 이후 방글라데시 국민들이 벌여온 투쟁을 감안할 때 정치는 이들 국민의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행정부가 사법부에 가하는 정치 이용과 언론기관 장악은 민주주의를 신장시키기 위해 방글라데시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민주주의를 의미있게 하기: 행정부 통제-인도네시아에서 얻는 교훈
Mr. Danang Widoyoko, Coordinator, Indonesian Corruption Watch
인도네시아는 광범위한 부패가 큰 문제이다. 선거자금, 정부예산과 입찰, 카르텔화 된 정치구조등은 부패의 뿌리이자 원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당정치는 당원헌금과 같은 자금자족의 전통을 세우는데 실패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부패.사기 사건에 대한 탐사보고와 공공서비스 분야에 대한 감시를 해왔다.


[사법부 감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이라는 노정
한상희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건국대 법대 
1994년 설립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이라는 방향을 설정하고 일상적인 권력감시활동으로서 모니터링을 하고, 사법제도개혁 논의기구에 참여하였다. 또한 검찰개혁운동과 부패 및 권력남용 법조인에 대한 고발운동을 진행해 왔다.


[입법부 감시]
참여연대 의정감시운동 소개
이지현 팀장,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국회운영 및 의원감시활동, 국회의원 총선거에서의 낙천낙선운동, 그리고 정치개혁입법을 위한 운동으로 정치자금법.국회법.공직선거법.정당법 등 정치제도 개혁운동, 선거 시기 유권자 운동을 진행해 왔다. 정치개혁을 위해 정치인들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둔 낡은 정치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증거에 기초한 사회적 감사(監査)의 강화
Charas Suwanwela 교수, 태국 출라롱콘 대학
최근 태국에서는 공공정책과 부패, 권력남용을 감시하는 사회단체와 시민단체가 늘어가고 있다. 특히 부패에 대한 사회적 감사가 성공적이었던 4가지 사례는 <모기박멸 약제 건, 끌롱 단 하수처리장 건, 의약품 및 의료장비 구매 건, 도로교통 뇌물 건>등이 있다. 앞으로 사회적 감사의 강화를 위해서 정치중립성을 지향하고, 자료공개에 대한 법적 보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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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션 4에서의 분과보고 발표



세션 4 국내에서의 민주주의 신장을 위한 아시아 시민 사회의 노력
사회: 남부원,  광주 YMCA 사무총장

[각 분과보고]
최경희, 한국 동남아연구소 연구원
한 국가가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사회 내에서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세력이 얼마나 존재하는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민주주의는 다층위로 진행되는 것이므로, 동남아 상층부는 얼마나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며 동시에 동남아는 대중적 민주주의를 집행하는데 취약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Loh Kok Wah Francis, ARENA
아시아 민주주의에 있어서 시민중심의 정치, 지속가능한 민주주의의 발전, 헌법은 중요한 개념이다. 또한 정부에 대해 투명성, 책임성을 물을 수 있는 시민의 행동이 필요하며, 다면적 컨트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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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5에서의 공동사회를 맡은 Mr. Yap Swee Seng과 이태호협동사무처장




세션 5 전략 및 향후 계획 논의

Mr. Yap Swee Seng, FORUM-ASIA
우리는 어떻게 아시아 지역의 민주주의를 위해 서로에게 지지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민사회의 발판을 통해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또한 동시에 지역사회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때론 안보와 민주주의가 충돌하고, 삼권에 대해서는 책임성을 묻기 어려운 현실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고, 부패와 투명성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제도와 의사소통이 필요하다.외부에서 도입된 제도가 우리의 공동체에 유효한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제도들이 연관성을 가지고 조화롭게 발전하도록 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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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미얀마) 속담에 "방금 판 우물에서는 깨끗한 물을 기대할 수 없다"는 표현이 있다. 첫 술에 배가 부를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일은 정해진 순서와 원리원칙이 따른다는 교훈이다. 버마 군부는 작년 국군의 날(3.27)을 맞아 이 속담을 언급하며 군부가 지향하는 "규율민주주의"도 정해진 중간단계가 성숙될 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국민에게 훈시했다. 우물의 '수질'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정화되었다고 판단했는지 모르겠지만 군정 최고지도자는 금년 독립기념일(1.4)을 기해 금년 내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천명했고, 마침내 지난 8일부터 5일에 걸쳐 선거와 관련된 5개의 법령을 국영언론을 통해 공표했다. 연방선거위원회법(Union Election Commission Law), 정당등록법(Political Parties Registration Law), 상원선거법(Amyotha Hluttaw Election Law), 하원선거법(Pyithu Hluttaw Election Law), 지방의회선거법(Region Hluttaw or State Hluttaw Election Law) 등이 그것인데, 이로서 구두로만 서약한 총선실시는 구체화의 수순을 밟는 첫 단계에 진입했다.

4월부터 군부는 군 수장의 처조카인 뮌스웨(Myint Swe) 제 5특별작전국장을 수장으로 하는 과도정부(caretaker)를 구성하여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돌입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기 시작했다. 출마지역까지 확정 받은 중앙부처 고위 관료는 해당직위 만료일을 6월로 통보받았고, 아웅산수찌(Aung San Suu Kyi)의 가택연금 해제 예상일이 11월이라는 정부 인사의 언급을 배경으로 했을 때 총선은 9월 말에서 10월경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숫자 11을 맹신하는 군정 지도자가 어떻게 점성술사의 점괘를 받드느냐에 따라 선거일은 결정될 것이다.

국내외 정당, 민주화운동집단과 이해관계를 가진 국제사회는 곧 선거법에 대한 평가와 비판이 쏟아냈다. 그 중 가장 이목을 끄는 대목은 아웅산수찌의 총선 입후보 여부, 선거위원회 구성의 적절성 등 주로 참여와 경쟁에 바탕을 둔 민주성의 원칙으로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복역 중인 자는 상하원 선거법 각 제 4장 7조 2항, 제 5장 10조 1항에 따라 총선에 입후보를 할 수 없고, 선거권도 없으며, 정당등록법 제 2장 10조 5항에 따라 정당원으로도 등록될 수 없다. 1989년 공표된 선거법과 달리 금번 선거법에서는 외국인에게만 국한되었던 입후보 및 선거권 제한기준이 직계 자손까지 확대되어 군부의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은 더욱 확대되었다. 독소조항은 외국인과 결혼한 버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수찌를 겨냥한 것이 틀림없지만 약 2,200명에 달하는 정치범도 총선 입후보에서 배제될 전망이어서 반군부세력의 공백이 한 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총선을 통해 1990년 총선 결과는 유효하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에 국민민주주의연합(NLD)이 국제사회에서 누렸던 정통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전 대법원 부원장이자 군법무관을 지낸 우 떼잉쏘(U Thein Soe)를 위원장으로 하는 17인의 선거위원회는 퇴역 장교, 재판관, 교수, 대사 등 친정부 인사로만 구성되어 선거관리의 중립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NLD는 선거에 참가하기 위해 정당등록을 할 것인지를 논의 중에 있는데, 3월 27일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NLD도 내부적으로 아웅산수찌 파벌과 띤우(Tin U)를 중심으로 하는 퇴역군인 파벌로 양분되어 있는데, 전자는 총선 참여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오는 5월 7일이 총선을 위한 정당등록 만료일인데, NLD가 정당등록을 하더라도 군부의 정치탄압은 그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NLD의 내부결정은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과거처럼 강경노선만을 고집할 경우 정치권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의회민주주의시기(1948-1958, 1960-1962) 총리와 부총리를 역임했던 우 누(U Nu)와 우 쪼응에잉(U Kyaw Nyein)의 여식(女息)들이 창당한 민주당(Democratic Party)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태국 내 망명정치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당은 군부가 조직한 정당의 정권창출을 기정사실로 수용하지만 원내에 진입한 후 협상을 통해 연정을 수립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군부도 USDA를 단일정당으로 창당하지 않고, 공무원을 중심으로 한 전문가 집단, 기업인, 변호사, 의사 등 신흥엘리트 집단, 소장파 군 인사로 구성된 군부 집단 등으로 세분화하여 총선 이후 합당이나 연정의 단계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단일정당으로 총선에 참가하여 대패한 1990년 총선의 교훈이자 다당제에 입각하여 공정한 선거가 치러졌다는 평가를 위한 전략적 획책이기도 하다.

정치개혁이라는 우물을 파서 민주주의라는 정수(淨水)를 국민에게 공급하려한다면 양질의 식수를 제공할 입지를 선정하고 토양을 훼손시키지 않는 도구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만약 용수가 넉넉하지 않은 땅이면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할 것이며, 식수가 나오지 않으면 그 이유를 역으로 조사하여 식수가 솟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군부가 우물을 파기 위해 선정한 터와 도구는 이미 오염되었고, 거기서 샘솟는 우물은 군부의 건강을 책임지지 못할 것이다. 몇 번에 걸친 정화를 하더라도 우물의 질은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은 자신의 건강을 해치울 샘물을 강압적으로라도 마셔야하는가? 아니면 우물이 정화될 도구나 기술, 새로운 터를 선정할 수 있도록 제안하여야 할 것인가? 썩은 물을 파는 현실에 수수방관하는 것이 더 서글프지 않은가.

장준영(부산외대 미얀마어과 강사)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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