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올림픽 성화봉송을 놓고 일부 젊은 중국인들과 다양한 한국인 그룹 사이에 충돌이 있었고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한국에 체류하던 젊은 중국인들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집단적 애국주의 광기를 표현했고 그 반발로 반중국 여론이 일고 있다. 중국 대사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 확인되었고 한국 검찰까지 나섰다. 차이나타운에 발길이 줄고 중국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가 훨씬 많이 눈에 띠었다. 수면 밑에서 티베트에 관한 논쟁이 번져나가고 있다. 며칠 지났으니 몇 가지 주제를 짚어보고 깊이 생각할 거리를 찾아보았으면 한다.
 
'올림픽과 티베트 문제를 연계시킨 것은 정치적이고 잘못된 일인가?'
 
한국 사회에서는 티베트에서의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 이제야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고, 이 상황을 베이징 올림픽과 연계시키기로 한 것은 피해 당사자인 티베트 망명 그룹과 독립운동 그룹의 결정이므로 존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도시빈민 철거문제와 노태우 정권의 문제점을 외국에서 상당히 문제제기했지만 이것이 올림픽을 공격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한 나라 정부가 올림픽을 이용해서 독재나 인권침해를 가리고자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정치적 음모에 가깝다고 할 것이고 중국 정부가 이러한 비난에서 그리 자유롭다고는 볼 수 없다. 이는 인권단체들만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올림픽에 참여하는 운동선수들도 주최국 정부의 정당성과 인권 수준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 것이 오히려 올림픽의 정치화를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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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도착한 지난 달 27일 오전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한국내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올림픽을 축하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현재 국제정치 역학을 고려해서 중국 정부를 좀 배려해주고 외세에 대한 피해의식을 고려해 주어야 하지 않는가? 또 대국인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면 원하는 결과의 반대를 얻는 역효과를 내는 것 아닌가?'
 
결국 조심해라라는 경고인데, 역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확증할 만한 근거가 별로 없는 우려일 뿐이다. 그 만큼 중국 사회의 애국주의 광풍이 무섭다는 반증일 것이다. 히틀러가 등장할 때 어려운 상황의 독일을 좀 더 배려해 주었어야 했는지, 서구 열강과 경쟁해서 아시아의 자부심을 얻고자 했던 일본제국을 좀 더 배려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이스라엘의 만행도 배려하고 조심해서 비판한다? 식민지 피해 경험 때문에 그렇다는 것은 피해의식이 특정한 광기와 결합되면 더 공격적인 태도로 변한다는 점에서 중국 변호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피해의식은 파시스트들도 잘 쓰는 상품이다. 소수 집단의 인권과 자결권을 보장하라는 외부의 관심에 대해서 중국 사회에서 어떤 역효과가 난다면 그 역효과는 중국의 정치와 권력구조 그리고 대중문화의 산물일 것이다.
 
'중국 점령 이래 생활 조건이 더 좋아졌고 중국 정부가 끝까지 불허할 텐데 티베트가 꼭 독립할 필요가 있나? 독립한다고 티베트인들의 생활과 민주주의, 인권 이런 문제가 해결될까? 중국에 남아서 협상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이건 강자의 어법이다. 제국주의자들의 어법이다. 한국도 일본 강점 덕분에 근대화되었고 잘 살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어법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인권이나 민주주의 기준보다 친중국 정서를 더 중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일단 티베트인들에게 말할 자유, 결사할 자유, 행동할 자유부터 주고 나서 그 다음에 이 질문을 하던지 말던지 하면 된다. 앞뒤가 바뀌었다. 그만 죽이고 그만 고문하고 그만 투옥하고 물어야 한다. 티베트 독립이나 더 높은 자치는 절대 안된다는 중국 정부의 체계적인 선동과 세뇌를 중단한 다음에 물어야 한다. 티베트인들은 원래 야만적("봉건적")이었으니 중국이 해방시켜주었다는 선동을 중단한 다음 물어도 된다. 고문하고 학살한 것에 대해서 사과도 하고 반성도 한 다음 물어도 늦지 않다. 그리고 나서도 티베트 사람들이 대부분 중국에 남겠다고 하면 별 문제 없지 않겠는가. 그럴 리 없으니 탄압하는 것이겠지만.
 
'미국과 친미반중국 세력이 티베트 인권 문제를 중국때리기에 악용하는 것은 어찌해야 하나?'
 
이것은 중요한 문제다. 일부 중국 시위대의 폭력 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한국 사회에 티베트 인권운동 그룹들이 이 문제에 잘 대처해야 한다. 일단 미국 정부와 친미반중국 세력의 정치음모적 접근은 잘못되었다고 시민사회 내부에서 강한 질타가 있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인권문제에 미국 정부가 개입하면 골치아파진다. 조폭이 자선사업을 하는 꼴이랄까. 이럴 때 인권 단체들은 이중의 비판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즉 미국 정부의 접근과 일부 기독교세력을 포함한 반중국 세력의 접근에 대해서 호된 비판을 가하는 동시에 티베트 문제를 제기함으로서 이 문제에 정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중국때리기 방식의 접근을 비판하지 않으면서 티베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위험하다. 인권문제를 제기할 윤리적 자격이 중요하다. 중국 시위자에 대해서 엄벌을 요구하며 일종의 보복을 설파하는 것도 매섭게 비판해야 한다. 한국에서 반중국 민족주의 선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패권국가적 접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당파적 접근, 민족주의적 접근에 대해 항상 비판을 유지하면서 모든 인권 문제를 불편부당하게 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더기 무서워 장 안 담글 수는 없으니. 서구가 한 짓은 더 한데 뭘 그러냐고 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인권의 영역에서는 답변할 가치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27일 종각에서 광화문으로 행진한 비교적 합리적인 티베트 인권 행진에서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이 동북공정과 티베트 점령이 같은 것이라며 한국도 언젠가 티베트 처럼 당할 것처럼 선동한 것이나, 어떻게 한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저런 난동을 펴는지 분개하는 모습은 이해가 가는 면도 있지만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러한 정서의 연장선상에서 지금 국내 체류 중국인들에 대한 반감이 다양하게 표시되고 있는데 이건 큰 문제다. 이것인 중국 정부가 외세에 대한 피해의식을 앞세워 탄압과 인권침해를 정당화하는 것과 같은 논법이다. 한국의 민족주의를 동원해서 중국을 비판하겠다는 것인데 이 길로 가면 모두 망한다. 인권과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런 집단적 피해의식을 그만 동원해야 한다. 모든 형태의 민족주의에 경계령을 내려야 한다. 집단의 피해를 앞세우는 순간 독재자, 파시스트, 민족주의자, 군부 보통 이런 사람들이 미소를 짓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민족을 생각하게 하는 집단 호칭을 국어에서 싹 빼고 생각하고 말하자. '중국인들'이라고 하지 말고 '일부 폭력행위자'라고 말하자. '감히 남의 나라 수도에서 이런 일이..' 하면서 분개하는 대신 '평화적 시위에 폭력을 행사하다니'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한국을 얕보니까'라고 말하지 말자. 그런 중국과 한국은 인격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은...'이라는 주어를 가급적 피하자. 애국주의 광기와 관련되어서 주 책임은 중국 정부이므로 '애국주의 교육에 피해자인 중국인들', '정부의 세뇌공작으로 편견을 갖게 된 중국 청년들은' 하면서 이해할 수 있다. 중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이렇게 국민이나 민족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걸 피하면 더 많은 진실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 - '강부자' 내각과 한나라당에게 하나의 나라가 없듯이 원래 하나의 나라에 한 나라는 없다.

이대훈(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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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티베트인들에 대한 인권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3월 31일 1차 국제공동행동의 날에 부쳐

참여연대는 티베트인들의 평화적인 시위를 중국 정부가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티베트인들에 대한 탄압과 인권침해를 속히 중단할 것을 중국 정부에 다시 한 번 엄중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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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중국 정부의 진압 과정에서 140여명이 살해되고, 100여명이 실종되었다고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중국정부는 시위자 검거와 색출을 위해 시위대가 있는 티베트 사찰에 물과 식량을 동결하는가 하면, 티베트인 가구 당 1명씩을 강제 연행하고 동부 유목 지역에는 대규모 군대까지 파견하는 등 탄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항의에 중국은 내부 문제이니 간섭하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군대가 민간인을 상대로 총을 휘두르는 것은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건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평화로운 의사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무력으로 탄압하는 중국 정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참여연대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엔지오 협의 지위를 갖고 있는 단체로서, 아시아의 인권단체들과 함께 지난 7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이번 티베트 유혈 사태에 대한 특별 회의를 열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이나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이 신속하게 중국 정부에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음에도 특별 회의는 성사되지 못했으며, 진상조사단 파견 등 인권이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는 지난 해 버마 사태에서 유엔이 보인 태도와 다르다. 참여연대는 유엔이 안이한 태도를 버리고 속히 티베트인들의 인권 침해를 조사할 수 있는 진상조사단 파견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할 것을 촉구한다. 유엔이 중국 정부의 반인륜적 무력 진압을 묵시한다면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해야할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한국 정부 또한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오늘날 인권과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국가가 되기까지 국제사회의 지원이 큰 몫을 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아시아에서 갖는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국제적 책무성은 절대 적지 않다. 정부는 이번 티베트 사태에 대해 정치, 경제적 이해득실을 떠나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으로서 최소한의 목소리라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이명박 신정부가 강조한 한국의 국제 위상을 높이기 위한 외교 정책의 시작일 것이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는 티베트 사태를 규탄하며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항의 시위를 조직하고,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에 맞춰 릴레이 시위, 개막식 불참 등 연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들도 중국 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매주 촛불집회를 여는 등 티베트 사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연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참여연대도 이에 뜻을 같이하며, 다음을 촉구한다.


1. 중국 정부는 티베트에서 중국군을 철수시키고 티베트인들의 인권을 보장하라! 

1. 중국 정부는 티베트인들의 평화로운 의사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허용하라!

1. 중국 정부는 티베트인들에 대해 법적 절차 없이 자의적인 강제 연행, 처형이나 고문을 해서는 안 된다!  

1. 유엔은 중국 정부의 학살에 대한 진상 조사단을 파견하고 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라!

1.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의 무력 탄압을 외면하지 말고 평화적 사태 해결을 위해 책임있는 자세를 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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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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