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두 얼굴, IT 강국이지만 사이버상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나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랭크 라 루(Mr. Frank La Rue, UN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가 국제심포지엄와 한국의 표현의 자유 현황에 관한 워크숍 참석 차 한국을 방문했다(10/12~10/15). 한국의 인권시민사회단체들로 이루어진 국제인권네트워크와 포럼아시아 등이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은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동아시아 지역의 실태를 살펴보고 공동의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의 사이버상 의사표현의 자유 실태에 대한 국제심포지엄이 한국에서 개최된 배경은 인터넷이 의사표현의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의사표현의 공간 중 하나인데, 한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강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사이버상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발제를 위해 참석한 영화감독이자 파워블로거인 마틴 시이(Martyn See)는 모든 정부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영화, 인터넷 상에서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며, 이번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각국의 의사표현의 자유 관련 정책과 침해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다고 그 의미를 부여하였다.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랭크는 외교통상부,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YTN 노조, 민변, 민가협 등 다양한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의 표현의 자유의 현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오늘(10/15) 기자간담회를 열어 특별보고관 프랭크는 한국 방문의 소회를 밝혔다.

특별보고관 프랭크는 이번 한국 방문이 학술적 방문(academic visit)이라며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코멘트를 아꼈다. 하지만 이러한 방문이 인권과 표현의 자유 수호에 관한 원칙 수립과 합의를 위한 것임을 강조하였다. 그는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며 전자통신이 매우 발달하여 80% 이상의 국민들이 전자통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사이버상 의사표현의 자유 수호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인터넷 강국이자 표현의 자유 상징이었던 한국, 지금은 ?

특별보고관은 세계화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 모두 있지만, 의사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2가지 긍정적 사항을 지적하였다. 우선 인권의 원칙과 ICC(국제형사재판소) 설립 등 justice(정의)에 대한 공동의 이해가 깊어지고 있으며, 정보통신기술의 향상으로 의사소통이 더욱 활발해지고 정보접근성이 확대됨에 따라 의사표현의 자유와 민주적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 결과 국가의 의무(obligation)에도 변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국가의 의무가 의사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해 간섭이나 검열을 하지 않는 수준이었다면, 정보통신이 발달된 오늘날에는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 정보접근성 확대와 같은 의무가 국가에게 부여된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그는 시민정치적 권리 차원에서 볼 때 의사표현의 자유가 완전히(fully) 보장되어야 하며, 만약 범죄나 국가안보를 이유로 제약할 경우라도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떠한 형태라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검열 등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비판에 대해 정부와 공직자들이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적용하는 것은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정부와 공직자는 공공의 감시(scrutiny)를 받아야 하며, 공공의 감시는 공공의 비판을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정부와 공직자의 투명성(transparency)과 비판은 같이 갈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와 공직자의 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나아가 의사표현의 자유가 시민정치적 권리(자유권)일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사회권)라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의사표현의 자유를 위한 정보통신 접근권은 발전권(right to development)에 속한다고도 지적했다. 정보통신접근권이 보장되어야 사회발전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특별보고관은 정보접근권이 유엔 새천년발전목표(MDGs)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특별보고관은 “유엔 특별보고관이 진보적이고 좌파적인 단체나 인사들만 접촉할 경우 한국의 인권 상황이 국제사회에 편향되게 알려질 우려가 있다”, “특별보고관 측은 법무부의 면담 요청은 거절했다” 등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허위, 왜곡보도를 한 것에 대한 코멘트도 잊지 않았다. 특별보고관 프랭크는 포럼아시아 초청을 받아 방한했으며, 누구나 만날 수 있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은 만나고 싶었다며 고려대 연구자들, 외교통상부, 국가인권위원 등과의 면담을 예로 들었다. 또한 그런 기사를 발행한 신문사와도 만나고 싶다며, “기사를 쓰기 전에 나를 만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매우 심각하게(profoundly)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별보고관에게 이번 방문은 최근 1-2년 동안 이명박 정부에 의한 수많은 표현의 자유 침해사례를 접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특히 조선, 동아일보의 왜곡보도라는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을 통해 한국 사회의 단면을 조금이나마 직접 경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언론인 해고, 파면 외에도 이메일 압수수색, 인터넷 게시물 대량 삭제 등 사이버상 표현의 자유 억압 사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의에 대해, 특별보고관은 이러한 일은 겪지도, 들어보지도 못했는지 그 상황을 이해하게 하는데 더 많은 설명을 필요로 했다. 그는 정부의 새로운 형태의 억압 행태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랭크는 한국의 표현의 자유 침해 실태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었지만 4일간 일정으로는 충분한 정보를 얻기에는 부족했다며, 한국은 정보접근성과 의사표현의 자유 이슈에 대해 매우 상징적인 나라이기 때문에 공식 방문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특별보고관이 한 국가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초청이 필요하다. 특별보고관 방문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미 지난해 초 한국정부는 특별보고관의 방문에 대해 ‘standing invitation'을 발행해 놓은 상태이다. 즉 언제든지 유엔 특별보고관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공식 방문(country visit)을 요청할 경우 이명박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이번 특별보고관 초청 행사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당당히 말하고자 한다면 인권, 표현의 자유 등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는 행동도 보여주기를 이명박 정부에게 촉구한다. 당연하게도 정부는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방문요청을 적극 수락해야 할 것이다.


김희순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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