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부통근철도사업 이주지역 이야기



필리핀 수도 메트로마닐라에서 남쪽으로 50㎞ (시간거리 2-3시간) 떨어진 카부야오란 지역에는 사우스빌(Southville)이라는 재이주 마을이 있다. 한국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자금을 지원 받아 필리핀 정부가 진행하는 남부통근철도 개선사업과 관련해서 이주된 7000가구가 넘게 살고 있는 곳이다.

왜 이주해온 주민들은 아직도 도시로 출근할까?

매일 아침 새벽, 특히 월요일 새벽 1시경에는 이 마을에 '지프니'(짚차를 개조한 대중교통 수단) 들이 즐비하게 서서 사람들을 기다린다. 한 대에 24명에서 30명을 가득 태우면 메트로 마닐라로 향하는 이 지프니는 25대 가량이지만, 가고자 하는 사람을 다 태우기에는 부족하다고 한다.

사람들은 3시간 가량 차를 타고 이 마을로 이주하기 이전에 직장이 있었던마카티로 향한다. 야심한 시간을 이용하여 이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은, 극심한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이 교통수단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매일 출퇴근하기에는 교통비 부담이 있어, 집안의 가장들은 도시에서 작은 방을 세 내어 살다가 주말에만 집에 돌아온다. 주말이면 북적북적 하던 마을이 주중이 되면 텅 비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5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이주했던 이 주민들은 왜 아직도 메트로마닐라로 힘겹게 매일 출퇴근을 하고 있을까? 철로변에서 위험천만하게 살던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넓은 동네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철도 개선 프로젝트는 메트로 마닐라에 살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위험천만 철길 옆이 오히려 좋다는 주민들

▲ 경제개발 원조를 받아 교외지역으로 이주한 필리핀 마닐라 빈민들은 위험천만한 지역이어도 오히려 도시가 좋다고 한다. ⓒ천리
카부야오에 이주한 사람들은 대부분 마카티나 마닐라 시의 철로 주변에 무허가로 살던 사람들이다. 아직도 철길 주위에 사는 사람들은 그 지역이 살기에 좋다고 한다. 낙후되기 그지 없고 위험해 보이는 철길 근처가 좋은 이유는, 그 지역에는 살아갈 수단이 있다는 것이었다.

건설노동자이거나 빨래를 해 주거나 노점상을 하더라도, 도시에는 일단 생계 수단이 있으며, 의료, 교육, 수도, 전기 등의 기초 시설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건소가 있으며 도시의 공립학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교육의 받을 수 있다. 불법이긴 하지만 주변에서 전기나 수도를 끌어 쓸 수 있으며, 정치인이나 종교인의 자선 혜택을 받기도 수월하다.

2007년 3월, 카부야오에 있는 주민조직 코사리카(KOSARIKA)는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당시 이주된 6800가구 중에 4000가구가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수도는 오전 15분과 오후 15분에만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3445명의 학생인구에 대해서 초등학교, 중등학교를 포함해 56명의 선생님만 있을 뿐이라고 한다.

더욱이 아직도 80%의 인구가 메트로 마닐라에서 직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주장은아직 이주지역이 여러 서비스면에서 완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므로, 한국정부는 필리핀정부에게 공여되는 차관지급을 유보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2007년 5월 한국의 재정경제부는 '철로변 거주민에 대한 적절한 이주대책의 마련과 이행이 이 사업에 대한 지원의 전제 조건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 국제개발기구 소속 이주전문가에 의뢰하여 이주현황과 이주단지의 생활여건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한국정부는 이주단지의 생활 기반 시설 조성 등에 대한 의사가 있으나 수원국이 거부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 공적개발사업, 시행착오 겪는 일본 전철 밟을라

한국 정부는 2003년 12월 3500만달러 가량의 차관(연 2,5% 이자, 상환기간 30년) 지원을 약속한 이후, 정책 상에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프로젝트의 직접 영향을 받는 주민들에게는 환영을 받고 있지 못하다.

상당부분,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책임은 필리핀 정부의 몫이지만, 공적개발원조의 기본 취지를 고려한다면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공적개발원조 사업은 국제적으로 2001년 UN이 상정한 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의 달성과 같이 한다. 이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빈곤 근절을 최우선목표로 삼고 있지만, 선진국들의 공적개발원조 사업은 타국에 대한 자국의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공여국의 후발주자로서 원조자금의 비율을 급속히 올리고 있지만(2006년 기준, 4400억 원, GNI의 0.05%), 무상원조에 비하여 유상원조의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높으며(2006년 기준, 32%), 차관제공시 재화와 서비스 공급주체를 공여국이 제한하는 구속성 원조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2003년 기준 80.6%) 우려를 갖게 한다.

유상원조나 구속성원조 비율이 높다는 사실과 복지부문보다는 경제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높은 비중을 둔다는 점은, 이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일본의 원조정책의 전철을 밟고 있지 않냐는 빈축을 사게 하고 있다. 원조 사업이 수원국의 외채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면, 원조 사업의 실제 수혜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경제개발이 실제 빈민들에게 어떤 영향 끼치는지 고민해야

철거 일시를 불안하게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메트로 마닐라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지역으로 이주되기를 바라며 정부와 협상해 보기도 하고 주민조직을 결성하여 대항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가 카부야오에 이어 두번째로 이주지역으로 제시한 곳은 시간거리 4~5시간이나 되는 카비테 지역이며 이미 2000가구 넘게 이주되어 있다.

경제개발을 통해 빈곤을 감소한다는 정책이, 실제로 빈민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정법모(필리핀대학 인류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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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빈곤퇴치의 날’에 떠올려 본 1,000원의 가치



10월 17일.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이다. 먹고 살기 바빠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겠다는 푸념과 하소연에 빠져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공휴일이라면 모를까, 그냥 지나치는 게 당연지사. 나 몰라라 한다고 해도 달리 탓할 명분이 없다.

하지만 동시에 억지로라도 이런 날은 좀 알고 넘어가자고 떼를 써도 나무랄 명분 역시 없을 것이다. 단 하루만이라도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지구촌 이웃을 생각하고 평소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본다면, 좀 더 나아가 세계의 빈곤과 질병 근절을 위해 뭔가를 실천한다면 이 지구상 누군가의 생명을 하루, 아니 1년 연장할 수 있고 좀 더 희망을 갖는다면 자연이 주신 생을 모두 누릴 수도 있게 할 터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돈 1,000원으로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말이다.

여전히 갈 길 먼 '빈곤과의 싸움'

유엔이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지정한 까닭은 지구촌의 모든 국가와 사람들이 빈곤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빈곤 퇴치를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단도직입으로 말하면 가난 때문에 3초마다 1명씩의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현실을 바꿔보자는 것.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해 각국 정부와 세계 기구 등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00년 유엔이 정한 새천년개발목표(MDGs). 2015년까지 빈곤 감소, 보건·교육의 개선, 환경보호에 관해 8가지 목표(△극심한 빈곤과 기아 퇴치, △초등교육의 완전보급, △성평등 촉진과 여권 신장, △유아 사망률 감소, △임산부의 건강개선, △에이즈와 말라리아 등의 질병과의 전쟁, △환경 지속 가능성 보장, △발전을 위한 전 세계적인 동반관계의 구축)를 제시하고 공동실천하기로 약속했다.

중국, 인도처럼 덩치가 큰 나라들에서는 가시적인 변화가 목격되기도 하나, 사하라 이남지역의 경우는 여전히 수백만 명의 아동들이 다섯 살이 되기 전에 말라리아나 에이즈 등으로 사망하는 등 모든 분야에서 별무신통이다.

(그래서 MDGs의 이행률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왜냐하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이나 남아시아 지역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전혀 변화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절대적으로 인구 규모가 큰 중국이나 인도의 수치가 조금만 개선되어도 통계적으로는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착시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ODA 기여금에 무심한 언론…1000원이 우습게 보이나

한국 정부도 국제사회가 정한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중이라고 한다. 한국의 ODA규모는 아직 GNI대비 0.05%에 머물러 국제적인 목표인 GNI대비 0.7%는 고사하고 OECD DAC(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평균인 0.3%에도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라 과연 정부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난감하지만 몇 가지 전향적인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 ODA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 이들에게는 국민 1인당 연간 평균 대외원조액 비교가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이 9달러인데 반해 노르웨이는 630달러, 언제나 한국의 비교 대상인 미국과 일본은 각각 76달러, 91달러이다.)

지난 9월 30일부터 시행된 ‘국제빈곤퇴치기여금’제도가 국민들에게 가장 가까이 느껴지는 조치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에 대해 무심하다.

국제선 비행기를 이용할 때 항공료에 1,000원씩 자동 부과되는 이 기여금은 연간 약 150억 원 규모로 예상되어 부족하기 그지없는 ODA 재원문제의 해결에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항공사들만 요금 인상 효과가 발생하여 민원이 생길까 주목하고 있을 뿐 언론을 비롯하여 대부분 무관심할 뿐이다. 1,000원이란 금액이 하찮아서일까.

사람들마다 1,000원의 가치와 쓰임이 다를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힘겹게 만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내 친구에게는 1주일동안 자판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돈, 그러나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 커피숍에나 들어갈 수 있는 또 다른 내 친구에게는 길에 떨어져도 굳이 주울 마음이 생기지 않는 돈이다. 그러나 세계 빈곤퇴치를 위해 쓰이는 1,000원은 절대 가치를 가지고 있다. 바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지구촌 이웃 스무 명의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가치말이다.

잊지 말자, '1000원의 가치'

한국에서도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다양한 캠페인이 전개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화이트밴드캠페인’.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의외로 매우 간단하게 참여할 수 있다. 본시리즈로 유명한 맷 데이먼이 착용하여 눈길을 끌었던, ‘빈곤을 끝내자(End Poverty)'는 구호가 적인 흰색 실리콘 팔찌를 우리도 착용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우리 모두를 으스스하게 하는 공포를 없애는데 드는 비용은 역시 1,000원. 1,000원으로 초등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1억 4백만 명의 어린이들, 임신 출산과정에서 사망하는 50만 명의 여성들, 에이즈에 고통 받고 있는 3천 6백만 명의 성인들과 이웃이 될 수 있다.

물론 화이트밴드를 착용하는 것 외에 더욱 다양한 실천들을 우리 스스로 개발하여 실천할 수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축구 경기장에서, 공공장소에서 엄숙하기로 소문난 일본 사람들은 버스, 열차 등지에서 빈곤퇴치의 구호를 외친다고 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방법도 널려 있다. 지금 필자처럼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한 방안이다. UCC를 제작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그도 저도 귀찮다면 친구와 MDGs 실천에 동참하는 안젤리나 졸리 부부를 소재삼아 수다를 떨어도 좋다. 하지만 어떤 실천을 하더라도 당연히 얼마간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은 필수다.

머뭇거려진다고? 끔찍한 현실을 다시 보라

혹시라도 뭔가 자기 것을 나누는 데 머뭇거려진다면 10억 이상의 사람들이 하루 1천원 이하로 생활한다는 사실, 미국인들 연간 아이스크림 값의 절반에 해당되는 비용으로 세계 어린이들의 초등 교육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 1천 5백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에이즈로 부모 중의 하나 또는 모두를 잃은 채 살아가고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기 바란다.

만약 처음 듣는 사실이라면 가능한 오래 기억할 일이며, 옆 사람에게도 알려주어 자신의 기억 상실에 대비하는 게 좋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앞서서 해야 할 것은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만든 이유를 스스로 체감하는 것. 그 참담한 빈곤과 가난의 실상이 바로 지금, 이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직시하는 것이다. 그때서야 ‘세계빈곤퇴치의 날’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될 터이고, 미구에 그 날을 따로 기억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박영선(참여사회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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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세계 빈곤퇴치를 위해 더욱 노력을 해야 한다!



오늘날 전 세계 인구 60억 중에 10억 인은 하루에 1달러 미만의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해마다8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빈곤으로 죽어가고 있다. 1억 4백 만 명의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고 여성들은 태어날 때부터 성적 불평등이라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 매년 임신 출산 과정에서 50만 명 이상의 여성이 그리고3백여 만 명의 아동이 사망하고 있다. 개도국에서는 열 명 중 한 명이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는 1천 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매년 5세 이전에 죽고 있다. 3600만 명의 성인과 2백 만 명의 어린이들이 HIV/AIDS에 감염되어 있고 말라리아, 결핵을 비롯한 질병이 빈곤층의 생명을 위협하고 개도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10억 4천 만 명이 안전한 식수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고 무분별한 자원이용과 산림 파괴, 동식물의 멸종, 오염의 증대로 환경은 전례 없이 파괴되고 있으며 빈곤층의 경우에 입는 피해가 더 크다.

2000년 9월 UN 총회에서 189개국 정상이 모여 새천년 선언(Millennium Declaration)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2015년까지 절대빈곤을 반으로 줄이기 위해 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새천년 개발목표)를 선정해 공표하였다. 이의 달성을 위해 국제사회는 2015년 까지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정부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수준을 자국 GNP의 0.7%까지 끌어올리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국제시민사회는 MDGs 및 ODA 목표 달성 촉구를 포함한 빈곤퇴치를 위한 전지구적 시민행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G-CAP(Global Call to Action Against Poverty) 을 조직하여 화이트 밴드를 상징으로 하는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에서 2006년 세계경제규모 14위국으로 발돋움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유일하게 원조의 수혜국가에서 공여국가로 자리바꿈을 한 나라이다. 이러한 경제성장에 해외원조가 큰 역할을 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촌의 빈곤퇴치에 대한 우리나라의 기여는 과거 우리가 받았던 해외원조를 돌이켜 볼 때 부끄러울 정도로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 가장 인색한 나라들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고착된다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도덕적 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지위와 한국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제시민사회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는 한국도 세계 속에서, 한국 시민사회도 세계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맡은 바 책임을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내가 어렵더라도 남을 도울 줄 아는 한국사회의 아름다운 전통’을 우리사회의 울타리를 넘어 지구촌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한국인의 가슴속에 흐르는 형제애와 인류애가 세계 시민들을 향해 봇물 터지듯 흘러 넘쳐야 한다. 경제규모와 사회발전단계에 걸맞게 빈곤을 비롯한 인류공동의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는 물론 기업과 모든 시민들이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에 지대한 기여를 한 한국의 시민사회는 그 역량과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지구촌 빈곤퇴치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오늘 우리는 10월 17일 ‘세계빈곤퇴치의 날’을 맞이하여 이러한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고 범지구적으로 펼쳐지는 세계 시민단체들의 캠페인에 능동적으로 동참하며, 한국인들의 형제애와 인류애가 벽을 넘어 세계로 넘쳐흐르게 하기 위해 국제적 빈곤퇴치 공동캠페인인 ‘White Band Day 캠페인‘을 펼치고자 한다. 우리는 이 캠페인을 통해 국제빈곤퇴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 촉진을 위한 활동에 나설 것이며, 한국정부의 해외원조정책의 획기적 전환을 촉구하는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또한 우리는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지구촌 빈곤퇴치를 비롯한 전 세계적 움직임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기를 기대하며 다음의 사항들을 촉구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원조철학을 확립하고, 원조의 목적을 개도국의 빈곤퇴치와 지속가능한 개발에 기여함에 두어야 한다.

우리는 정부가 2006년 국민 총소득의 0.05%에 불과한 공적개발원조(ODA)를 국제적 약속에 맞추어 0.7% 달성을 위해 노력 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무상원조 비율을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최빈국부터 비구속성원조를 확대해야 하며, 2010년 이내에 DAC 가입을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는 MDGs 등 주요 국제개발목표를 ODA정책의 기본방향과 원칙으로 우선 존중해야 한다.

우리는 또한 정부의 해외원조정책 전반에 걸쳐 시민사회의 역할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을 촉구한다. 시민사회는 지원대상이 아닌 협력대상이 되어야 하며, NGO를 통한 무상원조 집행비율을 높이고 NGO를 통한 원조방식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정부가 국민 참여 및 지지기반 확대를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며 국민적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데에 적극 나서주기를 촉구한다.

둘째, 기업은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지구촌 빈곤퇴치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

셋째, 시민사회는 빈곤퇴치를 위한 운동의 의의와 중요성을 널리 알려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 한편, 한국정부에 빈곤퇴치를 위한 국제적 약속의 이행을 촉구하고 감시하는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07년 10월 17일


강원도아동복지센터,거리의목회자운동,겨레선교회,경기고양아동보호전문기관,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경기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경기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경기성남아동보호전문기관,경기시민사회포럼,경기화성아동보호전문기관,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경원대학교SIFE,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고려인돕기운동본부,고려인의친구들,광주지역복지센터,구산종합사회복지관,국제아동돕기연합,굿네이버스,굿네이버스인터내셔날,굿미션네트워크,글로벌리더그룹,기독교NGO연구회,기독교문화연대,기독교사회책임,기독교애국운동,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기독북한인연합,기독선진사역원,기업책임시민센터,김해구산어린이집,나눔과기쁨,나눔인터내셔널,나눔한국기독교캠페인,나라사랑구국기도회,나라생각,노원지역복지센터,녹색교통운동,녹색미래,늘바람선교단,능인선원YBA,대구여성환경연대,대구지역복지센터,대전아동보호전문기관,대학생정토회,대한YWCA연합회,대한민국수호국민연합,동방사회복지회,동북아신문,드보라국제선교회,(사)로터스월드,망원청소년독서실,(마포아동복지관),명동전진상교육관,목포아동보호전문기관,바른사교육운동,백양민들레어린이집,백양종합사회복지관,복음전도협의회,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부산동부지역복지센터,부산서부지역복지센터,북인선교,사랑의줄잇기,사회복지법인영신재단영신모자원,사회복지법인태화복지재단,서울마포아동보호전문기관,서울조선족교회,석삼침례교회,선진한국신문,선진화국민회의,선진화기독교연합,선한사마리아인선교회,선한일하는교회,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세계기독교지도자연합회,세계선교회,세계청년봉사단,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수서민들레어린이집,수서종합사회복지관,시민정보미디어센터,써빙프렌즈,(재)실업극복국민재단,함께일하는사회,아메바,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양천신나는어린이집,어머니구국기도회,여성재단,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성환경연대,여성환경연대(중랑지부)초록상상,열방기도회,염리청소년독서실,영등포아동보호전문기관,온주어린이집,온주종합사회복지관,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사)우리신학연구소,울산가정위탁지원센터,울산아동보호전문기관,원주아동보호전문기관,(사)월드투게더,위스타트,유니세프한국위원회,유스클립,유엔미래포럼JR,유엔환경계획(UNEP)한국위원회,은평아동보호전문기관,은혜교회,인구보건복지협회,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작은교회운동,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전북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전북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전북지부새움지역아동센터,정동프란치스코교육회관,조계종사회복지재단,종소리교회,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지구촌나눔운동,지구촌대학생연합회,참여연대,(사)청소년교육전략21,,청년액션클럽,청년의뜰,충남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충남아동보호전문기관,충북아동보호전문기관,카이스트교회,탈북동포회,통일준비네트워크,팀앤팀,평화를만드는여성회,평화의친구들,평화탈북인연합,(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푸른광명21실천협의회,플랜코리아,하나님나라선교운동,하자센터글로벌학교,하트-하트재단,한국JTS,한국YMCA전국연맹,한국공정무역학생네트워크(FYNK),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한국국제봉사기구,한국국제정치포럼KIPF,한국기독교신앙실천운동협의회,(사)한국노인복지회,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한국복지재단,한국사랑의집집기운동연합회,한국사회복지협의회,(사)한국생활안전연합,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AC)한국에이즈퇴치연맹,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월드비전,한국자원봉사협의회,한국자유총연맹,한국컴패션,한국해외봉사단원연합회(KOVA),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한국희망재단,한민족복지재단,한민족부흥선교협의회,한민족사명자연합회,한민족의집,(사)함께하는사람들,홀트아동복지회,홍은청소년독서실,환경재단,희망찬교회,희망찬여성모임,25기도모임,BASPIA,CAU SIFE,IYI YOUTH MESSENGER, NGO 신학연구소.

10월 23일 화 현재 183개 단체

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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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ODA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토론회>

■ 일 시 : 2007년 10월 5일 (금) 오전 9시 30분 - 12시 30분

■ 장 소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

■ 주 관 :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 후 원 :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해외원조단체협의회

<토론회 일정>

09:00 - 09:30 등록

09:30 - 09:35 인사말(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윤서성 위원장)



09:40 - 10:25 발제

1: 한국의 유상원조 현황 및 정책방향(재정경제부 안광명 개발전략심의관)

2: 한국의 무상원조 현황 및 정책방향(외교통상부 박강호 개발협력정책관)

3: 지속가능발전 관점에서 본 한국의 ODA(지속가능발전위원회 차명제 전문위원)

10:25 - 10:45 Coffee Break

10:45 - 12:10 토론

 좌장: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정회성 원장

 토론: 환경부 신부남 국제협력관, 수출입은행 장정수 경협기획실장, KOICA 장현식 정책실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권율 박사, 해외원조단체협의회 오수용 사무총장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태주 국제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손혁상 국제연대위원회 위원장, 환경연합 시민환경연구소 백명수 선임연구원

12:10 - 12:30 질의 응답 및 폐회

<자료집 목차>

발표자료

1. 한국의 유상원조 현황 및 정책방향 /

2. 한국의 무상원조 현황 및 정책방향 /

3. 한국 ODA의 선진화와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역할 /

참고자료

1. 국민참여형 원조정책 /

2.. 지속가능발전 실현을 위한 NGO의 역할 /

* 첨부: 토론회 자료집, 재경부 ppt, 차명제 교수 ppt
국제연대위원회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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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개발원조의 철학부터 공감해야



한국 국민에게는 아직 생소한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이하 ODA)에 대한 관심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 그간 개발원조의 수원국에서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 원조 자금을 제공하는 공여국으로 위치를 탈바꿈했다. 정부는 OECD 국가로서의 책무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원조 자금을 급속히 증가시키고 있지만, 원조사업을 수행할 만한 통일적 기구가 없다든지, 사업을 수행하는 절차상에 원칙이나 가이드 라인이 없다든지 한다는 점에서 시민사회나 언론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버마나 필리핀 등에서 보고되는 ODA의 부정적 영향 사례들의 대응 차원에서라도, 정책 변화의 시급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중중심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모토로

2007년 7월 25일, ODA 사업을 하는 아시아 시민사회 단체들의 회의가 필리핀에서 열렸다. 이 회의에는 ODA에 대한 정책수립이나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15국가의 89명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참가하였다. 이 자리에서 수원국과 공여국의 시민단체들은 자국의 ODA사업 현황이나 영향에 대해 공유하였으며, 바람직한 정책 변화에 대한 의견들을 개진하였다. 요컨대, ‘민중중심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모토로 하여, 그간 국제기구에서 논의되어 온 ODA에 대한 정책 논의를 실질적, 절차적으로 구축하고, ODA 진행과정에 민중이나 시민사회가 참여할 수 있는 정책과정을 구조화하자는 것이 핵심 논의였다.

2000년 UN이 지구상의 빈곤문제를 경감하기 위해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발표한 것을 필두로, 국제사회는 빈곤 근절이라는 공통과제를 공유했으며, 이를 위해 ODA의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수행을 위해 여러 합의를 도출했다. 2002년 멕시코의 몬테레이에서 열린UN 개발기금 정상회의에서는, 선진국은 GNI의 0.7%를 ODA 기금으로 이용해야 한다는데 합의했으며, 2005년 파리선언에서는 공여국의 책무성을 강조하는 구체적인 행동방침 등을 공유했다.

이와 같이 수사(rhetoric)상에서는 국제기구나 국가들의 ODA 이념이나 정책 상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최근 ODA의 군사적 이용이나 빈곤국가의 외채 비율 심화 등의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ODA 원칙에 대한 재합의나 절차에 대한 불투명성 등의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최근 선진국들의 ODA 예산이 양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사업 내용이나 절차 면에서도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핵심적으로 논의되었던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 구속성 원조의 문제

우선 공여국들이 원조자금을 지급하면서 제시하는 ‘융자 조건(conditionality)’이 문제되고 있다. 수원국의 하부구조건설이나 재난 복구라는 미명하에 자국 회사들의 건설 참여를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인도네시아에서 프로젝트 수행시 일본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일본 자재를 구입할 것을 선결조건으로 제시했다. 2000년에서 2005년 사이에 필리핀에서 있었던 25개 일본의 ODA 사업 중에 단 3개만이 조건이 없는 프로젝트였다.

● 부채의 문제

OECD의 개발원조위원회의 기준에 따르면 무상원조비율이 25% 이상이 되면 ODA로 인정된다. 유상원조라 하더라도 다른 융자자금에 비하면 이자율이 낮지만 유상원조는 결국 수원국의 부채가 된다. 필리핀의 경우, 1986년에서 2006년 사이에 제공받은379억불 가운데 84%가 차관 형식이었다. 2006년 기준으로 필리핀은 총36조원 가량의 외채가 있는데, 2006년에만 이 외채에 대한 이자로 지급된 액수가 6조 8천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2%를 차지했다.

● 하부구조건설 사업에 편중된 ODA

ODA 자금 중 교육, 보건, 주거와 관련된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하부구조건설 사업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다. 2001년에서 2006년 필리핀의 이 부문 원조자금은 67%에 달했다. 원조자금에 부수되는 민영화 정책때문에, 기초 서비스 부문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으며, 하부 구조 건설 사업과 관련한 빈민들의 철거문제나 환경 파괴 등이 심각해 지고 있다.

● 인권 침해 사례

수원국의 모든 개개인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도모한다는 ODA가 도시빈민, 원주민 등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 등이 발생하고 있다. 필리핀의 경우, 일본 ODA 자금으로 지어지고 있는 산로케 댐 건설을 반대하던 원주민 대표가 살해되는 사례가 있었으며, 한국 정부에 의한 남부통근철도 사업과 관련하여 이주될 3만가구 이상의 빈민 중에는 정부 기구의 위협과 회유로 인해 지방으로 돌아가거나 기초 서비스 시설이 불완전한 지역으로 옮겨간 이주민들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 군사 목적으로의 전환

9.11 테러 이후 선진국들은 공적 자금을 테러 방지나 분쟁지역의 군사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ODA를 받고 있는 나라는 이라크이며, 분쟁국가들에 대한 외채탕감을 해 주는 간접 지원이 ODA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일본은 인도네시아에 자국의 경비정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호주는 필리핀의 민다나오에서 군사훈련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ODA 정책 걸음마 단계에 있는 한국, 철학부터 공감해야

회의에 참여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ODA의 근본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자금이 차관이 아니라 100% 무상원조가 되어야 하며, 또한 공여국의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대변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ODA가 영향을 미칠 수원국들의 인권문제는, 권고사항이나 고려사항이 아니라 핵심적으로 추구되어야 할 ‘선행 목표’라는 점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인권 실현 중심의 정책변화를 위해서는 시민사회나 수혜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공여국의 시민사회 단체들은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이나 시행과정이 민주적이고 투명하도록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갖고 있으며, 수원국들의 시민단체들은 각국의 정부가 주도력을 가지고 다수민중들의 삶을 향상시키도록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정부는 ODA에 있어서는 아직 철학과 원칙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걸음마 단계에 있다. 이러한 절차나 정책상의 변화가 시급하지만, 그보다도 일반 대중이 대외 원조에 대한 철학을 공감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국민의 세금이 자국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아시아의 새로운 패권국으로서의 등극은, 동시에 ‘가해자’의 반열에 오르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때이다.

정법모(필리핀대학 인류학과 박사과정)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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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11일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와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ODA 정책 워크샵 자료입니다.

국제연대위원회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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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원조 공여국 연재⑧ 종합



그동안 주요 공여국 중 네덜란드, 일본, 호주 등 7개국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문헌을 중심으로 사실을 조사하다보니 독자들이 기대했음직한 생생한 사례들을 많이 소개하지 못하였다. 또한 참여연대 ODA 사업의 기본 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들의 ODA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관한 각 나라의 현황을 자세히 전달하지 못하였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각 나라들의 원조 역사, 규모, 집행체계, 주요 정책 등을 통해 나라별 원조 모델의 특성을 거칠게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현재 한국이 대외원조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할 때, 주요 공여국의 ODA 현황을 촌촌이 뜯어보며 시사점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는 한국 ODA 정책의 기본 구상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개발협력개선종합대책’(국제개발협력위원회, 2005년 11월)을 발표하며 ‘한국형 대외원조 모델 개발’이라는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십 수개월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모델의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기껏 ‘개도국과의 호혜적 경제협력’, ‘비교우위’, ‘개발경험’ 정도만이 계속 운위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을 말하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다소 위험한 발상이 담겨져 있다고 우려할만한 하기도 하다. 그렇기에 특히 이 시점에서 한국 ODA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시민적 공론이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국회에서는 각 당의 의원들이 가칭 대외원조법의 입법화를 준비하고 있어 하반기에 정기국회가 개원하면 공론의 장은 더욱 형식을 갖추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펴 본 7개국의 ODA 현황은 시민적 공론의 소재라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ODA 정책이나 발전방향, 원조 모델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각 나라는 모두 저 마다의 고유한 역사적 경험과 ODA 정책을 가늠하는 경제, 사회, 정치, 문화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 또한 미진하나마 한국 ODA 정책의 공세적 변화에 기여한 MDGs와 같은 국제적 원조 추세도 무시할 수 없다. 각 나라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영국이나 유럽연합은 식민지 경험이라는 역사적 특징이 ODA 정책의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호주의 최근 원조 정책을 설명할 때 9.11이후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사회 정치적 맥락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네덜란드의 ‘공-사협동협약’(Public-Private Partnership Agreement)처럼 시민사회, 기업, 정부가 긴밀하게 상호협력하며 ODA를 추진하는 특징은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네덜란드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빼놓고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왜 ‘한국형’ 대외 원조 모델인가?

그렇다면 정부가 운운하는 ‘한국형’ 대외 원조 모델을 만드는 데 고려해야 할 주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박복영(대외경제연구원)은 한국형 원조 모델을 모색해 온 그동안의 연구는 ‘한국의 실정에 맞는 특색 있는 원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론과 그것의 내용으로 몇 가지 방향 정도를 제시’하는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적절한 지적이다. 고민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이 시점에서 발상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한국형 대외 원조 모델의 개발’이라는 과제 설정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개발경험과 비교우위에 근거한 적정한 내용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왜 ‘한국형’ 모델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과제에 대한 답변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적 자원 개발이나 IT 등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식민지배의 경험이 없는 대신 양적으로는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경제 개발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한국의 특징이라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형 대외 원조 모델을 비교우위와 개발경험이라는 특징에서 구성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왜 대외 원조를 해야 하는가’, ‘왜 ODA의 규모를 확대하고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에 대한 보편적인 물음이 더욱 절실하다. ODA 목적에 대한 이러한 보편적인 물음이 96년 OECD DAC에서 채택한 ‘21세기 개발협력 전략의 핵심개념이라 할 수 있는 '주인의식과 동반자의식(Ownership and Partnership)‘과도 조응한다. 우리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모델은 가치와 그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 결과가 모두 동일선상에 놓여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 ODA 모형을 구성하는 데 고려할 수 있는 하나의 특성은 한국이 수원국이었다는 경험이다. 1960년대 세계 최빈국 지위에서 95년 원조 공여국의 하나가 되었다는 역사적 경험이 한국 ODA의 원칙과 가치, 발전방향 등을 수립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 경험이 전수하는 핵심 가치는 ’지구촌의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하는 ’연대‘의 ’실천‘이다.

법적인 기반을 갖추는 것의 중요성

이제 한국 ODA 발전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될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자. 나라 별 사례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외원조의 가치와 원칙, 기본 목표를 담은 법적인 기반에 관한 내용이다. 처음 연재를 시작한 유럽연합의 경우, 1993년 ‘마스트리히트조약’을 통해 개발협력정책을 추진하는 법적인 기반을 갖게 되었다. 여기서 유럽연합은 개발협력사업의 목표가 ‘개도국의 지속적인 경제적, 사회적 개발을 촉진하고 세계 경제에 개도국을 점진적이고 조화롭게 통합하는 것이며 개도국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명시’하며 개도국의 빈곤과 개발이 원조의 목표임을 분명히 하였다. 캐나다는 CIDA헌장에 ODA의 목적을 ‘빈곤타파와 안전하고 평등하고 번영된 세계를 위해 일한다’고 밝혀 놓았다. 사실 이런 선언은 그럴듯하게만 들릴 수도 있으나 미국의 ‘미국 국민과 국제 사회의 이익을 위해 좀 더 안전하고 민주적이며 번영된 세계를 만드는 것’ (국무성, USAID)이나 일본의 ‘국제사회의 평화와 개발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일본의 안보와 번영을 확보하는 데 일조하는 것’(일본 ODA헌장)과 비교해 본다면 인도주의적 목적과 국익의 눈에 보이지 않는 명백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ODA 관련법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그 법이 담고 있는 가치 - 예컨대 빈곤감소, 환경 보전, 지속가능한 개발, 거버넌스 등등 - 만이 아니고 대외원조 사업을 일관되게 규율할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이다. 즉, 일관된 원칙과 체계의 통일성과 조정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점은 특히 대외 원조의 수행기관이 무수히 분산되어 가는 흐름 속에서 더욱 강조해도 좋다. 15개의 중앙행정부와 17개의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독자적으로 원조 사업을 실행하는 스페인이 대외 원조의 일관된 집행과 효율적 조정을 위해 제정한 1998년 ‘국제개발협력법’처럼 말이다. 스페인의 ‘국제개발협력법’은 다른 무엇보다 각 담당기관의 원조사업 목표의 일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 일관된 목표는 ‘빈곤 감소’. 이 목표는 원조집행기관들을 구속하며 지자체나 중앙 행정부서의 원조 실행을 통괄하는 기능을 갖는다.

일관된 원칙을 보장할 수 있는 일원화된 체계와 조정 기관

한국도 현재 30여개의 정부 부처와 지자체 등이 각각 대외 원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많이 지적되었던 유, 무상 원조의 분리 뿐 아니라 다양화된 원조 기관별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조정 업무를 주요한 과제로 내세웠으나, 그동안의 활동을 지켜 본 결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확인하는 수준에서 일보도 제대로 나가지 못한 듯하다. 이처럼 분산화된 원조 시스템이 법적인 기반도 없이 추진하는 일이 반복되면 중복 지원, 전문성 부족 등으로 인한 효율성 문제 뿐 아니라 예산 낭비 등 ODA의 책임성 문제도 심각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유럽연합의 Europe Aid, 캐나다의 CIDA, 영국의 DFID처럼 독립적인 기관을 따로 두어 ODA의 총괄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하거나 대외원조 개혁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이 ODA실시기관을 JICA로 일원화하기로 한 것처럼 ODA집행을 위한 일원화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스페인처럼 분산화된 기관간의 다양하고 활발한 조정의 역할을 하는 행정부간위원회, 지역간위원회 등 조정기관들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요구된다. 정부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산하 실무위원회에서 다양한 형태의 원조 사업간 연계 및 조화를 도모하고 현행 무상원조 관계부처 협의회 및 EDCF 실무협의회를 강화하는 것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실무위원회에는 현재 전문위원이 한명이며 그나마 ODA만을 전담하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DAC에서 권고하는 ‘ODA정책조정위원회’만이라도 시급히 설치해야 할 것이다.

ODA 사업 방향 - 선택과 집중

ODA의 규범과 일관되고 체계적인 원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법적인 기반 다음으로 눈에 띄는 점은 ODA 집행 방향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뚜렷한 특화와 집중의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캐나다는 인권향상, 아동권리보호, 여성보호 영역에서 독보적이었다. 스페인은 마이크로크래딧 기금(Micro-credit Concession fund, FCM)의 규모가 전체 유상원조의 25%를 차지할 정도이다. 영국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거버넌스 구상’이란 ODA백서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거버넌스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어 양자원조의 50%가량을 빈곤국의 공공행정서비스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물론 정부도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전략적인 협력대상국을 선정하여 중점지원국에 대한 지원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협력대상국은 DAC의 ODA 수원국 리스트상 최빈국, 기타 저소득국, 중저소득국을 원칙으로 하며 필요시 고중소득국도 포함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분야에 있어서도 빈곤감소와 지속가능 발전을 중심으로 보건 및 의료, 교육, 거버넌스 개선, 정보통신, 산업, 에너지 등을 열거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이 무색할 지경이다. 보스니아, 예멘과 같은 분쟁국과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최빈국 등으로 원조의 목표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원조대상국을 36개국으로 제한하고 ODA를 집행하는 네덜란드의 사례를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스페인과 호주는 다른 맥락에서 집중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대외 원조의 우선순위를 지역 전략적,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로 두고 있는 스페인은 총원조액의 58%를 중간소득국가에 집중하고 있으며 13%만이 원조를 필요로 하는 사하라 남쪽 국가에 집행하고 있다. 호주는 더욱 심하다. 빈곤문제가 가장 심각한 아프리카대륙에는 3%만을 할당. 유엔경제개발이사회가 지정한 최빈국에 대해선 0.05%만을 제공하고 ODA규모의 절반이상을 이해관계가 분명한 태평양 지역에 쏟아 붓고 있다. 급기야 호주는 2005년 OECD평가서에서 ‘호주의 ODA프로그램은 남반구의 개도국들을 실망시켰으며 원조 프로그램이 명백히 호주의 간섭주의 외교정책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고 평가받았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평가 시스템

각 나라들의 ODA 평가 과정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현재 한국은 종합적인 ODA평가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현행 ‘한국국제협력단법’을 살펴보면 세입세출결산서 제출 외에 무상원조 사업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다. 유상원조의 경우도 ‘대외경제협력기금법’을 살펴보면 사업에 대한 타당성 심사, 지원여부, 규모 등의 결정이 모두 행정부 내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원조기관인 KOICA와 수출입은행이 외부 및 내부 평가를 수행한다고는 하나 프로젝트별 사업 평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점에서 ODA 선진국이라고 평가받는 나라들의 평가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위한 시스템을 자세히 연구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유럽연합은 작성된 평가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독립된 민간 기업을 통하여 다시 재분석하여 원조 협력청에 전달한다. 네덜란드는 개발협력평가조사원(IOB)라는 독립된 기구에서 ODA 사업을 평가한다. 한국도 대외원조 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외부 인사가 다수 참여하는 평가위원회의 신설이나 외부 감사기관의 적극적인 평가 수행을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ODA 거버넌스 - NGO 참여

시민사회, 특히 NGO의 ODA 사업 참여도 우리의 눈길을 끈 관심 사항이었다. 한마디로 유럽 개발 NGO들의 활동은 눈부시다. 여기서 소개되지 않은 나라 중 덴마크의 경우는 법률로 NGO를 통한 대외원조사업 추진 비율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NGO에 대한 재정지원은 평균적으로 6~12%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AC, 1997) 유럽에서는 스페인처럼 ODA의 16%를 지방자치단체가 집행하고 (양자간 원조는 25%) 대부분의 기금을 NGO를 통해 집행하는 경향이 새삼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2004년 현재 스웨덴의 경우 양자간 원조의 18%, 핀란드 14%가 NGO를 통해 집행된다고 하니 말이다. 한국의 NGO를 통한 원조 규모는 1%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NGO의 ODA 양적 참여규모보다 더욱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NGO의 정책 참여과정이다. 정부가 NGO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부족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전개하느냐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거버넌스 차원의 NGO 참여 문제는 향후 ODA정책에 있어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NGO가 ODA의 효율성, 투명성, 민주성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는 다른 선진 공여국처럼 NGO협력법 등 NGO와의 협력과 참여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국제개발협력위원회 등 ODA관련 정책협의, 의사결정, 사업 평가 등의 과정에 NGO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의 사업 수행 체계도에 따르면 심의부터 평가까지 민간이 참여하도록 원칙적인 구성을 해놓고도 실행하지 않는 모습부터 개선하는 것이 NGO참여의 첩경이다.

시민과 함께 하는 ODA

마지막으로 ODA 홍보에 관해 살펴보자. 그동안 홍보는 그 중요성에 비해 홍보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미비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 뿐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지 못하였다. 홍보는 단순히 정부의 실적을 공개하고 치장하여 알리는 것이 아니다. ODA 홍보에 진정을 가지지 않으면 ‘국제빈곤퇴치기여금’제도는 비행기에 탈 때마다 천 원씩 그냥 하늘에 뿌리는 것과 같다. 정부는 국제빈곤퇴치기여금으로 아프리카개발이니셔티브를 실질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즉 우리가 조성한 기여금이 최빈국 아프리카의 빈곤 타파에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인 것이다. 약간의 돈으로 지구촌 좋은 이웃이 되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최근 국제협력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기문 유엔총장의 탄생을 계기로 한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성과 역할에 대한 긍정적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때 영국의 사례는 본보기로 삼을만하다.

영국은 대외원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내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백서를 통해 전 세계의 상호 의존과 국제 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촉구하고 영국의 어린이들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국제 문제들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 이외 공교육 부문을 비롯하여 미디어, 비즈니스와 노동조합, 종교계를 주요 핵심 분야로 잡고 개발의식교육운동을 전개하고, 국민들의 대외 원조에 관한 태도와 행동을 조사하기 위해 고정적으로 여론조사 실시하며 ODA모범 사례 소책자를 제작, 배포하는 등 국민들에게 매우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ODA가 담고 있는 빈곤 타파, 인권, 환경 보전, 연대, 평화 등의 가치는 먼 미래에 구현되는 가치가 아니다. 당장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실현할 수 있는 매우 가까운 규범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ODA는 개념조차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야 KOICA의 활동을 아주 조금 소개받을 뿐이다. 한국이 전쟁의 참혹함이 남긴 절대 빈곤 상태에서 어떻게 현재와 같은 세계 경제 대국 12위의 위치에 서 있게 되었는지, 미흡하지만 한국의 ODA가 어떻게 전 세계의 빈곤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홍보라는 글자 그대로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기실 한국의 ODA 역사는 매우 짧다.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은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ODA 정책 수립의 기초를 다지는 일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처음부터 잘 다져야 하는 것이다. 기초를 다지는 것은 선언으로 부족하다. 그나마 그동안 정부가 선언적으로 제시한 내용도 일관성을 가졌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ODA를 둘러싼 공론의 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점이 아쉽다. 한국 ODA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초석을 놓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 법, 제도적인 기반을 만드는 일은 시끌벅적하게 추진해보자. 시민사회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적극적인 주체로 참여한다면 더욱 튼튼한 기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선(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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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최우선의 원조, 일본 ODA의 현황과 미래



일본은 198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최대의 ODA 공여국이 되었으며, 1990년을 제외하고는 2000년까지 1위를 유지한 ODA 대국이다. 2001년 이후부터는 장기불황으로 인한 ODA 감소로 1위 자리를 미국에 다시 내주었지만, 여전히 일본은 세계 ODA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막대한 ODA 공여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는 국가가 되지는 못하였다. 이번 연재를 통해 그 이유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일본 국내에서도 ODA에 대한 여론은 경제 불황과 재정상황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특히 2002년도의 ODA예산의 경우 2001년에 비해 10.3% 대폭적인 삭감이 있었다. ODA는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국민의 지지와 이해도가 필수불가결하다. 국민들에게 ODA에 대한 인지도와 지지가 낮은 한국으로서도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 ODA와 한국

평화헌법과 미일안보조약으로 인한 외교적 제약으로 인해 일본에게 ODA는 국익과, 안정된 국제적 환경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외교정책수단이다. 그러나 일본의 ODA는 무상원조 보다는 유상원조인 엔 차관의 비중이 높고, ODA 프로젝트 입찰에 일본기업이 많이 낙찰되고 있다. 이는 개도국의 ‘인간안보’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ODA 추세와 역행하는 것이고, 그래서 일본은 ODA를 자국의 이익추구에 이용한다는 국제적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이는 한국에 대한 ODA 공여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한국에 두 번째로 큰 규모의 ODA를 공여하였다. 미국이 한국전쟁이후 1950-1960년대 약 60억 달러의 ODA를 제공하고, 일본은 1965년 이후 50억 달러에 해당하는 ODA를 공여하였다. 그러나 ODA의 성격에 있어서 미국은 약 70%이상의 ODA가 무상으로 제공된 반면, 일본은 70% 정도가 유상으로 공여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사실 한국은 1990년대까지도 경제 인프라 구축과 인적 자원개발 등에서 일본 ODA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럼에도 일본은 ODA 공여를 통해 한국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였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은 이러한 문제점을 깨닫고 ODA 시행기관을 일본국제협력단(JICA)로 일원화하고 ODA 전략을 새롭게 개편하고 있다. 지금부터 일본의 ODA가 어떻게 전개되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살펴보자.

일본 ODA의 역사와 특징

일본정부는 일본 ODA 역사를 크게 5기로 구분하고 있다. 제 1기는 1945년부터 1953년까지 ‘전후 부흥기’로 미국이나 세계은행에서 ODA를 수원 받던 시기이다. 제2기는 1954년부터 1963년까지 ‘전후 배상기’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배상을 중심으로 ODA를 공여한 시기이다. 제3기는 1964년부터 1976년까지 ‘ODA 신장기’로 ODA의 양적확대와 형태의 다양화가 시도된 시기이다. 제 4기는 1977년부터 1988년까지 ‘계획적 확충기’로 여러 차례의 중기목표에 의해 ODA가 확충된 시기이다. 제5기는 1989년 이후 ‘최대 공여국’의 시기로서 ODA 최대 공여국으로의 이니셔티브를 발휘하는 ‘ODA 충실기’이다.

1989년 이후 일본의 ODA는 그 이념과 전략이 국제 정치경제적 차원에서 결정되고 국제적 참여가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ODA 4지침의 결정(1991. 4), ODA 대강(大綱)의 각의결정(1992. 6), 21세기를 향한 ODA 개혁 간담회 발족(1997. 4) 등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2003년 8월에는 ODA 헌장을 개정하고, 2006년 11월 일본 국회에서 통과된 ‘일본국제협력단(JICA)법’ 개정을 바탕으로 일본 ODA는 신(新) JICA를 발족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으며, 2008년 10월 신 JICA법 개정내용이 발효되면 유무상 원조를 일원화할 예정이다.

<< 일본 ODA 규모와 구조 >> (단위: 백만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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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국수출입은행. 2004.『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의 중장기 정책방향』


일본 ODA의 특징은 유상원조 중심, 아시아 중심, 경제 사회 인프라 개발 중심지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서구 유럽과 비교했을 때 경제적 이익 위주의 상업주의적 ODA 정책을 실시해왔고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1990년대 이후에는 경제적 목적 중심에서 정치외교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변화하였다. 일본 ODA의 특징으로 경제발전과 경제안전보장을 위해 ODA를 외교적 수단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은 ODA가 일본 정부의 종합적인 안전보장을 확보해 준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ODA를 통해 주변 개발도상국의 불안요인을 줄임으로써 일본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환의무가 수반되는 유상원조를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의 자조노력과 주체적인 개발 시행을 유도하는 일본 ODA는 앞으로도 유상원조 중심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일본 정부는 ODA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발전이 궁극적으로 일본의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에게 개방적인 경제체제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 ODA의 비중을 살펴보면 아시아 국가 중심의 공여가 가장 큰 특징이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일본 기업의 최대 시장인 동시에, 정치외교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ODA 공여를 통해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경제발전을 도와주고 사회 간접시설을 확충해 주는 것을 통해 일본 상품의 수출시장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현재까지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아주 크며, 따라서 일본의 정치외교적 목적에는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인도주의에 입각한 ODA 실시가 국제적인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일본은 ODA를 자국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ODA의 체계

일본은 ODA 공여 초기부터 다수의 관련 부처와 기관이 참여하는 다원적 체제를 유지하였고 유무상 원조를 분리하여 운영해 왔다. 일본 ODA 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유상원조와 무상원조가 이원화된 구조라는 것이다. 일본은 가장 복잡하고 분산된 ODA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ODA 정책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유상원조는 재무성과 국제협력은행(JBIC)이 담당을 하였고, 무상원조는 외무성과 일본국제협력단(JICA)이 담당을 하였다. 일본은 1970-1980년대에 유상원조를 중심으로 ODA 규모를 급격히 확대하였으며, 현재에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과는 달리 유상원조 중심의 ODA를 고수하고 있다. 1970년대의 경우 유상원조가 60%를 넘었고, 1980년대 중반 이후에도 50% 수준을 유지하였다. 2002년의 경우 46.8%로 비율이 낮아졌지만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2003년 개정된 ODA 헌장에서 “일본의 원조는 개발도상국의 자조노력"을 촉진하는 형태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기본이념을 천명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 세계은행의 차관을 활용하여 사회 간접시설을 정비하고 고도경제성장을 이룩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논리는 일정 수준 이상 개발이 진전된 개발도상국에 대한 ODA는 상환의무를 수반하는 편이 오히려 자조노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유상원조 중심의 ODA 구조를 유지하는 대신, 1970년대 말부터 언타이드 차관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법으로 ODA의 질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유상원조는 아시아 지역에 80% 이상을 집중하고 있고, 무상원조는 아시아와 최빈국이 많은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비중이 높다. 따라서 일본 ODA는 무상원조는 인도적, 외교적 목적을 적극 반영하고 있고, 유상원조는 경제적 목적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본 ODA 형태별 분류와 담당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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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국수출입은행. 2004.『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의 중장기 정책방향』


일본 ODA와 NGO

한국은 ODA 관련 이슈들에 대하여 시민사회 단체와 NGO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2000년대 이후 최근의 일인데 반해, 일본 NGO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ODA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대표적인 단체가 ‘일본 ODA 개혁 네트워크(이하 ODA-NET)’로, 일본의 ODA 정책 개혁을 목표로 하는 일본의 시민과 NGO들의 네트워크로서 1996년 ‘ODA 개혁을 위한 시민 NGO 연락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도쿄에서 발족되었다. 'ODA-NET'이 여타 개발 NGO들과 다른 점은 현장에서의 구호활동이나 사업진행이 아닌 ‘ODA와 관련한 정책개발과 제언, 그리고 정책결정과정에 있어 시민참여’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무성을 포함한 정부기관과 일본국제협력단(JICA)등과 정기 협의회를 통해 정책제언을 해왔으며, 각종 포럼의 개최, 책자 발간 활동에 주력해왔다.

‘ODA-NET’의 최우선 목표는 ‘ODA 기본법 제정’을 통해 일본의 ODA가 국제사회의 ODA 추세에 걸맞도록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자립에 기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ODA 관련 시민사회 단체들의 노력은 1997년과 1999년 일본 정부에 제출한 'ODA 개혁을 향한 제언', 1999년 말에 작성한 'ODA 기본법안' 초안으로 결실을 맺었다. ‘ODA-NET’은 정부, 국회의원, ODA 기관에 각종 정책 제언을 해왔으며, 이를 통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반영하려는 일본 정부의 흐름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일본 ODA정책이 개도국 주민들의 자립에 공헌하는 정책적 개혁보다는 일본의 국익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의 정기협의가 실질적으로 소득이 없었다는 비판도 있다. 다만 정부와 ODA 실시기관과의 정기협의가 정부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협의내용이 기록되고 정기협의록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다는 점에서 일본정부의 ODA 개악에 대해 일정 부분 억지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제사회의 ODA 정책은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인도주의를 중시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국가도 있고, 오히려 후퇴하는 국가도 있다. ‘ODA-NET’은 유효한 정책 제언을 하기 위해서 국내외 정보 분석이나 구체적 사례조사와 연구를 통해 지식과 전문성 향상에 힘쓰고 있다. 또한 ‘ODA-NET’의 활동성과를 사회에 환원하고 폭 넓은 지지를 받기 위해, ODA에 관한 교육이나 각종 심포지엄 개최, 강사 파견 등을 통해서 ODA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하고 있다.‘ODA-NET’은 개발NGO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고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NGO들이 모여서 결성된 네트워크이다. WE21, 아태자원센터(PARC), 인도네시아 민주화를 위한 네트워크(NINDJA), TICAD 시민사회포럼(TCSF), 일본국제자원활동센터(JVC) 등 5개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세계 2위의 ODA 공여국인 일본의 ODA는 잃어버린 10년으로 일컬어지는 1990년대 경기침체를 통해 국내의 지지기반이 상당히 취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는 ‘ODA-NET’ 결성 등을 통해 일본의 NGO들이 ODA 정책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개선되지 않은 일본의 ODA정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본의 ODA는 수원국의 진정한 발전에 도움이 되는 ODA를 염원하는 일본 시민사회의 열정을 헛되이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NGO 들은 일본의 ODA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는 ODA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한국의 시민사회에도 발전전략과 관련하여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할 수 있다.

일본 ODA의 미래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이후부터 경제적 측면을 중시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정치, 안보, 인도적 측면을 고려하는 ODA를 실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03년 ‘ODA 헌장'을 수정하면서 ODA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개발에 공헌하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일본의 안정과 번영도 증진시킬 것을 명시하였다. 또한 동아시아를 일본 ODA의 중점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2006년 11월 일본 국회에서 통과된 JICA법 개정을 바탕으로 일본 ODA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신 JICA를 발족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고, 2008년 10월 신 JICA법 개정내용이 발효될 예정이다. 이 법안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ODA 실시기관을 JICA로 일원화 한다는 것이다.

2008년 10월 출범할 새로운 JICA의 역할은 기존에 담당하고 있던 사업 외에, 외무성으로부터 무상자금협력사업, 국제협력은행(JBIC)으로부터 유상자금협력(엔차관)을 통합하여 일원화하는 것이다. 일본은 ODA 실시의 일원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제협력은행(JBIC) 관련 조직과 인력은 2008년 10월 이후 출범할 새로운 JICA와, 신설되는 일본정책금융공고로 승계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 ODA는 일본의 국익에 기여하는 외교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이념에는 변함이 없다. 일본 언론에서도 이번 ODA 개혁에서도 관련부처의 기득권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ODA 공여 초기부터 일본 ODA 실시 체제를 모델로 하였다. 일본이 ODA 헌장과 법 개정을 통해 ODA 체계를 개혁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체계가 바뀌어도 ODA를 공여하는 기본 이념이 바뀌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국가가 되기는 요원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ODA 관련법이나 헌장 등을 제정하는 것을 통해 한국 ODA의 이념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일본 ODA 실시 체계 개편을 교훈 삼아, ODA의 일원화를 달성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가 ODA 운영체제를 일원화하고 관련부처를 조정하는 개혁을 실시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동일하게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 ODA는 경제 논리 등으로 인해 국민여론이 악화(Aid Fatigue)되면 ODA 예산을 늘리기 힘든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일본의 ODA가 어떻게 전개되고 운영될 것인지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정호(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ODA연구팀)


* 뉴스레터 원본 참조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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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에 ODA감시팀이 처음 활동을 시작할 2005년 당시만 해도 ODA감시팀 최대의 관심사는 ODA의 방향이나 구체적인 감시활동의 전개 내용이 아니라 우선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ODA에 관심을 가지도록 할 것인가였다. 국민들 대부분이 ODA가 어떻게 집행되는지 잘 알지 못하고, 심지어 정부차원에서 개발도상국에 지원을 해 주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생소하게 여기는 국민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2년 전의 상황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우리 주변에서는 ODA에 관한 논의들이 넘쳐나고 있다. ODA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앞다투어 ODA에 관한 법률안을 제안하고 있다. 2년 만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ODA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으로 변화된 것인지 아니면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효과로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는 국가차원에서 무상 또는 유상의 방식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하여 지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ODA 사업을 몇 가지 방법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먼저, KOICA로 더 잘 알려진 ‘한국국제협력단’이「한국국제협력단법」에 근거하여 무상원조 사업을 해왔고, 한국수출입은행이「대외경제경제협력기금법」에 근거하여 유상원조 사업을 해 오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국민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각 중앙 행정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대외원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리 없고, 정부가 잘 알아서 지원하면 되는데, 왜 시민단체가 나서서 감시를 한다는 것인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차원의 지원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예산이 필요하고, 법률적 차원의 근거 역시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ODA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세금에 의한 예산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그 쓰임새는 적절한 것인지, 혹여 지원을 하고도 오히려 나쁜 평가를 받는 상황은 없는지 등의 문제는 개개의 시민 또는 시민단체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한국의 ODA가 집행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몇 가지 문제들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턱없이 낮은 ODA 예산, 지원의 순서와 원칙이 없는 중복 집행의 양상, 사업에 대한 적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 등...

다행스럽게도 최근 ODA에 관한 법률을 정비하고자 하는 노력들은 위와 같은 현재의 ODA 집행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국회차원에서도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외교통상부나 재정경제부에서도 법률안 또는 헌장 형식의 ODA에 관한 기본 체계를 정비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인 적이 있고, 국회에서는 얼마 전 국제선 항공권에 부과되는 항공권연대기여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ODA 사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의「한국국제협력단법」의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하였다.

가장 최근의 시도로서는 ODA에 관한 국회의원들의 기본법률안들이다. 이미 김부겸 의원과 우제창 의원이 발의한「대외원조기본법안」과「국제개발협력기본법안」이 국회에서 심의 중이고, 권영길 의원의 「대외원조기본법안」도 전문가 토론 등을 거쳐 국회 상정을 준비 중이다.

법률은 체계나 형식이 딱딱해서 일반 국민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법률에는 해당 법률이 문서화되기까지의 사회적 가치관, 이념, 갈등상황과 이를 해결하는 사회적 힘이 반영되어 있다. 법률이 사회의 시류를 잘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난을 듣는 것도 이러한 갈등관계를 정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ODA에 관한 최근의 법률안들을 들여다보면 법률의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난다. 각각의 법률안들은 ODA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이념, 그 속의 갈등 상황들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이들 법률안을 들여다 보면 향후 ODA에 관한 우리 사회의 논의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우선 몇 가지 쟁점들에 대해서 현재 준비 중인 3가지 ODA 기본법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면 아래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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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이념과 관련하여서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부분은 바로 ‘호혜협력’이라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바와 같이 지원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국익을 ODA의 목적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러한 목적상의 차이는 유상원조와 무상원조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구속성 원조 즉 원조사업의 수주대상을 한국기업으로 한정하는 사업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선진 지원국들의 사례와 OECD의 권고사항을 근거로 하여 유상원조의 비율을 낮추고, 구속성 원조 역시 비율을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한국적 상황에 맞는 지원 또는 수원국으로서의 한국적 경제개발 모델의 수출이라는 관점에서 특수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집행기관에 대한 부분은 현실적으로 가장 대립이 심한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 몇 년간 진행된 ODA관련 법안의 제정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가 ODA관련 업무에 있어 서로 주도권을 주장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 법안 모두 국무총리 산하의 위원회를 통해서 기본정책을 수립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집행을 담당할 기관 부분에 있어서는 차이가 드러난다. 즉 권영길 의원안이 대외원조청 형식의 독자적 정부조직을 구성을 제안한 반면, 다른 의원안들은 현재와 같은 이원적 또는 다원적인 ODA 사업구도를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유무상 통합 관리의 필요성, 유상원조와 무상원조의 사업적 특수성, 전문성, 별도의 정부조직 창출의 현실적 어려움 등 다양한 고려 요소로 인하여 향후 실제 제정될 법률의 모습을 예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평가 부분은 ODA사업 수행의 적정성 확보와 예산감시라는 차원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이다. 세 의원안 모두 일정 정도 외부 인사의 참여, 평가 결과의 외부화를 통한 평가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평가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업시행 주체가 스스로를 평가하는 구조는 탈피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세 의원안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의 평가방법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법률은 입장을 내세우는 것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입장에 대한 근거와 그로 인한 효과가 측정되는 가운데 법률이 추구하는 목적을 위해 필요한 수단을 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ODA의 기본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ODA가 어떠한 이유로 필요한 것이라는 점에서 출발하여 현재 한국 ODA 실태에 대해 정확히 조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ODA의 효과와 문제점에 대해 충실히 파악하고 충분히 깊은 논의를 거친 후 당면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가장 필요하고 적절한 수단과 절차가 무엇인가를 확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입법 추진 움직임에 대하여 ODA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각자의 입장에서 유리한 논거만을 근거로 하여 계속적으로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계속 된다면, ODA에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한국의 ODA가 추진되길 바라는 많은 이들의 염원과는 달리 ODA법의 사회적 효과는 매우 미약해질 것이다.

ODA 관련 법안은 그저 ODA를 추진하기 위한 체계를 규율하는 법안이 아니다. 전쟁과 빈곤에서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들의 시름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의 세계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선한 의지가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작금의 ODA 입법안을 둘러싼 움직임이 의사당 바깥으로 나와 우리 사회의 건전하고 합리적인 토론장으로 나오길 간절히 고대한다. 또한 입법 주체들도 법률이 사회적 갈등양상을 반영하여 최후에 제도화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새기면서 이미 충분히 확인된 입장의 차이를 강조만 하기 보다는 입장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들을 분석하여,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충실한 입법 과정을 밟기를 기대한다.
정철(변호사)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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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의 이익에 봉사하는 거꾸로 가는 ODA



911 이후 네덜란드를 비롯한 OECD 국가들 가운데 국가안보를 개발의제의 중심에 두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시각에서 안보(치안)를 모든 개발문제의 원인이자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일명 '실패한 국가'들에 대한 사전예방적 개입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구호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신간섭주의적 기조 속에서 국가안보 중심의 ODA정책은, 빈곤퇴치를 통한 인류의 공존과 평화라는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고, 도리어 공여국의 이익과 목적에 충실하게 작용함으로써 수혜국 사람들의 인권과 개인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호주의 ODA정책은 이런 가능성이 단순히 우려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실망스러운 실태

호주는, 2001년 911사건과 2002년 발리 폭발 사건을 계기로, 동남 아시아와 태평양 군도에서의 분쟁과 테러가 자국에 대한 안보위협임을 내세워 스스로 이 지역의 보안관 역할을 자처하고 적극적인 개입정책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신간섭주의적 대외정책에 따라, 호주의 ODA는 지리적으로는 이해관계가 밀접한 동남아시아와 태평양군도에 집중하고 있으며, 정책적으로는 수원국의 거버넌스 개선에 그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규모 면에 있어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예외적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1996년 현 정권이 들어선 이래 ODA규모가 급강하였다가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1975~6년에 GNI대비 0.45%의 규모에서, 1985~6년에는 0.43%, 1995~6년에는 0.32%, 2000~03년에는 GNI대비 0.25%수준으로 낮아졌다가, 이후 증가세를 보이면서 2005~6년에는 0.28%로, 2006~7년에는 약 0.3%로 증가하여, 현재 OECD 22개 회원국 가운데 19위를 기록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도 국제사회의 합의와 노력에 훨씬 못 미치지만, 그 내용적 측면은 더욱 실망스럽다고 할 수 있다. 즉 최근에 ODA가 증가세로 바뀌게 된 것은, 신간섭주의 정책에 따라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의 반테러활동에 대한 지원과 남태평양 군도의 치안유지를 이유로 파견한 자국의 군경과 관료들에 대한 엄청난 지원경비가 ODA예산에서 충당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전체 ODA의 80%가 자국의 사기업과의 계약으로 집행되고 있어 개도국에 대한 실질적 원조보다는 경제적 부메랑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호주의 ODA 일반은 2005년 OECD 평가 보고서에서 "호주의 ODA프로그램은 남반구의 개도국들을 실망시켰으며 원조 프로그램이 명백히 호주의 간섭주의 외교정책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라고 지적된 바와 같이 수원국 시민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책: 호주의 국익에 부합한 이웃정권 만들기

호주는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침략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탄압했을 때, 자국과 티모르 섬 사이에 매장된 석유자원에 대한 기득권 유지를 위해 공식적으로 인도네시아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동티모르의 진상을 은폐하는 데에 앞장선 바 있다. 이렇듯, 호주의 대외정책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이익에 충실하게 운영되어 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ODA정책에 있어서도 호주원조국(AusAid)은 그 목적을 개도국의 빈곤감축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되, 호주의 국가이익에 부합한(in line with Australia's national interests) 것이어야 함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는 ODA를 빈곤퇴치의 목적보다는 자국의 이익에 충실한 정치적 경제적 목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잘 보여준다. 호주 정부가 추구하는 자국의 이익이란 개념은 지역적 안보 위협에 대한 개입과 이로 인한 부메랑효과로서의 경제적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솔로몬제도의 치안유지를 위한 지역원조단(RAMSI: Regional Assistance Mission to the Solomon Islands)이나 파푸아뉴기니와의 협력강화프로그램(ECP: Enhanced Cooperation Program)과 같은 호주의 거대 원조 프로그램은 수원국의 "거버넌스 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군대 혹은 경찰력의 배치를 시작으로, 수원국의 재정과 사법부분에 대해 공식적으로 개입하고, 종래에는 호주의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911과 발리폭발사건 이후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거버넌스 부분에 대한 ODA예산 배분은 36%로 급등하였으며 전통적인 ODA 부분인 보건과 교육, 인프라부분을 합한 것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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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년 대비 2005-06년 부문별 원조 배분비율 변화 추이, The Reality of Aid 2006 보고서


문제는 호주 정부에게 있어서 '굿 거버넌스'가 무엇인가인데, 아래 구성표에서 볼 수 있듯이 호주는 거버넌스 가운데 47%를 호주의 국방부와 연방경찰청이 주관하는 '사법제도' 부분에 할당한 반면 '민주적 절차의 증진'에는 2%만을 배정하고 있다. 호주 외교통상부는 이에 대해서 ODA가 지역안보와 자유시장원칙에 기초한 경제통합이라는 호주의 지역전략 속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빈곤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며, 그러한 경제성장은 치안의 확보, 재산권을 포함한 투자환경의 개선 그리고 시장개방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정책이다.

2006년 3월 의회에 제시된 '원조백서(White Paper on Australian Aid to Parliament)'에서도 빈곤 감축을 위한 기초전략으로서 경제성장에 대한 독려와 이를 위한 지역 내 강력한 거버넌스의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호주원조국 총재는 2005년 '호주전략정책연구소'의 연설에서 불안정한 국가는 무기나 마약, 인간 밀매와 같은 범죄의 인큐베이터이며 잠정적으로 테러리즘의 육성지라고 선언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원조 프로그램과 테러와의 전쟁의 연관성을 공식화하였다. 그에 의하면 자국에 대한 이익 없이 순수한 선행을 베푸는 시대는 끝났으며, 대신 ODA는 호주의 국가이익에 우호적인 전략적 환경을 만드는 데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호주에게 있어서 굿 거버넌스란 호주의 지역전략에 적합한 통치형태로 '시장 친화적 정부 개입'과 '테러와의 전쟁'에 동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접근이 수원국 사람들의 일상적 인간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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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원조 예산 구성, 호주원조국 2005년


대상국가: 이해관계가 긴밀한 정치적 불안정 국가

지역적으로 ODA예산 가운데 40%가 태평양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주로 솔로몬제도나 파푸아뉴기니와 같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에 집중하고 있는데, 여기에 인도네시아까지 포함하면 이 지역에 대한 원조 규모는 전체 ODA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지역적 집중 역시 ODA와 안보문제를 공식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2001-02년에 전체 ODA의 36%가 이 지역에 할당된 반면 2005-6년은 50%가 넘게 배정되었다. 반면, 빈곤문제가 가장 심각한 아프리카대륙에는 3%만이 할당되었다. 특히, 유엔경제개발이사회가 지정한 최빈국에 대해선 0.05%만을 제공하였다. 이는 OECD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국제사회는 최빈국에 대한 ODA를 늘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ODA정책임에 합의하였고 이를 위한 노력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호주는 이해관계가 분명한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지역의 안보문제에 ODA를 집중함으로써, 정치적으로는 신개입주의적 접근을 정당화하고 경제적으로는 부메랑 효과를 누리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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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년 대비 2005-06년 지역별 원조 배분비율 추이, The Reality of Aid 2006년 보고서




집행기관: 국방부와 연방경찰청을 중심으로

ODA의 초점이 안보로 옮겨감으로써 호주에서는 유래 없이 총리실을 비롯해 재무, 관세, 이민, 문화부 등 여러 부처의 장관들과 고위급 관료들이 적극적으로 원조정책의 개발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국방부와 연방경찰청과 같은 개발과는 무관한 부처가 가장 핵심적인 ODA집행기관으로 나서고 있다. '안보'라는 하드코어 한 문제를 다루기에 외교통상부의 부속 부서에 불과한 호주원조국은 그 위상과 역할이 턱없이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결국 ODA예산의 대부분을 다른 부처에서 안보와 거버넌스라는 부분에 집행함으로써, 호주원조국은 매년 발행하던 ODA프로젝트 목록서조차 2001년부터는 출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호주 ODA에 대한 전반적인 조정은 결국 의회에 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의회의 ODA에 대한 인식수준이 국제사회의 합의나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호주의 시민사회단체 AID/WATCH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의회의 71%가 원조를 통해 호주의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였으며, 64%가 ODA프로그램을 통해서 국내산업의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바람직한 ODA정책과 집행을 위해서 원조담당부서를 영국에서와 같이 외교통상부의 관할에서 벗어나 각료급을 수장으로 한 독립적 부서로 개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호주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개발원조 예산이 국가안보 예산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안보정책과 원조정책은 구분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사법제도 부분에 지원된 ODA는 사실상 거버넌스 개혁이라는 명분하에 배치된 호주의 관료와 군인, 경찰 그리고 컨설팅에 참여한 호주의 회사에게 되돌아가고 있고, 호주식 경제 시스템과 거버넌스가 수원국의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상황에 적합하지도 않다고 정부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무엇보다 호주의 ODA는 거버넌스의 개혁에 있어서 수원국의 시민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 당사자 그룹의 의견과 참여를 차단하고 오히려 수원국 사람들의 인간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국민들이 스스로 정부에 대해서 정책의 투명성과 국민에 대한 책무감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인간개발과 역량강화에 투입되어야 할 ODA가 호주식 경제시스템과 안보개념에 적합한 반인권적 정부를 옹호하고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현 호주 총리는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원조보다 무역이 중요하다는 강한 신념(2005년 APEC회의 연설 중)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어서, 호주의 ODA정책과 관행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신(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 솔로몬제도의 치안유지를 위한 지역원조단:2003년 6월 솔로몬제도 총리의 요청으로 솔로몬제도에서의 종족분쟁으로 인한 치안유지를 위해 호주를 중심으로 한 태평양국가들이 결성. 호주는 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 규모인 2,225명의 군경을 ODA기금으로 솔로몬제도에 배치

* 파푸아뉴기니와의 협력강화프로그램:2004년 7월에 파푸아뉴기니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호주가 강압적으로 체결한 것으로, 파푸아뉴기니의 굿 거버넌스를 촉진한다는 목적으로 호주의 경찰력 230명과 관료 65명을 파푸아뉴기니 정부 부서에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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