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해적과 해양테러리즘



라미경 순천향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mkra33@sch.ac.kr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지난 20세기 동안 그 생존을 위한 경제활동은 대부분 육상에서 이루어져 왔지만 육상의 활발한 활동을 뒷받침해온 것은 해양이었다. 해양은 인류에게 생존을 위한 자원 탐사 및 개발의 마지막 터전이었고 각국은 해저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것을 계속해서 증가시키고 있다. 해양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해양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협력과 협상의 필요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새로운 해양질서를 형성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특히 해양을 통한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국가경제와 안보에 직결된 물자수송의 통로인 해양교통로를 안전하게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은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되었다. 동아시아에서 해양문제는 1980년대 초반 유엔해양법협약 채택에 의한 배타적 경제수역과 같은 새로운 제도와 개념이 도입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충돌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지역안보의 최우선 순위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해양문제를 둘러싼 역내 국가들의 대응과 지역 해양안보환경이 변화하게 되었다.


해적과 연계된 초국가적 범죄조직의 해양테러

냉전 이후 동아시아 해양 특히 말라카해협에서 비전통적 혹은 비재래적 위협요인이 안보의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특정 행위의 금지를 규정한 국제협약의 존재 때문에 흔히 ‘해양에서의 불법행위’로 불리는 비전통적 안보위협 요인들은 대표적으로 해적행위, 해양테러리즘, 마약유통, 불법어업, 해양 절도 및 사기, 인간 밀매 그리고 환경오염행위` 등을 포함한다. 이들 요인들은 해양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항해 또는 항만에 정박 중인 선박에 대해 무력공격을 가하는 해양테러리즘이 9·11 테러사태 이후 해양교통로 안보 및 안전과 관련하여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그리고 태국 등 4개국의 국경이 접해 있고 영해가 중복되고 있는 말라카해협은 한국, 중국, 일본 원유공급의 80% 이상의 선박이 통과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철광석 등도 이 항로를 통해 통과한다. 따라서 동남아 해양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말라카해협, 순다해협, 롬복해협은 지리적,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전략적 가치와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말라카해협은 해적활동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말라카해협을 왕래하는 선박과 승무원은 개인 재산, 화물, 선박 자체의 절도, 항해자의 납치와 살인에 대한 폭력 등 끊임없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 해협에서 선박의 안전한 운항과 보호가 어려운 이유는 냉전 이후 해적과 같은 비전통적 위협을 통제하고 관리하고 법을 집행하는 책임소재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동남아 해역에는 소규모 범죄단, 잘 조직된 범죄 집단, 무장분리주의자 등 3가지 종류의 해적이 활동하고 있다. 동남아해협과 해양에서 해적 발생의 역사는 오래 되고 고질적인 것이지만 현재가 더 위협적인 것은 해적들이 지역 해군력보다 좋은 장비를 갖추고 기동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적과 연계된 초국가적 범죄조직은 이 지역 국가들의 허약한 재정적 자원과 정치적으로 무능한 정부를 악용하고 있다.

이러한 해적의 발생이 증가하고 동아시아 지역의 국제테러리즘 조직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함에 따라 말라카해협과 동아시아 해양을 운항하는 선박과 선원들에 대한 해양안전을 위해 연안 국가들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말라카해협 국가들은 초국적 범죄가 자신의 영해와 주변 국가들의 다도해 속으로 도망치는 것을 추격하기 위한 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의심이 될 수 있는 선박에 탑승해서 조사하고 필요에 따라 선박과 사람들을 억류할 수 있는 법과 집행기구를 확립했다. 특히 발리 폭탄테러 이후 동남아 해양 해협에서 해적과 해양범죄가 해양테러리즘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가들의 협력이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관련법이 제정되었다.


해양 안전 위한 협력 안보와 노력

ASEAN은 2005년 회의에서 동아시아 해양안전과 안보를 촉진하기 위해 종합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이 합의를 통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다자협력의 강화, 해양안전과 안보를 위한 관리와 운영의 해결추구, 선박과 선원 그리고 항구의 안전, 해양안전과 기술의 개발과 응용 등의 협력을 강조했다. 말라카해협과 동아시아 해양에서 다자협력을 위한 국제적 조정과 합의는 협력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해적과 해양테러리즘은 정부 간 회의TrackⅠ가 지역회의 및 다자협력이 진행되는 근간이 될 뿐만 아니라 중요한 의제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며 비정부기구 차원TrackⅡ의 NGO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해양분야에서 협력안보가 동아시아 해양안보에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협력적 해양안보는 해양분야에서 위협 및 군사적 충돌 회피라는 공통의 이익의 존재를 가정하며 해양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요인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지역안정을 유지하고자 한다. 협력적 해양안보는 안보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동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군군비통제, 신뢰구축 그리고 해양협력 등 해양에서의 전통적·비전통적 관심사를 폭 넓게 논의할 수 있다. 아울러 해양 교통로의 파괴, 해적행위 및 해양오염 등의 초국경적 지역 해양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공동의 대책 수립을 가능하게 해 준다. 바다와 관련된 문제는 개별적인 사안이 아니며 모두 연관되어 있으며 정부와 NGO등 포괄적인 접근이 있어야 한다.

해적과 해양테러리즘에 관련된 문제들은 국가 간 상호의존성을 높여주고 지방, 국가, 지역 그리고 국제적 수준에서 다각적·다층적·다차원적 노력을 진행시키는 것을 필요로 한다. 글로벌 거버넌스 노력이 더욱 진전되려면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개별국가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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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해양 도서영유권 분쟁과

시민사회의 과제




강성호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객원연구위원gcskang@gmail.com

오늘날의 영토 주권 개념은 유럽에서 시작되어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에 의해 국제법의보호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어서 19세기 계몽주의와 20세기 초 민족자결권에 의해 민족국경 개념이 강조되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영토(국경·도서 포함) 분쟁의 근원은 식민지배 또는 전후처리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 정책을 위해 원주민을 분리, 대립, 경쟁 상태로 만들어놓고 식민 시대가 종식된 후 무책임하게 분쟁의 불씨를 남긴 것에서 연유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처한 동북아를 비롯,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대륙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이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그 동안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던 해양 도서 영유권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해양자원 확보에 초미의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해양 영유권분쟁은 수산자원을 비롯해 석유나 천연가스와 같은 해양 지하자원 확보와 해상교통과 군사적 입지확보에서 중요한 분쟁 요인이 되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으로 해양도서분쟁 해결 어려워

1982년 채택되어 1994년 발효된 유엔해양법협약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은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인정함으로써 인접국가들 사이에 해역이 중첩되는 상황에서 국가 간에 해양자원의 소유권 및 개발권, 환경과 해역 안전 관리 등의 문제들이 연계되어 해양 영유권 분쟁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 도서 영유권 분쟁사례는 대략 31개 지역으로 태평양에 9개, 인도양에 9개, 대서양에 10개, 남북극해 4개 지역에서 해양 도서영유권 분쟁이 존재하고 있다. 이중 아시아에는 10개 이상의 지역에서 도서 분쟁이 진행되고 있고, 그중 가장 심각한 해양 영유권 분쟁은 동북아와 동남아 지역에 있다.

동북아지역은 식민지 침탈과 관련된 도서분쟁으로써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과 중국(대만, 홍콩) 간의 조어도/센카쿠 도서분쟁, 러시아와 일본 간의 오호츠크해 쿠릴열도(북방 4개 섬) 분쟁,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독도문제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양자 간의 도서영유권, 해저자원의 소유권, 대륙붕 경계선 문제 등을 둘러싼 해양분쟁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약 17,508개 부속도서가 있으며 그 중 6,000개 도서에만 사람이 살고 있고 아직 이름이 없는 도서도 상당수가 있다. 이처럼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주변 국가들과 산재해 있는 소도들의 영유권과 해안 경계선들을 확정지을 수 있는 개별 분쟁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어, 이 지역에서 해양 분쟁은 아직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그 중 국제적으로 가장 예민한 해양 영유권 분쟁으로는 6개국이 연루된 남중국해의 남사군도분쟁을 들 수 있다.


영토·영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의 연대  

해양 도서를 포함한 영토분쟁은 지역협력과 평화 구축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영토문제에는 국가의 주권과 배타적 국민감정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 당사자만의 참여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또 해양 도서영유권 분쟁에서 시민사회나 비정부기구NGO가 분쟁해결에 성공적으로 참여한 사례는 찾아보기기 어렵다.

일본과 중국(홍콩, 대만)이 대립하고 있는 동중국해 센카쿠 도서 분쟁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분쟁 당사국의 우익단체 또는 이익단체가 국익 수호를 목적으로 개입하여 오히려 국제 갈등을 심화시키는 사례가 발견된다. 그러므로 영토·영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관심과 연대는 새로운 도전이며 개척해야 할 영역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예방을 위해 전개되고 있는 비정부 차원의 초국적 네트워크 활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중국해南中國海는 태평양의 일부로 중국과 인도차이나 반도, 보르네오 섬, 필리핀으로 둘러싸인 바다를 말하며 여기에는 남사, 서사, 중사, 동사의 4개 군도가 위치하고 있다. 남중국해 도서분쟁은 20세기 중반 강대국의 식민지 시대가 종식될 때 명확한 영유권 정리가 없었기 때문이며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역내 국가들의 자원 확보에 대한 관심에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국제적 충돌 가능성은 항상 잠재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을 우려하며 남중국해에서 잠재적인 국제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이 지역의 자원을 보존하며 해상안보를 유지하고자 ‘남중국해 비공식협의그룹The South China Sea Informal Working Group’이 1990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최초의 워크숍을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지속되어오고 있다.

이 비정부기구 모임에 ASEAN 국가를 포함한 분쟁 관련 당사국의 학자, 정부 관료 및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개인자격으로 참석하여 남중국해 유역의 해양 환경과 자원 관리 문제를 논의하고 역내 분쟁해소를 위한 상호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초국적 비정부 네트워크인 남중국해 비공식협의그룹은 남중국해 지역 국가들 간의 신뢰구축에 기여하고 특히 남사군도와 서사군도의 영유권 분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제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비공식외교informal  diplomacy의 한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배타적 영토 주권을 넘어 초국가적 인간안보와 공동체 평화를 위해

해양은 자원 확보와 군사적 목적을 위해 국가가 영토주권을 배타적으로 행사하는 대상으로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아시아의 많은 인구가 생존을 위한 식량자원 획득과 무역의 수단으로 해양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해양의 안보, 지속가능한 개발 및 보존은 아시아의 초국가적 인간안보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또한 과거 제국주의 침탈사와 관련된 동아시아의 영토·영해 문제를 역사 화해의 맥락에서 해결하여 지역 협력과 평화로운 지역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국가 이기주의를 초월한 아시아의 초국가적 시민사회 연대 활동이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비공식협의그룹’ 모임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더 넓은 아시아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2001년 코피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분쟁예방에 대한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발족한 무력분쟁예방을 위한 글로벌파트너십(GPPAC)의 초국적 연대활동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한국 시민사회가 이니셔티브 하여 출범한 ‘세계NGO역사포럼’에서 의제의 하나로 영토·영해 문제를 국내외 시민단체들과 함께 논의하며 초국적 NGO네트워크를 전개하는 활동도 기대해볼 만하다.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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