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법안, 비효율적이고 분산된 원조체계 고착화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정책조정역할의 실효성에 의문
분산된 원조 체계를 일원화하는 통합적 원조체계 필요

한국 정부가 OECD 개발원조위원회(이하 DAC)에 2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기로 결정된 2009년 11월 25일, 국회는 비효율적이고 분산된 원조체계를 고착화시키는 ‘국제개발협력기본법안’(이하 기본법안)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상임위에서 의결하였다. ‘ODA Watch’와 ‘한국YMCA전국연맹’, ‘지구촌빈곤퇴치 시민네트워크’,‘참여연대’는 원조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되어야 할 기본법안이 현재 원조 정책의 문제점을 전혀 개선하지 못하고 있어, 이 법안의 실효성에 우려를 표하며 국회가 기본법안을 전면 재검토 할 것을 촉구한다.

OECD DAC 실사단의 방한 평가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우리나라의 대외원조는 원조체계의 분절화로 인해 원조 효과성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DAC 가입 이후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는 현재 20여 정부부처가 집행하고 있는 분산된 원조를 일관된 원조 정책하에 통할하고 유상, 무상으로 분리된 원조를 일원화하여 통합적 원조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학계, 전문가들도 현재와 같은 원조집행의 비효율성과 분산원조의 문제점을 조속히 개선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외통위에서 통과된 기본법안을 보면, 유상원조는 기획재정부가, 무상원조는 외교통상부가 주관부처가 되어 유, 무상원조를 분리 집행하는 기존의 비효율적인 원조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기본법안의 제안 이유에서 “부처별로 분산 추진되어 추진기관간 사업 중복 등 비효율을 초래하고, 유․무상 원조간의 연계가 저해되어 공적개발원조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인식을 밝히고 있으면서도 정작 과거의 관행을 그대로 고착화한 대안을 제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럽의 거의 모든 선진 공여국들이 국제개발부를 중심으로 대외원조를 통합하여 수행하고 있으며 일본도 행정개혁 조치를 통해 2008년에 신JICA(일본국제협력단)를 출범시켜 오랜 개혁과제인 유․무상 원조통합을 이루어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원조를 위해 원조개혁을 서두르고 있는데 반해 외통위에서 통과된 기본법안은 그동안 부처간 이해관계 때문에 개선되지 못한 비효율적 분산원조를 법으로 제도화하여 현상 유지할 뿐 아니라 옥상옥의 행정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외원조의 정책일관성을 제고하고 원조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원조전담기관을 통해 원조를 효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외의 세부 조항에 대한 우리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 기본법안의 제1조는 국제개발협력의 목적을 “인류의 공동번영과 세계평화의 증진에 기여”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지구촌 공동의 번영과 개발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기본정신 및 목표(제 3조)에서는 “협력대상국과의 경제협력관계를 증진”하겠다며 공적개발원조(이하 ODA)의 본래적 목적과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DAC이 정의한 ‘개도국의 빈곤타파와 지속적인 성장’이라는 원조목적과도 동떨어진 내용이다. 또한 동 법안이 기존의 유․무상 원조를 규율하던 '한국국제협력단법‘과 ’대외경제협력기금법‘을 형식적으로 조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도적인 원조를 우선시해야 할 기본법에 원조의 목적과 원조 정책의 방향을 혼동시킬 ‘경제협력’을 내용을 담은 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청한다.

- 기존의 이원화된 원조방식을 국무총리실에서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이하 협력위원회)를 두고 통합하고자 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실제로는 ODA 관계부처 수만 늘어날 뿐 실질적인 통합 조정기능은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법안에 명시된 국제개발협력위원회(제 7조)는 이원화된 집행체계를 보완하고 총괄적인 정책 수립과 업무 조율을 한다는 현 협력위원회의 기능과 구성과 거의 동일하다. 지금의 협력위원회의 운영 실태를 미루어 볼 때 협력위원회가 주요 원조정책을 제대로 심의·조정할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이 마련될지 의문이다. 협력위원회는 출범 후 몇 차례의 회의가 소집되었을 뿐 실질적인 원조사업에 대한 계획안 수립과 심의, 실적평가 등은 수행하지 못했다. 유·무상 주관기관의 상호협의가 미흡한 상황에서 협력위원회는 정책 심의· 조정 역할보다는 사후적인 사업승인 혹은 사후 사업보고를 받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따라서 부처간 이해 조정이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하여 한시적으로 협력위원회를 두더라도 협력위원회가 실질적인 심의·조정 역할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거나 별도의 원조전담기구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 기본법안은 국제개발협력을 수행해야 할 중점협력대상국가을 선정(제12조)하는데 있어서 “협력대상국을 주관기관과 협의하여 선정할 수 있다”고 협의 유무를 개방해 두었다. 협력위원회의 정책조정 기능이 약하고 기획재정부와 외교통상부의 협의과정이 원활하지 못할 때 이러한 임의의 조항은 유명무실하기 쉽고 주관기관의 자의에 따라 부적절한 국가를 선정하거나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적 고려나 부적절한 원조대상 선정 등의 폐해를 방지하고 정책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무상 주관기관이 반드시 협의 하에 원조 국가를 선정해야 한다.

- DAC 가입으로 우리나라의 원조 규모가 급속히 늘어나서 수 년 내에 3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소중한 국민의 세금을 올바로 사용하지 못하고 비효율적으로 낭비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에게 ODA의 쓰임을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를 가지며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따라서 제15조(국민 참여를 위한 홍보 등)에서 언급한 “국가는 국제개발협력의 방향과 주요 실적 및 평가 결과” 뿐만 아니라 집행내역까지 공개해야 한다. 또한 ODA에 대한 국회의 감시 기능을 제도화하여 정부가 ODA의 중장기적 계획과 기본 전략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동 법안은 절차상에도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법안은 대외원조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인 시민사회 및 기업, 전문가들과의 공개 토론회 등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 또한 유․무상 원조 정책의 총괄 심의 기능을 갖고 있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조차도 전혀 논의된 바도 없다. 따라서 사회적 공론의 장이 마련되지 않은 채 제출된 이번 법안은 이미 제출된 5개의 의원입법안을 DAC 가입 시기에 맞추어 총리실에서 부처 이해에 맞게 적당히 조정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처간 상이한 이해관계를 넘어 국격을 높이고 존경받는 선진 원조국가를 만들기 위해 미래지향적인 원조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 기본법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실질적 통합 원조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원점에서 법안을 재검토하기를 진심으로 촉구한다. 2010년 G20 회의와 2011년 제4차 원조효과성 고위급회의(HLF4)를 유치한 정부가 대외적으로 원조효과성과 정책일관성을 보여주고 한국의 개발경험을 개발도상국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원조통합법 마련을 통해 진정으로 “인류의 공동번영과 세계평화의 증진에 기여”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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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ODA 현장 활동가를 통해
수원국 주민들에게 희망이 되는 개발원조를 만나다
- 2009 광주국제평화포럼 참여연대 국제ODA워크숍 참가 후기

5.18기념재단이 중심이 되어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10개의 단체가 공동으로 주관한 2009 광주국제평화포럼이 지난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광주 김대중 컨벤션에서 열렸다. 공동주관 단체 중 하나인 참여연대는 이 포럼에서 7개의 그룹 워크숍 중 하나인 국제ODA워크숍 <한국 ODA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시민사회의 도전- 모니터링, 시민교육 그리고 입법 활동>을 4개의 각기 다른 세션으로 나누어 5월 16일, 17일 양일간 개최하였다.

한국시민사회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에 기반을 둔 공적개발원조(이하 ODA) 확대나 한국ODA 집행구조의 비효율성 문제들을 지적해 왔다. 그러나 서비스 제공과 모금 활동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국제 구호개발 시민단체들은 정책운동에 관심이 적고 ODA를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인식하는 시민사회단체들도 거의 전무하여 그 역량은 미약한 게 현실이다. 그 가운데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ODA관련 법안을 중심으로 정책 모니터링을 독립적으로 수행해왔다. 물론 ODA 수원국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국제원조사회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지 못하는 등의 한계는 있었다. 한편 18대 국회에 ODA관련 법안이 앞다투어 발의되면서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입장을 논의할 필요성이 높아졌고 어느 때보다 더 ODA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때라고 보고 있었다. 이번 ODA워크숍을 “모니터링, 시민교육, 시민사회의 입법 활동”을 주제로 준비한 이유다.

이번 광주국제평화포럼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아시아 활동가와 국내 인사가 참여했다. ODA워크숍은 약 80여명이 참가하여 이틀간 열띤 학습과 논의의 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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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인포뉴스)


이번 워크숍의 가장 큰 의의는 ROA(Reality Of Aid), NINDJA(Network for Indonesian Democracy,Japan), TERRA(Towards Ecological recovery and Regional Alliance), INFID(International NGO Forum on Indonesian Development) 와 같은 국제 ODA감시단체의 활동가를 초대해 이들의 개발 경험과 ODA에 대한 인식을 교류했다는 데 있다. 이전에는 국외 현장 전문가나 활동가를 국내에서 만나는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관심과 참여의 열기도 매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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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Don(INFID),Koshida(NINDJA),Premrudee(TERRA) 활동가(출처:인포뉴스)

필리핀 남부통근철도 개선 사업은 한국 ODA로 지원된 사업이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이 사업은 현지인의 강제 이주와 인권 침해 문제를 일으켜 한국사회에도 논란이 되었던 대표적인 ODA 피해 사례였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지만 이번 워크숍을 통해 소개된 인도네시아와 메콩강 유역을 둘러싼 댐 건설 문제만 보더라도 ODA와 관련하여 개발, 환경, 인권 등의 다양한 문제가 수원국에서 오랫동안 벌어져 왔음을 알게 되었다.

해외 활동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올바른 철학과 정책을 수반하지 않은 ODA는 결국 공여국의 이익에 따라 배분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ODA가 부패정권을 지탱하는데 이용되고 수원국 주민들의 인권과 역량을 키우는데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여국 시민으로서 우리의 세금이 수원국 주민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역작용을 한다는 현장 활동가의 말을 들으니 씁쓸한 심정이었다.

공여국 정부가 국익 이데올로기를 벗어날 수 없다면 공여국 시민사회가 수원국의 사회정의와 주민들의 주인의식을 위해 활동해야 한다.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수원국 주민들이 환영할만한 원조를 할 수 있도록 연대활동에 동참해줄 것을 한국 시민사회에 요청했다. 특히 한국의 시민사회가 한국의 ODA 정책에 참여하고 개입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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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재광(ODA watch), 김신(참여연대), 양영미(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국내 활동가(출처: 인포뉴스)

시민사회가 이러한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근본적인 동력은 시민들의 개발원조에 대한 올바른 의식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국내 경제 사정이 어려울수록 우리도 어려운데 딴 나라를 어떻게 돕느냐는 인식이나 우리에게 경제적 이득을 얻는 수단으로 원조를 보는 시각에서 자유로운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ODA에 대한 시민교육과 보다 포괄적인 개념의 지구 시민교육의 현황과 과제도 이번 워크숍에서 논의되었다. 현재 한국정부나 NGO들이 지원하는 시민교육은 컨텐츠나 인프라가 미흡한 상황이다. 영국과 캐나다 등의 외국 사례발표는 초등 공교육에서부터 전 교과과정에 걸쳐 지구시민으로서의 인식과 윤리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예들을 보여주었다. 해당 컨텐츠를 한국 시민교육 모델에 맞게 활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구 시민교육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원조라는 것이 빈곤국가에 투자하고 자원을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선진국 시민으로서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며, 지구촌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18대 국회에 계류 중인 대외원조기본법들에 대한 시민사회의 입장을 토론했다. 해외원조단체협의회, 환경단체, ODA정책감시단체 및 관련 전문가들이 모였다. 더 많은 시민단체들이 함께 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지만 각기 다른 관점과 의견이 교류되었다.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작성된 시민사회 정책 제안서를 보완하여 공동대응 방안으로 검토해보자는 의견, 현재 자원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ODA를 이용하려는 정부의 발상에 대해 환경ODA를 통해 논의해 나가자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 또한 단순히 기본법에 국한된 논의가 아닌 한국 ODA정책과 담론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주장하는 목소리도 컸다. 기본법에 대한 합의된 입장을 도출하기는 어려웠으나 각 관련자들의 기본 입장과 의견을 구체적으로 공유하면서 향후 이어질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2011년에는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 달성을 위한 원조 효과성을 논의하는 ‘원조효과성을 위한 고위급 회의(High Level Forum on Aid Effectiveness)’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당연히 한국 시민사회의 역할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ODA 담론과 정책개발을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과 국내외 연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이명박 정부가 친정부 성향의 시민사회단체에게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그렇지 않은 단체는 소외시키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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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인포뉴스)



이번 워크숍은 시민사회의 ODA정책에 대한 관심과 역량을 높이고자 준비되었다. 한편 짧은 시간 동안 쉽지 않은 주제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되어 여러 과제들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채 마무리된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그러나 워크샵의 확실한 결론은 한국이 올바른 ODA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연대와 개발에 대한 시민사회의 담론과 운동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출발을 위해 국제 구호 및 개발시민단체,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간에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원국에서 활동하는 현장 활동가들이 보내는 기대와 지지 그리고 우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차은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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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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