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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닫기 전까지는 결코 저항하지 못할 것이고,
저항한 후에 깨달을 수 있게 된다.”
_조지 오웰, "1984"

도서명 양지를 찾는 사람들|지은이 삠 끗사왕|옮긴이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발행일 2008년 11월 28일|분야 문학․비소설|판형 국판변형(153*224)
면수 288쪽|책값 12,000원|ISBN 978-89-95796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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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정치적 상황을 다룬 기존 버마에 관한 책들과는 다르다. 이 책은 오랜 시간 버마인들의 친구로 지내며 인터뷰를 진행한 삠 끗사왕이 직접 버마인들에게서 들은 생생한 증언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인터뷰에 참가한 사람들-타이에 있는 버마 출신의 (주로 불법) 이주 노동자들은 담담한 어조로 자신들의 현실에 대해 들려주지만, 왜 그들이 버마를 떠나 타이에서, 그것도 불법으로 숨어 지내면서 그런 고통을 당하며 살 수밖에 없는지를 이야기하면서 버마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전한다.

버마와 관련하여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가 이 책의 번역을 기획한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버마의 상황, 버마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읽기조차 버거운 전문서적들로는 일반인들에게 버마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라기 어렵고, 버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한 자연스러운 관심을 이끌어내, 우선은 현재의 상황을 알리는 것이 버마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초적인 단계일 것이다.

둘째는 이주 노동의 환경과 이주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고민이다. 이 책의 배경인 타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아시아권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100만 명에 가까운 불법, 합법 이주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 또한 타이의 버마 노동자들이 겪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진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 동등한 인권을 가진 이들을 바라보는 이해와 화합의 시선으로 바뀌길 기대한다.

양지를 찾는 사람들, 르포 문학의 발견

잔혹한 현실과 끝없는 절망 속에서도 마르지 않는 희망
"양지를 찾는 사람들"은 저자 삠 끗사왕의 인터뷰와 저자의 담담하면서도 버마인들에 대한 애정이 어린 사실 전달, 버마 이주 노동자들이 직접 쓴 글, 그리고 NGO 활동가들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타이에 거주하는 버마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달하는 데 르포의 형식을 빌린 것은 당연할 수도 있지만, 인간애 어린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려한 노력이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초가 타이에서 받은 온전한 첫 임금을 가지고 처음으로 한 일은 현장 주임에게 부탁하여 아들에게 줄 말 목각인형을 산 것이다. 초는 몹시 슬펐지만 이곳 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고용주도 더는 인부들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들을 이 공사장으로 데려올 수는 없었다. 생활 문제와는 별도로 초는 여전히 친구들과 다시 만나고 싶었다. (본문_24쪽)

빈곤층이라면 굶주림 끝에 얻은 임금으로 당연히 먹을거리를 장만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들을 위해 목각인형을 사는 ‘초’의 모습에서 잔혹한 절망 속에서도 끊임없이 희망을 꿈꾸는 버마인들의 낙관성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비록 인터뷰 하는 대상들은 타이에 거주하는 버마인들이지만 곳곳에서 버마의 현재 상황을 알린다. 특히 인터뷰어들의 이상하리만큼 담담한 어조에서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운반비라는 것이 대체 뭔가요?” 내가 다시 물었다.
“글쎄요. 버마군이 군수 물자나 탄약을 운반시킬 때면 우리가 그 비용을 대야 해요. 아니면 우리가 운반해야 하는 거죠.”
“타이에는 그런 종류의 세금은 없는데…….”
“당연하죠. 저도 여기에서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어요…….” 초가 웃으며 답하자, 소가 엄숙히 한마디 덧붙였다.
“타이에는 자유가 있잖아요. 버마에는 없지만.” (본문_39쪽)

국제사회와 버마
끝으로 원문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내용으로 버마의 현재 상황을 요약적으로 설명해 주고, 이 책의 내용을 돕기 위해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가 ‘한눈에 보는 버마’라는 제목으로 버마의 역사와 정치, 국제사회와의 관계 등을 정리했다. 

지은이 삠 끗사왕 Pim Koetsawang
삠 끗사왕은 1990년에 타이 출라롱컨 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하였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1993년에 타이와 버마의 국경 지대 정글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 버마 학생을 사귀게 된다. 저자는 이후 2년 동안 국경 근처 타이-카렌산 계곡에서 지내면서 타이의 소수민족과 그 근처의 버마 난민촌의 삶을 경험하게 된다.
1995년 도시로 돌아온 뒤 마히돈 대학의 인구사회연구소에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타이의 이주 성매매 여성, 타이의 국가 없는 사람들, 아동 매매와 매춘, 아동 노동과 같은 주제로 많은 보고서를 공동 집필하였다. 최근 연구 프로젝트는 버마 이주 노동자에 관한 것과 버마 이주 여성 노동자의 출산과 성 보건에 관한 것이다. 이 두 개의 프로젝트를 위해서 방콕 남부의 해안 마하차이에서 이주 노동자들과 1년 넘게 함께 생활하였다. 현재 타이인과 버마인의 우애와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 ‘국경 없는 친구들’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우애가 갈등보다는 화합을 만들어내고 어려운 시기에 서로에게 도울 수 있게 한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 인권운동가로서 캐나다와 미국에서 인권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으며, 타이로 이주한 버마 사람들의 인권 증진에 힘쓰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이주 노동자로 불리는 사람들의 고통과 희망, 용기,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길 희망한다.

 옮긴이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버마의 민주화를 위한 연대 활동을 중심으로 아시아 민주주의 및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 칼럼ㆍ포럼을 통한 아시아 시민사회의 이해, 한국의 대외 원조(ODA) 정책 감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차례

-책을 펴내며
-추천사
-들어가는 말
서장  몬족 초와 소의 이야기
제1장 국경을 넘어선 투쟁
제2장 우리는 버마 사람들입니다
제3장 삶의 행로
제4장 불법 이민자
제5장 여기는 타이
제6장 그림자 속에서
제7장 악어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다
제8장 빛을 찾아서
부록1 타이 NGO 활동가의 글들
부록2 버마에서 온 난민들의 이야기
지은이 소개/한눈에 보는 버마 역사, 정치, 인권 그리고 민주화

* 아시아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평입니다.

- 관련 기사 소개 - 
프레시안 서평
TVREPORT 도서 소개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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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를 찾아서 그들의 꿈을 듣는다
[양지를 찾는 사람들] 출판기념행사 후기


약 1주 전부터 기다려오던 행사였다. 버마에 관한 국내서적은 버마 역사 및 정치경제에 대한 개론서만 접했던 터라 버마 이주민의 삶이 담겨 있다는 이번 번역서가 자못 궁금했다. 더구나 버마 활동가뿐만 아니라 그 동안 버마 및 태국 국경지대 등을 방문하며 버마인들과 교류해 온 국내 활동가를 만날 수 있는 자리라니! 마침 내년 1월초에 태국 국경지대 및 방콕에 소재한 버마 민주화 운동 단체들을 방문하려는 내게 이번 행사는 여러 모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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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홍 교수의 진행에 따라 행사가 진행되었음. 박은홍 교수는 버마의 현 정치 상황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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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 번역서 [양지를 찾는 사람들(아시아출판사)]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 홀에 도착하니 몇몇 낯익은 버마 활동가 분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은 가락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홀 한 켠에는 서너 가지 버마 음식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샌드위치 비슷하게 만들어 빵을 둥그렇게 말아놓은 것과 고기류 몇 점을 가져다 먹는데, 이국 음식이지만 신기하게도 입맛에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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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LD버마 활동가들이 준비한 버마 전통 음식. 달달하고 한국의 젤리와 같은 형태였다.


행사 시작 시각이 가까워져 오면서 자리가 빼곡히 채워짐에 따라 곧 행사가 시작되었다. 성공회대 NGO 대학원 박은홍 교수님이 먼저 마이크를 들어 행사 사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위원장이신 경희대 NGO 대학원 손혁상 교수님이 마이크를 넘겨 받아 번역서 <양지를 찾는 사람들>이 ‘양지’에 드러나게 되기까지의 과정들과 함께 책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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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혁상 실행위원장이 [양지를 찾는 사람들] 출간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이 책이 나오기 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들어갔다.


다음으로 버마의 현 정치 상황에 대해 박은홍 교수님의 대략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지난 5월 군부가 국민투표를 강행하여 통과시킨 신헌법에 의해 2010년 총선거가 예정되어 있는데, 버마 민주화 세력들은 이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난 90년 총선에서 버마민족민주동맹(NLD)의 압승이 무효화되고 군부독재가 지속되어 온 상황에서, 올해 통과된 신헌법과 이에 따른 2010년 총선거 실시는 지난 90년 총선을 실질적으로 부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의 바탕 위에, 활동가 도임방주 님이 준비한 각종 사진과 동영상 자료는 버마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간접적인 통로였다. 태국 국경지대 난민촌 및 버마 현지를 방문하며 현지 사람들과 교류해 온 도임방주 님은 소수민족, 종교, 세대에 따라 버마 민주화 및 소수민족 분리독립 문제에 대해 차이를 보이는 다양한 시각들을 지적하였다. 즉, 버마의 소수민족 독립 및 민주화 이슈를 살펴 볼 때 여러 그룹들의 서로 다른 시각들을 폭넓게 아울러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로 불교를 믿는 버마 내 소수민족인 샨족 중에서도 젊은 층은 버마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추구하는 한편, 이전 세대는 버마 연방을 원한다.

다음으로 버마 활동가와의 이야기 시간이 이어졌다. 본 출판기념 행사에 NLD 활동가들이 대다수 참석한 만큼, 버마 내 NLD의 힘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되는지, NLD가 생각하는 소수민족 분리독립 또는 버마연방에 대한 비전은 어떠한지 등에 대한 참석자의 질문이 이어졌고, 군사정권과 소수민족 사이에서 NLD가 버마 민주화와 소수민족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지점에 위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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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난민 지위를 얻어 태국에 다녀온 마웅저씨가 행사에 참여해 주었다. 한국 시민사회가 버마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함께 할 수 있을지 여러 제안이 있었다.


이외에 난민 신청 거부에 대한 소송을 한지 8년 만에 마침내 지난 9월 국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마웅저 씨가 군부 독재 하의 버마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물질적인 도움보다도 한국의 민주화 경험이라고 역설하였다. 즉, 이러한 경험을 나누고 지속적인 관심으로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버마의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저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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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D 활동가들의 버마 경험과 한국 생활에 대한 이야기와 여러번 버마에 다녀온 참가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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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서 [양지를 찾는 사람들]이 나오기 까지 일등 공신인 두 번역 자원활동가가 행사에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시간상 제약으로 모두의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행사가 끝났다. 자리를 떠나기 전에 이번 행사의 주인공인 번역서 <양지를 찾아서>를 한 권 사들고 훑어보았다. 고국을 떠나 태국으로 이주해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상과 그들 내의 서로 다른 소수민족, 종교적 배경들이 빚어내는 생각의 각축전이 머리 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버마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여러 국내 전문가, 활동가 및 버마 활동가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한국 내 버마와 관련해 활동하는 다양한 단체들이 어떠한 구심점을 바탕으로 버마의 민주화를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다시 시작되었다. 내년 1월로 계획한 탐방에서도 나의 이러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마웅저 씨가 강조한 것처럼 민주화 경험을 나누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민주화 이후 세대인 내가 이전 세대의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가운데서 현 버마 민주화 운동과의 접합을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현 버마의 청년들은 버마의 미래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동시대 청년으로서의 궁금증 등을 이번 출판기념회 행사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장유미(출판 행사 참가자/ 경희대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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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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