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의 과거를 알고, 현재를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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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0년 2월 25일 목요일 오전 10시
장소: 참여연대 3층 중회의실
주최: 참여연대, 경계를넘어
발제: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불행한 만남과 위대한 전복: 대서양, 흑인, 혁명」
토론: 황준호 프레시안 기자, 까밀로 경계를넘어 활동가, 백남선 월드비전 긴급구호팀 팀장

지진 재난 이후 아이티에 대한 긴급구호와 재건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티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아이티에 대한 개입할 경우, 자칫 아이티 국민의 진정한 요구에 반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월 25일의 간담회는 아이티를 보다 정확히 알기 위해 서 기획되었다. 간담회를 통해 우리는 아이티 지진 참사 이전의 정치, 경제적인 상황을 역사적으로 제대로 이해하고 한국시민사회가 아이티의 재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자 하였다.


발제: 아이티 혁명의 위대성과 서방학계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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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이티 혁명을 중심으로 서울대 서양사학과 최갑수 교수의 발제가 있었다. 발제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발제요지>
근대 아이티 사회와 그 여러 문제의 기원은 식민지 시대 노예제에서 기원한다. 18세기 중엽이 되면서 서반구에서 가장 이윤을 많이 내는 노예제가 가장 혹독했던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아이티는 흑인노예들이 대규모 반란을 일으켜 노예제를 폐지하고 프랑스, 영국, 에스파냐의 군대, 최종적으로 막강한 나폴레옹의 군대를 물리치고 1804년 독립하였다.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이 표방했던 보편적인 인권의 정신을 전폭적으로 수용하여 흑인노예제를 순순히 포기한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도리어 이를 억누르려 했고 아이티의 흑인혁명이 성공한 이후에도 이를 평가절하하고 무너뜨리려 했다. 서양의 지식인들의 대다수는 아이티 혁명에 대해 프랑스혁명의 아류로 평가절하하거나 아예 언급을 피한다. 대신, 노예 해방과 폐지를 이룩한 프랑스 혁명의 위대함을 지적한다. 그러나 아이티 흑인들은 역사적 공간적 관계망 속에서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실천해 온 역사의 주체였다. 아이티 혁명은 서양의 근대화도 채 이루어지기 전, 혁명을 이론화할 만한 사회과학적 기반도 이제 태동기에 머무르던 시기에 노예흑인들의 인신해방과 정치적 독립을 이룩한 조숙한 혁명으로 돋보인다. 또한 아이티는 흑인들이 대서양 세계의 최강대국을 물리치고 혁명을 통해 나라를 세운 유일한 예일 뿐만 아니라 최초의 ‘유색인’ 시민혁명이다.

대서양의 최강국들은 아이티를 외교적으로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고, 국제적으로 고립시켰다. 프랑스는 아이티가 독립한 후 34년이 지나서야 국가로 승인하면서 자국 대농장소유주들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1억 5천만 프랑을 지불하는 대가를 치르게 했다. 가난한 신생국가는 출발부터 막대한 부채를 짊어져야 했고, 이는 두고 두고 아이티에 부담을 주었다. 노예제 국가인 미국은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2년에야 아이티를 국가로 승인하였다. 성공한 노예혁명과 흑인국가는 자본주의의 생존과 구미 중심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희생양이 되어 실패국가의 길을 강요 받아야만 했다.



토론: 아이티의 보편성과 특수성, 한국기업의 역할과 긴급구호의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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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에 이어 아이티 현지 취재를 다녀온 프레시안의 황준호 기자, 까밀로 ‘경계를넘어’ 활동가, 백남선 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 이 세 명이 토론을 이어갔다. 

황준호 기자는 인권과 혁명, 휴머니즘과 같은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가치를 기반으로 아이티문제에 접근하되 현실적 특수성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불안정이 구조화 되어있던 나라에서 지진 재난 이후의 상황에서 최소한의 무력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PKO 파병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공정무역은 아니지만 한국 기업이 일자리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긴급구호를 위해 가장 필수적인 수송부분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경계를 넘어 까밀로 활동가는 아이티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인종적 편견에서 자유로운지 자문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아이티 사태를 바라보는데 있어서 우리는 언론은 현지인과 전혀 소통되지 않는 외국기자들의 관점으로 현지인들 사이의 약탈과 불안정을 뉴스화하고, 현지인의 자정능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뉴스를 전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엔평화유지군과 다국적군은 명백히 아이티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현대 아이티 정권교체과정에서 드러난 미국과 유엔의 계획된 듯한 개입과정을 들어 지적하였다.

백남선 월드비전긴급구호팀장은 현지활동원칙을 중심으로 구호현장에서는 어떤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가 하는 것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현지인의 위엄을 존중할 것(dignity), 현지인을 존경할 것(respect), 국가의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할 것(autonomy)’ 이 세 가지를 활동원칙으로 꼽았다. 또한 재앙이 일어난 국가의 경우 가난한 나라의 정부는 대부분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고 이런 경우 유엔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말하였다. 그러나 현지의 정치적 권위가 제일순위이며, 현재 아이티 구호활동을 하는 월드비전 인력 500명 가운데 400명이 현지 아이티인이라고 하였다.



아이티 내부의 치유력을 존중하는 원조의 필요성

최교수는 근대국가의 형태에서 국제사회가 한 국가에 대하여 ‘권위(authority)’를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를 물으며, 통합적인 정치계급의 형성과 자립경제의 구축에서 실패한 아이티가 내부의 치유력을 회복시켜 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점과 농업국가로 다시 서야 하는 아이티에 농업정책을 중심으로 원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황기자는 관점도 중요하지만 현실적 실천도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질서유지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까밀로 활동가는 현지 지역사회 내에도 활동가와 세력가가 있기 마련이며 이들이 가진 기존의 힘을 중심으로 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백남선 구호팀장은 현지인이 위엄을 지킬 수 있는 구호를 펼쳐야 한다고 하였다.

기독교 구호사업담당자들과 아이티 교민이었던 분이 간담회에 참석하였다. 이들은 긴 시간이 걸릴 아이티의 재건을 위해, 새로운 관점으로 아이티를 이해하고 배우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과 단체간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였다.

아이티 지진 사태 직후에는 긴급구호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아이티의 재건에 어떻게 동참할 지를 고민해야 하는 때이다. 간담회는 이를 위해 아이티의 현재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알아보고자 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간담회는 많은 단체들이 다양한 이유로 아이티에 대한 풍부하고도 구체적인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러한 정보를 서로 나눌 필요성에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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