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I(인권위원회에 관한 아시아 시민단체네트워크)가 아시아 국가의 인권위원회 활동과 설립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보고서 가운데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음은 관련 글 요약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파일(영문)을 참고해 주세요.
◯ 2008년 한국의 인권 상황과 국가인권위원회의 대응
일반적 인권 상황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에 대한 위협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존재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시장의 원리를 통해 효율성을 증대하고 법치를 통해 공공질서를 설립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정책들로 인해 사회적 약자의 수는 증가되었고 사회문제에 대한 의견 표출은 억제되었다.
2008년에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불필요하게 과도한 무력을 사용한 경찰, 6명의 사상자를 낸 용산참사,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허위사실유포로 구속, 광우병에 관한 보도를 한 피디수첩 제작진 구속,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 이주노동자 노조위원장 구속을 비롯한 이주노동자 탄압 등 수많은 인권침해가 발생하였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청장에게 촛불집회 강제해산 가운데 일어난 인권침해에 대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시위자에게 소화기 직접 분사 금지하고, 시위 참가자가 아닌 구경꾼은 체포하지 말 것을 권고하였다. 국방부 불온서적 지정에 대해서는 불온서적 지정은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또한 이주노동자 노조위원장 체포, 추방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
◯ 독립성(Independence)
A. 관련 법 (Law)
국가인권위원회 제정에 관한 법률(2001년 4월)에 따라, 동년 11월 25일에 국가인원위원회가 설립되었다. 위원회는 헌법상 기관은 아니나,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조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에 의거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가진다. 그럼에도 인권위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아 인권위는 독립성 훼손이라는 위협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2008년 초 이명박 정부가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두려고 한 시도는 실패했지만, 2009년 3월 이명박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8조와 ‘작은 정부 큰 시장’ 정책에 근거하여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인권위 규모 20% 감축을 단행하였다. 이는 타 기관 감축이 약 2% 이었던 것과 비교하여 매우 높은 것으로 사실상 경찰의 촛불시위 진압에 대해 공식적으로 비판해온 인권위에 대한 정부의 보복성 조치이다.
B.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와 다른 행정기관과의 관계 (Relationship with the Executive, Legislature, Judiciary and other specialized institutions)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인권위는 업무수행을 위해 유관 국가기관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고 해당기관 등은 성실히 응할 의무가 있다. 또한, 인권위는 국회와 대통령에게 연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인권위는 법안을 발의할 수 없으나, 법안 제정 또는 개정하도록 정부 관계부처와 협의할 수 있다. 인권위는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게도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러한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에는 인권위 외에도 2008년 설립된 국민권익위원회라는 인권기관이 존재한다. 행전안전부는 인권위와 국민권익위원회의 역할 중첩을 이유로 인권위의 감원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인권교육과 인권에 대한 대중의 인식 제고 활동, 인권정책에의 영향력 행사 등 인권위만의 역할이 존재한다. 더욱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비해 인권위의 권한은 훨씬 광범위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행안부의 주장은 신뢰성이 부족하다.
C. 구성원(Memebers)
인권위는 위원장 1명, 3명의 상임위원, 7명의 비상임위원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국회, 대법원장,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대통령이 위원들을 임명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반시민과 시민단체의 참여나 위원의 자질평가를 위한 절차는 없다. 인권위 위원장의 지위는 장관급이며 위원들의 지위 또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위원 임명에 있어서 국회 청문회와 위원들의 자질 검증에 있어 시민사회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위원의 공직 겸직이나 정당활동을 금하고, 적어도 4인 이상의 여성위원을 선출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다양성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현재 여성위원, 장애인 위원 등이 있지만 그 출신은 대부분 법조계 출신으로 다양성이 부족하다. 인권 사안에 대한 전문성, 사명감이 요구되는데, 인권위는 소속위원에게 인권 및 위원회 독립성 등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D. 재정(Resources)
국가인권위원회 재정은 정부 예산에 의존한다. 2008년 예산 233억 원 중 인건비 111억 원, 경상비 72억 원, 주요 활동비용 50억 원이 사용되었다. 인권위는 기획재정부와 예산에 관해 논의할 수 있으나 예산 결정권은 없다. 인권위를 포함한 정부기관의 예산안을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가 이를 확정짓는다. NGO와 감사원(Board of Audit and Inspection)의 감시를 통해 부패방지와 투명한 운영이 가능하다. 금년의 인원축소 조치로 인해 2010년 예산 감축이 예상된다. 인권위의 소속 직원 채용 및 관리는 대통령령에 따르기 때문에 위원회의 직원 산발과 채용은 엄격히 제약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위원회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인원을 축소함으로써 본 권한을 남용하였다.
◯ 유효성 (Effectiveness)
국가인권위원회의 주요 활동은 인권 침해와 차별행위 조사, 인권 관련 정책에 대한 조사, 권고 또는 의견표명, 교육 및 언론활동을 통해 인권에 대한 대중 인식 제고 등이다. 인권위는 소환장 발부권은 없지만 조사와 권고조치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이에 불응한 자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조사는 인권위 자체 판단 또는 접수된 진정에 의해 착수된다. 일반국민은 인권위 또는 인권위 지역사무소 방문, 전화, 서면, 관련시설 민원실을 통해 진정할 수 있다. 구금 중이거나 정신병원에 있는 경우 면접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2008년 총 진정 건수는 6,309건이었다. 인권침해 관련 진정은 77.5%였고, 나머지는 차별행위에 관한 것이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으로 인해 차별시정 건수가 2007년에 비해 많이 증가하였다. 인권침해 조사 결과, 인용 308건, 기각 1,644건, 각하 3,177건이었는데, 경찰, 정신병원, 사관학교(military academy) 등은 집회와 소통의 자유 침해에 관한 인권위의 권고 일부에 대해 거부했다. 차별시정 조사 결과, 인용 119건, 기각 240건, 각하 765건이었는데,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대부분 거부하거나 일부만 수용하였다. 그러나 권고사항을 강제할 법적 수단은 없다. 다만 인권위는 권고불이행 여론화를 통해 도덕적, 정치적, 여론의 압박을 가하는 수밖에 없다.
◯ 시민단체와의 협력 및 공조(Cooperation and Consultation with Civil Society)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 19조에 따라 인권보호 및 증진을 위한 활동을 하는 단체나 개인, 인권 관련 국제 기구와 협력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사회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야 한다. 또한 매년 인권단체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이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와 보수층은 인권위가 예산을 좌파 단체지원에 지원한다는 이유로 인권위 축소를 주장했다.
◯ 결론 및 제언(Conclusion and Recommendations)
국가인권위원회의 규모 축소가 위원회의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지만, 위원회의 독립성을 상실했다고 결론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러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위원회가 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것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의 이러한 조처에 대응하여 인권위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였고, 현재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다음을 권고한다.
-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임명 과정에 있어 시민사회가 내정자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도록 국회 청문회와 같은 제도화가 필요하다.
- 국가인권위원회 운용은 대통령에 의해 결정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조항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위해 개정되어야 한다.
- 국가인권위원회는 사법권에 의한 인권침해 가능성에 민감해야 하며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번역 정리 최하영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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