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공여국에 걸맞은 ODA 제도정비와 실천 뒤따라야
 

한국은 어제(11/25) OECD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이하 DAC) 회원국이 되었다. 이는 한국사회가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선진원조공여국으로서 이행해야 할 규범을 준수할 것을 공약한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DAC은 전 세계 원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국제원조규범을 주도하고 있는 선진공여국 그룹이다. EU 및 OECD 회원국으로 구성된 DAC 회원은 비구속성 원조, 부채탕감과 원조효과성 제고 등의 노력을 통해 수원국의 자립적 개발 능력 향상에 기여하는 원조정책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DAC에 가입한 24개 회원 중 원조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지위가 전환된 유일한 국가로서 국제사회는 한국이 전통 공여국과 수원국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정부는 한국이 상대적인 성장과 발전을 누리기까지 지구촌 이웃들에게 빚진바 크다는 자각 을 바탕으로 지구촌 공동의 번영과 개발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할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준비가 얼마나 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이 시점에 우리는 ODA가 상업적 실리추구 행위도, 실패한 국가들을 대신하여 해당국 주민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자선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DAC 회원 가입을 국제사회에서의 지위상승 혹은 고급 사교클럽으로의 초대로 인식해서도 안된다.

DAC 실사단이 보고한 것과 같이, 한국의 ODA 정책 및 집행 체계가 민주성, 책임성, 효과성 어느 면에서도 매우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한국정부에 1)ODA정책에 대한 법률적 기반이 부재하고, 2)원조규모가 2008년 ODA/GNI 비율 기준 DAC회원국의 3/1수준인 0.09%로 매우 낮고, 3)유·무상으로 원조 집행체계가 이원화 되어 있고, 4)원조 시행 기구 또한 파편화 되어 있으며, 5)무상원조 비율은 낮은 반면 구속성 원조 비율이 높고, 6)원칙이 없이 원조 사업이 중복되어 실행되고 있으며, 7)원조 효과성 평가체제가 미비하다는 점 등을 지적해 왔다.

참여연대가 지적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ODA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하여 인도주의적인 원조 철학과 원칙을 확립하고 이원화된 ODA 집행체계를 효율화하기 위한 통합적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90%이상 무상원조와 비구속성원조를 하고 있는 DAC 회원국들에 비교되는 한국의 낮은 무상-비구속성 원조 비율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국익, 실리, 자원외교 같은 표현들도 정부 정책홍보에서 사라져야 한다. 제도정비와 실천 작업은 수원국의 주권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공여-수원국 양자간 파트너십을 강조한 파리선언(Paris Declaration)의 기본 원리를 충족하는 일관된 방향 아래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원조 효과성(Aid Effectiveness)을 넘어 수원국의 빈곤 감소와 지속가능한 성장, 민주주의와 인권, 사회 정의의 실현으로 대변되는 개발효과성(Development Effectiveness)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실현한 국가로서 이러한 측면이 특히 요구된다.

ODA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민들이 ODA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사회적 합의기반이 확장되기 위해 실질적 노력을 해야 한다. ODA 활동에 대한 정보와 평가결과를 투명하고 상세하게 공개하는 것은 필수전제이다. 더불어 명분이 약하고 일방적이며, 원조효과도 부정적인 군사적 개입과 인도적이고 중립적인 수원국 주민 주도의 개발원조 활동을 동일한 것처럼 포장하는 그릇되고 모호한 정책홍보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우리가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방침을 강행하기에 앞서 기존 한국정부의 아프간 개발지원 활동 전반을 투명하고 엄정하게 재평가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시 한번 한국 정부의 DAC 가입을 환영하며, 한국이 국제규범과 기준에 부합하는 개발원조 정책과 제도, 확고한 집행의지를 가지고 수원국의 개발에 진정으로 기여하는 모범적인 ODA공여국가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촉구한다.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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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본 취지 훼손, 수원국에도 환영받지 못할 수 있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외교 정책의 주요 방향으로 ‘글로벌 외교’와 함께 ODA(공적개발원조)를 활용한 ‘기여외교’, ‘자원외교’를 제시한 후, 최근 관련 정부 부처에서 잇따라 구체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외교통상부는 미국과 ODA정책대화를 갖고 공동으로 ODA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ODA를 중동과 아프리카 등의 자원부국에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1일엔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제고하기 위해 ODA를 2008년 0.1%로 증대하는 내용을 보고하였다. 기획재정부도 10일 ODA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한국 기업의 ODA 시장 진출을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제 규모에 맞지 않게 양적, 질적으로 미흡했던 한국의 ODA 정책을 두고 이명박 정부가 이렇듯 활발하게 논의 하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검토 중인 방안들을 보면, 자칫 국익을 앞세워 ODA의 근본 취지가 훼손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미국은 수십 년 전부터 ODA를 개도국과의 국제관계에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책을 채택해왔다. 특히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미국의 세계 전략에 안보 중심의 원조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정책은 애초 ODA의 취지와 어긋나므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원조 정책과 거리가 멀다.

따라서 한국이 이런 미국의 원조 정책과 협의하고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적절치 못하며, 미국의 군사 전략에 예속되고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정치적 외교 전략에 ODA를 들러리로 이용하려 한다면 수원국의 시민사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며, ODA 정책은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또한 자원부국에 ODA를 집중한다는 방안도 분명 국제사회가 규정한 ODA 목적에서 크게 어긋난다.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래서 일본은 철저히 일본 기업의 시장 확대로서 ODA 정책을 이용한 나라다. 그래서 일본은 OECD DAC(개발원조위원회)로부터 ODA 정책 방향에 대해 냉혹한 비판을 받고 있으며 수원국 시민사회로부터도 많은 원성을 사고 있다. 한국의 ‘자원외교’ 정책이 이러한 일본의 ODA 정책과 매우 흡사한 형태로 진행된다면 일본이 현재 국제사회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다.

또한 ODA정책을 자원부국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발상이다. 현재 중국 등 몇몇 선진국들은 에너지 확보등 자국에 도움이 될 만한 저개발 국가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수준의 물량을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이제 겨우 GNI 대비 0.06% 수준인 ODA로 자원 부국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다.

한국은 ODA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된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수원국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공여국의 ODA 정책 기조가 수원국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ODA정책의 근본 목적은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와 복지 증진이다. 정부는 국익을 앞세운 근시안적인 ODA 정책 기조를 진지하게 재검토하여 자국의 이익도 챙기지 못하고 수원국에 환영받지도 못하는 ODA정책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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