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실을 왜곡하고 괴담을 유포하고 있나

사실 왜곡과 색깔론 동원하는 정치인과 우익언론의 한심스런 행태 개탄스러워
자정능력 상실한 동아일보, 사과하고 정정해야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로 많은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방사능 불안감을 조장하는 불순한 좌파세력이 있다”며 ‘일본대지진, 핵사고 피해지원과 핵발전 정책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지목하여 비판하였다. 김무성 대표는 어제(4월 11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국내 방사능 유입가능성이 낮은데도 일부단체에서 이를 과장해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비판했다.

이러한 가운데 동아일보는 지난 9일 “방사능 괴담세력, 북 핵실험 때는 뭘 했던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참여연대를 포함한 공동행동이 “사실을 왜곡 과장해 국민을 불안에 빠뜨리고 자신들의 주장이 틀려도 책임을 느끼기는커녕 억지를 되풀이하는 세력”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공동행동 참가단체 중에 광우병대책회의에 참가했던 단체들이 있다며 광우병 괴담에 이어 방사능 괴담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아가 “공동행동의 핵심세력”이 북한이 핵실험 할 때 “북한을 두둔하는 행태를 보였으며 북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기도 했다”까지 주장했다.

참으로 어이가 없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정부 주장에 문제점을 제기하면 괴담 취급하고 색깔론을 들고 나오는 정치인이나 우익신문의 행태는 분노를 넘어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 정도이다.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상습적으로 색깔론을 들고 나오는 행태가 병적인 수준에 가깝다는 인상마저 든다. 특히 동아일보는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공동행동이 사실을 왜곡, 과장하고 괴담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작 동아일보야 말로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공동행동은 사실을 왜곡한 적도, 괴담을 유포한 적도 없다. 공동행동은 정부의 안일한 방사능 방재대책과 말바꾸기에 대해 비판하고, 사전예방 차원에서 방사능 물질 유입에 대한 만반의 대비를 정부에 촉구했다. 정부 주장과는 달리 방사성 물질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였으며, 이는 이미 정부 스스로 전국에 퍼져 있는 방사성 물질의 수치를 매일 발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알 수 있듯이 사실로 드러났다. 방사성 물질의 유입 경로에 대해서도 정부가 주장하는 편서풍 경로가 아니라 북극을 통해서 한반도로 내려올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듯이, 해외 기상 전문기관의 예측에 따른 정부의 비상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동행동의 입장이 사실을 왜곡하고 괴담을 유포한 것이라면 동아일보는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방사능 불안은 오히려 정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당초 정부는 일본 원전사고가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어도 ‘편서풍’ 때문에 한국은 안전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다, 방사능 물질이 다른 경로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된 뒤에는 극미량이어서 안전하다고 말을 바꾸었으며 초동대처 역시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국민 대다수가 이번 일본 방사성 물질 유입에 대한 정부의 주장을 불신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런데도 여당 원내대표나 유력 일간지라 자랑하는 신문이 정부의 안일하고 소극적인 대응은 외면하고 ‘좌파 불순세력’ 운운하며 그 책임을 공동행동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국가적인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동아일보 사설이 북한 핵실험에 대한 “공동행동 핵심세력”의 입장을 언급한 부분 또한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이다. 현재 공동행동의 주요활동의 책임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에너지정의행동 그리고 참여연대가 맡고 있다. 동아일보가 자의적으로 핵심세력을 운운한 것이 아니라면, 동아일보는 이들 단체 중 어느 한 단체라도 북한의 핵실험을 두둔하거나 옹호한 적이 있는지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들 단체들은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한 것은 물론 북한의 핵무기 보유 시도에 분명한 반대입장을 천명해왔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들 단체들은 북의 핵개발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핵없는 세상을 위한 국제적인 연대활동을 일관되게 펼쳐 온 단체들이다. 따라서 동아일보 사설은 공동행동의 명예를 의도적으로 훼손할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수 없다.

또한 공동행동은 “일본 원전보다는 북한의 핵무기가 우리에게 훨씬 큰 위협이다”라는 동아일보의 일차원적이고 근시안적인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초유의 일본 원전사고가 초래할 재앙이 어느 수준인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의 원전사고는 북한의 핵무기 못지않게 당면한 큰 위협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이미 독일 선거의 승패를 바꿔 놓았고, 각국이 원전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에 나서도록 촉발한 것이 바로 일본의 원전사고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인류에게 크나큰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는 자질 없는 정치인도 문제이지만 공동행동 활동에 대한 동아일보의 왜곡과 오도는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이번 동아일보 사설은 문제의 핵심과 비판적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의도를 넘어 ‘괴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동아일보가 최소한의 자정능력도 상실한 채 이런 식으로 왜곡보도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에 우리는 이번 사설에 대한 동아일보의 사과와 정정을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단호히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2011. 4. 12.
일본대지진, 핵사고 피해지원과 핵발전 정책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
(가톨릭환경연대, 경주핵안전연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나눔문화, 녹색교육센터, 녹색교통운동, 녹색연합, 다함께,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주당,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부안시민발전소, 사회당, 사회진보연대,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위원회, 생명살림연구소, 생태지평, 시민평화포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전환, 에너지정의행동, 여성환경연대, 영광군농민회, 영덕핵발전소반대 500인결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철거민연합중앙협의회, 진보신당, 참교육학부모회, 참여연대, 초록교육연대, 평화네트워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미래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진보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울진사람들(핵안사), 환경과공해연구회,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 환경재단,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KYC, 흥사단, (사)에너지 나눔과 평화)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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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특별보고관 관련 동아일보 사설 유감

한국의 인권사회단체들과 아시아인권단체인 포럼아시아의 노력 끝에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이 방한했다. 그의 방한은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사이버상의 표현의 자유 문제를 논하는 국제심포지엄과 한국의 인권상황에 관한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유엔 특별보고관 초청 행사를 시작하는 날 동아일보는 특별보고관이 법부무와의 면담은 거절하고 좌파단체들만 만난다면서 한국인권상황이 왜곡되어 전달될 것을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관계는 유엔 특별보고관이 법무부 면담을 거절한 게 아니라 법무부가 면담에 참석이 어렵다고 알려왔으며, 15일에는 외교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측과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주최 측은 이 같은 사실관계를 밝히고 동아, 조선일보의 정정보도 요구했지만 다음 날 동아일보는 팩트부터 틀린 자신들의 기사를 바탕으로 사설을 썼다. 사설제목은 ‘유엔 표현자유 특별보고관과 자유 대한민국의 명예’이다.

관련기사 유엔 특별보고관 초청행사 취지 왜곡하는 동아, 조선일보

사실왜곡도 마다하지 않는 태도도 놀랍지만 사설내용의 수준은 더 놀라울 정도로 저열했다. 요즘 인터넷 여기저기 떠돌면서 오로지 진보개혁 진영에 대한 비난과 저주 퍼붓기에 열올리는 매체들 수준과 견줄만 했다.

동아일보는 심포지엄과 워크샵에 참석할 예정인 단체나 ‘미네르바’ 박대성 씨까지 싸잡아 ‘좌파 이념에 입각해 민주질서를 흔드는 불법·폭력 집회를 주도하거나 옹호한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후퇴 사례를 지적할 이들을 ‘우리 국민의 명예와 자존심을 추락시키는 반(反)국민 집단’이라고까지 했다. 따라서 ‘(특별보고관)이 과격 좌파의 말만 듣고 표현의 자유에 관한 실상을 왜곡한다면 대한민국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는 것이다.

사설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에 저항하는 이들은 국민도 아니고, 무력행사로 제압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자신이 발 딛고 살고 있는 이 나라를 진정 걱정하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을 터인데, 정부를 비판해서도, 좌파이념을 가져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불법 폭력집회를 일삼는 집단일 뿐이고 척결의 대상일 뿐이다. 표현의 자유는 더 제약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인권의 후퇴를 지적하면 국가와 국민의 명예와 자긍심을 훼손하는 집단이라는 논리다.

놀랍고 섬뜩하다. 이것은 우파이념도, 자유민주주의 이념도 아니다. 보수의 논리도 아니다. 정말 동아일보가 소위 메이저 언론사의 자긍심이 있다면 이런 수준의 사설에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인권상황? 무슨 문제가 있나, 이런 문제제기 하는 사람은 반체제, 반정부 인사다, 이들의 말만 듣고 인권상황을 왜곡하지 마라, 이들의 행위는 조국의 명예와 자존심을 추락시키는 행위이다. 어디서 많을 들어봄직한 말이다. 동아일보는 특별보고관이 가야할 곳은 ‘인권지옥 북한 땅’이라고 했는데, 사설에서 동원된 논리들은 바로 북한이 외부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응하는 반박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적대적 쌍생. 정말 극과 극은 통한다.

유엔 특별보고관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악의적인 왜곡보고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덕분에 그도 이들 언론의 실상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동아일보가 그리도 우려하던 ‘자유 대한민국의 명예’도 실추되었다.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동아일보의 허위, 왜곡보도에 의해서이다.


박정은 (참여연대 정책실장)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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