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시민혁명과 우리의 연대를 이야기하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시민혁명의 바람은 18일간의 이집트 혁명의 거대한 산을 넘어 이제 리비아를 비롯한 에멘, 바레인 등 아랍권의 모든 지역을 휩쓸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 모두 21세기 지구촌 혁명 역사의 목격자가 된 셈이다. 한국 사람들은 말한다. 30~40년이 넘는 1인 독재정권 아래서 아랍인들은 어떻게 위장된 평화를 유지해 왔는지. 하지만 그 말 속에서 과거 희생으로 일군 민주화를 우리가 얼마나 잘 지켜왔는지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집트 혁명을 지지하는 이집트 사람들’은 한국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이집트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로, 한국 내에서 아랍권의 실태를 알리고 카이로 타히리르 광장에 모인 수백만 이집트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 한국에서 연속 시위를 조직해왔다. 그들은 한국처럼 독재정권을 몰아낸 역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보다 현 아랍권에서 일어나는 민주화의 열망을 잘 알고 지지할 거라고 말한다. 그들은 우리의 지난 역사 속에서 그들 자신의 혁명의 타당성과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러나 한동안 미국에 의해 ‘악의 축’으로 규정된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땠는지를 뒤돌아 봐야한다.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를 제외하고는 초반 이집트의 혁명을 두고 이집트 사태냐, 시위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시선은 미국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이번 참여연대의 ‘대화 마당: 아랍 시민혁명과 우리의 연대를 이야기하다’의 기획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 우리의 시각으로 아랍 시민혁명을 이해하고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아랍권과의 복잡한 지역적, 정치적, 군사적 이해관계를 설명하신 김재명 교수님이나 현 이집트 혁명의 전후를 이집트인의 시각으로 말씀해주신 마흐무드 압둘 가파르 교수님 두 분의 발제 내용은 우리가 좀 더 현 상황에 관심을 둔다면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프라인 강의와 활동이 중요한 것은, 그 모임에 참여한 개개인의 이해를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번 아랍 시민혁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어스’ 등의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의 힘을 보았다는 것이다. 중동의 구글 직원인 와웰 고님은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2009년 경찰의 부패를 고발하는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사복경찰에 의해 맞아 죽음)’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이집트인들에게 시위의 결집을 촉구하는 등, 소셜 미디어는 아랍권의 민주화를 열망하는 젊은 활동가들에게 결집할 영감을 주었고, 다른 경우보다 이를 더 잘 활용한 사례를 보여주었다. 이집트 시위 초반, 무바라크 정부가 인터넷을 통제한 것을 보면 그들 또한 소셜 미디어의 위력이 얼마나 자신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도구인가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집트 대사관 앞에서 있었던 이집트인들의 시위 중간에 마흐무드 교수님은 서구의 편견으로 무바라크 정권하의 이집트를 ‘친미’ 국가로 규정한 것에 대해 울분을 터트렸다고 한다. “친미 국가라고 해서 그 나라 사람들도 친미는 아닙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집트 민중을 지켜주지 않습니다. 이집트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만듭니다. 그 어떤 외부 세력도 우리를 흔들지 못합니다”라고. 나는 민주화 실현의 가능성을 보여준 그들의 자긍심과 줏대가 부러웠고, 또한 그들이 독재정권을 몰아낸 한국의 민주화 역사를 혁명의 모델로 삼는다는 기사를 보면서 부끄러워졌다.
현재 경제적 가치만을 내세우고 오만하기까지 한 MB정부가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방치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친미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기회도, 한때 민주화를 이뤄낸 줏대도 자존감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반미, 친미라는 규정이 아닌 주권을 가진 국가의 시민이 자기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습득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아랍권 민중이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는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 대화마당에 초대된 마흐무드 압둘 가파르 선생님의 친구인 박은영 선생님이 대화마당에 참석한 후 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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