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대응민중행동은 2010년 11월 10일 서울선언을 채택하였습니다. 이 서울선언은 한국에 있는 80여개의 의제별 참가단체들과 국외단체들과의 여러 번의 회의와 의견조율을 통해 마련되었습니다.
사람이 우선이다! 경제위기 책임전가 G20 규탄!
G20 서울 정상회의에 대한 공동 선언문(서울선언)
2010. 11. 10
2007-2009년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는 금융화, 노동유연화, 자유시장, 무역개방, 사유화(민영화) 등을 추진하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를 지배해왔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실패를 확인시켜주었다. 거대 금융자본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투기와 거품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반면, 지난 30년 동안 사회적 부정의와 불평등은 광범위하게 증가하였다. 금융시장과 금융혁신에 대한 탈규제는 세계적 차원의 거대한 위험을 증가시켰을 뿐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기후변화, 에너지위기, 식량위기,실업, 빈곤 문제를 지속시키고 악화시켰다.
그러나 위기를 초래한 이들이 아니라 민중의 희생으로 그 비용이 지불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공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다. 또한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제거하고자 하는 노력과 실천은 무시되거나 지체되고 있다.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정책의 중단과 근본적인 변화라는 점이 명백하다.
경제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미국과 유럽의 패권 국가들은 발 빠르게 G20 정상회의를 만들어, ‘위기 해결자’를 자임하고 나섰다. 하지만 G20을 주도하는 미국을 위시한 G8 국가들은 신자유주의를 전세계에 확산해 빈곤과 불평등을 심화시킨 당사자다. 따라서 G20에는 정당성과 대표성이 없다.
G20은 경제위기를 해결하겠다고 모였지만, 정작 중요한 신자유주의 정책 문제, 금융자본의 권력문제, 전 세계적인 불평등과 사회적 위기는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분의 대상이었던 IMF를 복권시켜 지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한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G20 정상회의는 세계적인 경제.금융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보지 않으며, 오히려 위기 비용을 사회적으로 전가하는 처방을 내리고 있다.
우리의 요구
1) 경제 위기 비용을 민중에게 전가하지 말라
경제위기가 닥치자 각국은 막대한 구제금융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그 자금은 민중의 호주머니에서 나왔고, 위기를 발생시킨 투기자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러한 행위는 복지와 사회보장 축소를 의미하는 “성장 친화적 긴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2) 전면적인 금융통제를 실시하라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이 강화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실물경제 지원 등 사회적 자금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은행 스스로가 투기 활동의 주체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의 비은행업 업무는 전격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개별 국가들의 규제완화를 부르는 다자간 투자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FTA) 또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헤지펀드, 사모펀드, 신용위험을 이전하는 금융상품, 조세도피처, 역외금융센터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통제하고, 또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이러한 금융 부문 규제를 위해서는 불투명함을 종식시키고 국제 회계기준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본도피나 탈세를 막기 위해서 국가별로 회계기준(financial reporting standard)을 도입해서 모든 초국적 기업의 활동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전 세계적인 금융거래세 도입을 요구한다. 금융시장은 더 이상 투기꾼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되고, 대신 사회와 공동체의 복지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거대 은행의 과도한 투기를 억제하고,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를 끝내기 위해서 은행세 역시 세계적으로 부과되어야 한다.
IMF와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구는 근본적으로 개혁되고 그 권력도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한다. G20에서 추진하고 있는 약간의 지분 조정은 근본적 개혁과 관련이 없다. 근본적인 개혁은 국제금융기구의 운영이 신자유주의 교리에 입각한 소수 패권국과 기술관료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었던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한 전면적인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간 국제금융기구는 돈을 무기로 해서 세계 각국에 획일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인 금융시장 개방, 관세철폐, 환금작물 재배, 금리인상, 임금 및 연금 삭감,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 공기업 민영화 등을 강요했다. 구조조정 강요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3) 대안적이고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세계를 만들자
- 노동과 고용
금융위기로 실업이 급격히 증가했고, 노동유연화의 결과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났다. 경제위기는 실직과 임금삭감의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기본적인 인권마저 보장 받지 못하는 수천만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안정적이고 적절한 임금,인간다운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
- 환경과 기후변화
기후변화는 시급하게 대응해야 한다. 각국 지도자들은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을 내용으로 하는 공유비전에 조속히 합의해야 한다. 핵에너지 확대, 탄소포집 및 저장과 같은 기술주의 해결방식, 탄소거래는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을 방해하고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 진정한 해법은 부유층과 중산층의 과잉소비를 줄이는 직접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많은 정부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시장 해법을 경제 성장의 기회로 생각하고 이를 사용하려고 한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국민 70%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그린워시나 녹색성장” 같은 잘못된 정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 빈곤과 개발
G20 서울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 정부는 빈곤과 개발 문제를 주요 의제로 제기했다. 하지만 한국정부의 구상은 ‘경제 성장’의 측면만 강조하고, 민주주의, 인권, 환경, 양성평등과 같은 가치를 전혀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따라서 우리는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 제3세계 개발은 저개발국가들의 상품수요를 증대시키기 위한 선진국의 이해관계와 얽혀있다.
신자유주의나 기업 세계화와 같은 이러한 접근 방법이 바로 세계적 불평등과 빈곤을 악화시킨 장본인이다. 남반구의 외채는 즉각 탕감되어, 진정한 지속가능한 개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 신자유주의 자유무역에 대한 대안
수십 년 동안 WTO와 같은 국제무역기구가 세계 각국에 무역개방을 강요했다. 전 세계의 교역량은 크게 늘었지만, 이윤의 원리만 따르는 자유무역으로 인해 지역경제와 농업, 민중의 삶이 파괴당했다. 농업, 서비스(금융서비스를 포함), 지적재산권 등 상품무역 외의 추가적인 무역개방을 논의하는 도하개발의제(DDA)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기업과 투자의 자유를 위해 모든 규제를 철폐하는 자유무역협정(FTA) 또한 마찬가지다.
G20은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도하개발의제(DDA) 협상 타결을 종용하면서, 현재의 체제를 지키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관세와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자유무역주의를 거부한다. 노동권, 시민권 등 보편적 권리가 보장되고, 환경적 기준이 지켜지는 대안적 무역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고, 지역·국민 경제적 고려에 따른 정부 정책의 권한 역시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 농업과 식량주권
현재의 세계화된 식량.농업 체제에서는 초국적 농업기업들이 씨앗부터 식탁까지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화학비료와 살충제 사용을 확대해서 식량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소농들을 농업노동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식량연료 생산과 식량투기는 기아 문제를 악화시켜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10억 명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나 경제협력협정(EPA)은 생활과 생계의 수단으로서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파괴하며, 오작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긴다. 게다가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잔인한 토지 수탈 정책은 소농과 그 가족들의 삶을 파괴하고 그들의 땅을 빼앗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안은 식량주권이다. 식량주권은 지역 식량과 농업 생산 시스템을 결정할 수 있는 민중의 권리다. 식량주권은 지속가능하게 생산할 수 있는 농민의 권리이자, 안전하고 건강에 좋고 문화적으로 적합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다. 국가적.국제적 차원에서 초국적 농업기업을 규제해야 하고, 식량, 토지, 농업에 대한 상품화는 중단되어야 한다.
- 평화, 군축
세계 경제위기와 재정위기의 주요 원인의 하나가 과도한 군비지출과 부도덕한 전쟁이다.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그리고 보복과 갈등을 부르는 무기와 전쟁에 투자하지 말고 경제위기로부터 민중을 구하는데 사용해야 한다. 미국의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 비용이 세계금융위기 이후 국제금융기구가 조성한 긴급융자재원 총액 9850억 달러보다 많다. 전 세계가 2009년 사용한 군사비는 총 1조 5천억 달러다. 이 돈이면 전 세계 외채의 1/3 이상을 해결할 수 있다.
G20의 주요 국가들은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 대한 대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쟁을 정치적.군사적으로 지원했다. 전쟁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고 아프간에 파병된 군대도 철수해야 한다.
- 여성
‘빈곤의 여성화’를 심화하는 금융위기는 여성의 위기이다. G20 정상이 추구하는 긴축정책과 복지비용의 축소는 여성 돌봄노동의 증가를 의미한다. 여성의 빈곤과 차별 해소를 위해 G20에서 논의되는 모든 의제에 성평등 관점을 포함해야 한다. ▽ 복지비용 축소에 반대한다. 빈곤여성의 경제적·사회적 역량강화를 위한 좋은 일자리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라. ▽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고 그 70%를 여성을 포함한 금융소외계층의 빈곤퇴치와 역량강화에 할당하라. ▽ G20 개발 이슈에 성평등 목표를 반드시 포함해야 하며, 유엔 새천년개발목표와 연계하라. ▽ 여성농민을 빈곤으로 내모는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을 폐기하라. ▽ 전쟁을 중단하고, 평화안보 과정에 여성참여를 확대하라. ▽ G20의제에 성평등 실무그룹을 설치하고, 경제위기로 인한 피해를 조사·예방할 수 있는 성별 통계를 생산하라!
4) 집회.시위의 자유와 모든 시민권을 보장하라
우리는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시위에 대한 탄압과 폭력이 구조화되고 새로운 국제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을 매우 우려한다. 이러한 정상 혹은 각료들의 회의 때마다 민중들의 저항은 갈수록 빈번하게 탄압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G20 서울정상회의 의장국인 이명박 정부는 G20을 앞두고 ‘환경미화’를 빌미로 노점상과 노숙인을 단속했다. 테러 방지라는 명목으로 이주노동자를 무차별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또한 10월 1일부터 발효된 <G20 경호안전 특별법>은 집회와 시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군대 동원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 정부는 사회운동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비자발급과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결사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지난 30년 동안 진행된 자본의 세계화, 빈곤의 세계화를 공정하고 대안적인 체제로 전환시켜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자본의 권력에서 벗어난 대안 세계는 가능하다. 세계 사회운동의 연대를 통해 공정하고 생태적인 사회를 향해 나아가자. 오늘, 서울에 모인 각국 정상이 아니라 민중이 진정한 대안임을 보여주자.
사람이 우선이다!(Put People Fi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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