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특별보고관 관련 동아일보 사설 유감

한국의 인권사회단체들과 아시아인권단체인 포럼아시아의 노력 끝에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이 방한했다. 그의 방한은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사이버상의 표현의 자유 문제를 논하는 국제심포지엄과 한국의 인권상황에 관한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유엔 특별보고관 초청 행사를 시작하는 날 동아일보는 특별보고관이 법부무와의 면담은 거절하고 좌파단체들만 만난다면서 한국인권상황이 왜곡되어 전달될 것을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관계는 유엔 특별보고관이 법무부 면담을 거절한 게 아니라 법무부가 면담에 참석이 어렵다고 알려왔으며, 15일에는 외교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측과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주최 측은 이 같은 사실관계를 밝히고 동아, 조선일보의 정정보도 요구했지만 다음 날 동아일보는 팩트부터 틀린 자신들의 기사를 바탕으로 사설을 썼다. 사설제목은 ‘유엔 표현자유 특별보고관과 자유 대한민국의 명예’이다.

관련기사 유엔 특별보고관 초청행사 취지 왜곡하는 동아, 조선일보

사실왜곡도 마다하지 않는 태도도 놀랍지만 사설내용의 수준은 더 놀라울 정도로 저열했다. 요즘 인터넷 여기저기 떠돌면서 오로지 진보개혁 진영에 대한 비난과 저주 퍼붓기에 열올리는 매체들 수준과 견줄만 했다.

동아일보는 심포지엄과 워크샵에 참석할 예정인 단체나 ‘미네르바’ 박대성 씨까지 싸잡아 ‘좌파 이념에 입각해 민주질서를 흔드는 불법·폭력 집회를 주도하거나 옹호한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후퇴 사례를 지적할 이들을 ‘우리 국민의 명예와 자존심을 추락시키는 반(反)국민 집단’이라고까지 했다. 따라서 ‘(특별보고관)이 과격 좌파의 말만 듣고 표현의 자유에 관한 실상을 왜곡한다면 대한민국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는 것이다.

사설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에 저항하는 이들은 국민도 아니고, 무력행사로 제압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자신이 발 딛고 살고 있는 이 나라를 진정 걱정하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을 터인데, 정부를 비판해서도, 좌파이념을 가져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불법 폭력집회를 일삼는 집단일 뿐이고 척결의 대상일 뿐이다. 표현의 자유는 더 제약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인권의 후퇴를 지적하면 국가와 국민의 명예와 자긍심을 훼손하는 집단이라는 논리다.

놀랍고 섬뜩하다. 이것은 우파이념도, 자유민주주의 이념도 아니다. 보수의 논리도 아니다. 정말 동아일보가 소위 메이저 언론사의 자긍심이 있다면 이런 수준의 사설에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인권상황? 무슨 문제가 있나, 이런 문제제기 하는 사람은 반체제, 반정부 인사다, 이들의 말만 듣고 인권상황을 왜곡하지 마라, 이들의 행위는 조국의 명예와 자존심을 추락시키는 행위이다. 어디서 많을 들어봄직한 말이다. 동아일보는 특별보고관이 가야할 곳은 ‘인권지옥 북한 땅’이라고 했는데, 사설에서 동원된 논리들은 바로 북한이 외부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응하는 반박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적대적 쌍생. 정말 극과 극은 통한다.

유엔 특별보고관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악의적인 왜곡보고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덕분에 그도 이들 언론의 실상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동아일보가 그리도 우려하던 ‘자유 대한민국의 명예’도 실추되었다.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동아일보의 허위, 왜곡보도에 의해서이다.


박정은 (참여연대 정책실장)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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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특별보고관의 법무부 면담 거절 보도 사실과 달라,  동아, 조선일보 정정보도 해야
15일(목) 유엔 특별보고관, 외교부와 국가인권위 면담 및 기자간담회 예정
 
 
국내 인권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국제인권네트워크, 국제인권단체인 포럼아시아, 그리고 학술기관인 고려대 글로벌 리걸 클리닉이 공동주최하는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 초청 국제심포지엄과 관련하여 오늘자(13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내용은 사실과 달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고 두 언론사의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바 입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프랑크 라 루(Frank La Rue)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이 방한하는 동안 ‘좌파단체’하고만 면담을 하고, 법무부와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을 주최하는 단체들은 법무부가 특별보고관과의 면담을 요청하여 일정을 조정해 왔으나, 어제(12일) 법무부 측이 15일(목)로 예정되어 있는 특별보고관과 정부관계자와의 면담에 참석할 수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즉 특별보고관 측이 법무부의 면담 요청을 거절한 것이 아니라 법무부가 특별보고관과의 면담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통보한 것이 정확한 사실 관계입니다. 프랑크 라 루 특별보고관은 15일(목) 오전 외교통상부, 국가인권위원회 등과 면담할 예정입니다.

또한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사이버상 의사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한국뿐만 아니라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아시아 지역의 실태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공동의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두 언론사가 유엔 특별보고관이 ‘좌파단체’들만 접촉하고 법무부 면담은 거절했다고 보도하고, ‘“한국 인권상황 왜곡전달” 우려’, ‘“좌파단체들만 면담, 한국 인권상황 왜곡 우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행사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동아일보  “한국 인권상황 왜곡전달” 우려
조선일보  “좌파단체들만 면담… 한국 인권상황 왜곡 우려"


한편 프랑크 라 루 특별보고관이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활동을 소개하고 이번 방한 기간 동안의 소회를 밝히는 기자간담회가 오는 15일(목) 10시 30분 대한상공회의소 1층 회의실에서 있을 예정임을 밝혀둡니다. 15일(목) 간담회에 많은 관심과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국제인권네트워크

(공감, 국제민주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유엔인권정책센터)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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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 초청 국제심포지엄
“사이버상 의사표현의 자유: 동아시아 지역의 실태와 과제”개최

오늘(10월 13일) 유엔인권이사회에 한국의 인권상황을 알려왔던 국제인권네트워크와 국제인권단체인 포럼아시아(FORUM-ASIA)는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 프랭크 라 루(Frank La Rue) 초청 국제심포지엄 “사이버상 의사표현의 자유: 동아시아 지역의 실태와 과제”를 개최했다. 심포지엄 참가자들은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해 여러 국제법과 국내법으로 의사표현의 자유가 기본권으로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국가의 통제와 감시로 이러한 권리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프랭크 라 루 유엔 특별보고관은 지난 6월 11차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총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사항들을 지적하고, 언론인, 학생, 인권옹호자와 노조원 등에게 가해지는 국가의 육체적, 정신적 공격에 깊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유엔특별절차(UN Special Procedures)는 유엔의 대표적인 인권 보호 메커니즘으로서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은 의사표현에 관한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각 국의 인권 상황을 검토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가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와 관련, 태국의 치라눗 프렘차이폰 (Chiranuch Premchaiporn) 인터넷 저널 ‘Prachatai’ 국장은 태국 정부와 왕실에 비판적인 몇몇 웹사이트들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폐쇄되기도 하고 사이버 공간에 왕실모독죄가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케이 카빌란 (K Kabilan) 인터넷 저널 ‘Malaysiakini’ 편집국장은 정부가 정한 ‘민감한 사안’이나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사이버 상에 기재하는 사람들에게 국내보안법 (Internal Security Act, 재판 없이 2년 이하의 구금 가능)과 통신 멀티미디어법(Communication Multimedia Act)을 적용해 언론과 일반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사례를 발표한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한국 정부가 일반 시민들이 작성한 인터넷상의 게시물을 통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정부가 네티즌을 형사 처벌하거나 상시적인 사이버상의 사찰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반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싱가포르 사례를 발표한 영화감독 마틴 씨(Martyn See)는 방송·출판·영상물에 대한 싱가포르 정부의 검열 권한을 소개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싱가포르 정부가 과도하게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국가권력이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일반 시민들의 사이버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보다는 사이버상의 속성을 이해하고 시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아시아 국가의 정부들은 미디어를 통치수단으로 삼아왔다며 이를 견제하기 위한 전문가 집단과 시민사회의 대응력 강화를 주문하였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빈센트 브로셀 (Vincent Brossel) 국장은 인터넷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모범국가로 인식되었던 한국에서 그러한 자유가 전반적으로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에 이어 10월 14일(수)에는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 초청 워크숍: 한국 표현의 자유 현황과 유엔특별절차의 활용>이 국가인권위원회배움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국제심포지엄 자료집>




<국제심포지엄과 워크샵 안내>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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