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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맑음’...일본이 마주한 큰 재난, 조속히 수습되기를

지난 28일 저녁 7시 보신각 앞. 봄날 같지 않게 유달리 흐리고 추운 날씨에도 촛불을 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내가 찾아간 곳은 일본 대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한 ‘추모와 연대의 밤’이 열리고 있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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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준비가 한창인 무대를 바라보는 광장 한 가운데는 일본의 안전과 평화를 상징하는 큰 종이학이 원을 그리며 놓여있었다. 이 주위로 호기심에 가득 찬 시민들이 모였다. 광장 한 켠에는 핵 사고의 위험을 알리는 구호물과 일본시민을 돕기 위한 모금함이 준비되어 있어 퇴근길의 사람들에게도 눈에 띄게 준비돼 있었다.

한 외국인 부부는 모금함으로 다가가 선금을 하고는 곧 촛불을 받아들고 무대 앞으로 다가가 문화공연을 즐긴다. 무대 위에서는 고의석씨의 고요한 클래식 기타 선율이 흐르고 곧 일본 지진 피해에 대한 시낭송이 이어졌다.
 
추모제를 문화제 형식으로 만든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인지 모른다. 뉴스에서 본 일본사태에 가슴아파 추모제에 참석했을지라도 공연이 없으면 빨리 헤어져 그 의미를 다지는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맑음’이라는 이름의 추모제에는 각종 음악 밴드의 공연과 시낭송, 발언 등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 나라에게 깊은 슬픔을 애도하는 시간이었다.

‘다시 맑음’이란 이 추모와 연대의 밤은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대규모 핵발전소 사고 등으로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는 일본 사회에 위로를 전하고자 만들어졌다. 행사의 제목을 ‘다시 맑음’으로 한 이유도 일본이 하루빨리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길 바라는 뜻에서일 것이다.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인류애로 일본사회에 우리의 마음을 전달하자는 취지가 엿보인다. 이번 사고로 인한 수 만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더 나아가 핵 없는 세상을 위해 핵사고의 위험을 알리는 노력으로 시민사회가 연대하려는 노력이 뜻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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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맑음’은 추모제와 공연을 통해 시민들 개개인에게 가슴 깊은 공감을 이끌내고 다가가려는 노력이었다. 추모제는 허클베리핀, 킹스턴루디스카의 음악 공연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시민의 연대의 발언, 너름댄스도 하면서 밤 10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홍보가 부족한 탓인지, 추운 날씨 탓인지 기대했던 것만큼 동참한 사람들이 적어 안타까웠다.

글 기고: 장유진(추모제 참가자)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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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저녁, 봄날 같지 않게 유달리 흐리고 추운 날, 보신각 앞에서 일본대지진, 핵사고 피해자들을 추모하며 일본 사회에 위로와 연대의 의사를 전하고자 한국시민사회단체들은 '추모와 연대의 밤, 다시 맑음'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 행사에 한국에서 유학 중인 유리카씨가 참석하여 일본 시민의 연대 메세지를 전해주었습니다. 그 내용을 여러분과 나눕니다. 유리카씨가 작성한 글을 그대로 전합니다.


우에야마 유리카(일본 유학생)


지진발생 직후부터 며칠 동안,
그냥 망연히 뉴스를 보는 제가 있었고,
친구를 비롯한 소중한 사람들의 안부를 걱정하는 제가 있었고,
아무것도 못하는 제가 있었고,
그리고 그냥 눈물을 흘리기만 하는 제가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무엇인가 해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러한 것들을 자문자답하면서, 무력감과 싸우고,
초조해하고, 많은 정보가 뒤섞이는 가운데,
여러 감정으로 마음이 이리 저리 휘둘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힘내세요, 일본” 이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빨리 복구되어 원래의 생활을 되찾기를 바랍니다”라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번 지진으로 직접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저는 당사자가 아니라, 비당사자입니다.

피해의 당사자가 아닌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해야 할 것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힘내세요, 일본.” “하루 빨리 복구되어 원래의 생활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라는 말은 적어도 제가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외칠 수 있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원전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지는 가운데, “원래의 생활”을 되찾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또한 힘내야 되는 대상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과 일본에 있는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지금 일본 지진과 쓰나미에 의한 피해에만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고 당연합니다.

지금 보이는 표면적 피해 상황에 대하여, 신속히 대응하고, 반응하는 것도 물론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계속 대피소 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고, 언론에서도 실리지 않는 사건들과 문제들도 많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피해지역에 대해 한달 후, 반년 후, 1년후, 10년후의 장래를 생각하고,
원전과 관련된 문제도 두번 다시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생각하고,
자연,환경 재해는 앞으로도 피할 수 없는 사태가 많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여러 대책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지진을 계기로 자기 자신의 생활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 구조를 다시 되돌아보는 것, 국경과 국적을 넘어서 우리들이 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금활동과 응원 메시지를 통해서,
지금까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의 관계, 굳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보려고 하지 않았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느낀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조금이라도 많은 것에 눈을 돌리고, 조금이라도 다양한 각도로 사태를 파악함으로써, ‘작은 힘’은 ‘아무것도 할수 없음’이 아닌것. 모두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와 관계된 일이라는 것도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노력으로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면, 그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하지 않을까요?

어떤 일들이 많은 희생 위에서만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많은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들이 이번 기회로 다시 생각해야 할 것들이 참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지진 쓰나미에 의해 피해를 입고, 돌아가신 모든 분들에게 위로와 추도의 뜻으로 노래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노래는 1995년에 일본 한신(阪神)•아와지(淡路) 대지진 때, 지진 발생 한달 후에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그 당시에, 어떤 사람은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지만, 이 노래를 들면서 겨우 울 수 있었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들으면 들을수록 힘이 난다고 했습니다.

노래를 들어 주시는 것으로 제 발언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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