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새해 첫 일주일은 어떠하셨습니까? 저마다의 가슴마다 간직한 소중한 계획이 모두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새해부터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떨치네요. 아마도 정신 바짝 차리고 한해를 시작하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올 해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하여 국제사회에서의 핵문제를 짚어 보고자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와 핵확산 금지조약 : 보편주의의 실종과 미국의 일방주의

2차 대전이 핵무기의 사용으로 종결된 이후 국제사회에서 핵문제는 핵의 평화적 이용과 핵확산의 방지가 주된 이슈였습니다. 그러나 냉전체제 하에서 핵의 개발과 군사화는 미국과 소련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 IAEA)는 1953년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제안으로 1957년에 조약이 발효되어 창설되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 및 안전성 제고를 위해 개발도상국의 전력생산을 포함한 원자력의 실용적 응용을 지원하며, 핵분열 물질이 군사적 목적에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주요 활동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요 기관으로는 총회, 이사회, 사무국이 있고, 이사회는 지역적 안배와 기술전문성에 따라 지명 또는 선출되는 35명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군사적 목적으로 기술발전이 이루어진 핵관련 산업은 미국에 의해 주도되었습니다(북한에 제공된 경수로 역시 잠수함 추진용으로 개발된 것이었습니다). 1980년대까지 미국은 세계 원자력 총생산의 20%를 차지했고, 140여기의 원자로를 수출하였습니다(서독 11기, 캐나다 9기, 프랑스 12기와는 대조적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국제원자력기구는 냉전체제 하에서 소련과 함께 핵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역할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는 이사회의 인적구성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데, 3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핵 보유 강대국의 대표들에 의해 주로 자국의 원자력산업 및 핵무기관련부문에 종사하면서 핵기술을 가지고 있는 13개 나라의 영향력이 관철되도록 이 부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인물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즉, 미국의 대표단은 미국의 원자력위원회 및 에너지부, 국방 및 정보부서를 대변하는 인물들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국제원자력기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핵무기 보유국가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고, 특히 핵기술확산에 관한 강경파들의 영향하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1970년에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on-Proliferation Treaty : NPT)은 미국과 소련이 자신의 핵무기 보유를 유지하면서 특히 제 3세계 국가들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근거로 국제원자력기구는 핵무기 비보유국에 대하여 안전협정(Safeguards Agreement)을 체결해야 하며, 핵무기 비보유국이 핵연료를 군사적으로 전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핵무기 비보유국의 핵물질 관리실태를 점검하고 현지에서 직접 사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약의 협상과정에서부터 이미 핵보유국의 핵군축의무가 명기되어 있지 않다는 것, 비핵보유국의 핵활동에 대한 사찰이 자주권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 비핵보유국의 안전보장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반대가 심했던 이 조약은 그 운용에 있어 핵강대국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점에서 매우 편파적인 조약입니다. 즉, 핵무기보유국가들은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을 받지 않고, 다만 핵감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구체적인 구속성을 갖지 않는 약속만 있을 뿐입니다. 더욱이 비가입국에 대해서는 기술이전을 제한하고 있지만, 미국 등 핵보유국가들은 비가입국들, 이스라엘, 인도, 이집트, 남아프리카 등에 대한 핵시설 판매에 적극적이었습니다. 따라서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비핵국가들은 사찰을 받는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하였으나 비가입국에 비하여 하등 이득을 얻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서 1994년 북한의 핵사찰과 현재 진행중인 이라크의 사찰을 본다면 핵확산금지조약의 적용과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강제할 수 있는 힘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유엔 안보리에 의한 경제적 군사적 제재를 통한 압력에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핵문제의 어제와 오늘 : 핵 개발에 대한 미국의 자의적 대응

살펴본대로 국제원자력기구의 활동과 핵확산 금지조약의 문제는 바로 미국의 군사력, 그리고 미국과 함께 핵무기를 독과점하고 있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들의 기득권에 의해 보장되고, 미국의 세계전략에 부합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너무나 자의적으로 운용되어 왔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이 발효된 이후인 1974년 인도는 핵실험을 하였지만, 국제적인 제재는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친미, 친서방 국가들의 핵무장에 대한 묵인, 또는 묵인을 넘어선 지원활동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1990년 핵무기를 폐기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미국과 독일, 이스라엘의 지원으로 핵무기를 개발하였습니다. 냉전체제 하에서 반미(친소)정권의 확산을 저지할 목적으로 이를 묵인한 것입니다. 또한 미국은 1979년 이스라엘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핵실험 성공을 인지하였지만, 이를 은폐하는데 노력하면서 당시 이란의 회교혁명에 따라 중동지역에서의 패권유지를 위한 이스라엘의 군사화를 목적으로 이스라엘의 핵무기개발을 묵인한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서남아시아에서 소련이 아프카니스탄에 군대를 파견하였고, 이 지역에서 인도의 영향력 제지라는 측면에서 파키스탄의 전략적 중요성이 증대되었고,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 때문에 1970년대 후반부터 진행되었던 파키스탄의 핵무기개발을 묵인하면서, 대규모 군사원조를 통해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주었던 것입니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하여 더욱 심각한 것은 그동안 일본에 영국이 1톤 이상의 플루토늄을 수출하였다는 것입니다(핵폭탄 100개 이상을 제조할 수 있는 양이며, 핵무기 제조에도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잠재능력 보유를 자신의 정책으로 정했던 것도 밝혀졌고, 특히 미국이 이를 묵인하고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 정제기술을 수출한 것을 그린피스가 폭로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이러한 지원은 미 에너지부가 인정한 사실입니다.



북한 핵카드의 진심은 무엇인가?

이렇듯 미국에 의해 패권적으로 운용되어 온 핵확산금지조약은 국제조약에 따른 보편적이고 상호주의적인 면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자국의 이해와 일치되는가, 그렇지 않은가라는 일방적인 잣대만이 그 기준이었을 뿐입니다.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94년 핵확산금지조약탈퇴라는 카드로 미국과 협상을 벌인 북한의 벼랑끝 외교의 본질은 대미관계개선을 통한 생존전략이었습니다. 생존전략은 두가지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대외관계 특히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경제난 해소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에 대한 핵위협 등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체제의 안정을 보장받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목적은 이번에도 유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 의한 북한의 제재는 '적성국교역법(Trade with Enemy Act)'과 '수출관리법(Export Administration Act)'에 의한 법적 제재와 테러국가 지정에 따른 대북 제재와 미사일기술통제체제 위반국에 대한 제재조치들이 있습니다. 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하여 법적 제재는 일부 완화되었지만, 아직도 금융과 무역에 있어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욱이 북한은 작년 경제제도를 정비하고 경제특구를 지정하는 등 개방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중삼중의 제재가 있는 한 아무리 북한이 개혁개방을 한다하더라도 국제사회의 금융지원이나 투자,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은 불가능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여, 현재 심각한 북한의 에너지 난입니다. 작년 북한을 방문했던 세계식량기구에 의하면 심각한 에너지 난으로 인하여 전체 공장의 20%만이 가동되고 있으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의해 2003년 완공예정이었던 경수로가 1호기는 2008년 말, 2호기는 2009년 말에 완공예정(사업비의 70% 한국부담)이어서 에너지 난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 북한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체제위협에 처한 것이 사실입니다. 비밀문서에서 해제된 한국전쟁관련 자료에서도 한국전쟁 당시 핵폭탄을 탑재한 폭격기의 훈련과 실제 운용의 검토 사실이 밝혀졌고, 미국의 '작전계획 5027'이 이전에는 주로 북한의 남침을 상정한 것이라면, 탈냉전이후 두러진 특징은 특히 98년도의 개정판에서는, 예방 전쟁의 개념을 도입한 '선제공격'을 채택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또한 작년 여름에는 부시 행정부가 마련한 선제공격 방안의 한 목표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상정하고, 남한 정부와의 사전 상의 없이 기습공격을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는 방안이 미 국방부에서 검토되었다는 것이 미 언론에 의해 확인되기도 하였습니다.

뿐만아니라 작년 부시행정부 하에서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핵태세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 NPR)는 기존의 전략을 수정하여 핵무기를 선제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잠재적 공격 대상 국가로 북한을 비롯해 7개국을 거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선제 핵공격 최우선 목표 5개국에 북한이 포함되어 있고, "즉각적이고 잠재적이며, 예기치 못한 돌발 상태가 가능한 나라"로 북한을 지목하면서 핵 선제공격의 구체적 사례도 '북한의 남한 공격'이었습니다. 이렇듯 한반도는 미국의 선제핵공격의 0순위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9월에 백악관이 발표한 '미국의 국가안전보장 전략'(The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에서도 탈냉전 이후 미국에 대한 새로운 치명적인 도전은 북한을 비롯한 '깡패국가들(rogue states)'과 테러리스트들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에 의한 적대적 행동을 방지하고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미국은 '선제행동(act preemptively)'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제네바 합의문에 명시된 북한에 대한 소극적 안전보장, 즉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보장을 사실상 철회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명백한 제네바 합의 위반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안전보장에 대한 요구를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 한국과 주변국의 중재가 중요하다

물론 우리는 북한의 이번 조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이미 표명한 바 있습니다( 참여연대 논평보기). 북한의 핵동결조치의 해제와 핵무기 개발에 대한 위협이 제네바 합의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북한 핵과 관련하여 제네바 합의 이외에 어떠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점에서 이번 북한의 조치는 한반도에 전쟁의 상황까지 배제할 수 없는 매우 심각한 불안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94년 클린턴의 전쟁승인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걸려온 카터의 전화가 전쟁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의 해확산금지조약 탈퇴 사태 때 한국은 미국 강경파의 입장에서 북한 핵문제를 접근하였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쟁직전까지 갔던 아찔한 기억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번 사태에 대해 북한과 미국 모두는 외교를 통하여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를 희망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과 주변국들도 미국의 고압적인 입장보다는 보다 상호주의의 입장에서 해결에 접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현재, 북한의 핵개발 선포기, 미국의 문서형식에 의한 안전보장을 받아내는 중재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정부가 유념해야할 것은 북한과 미국이 반드시 수용할 수 있는 중재안을 만들어야만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위기상황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적대적 북미관계의 종식, 나아가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 냉전구조 해체라는 거시적인 안목 속에서 중재의 역할과 중재안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평화네트워크에 따르면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의 중재안은 몇가지 보충되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 전문보기 ). 시민사회 역시 한국 정부의 중재가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내실있는 제안과 공론형성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21세기. 냉전의 구도는 더 이상 미래지향적일 수 없습니다. 낡은 방식과 사고를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할 때입니다. 그 발걸음의 중심에는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가 핵심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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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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