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정기회기 유엔인권이사회에 참가하다
유엔인권이사회 정기회기가 지난 9월 8일부터 26일까지 제네바에 위치한 유엔 유럽대표부에서 개최되었다. 한국NGO들은 이번 인권이사회에서 지난 촛불시위 과정에서 나타난 한국정부의 반인권적 행태들을 고발하고 한국정부의 각성을 요구하기 위하여 참가를 결정하였다. 그러나 9월 13일부터 시작된 추석연휴 등의 일정으로 NGO대표단 구성이 쉽지는 않았다. NGO가 인권이사회에서 발언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ECOSOC, 즉 UN경제사회이사회에 등록된 협의지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한국에선 참여연대와 민변, 환경운동연합 등의 일부단체만 협의지위를 보유하고 있었다.
NGO대표단은 논의를 통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국제민주연대 활동가가 민변과 참여연대의 도움을 받아 인권이사회에서 활동하기로 결정을 하였고, 참여연대와 국제민주연대가 회원단체로 가입해있는 포럼아시아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결국 제네바 현지에 유학중인 국제민주연대 자원 활동가 문연진씨를 포함하여 한국에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서 인권 법률의료지원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임태훈씨와 국제민주연대 활동가인 내가 참여하기로 하였고 9월 13일 제네바로 출발하였다.
현지 활동
10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을 거쳐 9월 13일 밤 8시 제네바에 도착하였다. 으슬으슬 비오는 날씨에 급하게 참가가 결정이 난 터라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제네바의 아름다운 풍경조차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공항에서 나온 후 마중을 나온 김기연씨와 (포럼아시아 UN Advocacy Program Manager)저녁을 먹고, 제네바 유스호스텔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9월 14일에는 포럼아시아 제네바 사무실에서 이번 인권이사회에서 활동할 내용들을 점검하였다. 일단, 인권이사회 NGO 구두 성명 발표 때에 한국정부가 집회시위 및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내용과, 인권활동가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2건의 성명을 발표하기로 하였다. 또한, 관련 자료들을 인권이사회에 참여한 각국 대표단 및 NGO들에게 배포하고 부대행사로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경찰폭력을 중심으로 한국의 인권상황을 알리는 영상물 상영회를 하기로 하였다. 또한,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실,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실 관계자를 만나 한국 인권상황에 대한 개입 및 활동을 촉구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우리들은 UN 인권기구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터라 처음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9월 14일 처음으로 UN인권이사회에 참여하였다. 등록출입증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어리둥절한 나에게 있어 한국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각국 정부대표단이 참여하는 인권이사회 치고는 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였지만 회의분위기는 진지했다. ‘인권’이라는 주제를 두고 각국 대표단들과 NGO들은 치열하게 로비를 포함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초 9월 15일 경으로 예상된 NGO발언 세션이 연기되는 바람에 조금의 여유를 찾을 수는 있었지만 3분의 시간 안에 한국 상황을 압축적이고 흥미 있고 정확하게 구두발언을 통해 발표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매우 컸다. 내용을 몇 번씩이나 수정하고 연습하였다. 결국 9월 18일에 문연진씨와 김기연씨가 한국 상황에 대해 발표를 하였고 한국NGO 외에도 홍콩에 본부를 둔 ALRC(.......)와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하여 활동을 해온 퀘이커 단체 등이 한국정부의 반인권적 조치들에 대하여 지적하였다. 즉 이번 인권이사회에서 한국정부는 이전과 달리 NGO들에 의해 인권상황을 지적당한 나라가 된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부대행사를 잘 마쳤으며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관계자와 각 특별 보고관 담당 직원들을 만나 앞으로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하여 상호 협력키로 하였다.
활동평가
처음 참여한 유엔인권이사회 활동치고는 무난하게 끝냈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김기연씨의 헌신적인 도움과 한국에 있는 활동가들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 했을 것이다. 추운날씨와 비싼 물가보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참가한 이번 인권이사회에서 어떤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이었다. 사실, 유엔에서 다뤄지는 인권문제들이 당장 한국 사회의 인권현실을 개선시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국정부가 인권이사회 단골 문제국가인 수단이나 버마, 스리랑카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길 원하지 않는다면 조금이라도 앞으로의 유엔인권기구들을 의식하리라 믿기에 너무나 부족했던 준비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나마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활동이었다. 만약 앞으로 다시 제네바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사전에 충분한 조사와 준비를 가지고 가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때에는 레만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여유있게 바라보리라 생각하였다.
☆ 이글은 '유엔인권센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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