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lection Report :선거후 결과 보고서 (4.26. 2008)

ANFREL은 선거일 이후 17개 구역에서 12명의 장기 감독관을 파견해 개표 과정과 심의, 해결 과정, 그리고 좀 더 전반적인 선거 후 지역 상황을 감독해왔다. 재투표는 4개 지역의 17개 투표소에서 실시되었다. 이 문서는 ANFREL이 선거 후 정황을 관찰한 첫 보고서이다.

1. 집행 결과 요약

ANFREL은 선거 후 상황이 전반적으로 평화로웠고 개표, 불만사항 심의절차, 재투표  과정이 모두 원만하게 진행되어 투표한 국민들과 정당 모두가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게 된 것에 고무되었다.

ANFREL이 방문한 거의 대부분의 선거구에서는 선거 관계자들이 만족할 수준으로 개표와 집계가 진행되었다. 개표는 투표소 직원들의 성실한 노력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처음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선거) 결과는 투표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한 표를 행사했는지를 드러내는 좋은 척도가 될 수 있다. 지난 선거와 비교했을 때 늘어난 무효표수는 현 선거 체계의 복잡성과 좀더 강도 높은 투표자 교육의 필요성을 드러낸다. 일부 규제사항의 변경은 개표 절차를 보완하고 전 지역에 걸친 (투표 결과의) 일관성을 촉진시킬 수 있다.

선거일에 발생한 심각한 범법행위에 대한 대응은 투표 무효처리와 재투표의 신속한 공고 등을 통해 전반적으로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재투표는 ANFREL이 감시한 투표소 대부분에서 만족스럽게 진행되었다. 재투표 중 드러난 문제점들은 선거 당일 일부 투표소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 내용으로는) 미성년자 투표, 이중 투표, (입회를) 허가받지 않은 정당 대표들의 투표소 침입과 투표자와 투표소 직원들에 대한 협박 등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제기할 근본적인 제도와 절차는 (이번) 제헌의회 선거를 통해 확립되었으며 앞으로 2년 동안 강화되어야 한다. 한 예로 이번 선거에서 비중이 높아진 경찰의 역할은 - 아직 인력 보충과 훈련과정이 더 필요하기는 하지만 - 법질서의 준수와 안전한 선거 풍토의 유지를 위한 긍정적인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 전에 필요한 관련 법률의 제정은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선거 절차의 신뢰도를 높힌다. 따라서 좀 더 폭넓은 선거법들의 이행을 독려한다. 

폭력 직후의 혼란한 상황에서도 제헌의회 선거를 이행한 것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모든 선거 관련자들과 투표자들의 용기와 헌신을 증명한 것이다. 이러한 선거들이 가르쳐줄 교훈은 네팔이 민주 공화국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전진할수록 다가올 선거를 위한 유용한 지침이 될 것이다.  

2. 선거후 지역 상황
       
ANFREL이 방문한 대부분 지역들의 선거 후 상황은 평화로웠다. 대부분의 투표자들은 (이번) 선거가 민의(民意)의 강력한 반영이라고 믿고 있다. 정당 지도자들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자 선거 결과에 실망한 정당 당원들은 자신들의 불만을 과격하게 표현하기를 자제했다.

3. 개표 

개표와 득표집계는 ANFREL이 방문한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선거 관계자들, 특히나 정당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진행되었다. 24시간 동안 개표소에 상주한 투표소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개표와 득표의 최종 집계에 걸린 시간은 몇몇 개표소의 부족한 직원수에도 불구하고 처음 예상보다 짧았다.

이번에 소개된 근무 교대제는 (예를 들면 하루 8시간 일하는 개표직원을 3교대 하는 방식)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며 아주 높은 능률을 보장하였다. (다만)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 특히나 투표함이 도착하기 시작한 초반에는 - 개표 과정을 돕는 인원의 숫자가 늘어났었던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선거 직원들은 일반인들에게 현재 진행 중인 득표 상황을 계속 알림으로써 개표 과정의 투명성을 높였다. 정당 직원들은 개표소로 입회가 허락되었고, 자신들의 득표집계 방식을 이용해 정확하고 균형있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감독관의 개표소 입회도 대부분 순조로웠으며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은 적극적으로 집계 용지와 관련 정보들을 감독관에게 나누어주었다. 

확실하게 보일 수 있도록 개표소 벽에 설치된 집계상황판은 모든 개표소로 대표를 보낼 수 없는 감독관들과 소규모 정당 관계자들이 진행상황을 좀 더 수월하게 지켜볼 수 있도록 도왔다. 허가받지 않은 이들은 개표소 입회가 금지되었으나 이는 개표 상황이 진행될수록 느슨해졌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발간한 지침서의 개표 절차를 따르는 부분은 뒤섞인 결과를 낳았다. 투표용지의 분류․ 계산 방식과 개표 직원들 사이의 노동 분담 과정은 개표소마다 큰 차이가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정당 대표들이 어떤 시스템이든 투명성, 효율성, 신뢰성을 담보한다면  큰 문제점 받아들이지 않았다.

투표용지는 계산되기 전에 다른 투표소에서 온 용지들과 합쳐졌다. 그러나 일부 개표소들에서는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다. 개표소 숫자가 적은 지역에 위치한 개표소들은 혼잡했고 선거관리 위원회의 절차를 고수하지 않았다. 투표용지와 투표 인원수간의 대조는 다델후라(Dadeldhura)지역을 제외한 모든 개표소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선거와 비교해 많은 수의 무효표가 있었고 (대략 전체 투표용지 수에서 4퍼센트에서 6퍼센트를 차지) 이는 대부분 용지에 두 번 기표했거나 만(卍)자형 도장 대신 지문으로 표시해서 일어났다. 이는 투표 방법에 대한 좀 더 집중적인 유권자 교육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투표자의 의도가 분명한 이상 만(卍)자형도장 대신 다른 방법으로 기표된 투표용지(예를 들면 지문이 찍힌 용지)를 인정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4. 재투표

허가받지 않은 단체가 투표함을 옮기는 행위에 대한 대응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일에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응은 전반적으로 신속했다. 위법행위가 적발되었을 경우 투표는 일시적으로 중단되거나 지연되었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재투표가 필요한 투표소와 투표시기를 신속하게 공표하였다. 그러나 선거 당일에 투표자가 기표소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거나 협박하는 행위가 일어났던 몇몇 지역에는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재투표 진행 전까지는 조용한 분위기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일부는 재투표 전과 재투표 당일에도 선거유세를 진행하였다. 재투표를 위한 안전한 분위기와 평화적인 환경은 ANFREL이 감시한 대부분의 투표소에서 만족스럽게 조성되었고 투표 절차 역시 ANFREL이 방문한 대부분의 투표소에서 지켜졌다.

선거일에 발생했던 것과 비슷한 문제들이 재투표 시에는 더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투표소 밖에 머물던 정당 대표들이 투표자를 확인하는 절차에 도움을 제공하면서 투표자들에게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당들은 부재자의 이름을 기록한 후 자기 정당의 지지자와 그들의 아이들을 부재자로 둔갑시켰다. 이들의 본명은 투표자 명단에 등록되어 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이중 투표를 촉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위를 통한 정당 지지자들의 투표가 가능했다.

투표소 입회를 허락받지 않은 개인이 투표소 안으로 들어오면서 정당들의 방해는 심해졌다. 예를 들면 많은 지역구에서 다른 (지역의 정당 대표와 후보자들을 볼 수 있었고, 그들 중 일부는 투표자와 감독관, 투표소 직원들에게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했다. 투표 매매 행위와 정당들이 후보자의 사진을 넣어 만든 투표 초대장도 목격되었다. 투표자, 감독관, 경쟁 정당들을 향한 청년공산당연맹(Young Communist League)의 협박 사례도 산발적으로 접수되었다. 일부 투표소 직원들은 지역 감독관들이 자유롭게 일하지 못하고 정당 관계자들이 재투표 감시를 소홀히 한 이유로 ‘협박’을 들었다.

5. 불만사항

선거관리위원회는 불만사항을 심의하여 판결하는 일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장려되어야 한다. 선거관리인력의 충원을 통해 불만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불만사항의 판결 사례들을 선거 관련 당사자들과 공유하도록 하애 한다.

재투표가 필요할 경우,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소에서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직원들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ANFREL은 정당들이 선거 관련 폭력을 행사할 경우, 투표소 직원들이 매우 겁을 먹는다는 점을 포착했다. 불만사항을 지역구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투표소 직원들이 지역 주민들을 잘 아는 상황에서는 선거동안 그들이 받게 될 압박감이 크므로 자신들의 지역구가 아닌 다른 지역구에 이들을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조처는 직원들이 받을 협박과 두려움의 부담을 덜어주고 불만사항을 다루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도 높여줄 것이다.

폭력 사례가 일어날 경우, 공식적인 불만사항이 접수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는 유권자의 불만이 전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회의와 공포, 혹은 불만사항이 접수된다 한들 선거결과를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따라서 독립적인 감시조직들의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더 많은 지원이 있어야 겠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재투표가 실시되는 투표소와 재투표 시기에 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선거 과정의 투명성과 공적인 신뢰도를 확보했다. 의사결정과정을 보여주는 이러한 정보의 배포는 선거에 대한 관련자들의 이해를 돕고 선거관리위원회의 신뢰도를 높여줄 것이다.   

정당들은 지역 차원에서 선거 전에 일어난 선거관련사범들을 엄정히 심판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재 많은 사건들이 경찰 조사 중이며 이러한 사건들이 공정하고 적절한 시기와 절차에 따라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6. 권고사항
   
○ 개표
1. 개표소 안과 밖에 큰 크기의 집계 상황판을 설치해 개표과정의 감시를 강화하라.
2. 개표 직원의 역할과 임무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더 많은 훈련과정을 제공하며, 개표소 관리를 보다 강력하게 실시하라.
3. 지문이나 다른 방식으로 기표된 투표용지를 투표자의 의도를 드러내는 유효표로 인정하는 것을 고려하라.

○ 재투표 
4. 정당 대표들이 투표소 밖에서 투표자 확인절차를 돕는 것을 금지하고 투표자의 신원 확인은 투표소 직원들에게 일임하라.
5. 투표소에서 일하고 돌아오는 직원들이 선거법 위반자들을 대면하고 고발하는 데에 받는 압박감을 줄이기 위해 그들이 자신들의 거주구역 밖에 위치한 투표소에서 일하는 방안을 고려하라.
6. 선거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행위는 후보자들이 직접 연루된 증거가 있는 의혹을 포함해 엄정하게 처결하라.
7. 선거 관련자들의 협박에 대한 두려움을 경감시킬 수 있도록 개표당일과 개표 전 며칠 동안은 주변 환경을 좀 더 포괄적으로 감시․ 감독하라. 

○ 불만사항 접수체계
8. 불만사항들의 조사, 관리, 해결을 위해 중앙부처와 지역구차원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인력을 확충하라.
9.  재투표와 선거법 위반에 대한 판결사항을 자세하게 공개하여 불만사항의 심의․ 해결 과정에 대한 이해와 신뢰도를 높여라.
10. 선거관련 범죄들을 지속적으로 조사하며 사건을 공정하고 적절한 시기와 절차에 따라 해결하라.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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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지붕, 네팔에도 봄이 오기를

4월10일은 네팔에 의미있는 날이었다. 239년에 걸친 네팔의 왕정을 끝내고 공화정을 출범시키기 위한 네팔의 첫 제헌의회 선거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 의미만큼이나 국제 사회로부터 네팔의 제헌의회 선거는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UN 반기문 사무총장은 네팔의 제헌의회 선거가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치러지기를 요청하고 미국의 전 대통령 지미 카터는 총선을 참관하기 위해 네팔을 방문했다. 28개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는 네팔 총선에 약 900명의 선거 감시단을 파견했고 네팔 시민사회에서도 선거 자원활동가와 민간 부정선거 감시요원을 조직해 네팔이 선거를 통해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필자는 아시아 지역에 선거감시단을 파견하는 네트워크 조직 ANFREL(Asian Network for Free Elections)을 통해 국제 선거감시단으로 약 열흘간 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ANFREL은 1997년에 설립한 이후 지난 10년간 스리랑카,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파키스탄 등 많은 아시아 국가의 민주주의를 강화하고자 노력해왔다. 국제 선거감시단을 파견하는 것뿐 아니라 시민교육, 선거 개혁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 단체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이번 네팔선거에는 약 25 나라의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캐나다의 시민단체가 참여하였고 약 20명의 장기 선거감시단과 80명의 단기 선거감시단으로 나누어 100명이라는 큰 규모로 조직되었다.
 
ANFREL은 감시단을 파견하기 전 선거 감시단의 역할과 주의점들을 교육시켰다. 당시 네팔 의회당과 마오공산당 간의 갈등이 첨예하여 종종 폭력사태로 나타나고 있어서 파견 전 긴장감이 꽤 높았다.
 
  민주화의 첫걸음을 내딛는 네팔
 
현재 네팔은 74개의 정당이 난립해 있다. 그러나 네팔국민회의당(NC)과 마르크스 레닌 주의자 연대인 네팔공산당(UML), 마오 반군이 만든 네팔공산당(Maoist)가 주요 3대 정당으로 꼽힌다.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회의당과 공산당간의 대결구도로 예상되었다. 절대왕정 국가였던 네팔은 1990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되면서 정치상황이 급변하였다. 그러나 1996년 마오공산당의 무장봉기로 내전에 빠지게 된다. 네팔정부는 마오공산당과 10년의 내전을 치루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많은 서민들의 삶도 피폐해졌다. 다행히도 2006년 11월 네팔정부와 마오공산당은 공동 임시정부를 구성해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에 합의하게 된다. 그러나 유혈사태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었다. 따라서 총선시기에 정국의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당간의 갈등은 증폭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파견된 지역은 안나푸르나의 출발지로 유명한 포하라(Pakhara)와 근접한 타나후(Tanahu)라는 지역이었다. 이 지역은 3개의 선거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 선거구에선 국민회의당과 마오공산당의 각 후보가 개인적 영향력도 비등하게 높았고 각 정당에서 이 지역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높아 당원 간의 마찰이 자주 있었다. 선거일을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여러 준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산간지역이 많고 도로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이곳에선 선거물품을 옮기는 것에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선거관리인단을 만나 면담을 하자 그는 네팔의 선거 준비로 겪는 애로 사항을 들려주었다. 네팔은 자동차로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험한 오지들이 많아서 나귀를 이용해 선거물품을 이동시키기도 한다고 했다. 특히 이곳의 문제는 외지인들의 접근이 어려워 당, 특히 마오공산당에 의해 장악된 지역이 많다고 했다. 이것은 그만큼 공정한 선거를 치루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형사 콜롬보가 되어라. 국제 선거감시단으로 지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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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팔 국민들이 투표절차를 밟고 있다.  


국제 선거감시단의 역할은 어느 정도 정형화 되어 있다. 총선 전에 얼마나 선거단이 준비를 잘 하고 있는지, 투표자들이 자유 의사에 의해 선거에 참여하고 정치적 발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지, 공정 선거를 위한 외압 및 폭력 사태는 없는지 등 정보를 직접 마을마다 돌아다니면서 수집하는 것이다. 선거감시단은 이를 꾸준히 언론이나 국제사회에 알려서 네팔정부가 좀 더 공정한 선거 환경에서 선거를 준비하고 각 정당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안정적 선거 환경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감시단으로서 정치적 개입은 절대 금지 되어 있다. 절대적으로 선거 준비 인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국제 선거감시단은 안정적 선거 환경을 제공하고 정치적 불안을 최소화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었다.

필자는 방글라데시에서 선거 감시활동을 했던 FEMA(Free Election of Monitoring Alliance) 멤버와 선거감시활동을 시작했다. 필자가 방문했던 대부분의 지역은 우리에게 호의적이었고 이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사회 변화를 얼마나 이루고 싶어하는지 설명해 주었다. 근 9 년 만에 이루어지는 선거로서 많은 네팔인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지금의 불안정한 네팔 정세가 나아지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특히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기대가 묻어났다. 네팔은 오랜 정치적 갈등과 무능으로 사회 발전이 많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사회기반시설이 아직도 매우 취약하여 우리가 머물렀던 타나후에서도 전기나 물이 끊어지기가 일수였다. 거리를 다녀보아도 가로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며 도로 역시 매우 낙후되어 있었다. 그래서 지형이 험해 접근이 어려운 일부 지역은 특정 정당의 정치적 통제를 받기 쉽다고 한다. 실제로도 산악지역의 마을에 들어가 보면 사람들이 외국인으로서 우리들을 경계하고 그들의 정치적 발언도 거의 하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는 국제 선거감시단으로 선거 감시활동이 매우 필요한 지역에 들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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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선거감시단이 현지 선거 감시 단체들과 면담하는 모습

둘말리(Dumali)는 타나후에서 중심 도시였다. 이 곳을 방문했을 때 오전임에도 마을의 몇몇 남성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에게 다가가 '라마스떼(네팔어 인사)' 인사를 건네며 선거에 대한 기대 등을 물어보았다. 이들은 매우 유쾌하게 선거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며 이 마을에서는 별 문제 없이 잘 지낸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에 첫 선거를 하기위해 카투만두에서 온 마을 청년의 수줍은 미소가 기억에 남는다. 소수 정당의 후보자도 만날 수 있었는데 자신의 당의 자부심을 여과없이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는 여성들도 있었는데 가족간이나 여성들끼리 선거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누지 않아 남성들 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실제로 선거일 이른 아침에는 남성보다 많은 여성들이 투표를 위해 나와 있었고 많은 여성들이 자원활동가로 선거 준비며 부정선거 감시 활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장에 가보면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깃발을 흔들며 다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이 있으면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에 맞서서 "NC, NC(네팔국민회의당)"하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필자가 접한 사건 중에는 국민회의당을 지지하는 군중 버스가 지나가자 거리에서 돌멩이가 날아와서 차에 타고 있는 당원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군중 속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경찰도 범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국민회의당 지지자들은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마오공산당 지지당원을 보복 폭행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렇듯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야 별 문제 되지 않는 광경들이 이곳에서는 자칫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으로 번질 수 있어 사소한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지역 선거 단체 및 언론, 경찰관은 주요한 사건 정보를 기민하게 얻을 수 있는 창고였다. 산악지역이 많은 반면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 많았는데 이러한 경우 현지 단체를 통해 매우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필자가 담당한 지역의 정치구도나 상황도 좀 더 정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네팔에 평화 프로세스를 정착하기 위해 들어와 있는 UN 및 여러 나라에서 파견한 국제 감시단과의 협조는 효율적으로 감시활동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당원간의 폭력 사태가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을 경우 직접 그곳을 방문해 정황을 파악해 보기도 했고 보복 폭력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면 그곳에 대한 일정을 여러 국제 감시단과 공조하며 주시하기도 했다.
 
  긴장된 하루, 그러나 평화로운 선거 D-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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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여성들이 선거 활동에 참여했다.


타나후 지역은 선거 당일 평화롭게 진행이 되었다. 오히려 이른 아침부터 기다란 줄을 서서 들뜬 마음으로 투표용지를 받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활기찼다. 우리나라와 같이 효율적인 시스템이 아닌 상황이어서 사람이 일일이 복잡한 선거 명단을 찾아보고 안내하고 혹시나 모를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파견된 경찰들이 나와 있었다. 네팔의 선거 시스템은 CA시스템으로 지지 후보와 지지 당을 따로 투표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노인들이 이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대부분 젊은이들은 라디오나 TV를 통해 이 시스템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네팔은 선거 부정을 막기 위해 선거 당일 모든 차량이 통제된다. 자동차가 있으면 당원을 각 선거구로 파견시켜 부정 투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도로 길을 따라 선거구로 가는 진풍경을 나았다. 인상적인 것은 여성의 참여가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필자가 다닌 지역은 약 55~60%의 투표율이 나타났는데 여성의 참여가 조금 높거나 비등하게 나타났다.
 
  5시 선거가 끝나고 정리하는 시간은 이날 가장 중요하게 감시해야할 부분이었다.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투표함을 보자기로 꽁꽁 싸는 것은 물론 비 선거 용지 수와 투표자 수가 총 선거자 수와 같은지 맞춰보는 작업이 복잡하게 진행되었다. 투표함을 정리하는 와중에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투표 용지를 일부러 훼손하거나 허용되지 않은 선거 용지가 투표함에 포함돼 부정행위가 일어 날 수 있기 때문에 선거가 끝났다고 모든 선거 감시 활동이 마무리 되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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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거감시단이 네팔 여성들과 선거 참여에 대한 주제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선거가 끝난 직후 각 마을은 술렁거렸다. 특히, 국민회의당과 마오 공산당 당원의 대립이 있는 지역은 저녁 늦게까지 개표소에 사람들이 무리지어 남아 있어서 혹시나 무력충돌은 없을까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선거다음날 크고 작은 사고는 있었으나 네팔 정부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평화적으로 선거가 이루어졌다고 선언하였고 국제사회도 이를 환영했다. 필자가 귀국한 후 4월 21일 외신에 따르면, 240개 선거구 중 237곳의 개표가 마무리된 현재, 마오주의공산당(CPN-M)이 전체 의석의 절반인 120석을 확보하고 네팔국민회의당(NC)과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내건 네팔공산당(UML)은 각각 37석, 32석을 얻어 마오공산당이 압승하고 있다고 한다. 마오공산당의 앞날이 여러 정세 속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네팔의 진정한 변화와 안정을 가져오길 기대해 본다.

 (차은하/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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