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오늘(11/4) 난민신청불허처분이 난 버마활동가들에 대한 탄원서를 버마활동가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지난 8월 13일 8명의 '버마행동' 활동가들은 난민신청 불허처분이 되었고 이에 따른 항소 재판중에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버마헹동' 활동가들에게 하루 빨리 좋은 소식이 전해시기를 소원해 봅니다.    


 

탄 원 서

이름: 참여연대 
주소: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132번지
연락처: 02-723-5051


국제사회의 수치, 미얀마 군부 독재

1988년 민주화 운동을 피로 물들이며 집권한 현 미얀마 군부는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기 책임 하에 치른 총선거 결과마저 무시하고 정당성 없는 무단통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군부는 국가가 국가로서 저지를 수 있는 온갖 범죄들, 즉 정치적 반대자 탄압과 감시는 물론이고 소년병 강제징집, 소수종족에 대한 무임 노동 강요와 전통문화 말살, 마약거래 묵인과 조장, 개발을 명분으로 한 토착민 강제 추방 등을 백화점식으로 저지르고 있습니다. 2007년에는 연료비 폭등으로 인한 민생고 가중에 항의하는 스님들의 평화적인 시위마저 유혈로 진압하고 그 과정에서 외신 기자를 조준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러 전 세계를 경악시킨 일도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의 이 같은 추악한 통치를 단지 남의 나라 내부의 일로 볼 수는 없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는 아세안(ASEAN) 가입국들조차 미얀마를 수치스럽게 여겨 지난 2006년 미얀마가 순번제로 맡게 되어있는 아세안 의장직을 포기하도록 종용한 사실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새로운 국제연대의 장을 개척해 온 ‘버마행동’ 

미얀마를 떠나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들 가운데 군부의 정치적 억압을 피한다는 목적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군부의 실정과 약탈로 인한 경제적 궁핍을 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한국에도 그런 이유로 상당수의 미얀마인들이 이주해 와 크고 작은 다양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버마행동’은 2004년 인권과 민주주의, 국제연대라는 가치를 설정하고 시민운동을 수행해 온 자율적인 소모임입니다.

‘버마행동’이 수행해 온 그간 활동을 보면, 버마 내의 가스개발 문제와 관련된 국제연대 활동, 버마 양심수 석방을 호소하는 자전거 캠페인 등 잘 알려진 인권운동 외에도 버마 민중가요 음반을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버마는 물론 전 세계에 배포함으로써 큰 호평을 받는 등 문화 부문에서도 창의적인 활동을 벌였고, ‘버마행동’ 소속 피탄원인 중 일부는 2008년 초대형 사이클론이 미얀마 남부 이라와디(Irrawaddy) 삼각주에 큰 타격을 입힌 뒤 대한불교조계종이 국제구호활동을 전개하는 데 결정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제 인도주의 활동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정치단체가 아님에도 박해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버마행동’이 그간 전개한 다양하고 유연한 국제적 시민단체 활동들은 이 단체가 특정 정당의 해외 기관 또는 산하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바람직한 효과를 낳았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미얀마 정부가 정상적으로 구성된 민주정부라면 이러한 활동만을 이유로 박해가능성을 운운할 여지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폭압적인 통치를 반세기가 되도록 지속해 왔고, 특히 근래에는 2010년으로 예정된 총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반체제 인사들을 체포하는 ‘터 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지난 일 년 사이 정치범 수가 거의 배로 늘어난 2,100명으로 추산됩니다).

지난 8월 13일 서울행정법원은 미얀마 군부의 피탄원인들에 대한 박해가능성을 부인하는 근거의 하나로 “미얀마 본국에 있는 반정부단체나 민주국민연맹(NLD)와는 아무런 연계도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와 같은 연계가 없었기 때문에 더 유연한 활동이 가능했고, 연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박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전후 정황을 감안한 우리의 생각입니다. ‘버마행동’과 민주국민연맹(NLD) 한국지부는 인적 구성이나 지지․후원자, 후원활동가 등 여러 자원을 사실상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있고, 민주화 캠페인이나 인권 캠페인 등 정치활동 분야에서 긴밀히 연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미얀마 정부가 모른다거나 또는 안다 하더라도 묵인하리라는 가설이 성립될 여지는 극히 적습니다.

우리는 ‘버마행동’이 결성되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그 소속 피탄원인들과 한국사회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연대활동을 해왔습니다. 이주노동자로서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도 잠시 휴식의 유혹에 빠지는 법 없이 넉넉지 않은 자신들의 시간과 돈을 할애해 시민적 가치 제고에 헌신하는 이들의 모습은 이미 이들이 한국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증진시키고 국제 평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피탄원인들은 우리 국민들이 국경이라는 편협한 경계를 넘어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진지하게 돌아보도록 가르쳐 주는 교사들입니다.

이와 같은 점을 두루 판단에 감안하여 주실 것을 탄원합니다.


2009년 11월 3일
탄원인:  참여연대  (인)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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