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여기, 아시아에서 우리, 아시아를 꿈꾸다
이식된 오리엔탈리즘과 패권적 민족주의를 넘어 한국 시민사회의 아시아 연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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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이주민이 1백만 명에 달하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한국인의 85%가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최근 들어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인들의 생각 속에 ‘아시아’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고, 생김새와 피부색이 비슷한 ‘아시아인’들은 서구인들보다 더 낯선 이방인으로 머물러 있을 뿐이다.

한 예로 우리는 아시아의 향신료 산지를 장악하기 위해 세계일주를 한 마젤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마젤란을 죽여 필리핀에서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아시아인 라푸라푸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거의 없다. 또한 서구로부터 이식된 오리엔탈리즘으로 인해 우리가 아시아에 대해 갖고 있는 관점은 정실주의, 부패, 빈곤, 독재, 미개발, 덜 문명화된 지역 등 부정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아시아계 결혼이주 여성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신조어 ‘코시안’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우리’와 ‘아시아’를 애써 구분짓고 외국인 배우자의 국적에 따라 아이를 특정화, 대상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껏해야 우리는 ‘아시아 최초’나 ‘아시아 최고’라는 수식어에서나 ‘아시아 속 한국’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가 펴낸 『우리 안의 아시아 우리가 꿈꾸는 아시아』는 먼저 한국과 아시아를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우리 안의 아시아를 재인식하고 그것을 진정한 ‘우리’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2006년 6월부터 연재된 ‘아시아 생각’ 칼럼을 모은 이 책은 이식된 오리엔탈리즘, 패권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와 인권이 고르게 보장되는 ‘사회적 아시아’를 향한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아시아에 대한 우리의 편협한 사고를 꼬집는 1부 ‘아시아를 향한 성찰’, 현재 아시아 각국이 처해있는 현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2부 ‘오늘의 아시아’, 시민사회의 아시아 연대를 모색하는 3부 ‘아시아 연대를 위하여’로 구성돼 있다. 필진으로는 조희연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연구소 소장, 조효제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국내 아시아 지역 연구자, 활동가, 아시아 출신 유학생 등 25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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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며] 아시아에 주목해야 할 이유 -조효제

1부 아시아를 향한 성찰

○ 아시아의 자존심? -전제성
○ 우리에게 보이는 아시아는 정말 아시아인가? -이재현
○ 한국에서 친구 사귀기 -유완또
○ 국경과 국적에 갇힌 인권 -이재현
○ 인공의 도시, 차이나타운 -백지운
○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이재현
○ ‘메이드 인 코리아’ 낙인의 진짜 이유는… -이재현
○ 신부 사오는 사회 -박이은실
○ 지자체의 국제결혼지원사업을 반대하는 이유 -이재현

2부 오늘의 아시아

○ 아세안, 공동체 버리고 FTA 택하려나 -이성훈
○ 가야 할 길 먼 동티모르의 ‘독립’ -최재훈
○ 징기스칸의 아시아, 몽골의 민주주의 -김은경
○ ‘금권민주주의’가 불러온 태국의 쿠데타 -박은홍
뛰는 경제, 기는 정치 속의 베트남 -이한우
○ 베트남 사회주의와 노동력 부족 현상 -채수홍
○ 필리핀의 공공연한 정치적 살해 -정법모
○ 내가 만난 인도네시아 여성운동가 -정은숙
○ 중국, 그 배반의 이름으로 -김도희
○ ‘조직’ 대신 ‘시민’ 만든 일본 시민사회 -한영혜
○ ‘야만의 시대’에 갇힌 버마, 가스 개발에 눈먼 한국 -박은홍
○ 새로운 네팔을 향한 기회와 도전 -지번 바니야
○ 네팔 총선 국제 선거감시단 활동기 -차은하
○ 필리핀 남부 통근철도사업 이주지역 이야기 -정법모
○ 너무 깊게 드리워진 수하르토의 그림자 -김은경
○ 경제회생 포퓰리즘…한국도 태국,필리핀 전철 밟나 -박은홍

3부 아시아 연대를 위하여

○ 한국 시민사회의 동아시아 연대운동 -전제성
○ 입으로는 ‘아시아 연대’ 외치지만… -지번 바니야
○ 공감은 연대의 또다른 이름 -박이은실
○ 아시아 연대의 한류 -박진영
○ 내가 생각하는 아시아 연대 -제시카 우마노스 소토
○ ‘천국보다 낯선’ 티베트의 잔인한 봄 -나현필
○ 중국과 티베트, 한국의 민족주의 -이대훈
○ 우리의 인권좌표를 넓혀라 -차은하
○ 대상에서 주체로! 아시아 이주민의 위상전환 -전제성
○ 생각을 바꾸는 ‘천원’을 아십니까 -박영선
○ 언어와 연대 : 아시아 이주민들로부터 아시아 언어를 배우자 -전제성

[나오며] ‘사회적 아시아’를 향한 상상 -조희연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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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새로운 ‘활동거소’ (site)로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세를 얻어가고 있다. 주로 아시아권에서 유입되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보호 운동은 한국 시민사회운동에서 하나의 확고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공식개발원조(ODA), 특히 아시아에서의 ODA 문제를 시민사회의 핵심적인 이슈로 부각시켜야 한다는 움직임도 상당히 활성화되고 있다. 경제 지구화에 전향적으로 대처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글로벌 민주주의의 구축에 나서야 하고 그것의 적합한 활동 중심은 역시 아시아라는 생각의 흐름도 존재한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더 나아가 역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도 아시아 시민사회 간의 연대와 소통이 사활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모두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서 한 가지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관점은 안과 밖, 국내와 국제, 우리와 세계를 가르는 전통적인 이분법이다. 한국에 이미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가 백만 명을 헤아리고, 공장과 공사판과 식당과 지하철에 ‘우리’와 구분되지 않는 얼굴의 ‘외국인’들이 넘쳐 나는 현실 속에서 과연 이런 이분법이 적실한 관점일까? 한국 기업들의 역내 해외투자가 이미 국내 투자를 훨씬 상회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이것이 가능한 관점일까? 이미 국내와 국제를 억지로 구분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현실인데 해석으로만 인위적인 구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문제의식 위에서 나는 한국 시민사회가 아시아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한국 시민사회를 위해서라도 아시아가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우리가 더 이상 한국 사회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서는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현실을 포착할 수도 없고, 또 그 미래가 밝지도 않다. 왜 그런가?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고 이미 아시아로 외연이 확장되어 있는 지역 내의 상호의존적 사회관계를 직시해야 우리 시민사회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또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도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 아시아에 주목하자는 말은 우리 사회가 어느새 처해 있는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현실을 바로 보자는 말이며, 그러한 달라진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참여연대 본연의 사명과도 부합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이때 ‘우리’라고 하면 우리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 물리적·정신적 의미의 ‘타자’를 모두 받아들인다는 뜻이며, 타자의 눈으로 우리 스스로를 볼 줄 아는 ‘상대화된 우리’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미 ‘우리’는 과거의 ‘우리’가 아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우리’라는 정체성의 본질을 묻는 작업을 오래 전에 시작했어야 했다. 특히 시민사회운동 진영은 더욱 그러하다. 이것은 이미 엄연한 현실이며 이 점을 부정하는 것은 현실에 눈을 감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우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시민사회가 장기적으로 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각전환을 단행할 때 ‘우리’는 국내와 국외 운동을 가르는 인위적인 경계를 넘어서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된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현 단계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한 최선의 방안은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우리의 아시아’를 재인식하고 그것을 진정한 ‘우리’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다. 아시아에 주목하고 아시아와 연대하는 것이 한국 시민사회의 자폐적인 ‘자기응시’ (navel-gazing)에서 벗어나는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로서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아시아 시민사회가 참여연대에 거는 기대가 이만저만 높은 것이 아니다. ‘우리’ 시민사회를 가꿔나가기 위해서라도 참여연대를 포함한 한국 시민사회가 아시아에 응답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조효제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겸 NGO대학원 교수)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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