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 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난 3월 31일 OECD는 제4차 원조효과 고위급회의(High Level Forum on Aid Effectiveness) 를 2011년 10월말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였다. 원조효과 고위급회의(이하 고위급회의)는 2000년 이후 국제사회에서 개발원조와 관련해 3년마다 OECD와 세계은행이 공동 개최하는 중요한 행사이다. 이는 국제사회의 개발원조가 새천년개발목표(MDG)의 달성을 위해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3년 1차 로마고위급회의는 ‘원조조화에 대한 로마선언’을, 2005년 2차 파리고위급회의는 ‘원조효과성 제고에 대한 파리선언’을’, 2008년 3차 아크라고위급회의는 ‘아크라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세 차례의 회의 결과는 국제사회의 개발원조에 대한 중요한 규범을 제시하고 지침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제4차 서울 고위급회의는 국제개발협력에 있어 다음의 두 가지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파리선언 이후의 국제개발원조에 대한 새로운 규범의 제시이다. 2005년 파리선언에서는 각 국가의 ‘원조효과성 제고’를 위해 5개 항목, 12개 지표를 제시하여 2010까지 이를 점검키로 하였다. 2010년이면 파리선언에서 제시된 원조효과성의 성적표가 나오는 것이다. 이에, 2011년 제4차 서울 고위급회의는 파리선언 이후의 국제개발원조에 적용될 새로운 규범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둘째, 한국 국제개발원조에 대한 새로운 기회의 도래다.  현재 한국은 2010년 OECD/DAC 가입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공들인 원조선진화에 대한 노력이 국제사회에서 공인 받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 개최될 2011년 제4차 서울 고위급회담은 한국의 개발원조의 선진화를 가속화하고,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더욱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 시민사회는 그 동안 원조 고위급회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왔을까? 매우 아쉽게도, 그 동안 한국 시민사회는 원조효과성 이슈와 고위급회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단적으로, 2008년 개최된 제3차 아크라 고위급회의는 국제개발협력에 있어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강조된, 개발 사업을 실행하는 개발NGO와 정책운동을 전개하는 시민사회단체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회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단 한 명의 시민사회대표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는 개발사업 수행과 모금에 대부분의 관심과 역량이 집중되어 중요한 정책 환경의 변화에 무지하고 무관심했던 우리나라의 개발NGO와 국내 이슈에 매몰되어 국제사회의 인권, 여성, 환경, 평화의 내용을 담은 개발원조 정책의 변화에 둔감했던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어이없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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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포뉴스>


그렇다면 제4차 서울고위급회의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반응은 어떠할까? 지난 5월 16-17일 양일간 2009 광주국제평화포럼에서 개최된 ODA세미나에서 매우 의미 있는 내용의 회의가 열렸다. 세미나에 참석한 국제 원조관련 시민운동단체인 ‘Reality of Aid’의 Antonio 의장 및 인도네시아, 태국, 일본의 운동가 그리고 ODA Watch, 참여연대,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 등 국내외의 중요한 국제 개발원조 관련 시민사회단체의 운동가들이 함께 모인 것이다. 이 자리에서 Antonio 의장은 2011년 제 4차 서울고위급회담의 주요 아젠다가 2005년 파리선언체제의 ‘원조효과성(Aid Effectiveness)'’에서 좀 더 포괄적인 내용의 ‘개발효과성(Development Effectiveness)'으로 확장될 것임을 이야기하였다. 더불어 Antonio 의장은  한국의 시민사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발원조에 대한 국제시민사회의 논의 과정에 참여할 것을 당부하며, 제4차 서울고위급회의 준비과정에서 국제시민사회와 협력하여 대응할 것을 주문하였다. 이 회의에 함께한 우리나라의 시민사회운동가들은 국내외 시민사회간에 상호협력과 연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제4차 서울고위급회의는 한국시민사회에 기회인 동시에 도전이다. 한국시민사회는 서울 고위급회의에 대해 국제시민사회와의 협력과 연대에 기반하여 철저한 준비를 통해 회의의 내용과 성과가 좀 더 ’진정한 개발‘의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고자 하는 정부의 염원에 맞는 들러리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 다음의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국제개발원조의 흐름에 대한 철저한 학습과 대응이 필요하다. 3차례의 원조효과 고위급회담을 포함하여 그 전후로 진행된 중요한 국제개발원조에 대한 중요 내용과 쟁점을 파악해야 한다. 특별히 ‘원조효과성’에서 ‘개발효과성’으로 논의의 중심이 옮겨감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입장과 대안이 필요하다.

둘째, 한국시민사회 내부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효과적으로 고위급회의를 준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발NGO들과 시민사회단체의 화학적 결합이 필요하다. 개발효과성 이슈를 모금, 혹은 주도권 장악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양 그룹은 겸손하게 국제개발에 대한 한국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협력방안을 찾아야 한다.

셋째, 국제시민사회와의 협력과 연대에 힘써야 한다. 국제시민사회는 한국의 역할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실 그 동안 한국시민사회는 환경, 여성, 인권 등의 이슈에 비해 개발원조와 관련하여서는 국제 시민사회와의 연대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제4차 서울 고위급회의를 계기로 국제시민사회와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한국시민사회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시민사회가 수행하는 국제개발사업의 현실을 겸손히 파악하고 개선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제3차 아크라회의에서는 시민사회단체(CSO: Civil Society Organization)에 대해 원조공여자로서 또 개발사업 집행자로서 스스로의 효과성에도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과연 한국의 개발NGO들은 자신들의 효과성에 대해 스스로 얼마나 점수를 줄 수 있을까? 정책NGO들은 이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는가?  한국시민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반성하고, 국제시민사회의 책무를 강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대목이다.

2011년  제 4차 서울 원조효과성 고위급회의는 국제개발원조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한국에 큰 진보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성공적 회의 개최를 위해 시민사회의 협조를 요청할 것이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개발원조의 진보와 개혁을 위해 정부와 필요한 부분은 소통하며 협력해야 하지만, 국제시민사회와의 긴밀한 협력과 연대의 기반 위에, 한국시민사회 자체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토록 해야 한다. 협력적 거버넌스의 토대가 무너지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시민사회의 새로운 도전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한다.

한재광 (ODA Watch  실행위원)
* 이글은 ODA Watch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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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ODA 현장 활동가를 통해
수원국 주민들에게 희망이 되는 개발원조를 만나다
- 2009 광주국제평화포럼 참여연대 국제ODA워크숍 참가 후기

5.18기념재단이 중심이 되어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10개의 단체가 공동으로 주관한 2009 광주국제평화포럼이 지난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광주 김대중 컨벤션에서 열렸다. 공동주관 단체 중 하나인 참여연대는 이 포럼에서 7개의 그룹 워크숍 중 하나인 국제ODA워크숍 <한국 ODA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시민사회의 도전- 모니터링, 시민교육 그리고 입법 활동>을 4개의 각기 다른 세션으로 나누어 5월 16일, 17일 양일간 개최하였다.

한국시민사회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에 기반을 둔 공적개발원조(이하 ODA) 확대나 한국ODA 집행구조의 비효율성 문제들을 지적해 왔다. 그러나 서비스 제공과 모금 활동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국제 구호개발 시민단체들은 정책운동에 관심이 적고 ODA를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인식하는 시민사회단체들도 거의 전무하여 그 역량은 미약한 게 현실이다. 그 가운데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ODA관련 법안을 중심으로 정책 모니터링을 독립적으로 수행해왔다. 물론 ODA 수원국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국제원조사회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지 못하는 등의 한계는 있었다. 한편 18대 국회에 ODA관련 법안이 앞다투어 발의되면서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입장을 논의할 필요성이 높아졌고 어느 때보다 더 ODA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때라고 보고 있었다. 이번 ODA워크숍을 “모니터링, 시민교육, 시민사회의 입법 활동”을 주제로 준비한 이유다.

이번 광주국제평화포럼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아시아 활동가와 국내 인사가 참여했다. ODA워크숍은 약 80여명이 참가하여 이틀간 열띤 학습과 논의의 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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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인포뉴스)


이번 워크숍의 가장 큰 의의는 ROA(Reality Of Aid), NINDJA(Network for Indonesian Democracy,Japan), TERRA(Towards Ecological recovery and Regional Alliance), INFID(International NGO Forum on Indonesian Development) 와 같은 국제 ODA감시단체의 활동가를 초대해 이들의 개발 경험과 ODA에 대한 인식을 교류했다는 데 있다. 이전에는 국외 현장 전문가나 활동가를 국내에서 만나는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관심과 참여의 열기도 매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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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Don(INFID),Koshida(NINDJA),Premrudee(TERRA) 활동가(출처:인포뉴스)

필리핀 남부통근철도 개선 사업은 한국 ODA로 지원된 사업이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이 사업은 현지인의 강제 이주와 인권 침해 문제를 일으켜 한국사회에도 논란이 되었던 대표적인 ODA 피해 사례였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지만 이번 워크숍을 통해 소개된 인도네시아와 메콩강 유역을 둘러싼 댐 건설 문제만 보더라도 ODA와 관련하여 개발, 환경, 인권 등의 다양한 문제가 수원국에서 오랫동안 벌어져 왔음을 알게 되었다.

해외 활동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올바른 철학과 정책을 수반하지 않은 ODA는 결국 공여국의 이익에 따라 배분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ODA가 부패정권을 지탱하는데 이용되고 수원국 주민들의 인권과 역량을 키우는데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여국 시민으로서 우리의 세금이 수원국 주민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역작용을 한다는 현장 활동가의 말을 들으니 씁쓸한 심정이었다.

공여국 정부가 국익 이데올로기를 벗어날 수 없다면 공여국 시민사회가 수원국의 사회정의와 주민들의 주인의식을 위해 활동해야 한다.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수원국 주민들이 환영할만한 원조를 할 수 있도록 연대활동에 동참해줄 것을 한국 시민사회에 요청했다. 특히 한국의 시민사회가 한국의 ODA 정책에 참여하고 개입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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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재광(ODA watch), 김신(참여연대), 양영미(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국내 활동가(출처: 인포뉴스)

시민사회가 이러한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근본적인 동력은 시민들의 개발원조에 대한 올바른 의식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국내 경제 사정이 어려울수록 우리도 어려운데 딴 나라를 어떻게 돕느냐는 인식이나 우리에게 경제적 이득을 얻는 수단으로 원조를 보는 시각에서 자유로운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ODA에 대한 시민교육과 보다 포괄적인 개념의 지구 시민교육의 현황과 과제도 이번 워크숍에서 논의되었다. 현재 한국정부나 NGO들이 지원하는 시민교육은 컨텐츠나 인프라가 미흡한 상황이다. 영국과 캐나다 등의 외국 사례발표는 초등 공교육에서부터 전 교과과정에 걸쳐 지구시민으로서의 인식과 윤리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예들을 보여주었다. 해당 컨텐츠를 한국 시민교육 모델에 맞게 활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구 시민교육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원조라는 것이 빈곤국가에 투자하고 자원을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선진국 시민으로서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며, 지구촌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18대 국회에 계류 중인 대외원조기본법들에 대한 시민사회의 입장을 토론했다. 해외원조단체협의회, 환경단체, ODA정책감시단체 및 관련 전문가들이 모였다. 더 많은 시민단체들이 함께 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지만 각기 다른 관점과 의견이 교류되었다.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작성된 시민사회 정책 제안서를 보완하여 공동대응 방안으로 검토해보자는 의견, 현재 자원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ODA를 이용하려는 정부의 발상에 대해 환경ODA를 통해 논의해 나가자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 또한 단순히 기본법에 국한된 논의가 아닌 한국 ODA정책과 담론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주장하는 목소리도 컸다. 기본법에 대한 합의된 입장을 도출하기는 어려웠으나 각 관련자들의 기본 입장과 의견을 구체적으로 공유하면서 향후 이어질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2011년에는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 달성을 위한 원조 효과성을 논의하는 ‘원조효과성을 위한 고위급 회의(High Level Forum on Aid Effectiveness)’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당연히 한국 시민사회의 역할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ODA 담론과 정책개발을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과 국내외 연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이명박 정부가 친정부 성향의 시민사회단체에게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그렇지 않은 단체는 소외시키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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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인포뉴스)



이번 워크숍은 시민사회의 ODA정책에 대한 관심과 역량을 높이고자 준비되었다. 한편 짧은 시간 동안 쉽지 않은 주제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되어 여러 과제들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채 마무리된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그러나 워크샵의 확실한 결론은 한국이 올바른 ODA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연대와 개발에 대한 시민사회의 담론과 운동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출발을 위해 국제 구호 및 개발시민단체,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간에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원국에서 활동하는 현장 활동가들이 보내는 기대와 지지 그리고 우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차은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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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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