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협-347번째 정기 수요시위 성명서
찌는 듯한 더위와 폭우에도, 북풍한설의 한겨울에도 우리들의 수요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무려 삼백 마흔 일곱 번의 지치지 않는 시위에도 불구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군국주의의 멸망과 일본제국주의의 천인공노할 만행이 세상에 드러난 지 오래지만, 그 죄과를 책임지려는 일본당국의 성의 있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늘의 일본당국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군국주의의 정통성을 계승하며 아직도 야만의 세계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아니면 도덕과 양심의 그곳으로 진정 나아가길 원하고 있는가? 우리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빼앗긴 순정, 책임자를 처벌하라"라는 그림으로 일제의 천인공노할 만행을 규탄하셨던 고 강덕경 할머니가 유명을 달리하신 지 두 해만에 오늘 우리 가운데서 되살아나고 있다. 고인의 2주기를 맞이하여 고인의 유지를 받들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일일이 지문 서명함으로써 고 강덕경 할머니의 초상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쟁망령들이 아직도 일본열도를 휘감고 완강한 저항을 벌이고 있는 한, 죽은 이는 부활로, 살아 있는 이는 줄기찬 투쟁으로 일본정부의 공식적 사죄와 국가차원의 배상을 강력히 요구할 것임을 천명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21세기를 불과 1년여 앞둔 오늘, 폭력으로 얼룩진 20세기의 유산인 '위안부'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은 반드시 응징되고, 그 후과를 치르고야 만다는 역사적 교훈을 만들고자 한다.
지난 8년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우리 민간단체들은 일본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범죄의 진상규명과 범죄 사실인정, 사죄, 국가배상, 위령비 건립, 책임자 처벌 등을 일관되게 요구해왔다. 그 결과 일본군 위안부제도는 국제사회에서 전쟁범죄로 인정되었고 심지어 가해국인 일본의 사법부도 일본정부의 법적인 책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또한 지난 8월 유엔 인권 소위원회에서는 맥두걸 보고서를 통해 일본정부에 국제법에 따라 배상과 사죄를 강력하게 권고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가증스럽게도 국가차원의 배상이 아닌 국민기금을 통한 민간차원의 배상을 주장하였다.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왜곡, 호도하며 책임을 회피해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정부의 이러한 오만함과 뻔뻔스러움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하루라도 빨리 피해자와 관련단체들의 요구를 완전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우리의 요구
1. 일본정부는 진상을 규명하고 공식적으로 사죄 배상하라.
2. 일본정부는 전범자를 처벌하라.
3.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를 위하여 위령탑을 건립하라.
4. 일본정부는 민간기금을 철회하고 국제법적 권고에 따라 공식적으로 사죄하고 배상하라.
1999년 1월 27일 347차 수요시위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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