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원조 공여국 연재⑧ 종합



그동안 주요 공여국 중 네덜란드, 일본, 호주 등 7개국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문헌을 중심으로 사실을 조사하다보니 독자들이 기대했음직한 생생한 사례들을 많이 소개하지 못하였다. 또한 참여연대 ODA 사업의 기본 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들의 ODA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관한 각 나라의 현황을 자세히 전달하지 못하였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각 나라들의 원조 역사, 규모, 집행체계, 주요 정책 등을 통해 나라별 원조 모델의 특성을 거칠게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현재 한국이 대외원조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할 때, 주요 공여국의 ODA 현황을 촌촌이 뜯어보며 시사점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는 한국 ODA 정책의 기본 구상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개발협력개선종합대책’(국제개발협력위원회, 2005년 11월)을 발표하며 ‘한국형 대외원조 모델 개발’이라는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십 수개월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모델의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기껏 ‘개도국과의 호혜적 경제협력’, ‘비교우위’, ‘개발경험’ 정도만이 계속 운위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을 말하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다소 위험한 발상이 담겨져 있다고 우려할만한 하기도 하다. 그렇기에 특히 이 시점에서 한국 ODA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시민적 공론이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국회에서는 각 당의 의원들이 가칭 대외원조법의 입법화를 준비하고 있어 하반기에 정기국회가 개원하면 공론의 장은 더욱 형식을 갖추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펴 본 7개국의 ODA 현황은 시민적 공론의 소재라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ODA 정책이나 발전방향, 원조 모델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각 나라는 모두 저 마다의 고유한 역사적 경험과 ODA 정책을 가늠하는 경제, 사회, 정치, 문화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 또한 미진하나마 한국 ODA 정책의 공세적 변화에 기여한 MDGs와 같은 국제적 원조 추세도 무시할 수 없다. 각 나라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영국이나 유럽연합은 식민지 경험이라는 역사적 특징이 ODA 정책의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호주의 최근 원조 정책을 설명할 때 9.11이후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사회 정치적 맥락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네덜란드의 ‘공-사협동협약’(Public-Private Partnership Agreement)처럼 시민사회, 기업, 정부가 긴밀하게 상호협력하며 ODA를 추진하는 특징은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네덜란드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빼놓고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왜 ‘한국형’ 대외 원조 모델인가?

그렇다면 정부가 운운하는 ‘한국형’ 대외 원조 모델을 만드는 데 고려해야 할 주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박복영(대외경제연구원)은 한국형 원조 모델을 모색해 온 그동안의 연구는 ‘한국의 실정에 맞는 특색 있는 원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론과 그것의 내용으로 몇 가지 방향 정도를 제시’하는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적절한 지적이다. 고민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이 시점에서 발상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한국형 대외 원조 모델의 개발’이라는 과제 설정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개발경험과 비교우위에 근거한 적정한 내용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왜 ‘한국형’ 모델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과제에 대한 답변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적 자원 개발이나 IT 등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식민지배의 경험이 없는 대신 양적으로는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경제 개발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한국의 특징이라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형 대외 원조 모델을 비교우위와 개발경험이라는 특징에서 구성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왜 대외 원조를 해야 하는가’, ‘왜 ODA의 규모를 확대하고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에 대한 보편적인 물음이 더욱 절실하다. ODA 목적에 대한 이러한 보편적인 물음이 96년 OECD DAC에서 채택한 ‘21세기 개발협력 전략의 핵심개념이라 할 수 있는 '주인의식과 동반자의식(Ownership and Partnership)‘과도 조응한다. 우리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모델은 가치와 그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 결과가 모두 동일선상에 놓여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 ODA 모형을 구성하는 데 고려할 수 있는 하나의 특성은 한국이 수원국이었다는 경험이다. 1960년대 세계 최빈국 지위에서 95년 원조 공여국의 하나가 되었다는 역사적 경험이 한국 ODA의 원칙과 가치, 발전방향 등을 수립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 경험이 전수하는 핵심 가치는 ’지구촌의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하는 ’연대‘의 ’실천‘이다.

법적인 기반을 갖추는 것의 중요성

이제 한국 ODA 발전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될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자. 나라 별 사례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외원조의 가치와 원칙, 기본 목표를 담은 법적인 기반에 관한 내용이다. 처음 연재를 시작한 유럽연합의 경우, 1993년 ‘마스트리히트조약’을 통해 개발협력정책을 추진하는 법적인 기반을 갖게 되었다. 여기서 유럽연합은 개발협력사업의 목표가 ‘개도국의 지속적인 경제적, 사회적 개발을 촉진하고 세계 경제에 개도국을 점진적이고 조화롭게 통합하는 것이며 개도국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명시’하며 개도국의 빈곤과 개발이 원조의 목표임을 분명히 하였다. 캐나다는 CIDA헌장에 ODA의 목적을 ‘빈곤타파와 안전하고 평등하고 번영된 세계를 위해 일한다’고 밝혀 놓았다. 사실 이런 선언은 그럴듯하게만 들릴 수도 있으나 미국의 ‘미국 국민과 국제 사회의 이익을 위해 좀 더 안전하고 민주적이며 번영된 세계를 만드는 것’ (국무성, USAID)이나 일본의 ‘국제사회의 평화와 개발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일본의 안보와 번영을 확보하는 데 일조하는 것’(일본 ODA헌장)과 비교해 본다면 인도주의적 목적과 국익의 눈에 보이지 않는 명백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ODA 관련법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그 법이 담고 있는 가치 - 예컨대 빈곤감소, 환경 보전, 지속가능한 개발, 거버넌스 등등 - 만이 아니고 대외원조 사업을 일관되게 규율할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이다. 즉, 일관된 원칙과 체계의 통일성과 조정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점은 특히 대외 원조의 수행기관이 무수히 분산되어 가는 흐름 속에서 더욱 강조해도 좋다. 15개의 중앙행정부와 17개의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독자적으로 원조 사업을 실행하는 스페인이 대외 원조의 일관된 집행과 효율적 조정을 위해 제정한 1998년 ‘국제개발협력법’처럼 말이다. 스페인의 ‘국제개발협력법’은 다른 무엇보다 각 담당기관의 원조사업 목표의 일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 일관된 목표는 ‘빈곤 감소’. 이 목표는 원조집행기관들을 구속하며 지자체나 중앙 행정부서의 원조 실행을 통괄하는 기능을 갖는다.

일관된 원칙을 보장할 수 있는 일원화된 체계와 조정 기관

한국도 현재 30여개의 정부 부처와 지자체 등이 각각 대외 원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많이 지적되었던 유, 무상 원조의 분리 뿐 아니라 다양화된 원조 기관별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조정 업무를 주요한 과제로 내세웠으나, 그동안의 활동을 지켜 본 결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확인하는 수준에서 일보도 제대로 나가지 못한 듯하다. 이처럼 분산화된 원조 시스템이 법적인 기반도 없이 추진하는 일이 반복되면 중복 지원, 전문성 부족 등으로 인한 효율성 문제 뿐 아니라 예산 낭비 등 ODA의 책임성 문제도 심각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유럽연합의 Europe Aid, 캐나다의 CIDA, 영국의 DFID처럼 독립적인 기관을 따로 두어 ODA의 총괄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하거나 대외원조 개혁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이 ODA실시기관을 JICA로 일원화하기로 한 것처럼 ODA집행을 위한 일원화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스페인처럼 분산화된 기관간의 다양하고 활발한 조정의 역할을 하는 행정부간위원회, 지역간위원회 등 조정기관들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요구된다. 정부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산하 실무위원회에서 다양한 형태의 원조 사업간 연계 및 조화를 도모하고 현행 무상원조 관계부처 협의회 및 EDCF 실무협의회를 강화하는 것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실무위원회에는 현재 전문위원이 한명이며 그나마 ODA만을 전담하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DAC에서 권고하는 ‘ODA정책조정위원회’만이라도 시급히 설치해야 할 것이다.

ODA 사업 방향 - 선택과 집중

ODA의 규범과 일관되고 체계적인 원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법적인 기반 다음으로 눈에 띄는 점은 ODA 집행 방향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뚜렷한 특화와 집중의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캐나다는 인권향상, 아동권리보호, 여성보호 영역에서 독보적이었다. 스페인은 마이크로크래딧 기금(Micro-credit Concession fund, FCM)의 규모가 전체 유상원조의 25%를 차지할 정도이다. 영국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거버넌스 구상’이란 ODA백서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거버넌스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어 양자원조의 50%가량을 빈곤국의 공공행정서비스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물론 정부도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전략적인 협력대상국을 선정하여 중점지원국에 대한 지원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협력대상국은 DAC의 ODA 수원국 리스트상 최빈국, 기타 저소득국, 중저소득국을 원칙으로 하며 필요시 고중소득국도 포함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분야에 있어서도 빈곤감소와 지속가능 발전을 중심으로 보건 및 의료, 교육, 거버넌스 개선, 정보통신, 산업, 에너지 등을 열거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이 무색할 지경이다. 보스니아, 예멘과 같은 분쟁국과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최빈국 등으로 원조의 목표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원조대상국을 36개국으로 제한하고 ODA를 집행하는 네덜란드의 사례를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스페인과 호주는 다른 맥락에서 집중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대외 원조의 우선순위를 지역 전략적,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로 두고 있는 스페인은 총원조액의 58%를 중간소득국가에 집중하고 있으며 13%만이 원조를 필요로 하는 사하라 남쪽 국가에 집행하고 있다. 호주는 더욱 심하다. 빈곤문제가 가장 심각한 아프리카대륙에는 3%만을 할당. 유엔경제개발이사회가 지정한 최빈국에 대해선 0.05%만을 제공하고 ODA규모의 절반이상을 이해관계가 분명한 태평양 지역에 쏟아 붓고 있다. 급기야 호주는 2005년 OECD평가서에서 ‘호주의 ODA프로그램은 남반구의 개도국들을 실망시켰으며 원조 프로그램이 명백히 호주의 간섭주의 외교정책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고 평가받았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평가 시스템

각 나라들의 ODA 평가 과정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현재 한국은 종합적인 ODA평가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현행 ‘한국국제협력단법’을 살펴보면 세입세출결산서 제출 외에 무상원조 사업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다. 유상원조의 경우도 ‘대외경제협력기금법’을 살펴보면 사업에 대한 타당성 심사, 지원여부, 규모 등의 결정이 모두 행정부 내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원조기관인 KOICA와 수출입은행이 외부 및 내부 평가를 수행한다고는 하나 프로젝트별 사업 평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점에서 ODA 선진국이라고 평가받는 나라들의 평가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위한 시스템을 자세히 연구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유럽연합은 작성된 평가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독립된 민간 기업을 통하여 다시 재분석하여 원조 협력청에 전달한다. 네덜란드는 개발협력평가조사원(IOB)라는 독립된 기구에서 ODA 사업을 평가한다. 한국도 대외원조 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외부 인사가 다수 참여하는 평가위원회의 신설이나 외부 감사기관의 적극적인 평가 수행을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ODA 거버넌스 - NGO 참여

시민사회, 특히 NGO의 ODA 사업 참여도 우리의 눈길을 끈 관심 사항이었다. 한마디로 유럽 개발 NGO들의 활동은 눈부시다. 여기서 소개되지 않은 나라 중 덴마크의 경우는 법률로 NGO를 통한 대외원조사업 추진 비율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NGO에 대한 재정지원은 평균적으로 6~12%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AC, 1997) 유럽에서는 스페인처럼 ODA의 16%를 지방자치단체가 집행하고 (양자간 원조는 25%) 대부분의 기금을 NGO를 통해 집행하는 경향이 새삼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2004년 현재 스웨덴의 경우 양자간 원조의 18%, 핀란드 14%가 NGO를 통해 집행된다고 하니 말이다. 한국의 NGO를 통한 원조 규모는 1%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NGO의 ODA 양적 참여규모보다 더욱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NGO의 정책 참여과정이다. 정부가 NGO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부족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전개하느냐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거버넌스 차원의 NGO 참여 문제는 향후 ODA정책에 있어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NGO가 ODA의 효율성, 투명성, 민주성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는 다른 선진 공여국처럼 NGO협력법 등 NGO와의 협력과 참여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국제개발협력위원회 등 ODA관련 정책협의, 의사결정, 사업 평가 등의 과정에 NGO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의 사업 수행 체계도에 따르면 심의부터 평가까지 민간이 참여하도록 원칙적인 구성을 해놓고도 실행하지 않는 모습부터 개선하는 것이 NGO참여의 첩경이다.

시민과 함께 하는 ODA

마지막으로 ODA 홍보에 관해 살펴보자. 그동안 홍보는 그 중요성에 비해 홍보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미비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 뿐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지 못하였다. 홍보는 단순히 정부의 실적을 공개하고 치장하여 알리는 것이 아니다. ODA 홍보에 진정을 가지지 않으면 ‘국제빈곤퇴치기여금’제도는 비행기에 탈 때마다 천 원씩 그냥 하늘에 뿌리는 것과 같다. 정부는 국제빈곤퇴치기여금으로 아프리카개발이니셔티브를 실질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즉 우리가 조성한 기여금이 최빈국 아프리카의 빈곤 타파에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인 것이다. 약간의 돈으로 지구촌 좋은 이웃이 되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최근 국제협력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기문 유엔총장의 탄생을 계기로 한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성과 역할에 대한 긍정적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때 영국의 사례는 본보기로 삼을만하다.

영국은 대외원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내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백서를 통해 전 세계의 상호 의존과 국제 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촉구하고 영국의 어린이들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국제 문제들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 이외 공교육 부문을 비롯하여 미디어, 비즈니스와 노동조합, 종교계를 주요 핵심 분야로 잡고 개발의식교육운동을 전개하고, 국민들의 대외 원조에 관한 태도와 행동을 조사하기 위해 고정적으로 여론조사 실시하며 ODA모범 사례 소책자를 제작, 배포하는 등 국민들에게 매우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ODA가 담고 있는 빈곤 타파, 인권, 환경 보전, 연대, 평화 등의 가치는 먼 미래에 구현되는 가치가 아니다. 당장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실현할 수 있는 매우 가까운 규범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ODA는 개념조차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야 KOICA의 활동을 아주 조금 소개받을 뿐이다. 한국이 전쟁의 참혹함이 남긴 절대 빈곤 상태에서 어떻게 현재와 같은 세계 경제 대국 12위의 위치에 서 있게 되었는지, 미흡하지만 한국의 ODA가 어떻게 전 세계의 빈곤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홍보라는 글자 그대로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기실 한국의 ODA 역사는 매우 짧다.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은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ODA 정책 수립의 기초를 다지는 일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처음부터 잘 다져야 하는 것이다. 기초를 다지는 것은 선언으로 부족하다. 그나마 그동안 정부가 선언적으로 제시한 내용도 일관성을 가졌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ODA를 둘러싼 공론의 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점이 아쉽다. 한국 ODA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초석을 놓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 법, 제도적인 기반을 만드는 일은 시끌벅적하게 추진해보자. 시민사회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적극적인 주체로 참여한다면 더욱 튼튼한 기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선(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국제연대위원회
Posted by 영기홍
,

지구촌ODA정책감시 뉴스레터 9호



정부는 지난 9월 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006년~201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안을 확정하면서 공적개발원조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07년도 대외 무상원조 예산도 전년 대비 약 16.8% 증가한 2,230억 원으로 책정하였다. 작년에 비해 320억 가량이 증액되었지만 국제기준으로 볼 때는 갈 길이 너무 멀다. ‘국력에 맞는 선진외교’,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달성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운운하며 소리를 높여도 국민소득대비 ODA규모는 2005년도 OECD 국제원조위원회 0.33%의 1/3 수준인 수준인 0.09%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인 최초 UN사무총장의 등장을 앞두고 세계 12위 경제규모에 걸맞게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겠다며 UN분담금(세계 11위) 체납분에 대해서는 외교 예산 중 우선순위를 두는 정부가 왜 한국의 경제력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보다 더 초라한 ODA규모에 대해서는 진정으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건지 의아하기만 하다. 당장 지난 4월, 노무현 대통령은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현재 3,200만 달러 수준의 ODA규모를 1억 달러로 늘이겠다고 공언하고 돌아왔는데, 지금 확보된 예산으로 과연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 걱정이다. 이번 정기국회에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이 국제선 항공권에 국제빈곤퇴치기금을 설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발의한 <한국국제협력단법> 개정안 외에는 재원동원방안이 전무하다.

이처럼 개도국 빈곤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나 ODA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목표가 구체적인 예산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문제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대외원조규모 증액 목표가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2000년 유엔에서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채택된 이후 2005년 밀레니엄+5 유엔 특별정상회의에서 GNI대비 ODA비율을 0.7%수준으로 확대하기로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이런 목표를 이미 달성한 덴마크, 노르웨이 외에 많은 나라들이 2010년까지 최소한 0.5%수준으로 확대하거나 추가 공여를 약정하고 있는데, 한국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고작 2009년까지 0.1%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2011년에 잡았던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셈이지만,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부끄러움을 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MDGs 달성 마지막 해인 2015년에는 우리 정부가 가입하겠다고 밝힌 OECD DAC(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2010년 평균치로 예측되는 0.36%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지속개발가능위원회의 권고안인 2010년 0.2%확대 목표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런 모습이 보일 때에야 비록 정부가 누누이 강조하는 ‘경제력에 상응하는 원조규모’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우리 국민들이 비로소 이해해 줄 것이며, 수백억에 달하는 개도국 무역 흑자규모에도 불구하고 대외원조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는 세계 시민들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대외원조의 양적 규모에 관해 살펴본 것처럼, 정부는 지난해 말 <대외원조 개선 종합대책>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의욕을 보인 것과는 달리 전향적인 변화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만약 열심히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는데도, 실적이 대단한데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그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면 그 역시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지난 3월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구성되어 한차례 회의를 하고 6월에 실무위원회가 역시 한차례 열린 것 정도가 가시적인 움직임이다. 하지만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NGO를 비롯하여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꾸준히 지적해온 ‘국제개발협력의 통합적 이념이나 목표, 전략 부재’의 상황이나 유,무상 사업간 사전 협의 및 조율 미흡 등 ‘조정 및 통합기능’의 취약성은 여전해 보인다. 참여연대가 지난 9월 ODA 평가 사업 모니터를 위해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2006년 상반기 중 구성하기로 계획되어 있는 평가소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문의를 하였을 때, 평가소위는 구성조차 되어 있지 않았으며, 그 이유는 부처 간의 의견 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 사업평가지침을 만드는 일에 어떤 부처 간에, 무슨 이견이 있다는 것인지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그동안 대외원조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드러났던 유, 무상 정책 및 시행 부처 간 협의, 조정체계의 강화를 위해 추진시스템 정비를 담당하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구성된 지 6개월이 넘도록 평가소위 하나 구성을 못하는지 반문하고 싶었다. 이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며, 국무총리의 역할을 해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기본적인 ODA 추진 시스템조차 갈피를 못 잡고 있는 판이니, 무상원조(2003년 기준 46.0% / DAC 평균 86.1%)및 구속성 원조 비율(2003년 80.6% / DAC 평균 6.8%, 다시 말해 DAC 회원국은 ODA 90%이상을 비구속성 원조로 제공)과 최빈국 원조 비율(GNI대비 0.01%수준 / DAC 0.08%)을 대폭 늘려 대외 원조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들은 더욱 오리무중이다. 자체적으로 개발 원조를 시행하고 있는 중국이나, 우리보다 ODA규모가 큰 터키 (GNI대비 0.11%)등에 ODA를 지원하는 반면, 빈곤의 대명사격인 아프리카에 고작 5.5%만의 ODA가 지원되는 현실이나 비민주적인 미얀마에 ODA가 지원되어 해당 국민들의 인권을 더욱 유린하거나, 베트남 모 대학 건설사업이나 필리핀 사우스레인 사례처럼 개발의 후유증을 남기는 문제, 적절한 사업타당성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선정되거나, 빈곤 퇴치라는 원래의 목적과 달리 정치 외교적 고려에 따라 불투명하게 사업을 선정하는 방식, 원조 효과를 떨어뜨리는 유무상 사업간, 부처 간 연계 부족과 전문성 부족 등 산적한 과제는 그저 <대외원조 개선 종합대책>의 평가 내용으로만 전락한 듯하다. 9월 중에 2006년도 계획에 대한 추진상황 중간점검을 한다고 했는데, 정부는 중간성적을 어떻게 매길지 성적표가 궁금하다. 민간 전문가들은 벌써 중간평가를 마치고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 작업에 들어갔는데, 언제나 그렇듯 정부의 행보만 느리다.

정부는 2006년도를 우리의 개발경험과 비교우위분야에 중점을 둔 한국형 국제개발협력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91년 이래 처음으로 유, 무상 원조사업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성격의 계획을 야심차게 수립하였다. 정부의 발표대로 그야말로 종합적인 진단과 대책이라 국민들은 약간의 미진함은 뒤로 밀어놓고 그 찬란한 계획이 빛을 발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6년 10월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가 확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는 ODA의 통합적 이념과 목표, 전략을 담을 그릇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의 진단대로 기관(국제협력단법), 기금(대외경제협력기금법) 설치를 목적으로 한 현행 법률체계는 전반적인 국제개발협력 목표, 관리시스템, 조정 기구 등을 규정하기가 어렵다. ODA의 이념과 가치, 원칙을 제대로 담기에 한계가 많은 것이다. 세간에는 ODA헌장 제정을 주장하고 있는 재경부와 가칭 국제개발협력법을 주장하는 외통부 사이의 이견 때문에 ODA의 통합적인 이념과 목표와 유무상 원조를 통합하는 내용을 주요하게 담을 법안 제정이 계속 무산되고 있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국민들은 법이든, 헌장이든, 아니면 정책문서이든 형식보다도 그 형식에 담길 지구촌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하는 아름다운 희망과 전 세계 빈곤타파와 인권 증진이라는 연대의 가치, 그리고 서로 생각을 나누며 제대로 된 ODA정책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적 합의를 소중히 생각한다. 마치 우리 국민들이 ODA의 양적 규모의 수치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본말이 전도되지 않아야 한다.

독자들은 우리가 뉴스레터 창간호에서 ODA도 민주적 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동안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ODA는 국제환경의 변화와 시민의식의 성숙에 힘입어 서서히 그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ODA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바야흐로 사회적 합의와 참여로 ODA를 추진할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ODA의 기본 방향과 운영기조, 전략을 마련하는 출발부터 사업을 평가하는 마무리단계까지 모든 과정마다 시민적 참여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06년 상반기 ODA관련 정부 정책은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수립되었다 할지라도 시민 참여와 사회적 합의 없이는 결국 구호로 끝나 버릴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주었다고 할 수 있다.

박영선(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 뉴스레터 원본 첨부
국제연대위원회


Posted by 영기홍
,

지구촌ODA정책감시 뉴스레터 8호



현재 한국의 ODA 관련 제도는 무상원조와 유상원조 부분에 대해 별도로 제정된 법률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해외 연수생 초청, 전문 인력 파견, 해외봉사단 파견, 개발 조사, 재난 구호, 기타 지원사업 등의 무상원조를 위해서 한국국제협력단법이 제정되어 있고, 이에 따라서 외교통상부 산하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설치되어 무상원조 사업을 진행한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차관지원 등의 유상원조를 위하여는 대외경제협력기금법에 따라서 재정경제부 산하에 대외경제협력기금이 설치되어 있고, 그 운영은 한국수출입은행에 위탁되어 있다.

대외원조 업무가 해당 부처와 수탁기관별로 진행되고, 그 사이에 업무조정이나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수원국에 대한 무상원조와 유상원조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이원적인 대외원조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실질적인 업무협조를 통하여 유기적인 연계성을 높이거나, 단일법으로 무상원조와 유상원조를 통합하는 입법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국국제협력단법은 지원대상을 ‘개발도상국가’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범위를 외교통상부장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고, 대외경제협력기금법 역시 재정경제부장관이 정하는 ‘개도국’을 지원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들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발도상국가’와 ‘개도국’이 어느 범위까지를 지칭하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대외원조의 지원대상을 특정하는 문제는 국제 협력과 나눔의 정신을 목적으로 하는 대외원조가 정치적 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일관된 기준에 따라서 당초 입법취지를 달성하게 하는 핵심이다. 또한 대외원조에 사용된 예산과 기금이 어떻게, 얼마나 쓰였는지를 확인할 만한 대외적인 감사 절차가 명확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예산의 사용처와 사용내역이 오리무중에 빠져 버렸다. 대외원조의 예산 사용에 대한 감사와 이에 대한 대외적인 공표는 대외원조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예측가능성을 부여함으로써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높일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행 대외원조 관련 법제의 문제점으로 인해 최근 대외원조 관련 법령을 정리하고자 하는 시도가 여기 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개별적인 입법 시도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외교통상부의 통합법안 : ‘국제개발협력법’

외교통상부는 2003년경 대외원조와 관련한 통합법안을 내 놓았다. ‘국제개발협력법’이라는 명칭의 이 법안은 지원 대상을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선정하는 원조 수원 대상에 포함된 지역 또는 국가로 특정하고, 개발협력정책위원회라는 단일기구를 설치하여 대외원조 정책을 결정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또한 무상원조와 유상원조의 일관성과 보완성을 제고하기 위한 상호 노력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무상원조는 외교통상부가, 유상원조는 재정경제부 장관이 각 관할하도록 하고, 각 해당 업무를 한국국제협력단과 한국수출입은행에 위탁하도록 하여 기본적인 사업 진행 구조는 현행 법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 준다. 더욱이 개발협력정책위원회를 외교통상부 산하에 두고, 개발협력을 위한 중기계획을 외교통상부장관이 수립하도록 하여 전체적인 운영에 있어서 외교통상부를 우위에 두고 있어 업무의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의 소지는 여전히 남겨 두고 있다. 한편 외교통상부의 법안 역시 대외원조 사업의 외부적인 감사에 관하여는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김부겸 의원의 통합법안 : ‘대외원조기본법’

‘대외원조기본법’이라 칭한 이 법안은 개발도상국을 OECD 개발원조위원회가 정한 개발원조대상국 중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무상원조와 유상원조의 시행 관련 사항을 별도의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각 업무의 분장에 관하여 유상원조는 재정경제부장관, 무상원조는 외교통상부장관, 지방자치단체 시행의 경우는 행정자치부장관이 관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외원조 관련 업무의 총괄을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 하에 대외원조정책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간 위원을 임명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고 있다. 이 법안은 사업의 평가에 관하여 규정을 두고 있는데 국무총리가 매년 대외원조사업의 추진 실적을 평가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법안은 민간해외원조 단체의 지원 규정, 대외원조에 대한 국민 홍보 규정, 대외원조 관련 전문인력 양성 규정, 대외원조 통계 작성과 제공 규정과 같은 독특한 규정을 두고 있다.

김부겸 의원 법안은 단일 기구를 국무총리 소속 하에 둔 점, 사업 평가, 단체 지원, 홍보, 인력 양성, 통계 작성과 제공 등을 볼 때 현행 ODA 법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을 여러 가지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단일 기구의 설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경우에 따라서는 행정자치부까지)로 업무 주체가 분리되고, 국제협력단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업무 수탁을 받아 실제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단일기구를 설치한 의미를 심각하게 퇴색시키고 있다. 또한 사업 평가의 기준이 불명확하고 평가가 행정기관 내부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을 남기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헌장 : ‘국제개발협력헌장’

통합법의 형태로 입법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법률이 아닌 헌장 수준의 선언으로 ODA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도 있다. 재정경제부는 ‘국제개발협력헌장’이라는 일종의 정책선언을 채택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 헌장은 범지구적 가치와 국익의 조화를 추구하는 목표를 내세우고, 중점지원분야와 우선순위를 정하여 지원 대상을 결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의 이러한 시도는 대외원조 사업에 관한 한 통합법 제정시 외교통상부가 주도권을 잡을 수밖에 없음을 고려하여 법률적 차원이 아닌 정책 선언 정도의 수준에서 자기 부처의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 내용적인 면에 있어서도 ODA의 기본 정신인 국제적 연대와 나눔의 정신보다는 국익을 우선시하는 입장을 전면에 드러내고 있어서 ODA의 기본적인 정신을 담는 헌장으로서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평가된다.

정의용 의원의 ‘국제빈곤퇴치기금 설치안’

법률적 차원의 입법에서도 통합법 형태가 아니라 기존의 법률에 대한 일부 수정으로 ODA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시도도 등장하였다.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이 발의한 한국국제협력단법 개정안은 국제선 항공권 1장당 1000원의 기여금을 재원으로 하는 국제빈곤퇴치기금을 설치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기금은 ‘빈곤ㆍ질병퇴치를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사용될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 법안은 국민이 직접 기여금을 출연하는 과정을 통해 ODA가 추구하는 국제 연대의식을 체험함으로써 ODA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재원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지원대상을 어느 범위로 할 것인지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고, 기금의 적립, 사용에 관한 정보 공개와 사후적 감사에 관해서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국민의 관심을 유발하는 기여금이 항공요금을 조금 더 비싸게 하는 불편한 부담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투명한 기금 집행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더 고민될 필요가 있다.

ODA 법제의 방향 : ODA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

ODA 관련 법안 자체를 만드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법안의 형식도 단일한 통합법의 형태이든, 무상과 유상원조을 별도로 규율하는 형태이든, 심지어는 단순한 헌장만으로도 법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될 수 없다. 문제는 우리가 ODA를 왜 고민하고, ODA를 통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과 우리가 국제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구체적인 입법의 형식과 개별 제도들의 내용들은 현실적이고 기술적인 수준에서 만들어 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ODA의 존재이유와 그 목적에 대한 고민이 성숙되지 못한 상태에서 법안을 작성한 주체의 부처 이기주의를 반영함에 지나지 않는 기존의 몇몇 입법 시도들은 ODA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나마 외교통상부안이나 김부겸 의원 안은 타 부처의 반발로 인한 조정과정에서 입법안이 제안된 지 2~3년이 지나도록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의 입법 동향들을 보면서 향후 ODA 관련 법제의 개정 방향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우선 무상원조과 유상원조을 아우를 수 있는 단일 법체계가 필요하다. 법 형식 자체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현재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가 보여주고 있는 부처간 이기주의적 행태 하에서 양 원조형태 사이의 유기적 연계성이 보장되는 제도를 만들어 가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양 부처를 함께 관할할 수 있는 상급기관에 의해 대외원조 사업이 관장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원조 대상은 대상국의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지 우리나라와의 관계 등 정치적 원인에 의해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률 또는 최소한 대통령령 수준에서 지원 대상국의 자격 또는 구체적인 대상국을 특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부기관 주도로 진행되는 대외원조 사업에 민간 인력의 참여 폭을 넓혀, 사업의 진행 및 사후 평가 또는 감사의 과정에서 개입하도록 함으로써 정책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철(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ODA감시팀)


* 뉴스레터 원본 첨부.

국제연대위원회


Posted by 영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