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는 주요 원조 공여국 연재 두번째로, 지난 호 유럽연합에 이어 캐나다를 소개합니다.

캐나다는 지난 반세기 동안 인류의 최종 목표인 인간보호에 중점을 두는 이상적인 입장에서 대외원조에 접근해 온 나라이다. 개별국가로는 처음으로 인간안보를 주요 외교정책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국제 협력, 다자간 협력,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수행하고 있다. 대인지뢰협약(Mine Ban Treaty)과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는 캐나다 정부의 주도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와 같은 캐나다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처럼 캐나다 대외원조 정책의 접근방식 역시, 통상이익보다는 인류의 행복을 위해 앞서 나간다는 이상적인 캐나다의 대외 이미지 제고와 정체성 함양이라는 배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캐나다 외무부장관인 로이드 액스월시(Lloyd Axworthy)는 1999년 캐나다 대외원조 정책의 최종 목표가 ‘전 세계를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안전, 인간 생존이 가능한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의 대외원조는 백신예방사업이나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인도주의 사업, 긴급지원이 필요한 곳에 대규모적인 보건 지원사업 등 인류의 건강과 생명권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권 보호를 우선으로 하고 있는 캐나다 대외원조 정책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상적인 대외원조의 목표가 흔들리고, 대외원조 예산이 삭감되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의 대외원조의 역사는 콜롬보 프로젝트부터 시작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연방이 해체되자, 영연방 신생 독립국들은 급속한 위기상황에 직면하였다. 이에 캐나다와 호주 등 영연방 소속 국가들이 신생독립국을 지원하기 위해 ‘콜롬보 프로젝트’를 실시, 1950년, 새로 독립한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에 2천5백만 캐나다 달러를 지원한다. 이를 시초로 시작된 캐나다의 대외원조는 캐나다의 국가적 위상이 높아지고 경제가 활성화되었던 1960년이 되자 외무성 산하에 ‘대외원조사무국’을 창설하고 본격적인 대외원조를 실시한다. 대외원조 규모가 증가됨에 따라 대외원조사무국은 1968년 ‘캐나다 국제개발청(Canadian International Development Agency: CIDA)’으로 확대 개편된다. 대외원조를 위한 독립된 청이 생김에 따라 대외원조 전문가들이 확보되었고, 영연방 국가에 중점이 되었던 대외원조는 아프리카, 중동, 미 대륙, 아시아 지역으로 확장되어 나갔다.

지난 55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캐나다의 대외원조 정책은 인권향상, 아동권리 보호, 여성 보호 영역에서 가장 독보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앞서 나가고 있다고 평가된다. 대외원조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서도 수혜국에 가장 효과적인 원조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 그룹과 학계, 시민사회가 결합하여 원조가 필요한 적재적소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는 스리랑카, 카메룬, 에콰도르 등에서 여성을 위한 소액대출(micro-credit)에 중점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2005년 CIDA는 캐나다의 대외원조를 향상시키기 위한 '국제정책제안(Canada’s International Policy Statement, IPS)'을 제시하였다. IPS에 따르면 CIDA는 '좋은 정부, 보건(HIV), 교육, 민간개발, 지속적인 환경‘ 다섯 가지 항목에 우선순위를 두고 사업을 실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2010년까지 캐나다는 25개 파트너 국가들에 대규모 개발원조와 인도주의 원조를 실시하게 된다. 핵심 지원 국가들은 부르키나 파소, 카메룬, 에티오피아, 가나, 케냐, 말라위, 말리, 캄보디아, 파키스탄, 스리랑카, 베트남, 우크라이나 등 25개국인데, 파트너 국가들 중 14개국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 위치하고 있다. 파트너 국가들은 모두 기아와 분쟁, 자연재해로 인해 인도주의 긴급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국가들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캐나다 대외원조가 캐나다 국가차원의 정치적ㆍ경제적 실익보다는 인도주의 지원과 생명권 보호에 우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CIDA는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의 80%를 지원받고 나머지 20%는 재경부, 외무성, 국제개발센터의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2004년-2005년 캐나다 정부는 370만($3.74 billion)을 대외원조에 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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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CIDA의 대외원조 우선순위는 보건과 교육 부문이다. CIDA는 비타민 A정제를 개도국의 아이들에게 제공함으로써 150만 명의 어린이를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으며, 2005년 소아마비 박멸에 기여한 기관으로서 UN으로부터 상을 수여받기도 하였다. CIDA는 유럽연합의 지속가능한 개발 프로그램 지원과 달리, 대규모 보건지원과 의료지원에 더욱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의 대외원조는 적극적인 원조 프로그램 운영과 성공적인 성과로 국제사회로부터 이상적인 원조라고 평가를 받고 있지만, 캐나다 정부의 외교정책에서 ODA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례로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캐나다의 ODA 예산은 평균 34%가 삭감되었다. 1990년대 초반 0.49%, 1998년 0.30%, 2001년 0.23%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현재 2000년대의 GNP대비 캐나다 ODA 비율은 1965년대 수준으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ODA 예산이 대규모로 삭감된 이유로는 1990년대 초반 막대한 재정적자를 들 수 있다. 캐나다 정부가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자 ODA규모를 우선적으로 삭감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1997년 이후 캐나다 경제는 안정을 찾고 캐나다 정부 예산은 흑자로 전환되어 G7국가 중 건강한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미 삭감된 ODA 예산은 다시 원상 복구되지 못하고 못한 채, 2001년 GNP대비 ODA 지출 비율은 0.23%로, 전체 OECD 22개 국가 중 18위에 불과하다. 1995년 캐나다가 전체 OECD 국가에서 ODA 지출 규모가 6위였던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캐나다의 ODA 대외원조액 삭감에 대하여 캐나다 정부는 시민사회와 학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자 UN창설 이후 진보학자와 국제기구 지도자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되었던 GNP 대비 0.7%의 ODA 예산 배분을 결의한 2002년 UN 몬테레이 회의에 참가한 장 크레티앵(Jean Chretien) 캐나다 총리는 매년 ODA 지출을 8%씩 늘려 UN의 권고안인 0.7%까지 늘린다는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현 보수당 출신의 스티븐 하퍼(Stephen Harper) 캐나다 총리는 취임 이후 연방재정 10억 캐나다 달러(한화 8천억)를 삭감하고 연방정부의 행정개혁을 단행해, GNP대비 캐나다의 ODA 기여를 1985년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2006~2007년 캐나다 정부의 ODA 비율은 0.33% 수준으로 동결될 전망이다. 이는 캐나다 정부가 약속한 UN의 목표인 GNP 대비 0.7%와 큰 차이가 나는 수치이다.

2005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시라크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수상은 ODA 목표를 UN이 권고한 GNI대비 ODA비율 0.7%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전 항공기에 아프리카 AIDS 환자를 돕기 위한 항공 세금을 부가하였다. 영국도 ODA 증액과 아프리카의 보건과 빈곤퇴치를 위한 더 많은 ODA를 제공하기로 약속하였다. 하지만 대외원조의 이상적인 모델로 인용되고 있는 캐나다는 이러한 국제적인 환경과 달리 ODA를 삭감하고 프로그램의 운영을 줄여가면서 그 이전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의 시초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경제가 회복된 지금에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다. 캐나다의 적극적인 이익과 상관없는 정책에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보수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에서 캐나다는 G8국가로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권 보호라는 이상적인 목표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던 ODA는 이제 캐나다의 자국의 상황에 따라 줄어들고 있다.

이상적인 목표와 효율적인 프로그램 운영으로 지구촌 어린이, 여성들의 열악한 보건 상태를 개선하고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여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던 캐나다가 90년대 들어 ODA규모를 절대적으로 축소하여 국제 무대에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는 바로 한국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왜냐하면 한국의 현실에서도 ODA규모를 확대하고 ODA집행상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공언과 달리 ODA는 정부의 다른 정책이나 예산의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개도국에 대한 대외원조가 자국의 현실적인 경제, 정치 논리나 집권 세력의 성향에 의해서 움직인다면, 결과적으로 수혜국들의 고통만 가중될 것이다. ODA는 CIDA의 헌장에 명시된 것처럼, ‘빈곤타파와 안전하고 평등하고 번영된 세계를 위해 일한다’는 이상적인 목표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전 세계 경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G8국가의 일원인 캐나다는 지구촌의 공공의 선을 실행하기 위하여 경제적인 상황과 이익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ODA 지원에 나서야 하며, 한국 역시 세계의 12위의 경제력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인도주의 위기와 열악한 생존환경으로 인하여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지구촌의 많은 곳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책임있는 선진국들의 모습이다.

김여정(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ODA연구팀)


* 첨부화일: 뉴스레터 원본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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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뉴스레터를 통해 한국의 대외원조 실태와 제도적 미비점, 대외원조에 대한 우리 국민의 생각, 정부의 정책 의지 등 한국의 ODA 실태 전반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호부터는 주요 원조 공여국의 원조 역사, 원조 규모, 집행 체계, 정책 등을 살펴보며 한국 대외원조의 발전에 도움을 줄 시사점을 찾고자 합니다.

원조 공여국가 연재가 끝나면, 협력국가(수원국), 지역, 원조 영역별 등으로 확대하여 뉴스레터를 발행하려고 하니,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유럽연합의 대외원조는 전 세계의 원조국 중 원조 규모가 가장 크며, 가장 효과적으로 원조를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비난여론이 많은 다른 원조국과 달리, 유럽연합의 대외원조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지속적인 원조 프로그램의 개발과 투명한 평가 과정, 원조 전문가 육성, 끊임없는 대외원조의 개혁을 통하여 효율적인 대외원조가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전 세계 160개국이 유럽으로부터 양자 간 또는 다자간 형태의 지원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 공동체와 유럽연합 소속 회원국들이 제공하는 국제원조의 규모는 매년 약 300억 유로로, 전 세계 원조 흐름의 55%에 해당한다. 유럽연합 공동체 차원의 단독 대외원조 규모는(소속 회원국들의 양자적 대외원조 규모를 제외한 규모) 전 세계 국제원조의 1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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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원조의 역사

유럽의 대외원조는 지난 세기 유럽의 식민지 경영에서 시작하였다. 프랑스, 독일, 이태리, 스페인, 포르투칼, 영국 등과 같은 국가들은 식민지 경영으로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식민지에 학교, 병원과 같은 기반시설을 지원하였다. 위와 같은 경험으로 유럽은 다른 신생 원조공여국과 달리, 원조가 필요한 지원국에 대한 원조 프로그램 진행과 운영에 관한 정보를 많이 축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은 1957년 로마조약을 통하여 유럽의 식민지가 집중된 대륙에 집중 원조를 실시할 것을 천명한다. 이에 따라 유럽공동체는 초기에 아프리카, 환태평양과 카리비안 국가들을 중점적으로 지원하였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유럽대륙이 지배하고 있던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함으로써 유럽의 원조 정책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1993년 유럽공동체가 공식적으로 발족하면서 유럽연합은 개발협력정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1993년 발효된 마르트리히트 조약에 따르면 “개발협력정책의 목표는 개도국의 지속적인 경제적ㆍ사회적 개발을 촉진하고 세계 경제에 개도국을 점진적이고 조화롭게 통합하는 것이며 개도국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의 원조는 세계 최대의 공여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법적인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1990년대 유럽연합의 원조의 경향은 동부유럽과 유럽대륙 주변국으로 집중되었다. 유럽연합은 민주화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동유럽 신생 회원국들의 경제, 사회 개발을 지원하기 위하여 막대한 원조를 제공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유럽연합의 원조는 발칸, 팔레스타인, 북한, 파키스탄 등의 분쟁지역으로 다양화되었다. 이는 과거 유럽연합의 개별 회원국들이 전 식민지 국가들에 대한 기득권 유지를 목표로 하여 지원했던 대외원조 특성에서 벗어나 유럽연합이 전 세계 분쟁의 조정자로서의 역할로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외원조의 개혁

유럽연합의 대외원조는 1990년대까지 회원국들의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이익의 상충관계로 많은 혼란을 겪어왔다. 또한,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운영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아왔다. 그래서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대외원조의 개혁은 유럽연합 집행이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2000년 유럽연합은 대외원조 정책의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한다. 유럽 전역의 원조 전문가와 지역 전문가들이 모여 대외원조 개혁에 관한 워크샵을 1여년에 걸쳐 진행하여 개혁안을 만들었다.

2000년 개정된 유럽연합의 대외원조 개혁안은, 첫째, 효율적인 대외원조 정책의 시행을 위하여 유럽연합 집행위에 집중되어 있던 대외원조 관리의 권한을 63개 대표부로 분산하여 원조 수혜 지역의 원조 실행 과정을 현지 대표부가 관리하도록 했다.

둘째, 유럽연합은 더 많은 비연계 원조(untied aid)를 제공함으로써 원조 효율성을 높였다.

셋째, 2001년 1월 1일 새로운 전담 수행 기구인 유럽연합 원조협력청(Europe Aid)을 창설하여 프로젝트의 발굴, 확인, 시행과 평가 등 대외원조 사업의 관리업무를 총괄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넷째, 원조의 질적 향상을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수혜 국가별 전략보고서(Country Strategy Paper)를 도입하여 대외원조의 평가를 질적으로 향상시켰다.

대외원조의 진행 과정

유럽연합의 대외원조는 유럽연합 대외협력위원회(EU External Relations Committee)와 유럽연합 개발위원회(Development Committee)에서 55개 상주 유럽연합 대표부의 도움을 얻어 수혜국가에 대한 전략보고서와 원조실행 보고서를 작성하여 유럽연합 집행이사회(European Commission)에 제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수혜국가에 대한 전략보고서와 원조실행보고서는 유럽연합 집행이사회의 승인을 받고 유럽연합 원조협력청을 통하여 해당 수혜국가에 본격적인 지원을 실시한다. 수혜국가의 원조의 전달과정과 수행과정에 대한 평가는 수혜국가에 상주하고 있는 유럽연합 대표부가 주기적인 평가보고서를 통하여 관리된다.

평가보고서는 매년 정기적인 감사를 통하여 투명성 여부를 확인하고 다음해 사업에 반영된다. 또한 작성된 평가보고서와 감사보고서는 독립된 민간기업을 통하여 다시 재분석되어 유럽연합 원조협력청에 전달된다. 평가보고서, 감사보고서, 분석보고서는 원조 전문가와 학계 등에 전달되어 공유하게 된다.

분쟁이나 자연재해로 인해 긴급한 구호가 요구되는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유럽연합 인도지원사무국(ECHO)이 주관한다. 쓰나미, 룡천폭발사고, 파키스탄 지진 등 긴급지원이 필요로 요구되는 곳은 유럽연합 인도지원사무국(ECHO)이 비축된 긴급 지원물품을 최단시간 안에 지원한다. 인도주의 지원이 필요한 해당지역에 대해서는 긴급 보고서를 작성하여 유럽회원국에 긴급호소절차를 통하여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한다.

대외원조의 특성

유럽연합의 대외원조는 장기간에 걸친 원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수혜국가에 가장 필요한 원조를 제공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대규모적인 물량 지원과 건설사업 등과 같은 선심 사업보다는 현지 지역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프로그램 지원은 국제기구와 유럽연합 회원국 소속 NGO등과 결합하여 농촌개발 사업, 교육, 의료 등에 중점 지원하고 있다. 특정 프로그램에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을 비축한 NGO가 유럽연합의 대외원조를 지원받아 수혜국가 중 가장 필요한 지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면, 독일 NGO의 평안북도 농자재 지원 사업, 프랑스 NGO의 아체지역의 병원운영 사업 등이 있다. 현재 유럽연합의 대북지원활동을 살펴보면 교육프로그램, 의료, 취로 사업 등에 집중하고 평양지역보다는 가장 수혜가 필요한 평안남북도 지역에 집중하여 진행하고 있다.

대외원조의 비율

세계 대외원조 공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개발원조위원회(DAC)의 주요 회원 국가들의 총 대외원조 규모가 1990년대 이후 줄어들고 있는 추세와 달리, 유럽연합 회원국과 유럽연합은 최근 대외원조 정책을 더욱 늘려가고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2002년 3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각료이사회에서 2006년까지 GNP 대비 ODA의 비율을 최소 0.39%까지 증액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유럽연합의 공적원조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은 2015년까지 몬테레이 유엔 개발재원국제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n Financing for Development)에서 확인된 바 있는 선진국들의 향후 도달 목표인 GNP 대비 0.7%로 ODA를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단계적으로 2006년까지 ODA를 0.33%까지 증가시켰고 2010년에는 0.51%까지 증가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원조를 받고 있는 유럽연합의 신생회원국인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에스토이나,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몰타, 슬로베이나, 싸이프러스 등이 원조 공여국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례로 유럽의 신생회원국인 에스토니아의 ODA비율은 0.01%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공동체의 평균 규모액을 유지하기 위하여 서유럽국가들은 대외원조 비율을 더욱 높이고 있다.

매년 유럽연합 소속 회원국의 개발 장관들과 유럽연합 대외협력위원회는 함께 모여 유럽연합의 대외원조 진행과정에 대하여 평가한다. 최근 회의는 2006년 4월 10일~11일까지 룩상부르그에서 열렸다. 이 회의에서 유럽연합은 빈곤퇴치와 개발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쉽을 추구하고 2015년까지 유엔이 제시한 0.7%로 ODA를 늘리는 것에 대해 결의했다.

김여정(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ODA연구팀)


※ 편집자주: 오랜 원조 역사의 경험으로 성공적인 대외원조를 시행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유럽연합의 사례는 공여국으로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과는 다르다. 그러나, 협력국가(수여국)의 요구와 긴밀한 관계 속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외원조를 실시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는 현재 한국 ODA의 현실에서 경청할 점들이 있다. 비록, 유럽연합의 대외원조가 인도주의적 차원보다는 유럽대륙의 식민지 이익 창출을 위해 시작했다고 평가받지만, 식민지 경험을 통해 확보된, 현지에 가장 필요하고 적절한 원조를 수행하고 있는 대외원조 집행 과정에 대해서 좀더 연구해봐야 할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유럽연합과는 반대로 인도주의적인 기원으로 대외원조를 시작한 캐나다와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대외원조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 첨부화일: 뉴스레터 원본
국제연대위원회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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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계류돼있는 한국국제협력단법 일부 개정안 즉, 국제빈곤퇴치기금 신설과 관련해서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국제연대위원회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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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코이카에 대한 질의입니다.
국제연대위원회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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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ODA정책감시 뉴스레터 9호



정부는 지난 9월 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006년~201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안을 확정하면서 공적개발원조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07년도 대외 무상원조 예산도 전년 대비 약 16.8% 증가한 2,230억 원으로 책정하였다. 작년에 비해 320억 가량이 증액되었지만 국제기준으로 볼 때는 갈 길이 너무 멀다. ‘국력에 맞는 선진외교’,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달성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운운하며 소리를 높여도 국민소득대비 ODA규모는 2005년도 OECD 국제원조위원회 0.33%의 1/3 수준인 수준인 0.09%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인 최초 UN사무총장의 등장을 앞두고 세계 12위 경제규모에 걸맞게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겠다며 UN분담금(세계 11위) 체납분에 대해서는 외교 예산 중 우선순위를 두는 정부가 왜 한국의 경제력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보다 더 초라한 ODA규모에 대해서는 진정으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건지 의아하기만 하다. 당장 지난 4월, 노무현 대통령은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현재 3,200만 달러 수준의 ODA규모를 1억 달러로 늘이겠다고 공언하고 돌아왔는데, 지금 확보된 예산으로 과연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 걱정이다. 이번 정기국회에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이 국제선 항공권에 국제빈곤퇴치기금을 설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발의한 <한국국제협력단법> 개정안 외에는 재원동원방안이 전무하다.

이처럼 개도국 빈곤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나 ODA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목표가 구체적인 예산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문제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대외원조규모 증액 목표가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2000년 유엔에서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채택된 이후 2005년 밀레니엄+5 유엔 특별정상회의에서 GNI대비 ODA비율을 0.7%수준으로 확대하기로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이런 목표를 이미 달성한 덴마크, 노르웨이 외에 많은 나라들이 2010년까지 최소한 0.5%수준으로 확대하거나 추가 공여를 약정하고 있는데, 한국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고작 2009년까지 0.1%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2011년에 잡았던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셈이지만,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부끄러움을 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MDGs 달성 마지막 해인 2015년에는 우리 정부가 가입하겠다고 밝힌 OECD DAC(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2010년 평균치로 예측되는 0.36%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지속개발가능위원회의 권고안인 2010년 0.2%확대 목표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런 모습이 보일 때에야 비록 정부가 누누이 강조하는 ‘경제력에 상응하는 원조규모’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우리 국민들이 비로소 이해해 줄 것이며, 수백억에 달하는 개도국 무역 흑자규모에도 불구하고 대외원조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는 세계 시민들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대외원조의 양적 규모에 관해 살펴본 것처럼, 정부는 지난해 말 <대외원조 개선 종합대책>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의욕을 보인 것과는 달리 전향적인 변화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만약 열심히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는데도, 실적이 대단한데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그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면 그 역시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지난 3월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구성되어 한차례 회의를 하고 6월에 실무위원회가 역시 한차례 열린 것 정도가 가시적인 움직임이다. 하지만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NGO를 비롯하여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꾸준히 지적해온 ‘국제개발협력의 통합적 이념이나 목표, 전략 부재’의 상황이나 유,무상 사업간 사전 협의 및 조율 미흡 등 ‘조정 및 통합기능’의 취약성은 여전해 보인다. 참여연대가 지난 9월 ODA 평가 사업 모니터를 위해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2006년 상반기 중 구성하기로 계획되어 있는 평가소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문의를 하였을 때, 평가소위는 구성조차 되어 있지 않았으며, 그 이유는 부처 간의 의견 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 사업평가지침을 만드는 일에 어떤 부처 간에, 무슨 이견이 있다는 것인지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그동안 대외원조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드러났던 유, 무상 정책 및 시행 부처 간 협의, 조정체계의 강화를 위해 추진시스템 정비를 담당하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구성된 지 6개월이 넘도록 평가소위 하나 구성을 못하는지 반문하고 싶었다. 이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며, 국무총리의 역할을 해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기본적인 ODA 추진 시스템조차 갈피를 못 잡고 있는 판이니, 무상원조(2003년 기준 46.0% / DAC 평균 86.1%)및 구속성 원조 비율(2003년 80.6% / DAC 평균 6.8%, 다시 말해 DAC 회원국은 ODA 90%이상을 비구속성 원조로 제공)과 최빈국 원조 비율(GNI대비 0.01%수준 / DAC 0.08%)을 대폭 늘려 대외 원조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들은 더욱 오리무중이다. 자체적으로 개발 원조를 시행하고 있는 중국이나, 우리보다 ODA규모가 큰 터키 (GNI대비 0.11%)등에 ODA를 지원하는 반면, 빈곤의 대명사격인 아프리카에 고작 5.5%만의 ODA가 지원되는 현실이나 비민주적인 미얀마에 ODA가 지원되어 해당 국민들의 인권을 더욱 유린하거나, 베트남 모 대학 건설사업이나 필리핀 사우스레인 사례처럼 개발의 후유증을 남기는 문제, 적절한 사업타당성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선정되거나, 빈곤 퇴치라는 원래의 목적과 달리 정치 외교적 고려에 따라 불투명하게 사업을 선정하는 방식, 원조 효과를 떨어뜨리는 유무상 사업간, 부처 간 연계 부족과 전문성 부족 등 산적한 과제는 그저 <대외원조 개선 종합대책>의 평가 내용으로만 전락한 듯하다. 9월 중에 2006년도 계획에 대한 추진상황 중간점검을 한다고 했는데, 정부는 중간성적을 어떻게 매길지 성적표가 궁금하다. 민간 전문가들은 벌써 중간평가를 마치고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 작업에 들어갔는데, 언제나 그렇듯 정부의 행보만 느리다.

정부는 2006년도를 우리의 개발경험과 비교우위분야에 중점을 둔 한국형 국제개발협력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91년 이래 처음으로 유, 무상 원조사업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성격의 계획을 야심차게 수립하였다. 정부의 발표대로 그야말로 종합적인 진단과 대책이라 국민들은 약간의 미진함은 뒤로 밀어놓고 그 찬란한 계획이 빛을 발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6년 10월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가 확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는 ODA의 통합적 이념과 목표, 전략을 담을 그릇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의 진단대로 기관(국제협력단법), 기금(대외경제협력기금법) 설치를 목적으로 한 현행 법률체계는 전반적인 국제개발협력 목표, 관리시스템, 조정 기구 등을 규정하기가 어렵다. ODA의 이념과 가치, 원칙을 제대로 담기에 한계가 많은 것이다. 세간에는 ODA헌장 제정을 주장하고 있는 재경부와 가칭 국제개발협력법을 주장하는 외통부 사이의 이견 때문에 ODA의 통합적인 이념과 목표와 유무상 원조를 통합하는 내용을 주요하게 담을 법안 제정이 계속 무산되고 있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국민들은 법이든, 헌장이든, 아니면 정책문서이든 형식보다도 그 형식에 담길 지구촌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하는 아름다운 희망과 전 세계 빈곤타파와 인권 증진이라는 연대의 가치, 그리고 서로 생각을 나누며 제대로 된 ODA정책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적 합의를 소중히 생각한다. 마치 우리 국민들이 ODA의 양적 규모의 수치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본말이 전도되지 않아야 한다.

독자들은 우리가 뉴스레터 창간호에서 ODA도 민주적 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동안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ODA는 국제환경의 변화와 시민의식의 성숙에 힘입어 서서히 그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ODA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바야흐로 사회적 합의와 참여로 ODA를 추진할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ODA의 기본 방향과 운영기조, 전략을 마련하는 출발부터 사업을 평가하는 마무리단계까지 모든 과정마다 시민적 참여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06년 상반기 ODA관련 정부 정책은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수립되었다 할지라도 시민 참여와 사회적 합의 없이는 결국 구호로 끝나 버릴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주었다고 할 수 있다.

박영선(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 뉴스레터 원본 첨부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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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ODA정책감시 뉴스레터 8호



현재 한국의 ODA 관련 제도는 무상원조와 유상원조 부분에 대해 별도로 제정된 법률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해외 연수생 초청, 전문 인력 파견, 해외봉사단 파견, 개발 조사, 재난 구호, 기타 지원사업 등의 무상원조를 위해서 한국국제협력단법이 제정되어 있고, 이에 따라서 외교통상부 산하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설치되어 무상원조 사업을 진행한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차관지원 등의 유상원조를 위하여는 대외경제협력기금법에 따라서 재정경제부 산하에 대외경제협력기금이 설치되어 있고, 그 운영은 한국수출입은행에 위탁되어 있다.

대외원조 업무가 해당 부처와 수탁기관별로 진행되고, 그 사이에 업무조정이나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수원국에 대한 무상원조와 유상원조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이원적인 대외원조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실질적인 업무협조를 통하여 유기적인 연계성을 높이거나, 단일법으로 무상원조와 유상원조를 통합하는 입법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국국제협력단법은 지원대상을 ‘개발도상국가’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범위를 외교통상부장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고, 대외경제협력기금법 역시 재정경제부장관이 정하는 ‘개도국’을 지원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들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발도상국가’와 ‘개도국’이 어느 범위까지를 지칭하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대외원조의 지원대상을 특정하는 문제는 국제 협력과 나눔의 정신을 목적으로 하는 대외원조가 정치적 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일관된 기준에 따라서 당초 입법취지를 달성하게 하는 핵심이다. 또한 대외원조에 사용된 예산과 기금이 어떻게, 얼마나 쓰였는지를 확인할 만한 대외적인 감사 절차가 명확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예산의 사용처와 사용내역이 오리무중에 빠져 버렸다. 대외원조의 예산 사용에 대한 감사와 이에 대한 대외적인 공표는 대외원조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예측가능성을 부여함으로써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높일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행 대외원조 관련 법제의 문제점으로 인해 최근 대외원조 관련 법령을 정리하고자 하는 시도가 여기 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개별적인 입법 시도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외교통상부의 통합법안 : ‘국제개발협력법’

외교통상부는 2003년경 대외원조와 관련한 통합법안을 내 놓았다. ‘국제개발협력법’이라는 명칭의 이 법안은 지원 대상을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선정하는 원조 수원 대상에 포함된 지역 또는 국가로 특정하고, 개발협력정책위원회라는 단일기구를 설치하여 대외원조 정책을 결정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또한 무상원조와 유상원조의 일관성과 보완성을 제고하기 위한 상호 노력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무상원조는 외교통상부가, 유상원조는 재정경제부 장관이 각 관할하도록 하고, 각 해당 업무를 한국국제협력단과 한국수출입은행에 위탁하도록 하여 기본적인 사업 진행 구조는 현행 법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 준다. 더욱이 개발협력정책위원회를 외교통상부 산하에 두고, 개발협력을 위한 중기계획을 외교통상부장관이 수립하도록 하여 전체적인 운영에 있어서 외교통상부를 우위에 두고 있어 업무의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의 소지는 여전히 남겨 두고 있다. 한편 외교통상부의 법안 역시 대외원조 사업의 외부적인 감사에 관하여는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김부겸 의원의 통합법안 : ‘대외원조기본법’

‘대외원조기본법’이라 칭한 이 법안은 개발도상국을 OECD 개발원조위원회가 정한 개발원조대상국 중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무상원조와 유상원조의 시행 관련 사항을 별도의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각 업무의 분장에 관하여 유상원조는 재정경제부장관, 무상원조는 외교통상부장관, 지방자치단체 시행의 경우는 행정자치부장관이 관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외원조 관련 업무의 총괄을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 하에 대외원조정책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간 위원을 임명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고 있다. 이 법안은 사업의 평가에 관하여 규정을 두고 있는데 국무총리가 매년 대외원조사업의 추진 실적을 평가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법안은 민간해외원조 단체의 지원 규정, 대외원조에 대한 국민 홍보 규정, 대외원조 관련 전문인력 양성 규정, 대외원조 통계 작성과 제공 규정과 같은 독특한 규정을 두고 있다.

김부겸 의원 법안은 단일 기구를 국무총리 소속 하에 둔 점, 사업 평가, 단체 지원, 홍보, 인력 양성, 통계 작성과 제공 등을 볼 때 현행 ODA 법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을 여러 가지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단일 기구의 설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경우에 따라서는 행정자치부까지)로 업무 주체가 분리되고, 국제협력단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업무 수탁을 받아 실제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단일기구를 설치한 의미를 심각하게 퇴색시키고 있다. 또한 사업 평가의 기준이 불명확하고 평가가 행정기관 내부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을 남기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헌장 : ‘국제개발협력헌장’

통합법의 형태로 입법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법률이 아닌 헌장 수준의 선언으로 ODA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도 있다. 재정경제부는 ‘국제개발협력헌장’이라는 일종의 정책선언을 채택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 헌장은 범지구적 가치와 국익의 조화를 추구하는 목표를 내세우고, 중점지원분야와 우선순위를 정하여 지원 대상을 결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의 이러한 시도는 대외원조 사업에 관한 한 통합법 제정시 외교통상부가 주도권을 잡을 수밖에 없음을 고려하여 법률적 차원이 아닌 정책 선언 정도의 수준에서 자기 부처의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 내용적인 면에 있어서도 ODA의 기본 정신인 국제적 연대와 나눔의 정신보다는 국익을 우선시하는 입장을 전면에 드러내고 있어서 ODA의 기본적인 정신을 담는 헌장으로서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평가된다.

정의용 의원의 ‘국제빈곤퇴치기금 설치안’

법률적 차원의 입법에서도 통합법 형태가 아니라 기존의 법률에 대한 일부 수정으로 ODA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시도도 등장하였다.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이 발의한 한국국제협력단법 개정안은 국제선 항공권 1장당 1000원의 기여금을 재원으로 하는 국제빈곤퇴치기금을 설치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기금은 ‘빈곤ㆍ질병퇴치를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사용될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 법안은 국민이 직접 기여금을 출연하는 과정을 통해 ODA가 추구하는 국제 연대의식을 체험함으로써 ODA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재원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지원대상을 어느 범위로 할 것인지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고, 기금의 적립, 사용에 관한 정보 공개와 사후적 감사에 관해서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국민의 관심을 유발하는 기여금이 항공요금을 조금 더 비싸게 하는 불편한 부담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투명한 기금 집행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더 고민될 필요가 있다.

ODA 법제의 방향 : ODA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

ODA 관련 법안 자체를 만드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법안의 형식도 단일한 통합법의 형태이든, 무상과 유상원조을 별도로 규율하는 형태이든, 심지어는 단순한 헌장만으로도 법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될 수 없다. 문제는 우리가 ODA를 왜 고민하고, ODA를 통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과 우리가 국제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구체적인 입법의 형식과 개별 제도들의 내용들은 현실적이고 기술적인 수준에서 만들어 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ODA의 존재이유와 그 목적에 대한 고민이 성숙되지 못한 상태에서 법안을 작성한 주체의 부처 이기주의를 반영함에 지나지 않는 기존의 몇몇 입법 시도들은 ODA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나마 외교통상부안이나 김부겸 의원 안은 타 부처의 반발로 인한 조정과정에서 입법안이 제안된 지 2~3년이 지나도록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의 입법 동향들을 보면서 향후 ODA 관련 법제의 개정 방향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우선 무상원조과 유상원조을 아우를 수 있는 단일 법체계가 필요하다. 법 형식 자체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현재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가 보여주고 있는 부처간 이기주의적 행태 하에서 양 원조형태 사이의 유기적 연계성이 보장되는 제도를 만들어 가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양 부처를 함께 관할할 수 있는 상급기관에 의해 대외원조 사업이 관장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원조 대상은 대상국의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지 우리나라와의 관계 등 정치적 원인에 의해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률 또는 최소한 대통령령 수준에서 지원 대상국의 자격 또는 구체적인 대상국을 특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부기관 주도로 진행되는 대외원조 사업에 민간 인력의 참여 폭을 넓혀, 사업의 진행 및 사후 평가 또는 감사의 과정에서 개입하도록 함으로써 정책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철(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ODA감시팀)


* 뉴스레터 원본 첨부.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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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ODA정책감시 뉴스레터 7호



지난 호까지의 글들에서 독자들은 한국 정부의 대외원조 사업을 대강 일별한 셈이다. 마음에 드는 구석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OECD 회원국 운운하는 것에 비해 대외원조의 규모가 형편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일테지만, 그 적은 규모의 원조액이나마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마음을 놓기 어려운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ODA에 관한 각종 여론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우리 국민들은 개발도상국 대외원조에 높은 비율로 찬성하지만, 대외원조의 효과나 기여도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를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이 대외원조의 효과나 기여도에 낮은 점수를 주는 것은 단순한 감이 아니다. 상당한 근거를 가진 적절한 인색함이다.

수원국의 수요가 체계적으로 조사되지 않은 채, 수원국의 주요인사가 우리 정부를 방문했을 때 사업을 요청하면서 1차 사업이 시작된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 수원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2, 3차 사업으로 연장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처럼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사업 지연, 예산 초과 등은 물론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일까지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사례만 우리를 불신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어처구니없이 연수를 한다면서 교육보다 관광에 시간을 더 많이 배정한 경우도 있다. 그나마 30%에 불과한 교육시간에는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교육생들에게 영어로 전문교육을 실시했다고 하니, 어느 국민이 사업의 효과성에 대해 선선히 높은 점수를 주겠는가?

하지만, 필자를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사실은 다른 무엇보다도 사업에 대한 사후평가작업이 매우 소홀하다는 것이다. 제3자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는 물론 자체 사후평가보고서조차 작성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사후 평가체계의 허술함은 이후 사업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기관이 평가 및 사후 관리 시스템의 정비를 주문하고 있지만, 말만 무성할 뿐이다. 지난 3월 열린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첫 회의에서 보고된 ‘2006년도 국제개발협력 추진계획’ 자료에도 상반기 중으로 「평가소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버젓이 밝히고 있지만, 9월이 다가도록 감감하다.

이 글에서 평가의 중요성을 밝히는 것은 새삼스럽다. 하지만, DAC(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의 ‘개발협력사업 평가 원칙’에서 ‘사업의 적절성 및 목표 달성 여부, 효율성, 효과성, 영향 및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진행 중 이거나 완료된 프로젝트, 프로그램 혹은 정책 및 그것의 계획, 실행 및 결과에 대한 가능한 한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의미’ 하는 평가의 정의와 ‘평가를 통해 얻은 교훈을 활용하여 차후의 원조사업을 개선하는 것과 대중에 대한 정보공개를 통해 원조사업의 책임성의 기초를 제공하는 것’ 이라는 평가의 목적을 상기할 필요는 있겠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는 평가를 고작 국제개발협력 실적 정도의 개념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듯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개발도상국 어느 나라에 얼마의 금액이 지원되었는지 뿐 아니라 그런 지원이 수원국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지구촌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정당한 요구이다. 그래서 세계개발센터(Center for Global Development)는 부유한 국가들의 대외정책이 빈곤국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지, 폐해를 주는지 조사를 하여 발표하기까지 한다. DAC가입 국가들만을 대상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개발공헌도지수(CDI)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ODA규모가 큰 일본의 경우조차 선진국 20여 개국 중에서 수년 째 최하위를 기록하는 것을 보면 대외원조 사업을 그저 양적으로만 평가하는 한국 정부의 순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대충 짐작이 된다.

성실한 사업 평가가 이루어지려면 적정한 평가지표와 객관적인 평가위원회의 구성이 우선적이다. 필자의 일천한 경험으로도 평가를 객관적으로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충분히 알고도 남는다. 전문성 부족에서 기인하는 주관적이고 일면적인 평가는 쓸데없다.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또한 독립적이지 않은 평가는 신뢰를 얻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원조의 역사가 짧은 관계로 ODA 관련 전문 인력집단이 매우 적은 편이다.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는 정부의 하소연을 실감할 수 있다. 시민사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언제까지 인력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원을 양성하고 개발하는 노력과 더불어 시급히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만들어 대외원조의 책임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사업자들의 부실한 보고 수준을 고려한다면. 자체 평가 외에 제3자의 독립적인 평가가 절실하다. 수원국 NGO와의 협력에 기반을 둔 평가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평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대외원조의 가치에 바탕을 둔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엄격한 평가시스템을 갖추는 일만큼 중요하다.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이미지 개선이나 기업들의 해외진출 같은 국익우선 관점보다 빈곤이나 질병 퇴치 등 인도주의적 목적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뉴스레터 5호 참조) 이에 비추어보았을 때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스스로의 목적을 ‘우리나라와 개발도상국가와의 우호협력관계 및 상호교류를 증진하고 이들 국가들의 경제사회 발전을 지원함으로써 국제개발협력을 증진하는 것’으로 두고 있는 것은 대외 원조에 대한 관심과 행동이 증대되는 국제적인 추세에 맞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지구촌 시민사회의 좋은 이웃이 되려는 우리 국민들의 뜻에 못 미친다.

이러다보니 한국의 ODA는 UN이 지정한 극빈국가보다는 중국 등 한국 기업 진출이 많은 동아시아 국가의 비중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뉴스레터 4호 참조) 이런 무원칙한 지원 실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ODA의 원칙을 되살리는 것이 유일한 방도이다. 물론 현재 변변한 ODA헌장조차 없어 대외 원조의 목표와 원칙이 무엇인지, 어떤 가치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지 분분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새천년개발목표(MDGs)수준으로의 합의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ODA의 근본 목적을 상기시키는 평가규정을 가질 때 비로소 한국 국민들은 수원국 주민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될 것이다. 필리핀 사우스 레일 철도사업의 예처럼 사업 개시 수십개월이 지나도록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해당 주민들과 충돌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당황스러워하는 국민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대외원조 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해서 해당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평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일본 외무성의 대외 원조 평가 항목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의 부족으로 인한 장애요인은 없나?’라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 항목까지 갖추지 못하더라도 사업수행에만 매달려 매 사업단계마다 최소한 이루어져야 할 사업 평가를 무시하고 그 중요성을 간과하는 구태는 시급히 청산해야겠다. 사업 평가를 의무시하는 관점이 절실하다. 사업평가는 독립적인 평가단위에 의해 객관적인 지표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엄격한 기준에 의해 이루어진 평가가 국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대외원조 개선 종합대책은 미래의 장밋빛 청사진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고 과거를 평가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박영선(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 뉴스레터 원본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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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ODA정책감시 뉴스레터 6호



"공여국 정부는 자국 시장에 대한 개도국의 접근 보장, 빛 탕감 그리고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서 수원국이 진실로 필요로 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적개발원조는 너무나 오랫동안 적합하지 않은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예측이 불가능할 만큼 계획적이지도 못하였으며, 수원국의 요구 보다는 공여국의 이유에 따라 추동 되어 왔다" (Kopi A. Annan, "In Larger Freedom," 2005)

국가들 사이의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남반구의 가난한 국가 사람들은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보호 받지 못한 채, 깨끗한 물 한 방울을 갈구하며 질병과 굶주림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새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에 유엔 회원국들은 빈곤의 문제를 국제 사회의 최우선 의제로 삼으며, 새천년개발목표를 설정하고 2015년까지 ODA를 국민총소득의 0.7%까지 증액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공여국 정부들은 여전히 ODA의 증액을 여러 가지 조건을 내세워 머뭇거리고 있으며, 그동안 공여국의 정치 목적과 경제 이익에 따라 무분별하게 제공되던 ODA 관행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는 정부들에게 합의 사항을 강제할 수 있는 마땅한 기제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각 정부들도 불간섭 원칙을 이유로 타 정부에게 이행을 강요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각 정부들을 합의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관건은, 국제적 차원에서부터, 지역, 그리고 개별 국가 차원에 이르기까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감시 활동뿐이다.

시민사회의 감시 필요성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여전히 정부를 제외한 다른 주체들의 권리와 역할을 임시거나 특정한 분야에 한정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ODA에 있어 시민사회의 등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즉, 시민사회가 국내의 시선을 벗어난 국제무대에서 이루어지는 자국 정부의 외교 활동을 감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합의가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동은 국제사회의 합의 사항에 대한 국내 이행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다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불균등한 부의 편재와 지구촌 빈곤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ODA 문제에 대해서, 그 의제 설정에서부터 정책의 합의 결정, 이행, 그리고 평가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쳐 참여하면서 정부간의 정책 형성에 비판적 개입을 시도하고 있고, 현장에서는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ODA 감시 활동은 크게, 빈곤 국가들의 현실을 널리 알리며 ODA 증액 합의에 대한 각 국가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것과, 제공된 ODA가 수원국에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활동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의 감시 활동이 이 두 가지를 뚜렷이 구분하여 활동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이 글에서는 활동 방식이 아니라 활동 대상 지역으로 구분하여 개괄하고자 한다.

지구적 차원의 감시

'Global Call to Action against Poverty'는 2005년 세계사회포럼을 계기로, 그동안 분산적으로 이루어지던 시민사회의 활동을 조정 통합하여 체계적으로 지구촌 빈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시민사회 네트워크로 출범하였다. 중점 활동으로는, 개발 원조로 2달러를 받고 26달러를 부채 상환으로 지출하고 있는 빈곤 국가의 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이들 빈국에 대해서 빚을 탕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선진국들이 세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도국의 시장을 완전히 개방할 것을 강요하면서, 자국의 시장에 대해서는 각종 이중적 기준을 내세워 개도국 상품의 자국 시장 접근을 막고 있는 불공정한 무역 실태에 저항하여 '무역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 세계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리고 인권에 기초한 평가 기준으로 ODA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작년 유엔세계정상회의에 새천년개발목표들에 대한 각 국 정부 보고서에 대한 반박 보고서를 제출하여 정부 보고서의 투명성을 높이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Make Poverty History Coalition'이나 'The Reality of Aid'와 같은 연대체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사안에 따라 일시적으로 강력한 결합체를 형성하기도 하고, 상시적이고 느슨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유엔을 비롯한 OECD, G8, 국제금융기관 등 국제 원조 체제의 국제기준 형성 과정에 참여하여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평가와 이행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지역 차원의 감시

지역 차원에서도 유럽과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민행동 조직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북반구의 자의적인 판단과 이유에 근거해서 행해지던 그 동안의 ODA를 비판하고, 남반구의 필요에 적합한 ODA 정책을 수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수원국 내에서도 소외와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커뮤니티와 사람들의 필요를 가장 우선적으로 하고 실질적으로 그들의 인권을 증진시킬 수 있는 ODA 프로그램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frican Monitor'는 아프리카 지역을 위한 ODA가 어떻게 선정되고, 누구에 의해 어떻게 ODA 프로그램이 운영되는가에 대한 감시 활동을 통해서 왜곡과 부패가 만연한 ODA 프로그램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

'European Aid Watch'는 유럽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로 유럽 국가들의 다자간 혹은 양자간 원조가 통합적이고 체계적 기준을 통해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동시에 유럽 공여국들이 어느 한 국가가 아니라 공통으로 국제사회의 합의사항에 대한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집단적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어느 한 국가도 예외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

개별 국가 차원의 감시

시민사회의 ODA 감시활동은 개별국가 차원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주로 자국 정부로 하여금 국제사회의 합의사항에 대해 준수하고 이행하도록 촉구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자국 정부의 ODA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는 현장을 방문 조사하여 현지의 시민사회와 함께 자국 ODA의 효율성을 경제적 측면뿐 만 아니라, 인권적, 환경적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Care International, One World Action, Oxfam International, Progressio와 같은 국제적 규모의 단체들은 국내적으로는 주로 자국 정부의 ODA 규모에 대해 집중하면서, 현지의 지부에서는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인들의 자립을 도와 장기적으로 현지민들이 스스로 국제사회와 정부의 정책 형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조성에 치중하고 있다. 또한 단체 스스로의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개도국으로부터 전문가와 연구자를 고용하여 그들이 스스로 단체를 대표하여 국제사회 혹은 개별 공여국 정부, 그리고 일반 대중에게 ODA의 증액의 필요성과 현지의 필요에 기초한 정책의 필요성을 전달하도록 하는 로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외에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무엇보다도 자국의 ODA가 수원국 정부가 주도하는 개발사업에 투여되면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와 환경파괴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 일례로,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버마, 베트남에 이르는 메콩강 유역의 개발에 막대한 일본의 ODA가 투입되고 있는데, 현지인에 대한 강제이주, 강제노역을 비롯한 온갖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규모 댐 건설 등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토양이 오염되어 자연환경에 의존하며 살아온 현지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국내 난민으로 떠돌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서 환경, 인권, 노동 등 다양한 단체가 연대체(Mekong Watch)를 형성하고 현장조사를 통해서 이러한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자국 정부의 ODA정책이 인권에 기초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한편, 현지의 NGO들과 공통으로 인권침해의 희생자들이 스스로 구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일명: Objection Procedures)을 만들어 이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국제적, 지역적, 개별 국가적 차원에서 시민사회 단체들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외국의 단체들도 국제적 합의에 대한 자국 정부의 이행을 감시하는 데에 있어서는 뚜렷한 활동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한 실정이다. 서구의 단체들은 자국의 ODA의 증액을 문제 삼는 정도에서 감시 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공여국과 수원국이 섞여 있는 아시아 지역의 단체들은 좀더 진보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ODA프로그램이 유발하는 노동이나 인권, 환경 문제에 대해서 사안별로 접근하는 제한된 활동에 머물러 있다.

지구촌 양극화와 빈곤의 해결이 국제적 목표로 부상한 현 시점에서 빈곤이 단순히 경제적 수치로 평가되거나 비민주적 정부에 의해 정치 의제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참여와 감시가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젠 ODA에 대한 기존의 부분적이고 산발적인 감시 활동을 넘어서 통합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ODA의 원칙은 인권과 평화 그리고 환경적 가치에 기초한 것이었을 때, 비로소 '빈곤퇴치를 통한 인류의 공존과 평화'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합의를 이끌고, 그러한 합의에 기초하여 자국 정부의 정책과 집행, 효율성을 통합적으로 평가하고 감시할 역할은 지구촌 시민사회의 몫이다.

김신(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 뉴스레터 원본 첨부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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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ODA정책감시 뉴스레터 5호



※ 편집자주: 국무조정실은 공적개발원조에 관한 국민여론조사를 지난 2005년 8월 18일에 실시했다. 여론조사기관 TNS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대외공적원조(이하 ODA)정책을 둘러싸고 대통령의 발언을 비롯해 각 부처의 입장들이 돌출적으로 터져 나오고 그랜드 플랜이 발표되고 있지만, 현재 ODA정책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오롯이 아는 국민들은 드물다. 정책 집행과정은커녕 어떻게 정책이 수립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 온전한 평가일지도 모른다. 무릇 정책이란 그 안에 수립해야 할 정책 목표와 수단을 가지고 있는 바, 그 정책 목표와 수단에 대해 공론의 과정이 생략되고 사회적 합의가 성실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제대로 추진되었다고 하기 힘들 것이다. 공론과 합의의 바탕은 국민들이 내는 다양한 의견이다. 특히 ODA정책의 경우 정부가 ODA 규모를 향후 5년 동안 0.1%로 늘린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데, 이처럼 국민들의 경제적 분담이 필연적으로 예상되는 정책은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경청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한국 시민들이 지구촌의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은 ODA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과연 우리 국민들은 ODA정책에 대해 어떤 목소리들을 내고 있을까? 국민들의 의견을 살펴보기 위해 2005년 8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공적개발원조에 대한 여론 조사를 분석해보았다. 2006년에도 여론 조사를 실시했으나, 조사 결과에 대한 미묘한 분석이 예상되어 공개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2005년 여론 조사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최근의 데이터인데, 이 조사는 ODA정책에 대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걸음마 정책, 뜀박질 국민

빈곤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2000년 유엔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이후 국제적으로 대외개발원조에 대한 관심과 행동이 증대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정부 부처와 시민단체가 대외원조규모의 증액을 포함한 ODA정책에 관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에 공적개발원조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시민은 37.1%에 불과하다.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39.3%)를 합산할 경우 76.4%로 늘어나지만 조사대상의 1/3정도만이 공적해외원조 사실 자체를 인지하고 있다는 결과는 ODA에 대한 국내외의 활발한 논의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의 반 정도가 인지하고 있는 반면 20대는 4명 중 1명만이 안다고 응답하였는데,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정부의 대외원조 제공을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62.3%가 긍정적 대답을, 34.2%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 찬성하는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약 두 배 가량 높다. 이는 전통적으로 대외원조에 정책우선 순위를 두는 북구 국가들(네덜란드 87.8%, 덴마크 83.6%, 스웨덴 83.1%)이나 원조혜택을 많이 받은 남부 유럽국가(스페인 95.1%, 그리스 87.3%)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미국의 46.3%보다 높고, 프랑스, 핀란드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CPDS 보고서, 2003). 국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거나 원조의 비효과성 때문에 반대하는 여론은 모두 9% 미만으로 경제상황을 이유로 반대한 의견보다 현격하게 낮았다.

응답자들은 정부의 대외원조에 찬성하는 이유로 ‘개도국의 빈곤과 질병퇴치가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기여하기 때문’(28.9%), ‘과거에 우리나라도 외국의 원조 혜택을 입은 것에 대한 국제사회에 빚을 갚아야 한다’(27.7%), ‘국제적 이미지나 국가위상 제고 때문’(23.6%)이라고 답했다.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이라는 직접적 경제적 이익은 18.6%로 가장 적었다. ‘세계평화와 공영’이라는 보편적 가치 추구와 국가위상 제고와 같은 집단적 자긍심이 주요 찬성 이유이다. 과거 원조수혜에 대한 보답에 관한 응답 역시 간접적이지만 우리자신에 대한 존중차원으로 해석된다. 반면 단기적 경제적 이익 때문에 대외원조를 찬성하는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1/5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원 확보, 시장개척, 경제교류확대와 같은 단기적 차원의 정책목표보다는 우리의 보편가치와 세계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정체성을 명확히 밝히는 대외정책기조 수립에 우선적 가치를 두는 이런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원조정책 개선방향에도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80%에 이르는 높은 시민 의식에 화답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대외개발원조 규모에 관한 조사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우리와 국민 소득이 비슷한 포르투갈과 그리스가 평균적으로 국민총소득의 0.2% 정도를 대외원조로 제공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현재 국민총소득의 0.06%만을 제공하는 수준임을 설문지에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제발전 수준이나 국력 등을 감안할 때 대외원조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한 의견은 47.6%에 그쳤다. 60%가 넘는 대외원조 찬성 응답자의 비율을 고려해보건대, 다소 낮은 응답률이다. 그러나 향후 5년 안에 대외원조 금액을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0.1%로 증액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국민 10명중 약 7명이 긍정적 견해를 보였다. 이는 당장 원조증액에는 적극적이지 않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의 원조 규모 확대는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대외원조 대상국 및 지원분야 결정시 우선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대외원조 찬성 이유와 일관되게 ‘인도주의 실천’과 ‘개도국의 빈곤퇴치’가 각각 24.6%, 39.5%로 우선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였다. 반면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이나 정치 외교적 협력관계증진은 모두 한자리 숫자에 그쳤다. 이와 연관된 질문으로 우리나라의 대외원조가 어떤 분야에 가장 크게 기여했는가를 물었는데, 70%이상이 ‘국제적 재난구호 등 인도주의 실천’이나 ‘국가 이미지 향상’, ‘개도국의 빈곤퇴치’라 답했으며, 정치, 경제적 이익에 기여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1/4정도였다.

대외원조가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관해서는 41.9%가 원조의 비효과성을 들고 있다. 우리의 경제적 이익만을 고려한다는 의견과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과 상관없이 이루어진 결과라고 보는 응답은 각각 18.9%와 17.7%였다. 캐나다의 경우는 37%의 국민이 수원국의 부패와 제도적 인프라의 부족으로 효과가 없다고 응답하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할 지역으로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44.5%가 기아와 난민 문제가 심각한 ‘아프리카 지역’을 선택했으며, 우리와 인접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24.4%의 응답자가 꼽았다. 그러나 지난 호 뉴스레터인 ‘ODA 누구에게 어떻게 지원되나’에서 지적했듯이 한국의 ODA는 지난 3년간 무상원조의 약 60% 이상, 지난 5년간 유상원조 역시 55% 이상이 아시아에 집중되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경우는 11.1%에 불과했다. >>여론 조사 결과 (다운로드)

위의 결과에서 보다시피, 2005년 8월 조사는 원조정책의 방향, 규모, 기준, 대상 모든 면에서 현재의 정부 원조정책과 국민 여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한 차례의 여론조사 결과로 대외원조 정책에 관한 시민 의식을 정확하게 분석하기는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결과에서 보여주는 시사점을 무시한다면 한국의 ODA 정책은 본연의 가치와 점점 멀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계속되는 경제적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세계 시민으로의 역할에 대한 자각을 조금씩 높여왔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여전히 낡기만 하다. 한마디로 국민은 뛰고 있는데, 정책은 걸음마만 되풀이하고 있는 꼴이다. 국민의 뜻과 맞닿아 있지 못한 정책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 거리를 어떻게 좁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한국적 개발원조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데 중요한 나침반이 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손혁상(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 뉴스레터 원본 첨부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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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ODA정책감시 뉴스레터 4호



2006년 1월 설치된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지금 분주할 것이다.

2010년까지 유상원조(EDCF)와 무상원조의 예산을 단계적으로 2배 증액하게 됨에 따라 재정경제부와 수출입은행,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각 단위에서 지원계획의 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과의 경제협력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시장진출과 긴밀한 관계가 있으며, 이는 수출입국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에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새삼스레 일본과 중국의 원조 자금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아시아 시장을 공략해 버릴까봐 재경부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이제까지 별다른 전략 없이 대통령이나 총리의 해외순방에 선물상자처럼 사용된 무상원조는, 관행은 유지하되 새로운 혁신 전략을 만드느라 쓸데없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실 원래의 원조 목적에 충실하게 대상국과 사업내용을 정하면 되는 일일 것이다. 그동안 잘못된 ODA 관행을 바로 잡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이 기관들이 중장기 원조정책을 수립한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분주한 논의의 방향이 또 다시 국익이나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되풀이될까 우려된다.

ODA(공적개발원조)의 정의를 다시 보자.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과 복지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양허적 성격으로 10%의 할인율을 적용하여 증여율이 25%이상이어야 하며, 수행 목적과 주체, 지원조건이 이를 모두 충족해야 ODA로 분류된다. 군사, 종교적 목적의 지원이나 학술 및 문화교류차원의 지원은 ODA에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KOICA는 웹사이트(www.koica.go.kr)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2000년대 ODA 지원사업 추이

여기서 유상원조와 무상원조가 지난 몇 년간 어떤 사업에 지원되어 왔는지 살펴보자.

KOICA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평균 110~130 나라에 1천억~1천5백억원씩 지원하였다.

무상원조는 기술협력과 증여성 원조로 나뉘어 집행된다. 기술협력은 연수생초청, 전문가 파견, 의료단 및 태권도 사범 파견, 봉사단 파견, 개발조사 사업 등으로 무상기술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이 중에서도 연수생 초청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증여성 원조는 물자 또는 자금을 공여하는 사업으로 기자재 공여, 프로젝트형 사업 및 재난구호사업으로 구분된다. 1980년대까지 증여성 원조는 기자재 제공이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나 최근 들어 프로젝트형 사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지원사업의 중점 추진방향은 인력개발(HRD)과 IT등 수원국의 개발수요에 부합하고 한국의 비교우위지식 및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협력사업을 확대하고, 성과 위주의 사업관리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정상간 약속 사업,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정부수반의 방문시 선물들이 많은 경우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도 아주지역 아세안 후발개도국인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에 협력사업의 60%까지 배정하겠다고 했으나, 결과로는 정당치 않은 전쟁을 돕느라 이라크에 집중 지원하고 있다. 이라크에 연간 예산의 35%가량이 지원되는 것 역시 ODA가 개발지원이 아니라 외교적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극단적 예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세계적으로 빈곤을 퇴치하고자 약속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권고대로 최빈국에 우선 지원되어야 할 무상원조는 아래 표에서 보듯 2004년에 3 나라, 2005년에는 캄보디아와 미얀마 2 나라뿐이었다.

인적 자원 개발의 경우 주요사업이며 많은 예산이 배치된 사업이 개도국 연수생 초청이다. 1991년부터 2005년까지 총 21,899명의 개도국 연수생을 초청했다. 그런데 교육 연수 프로그램은 몇 주짜리 단기교육만을 수행하는데, 이러한 단기 연수로는 신사유람단식의 겉핥기 교육이어서 기술이전과 같은 경우는 기대하기 어렵다. 공과대학과 농과대학 등에 입학지원을 하여 실질적인 기술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장기화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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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원조(EDCF)는 지역별로 아시아에 55.8%, 중남미에 8.1%, 아프리카에 11.1%, 동구,CIS 에 13.6%, 중동10.5%를 지원했다. 분야별로는 90년대까지 교통, 통신, 에너지 등 경제인프라 위주로 지원해 오다가 2000년대 들어 교육, 보건 사회 등 사회인프라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 내용을 더 자세히 보면 2000년부터 2005년 사이 34국에서 총 82개의 사업을 신청했고, 승인했거나 진행중인 사업은 총 39개이다. 최다 수혜국인 중국은 앞서 지적했듯 자체적으로 개발원조를 주변국에 확대하고 있는 중저소득국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 5년간 12개의 신청 사업중 2개 사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승인되어 집행중인데 도로건설이 4건이고 쓰레기 처리장과 하수오물처리장건설을 포함하면 경제인프라부문에 매우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구촌의 빈곤타파를 위해 쓰이는 ODA가 최빈국에 지원되는 대신, 1인당 GNI(국민총소득)가 고중소득국에 해당되는 코스타리카나 터키에 각각 3천만 달러 상당의 기금으로 병원을 건립해주고 교육정보화 사업(IT)을 지원한 것은 향후 지양해야 할 대목이다.

또 미얀마 정부는 아웅산 수치와 같은 민주투사를 장기 연금하며 민주화를 늦추면서 자국민들을 강제노동에 끌어내는 등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심지어 미얀마 민족민주동맹은 자국의 민주화를 위해 빈국으로 전락하고 있는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민주화 과정을 중재하거나 도와주는 대신 군사정부를 지원해 전자정부를 만들어 주는 프로젝트는 시민사회가 동의하기 힘든 원조이다.

재경부가 지난 해 말 발표한 58개 전략대상국에는 최빈국보다는 전략적 대상으로 아세안 주요국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이 최우선 되어야 할 것으로 권장하고 있다. 분야 역시 디지털 강국인 한국이 우리기업 밀집지역에 중점지원하여 해외진출의 기반을 조성하고 경협효과를 극대화한다는 ODA의 원 목적과 거리가 먼 전략이 수립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우리나라의 비교우위사업 정보통신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자”는 취지하에 ODA 무상원조를 EDCF에 연계하여 실행함으로써 국가이미지를 제고한다는 방안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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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 시대 재경부 스스로 우려하듯 일본과 중국은 다투어 아시아 시장을 점거하기 위해 대외원조를 늘리고 있다. 그들은 전략없이 증액하겠는가. 문제는 국익의 시한을 보는 시간의 차이이다. 국가 이미지란 하루 아침에 우리의 이익도 챙기면서 동시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한국이 국제사회의 좋은 이웃으로 신뢰받는 경제협력을 하겠는가 아니면 단기적 자금 환수와 납세부담을 줄이는 유상원조로 자국기업의 해외진출만을 도와주다 일본과 같은 비난을 받을 것인가.

국익차원을 넘어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전 지구적 빈곤을 퇴치하려는 성숙한 자세가 절실하다. 지금 대외정책을 수립하고 전략논의를 할 때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양영미(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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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대위원회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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