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새해 첫 일주일은 어떠하셨습니까? 저마다의 가슴마다 간직한 소중한 계획이 모두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새해부터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떨치네요. 아마도 정신 바짝 차리고 한해를 시작하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올 해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하여 국제사회에서의 핵문제를 짚어 보고자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와 핵확산 금지조약 : 보편주의의 실종과 미국의 일방주의

2차 대전이 핵무기의 사용으로 종결된 이후 국제사회에서 핵문제는 핵의 평화적 이용과 핵확산의 방지가 주된 이슈였습니다. 그러나 냉전체제 하에서 핵의 개발과 군사화는 미국과 소련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 IAEA)는 1953년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제안으로 1957년에 조약이 발효되어 창설되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 및 안전성 제고를 위해 개발도상국의 전력생산을 포함한 원자력의 실용적 응용을 지원하며, 핵분열 물질이 군사적 목적에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주요 활동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요 기관으로는 총회, 이사회, 사무국이 있고, 이사회는 지역적 안배와 기술전문성에 따라 지명 또는 선출되는 35명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군사적 목적으로 기술발전이 이루어진 핵관련 산업은 미국에 의해 주도되었습니다(북한에 제공된 경수로 역시 잠수함 추진용으로 개발된 것이었습니다). 1980년대까지 미국은 세계 원자력 총생산의 20%를 차지했고, 140여기의 원자로를 수출하였습니다(서독 11기, 캐나다 9기, 프랑스 12기와는 대조적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국제원자력기구는 냉전체제 하에서 소련과 함께 핵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역할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는 이사회의 인적구성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데, 3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핵 보유 강대국의 대표들에 의해 주로 자국의 원자력산업 및 핵무기관련부문에 종사하면서 핵기술을 가지고 있는 13개 나라의 영향력이 관철되도록 이 부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인물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즉, 미국의 대표단은 미국의 원자력위원회 및 에너지부, 국방 및 정보부서를 대변하는 인물들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국제원자력기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핵무기 보유국가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고, 특히 핵기술확산에 관한 강경파들의 영향하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1970년에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on-Proliferation Treaty : NPT)은 미국과 소련이 자신의 핵무기 보유를 유지하면서 특히 제 3세계 국가들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근거로 국제원자력기구는 핵무기 비보유국에 대하여 안전협정(Safeguards Agreement)을 체결해야 하며, 핵무기 비보유국이 핵연료를 군사적으로 전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핵무기 비보유국의 핵물질 관리실태를 점검하고 현지에서 직접 사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약의 협상과정에서부터 이미 핵보유국의 핵군축의무가 명기되어 있지 않다는 것, 비핵보유국의 핵활동에 대한 사찰이 자주권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 비핵보유국의 안전보장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반대가 심했던 이 조약은 그 운용에 있어 핵강대국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점에서 매우 편파적인 조약입니다. 즉, 핵무기보유국가들은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을 받지 않고, 다만 핵감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구체적인 구속성을 갖지 않는 약속만 있을 뿐입니다. 더욱이 비가입국에 대해서는 기술이전을 제한하고 있지만, 미국 등 핵보유국가들은 비가입국들, 이스라엘, 인도, 이집트, 남아프리카 등에 대한 핵시설 판매에 적극적이었습니다. 따라서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비핵국가들은 사찰을 받는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하였으나 비가입국에 비하여 하등 이득을 얻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서 1994년 북한의 핵사찰과 현재 진행중인 이라크의 사찰을 본다면 핵확산금지조약의 적용과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강제할 수 있는 힘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유엔 안보리에 의한 경제적 군사적 제재를 통한 압력에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핵문제의 어제와 오늘 : 핵 개발에 대한 미국의 자의적 대응

살펴본대로 국제원자력기구의 활동과 핵확산 금지조약의 문제는 바로 미국의 군사력, 그리고 미국과 함께 핵무기를 독과점하고 있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들의 기득권에 의해 보장되고, 미국의 세계전략에 부합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너무나 자의적으로 운용되어 왔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이 발효된 이후인 1974년 인도는 핵실험을 하였지만, 국제적인 제재는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친미, 친서방 국가들의 핵무장에 대한 묵인, 또는 묵인을 넘어선 지원활동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1990년 핵무기를 폐기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미국과 독일, 이스라엘의 지원으로 핵무기를 개발하였습니다. 냉전체제 하에서 반미(친소)정권의 확산을 저지할 목적으로 이를 묵인한 것입니다. 또한 미국은 1979년 이스라엘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핵실험 성공을 인지하였지만, 이를 은폐하는데 노력하면서 당시 이란의 회교혁명에 따라 중동지역에서의 패권유지를 위한 이스라엘의 군사화를 목적으로 이스라엘의 핵무기개발을 묵인한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서남아시아에서 소련이 아프카니스탄에 군대를 파견하였고, 이 지역에서 인도의 영향력 제지라는 측면에서 파키스탄의 전략적 중요성이 증대되었고,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 때문에 1970년대 후반부터 진행되었던 파키스탄의 핵무기개발을 묵인하면서, 대규모 군사원조를 통해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주었던 것입니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하여 더욱 심각한 것은 그동안 일본에 영국이 1톤 이상의 플루토늄을 수출하였다는 것입니다(핵폭탄 100개 이상을 제조할 수 있는 양이며, 핵무기 제조에도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잠재능력 보유를 자신의 정책으로 정했던 것도 밝혀졌고, 특히 미국이 이를 묵인하고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 정제기술을 수출한 것을 그린피스가 폭로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이러한 지원은 미 에너지부가 인정한 사실입니다.



북한 핵카드의 진심은 무엇인가?

이렇듯 미국에 의해 패권적으로 운용되어 온 핵확산금지조약은 국제조약에 따른 보편적이고 상호주의적인 면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자국의 이해와 일치되는가, 그렇지 않은가라는 일방적인 잣대만이 그 기준이었을 뿐입니다.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94년 핵확산금지조약탈퇴라는 카드로 미국과 협상을 벌인 북한의 벼랑끝 외교의 본질은 대미관계개선을 통한 생존전략이었습니다. 생존전략은 두가지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대외관계 특히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경제난 해소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에 대한 핵위협 등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체제의 안정을 보장받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목적은 이번에도 유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 의한 북한의 제재는 '적성국교역법(Trade with Enemy Act)'과 '수출관리법(Export Administration Act)'에 의한 법적 제재와 테러국가 지정에 따른 대북 제재와 미사일기술통제체제 위반국에 대한 제재조치들이 있습니다. 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하여 법적 제재는 일부 완화되었지만, 아직도 금융과 무역에 있어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욱이 북한은 작년 경제제도를 정비하고 경제특구를 지정하는 등 개방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중삼중의 제재가 있는 한 아무리 북한이 개혁개방을 한다하더라도 국제사회의 금융지원이나 투자,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은 불가능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여, 현재 심각한 북한의 에너지 난입니다. 작년 북한을 방문했던 세계식량기구에 의하면 심각한 에너지 난으로 인하여 전체 공장의 20%만이 가동되고 있으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의해 2003년 완공예정이었던 경수로가 1호기는 2008년 말, 2호기는 2009년 말에 완공예정(사업비의 70% 한국부담)이어서 에너지 난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 북한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체제위협에 처한 것이 사실입니다. 비밀문서에서 해제된 한국전쟁관련 자료에서도 한국전쟁 당시 핵폭탄을 탑재한 폭격기의 훈련과 실제 운용의 검토 사실이 밝혀졌고, 미국의 '작전계획 5027'이 이전에는 주로 북한의 남침을 상정한 것이라면, 탈냉전이후 두러진 특징은 특히 98년도의 개정판에서는, 예방 전쟁의 개념을 도입한 '선제공격'을 채택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또한 작년 여름에는 부시 행정부가 마련한 선제공격 방안의 한 목표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상정하고, 남한 정부와의 사전 상의 없이 기습공격을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는 방안이 미 국방부에서 검토되었다는 것이 미 언론에 의해 확인되기도 하였습니다.

뿐만아니라 작년 부시행정부 하에서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핵태세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 NPR)는 기존의 전략을 수정하여 핵무기를 선제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잠재적 공격 대상 국가로 북한을 비롯해 7개국을 거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선제 핵공격 최우선 목표 5개국에 북한이 포함되어 있고, "즉각적이고 잠재적이며, 예기치 못한 돌발 상태가 가능한 나라"로 북한을 지목하면서 핵 선제공격의 구체적 사례도 '북한의 남한 공격'이었습니다. 이렇듯 한반도는 미국의 선제핵공격의 0순위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9월에 백악관이 발표한 '미국의 국가안전보장 전략'(The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에서도 탈냉전 이후 미국에 대한 새로운 치명적인 도전은 북한을 비롯한 '깡패국가들(rogue states)'과 테러리스트들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에 의한 적대적 행동을 방지하고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미국은 '선제행동(act preemptively)'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제네바 합의문에 명시된 북한에 대한 소극적 안전보장, 즉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보장을 사실상 철회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명백한 제네바 합의 위반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안전보장에 대한 요구를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 한국과 주변국의 중재가 중요하다

물론 우리는 북한의 이번 조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이미 표명한 바 있습니다( 참여연대 논평보기). 북한의 핵동결조치의 해제와 핵무기 개발에 대한 위협이 제네바 합의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북한 핵과 관련하여 제네바 합의 이외에 어떠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점에서 이번 북한의 조치는 한반도에 전쟁의 상황까지 배제할 수 없는 매우 심각한 불안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94년 클린턴의 전쟁승인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걸려온 카터의 전화가 전쟁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의 해확산금지조약 탈퇴 사태 때 한국은 미국 강경파의 입장에서 북한 핵문제를 접근하였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쟁직전까지 갔던 아찔한 기억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번 사태에 대해 북한과 미국 모두는 외교를 통하여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를 희망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과 주변국들도 미국의 고압적인 입장보다는 보다 상호주의의 입장에서 해결에 접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현재, 북한의 핵개발 선포기, 미국의 문서형식에 의한 안전보장을 받아내는 중재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정부가 유념해야할 것은 북한과 미국이 반드시 수용할 수 있는 중재안을 만들어야만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위기상황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적대적 북미관계의 종식, 나아가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 냉전구조 해체라는 거시적인 안목 속에서 중재의 역할과 중재안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평화네트워크에 따르면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의 중재안은 몇가지 보충되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 전문보기 ). 시민사회 역시 한국 정부의 중재가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내실있는 제안과 공론형성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21세기. 냉전의 구도는 더 이상 미래지향적일 수 없습니다. 낡은 방식과 사고를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할 때입니다. 그 발걸음의 중심에는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가 핵심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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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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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김해지역의 수해가 채 끝나기도 전에 또 한번 거센 태풍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할 때입니다. 오늘은 911테러 이후 미국의 군사주의노선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가 처한 현실을 짚어 보고자 합니다.

2002년 조지 W. 부시의 연두교서

지난주 한국에 방문한 미국 국무차관 존 볼트는 8월 29일 이라크, 이란과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거듭 지목하며, "이것은 수사학이 아니라 사실"이라면서 "북한은 주민들을 굶기면서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 팔고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부시의 연두교서에 나타난 입장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부시는 올해 연두교서에서 '악의 축' 국가들을 지목하면서, 그 근거로 대량살상무기의 제조와 수출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들 국가가 국민을 억압하고 희생시키면서 대량살상무기에 집착하고 있고, 이러한 무기들이 테러리스트에게 제공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나라들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시 행정부는 이러한 기조 속에서 '테러리스트 척결'과 그 지원국들의 대량살상무기 생산에 대해 선제공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였고, 또한 이러한 '악의 축'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망 구축 의지를 표명해왔습니다('악의 축' 표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탈리아-일본의 동맹을 지칭한 것에서 유래합니다).



진정 위협을 하는 자는 누구인가?

냉전체제의 해체는 미국에게 유일 강대국으로서의 입지를 가져오게 되었지만 그 경쟁상대의 상실로 인하여 정치적 방해물의 공백을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딜레마를 제거하기 위해 결국 중국을 '잠재적인 위험국가'로 상정하였고, 이른바 '깡패국가'들을 지목하여 그들의 위협성을 제기하였습니다. 여기에는 미국의 소위 '인권외교'도 가세하는데, 민주주의와 인권의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러한 국가들에 대해 자국민을 희생하면서 무기를 개발한다는 논리로 그들 국가에 대한 정치적 압박과 쿠바의 경우처럼 각종 제재조치를 정당화시키고자 합니다. 미국의 세계질서 재편의 움직임은 9.11테러로 뜻하지 않게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미 클린턴 행정부시절부터 보이기 시작한 미국의 패권강화를 위한 군사력 증강계획은 9.11테러 이후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우리는 부시 행정부의 군사주의 노선 강화에 대해 뉴스레터 4호에서 살펴본바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논리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얘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탈냉전 이후 이와 같은 미국의 위협은 많은 국가들로 하여금 자신의 안보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만들었습니다. 반미성향이 강했던 국가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구책이 필요하였으며, 안보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군사력 강화를 추구하는 계기였고, 가장 효과적인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이 제기되는 배경입니다. 미국이 지목한 이란과 이라크는 어떤 국가입니까? 과거 중동지역에 자신의 헤게모니를 관철시키기 위해 이들 국가를 지원한 것은 바로 미국입니다. 중동지역의 석유자원을 둘러싸고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민족주의를 내세운 아랍권간의 갈등은 생존을 위한(정치, 군사적인 면과 함께 무기수출로 벌어들이는 경제적 효과를 포함하여) 무장에 다름아닌 것입니다.

북한의 경우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시도와 미사일 운반체계 개발은 한국전에서 B-29에 의한 원자탄 투하훈련이 확인되었고, 1992년 비핵화 선언까지 주한미군이 보유했던 전술핵, 그리고 한미합동 훈련의 시나리오에 포함되었던 핵무기 사용에 대한 대응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불신과 일방주의 : 2003년 한반도가 위험하다?

부시 행정부는 지속적으로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에 응한다고 하였지만, 그것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작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 당시 부시가 북한에 대해 "북한과는 말할 것이 없다"고 한 발언이나, "믿지 못할 사람"이라는 표현을 보면, 북한을 대화상대로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북한에 대하여 강한 불신과 무시의 입장에서 비롯되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재 이라크 침공 이후, 다음 타켓이 북한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2003년 한반도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03년 한반도 위기설'은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북한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의 일방주의적, 군사주의적 노선이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현재 북-미간 갈등을 빗고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보다는 직접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2003년은 예정대로라면, 지난 1994년 전쟁직전까지 갔었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한 핵사찰이 경수로 완성 이후 재실시되는 시점이고(제네바 협상이 충실히 이행된다면), 지난 1998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 따른 협상으로 북한이 2003년까지 미사일 발사실험을 유예하기로 합의했던 시점입니다. 더욱이 '악의 축' 발언 이후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제기한 북한의 생화학무기에 대한 의혹과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추가적인 사찰 요구가 있어 이러한 문제들을 북-미간, 혹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이 어떤 해법을 가지는가에 따라 매우 상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과 제네바 협상문제

지난 1994년 제네바 협상을 통하여 북한은 핵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핵무기 의혹지역에 대한 사찰을 수용하였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조치를 해제하고, 북한의 석유난 해소와 경수로 건립을 합의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2003년까지 경수로를 완성하고, 경수로 관련 핵심 부품을 인도받기 전에 북한의 과거 핵활동에 대한 사찰을 실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부시 행정부는 경제 제재조치를 아직도 완화하지 않고 있으며, 케도(KEDO)를 통한 1차 경수로 완성도 이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제네바 합의 이전에 1-2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의심하면서, 경수로 완성 이전에 조기 사찰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에 대하여 경수로 완공의 지연에 따른 전력난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주 한국을 방문했던 존 볼트 미 국무부차관은 "북한이 제네바 합의의 즉각적인 이행에 돌입하지 않을 경우 제네바 합의의 미래는 심각한 우려에 빠질 것"이라며, 특히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하는 대신에,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전력 손실 보상을 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경수로 사업이 지연된 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책임이기 때문에 전력보상을 할 이유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과거와 현재 핵활동을 효과적으로 밝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이 이뤄질 때까지, 경수로 핵심부품은 인도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하지 않으면 경수로 사업을 중단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제네바 합의 사항에 대해 스스로 이행을 다하지 않고, 심지어 제네바 합의수준을 넘어서는 요구를 관철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 미사일 관련 문제

다음으로, 1998년 대포통 1호를 발사했던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미사일발사 실험을 2003년까지 중지하고, 만약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마지막에 거의 합의에 이르렀던 이 문제들은 부시 행정부의 출범으로 전면 백지화되었습니다. 현재 북한은 미사일 발사실험을 계속 실시하지 않고 있고, 중단거리 미사일 프로그램 포기 의사를 거듭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부시 행정부가 추구하는 미사일 방어체제(MD)에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미사일 방어체제는 상대의 미사일 위협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북한이 이를 포기할 경우 한반도를 포함한 태평양 지역에서 미사일 방어체제가 구축되어야할 설득력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부시 행정부가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의 명분을 잃지 않기 위해 북한 미사일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물론 미국의 입장에서는 '잠재적 위험국가'로서 중국이 있는 한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은 추진될 것입니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에 대하여 북한은 미국이 계속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위해 미사일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미사일 개발을 비롯한 자위적인 조치에 나설 것임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사일 수출과 관련해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계속 중동, 북아프리카, 남아시아 등에 미사일 수출을 해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것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수출은 극심한 경제난을 완화하기 위한 '외화벌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북한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를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권의 문제이며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이것은 미사일 발사실험 유예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적절한 보상'(식량, 전력 등)만 이뤄질 경우 미사일 수출을 기꺼이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거듭 밝혀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제기하는 '악의 축' 북한이 갖는 위협은 미 언론의 표현을 빌자면 '으르렁대는 생쥐'일 뿐입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테러나 공산주의가 아니라 자국의 '생존'일 뿐입니다. 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은 매우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즉 '아쉬운 사람이 기어라'라는 것입니다.

'2003년 한반도 위기설'이 '기우'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그 위험의 징후들은 점점 더해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정부의 중재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올해 한국정부가 보여준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오판과 허둥지둥했던 모습들은 결코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할 때입니다. 더욱이 현시점에서 미국 일변도의 외교는 한반도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다각적인 노력 속에서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를 견제할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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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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