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오늘.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는지도 50년이 흘렀습니다. 참여연대에서는 6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를 평화의 달로 지정하여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6월 26일에는 이진숙 바그다드 종군기자(MBC)와 함께 하는 <평화특강>을, 28일 토요일에는 느티나무에서 '평화를 이야기합시다' 일일호프를 개최하여 북한을 돕기 위한 '평화의 쌀' 보내기 기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후에는 평화특강과 콘서트, SBS에서의 특집프로그램, 영화제 등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바랍니다(일정 자세히 보기).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기업의 윤리와 투명성 확보를 위한 캠페인을 소개하겠습니다.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Social Responsible Investment : SRI)

우리는 지난주에 기업지배구조 논의를 살펴보면서, 기업지배구조 논의가 지닌 기업투명성에 관한 문제들이 기업의 이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즉, 기업의 자금흐름이 주식시장에 집중되면서 투자자들의 이해에 부합되게 하기 위하여 단기적 이익극대화를 기업이 추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기업지배구조의 논의는 부패방지를 위한 기업투명성 확보는 물론, 투자자, 종업원 등 이해당사자의 보호, 지역사회발전 등의 사회적 측면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이러한 입장에서 기업을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이 있을까요?

단순히 주식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활동이 아닌,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면서도, 지역사회의 발전을 고려하고, 종업원 등 이해당사자들의 인권을 생각하며, 기후변화, 산림파괴 등 지구촌 공동의 문제에 귀기울이는 기업활동을 장려하고 촉진하기 위한 운동이 바로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SRI)입니다.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인권, 환경, 노동, 지역사회 공헌도 등 다양한 사회적 성과를 토대로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 활동을 의미합니다.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여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 기업에 대하여 투자를 회수하거나, 지속 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을 추구하는 기업들을 더욱 우대하는 투자입니다.

지속가능하며 책임있는 투자를 위한 아시아연합(Association for Sustainable & Responsible Investment in Asia)에 의하면,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의 기원은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북미의 감리교회에서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면서 주류회사 혹은 도박과 관련된 회사들을 배제하였고, 퀘이커교도 무기생산업체들을 피하는 형태로 이러한 투자방식을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1971년 미국에서 Pax Fund가 베트남전과 관련된 회사들에 대한 투자회수 조치를 필두로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의 대중적인 요구가 증가하게 되었고, 영국에서는 '윤리적 투자'가 1984년에 처음 설립되었습니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환경문제가 대두되자 환경보호가 사회적 책임의 기준으로 포함되었으며, 인종차별정책을 폈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관련된 기업에 대한 투자 철수가 이루어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커다란 압력을 행사한 것은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990년에는 담배산업과 아동노동을 포함한 노동착취 기업으로 확장되는 등 투자에 있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의 한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개발도상국에 환경유해를 수출하는 기업, 성, 인종, 종교, 장애에 따른 차별정책을 하는 기업, 노동조합에 반대하는 기업, 핵개발과 핵발전관련 기업들, 무기관련 제품을 생산하거나 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는 기업들, 화장품이나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을 검사하기 위해 동물에 시험하거나 동물시험연구소를 이용하는 기업들을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는 투자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를 추구하는 펀드나 단체들은 미국의 사회투자포럼(Social Investment Forum : SIF)의 경우처럼 월마트에 대하여 노동착취공장으로부터 제품을 받지 말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직접 기업을 감시하고 견제하기도 하며, 전략적으로 특정 기업에 투자하고 내부 개혁을 모색하는 이해당사자 권익주창운동을 펼치기도 합니다. 2002년 5월 지구 온난화 방지에 가장 적대적인 미국의 석유 기업 엑슨모빌 주주 총회에서는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 진영이 ▲ 재생 에너지 개발, ▲ 알래스카 자연보호구역 내 석유 채굴 유보, ▲ 직장 내 성차별 금지 결의안을 평균 10% 내외의 소액 주주 지지를 받아 제출하기도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는 지역의 저소득층과 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주택 사업 투자, 거대 은행지점 대신 지역은행에 대한 지원과 같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 사업을 벌이기도 합니다. 사회투자포럼의 경우 '공동체에 1%를'캠페인(1% in Community)을 전개하여 28개의 멤버단체들이 이 캠페인에 동참하기도 하였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술, 담배, 도박, 무기, 핵, 인권, 환경 등을 평가기준으로 설정하고 이에 필요한 공개된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기업이 공시한 자료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일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국제사면위원회는 영국의 이런 투신사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 단체 회원은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운동을 확산하는 데 앞장서게 됩니다.

이러한 투자방식은 최근 크게 확대되어 지난 84년 400억달러에 머물던 미국 사회책임투자펀드 자산은 95년 6390억달러에서 2001년 2조3400억달러로 불어나 현재는 미국 펀드자산 전체의 8분의 1정도가 사회책임투자 지침에 따라 투자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3조 달러에 이르는 이 투자기금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호주에서는 사회적 책임 투자기금 회사가 26개 있고, 유럽의 투신사 숫자는 미국에 버금가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에서 1999년 '니코 생태 기금'이 만들어졌으며, 지속가능하며 책임있는 투자를 위한 아시아연합이 설립되기도 하였습니다. 1999년부터 미국의 다우존스, 영국의 투자지수 전문기관인 FTSE, 유엔환경계획(UNEP)도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고, 영국의 경우 연금 기금을 투자할 때는 기업의 윤리를 고려하는지 여부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고, 호주도 이와 유사한 정책을 실시하였습니다.



반부패운동의 측면에서 본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운동

최근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연이어 터져 나온 기업들의 회계부정과 같이 기업들의 도덕성문제가 제기되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속에서 금융자본과 초국적 기업이 저지른 참혹한 현실에 대한 시민사회의 개입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초국적 기업들이 남반구 국가들에서 저지른 부정부패, 환경파괴, 노동착취, 인권 유린 등의 경험을 비추어 생각해보면,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고려하는 이러한 투자운동은 반부패운동의 측면에서도 매우 필요한 운동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유럽에서는 국제사면위원회, 시민지원을 위한 금융거래 과세연합(ATTAC : Association for a Taxation of financial Transacions in Assistance to the Citizens) 등 130여개 단체가 참가한 publish what you pay 캠페인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초국적 기업들이 앙골라나 나이지리아처럼 자원이 풍부한 국가에 대하여 석유, 가스, 광물의 대가로 지불한 돈이 정부의 부패와 미숙한 관리로 국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초국적 기업들이 세금, 수수료(fees), 로열티, 그외에 지불한 돈을 선진국 정부가 공개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캠페인입니다.

그런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재무상태를 공개하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선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알 수 있는 지표를 제시해야 합니다(기업의 사회적 성과는 크게 고용, 근로시간, 임금, 복리후생, 교육훈련, 산업안전, 보건, 노사관계 등과 관련된 내부적 사회적 성과와 주주, 고객, 납품업자, 경쟁자, 환경, 사회적 기부 및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같은 외부적 사회적 성과가 있습니다). 이를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로서 기업의 사회보고제도를 도입하자는 운동이 있습니다. 사회보고서는 1970년대 프랑스에서 종업원에 관한 분야로부터 시작하여 1990년대 유엔환경프로그램의 지원하에 유럽과 북미기업을 중심으로한 환경보고서 공개로 확대되었고, 현재는 OECD의 EHS(Environmental Health and Safety)프로그램에 의하여 환경과 산업안전보건분야가 통합된 EHS보고서와 지역사회공헌활동에 관한 지역사회보고서(Community Report)가 공개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경영성과뿐만이 아닌 환경과 사회적 측면에 대한 기업활동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의 지표로서 필수적인 사안이자,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에도 더욱 가깝게 다가서는 제도일 것입니다. 이처럼 기업지배구조 개선운동과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운동은 기업의 투명성 확보, 종업원과 지역사회 같은 이해당사자들의 보호, 기업의 부패방지의 측면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투명한 기업을 만드는데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6월 17일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에 대한 국제회의가 개최되어 대기업, 금융, 학계, 시민단체 인사 250여명이 참석해 사회책임투자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업 발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하였습니다. 특히 함께 하는 시민행동의 좋은 기업만들기 운동좋은 기업지배구조연구소(Center for Good Corporate Governance)와 같은 단체들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사회책임투자를 활성화하여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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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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