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화), 국제민주연대와 성공회대 아시아 NGO정보센터 주최로 '버마인권 '제재'의 대안은 없는가'를 주제로 버마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참여연대 역시 경제제재가 버마 인권 개선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고민하며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발표: 박은홍 교수(성공회대 아시아 NGO정보센터 소장)
토론: 장준영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연구원, 버마전공), 김홍국 (행동하는 양심 대변인, 경기대 교수),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활동가)
일시 및 장소: 2011년 2월 22일(화) 15:00-18:00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


간담회의 키워드: 버마, 경제제재, 인권향상, 북한, 시민사회

버마 민주화운동을 지원해 온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버마에 대한 경제제재 문제를 논의하는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이번 간담회의 제목인 '버마인권 제재의 대안은 없는가'를 쉽게 풀어쓰면 '버마인들의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제사회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경제제재' 외에는 없는가'였습니다.

간담회는 경제제재와 인권향상과의 관계, 버마와 북한의 경제제재에 대한 시민사회의 입장, 버마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 등 세가지 축으로 이야기되었습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에는 큰 주제들이었으므로 대답을 찾기보다는 문제 인식을 공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주 발제를 맡은 박은홍 교수는 한국 시민사회가 북한에 대한 포용적 접근과 버마에 대한 제재를 지지하는 이중잣대의 문제가 있으며, 경제제재를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각 국가가 취하는 인권에 대한 정의와 조건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중국이나 아시아 정부기구가 취하는 문화상대주의적 입장과 미국의 경우 국내경제와 안보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이 그것이었습니다. 또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낮은 절차적 정당성을 경제성장으로 메꾸려는 개발독재모델을 추구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화적 수단을 지향하며, 권위주의 정부를 견제하는 행위자인 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하는 의문을 던져주었습니다.

장준영 연구원은 경제제재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의회가 첫째로 제시하는 요건은 경제제재가 국익이 되는가임을 지적하였습니다. 민족민주동맹(NLD)이 2월 8일 낸 보고서에서는 버마는 인구의 60%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가난한 농업국가인 까닭에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인해 국민이 가난하다기보다는 버마 정부 자체로 인해 국민들의 경제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합니다. 장연구원은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버마 현지인들이 외부와의 접촉이 늘어나야 변화가 일어나며, 이미 26년간 외부세계와 단절된 경험이 있는 버마가 중국과의 양자적 관계 강화로 가는 것보다 오픈된 공간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현재 버마 군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식민지 트라우마는 결과적으로는 소수민족을 버마족화하는 지배방식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김홍국 교수는 한 나라를 경제적으로 제재할 때 그 목적은 인권신장에만 있지 않으며, 제재의 유형 또한 다양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버마에 대한 경제제재가 버마에서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가, 과연 민주주의로 나아가도록 했는가에 답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국제사회가 버마에 대해 포용정책을 쓰자고 할 때는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버마 내부의 민주주의 역량을 키우는 것을 돕고 대화에 나오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나현필 활동가는 지금까지 시민사회가 버마와 관련해 활동한 것은 유엔과 아세안 인권이사회 등을 통해 수치를 느끼게 하는 것(shaming)이나 지목하기(naming)였는데 과연 이것이 효과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버마와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에 거주하는 버마활동가들인 뚜라씨와 마웅저씨의 생각을 들었습니다. 뚜라씨는 경제제재가 군부에 대한 압박정도로만 효과가 있을 뿐 버마의 인권향상에 도움이 못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버마에 경제제재가 필요한가 아닌가를 묻기보다, 더 크게 현재 버마의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웅저씨는 한국 시민단체가 버마에 대한 경제제재에 참여한다고 느낀적이 없다면서, 한국 시민사회가 버마 제재문제보다 다루어야 할 다른 문제들이 많이 있다고 했습니다.


생각의 키워드: 가난, 비민주성, 한국시민사회의 특성, 시민사회의 여러 층위, 버마인의 목소리

발제와 토론을 들으면서 경제제재와 인권향상과의 관계를 생각하였습니다. 한국 시민사회에서 문제시하는 버마의 인권문제라는 것은 경제적으로 '가난하다'는 것과 군부독재로 인해 정치적으로 '비민주적이다'이라는 것, 이 두 가지에서 비롯되는 인권의 문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정권층과 민간인 중 누구의 경제 생활에 타격을 주었는가 하는 것과, 경제제재가 비민주성을 개선하도록 버마정권에 충분한 압력이 되었는가를 분리해서 물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버마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으면서 시민사회를 세분화시켜 제시해주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크게 조직된 시민사회인가 그렇지 않은 시민사회인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조직된 시민사회로는 먼저 버마의 야당인 민족민주동맹(NLD)을 지지하고 이들과 함께 활동하는 버마인들이 있습니다. 한국 시민사회는 주로 이들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버마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사업이나 의료사업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정당과 분리된 그러나 시민사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조직되지 않은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있습니다.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를 이야기 한다면 최소한 이 세 단위에 따른 다른 전략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토론자에 버마인들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버마 활동가들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버마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경제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는 않은 듯 합니다. 그러나 이번 간담회는 버마 문제에 대한 더 깊은 논의를 준비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손연우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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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후기] 조기원 기자로부터 들어보는 버마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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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박은홍 교수 (성공회대 아시아 NGO 정보센터 소장)
발표 : 조기원 기자 (한겨레신문 국제부)
일시 : 2011년 1월 13일(목) 오후4시~6시
장소 : 김대중 도서관 3층 회의실
주최 : 국제민주연대, 성공회대 아시아NGO 정보센터
후원 : (사)행동하는 양심

작년 12월 16일 한겨레 신문 국제부 조기원 기자는 가택연금이 해제된 아웅산 수지를 한국 언론 가운데 최초로 인터뷰 하였다. 이를 계기로 국제민주연대와 성공회대 아시아NGO 정보센터는 조기원 기자에게 취재후기를 듣고 버마의 현재 상황이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하여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조기원 기자가 직접 이번 취재에 대한 후기를 발표 하고 다른 참석인들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조기원 기자의 취재 후기의 내용은 취재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아웅산 수지의 인터뷰에 관련된 내용 그리고 이번 버마총선 이후 현지의 상황과 조기원 기자의 버마문제에 관련된 의견으로 이루어졌다.  
 
취재과정에서의 어려움

조기원 기자는 여러 어려움들이 있었으나 취재 과정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잠재적 두려움이라고 하였다. 잠재적 두려움이란 즉, 버마는 현재 군사정권이기에 자신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말한다. 예를 들어 조기원 기자는 아웅산 수지와의 인터뷰 준비를 위해 통역사를 구하려 대사관에 연락을 취하였으나 취재할 내용을 듣고는 군사정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무도 승낙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자신의 담당 운전사가 버마민족민주동맹(NLD) 당사를 방문 한 후에 비밀경찰에게 방문이유에 관해 추궁을 당하자 두 번째 방문은 거절한 사례를 들었다. 이외에도 취재 비자가 아니라 관광비자를 통해 입국하였기 때문에 기자임이 발각될 경우 군사정권에 의해 언제라도 추방당할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기자임을 알릴 수 있는 모든 표식을 지우고 숨기기 위해 고생하였으며 카메라도 작은 것만 몰래 가지고 다닐 수 있었다고 하였다.

아웅산 수지와의 인터뷰

조기원 기자는 아웅산 수지와의 인터뷰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대화’와 ‘비무장 투쟁’이라고 짚었다. 아웅산 수지가 대화를 제시한 이유는 버마가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이며 효과적인 투쟁을 위해서는 민족들 간에 대화를 통한 화합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아웅산 수지여사는 앞으로도 계속 비무장 투쟁의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3년 전의 태도와 동일한 것이다.

지난 오랜 기간의 가택연금이 어떠하였는지에 대해 물어보자 아웅산 수지는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하였다. 아웅산 수지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아마도 다른 정치수용범들에 비해 자신이 훨씬 나은 환경에 있었기 때문이지 실상은 어려움이 분명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끝으로 아웅산 수지는 한국의 국민들에게 버마의 현재 상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였다.

버마총선 이후 현지의 상황

대표적 야당인 아웅산 수지의 NLD는 이번 버마 총선을 보이콧하여 정당등록도 하지 않았고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NLD는 이번 총선은 1990년 NLD가 압승했던 총선의 결과를 무시함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무효이고 그렇기 때문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모든 야당이 총선을 거부한 것이 아니고 참여한 정당도 있었다.

조기원 기자는 야당이면서 투표에 참여한 버마민족민주세력(NDF-아웅산 수지여사가 이끄는 NLD에서 나온 버마 최대 야당)에 대해 이번 총선에 대한 견해와 총선 참여 이유를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그 쪽 관계자는 우선 총선 자체에 부정행위가 매우 심각하다고 진술했다. 부정행위의 방식은 다음과 같다. 한사람 이름으로 두 번 투표하는 이중투표, 비공개 개표, 야당이 선거에 참여하기 어렵게 만든 제도상의 문제, 죽은 사람이 투표자가 되는 유령투표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극단적인 예로 투표를 하러 갔는데 이미 자신의 이름으로 투표가 되어 있어 그냥 다시 돌아온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버마민족민주세력(NDF)은 총선에 참여했다. 그들은 2007년 민중시위 때도 수많은 무고한 희생이 있었지만 결국 국제기구는 단순한 성명서 외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결과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신들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총선이 아무리 군사정권 연장을 위한 형식적인 것일 지라도 이런 민주적인 단계를 밟아 나간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총선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렇듯 조금씩 정치가 민주적인 방식으로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그들의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조기원 기자는 버마 문제에 대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이라고 밝혔다. 아웅산 수지가 주장하는 비폭력주의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충분히 수용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길게 본다면 실천하기 어렵겠지만 그녀가 주장한 내용들이 정답인 것 같다고 했다.


질문과 토론

조기원 기자의 취재후기가 끝난 후 다양한 질문과 토론 그리고 조기원 기자에게 바라는 말들 이 오고 갔다. 우선 국내에서도 아웅산 수지여사를 초청하고 싶어 하는 기관이 많은데 과연 아웅산 수지가 국외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그에 대해서는 출국을 하게 되면 다시 입국을 못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아웅산 수지가 버마 밖으로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하였다.

또한 매년 버마에 들어가 시민운동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한 활동가분의 이야기를 들어 볼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은 2009년 방문했을 때의 상황과 2010년 총선 이후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비교해가며 과거와는 달리 버마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이 엿보인다고 하였다.

버마에 대한 경제적 제재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제재를 유지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느 것이 진정 버마의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NLD는 제재를 유지하자는 입장이고 NDF는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NDF는 제재는 지배층에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중이 고통을 겪게 된다고 주장하며 민주화를 위해서는 제재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조기원 기자에게 아웅산 수지라는 한 인물에만 집중된 기사가 아닌 대중들의 삶이 드러나는 기사를 써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버마 내부에는 2200명의 정치 수감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웅산 수지라는 인물에 편향된 기사가 많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민중들의 삶을 언론에서 다룬다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반 버마 사람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에 대해 알게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버마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더욱 넓어질 것이다.

이렇게 조기원 기자의 취재후기와 그에 대한 토론과 질문을 마지막으로 간담회는 끝이 났다. 사실 버마에 대한 상황은 간담회에 가보기 전에는 국제연대위원회에서 일주일에 한번 씩 하는 아시아 기사 모니터링을 통해서만 접했었다. 기사를 통해서 본 버마의 인권상황은 암울했다. 수감자를 지뢰탐지기로 사용한다든지 법원에서 변호인이 피고인을 변론할 기회를 차단하는 등 그 곳에서는 믿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심각한 사태들에 대해 동정은 갔으나 마음에 깊이 와 닿지는 않았다. 버마에 대한 관심도 기사모니터링을 준비하고 발표할 때 잠깐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간담회를 직접 참여하고 나니 전보다 버마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이전처럼 글을 통해서만 그곳의 상황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 방문했던 분들의 이야기, 버마출신 활동가 분들에게 직접 버마의 상황을 생생히 전해 듣고 나니 마음에 더욱더 와 닿았다. 사무실에서 기사를 읽고 토론 할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번 간담회는 내가 버마 사람들을 위해 관심을 가지는 일 말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당장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지금 버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라도 전해서 관심을 갖게 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를 통해 다른 여러 사람이 버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또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면 점점 버마의 현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버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참여연대 7기 인턴 : 최준홍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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