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원조 공여국 연재⑧ 종합



그동안 주요 공여국 중 네덜란드, 일본, 호주 등 7개국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문헌을 중심으로 사실을 조사하다보니 독자들이 기대했음직한 생생한 사례들을 많이 소개하지 못하였다. 또한 참여연대 ODA 사업의 기본 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들의 ODA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관한 각 나라의 현황을 자세히 전달하지 못하였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각 나라들의 원조 역사, 규모, 집행체계, 주요 정책 등을 통해 나라별 원조 모델의 특성을 거칠게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현재 한국이 대외원조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할 때, 주요 공여국의 ODA 현황을 촌촌이 뜯어보며 시사점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는 한국 ODA 정책의 기본 구상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개발협력개선종합대책’(국제개발협력위원회, 2005년 11월)을 발표하며 ‘한국형 대외원조 모델 개발’이라는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십 수개월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모델의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기껏 ‘개도국과의 호혜적 경제협력’, ‘비교우위’, ‘개발경험’ 정도만이 계속 운위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을 말하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다소 위험한 발상이 담겨져 있다고 우려할만한 하기도 하다. 그렇기에 특히 이 시점에서 한국 ODA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시민적 공론이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국회에서는 각 당의 의원들이 가칭 대외원조법의 입법화를 준비하고 있어 하반기에 정기국회가 개원하면 공론의 장은 더욱 형식을 갖추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펴 본 7개국의 ODA 현황은 시민적 공론의 소재라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ODA 정책이나 발전방향, 원조 모델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각 나라는 모두 저 마다의 고유한 역사적 경험과 ODA 정책을 가늠하는 경제, 사회, 정치, 문화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 또한 미진하나마 한국 ODA 정책의 공세적 변화에 기여한 MDGs와 같은 국제적 원조 추세도 무시할 수 없다. 각 나라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영국이나 유럽연합은 식민지 경험이라는 역사적 특징이 ODA 정책의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호주의 최근 원조 정책을 설명할 때 9.11이후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사회 정치적 맥락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네덜란드의 ‘공-사협동협약’(Public-Private Partnership Agreement)처럼 시민사회, 기업, 정부가 긴밀하게 상호협력하며 ODA를 추진하는 특징은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네덜란드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빼놓고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왜 ‘한국형’ 대외 원조 모델인가?

그렇다면 정부가 운운하는 ‘한국형’ 대외 원조 모델을 만드는 데 고려해야 할 주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박복영(대외경제연구원)은 한국형 원조 모델을 모색해 온 그동안의 연구는 ‘한국의 실정에 맞는 특색 있는 원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론과 그것의 내용으로 몇 가지 방향 정도를 제시’하는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적절한 지적이다. 고민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이 시점에서 발상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한국형 대외 원조 모델의 개발’이라는 과제 설정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개발경험과 비교우위에 근거한 적정한 내용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왜 ‘한국형’ 모델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과제에 대한 답변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적 자원 개발이나 IT 등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식민지배의 경험이 없는 대신 양적으로는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경제 개발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한국의 특징이라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형 대외 원조 모델을 비교우위와 개발경험이라는 특징에서 구성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왜 대외 원조를 해야 하는가’, ‘왜 ODA의 규모를 확대하고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에 대한 보편적인 물음이 더욱 절실하다. ODA 목적에 대한 이러한 보편적인 물음이 96년 OECD DAC에서 채택한 ‘21세기 개발협력 전략의 핵심개념이라 할 수 있는 '주인의식과 동반자의식(Ownership and Partnership)‘과도 조응한다. 우리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모델은 가치와 그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 결과가 모두 동일선상에 놓여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 ODA 모형을 구성하는 데 고려할 수 있는 하나의 특성은 한국이 수원국이었다는 경험이다. 1960년대 세계 최빈국 지위에서 95년 원조 공여국의 하나가 되었다는 역사적 경험이 한국 ODA의 원칙과 가치, 발전방향 등을 수립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 경험이 전수하는 핵심 가치는 ’지구촌의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하는 ’연대‘의 ’실천‘이다.

법적인 기반을 갖추는 것의 중요성

이제 한국 ODA 발전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될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자. 나라 별 사례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외원조의 가치와 원칙, 기본 목표를 담은 법적인 기반에 관한 내용이다. 처음 연재를 시작한 유럽연합의 경우, 1993년 ‘마스트리히트조약’을 통해 개발협력정책을 추진하는 법적인 기반을 갖게 되었다. 여기서 유럽연합은 개발협력사업의 목표가 ‘개도국의 지속적인 경제적, 사회적 개발을 촉진하고 세계 경제에 개도국을 점진적이고 조화롭게 통합하는 것이며 개도국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명시’하며 개도국의 빈곤과 개발이 원조의 목표임을 분명히 하였다. 캐나다는 CIDA헌장에 ODA의 목적을 ‘빈곤타파와 안전하고 평등하고 번영된 세계를 위해 일한다’고 밝혀 놓았다. 사실 이런 선언은 그럴듯하게만 들릴 수도 있으나 미국의 ‘미국 국민과 국제 사회의 이익을 위해 좀 더 안전하고 민주적이며 번영된 세계를 만드는 것’ (국무성, USAID)이나 일본의 ‘국제사회의 평화와 개발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일본의 안보와 번영을 확보하는 데 일조하는 것’(일본 ODA헌장)과 비교해 본다면 인도주의적 목적과 국익의 눈에 보이지 않는 명백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ODA 관련법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그 법이 담고 있는 가치 - 예컨대 빈곤감소, 환경 보전, 지속가능한 개발, 거버넌스 등등 - 만이 아니고 대외원조 사업을 일관되게 규율할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이다. 즉, 일관된 원칙과 체계의 통일성과 조정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점은 특히 대외 원조의 수행기관이 무수히 분산되어 가는 흐름 속에서 더욱 강조해도 좋다. 15개의 중앙행정부와 17개의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독자적으로 원조 사업을 실행하는 스페인이 대외 원조의 일관된 집행과 효율적 조정을 위해 제정한 1998년 ‘국제개발협력법’처럼 말이다. 스페인의 ‘국제개발협력법’은 다른 무엇보다 각 담당기관의 원조사업 목표의 일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 일관된 목표는 ‘빈곤 감소’. 이 목표는 원조집행기관들을 구속하며 지자체나 중앙 행정부서의 원조 실행을 통괄하는 기능을 갖는다.

일관된 원칙을 보장할 수 있는 일원화된 체계와 조정 기관

한국도 현재 30여개의 정부 부처와 지자체 등이 각각 대외 원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많이 지적되었던 유, 무상 원조의 분리 뿐 아니라 다양화된 원조 기관별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조정 업무를 주요한 과제로 내세웠으나, 그동안의 활동을 지켜 본 결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확인하는 수준에서 일보도 제대로 나가지 못한 듯하다. 이처럼 분산화된 원조 시스템이 법적인 기반도 없이 추진하는 일이 반복되면 중복 지원, 전문성 부족 등으로 인한 효율성 문제 뿐 아니라 예산 낭비 등 ODA의 책임성 문제도 심각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유럽연합의 Europe Aid, 캐나다의 CIDA, 영국의 DFID처럼 독립적인 기관을 따로 두어 ODA의 총괄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하거나 대외원조 개혁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이 ODA실시기관을 JICA로 일원화하기로 한 것처럼 ODA집행을 위한 일원화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스페인처럼 분산화된 기관간의 다양하고 활발한 조정의 역할을 하는 행정부간위원회, 지역간위원회 등 조정기관들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요구된다. 정부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산하 실무위원회에서 다양한 형태의 원조 사업간 연계 및 조화를 도모하고 현행 무상원조 관계부처 협의회 및 EDCF 실무협의회를 강화하는 것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실무위원회에는 현재 전문위원이 한명이며 그나마 ODA만을 전담하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DAC에서 권고하는 ‘ODA정책조정위원회’만이라도 시급히 설치해야 할 것이다.

ODA 사업 방향 - 선택과 집중

ODA의 규범과 일관되고 체계적인 원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법적인 기반 다음으로 눈에 띄는 점은 ODA 집행 방향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뚜렷한 특화와 집중의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캐나다는 인권향상, 아동권리보호, 여성보호 영역에서 독보적이었다. 스페인은 마이크로크래딧 기금(Micro-credit Concession fund, FCM)의 규모가 전체 유상원조의 25%를 차지할 정도이다. 영국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거버넌스 구상’이란 ODA백서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거버넌스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어 양자원조의 50%가량을 빈곤국의 공공행정서비스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물론 정부도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전략적인 협력대상국을 선정하여 중점지원국에 대한 지원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협력대상국은 DAC의 ODA 수원국 리스트상 최빈국, 기타 저소득국, 중저소득국을 원칙으로 하며 필요시 고중소득국도 포함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분야에 있어서도 빈곤감소와 지속가능 발전을 중심으로 보건 및 의료, 교육, 거버넌스 개선, 정보통신, 산업, 에너지 등을 열거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이 무색할 지경이다. 보스니아, 예멘과 같은 분쟁국과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최빈국 등으로 원조의 목표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원조대상국을 36개국으로 제한하고 ODA를 집행하는 네덜란드의 사례를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스페인과 호주는 다른 맥락에서 집중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대외 원조의 우선순위를 지역 전략적,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로 두고 있는 스페인은 총원조액의 58%를 중간소득국가에 집중하고 있으며 13%만이 원조를 필요로 하는 사하라 남쪽 국가에 집행하고 있다. 호주는 더욱 심하다. 빈곤문제가 가장 심각한 아프리카대륙에는 3%만을 할당. 유엔경제개발이사회가 지정한 최빈국에 대해선 0.05%만을 제공하고 ODA규모의 절반이상을 이해관계가 분명한 태평양 지역에 쏟아 붓고 있다. 급기야 호주는 2005년 OECD평가서에서 ‘호주의 ODA프로그램은 남반구의 개도국들을 실망시켰으며 원조 프로그램이 명백히 호주의 간섭주의 외교정책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고 평가받았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평가 시스템

각 나라들의 ODA 평가 과정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현재 한국은 종합적인 ODA평가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현행 ‘한국국제협력단법’을 살펴보면 세입세출결산서 제출 외에 무상원조 사업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다. 유상원조의 경우도 ‘대외경제협력기금법’을 살펴보면 사업에 대한 타당성 심사, 지원여부, 규모 등의 결정이 모두 행정부 내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원조기관인 KOICA와 수출입은행이 외부 및 내부 평가를 수행한다고는 하나 프로젝트별 사업 평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점에서 ODA 선진국이라고 평가받는 나라들의 평가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위한 시스템을 자세히 연구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유럽연합은 작성된 평가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독립된 민간 기업을 통하여 다시 재분석하여 원조 협력청에 전달한다. 네덜란드는 개발협력평가조사원(IOB)라는 독립된 기구에서 ODA 사업을 평가한다. 한국도 대외원조 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외부 인사가 다수 참여하는 평가위원회의 신설이나 외부 감사기관의 적극적인 평가 수행을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ODA 거버넌스 - NGO 참여

시민사회, 특히 NGO의 ODA 사업 참여도 우리의 눈길을 끈 관심 사항이었다. 한마디로 유럽 개발 NGO들의 활동은 눈부시다. 여기서 소개되지 않은 나라 중 덴마크의 경우는 법률로 NGO를 통한 대외원조사업 추진 비율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NGO에 대한 재정지원은 평균적으로 6~12%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AC, 1997) 유럽에서는 스페인처럼 ODA의 16%를 지방자치단체가 집행하고 (양자간 원조는 25%) 대부분의 기금을 NGO를 통해 집행하는 경향이 새삼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2004년 현재 스웨덴의 경우 양자간 원조의 18%, 핀란드 14%가 NGO를 통해 집행된다고 하니 말이다. 한국의 NGO를 통한 원조 규모는 1%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NGO의 ODA 양적 참여규모보다 더욱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NGO의 정책 참여과정이다. 정부가 NGO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부족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전개하느냐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거버넌스 차원의 NGO 참여 문제는 향후 ODA정책에 있어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NGO가 ODA의 효율성, 투명성, 민주성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는 다른 선진 공여국처럼 NGO협력법 등 NGO와의 협력과 참여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국제개발협력위원회 등 ODA관련 정책협의, 의사결정, 사업 평가 등의 과정에 NGO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의 사업 수행 체계도에 따르면 심의부터 평가까지 민간이 참여하도록 원칙적인 구성을 해놓고도 실행하지 않는 모습부터 개선하는 것이 NGO참여의 첩경이다.

시민과 함께 하는 ODA

마지막으로 ODA 홍보에 관해 살펴보자. 그동안 홍보는 그 중요성에 비해 홍보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미비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 뿐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지 못하였다. 홍보는 단순히 정부의 실적을 공개하고 치장하여 알리는 것이 아니다. ODA 홍보에 진정을 가지지 않으면 ‘국제빈곤퇴치기여금’제도는 비행기에 탈 때마다 천 원씩 그냥 하늘에 뿌리는 것과 같다. 정부는 국제빈곤퇴치기여금으로 아프리카개발이니셔티브를 실질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즉 우리가 조성한 기여금이 최빈국 아프리카의 빈곤 타파에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인 것이다. 약간의 돈으로 지구촌 좋은 이웃이 되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최근 국제협력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기문 유엔총장의 탄생을 계기로 한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성과 역할에 대한 긍정적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때 영국의 사례는 본보기로 삼을만하다.

영국은 대외원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내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백서를 통해 전 세계의 상호 의존과 국제 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촉구하고 영국의 어린이들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국제 문제들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 이외 공교육 부문을 비롯하여 미디어, 비즈니스와 노동조합, 종교계를 주요 핵심 분야로 잡고 개발의식교육운동을 전개하고, 국민들의 대외 원조에 관한 태도와 행동을 조사하기 위해 고정적으로 여론조사 실시하며 ODA모범 사례 소책자를 제작, 배포하는 등 국민들에게 매우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ODA가 담고 있는 빈곤 타파, 인권, 환경 보전, 연대, 평화 등의 가치는 먼 미래에 구현되는 가치가 아니다. 당장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실현할 수 있는 매우 가까운 규범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ODA는 개념조차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야 KOICA의 활동을 아주 조금 소개받을 뿐이다. 한국이 전쟁의 참혹함이 남긴 절대 빈곤 상태에서 어떻게 현재와 같은 세계 경제 대국 12위의 위치에 서 있게 되었는지, 미흡하지만 한국의 ODA가 어떻게 전 세계의 빈곤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홍보라는 글자 그대로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기실 한국의 ODA 역사는 매우 짧다.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은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ODA 정책 수립의 기초를 다지는 일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처음부터 잘 다져야 하는 것이다. 기초를 다지는 것은 선언으로 부족하다. 그나마 그동안 정부가 선언적으로 제시한 내용도 일관성을 가졌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ODA를 둘러싼 공론의 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점이 아쉽다. 한국 ODA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초석을 놓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 법, 제도적인 기반을 만드는 일은 시끌벅적하게 추진해보자. 시민사회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적극적인 주체로 참여한다면 더욱 튼튼한 기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선(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국제연대위원회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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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최우선의 원조, 일본 ODA의 현황과 미래



일본은 198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최대의 ODA 공여국이 되었으며, 1990년을 제외하고는 2000년까지 1위를 유지한 ODA 대국이다. 2001년 이후부터는 장기불황으로 인한 ODA 감소로 1위 자리를 미국에 다시 내주었지만, 여전히 일본은 세계 ODA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막대한 ODA 공여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는 국가가 되지는 못하였다. 이번 연재를 통해 그 이유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일본 국내에서도 ODA에 대한 여론은 경제 불황과 재정상황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특히 2002년도의 ODA예산의 경우 2001년에 비해 10.3% 대폭적인 삭감이 있었다. ODA는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국민의 지지와 이해도가 필수불가결하다. 국민들에게 ODA에 대한 인지도와 지지가 낮은 한국으로서도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 ODA와 한국

평화헌법과 미일안보조약으로 인한 외교적 제약으로 인해 일본에게 ODA는 국익과, 안정된 국제적 환경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외교정책수단이다. 그러나 일본의 ODA는 무상원조 보다는 유상원조인 엔 차관의 비중이 높고, ODA 프로젝트 입찰에 일본기업이 많이 낙찰되고 있다. 이는 개도국의 ‘인간안보’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ODA 추세와 역행하는 것이고, 그래서 일본은 ODA를 자국의 이익추구에 이용한다는 국제적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이는 한국에 대한 ODA 공여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한국에 두 번째로 큰 규모의 ODA를 공여하였다. 미국이 한국전쟁이후 1950-1960년대 약 60억 달러의 ODA를 제공하고, 일본은 1965년 이후 50억 달러에 해당하는 ODA를 공여하였다. 그러나 ODA의 성격에 있어서 미국은 약 70%이상의 ODA가 무상으로 제공된 반면, 일본은 70% 정도가 유상으로 공여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사실 한국은 1990년대까지도 경제 인프라 구축과 인적 자원개발 등에서 일본 ODA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럼에도 일본은 ODA 공여를 통해 한국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였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은 이러한 문제점을 깨닫고 ODA 시행기관을 일본국제협력단(JICA)로 일원화하고 ODA 전략을 새롭게 개편하고 있다. 지금부터 일본의 ODA가 어떻게 전개되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살펴보자.

일본 ODA의 역사와 특징

일본정부는 일본 ODA 역사를 크게 5기로 구분하고 있다. 제 1기는 1945년부터 1953년까지 ‘전후 부흥기’로 미국이나 세계은행에서 ODA를 수원 받던 시기이다. 제2기는 1954년부터 1963년까지 ‘전후 배상기’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배상을 중심으로 ODA를 공여한 시기이다. 제3기는 1964년부터 1976년까지 ‘ODA 신장기’로 ODA의 양적확대와 형태의 다양화가 시도된 시기이다. 제 4기는 1977년부터 1988년까지 ‘계획적 확충기’로 여러 차례의 중기목표에 의해 ODA가 확충된 시기이다. 제5기는 1989년 이후 ‘최대 공여국’의 시기로서 ODA 최대 공여국으로의 이니셔티브를 발휘하는 ‘ODA 충실기’이다.

1989년 이후 일본의 ODA는 그 이념과 전략이 국제 정치경제적 차원에서 결정되고 국제적 참여가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ODA 4지침의 결정(1991. 4), ODA 대강(大綱)의 각의결정(1992. 6), 21세기를 향한 ODA 개혁 간담회 발족(1997. 4) 등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2003년 8월에는 ODA 헌장을 개정하고, 2006년 11월 일본 국회에서 통과된 ‘일본국제협력단(JICA)법’ 개정을 바탕으로 일본 ODA는 신(新) JICA를 발족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으며, 2008년 10월 신 JICA법 개정내용이 발효되면 유무상 원조를 일원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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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국수출입은행. 2004.『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의 중장기 정책방향』


일본 ODA의 특징은 유상원조 중심, 아시아 중심, 경제 사회 인프라 개발 중심지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서구 유럽과 비교했을 때 경제적 이익 위주의 상업주의적 ODA 정책을 실시해왔고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1990년대 이후에는 경제적 목적 중심에서 정치외교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변화하였다. 일본 ODA의 특징으로 경제발전과 경제안전보장을 위해 ODA를 외교적 수단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은 ODA가 일본 정부의 종합적인 안전보장을 확보해 준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ODA를 통해 주변 개발도상국의 불안요인을 줄임으로써 일본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환의무가 수반되는 유상원조를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의 자조노력과 주체적인 개발 시행을 유도하는 일본 ODA는 앞으로도 유상원조 중심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일본 정부는 ODA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발전이 궁극적으로 일본의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에게 개방적인 경제체제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 ODA의 비중을 살펴보면 아시아 국가 중심의 공여가 가장 큰 특징이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일본 기업의 최대 시장인 동시에, 정치외교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ODA 공여를 통해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경제발전을 도와주고 사회 간접시설을 확충해 주는 것을 통해 일본 상품의 수출시장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현재까지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아주 크며, 따라서 일본의 정치외교적 목적에는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인도주의에 입각한 ODA 실시가 국제적인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일본은 ODA를 자국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ODA의 체계

일본은 ODA 공여 초기부터 다수의 관련 부처와 기관이 참여하는 다원적 체제를 유지하였고 유무상 원조를 분리하여 운영해 왔다. 일본 ODA 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유상원조와 무상원조가 이원화된 구조라는 것이다. 일본은 가장 복잡하고 분산된 ODA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ODA 정책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유상원조는 재무성과 국제협력은행(JBIC)이 담당을 하였고, 무상원조는 외무성과 일본국제협력단(JICA)이 담당을 하였다. 일본은 1970-1980년대에 유상원조를 중심으로 ODA 규모를 급격히 확대하였으며, 현재에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과는 달리 유상원조 중심의 ODA를 고수하고 있다. 1970년대의 경우 유상원조가 60%를 넘었고, 1980년대 중반 이후에도 50% 수준을 유지하였다. 2002년의 경우 46.8%로 비율이 낮아졌지만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2003년 개정된 ODA 헌장에서 “일본의 원조는 개발도상국의 자조노력"을 촉진하는 형태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기본이념을 천명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 세계은행의 차관을 활용하여 사회 간접시설을 정비하고 고도경제성장을 이룩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논리는 일정 수준 이상 개발이 진전된 개발도상국에 대한 ODA는 상환의무를 수반하는 편이 오히려 자조노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유상원조 중심의 ODA 구조를 유지하는 대신, 1970년대 말부터 언타이드 차관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법으로 ODA의 질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유상원조는 아시아 지역에 80% 이상을 집중하고 있고, 무상원조는 아시아와 최빈국이 많은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비중이 높다. 따라서 일본 ODA는 무상원조는 인도적, 외교적 목적을 적극 반영하고 있고, 유상원조는 경제적 목적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본 ODA 형태별 분류와 담당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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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국수출입은행. 2004.『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의 중장기 정책방향』


일본 ODA와 NGO

한국은 ODA 관련 이슈들에 대하여 시민사회 단체와 NGO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2000년대 이후 최근의 일인데 반해, 일본 NGO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ODA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대표적인 단체가 ‘일본 ODA 개혁 네트워크(이하 ODA-NET)’로, 일본의 ODA 정책 개혁을 목표로 하는 일본의 시민과 NGO들의 네트워크로서 1996년 ‘ODA 개혁을 위한 시민 NGO 연락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도쿄에서 발족되었다. 'ODA-NET'이 여타 개발 NGO들과 다른 점은 현장에서의 구호활동이나 사업진행이 아닌 ‘ODA와 관련한 정책개발과 제언, 그리고 정책결정과정에 있어 시민참여’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무성을 포함한 정부기관과 일본국제협력단(JICA)등과 정기 협의회를 통해 정책제언을 해왔으며, 각종 포럼의 개최, 책자 발간 활동에 주력해왔다.

‘ODA-NET’의 최우선 목표는 ‘ODA 기본법 제정’을 통해 일본의 ODA가 국제사회의 ODA 추세에 걸맞도록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자립에 기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ODA 관련 시민사회 단체들의 노력은 1997년과 1999년 일본 정부에 제출한 'ODA 개혁을 향한 제언', 1999년 말에 작성한 'ODA 기본법안' 초안으로 결실을 맺었다. ‘ODA-NET’은 정부, 국회의원, ODA 기관에 각종 정책 제언을 해왔으며, 이를 통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반영하려는 일본 정부의 흐름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일본 ODA정책이 개도국 주민들의 자립에 공헌하는 정책적 개혁보다는 일본의 국익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의 정기협의가 실질적으로 소득이 없었다는 비판도 있다. 다만 정부와 ODA 실시기관과의 정기협의가 정부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협의내용이 기록되고 정기협의록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다는 점에서 일본정부의 ODA 개악에 대해 일정 부분 억지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제사회의 ODA 정책은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인도주의를 중시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국가도 있고, 오히려 후퇴하는 국가도 있다. ‘ODA-NET’은 유효한 정책 제언을 하기 위해서 국내외 정보 분석이나 구체적 사례조사와 연구를 통해 지식과 전문성 향상에 힘쓰고 있다. 또한 ‘ODA-NET’의 활동성과를 사회에 환원하고 폭 넓은 지지를 받기 위해, ODA에 관한 교육이나 각종 심포지엄 개최, 강사 파견 등을 통해서 ODA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하고 있다.‘ODA-NET’은 개발NGO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고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NGO들이 모여서 결성된 네트워크이다. WE21, 아태자원센터(PARC), 인도네시아 민주화를 위한 네트워크(NINDJA), TICAD 시민사회포럼(TCSF), 일본국제자원활동센터(JVC) 등 5개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세계 2위의 ODA 공여국인 일본의 ODA는 잃어버린 10년으로 일컬어지는 1990년대 경기침체를 통해 국내의 지지기반이 상당히 취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는 ‘ODA-NET’ 결성 등을 통해 일본의 NGO들이 ODA 정책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개선되지 않은 일본의 ODA정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본의 ODA는 수원국의 진정한 발전에 도움이 되는 ODA를 염원하는 일본 시민사회의 열정을 헛되이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NGO 들은 일본의 ODA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는 ODA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한국의 시민사회에도 발전전략과 관련하여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할 수 있다.

일본 ODA의 미래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이후부터 경제적 측면을 중시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정치, 안보, 인도적 측면을 고려하는 ODA를 실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03년 ‘ODA 헌장'을 수정하면서 ODA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개발에 공헌하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일본의 안정과 번영도 증진시킬 것을 명시하였다. 또한 동아시아를 일본 ODA의 중점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2006년 11월 일본 국회에서 통과된 JICA법 개정을 바탕으로 일본 ODA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신 JICA를 발족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고, 2008년 10월 신 JICA법 개정내용이 발효될 예정이다. 이 법안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ODA 실시기관을 JICA로 일원화 한다는 것이다.

2008년 10월 출범할 새로운 JICA의 역할은 기존에 담당하고 있던 사업 외에, 외무성으로부터 무상자금협력사업, 국제협력은행(JBIC)으로부터 유상자금협력(엔차관)을 통합하여 일원화하는 것이다. 일본은 ODA 실시의 일원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제협력은행(JBIC) 관련 조직과 인력은 2008년 10월 이후 출범할 새로운 JICA와, 신설되는 일본정책금융공고로 승계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 ODA는 일본의 국익에 기여하는 외교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이념에는 변함이 없다. 일본 언론에서도 이번 ODA 개혁에서도 관련부처의 기득권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ODA 공여 초기부터 일본 ODA 실시 체제를 모델로 하였다. 일본이 ODA 헌장과 법 개정을 통해 ODA 체계를 개혁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체계가 바뀌어도 ODA를 공여하는 기본 이념이 바뀌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국가가 되기는 요원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ODA 관련법이나 헌장 등을 제정하는 것을 통해 한국 ODA의 이념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일본 ODA 실시 체계 개편을 교훈 삼아, ODA의 일원화를 달성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가 ODA 운영체제를 일원화하고 관련부처를 조정하는 개혁을 실시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동일하게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 ODA는 경제 논리 등으로 인해 국민여론이 악화(Aid Fatigue)되면 ODA 예산을 늘리기 힘든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일본의 ODA가 어떻게 전개되고 운영될 것인지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정호(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ODA연구팀)


* 뉴스레터 원본 참조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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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에 ODA감시팀이 처음 활동을 시작할 2005년 당시만 해도 ODA감시팀 최대의 관심사는 ODA의 방향이나 구체적인 감시활동의 전개 내용이 아니라 우선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ODA에 관심을 가지도록 할 것인가였다. 국민들 대부분이 ODA가 어떻게 집행되는지 잘 알지 못하고, 심지어 정부차원에서 개발도상국에 지원을 해 주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생소하게 여기는 국민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2년 전의 상황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우리 주변에서는 ODA에 관한 논의들이 넘쳐나고 있다. ODA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앞다투어 ODA에 관한 법률안을 제안하고 있다. 2년 만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ODA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으로 변화된 것인지 아니면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효과로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는 국가차원에서 무상 또는 유상의 방식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하여 지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ODA 사업을 몇 가지 방법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먼저, KOICA로 더 잘 알려진 ‘한국국제협력단’이「한국국제협력단법」에 근거하여 무상원조 사업을 해왔고, 한국수출입은행이「대외경제경제협력기금법」에 근거하여 유상원조 사업을 해 오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국민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각 중앙 행정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대외원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리 없고, 정부가 잘 알아서 지원하면 되는데, 왜 시민단체가 나서서 감시를 한다는 것인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차원의 지원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예산이 필요하고, 법률적 차원의 근거 역시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ODA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세금에 의한 예산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그 쓰임새는 적절한 것인지, 혹여 지원을 하고도 오히려 나쁜 평가를 받는 상황은 없는지 등의 문제는 개개의 시민 또는 시민단체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한국의 ODA가 집행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몇 가지 문제들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턱없이 낮은 ODA 예산, 지원의 순서와 원칙이 없는 중복 집행의 양상, 사업에 대한 적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 등...

다행스럽게도 최근 ODA에 관한 법률을 정비하고자 하는 노력들은 위와 같은 현재의 ODA 집행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국회차원에서도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외교통상부나 재정경제부에서도 법률안 또는 헌장 형식의 ODA에 관한 기본 체계를 정비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인 적이 있고, 국회에서는 얼마 전 국제선 항공권에 부과되는 항공권연대기여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ODA 사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의「한국국제협력단법」의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하였다.

가장 최근의 시도로서는 ODA에 관한 국회의원들의 기본법률안들이다. 이미 김부겸 의원과 우제창 의원이 발의한「대외원조기본법안」과「국제개발협력기본법안」이 국회에서 심의 중이고, 권영길 의원의 「대외원조기본법안」도 전문가 토론 등을 거쳐 국회 상정을 준비 중이다.

법률은 체계나 형식이 딱딱해서 일반 국민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법률에는 해당 법률이 문서화되기까지의 사회적 가치관, 이념, 갈등상황과 이를 해결하는 사회적 힘이 반영되어 있다. 법률이 사회의 시류를 잘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난을 듣는 것도 이러한 갈등관계를 정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ODA에 관한 최근의 법률안들을 들여다보면 법률의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난다. 각각의 법률안들은 ODA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이념, 그 속의 갈등 상황들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이들 법률안을 들여다 보면 향후 ODA에 관한 우리 사회의 논의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우선 몇 가지 쟁점들에 대해서 현재 준비 중인 3가지 ODA 기본법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면 아래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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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이념과 관련하여서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부분은 바로 ‘호혜협력’이라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바와 같이 지원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국익을 ODA의 목적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러한 목적상의 차이는 유상원조와 무상원조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구속성 원조 즉 원조사업의 수주대상을 한국기업으로 한정하는 사업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선진 지원국들의 사례와 OECD의 권고사항을 근거로 하여 유상원조의 비율을 낮추고, 구속성 원조 역시 비율을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한국적 상황에 맞는 지원 또는 수원국으로서의 한국적 경제개발 모델의 수출이라는 관점에서 특수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집행기관에 대한 부분은 현실적으로 가장 대립이 심한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 몇 년간 진행된 ODA관련 법안의 제정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가 ODA관련 업무에 있어 서로 주도권을 주장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 법안 모두 국무총리 산하의 위원회를 통해서 기본정책을 수립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집행을 담당할 기관 부분에 있어서는 차이가 드러난다. 즉 권영길 의원안이 대외원조청 형식의 독자적 정부조직을 구성을 제안한 반면, 다른 의원안들은 현재와 같은 이원적 또는 다원적인 ODA 사업구도를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유무상 통합 관리의 필요성, 유상원조와 무상원조의 사업적 특수성, 전문성, 별도의 정부조직 창출의 현실적 어려움 등 다양한 고려 요소로 인하여 향후 실제 제정될 법률의 모습을 예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평가 부분은 ODA사업 수행의 적정성 확보와 예산감시라는 차원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이다. 세 의원안 모두 일정 정도 외부 인사의 참여, 평가 결과의 외부화를 통한 평가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평가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업시행 주체가 스스로를 평가하는 구조는 탈피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세 의원안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의 평가방법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법률은 입장을 내세우는 것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입장에 대한 근거와 그로 인한 효과가 측정되는 가운데 법률이 추구하는 목적을 위해 필요한 수단을 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ODA의 기본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ODA가 어떠한 이유로 필요한 것이라는 점에서 출발하여 현재 한국 ODA 실태에 대해 정확히 조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ODA의 효과와 문제점에 대해 충실히 파악하고 충분히 깊은 논의를 거친 후 당면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가장 필요하고 적절한 수단과 절차가 무엇인가를 확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입법 추진 움직임에 대하여 ODA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각자의 입장에서 유리한 논거만을 근거로 하여 계속적으로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계속 된다면, ODA에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한국의 ODA가 추진되길 바라는 많은 이들의 염원과는 달리 ODA법의 사회적 효과는 매우 미약해질 것이다.

ODA 관련 법안은 그저 ODA를 추진하기 위한 체계를 규율하는 법안이 아니다. 전쟁과 빈곤에서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들의 시름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의 세계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선한 의지가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작금의 ODA 입법안을 둘러싼 움직임이 의사당 바깥으로 나와 우리 사회의 건전하고 합리적인 토론장으로 나오길 간절히 고대한다. 또한 입법 주체들도 법률이 사회적 갈등양상을 반영하여 최후에 제도화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새기면서 이미 충분히 확인된 입장의 차이를 강조만 하기 보다는 입장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들을 분석하여,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충실한 입법 과정을 밟기를 기대한다.
정철(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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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의 이익에 봉사하는 거꾸로 가는 ODA



911 이후 네덜란드를 비롯한 OECD 국가들 가운데 국가안보를 개발의제의 중심에 두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시각에서 안보(치안)를 모든 개발문제의 원인이자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일명 '실패한 국가'들에 대한 사전예방적 개입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구호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신간섭주의적 기조 속에서 국가안보 중심의 ODA정책은, 빈곤퇴치를 통한 인류의 공존과 평화라는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고, 도리어 공여국의 이익과 목적에 충실하게 작용함으로써 수혜국 사람들의 인권과 개인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호주의 ODA정책은 이런 가능성이 단순히 우려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실망스러운 실태

호주는, 2001년 911사건과 2002년 발리 폭발 사건을 계기로, 동남 아시아와 태평양 군도에서의 분쟁과 테러가 자국에 대한 안보위협임을 내세워 스스로 이 지역의 보안관 역할을 자처하고 적극적인 개입정책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신간섭주의적 대외정책에 따라, 호주의 ODA는 지리적으로는 이해관계가 밀접한 동남아시아와 태평양군도에 집중하고 있으며, 정책적으로는 수원국의 거버넌스 개선에 그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규모 면에 있어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예외적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1996년 현 정권이 들어선 이래 ODA규모가 급강하였다가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1975~6년에 GNI대비 0.45%의 규모에서, 1985~6년에는 0.43%, 1995~6년에는 0.32%, 2000~03년에는 GNI대비 0.25%수준으로 낮아졌다가, 이후 증가세를 보이면서 2005~6년에는 0.28%로, 2006~7년에는 약 0.3%로 증가하여, 현재 OECD 22개 회원국 가운데 19위를 기록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도 국제사회의 합의와 노력에 훨씬 못 미치지만, 그 내용적 측면은 더욱 실망스럽다고 할 수 있다. 즉 최근에 ODA가 증가세로 바뀌게 된 것은, 신간섭주의 정책에 따라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의 반테러활동에 대한 지원과 남태평양 군도의 치안유지를 이유로 파견한 자국의 군경과 관료들에 대한 엄청난 지원경비가 ODA예산에서 충당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전체 ODA의 80%가 자국의 사기업과의 계약으로 집행되고 있어 개도국에 대한 실질적 원조보다는 경제적 부메랑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호주의 ODA 일반은 2005년 OECD 평가 보고서에서 "호주의 ODA프로그램은 남반구의 개도국들을 실망시켰으며 원조 프로그램이 명백히 호주의 간섭주의 외교정책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라고 지적된 바와 같이 수원국 시민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책: 호주의 국익에 부합한 이웃정권 만들기

호주는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침략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탄압했을 때, 자국과 티모르 섬 사이에 매장된 석유자원에 대한 기득권 유지를 위해 공식적으로 인도네시아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동티모르의 진상을 은폐하는 데에 앞장선 바 있다. 이렇듯, 호주의 대외정책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이익에 충실하게 운영되어 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ODA정책에 있어서도 호주원조국(AusAid)은 그 목적을 개도국의 빈곤감축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되, 호주의 국가이익에 부합한(in line with Australia's national interests) 것이어야 함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는 ODA를 빈곤퇴치의 목적보다는 자국의 이익에 충실한 정치적 경제적 목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잘 보여준다. 호주 정부가 추구하는 자국의 이익이란 개념은 지역적 안보 위협에 대한 개입과 이로 인한 부메랑효과로서의 경제적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솔로몬제도의 치안유지를 위한 지역원조단(RAMSI: Regional Assistance Mission to the Solomon Islands)이나 파푸아뉴기니와의 협력강화프로그램(ECP: Enhanced Cooperation Program)과 같은 호주의 거대 원조 프로그램은 수원국의 "거버넌스 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군대 혹은 경찰력의 배치를 시작으로, 수원국의 재정과 사법부분에 대해 공식적으로 개입하고, 종래에는 호주의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911과 발리폭발사건 이후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거버넌스 부분에 대한 ODA예산 배분은 36%로 급등하였으며 전통적인 ODA 부분인 보건과 교육, 인프라부분을 합한 것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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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년 대비 2005-06년 부문별 원조 배분비율 변화 추이, The Reality of Aid 2006 보고서


문제는 호주 정부에게 있어서 '굿 거버넌스'가 무엇인가인데, 아래 구성표에서 볼 수 있듯이 호주는 거버넌스 가운데 47%를 호주의 국방부와 연방경찰청이 주관하는 '사법제도' 부분에 할당한 반면 '민주적 절차의 증진'에는 2%만을 배정하고 있다. 호주 외교통상부는 이에 대해서 ODA가 지역안보와 자유시장원칙에 기초한 경제통합이라는 호주의 지역전략 속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빈곤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며, 그러한 경제성장은 치안의 확보, 재산권을 포함한 투자환경의 개선 그리고 시장개방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정책이다.

2006년 3월 의회에 제시된 '원조백서(White Paper on Australian Aid to Parliament)'에서도 빈곤 감축을 위한 기초전략으로서 경제성장에 대한 독려와 이를 위한 지역 내 강력한 거버넌스의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호주원조국 총재는 2005년 '호주전략정책연구소'의 연설에서 불안정한 국가는 무기나 마약, 인간 밀매와 같은 범죄의 인큐베이터이며 잠정적으로 테러리즘의 육성지라고 선언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원조 프로그램과 테러와의 전쟁의 연관성을 공식화하였다. 그에 의하면 자국에 대한 이익 없이 순수한 선행을 베푸는 시대는 끝났으며, 대신 ODA는 호주의 국가이익에 우호적인 전략적 환경을 만드는 데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호주에게 있어서 굿 거버넌스란 호주의 지역전략에 적합한 통치형태로 '시장 친화적 정부 개입'과 '테러와의 전쟁'에 동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접근이 수원국 사람들의 일상적 인간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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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원조 예산 구성, 호주원조국 2005년


대상국가: 이해관계가 긴밀한 정치적 불안정 국가

지역적으로 ODA예산 가운데 40%가 태평양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주로 솔로몬제도나 파푸아뉴기니와 같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에 집중하고 있는데, 여기에 인도네시아까지 포함하면 이 지역에 대한 원조 규모는 전체 ODA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지역적 집중 역시 ODA와 안보문제를 공식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2001-02년에 전체 ODA의 36%가 이 지역에 할당된 반면 2005-6년은 50%가 넘게 배정되었다. 반면, 빈곤문제가 가장 심각한 아프리카대륙에는 3%만이 할당되었다. 특히, 유엔경제개발이사회가 지정한 최빈국에 대해선 0.05%만을 제공하였다. 이는 OECD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국제사회는 최빈국에 대한 ODA를 늘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ODA정책임에 합의하였고 이를 위한 노력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호주는 이해관계가 분명한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지역의 안보문제에 ODA를 집중함으로써, 정치적으로는 신개입주의적 접근을 정당화하고 경제적으로는 부메랑 효과를 누리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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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년 대비 2005-06년 지역별 원조 배분비율 추이, The Reality of Aid 2006년 보고서




집행기관: 국방부와 연방경찰청을 중심으로

ODA의 초점이 안보로 옮겨감으로써 호주에서는 유래 없이 총리실을 비롯해 재무, 관세, 이민, 문화부 등 여러 부처의 장관들과 고위급 관료들이 적극적으로 원조정책의 개발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국방부와 연방경찰청과 같은 개발과는 무관한 부처가 가장 핵심적인 ODA집행기관으로 나서고 있다. '안보'라는 하드코어 한 문제를 다루기에 외교통상부의 부속 부서에 불과한 호주원조국은 그 위상과 역할이 턱없이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결국 ODA예산의 대부분을 다른 부처에서 안보와 거버넌스라는 부분에 집행함으로써, 호주원조국은 매년 발행하던 ODA프로젝트 목록서조차 2001년부터는 출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호주 ODA에 대한 전반적인 조정은 결국 의회에 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의회의 ODA에 대한 인식수준이 국제사회의 합의나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호주의 시민사회단체 AID/WATCH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의회의 71%가 원조를 통해 호주의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였으며, 64%가 ODA프로그램을 통해서 국내산업의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바람직한 ODA정책과 집행을 위해서 원조담당부서를 영국에서와 같이 외교통상부의 관할에서 벗어나 각료급을 수장으로 한 독립적 부서로 개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호주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개발원조 예산이 국가안보 예산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안보정책과 원조정책은 구분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사법제도 부분에 지원된 ODA는 사실상 거버넌스 개혁이라는 명분하에 배치된 호주의 관료와 군인, 경찰 그리고 컨설팅에 참여한 호주의 회사에게 되돌아가고 있고, 호주식 경제 시스템과 거버넌스가 수원국의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상황에 적합하지도 않다고 정부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무엇보다 호주의 ODA는 거버넌스의 개혁에 있어서 수원국의 시민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 당사자 그룹의 의견과 참여를 차단하고 오히려 수원국 사람들의 인간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국민들이 스스로 정부에 대해서 정책의 투명성과 국민에 대한 책무감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인간개발과 역량강화에 투입되어야 할 ODA가 호주식 경제시스템과 안보개념에 적합한 반인권적 정부를 옹호하고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현 호주 총리는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원조보다 무역이 중요하다는 강한 신념(2005년 APEC회의 연설 중)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어서, 호주의 ODA정책과 관행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신(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 솔로몬제도의 치안유지를 위한 지역원조단:2003년 6월 솔로몬제도 총리의 요청으로 솔로몬제도에서의 종족분쟁으로 인한 치안유지를 위해 호주를 중심으로 한 태평양국가들이 결성. 호주는 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 규모인 2,225명의 군경을 ODA기금으로 솔로몬제도에 배치

* 파푸아뉴기니와의 협력강화프로그램:2004년 7월에 파푸아뉴기니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호주가 강압적으로 체결한 것으로, 파푸아뉴기니의 굿 거버넌스를 촉진한다는 목적으로 호주의 경찰력 230명과 관료 65명을 파푸아뉴기니 정부 부서에 배치

* 뉴스레터 원본 첨부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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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17일 최재천 의원실 주최로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토론회 자료집

토론회 차례

- 축사: 신장범 한국국제협력단 총재

- 사회: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 발제:

(1) 바람직한 ODA의 방향(증액/집행의 효율성을 위한 일원화)

- 권혁주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교수

(2) 한국의 ODA의 현재와 중장기계획

- 최재철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

(3) ODA현장에서 바라는 발전방향

- 송진호 YMCA 국제협력국장

토론:

- 손혁상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ODA감시팀 팀장

- 김혜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제위원장

- 오수용 해외원조단체협의회 사무총장

- 강선주 외교안보연구원 경제통상연구부장

- 안광명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 심의관

국제연대위원회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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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높고, 혁신적인 원조로 유명한 영국의 개발 원조 모델



2006년 5월 31일, 이탈리아와 미국에 의해서 이루어진 OECD DAC(개발원조위원회) 동료 평가 (Peer Review)에 의하면, 영국은 급변하는 개발 협력 세계에서 많은 국가들에게 대표적인 양자원조의 모델로 손 꼽히고 있다.

많은 식민지 경험으로 인한 오랜 역사와 그로 인한 연륜과 체계적인 시스템과 방대한 규모를 지니고 있다는 점, 그리고 동료평가에서도 장점으로 언급된, 분명한 법적 권한과 잘 짜여진 행정 체계로 원조 프로그램을 전략적으로 조직하는 점, 또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국민들의 원조에 대한 이해를 증가시켜 국민들의 합의와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1997년에 이루어진 대대적인 제도적인 개혁 노력 등 영국의 원조는 여러 모로 양적 질적 대외원조의 선진화를 추구하고 변화를 꾀하는 현재의 한국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질 높고, 혁신적인 원조로 유명한 영국의 개발 원조 모델

그렇다면, 여기서는 어떠한 면이 영국으로 하여금 이러한 명성을 얻게 하였는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원조의 양에 있어서, 영국은 2005년, 미화 108억달러로 세계 제 3위의 원조 공여국이며, 이렇게 많은 양의 원조를 다루기 위한 충분한 수의 직원과 사무소로도 유명하다. DFID(국제개발부, Department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는 런던과 이스트킬브라이드에 두 개의 본부를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에 64개의 지역 사무소를 가지고 있다. DFID가 보유한 직원 수는 2,500명이 넘는데 중요한 사실은 이들 중 절반 이상이 현지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2001년 4월 이래로, 조건부 원조를 모두 폐지하고, 비구속성(Untied) 원조를 실시하고 있다. 2001년의 조건부 원조의 폐지는 이듬해 6월 제정된 국제개발협력법(International Development Act)과도 연관이 깊다. 그 전까지 영국 대외 원조의 기본을 이루었던 1980년에 제정된 개발협력법(1980 Act)은 빈곤퇴치에 중점을 두지 않았고, 영국 대외 원조와 영국산 물품과 서비스의 연계라는 조건부 원조에 관심을 두었었다. 따라서 2002년에 새로 제정된 법은 영국 대외원조의 목표가 경제적 이익 추구에서 빈곤 퇴치로 완전히 넘어왔음을 보여 주는 실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영국은 전체 원조의 90% 이상을 저소득국에 배분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볼 때 가장 많은 수혜를 입는 지역은 사하라 이남 지역 아프리카이다. 영국은 다른 국가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분쟁 지역의 평화 구축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고, 대표적으로 시에라리온, 앙골라, 수단, 콩고 등지에서 일하고 있다. 인도주의적 구호에 있어서도 영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는 국가다.

효과적인 파트너쉽 구축에 있어서도 영국은 타 공여국의 모범이 된다. 세 차례의 백서에서 영국은 지속적으로 파트너쉽과 공동 행동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영국 정부가 자신들의 국제 개발 목표가 DFID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으며, DFID 외 다른 영국 정부 부처, 수원국 정부, 국제 기구, NGOs, 학계, 민간 부문들과의 광범위한 공동 협력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는 자각에서 나온다. 파트너쉽에 대한 영국 정부의 신뢰와 실질적인 행동은 영국의 다자기관 이용에서 엿볼 수 있다. 아래는 1997년 백서에서 인용된 도표이다. 이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국은 전체 원조의 절반 가량을 세계은행, 유엔, EU 등의 다자 기관을 통해 공여하고 있다. 영국은 백서에서 다자 기관에 많은 원조를 할당하는 이유로, 다자 기관이 국제사회의 빈곤퇴치에 대한 헌신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다자 기관과 양자 기관이 상호 보완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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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같은 국제적인 문제에 민감한 영국의 태도도 배울 만하다. 2006년 백서에서 영국은 특별히 '기후 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영국 정부는 UN, EU, 다자 개발 은행들과 함께 기후 변화 영향에 대한 개도국의 인식 제고와 개도국의 기후 변화에 적응 노력을 지원할 것을 약속하며, 자연재해 발생에 따른 복구에 엄청난 비용이 소모되므로 재해 발생 전에 대비하는 노력에도 지원을 확대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영국은 영국 대외 원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내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서는 전 세계의 상호 의존과 국제 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촉구하고 있으며, 또한 영국의 아이들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주요한 국제 문제들에 대한 지식이 생기도록 개발 사안에 대해서 모든 아이들이 교육 받을 것을 주장한다. 특별히 1999년 전략 보고서를 통해, 공교육 부문, 미디어, 비즈니스와 노동 조합, 종교계를 주요 핵심 분야로 잡고, 개발의식교육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영국 국민들의 대외 원조에 관한 태도와 행동을 조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DFID는 고정적으로 대외 원조에 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ODA 모범 사례를 담고 있는 소책자 배포를 통해 ODA 결과를 국민들에게 홍보함으로써 지지를 받아내고 있다.



영국 대외 원조의 행정 체제의 변화: 법적 제도적 틀의 구축


영국이 현재의 모범적인 공여국의 모습을 가지기까지는 많은 변화와 튼튼한 행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들이 있었다.

실제적인 영국 원조의 역사는 식민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 가지만, 여기서는 공식적으로 영국이 밝히고 있는 대외 원조 행정 체제의 변화만 살펴보겠다.

영국 원조의 역사는 구 식민지 국가들에 대한 영국의 책임감에서 시작된 식민지 개발법(Colonial Development Act)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61년 원조 프로그램의 기술협력 분야를 위한 기술협력부(Department of Technical Cooperation)가 신설되었고, 1964년에는 첫 독립 대외 원조 기관인 해외 개발부(Ministry of Overseas Development)가 생겼다. 1970년에 이 부서는 사라지고, 외교부로 통합되어 외교부의 기능적 역할을 하는 해외 개발 행정부(Overseas Development Administration)로 격하되었다. 1974년 5월에 정부는 이를 다시 독립 부서인 해외 개발부로 바꾸었지만, 1979년 이 부서는 또 다시 외교부 산하의 해외 개발 행정부로 넘어왔다.

1997년은 영국 대외 원조 역사에 획을 긋는 중요한 시점이었다. 1997년에 들어선 영국 노동당 정부는 집권과 동시에 해외 개발 행정부를 국제개발 원조 전담 부처인 국제개발부 DFID로 바꾸고, 「국제개발에 관한 백서(White Paper on International Development)」를 발간하였다. 영국은「세계 빈곤 퇴치: 21세기의 도전」이라는 1997년 백서에 이어, 2000년도에는「세계 빈곤 퇴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세계화 구상」이라는 두 번째 백서를 발간하였으며, 최근 2006년 7월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거버넌스 구상」이라는 세 번째 백서를 발간하였다. 각각의 백서는 빈곤 퇴치라는 큰 목적 아래 그 목적을 이루는 구체적인 목표들을 잡고 있다. 첫 번째 백서에서는 개발의 도전에 대항하여 파트너쉽 구축, 정책의 일관성, 대외원조를 위한 대중의 지지 구축을 강조했다면, 두 번째 백서에서는 세계화의 도전에 대항하여 효과적인 정부와 효율적인 시장 구축, 인간 개발, 민간 자본에 초점을 두었다. 2006년 백서는 우리 세대의 도전에 대항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국가의 구축, 안전, 일자리와 공공 서비스의 제공,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국제적 협력, 21세기에 맞는 국제 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둔다.

더 효과적이고, 튼튼한 원조 행정 체계 구축을 위해서 영국이 강조하고 있는 점은 정책의 일관성이다. 이와 관련해서 국무총리, 재무부 장관, 국제 개발 장관 등에 의한 고위급의 정책 지지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1997년 백서의 내용 중 중요한 요소이다. DFID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서 각 부처들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일하고, 무역, 분쟁 방지, 부채 탕감, 새천년개발목표(MDGs) 실행을 위한 합동 공공 서비스 협정(Joint Public Service Agreement)의 목표들도 각 부처들과 함께 정하고 있다.

2002년 영국은 의회와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바탕으로 국제개발협력법을 제정하였다. 이를 통해 1997년 DFID 설립 이래 지속된 ODA 정책에 대한 개혁이 완성되었고, 이 법이 영국 ODA 정책의 기초가 되고 있다.

영국 ODA 현황

여기서는 가장 최근까지 조사되고, 평가된 영국 ODA의 현 상황을 되짚어 보고 영국 원조의 최근 특성을 알아보기로 하자.

2000년에서 2004년까지 영국의 ODA의 양은 30% 증가했다. 2004년 기준으로 볼 때, 영국은 78억 달러를 지불하여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양의 ODA를 제공하는 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이듬해 2005년에 프랑스를 누르고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양의 ODA를 제공하는 국가가 되었다. 2005년에 영국의 순 ODA 양은 108억이었고 2004년에 비해 35% 증가했다. 또한 ODA/GNI(국민총소득) 비율은 0.36%에서 0.47%로 상승했다. DFID가 직접 지원하는 국가는 전 세계 150여 국가에 이른다.

영국 원조의 목표는 빈곤 퇴치에 있으며, 부문별로 보면 부채탕감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 DFID는 저개발국,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영국의 원조효과 제고 사항을 보면, 영국은 파리선언과 2006년 국제개발 백서에서 원조 효율성에 합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영국은 파리 선언의 이행을 위해 다른 국가들과 함께 일하며, DAC의 모니터링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2013년까지 원조예산을 0.7%로 늘리기로 결정하고, 개발 재원을 모으는 획기적인 방법을 찾는 일과 국가 차원에서의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원조를 하는 일에 있어서 다른 원조 공여국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원조의 효과성을 위한 중기계획을 보면, 2010년까지 달성할 국가와 지역, 국제 협력 수준에서의 목표치를 잡고 있다. 영국은 결과 중심 접근법에 근거한 공여국 사업 모니터링과 상호 책임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고, 원조의 조화를 장려하고 있다.

2006년 백서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향후 5년간 영국이 중점을 둘 부분은 바로 공치(Governance) 분야이다. 영국은 빈곤국가의 정부가 국민들을 위해 역량 있고, 책임감 있고, 투명한 정치를 하게끔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DFID는 수원국의 거버넌스의 질을 측정하는 틀을 만들고, 여기서 나오는 결과에 따라 원조의 양을 결정하게 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단기 사업보다, 장기적으로 그 나라의 빈곤을 감퇴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 나라 거버넌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일임을 믿고 있기에 양자원조의 50% 가량을 빈곤국의 공공 행정 서비스에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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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례가 주는 시사점

모범적인 원조 국가로서 영국의 사례가 한국에 던져 주는 시사점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파트너쉽의 강조이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도 파트너쉽의 중요성에 대해서 깨닫고,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민간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이런 저런 많은 만남과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타 정부 부처와의 정책 협의는 미비하며, NGO 지원액은 늘었다고는 하지만, 국가와 시민 사회간의 튼튼한 파트너십을 기대하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적다. 한국 개발 협력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한 순간에 증폭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KOICA가 마음대로 예산량과 직원 수를 늘릴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타 정부 부처, NGOs, 국제기구, 학계와 연구소 등과의 파트너쉽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하겠다. 영국 DFID가 엄청난 규모의 재정과 직원 수를 보유하고도, 파트너쉽에 가장 큰 중점을 두는 것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참된 국제개발협력은 한 기관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사회 전체가 하나의 목표 아래 효과적으로 단결하여 움직일 때라야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국제 개발협력 체제 구축도 한국이 본받고 따라가야 할 부분이다. 영국은 대외원조를 재경부나 외교부의 경제적, 정치적 실익에 의해서 유동적으로 변하는, 시장 개척이라는 물고기를 위한 낚싯밥으로 사용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얻기 위한 선물용으로 생각하는 원조 이념에서 벗어나, 국제 사회에서 가장 큰 사안으로 떠오른 빈곤 퇴치라는 목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단기 사업의 양을 없애고, 백서를 통한 국가 차원의 장기적 목표와 전략을 세우고, 치밀한 계획 아래 세부 목표를 정하고, 세운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2002년 6월에 제정된 국제개발협력법도 이러한 튼튼한 국제 개발의 협력 체제 구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러한 참된 원조의 리더십 모델이야말로, 기대되는 새로운 원조 공여국으로 떠오르는 한국이 따라가야 할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외원조의 목적 또한 한국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OECD DAC의 개발 원조의 목적 세 가지인 정치적, 경제적, 인도적 목적을 그대로 따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영국은 대외원조의 전반적 목표가 빈곤퇴치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영국은 개발 원조가 필요한 이유를, 세계 인구의 1/5이 절대 빈곤 속에 살며 천만의 아이들이 5세 전에 사망하고, 1억이 넘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러한 인류의 고통과 가능성의 낭비가 비단 양심의 문제가 아닌, 영국 자체의 이익에 위반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있고, 영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전쟁, 국제 범죄, 난민, 마약, 에이즈 같은 세계적인 문제들은 가난한 국가들의 빈곤에 의해 심화되기 때문에, 빈곤 퇴치야말로 영국을 포함한 세계 모두를 위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의 개발원조는 철저하게 경제적 이익을 대외 원조의 목표로 잡았던 일본의 개발원조 모델을 따라 했기에, 단기적으로는 갑작스런 전환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시행 착오를 겪어 지금에 이른 영국 원조 모델을 보고 배운다면, 짧은 시간에 참된 국익과 세계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써의 책임감을 위한 한국형 선진 원조 모델을 쉽게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

박수연(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ODA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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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과 조정의 이중주

스페인은 원조 수행의 질에 있어서나, 원조 규모에 있어 노르웨이, 덴마크와 같은 모범적인 원조공여국이 아니다. 그럼에도 스페인 사례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이유는 스페인의 원조 역사가 한국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EU가입국임에도 불구하고 1977년까지는 수원국이었다. OECD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시점도 비교적 최근인 1997년이다.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나라로서 새로운 원조체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스페인 대외 원조의 경험은 1995년 공식적인 수원대상국의 지위에서 벗어나 새로운 원조공여국가로서 역사를 쓰기 시작한 한국이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또한 스페인도 한국의 경우처럼 독재 정치의 경험이 있는 나라이다. 이런 점에서 프랑크 총통 사후 민주화 경험이 대외원조 정책과 방향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아울러 스페인 사례를 보며 대외원조의 효과적 실행과 관리 제도에 대한 시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스페인이 1998년부터 추진해 온 원조담당 기구의 조정과 통합의 제도 구축 노력은 지난해부터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두고 대외원조의 통합성을 높이려고 시도하였지만, 그 효과가 지지부진하다고 평가받는 최근 한국의 현실에서 더욱 주목해보아야 할 것이다

EU에 못 미치는 원조 규모와 질

먼저 스페인 대외 원조의 규모부터 살펴보자. 스페인의 원조액은 2005년 기준으로 국민총소득대비(GNI)대비 0.29%이다. 1990년 0.20%, 2003년 0.2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한국의 0.1%규모에 비해 매우 높지만 EU국가의 평균치를 훨씬 밑도는 규모이다. 2003년 기준으로 노르웨인 0.93%, 덴마크 0.84%, 벨기에 0.6%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며, 총액수도 31억불(2005년 기준)로 인구나 경제력 측면에서 규모가 훨씬 작은 스웨덴보다 적은 액수를 집행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스페인 정부는 2002년 바르셀로나 유럽연합회의와 몬트레이회의에서 2006년까지 0.33%달성을 약속하고(현재 최종통계 미확인), 2008년에는 0.5%, 2012년에 0.7%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하였다.

한편, 2003/4년 통계를 보면 총원조액수의 58%가 중간소득국가에 집중되어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스페인의 ODA가 최빈국이나 저소득국가의 극심한 빈곤과 기아 퇴치 등을 목표로 하는 새천년개발목표(MDGs) 달성에 소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현 정부는 2003/4년 12%에 불과했던 최빈국 원조비율을 20%선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스페인이 설정한 목표는 OECD국가 중에서 그리스와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비율이다. 스페인 ODA가 빈곤 감소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 이유는 스페인이 역사적으로 라틴아메리카 국가에 원조를 집중해 온 점에서 찾을 수 있다. 2005년 스페인 ODA의 최대 수원국은 니카라과와 온두라스이며, 상위 10개 국가의 반을 남미국가가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3/4년에는 단 13%만이 가장 원조를 필요로 하는 사하라 남쪽국가에 집행되었을 뿐이다. 스페인 대외원조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페인의 구속성 원조 실태도 스페인 대외 원조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즉 스페인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다르게 여전히 스페인의 물자와 서비스를 원조와 연계시키는 구속성원조를 실시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빈국의 경우에는 비구속성원조 형태로 전환하는 중이라는 점이다. 또한 양자간 원조에서 유상원조의 비율이 높은 점도 국제적으로 많이 지적되고 있다. 스페인의 유상 비율은 92년 80%에서 2001년 36%로 감소하였지만 DAC기준보다 현저히 높다.

스페인은 위에서 지적된 문제를 개선하고자 그동안 대외원조에 대한 평가를 반영하여 ‘개발협력마스터플랜(2005~2008)’, ‘아프리카계획’(2006-8) 등을 수립하여 발표하였다. 일종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전히 지원대상국에 대한 선정기준이나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에 있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마스터플랜에서 스페인은 라틴아메리카, 북아프리카의 아랍국가, 중동, 역사적 문화적 연계를 가진 나라들을 우선순위로 하여 29개 국가를 지원대상국가로 선정했는데, 이는 지역 전략적,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대외원조와 국제협력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 원조모델 - 분산된 원조 집행 조직

스페인 대외원조 체계에 대해서 살펴보자. 스페인 원조모델의 중요한 특징은 중앙과 지방자치체에 분산된 원조집행조직이다. 외무부, 경제부 등 15개의 중앙행정부와 17개의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독자적으로 원조사업을 실행해 온 것이다. 이처럼 대외원조가 분산된 체제 속에서 실행되자, 스페인 의회는 대외원조의 일관된 집행과 효율적 조정을 위해 1998년 국제개발협력법을 통과시켰다.

국제개발협력법은 다른 무엇보다도 각 담당기관의 원조사업 목표의 일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 일관된 목표는 ‘빈곤감소’이다. 인권, 지속가능개발, 양성평등, 공정한(equitable) 경제성장을 원칙으로 하여, 최우선 목표인 빈곤타파를 위해 사회경제적 개발, 안보, 평화, 민주주의, 인권의 기본 가치를 천명하고 있다. 특히 기본적인 사회적 요구(basic social needs) 분야에 빈곤감소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비교적 짧은 시기에 민주화의 제도적 틀을 갖춘 스페인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가치와 제도 구축의 경험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위치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한편 분산되어 있는 원조 담당 기구를 구속할 수 있는 목표를 법에 명시한 것도 매우 눈에 띄는 점이다. 지방자치정부가 자율적 예산편성권을 헌법으로부터 보장받고 있는 현실에서 모든 원조프로그램에 적용되는 원칙과 목표를 세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스페인의 이런 노력은 ODA집행의 혼란과 비효율을 겪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들에게 모범이 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스페인 원조 기구 개혁의 목적은 당연히 분산화된 원조 기구의 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즉 행정부,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넓게 퍼진 원조 시스템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조정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인 것이다. 통합대외원조법의 위상을 갖는 국제개발협력법에 따르면 외무부는 국제협력연간계획(PACI)과 다년간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게 되어 있다. PACI에서는 개별국가별 원조목적을 각기 명시하도록 하며, 원조기관, 지역, 무상원조 섹터별로 예산을 배정한다. 이는 지방자치정부나 여러 중앙 행정부서의 원조실행을 하나로 묶어 통괄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외원조의 일관된 집행과 효율적 조정을 위한 기관들

주요 자문 및 조정(co-ordination bodies)을 위한 기관으로는 ‘개발협력협의회’(Development Co-operation Council)를 들 수 있다. 1995년 설립된 자문기구로서 시민사회, 개발전문가, 개발관련 민간기구들의 대화 포럼의 성격을 가진다. 주요 활동은 평가보고서와 마스터플랜이나 개발협력연간계획의 초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일 년에 네 차례 모임을 가지며, 특정분야에 관한 특별실무그룹 설치도 가능하다. 협의회는 16명의 시민사회인사, 10명의 정부인사로 구성되며, 외무부내의 국제협력과 라틴아메리카 차관 (SECIPI)이 의장을 맡으면서 시민사회와 협의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국제협력을 위한 행정부간위원회’(Inter-Ministerial Committee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도 조정 기관 중의 하나이다. 이 위원회는 1986년에는 중앙행정부의 각기 다른 조직들의 원조정책을 조정하기 위하여 설치하였다. 역시 외무부의 국제협력과 라틴아메리카 담당 차관이 의장이며 일 년에 최소 두 번, 소위원회가 최소 3개월마다 열리고, 실무그룹이 필요에 따라 모임을 가진다. 위에 언급한 ‘개발협력협의회’와 협의하면서 마스터플랜이나 개발협력연간계획의 계획서를 검토하고 국무회의에 제출한다. 2000년에는 중앙과 지방정부 원조기관 간 자문, 조정, 협력을 위한 기구로 ‘개발협력을 위한 지역간 위원회(Inter-Regional Committee for Development Co-operation)’를 설립하였다. 한편 스페인 의회에서도 최근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설치하여 관련법이나 마스터플랜, 개별 국가계획을 심의하고 시민사회단체와 협의도 자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원조집행기구 - 중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외무부

이제 스페인 원조가 어떤 기구를 통해서 집행되는지 살펴 볼 차례이다. 무상원조는 주로 외무부 산하 국제협력과 라틴아메리카 담당 차관과 스페인 국제협력단(Spanish Agency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 AECI)이 담당하고 있는데, 특히 스페인 외무부가 개발협력정책에 중심적 책임을 맡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개발협력과 라틴아메리카 부서가 같이 있을 정도로 라틴아메리카에 집중하고 있는데, 마스터플랜, 연간계획, 다른 전략적 사업과 평가를 모두 이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다. AECI는 핵심 실행기구로서 무상원조와 소액금융대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외무부 산하에 있는 다른 원조담당 부서를 2000년부터 국제협력단으로 흡수통합 중에 있다고 한다.

유상원조는 주로 경제부 산하 무역과 관광 담당 차관이 담당하고 있다. 2000년에 조직개편을 실시하여 6개국에 나눠져 있던 원조업무를 해외무역 담당 사무국에 집중하고 우리나라 대외협력기금과 유사한 개발협력기금(Development Aid Fund, FAD)을 관리한다.

흥미로운 점은 스페인이 한국과 같은 유상-무상 시스템으로 대외원조를 실시하고 있으나, 외무부와 경제부가 모두 유무상 원조를 집행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외무부는 무상 중심, 경제부는 유상 중심으로 원조사업을 실행하고 있으나 국제개발협력법의 규정에 따라 외무부가 중심이 되어 있다. 왜냐하면 계획, 예산배정, 평가를 외무부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분산화된 협력모델 - 지자체의 역할과 NGO의 참여

한편 스페인은 분산화된 협력모델(Decentralized co-operation)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 평가할 수 있다. 2000년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ODA의 16%를 지방자치단체가 집행한 것을 알 수 있다. 양자간 원조는 25%까지 수치가 올라간다. 대부분의 이 기금은 NGO를 통해 집행하는데 이를 통해 시민사회의 대외원조 참여가 활발하다는 것과 대외원조에 대한 스페인 국민의 대중적 지지를 알 수 있다. 2001년 유엔인구기금(UNPF)이 스페인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예산에서 원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낮다고 답했으며, 2000년 통계청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부담이 따르더라도 84%의 응답자가 개발도상국에 원조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1990년의 58%에 비해 국민들의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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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사례의 시사점

개략적으로 스페인 대외원조 사업의 현황과 큰 특징을 일별해보았다. 거칠게 살펴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대외원조의 경험에서 주목할 것들이 분명하다. 첫째 ‘빈곤감소’라는 대외원조의 일관된 목표가 다양한 원조기관에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대외원조의 방향을 규율할 기본 원칙과 철학조차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현 한국의 ODA실정에서 다원화된 ODA집행시스템의 정비까지 거론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고 일각에서 주장할 수 있으나, 그런 현실이기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더불어 실제적인 ODA집행에 있어 분산화된 기관간의 다양하고 활발한 조정의 역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눈여겨보아야 한다. 현재 한국의 ODA는 외통부와 재경부를 중심으로 집행되고 있으나, 복지부, 과기부, 국방부 등 많은 행정부처와 지자체에서 ODA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근거법이 없이 추진하고 있는 기관이 대부분이라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분야에서 실시되는지,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DAC에서 권고하고 있는 ‘ODA 정책 조정위원회’라도 설치하는 것이 급선무인 한국 현실에서 다양하게 조율되고 있는 스페인의 ODA조정기관의 역할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구체적 사업내용 중 소액신용금융(micro credit finance)와 공치(Good Governance)도 우리의 주목을 끈다. 스페인은 1998년 마이크로 크래딧 기금(Micro-Credit Concession Fund, FCM)을 법제화하여 최하위층이 기본생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1999년 볼리비아에서 6만 명이 2,700만 불의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이 기금 규모는 전체 유상원조의 25%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ODA 실행에 있어 스페인의 민주적이며 책임성있고, 투명한 제도구축에 대한 노력도 매우 인상적이다. 이는 짧은 기간에 민주화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민주화 과정에 있는 국가들에게 입법체제, 행정개혁, 분권화, 세제, 재정, 경찰훈련까지 민주적 제도수립을 지원하고 있는 스페인의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은 빈곤감소를 단지 경제적 차원에서 보지 않고 인권보호의 가치와 민주주의 제도 확립이라는 문제와 연결시키고 있는 독톡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의원을 비롯해 각 당에서 대외원조의 이념과 원칙에서부터 원조의 책임 주체와 시기, 평가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담은 법안들을 제출하고 있다. 그동안 각계에서 요구가 높았던 이른바 대외원조기본법 제정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각 법안에는 그동안 미묘한 차이가 드러났던 대외원조의 목적, 원칙과 논란이 되었던 대외원조업무의 이원화에 대한 나름의 대안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시점에서 스페인 사례가 던지는 시사점을 검토하는 것은 유의미할 것으로 보인다.

손혁상(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 첨부화일: 뉴스레터 원본
국제연대위원회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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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는 유럽연합 국가 중에서도 북구의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과 함께 가장 모범적인 대외원조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나라로 알려진 네덜란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미 20여년 전부터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체계적으로 대외원조를 시행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외무부에는, 외교정치경제를 담당하는 장관과 개발협력을 담당하는 장관, 그리고 유럽연합을 담당하는 장관 이렇게 3명의 장관이 있다. 이 중 개발협력 담당 장관이 총괄하고 있는 개발협력국은 네덜란드의 외교정책과 인권정책에 따른 개발협력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개발협력 정책은 외무부 안에서만이 아니라 타 부처에도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 있는데, 예를 들어, 경제부처에선 2006년에 아프리카의 정부 대표들과 기업 대표들이 모이는 국제회의를 조직해서 아프리카에 투자와 개발정책을 연계시킬 것을 권하고 이를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에도 권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효율적인 개발협력을 위해 최근에 개선한 것으로, 이를 위해 기업, 시민사회, 정부 뿐 아니라 때론 평화유지나 갈등해소를 위해 군까지도 포함해서 이들 다른 부문들이 서로 협력하여 공동 작전을 수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개발협력 정책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외무부 주변에는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기구와 센터가 있다. IS아카데미는 국제개발원조정책을 하는 전문가 양성소로 개발협력국 안에 설치되어 있고, 글로벌개발센터는 독립기구로서 개발협력국의 씽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설립 30년째를 맞고 있는 개발원조연구이사회(RAWOO) 역시 개발 정책의 오랜 역사를 가진 기관이며 수많은 개발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는 곳이다. 1999년부터 시행되는 인권대사제도는 국제개발협력의 협력국들을 순방하며 네덜란드 정부의 인권정책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 기관들은 네덜란드 정부가 표방하는 사형제 폐지, 고문방지, 인권옹호자 지원, 표현의 자유, 종교나 신념의 자유, 소수자의 권리, 차별금지, 경제,사회, 문화적 권리 등 인권원칙을 ODA 수행에 드러나도록 잘 조율하고 있다. 대외원조에 관한 기본 법제조차 없는 한국과 비교하면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선진원조체계인 셈이다.

원조 정책의 두 가지 특징

네덜란드의 ODA 정책방향은 다른 나라의 전통적인 원조와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1998년에 마련된 가이드라인에서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의 보존을 우선적인 목적으로 삼고, 그외 교육, 물과 환경, 지역개발, 소기업개발(지원)에 중점을 두었다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분쟁(해결), 안보, 개발 이 세 부분에 집중하겠다고 주요 정책을 전환시켰다. 이는 네덜란드 정부가 외교 정책을 통해 국제 평화, 자유, 법치, 번영을 구현하겠다는 목표와 일치한다. 외무부 장관은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유럽연합이나 OECD 내부에서 안보와 평화유지를 ODA 기준에 넣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사회도, 유럽분쟁예방센터(European Center for Conflict Prevention)가 코피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보고서를 받아 글로벌 분쟁예방 보고서를 작성하여 유엔에 제출한 활동에서 보듯이, 이렇듯 정부나 시민사회가 다 같이 분쟁해결과 평화유지, 군축의 문제에 주요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평화 활동의 대상지역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남부, 수단, 서부 발칸지역 등이며 이곳의 활동은 정보부 개혁, 군축, 재활, 평화유지, 경찰력 강화 등이다. 2006년 예산 사용 내역을 보먼, 관타나모 수용소의 인권침해에 대한 미국과의 비판적 협상,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 유럽연합의 안보정책개선을 위한 지원, 대량살상무기확산을 감시하는 활동 등에 두드러지게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평화유지문제에 대해 네덜란드의 이러한 이니셔티브는 다양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작은 나라인 네덜란드가 목표에 비해 실천 영역에서 과연 얼마나 효율적으로 국제조정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 외에도 이러한 예산 분배가 전통적인 식량지원이나 보건, 교육부분의 예산을 감소시킨다는 비판도 있고, 군까지 가세한 협력추진은 효율성을 높인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 때문에 다른 지역과 국제기구의 역할이 위축된다는 우려와 투명성의 담보가 없다는 비판도 동시에 나왔다. 특히 평화유지를 위한 크루즈 미사일, 헬리콥터 등 무기 구매는 정책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국방의 영역이라 군축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네덜란드 시민사회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민간부분의 평화교육 노력이 군의 개입으로 인해 무시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빠지지 않고 있다.

대외원조정책의 특징 또 하나는,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추진체가 되어, 한 지역의 빈곤퇴치와 평화유지, 갈등해소, 기업의 투자로 이어지는 지역사회개발과 시민사회의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집중 정책을 권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사협동협약(Public-Private Partnership Agreement)’이라 불리는 계약이 2005년에만 41개가 체결되었고 이 중 24개가 아프리카에 집중되었다. 그런데 이 계약을 위해 마련된 기금 5억1천5백만 유로 중 정부 출연은 9천7백만 유로에 불과하고 비영리단체가 조성한 돈이 2/3를 차지하는 3억1천만 유로에 달해 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즉 대외원조라는 국제사업에 네덜란드의 정부, 개인 할 것 없이 참여하는 취지는 좋으나, 정부의 출연부분이 지나치게 작다는 비판이 일기도 하는 것이다.

집중과 선택

네덜란드의 대외원조 대상국은 36개국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 역시 1990년대 많은 나라에 소액지원하던 방침을 바꾸어 제한된 대상에 집중 지원하여 효율성을 높이려는 정책과 맞물려있다. 협력국가들은 아프리카에 15개로 많이 몰려있고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유럽에 각각 6~8 나라씩 있다. 대부분 유럽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나 예멘과 같은 분쟁국이거나, 스리랑카, 방글라데시와 같은 최빈국이다. 네덜란드보다 훨씬 작은 액수의 돈으로 주요 공여대상국이 55개국에 이르는 한국정부에 시사점을 주는 지점이라 할 것이다.

또한 네덜란드는 대외원조의 선진국이라 할만한 규모와 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유지한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UN 권고기준을 넘는 GNI(국민총소득) 대비 평균 0.8%대를 유지하며(현재 0.7% 권고수준을 유지하는 나라는 노르웨이, 덴마아크, 스웨덴 등 여섯 나라에 불과하다), 예산규모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국 중 6위로 51억6천6백만 달러(2006)수준이다. 예산집행의 세부사항을 보면 이중의 반은 최빈국이 집중된 아프리카에 지원되며, 0.8% 중 1%는 환경분야에 할애된다.

예산과 재원

네덜란드의 국제협력기금은 HGIS(국제개발 통합예산)라 불리며 여기에는 ODA예산과 일반 외교정책의 예산이 함께 책정되고 외무부 장관과 개발협력국 장관이 이를 조정한다.

2006년의 HGIS 예산은 총 57억7천130만 유로에 이르며 외무부 정책과 같은 기준으로 다음 9개 분야에 쓰인다. 국제법치강화 8천710만, 평화안보 확립과 분쟁조정 8억7천270만, 유럽통합 4억9천110만, 더 많은 번영-더 작아지는 빈곤 14억4천470만, 인간과 사회개발 14억7천820만, 환경보호와 개선 4억1천170만, 재외 네덜란드인 복지와 안녕 1억2천290만, 네덜란드 대외홍보와 이미지 제고 7천510만, 기타 7억8천780만 유로.

외무부의 기금 중 하나인 ORET(개발관련 수출거래)기금은 개발협력을 위한 기금으로 200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자금원은 네덜란드 개도국투자은행(NIO Bank)이며, 네덜란드 개발기금(FMO)에서 지원받고 있다. 이밖에도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기금과 국제단체들과 함께 전략적 연합사업(SALIN)을 수행하는 기금이 있다.

네덜란드의 대외원조와 개발협력사업에 대한 평가는 개발협력평가조사원(IOB)이라는 독립된 기구에서 다른 모든 네덜란드 외교사업에 대한 평가와 함께 이루어진다. IOB의 평가보고서는 차기 정책수립에 참고자료로 사용된다.

네덜란드는 오랜 역사와 제도 변천,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 상대적으로 잘 구축된 대외원조 체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 차원의 공동 촉진(즉, ODA의 공동목표 설정과 이에 대한 점검으로 회원국들이 평균 수준의 대외원조를 유지하도록 촉진)과 OECD DAC 차원의 대외원조 상호비교(peer review)를 통해 네덜란드의 앞선 대외원조는 더욱 발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앞서 캐나다의 경우에서 본 것처럼, 정세의 변화와 정책의 변화에 따라 공여 대상국의 원조에 대한 방향을 공여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할 때 대외원조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네덜란드의 원조정책은 현재 매우 공세적이고 적극적이나 이러한 원조정책의 모델이 반드시 다른 나라에 적절한 것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국으로서는 앞에 나열한 외무부 내 협력기관, 독립적인 평가기관, 확보된 충분한 예산, 국회와 시민사회의 참여와 감시와 협력기능들이 아직도 따라잡아야 할 선진 모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양영미(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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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대위원회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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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금의 목적, 용도를 특정하고, 투명한 운용 방안이 보완되어야

무엇보다 대외원조의 기본방향 확립과 통합적 집행체계, 재원마련방안시급



지난 3월 6일 국회 본회의 의결로, 올 하반기부터 5년간 국내 공항을 통하여 출국하는 모든 내ㆍ외국인들의 국제선 항공권에 1천원을 부과하는 국제빈곤퇴치기여금 제도가 시행된다. 통칭 ‘항공권 연대기여금’이라 불리는 이 제도는 개발도상국가의 빈곤과 질병 퇴치에 사용되며, 이미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시행 중이거나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참여연대는 국제빈곤퇴치기여금 제도가 도입되어 국제사회의 빈곤 퇴치 노력에 동참할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한다. 이를 계기로 대외원조(ODA) 사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연대의식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국제빈곤퇴치기여금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제도의 취지보다는 국민들의 추가적인 경제부담만 부각되는 일이 없도록, 기여금의 취지와 용도, 사용 현황, 기금 지원으로 인한 효과 등을 적극 홍보하고 구체적인 집행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기여금이 효과적이고 실속있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법안에 추상적으로 명시된 ‘개발도상국’이라는 기여금 지원 대상 국가를 ‘빈곤, 질병 퇴치가 시급한 국가’ 등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사용 용도도 가급적 특정하는 등의 보완 작업이 필요하리라 본다. 특히, 기여금의 운용에 있어 투명성,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외교통상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제빈곤퇴치기여금 운용심의위원회’에 전문가 그룹과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을 포함시켜 기금이 목적에 충실하게 그리고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간 우리 정부는 세계 10위권이라는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대외원조 정책에 있어서는 OECD 국제원조위원회 국가들의 평균 0.33%의 1/3 수준으로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지난 해부터 정부는 개도국의 빈곤 문제 해결에 기여하여 국제사회에서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히고 국무총리 산하에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대외원조 정책의 기본 방향조차 확립되지 않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 국제빈곤퇴치기여금은 정부의 대외원조 재원 마련의 하나의 방안일 뿐이므로, 대외원조 정책과 재원 마련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국제빈곤퇴치기여금이 시행되기 전에 이러한 제도적 정비가 우선되어야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제연대위원회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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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는 주요 원조 공여국 연재 두번째로, 지난 호 유럽연합에 이어 캐나다를 소개합니다.

캐나다는 지난 반세기 동안 인류의 최종 목표인 인간보호에 중점을 두는 이상적인 입장에서 대외원조에 접근해 온 나라이다. 개별국가로는 처음으로 인간안보를 주요 외교정책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국제 협력, 다자간 협력,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수행하고 있다. 대인지뢰협약(Mine Ban Treaty)과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는 캐나다 정부의 주도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와 같은 캐나다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처럼 캐나다 대외원조 정책의 접근방식 역시, 통상이익보다는 인류의 행복을 위해 앞서 나간다는 이상적인 캐나다의 대외 이미지 제고와 정체성 함양이라는 배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캐나다 외무부장관인 로이드 액스월시(Lloyd Axworthy)는 1999년 캐나다 대외원조 정책의 최종 목표가 ‘전 세계를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안전, 인간 생존이 가능한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의 대외원조는 백신예방사업이나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인도주의 사업, 긴급지원이 필요한 곳에 대규모적인 보건 지원사업 등 인류의 건강과 생명권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권 보호를 우선으로 하고 있는 캐나다 대외원조 정책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상적인 대외원조의 목표가 흔들리고, 대외원조 예산이 삭감되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의 대외원조의 역사는 콜롬보 프로젝트부터 시작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연방이 해체되자, 영연방 신생 독립국들은 급속한 위기상황에 직면하였다. 이에 캐나다와 호주 등 영연방 소속 국가들이 신생독립국을 지원하기 위해 ‘콜롬보 프로젝트’를 실시, 1950년, 새로 독립한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에 2천5백만 캐나다 달러를 지원한다. 이를 시초로 시작된 캐나다의 대외원조는 캐나다의 국가적 위상이 높아지고 경제가 활성화되었던 1960년이 되자 외무성 산하에 ‘대외원조사무국’을 창설하고 본격적인 대외원조를 실시한다. 대외원조 규모가 증가됨에 따라 대외원조사무국은 1968년 ‘캐나다 국제개발청(Canadian International Development Agency: CIDA)’으로 확대 개편된다. 대외원조를 위한 독립된 청이 생김에 따라 대외원조 전문가들이 확보되었고, 영연방 국가에 중점이 되었던 대외원조는 아프리카, 중동, 미 대륙, 아시아 지역으로 확장되어 나갔다.

지난 55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캐나다의 대외원조 정책은 인권향상, 아동권리 보호, 여성 보호 영역에서 가장 독보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앞서 나가고 있다고 평가된다. 대외원조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서도 수혜국에 가장 효과적인 원조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 그룹과 학계, 시민사회가 결합하여 원조가 필요한 적재적소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는 스리랑카, 카메룬, 에콰도르 등에서 여성을 위한 소액대출(micro-credit)에 중점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2005년 CIDA는 캐나다의 대외원조를 향상시키기 위한 '국제정책제안(Canada’s International Policy Statement, IPS)'을 제시하였다. IPS에 따르면 CIDA는 '좋은 정부, 보건(HIV), 교육, 민간개발, 지속적인 환경‘ 다섯 가지 항목에 우선순위를 두고 사업을 실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2010년까지 캐나다는 25개 파트너 국가들에 대규모 개발원조와 인도주의 원조를 실시하게 된다. 핵심 지원 국가들은 부르키나 파소, 카메룬, 에티오피아, 가나, 케냐, 말라위, 말리, 캄보디아, 파키스탄, 스리랑카, 베트남, 우크라이나 등 25개국인데, 파트너 국가들 중 14개국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 위치하고 있다. 파트너 국가들은 모두 기아와 분쟁, 자연재해로 인해 인도주의 긴급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국가들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캐나다 대외원조가 캐나다 국가차원의 정치적ㆍ경제적 실익보다는 인도주의 지원과 생명권 보호에 우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CIDA는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의 80%를 지원받고 나머지 20%는 재경부, 외무성, 국제개발센터의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2004년-2005년 캐나다 정부는 370만($3.74 billion)을 대외원조에 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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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CIDA의 대외원조 우선순위는 보건과 교육 부문이다. CIDA는 비타민 A정제를 개도국의 아이들에게 제공함으로써 150만 명의 어린이를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으며, 2005년 소아마비 박멸에 기여한 기관으로서 UN으로부터 상을 수여받기도 하였다. CIDA는 유럽연합의 지속가능한 개발 프로그램 지원과 달리, 대규모 보건지원과 의료지원에 더욱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의 대외원조는 적극적인 원조 프로그램 운영과 성공적인 성과로 국제사회로부터 이상적인 원조라고 평가를 받고 있지만, 캐나다 정부의 외교정책에서 ODA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례로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캐나다의 ODA 예산은 평균 34%가 삭감되었다. 1990년대 초반 0.49%, 1998년 0.30%, 2001년 0.23%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현재 2000년대의 GNP대비 캐나다 ODA 비율은 1965년대 수준으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ODA 예산이 대규모로 삭감된 이유로는 1990년대 초반 막대한 재정적자를 들 수 있다. 캐나다 정부가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자 ODA규모를 우선적으로 삭감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1997년 이후 캐나다 경제는 안정을 찾고 캐나다 정부 예산은 흑자로 전환되어 G7국가 중 건강한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미 삭감된 ODA 예산은 다시 원상 복구되지 못하고 못한 채, 2001년 GNP대비 ODA 지출 비율은 0.23%로, 전체 OECD 22개 국가 중 18위에 불과하다. 1995년 캐나다가 전체 OECD 국가에서 ODA 지출 규모가 6위였던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캐나다의 ODA 대외원조액 삭감에 대하여 캐나다 정부는 시민사회와 학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자 UN창설 이후 진보학자와 국제기구 지도자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되었던 GNP 대비 0.7%의 ODA 예산 배분을 결의한 2002년 UN 몬테레이 회의에 참가한 장 크레티앵(Jean Chretien) 캐나다 총리는 매년 ODA 지출을 8%씩 늘려 UN의 권고안인 0.7%까지 늘린다는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현 보수당 출신의 스티븐 하퍼(Stephen Harper) 캐나다 총리는 취임 이후 연방재정 10억 캐나다 달러(한화 8천억)를 삭감하고 연방정부의 행정개혁을 단행해, GNP대비 캐나다의 ODA 기여를 1985년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2006~2007년 캐나다 정부의 ODA 비율은 0.33% 수준으로 동결될 전망이다. 이는 캐나다 정부가 약속한 UN의 목표인 GNP 대비 0.7%와 큰 차이가 나는 수치이다.

2005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시라크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수상은 ODA 목표를 UN이 권고한 GNI대비 ODA비율 0.7%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전 항공기에 아프리카 AIDS 환자를 돕기 위한 항공 세금을 부가하였다. 영국도 ODA 증액과 아프리카의 보건과 빈곤퇴치를 위한 더 많은 ODA를 제공하기로 약속하였다. 하지만 대외원조의 이상적인 모델로 인용되고 있는 캐나다는 이러한 국제적인 환경과 달리 ODA를 삭감하고 프로그램의 운영을 줄여가면서 그 이전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의 시초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경제가 회복된 지금에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다. 캐나다의 적극적인 이익과 상관없는 정책에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보수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에서 캐나다는 G8국가로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권 보호라는 이상적인 목표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던 ODA는 이제 캐나다의 자국의 상황에 따라 줄어들고 있다.

이상적인 목표와 효율적인 프로그램 운영으로 지구촌 어린이, 여성들의 열악한 보건 상태를 개선하고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여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던 캐나다가 90년대 들어 ODA규모를 절대적으로 축소하여 국제 무대에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는 바로 한국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왜냐하면 한국의 현실에서도 ODA규모를 확대하고 ODA집행상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공언과 달리 ODA는 정부의 다른 정책이나 예산의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개도국에 대한 대외원조가 자국의 현실적인 경제, 정치 논리나 집권 세력의 성향에 의해서 움직인다면, 결과적으로 수혜국들의 고통만 가중될 것이다. ODA는 CIDA의 헌장에 명시된 것처럼, ‘빈곤타파와 안전하고 평등하고 번영된 세계를 위해 일한다’는 이상적인 목표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전 세계 경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G8국가의 일원인 캐나다는 지구촌의 공공의 선을 실행하기 위하여 경제적인 상황과 이익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ODA 지원에 나서야 하며, 한국 역시 세계의 12위의 경제력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인도주의 위기와 열악한 생존환경으로 인하여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지구촌의 많은 곳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책임있는 선진국들의 모습이다.

김여정(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ODA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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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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