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최우선의 원조, 일본 ODA의 현황과 미래



일본은 198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최대의 ODA 공여국이 되었으며, 1990년을 제외하고는 2000년까지 1위를 유지한 ODA 대국이다. 2001년 이후부터는 장기불황으로 인한 ODA 감소로 1위 자리를 미국에 다시 내주었지만, 여전히 일본은 세계 ODA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막대한 ODA 공여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는 국가가 되지는 못하였다. 이번 연재를 통해 그 이유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일본 국내에서도 ODA에 대한 여론은 경제 불황과 재정상황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특히 2002년도의 ODA예산의 경우 2001년에 비해 10.3% 대폭적인 삭감이 있었다. ODA는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국민의 지지와 이해도가 필수불가결하다. 국민들에게 ODA에 대한 인지도와 지지가 낮은 한국으로서도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 ODA와 한국

평화헌법과 미일안보조약으로 인한 외교적 제약으로 인해 일본에게 ODA는 국익과, 안정된 국제적 환경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외교정책수단이다. 그러나 일본의 ODA는 무상원조 보다는 유상원조인 엔 차관의 비중이 높고, ODA 프로젝트 입찰에 일본기업이 많이 낙찰되고 있다. 이는 개도국의 ‘인간안보’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ODA 추세와 역행하는 것이고, 그래서 일본은 ODA를 자국의 이익추구에 이용한다는 국제적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이는 한국에 대한 ODA 공여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한국에 두 번째로 큰 규모의 ODA를 공여하였다. 미국이 한국전쟁이후 1950-1960년대 약 60억 달러의 ODA를 제공하고, 일본은 1965년 이후 50억 달러에 해당하는 ODA를 공여하였다. 그러나 ODA의 성격에 있어서 미국은 약 70%이상의 ODA가 무상으로 제공된 반면, 일본은 70% 정도가 유상으로 공여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사실 한국은 1990년대까지도 경제 인프라 구축과 인적 자원개발 등에서 일본 ODA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럼에도 일본은 ODA 공여를 통해 한국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였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은 이러한 문제점을 깨닫고 ODA 시행기관을 일본국제협력단(JICA)로 일원화하고 ODA 전략을 새롭게 개편하고 있다. 지금부터 일본의 ODA가 어떻게 전개되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살펴보자.

일본 ODA의 역사와 특징

일본정부는 일본 ODA 역사를 크게 5기로 구분하고 있다. 제 1기는 1945년부터 1953년까지 ‘전후 부흥기’로 미국이나 세계은행에서 ODA를 수원 받던 시기이다. 제2기는 1954년부터 1963년까지 ‘전후 배상기’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배상을 중심으로 ODA를 공여한 시기이다. 제3기는 1964년부터 1976년까지 ‘ODA 신장기’로 ODA의 양적확대와 형태의 다양화가 시도된 시기이다. 제 4기는 1977년부터 1988년까지 ‘계획적 확충기’로 여러 차례의 중기목표에 의해 ODA가 확충된 시기이다. 제5기는 1989년 이후 ‘최대 공여국’의 시기로서 ODA 최대 공여국으로의 이니셔티브를 발휘하는 ‘ODA 충실기’이다.

1989년 이후 일본의 ODA는 그 이념과 전략이 국제 정치경제적 차원에서 결정되고 국제적 참여가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ODA 4지침의 결정(1991. 4), ODA 대강(大綱)의 각의결정(1992. 6), 21세기를 향한 ODA 개혁 간담회 발족(1997. 4) 등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2003년 8월에는 ODA 헌장을 개정하고, 2006년 11월 일본 국회에서 통과된 ‘일본국제협력단(JICA)법’ 개정을 바탕으로 일본 ODA는 신(新) JICA를 발족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으며, 2008년 10월 신 JICA법 개정내용이 발효되면 유무상 원조를 일원화할 예정이다.

<< 일본 ODA 규모와 구조 >> (단위: 백만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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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국수출입은행. 2004.『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의 중장기 정책방향』


일본 ODA의 특징은 유상원조 중심, 아시아 중심, 경제 사회 인프라 개발 중심지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서구 유럽과 비교했을 때 경제적 이익 위주의 상업주의적 ODA 정책을 실시해왔고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1990년대 이후에는 경제적 목적 중심에서 정치외교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변화하였다. 일본 ODA의 특징으로 경제발전과 경제안전보장을 위해 ODA를 외교적 수단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은 ODA가 일본 정부의 종합적인 안전보장을 확보해 준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ODA를 통해 주변 개발도상국의 불안요인을 줄임으로써 일본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환의무가 수반되는 유상원조를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의 자조노력과 주체적인 개발 시행을 유도하는 일본 ODA는 앞으로도 유상원조 중심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일본 정부는 ODA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발전이 궁극적으로 일본의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에게 개방적인 경제체제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 ODA의 비중을 살펴보면 아시아 국가 중심의 공여가 가장 큰 특징이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일본 기업의 최대 시장인 동시에, 정치외교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ODA 공여를 통해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경제발전을 도와주고 사회 간접시설을 확충해 주는 것을 통해 일본 상품의 수출시장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현재까지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아주 크며, 따라서 일본의 정치외교적 목적에는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인도주의에 입각한 ODA 실시가 국제적인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일본은 ODA를 자국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ODA의 체계

일본은 ODA 공여 초기부터 다수의 관련 부처와 기관이 참여하는 다원적 체제를 유지하였고 유무상 원조를 분리하여 운영해 왔다. 일본 ODA 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유상원조와 무상원조가 이원화된 구조라는 것이다. 일본은 가장 복잡하고 분산된 ODA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ODA 정책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유상원조는 재무성과 국제협력은행(JBIC)이 담당을 하였고, 무상원조는 외무성과 일본국제협력단(JICA)이 담당을 하였다. 일본은 1970-1980년대에 유상원조를 중심으로 ODA 규모를 급격히 확대하였으며, 현재에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과는 달리 유상원조 중심의 ODA를 고수하고 있다. 1970년대의 경우 유상원조가 60%를 넘었고, 1980년대 중반 이후에도 50% 수준을 유지하였다. 2002년의 경우 46.8%로 비율이 낮아졌지만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2003년 개정된 ODA 헌장에서 “일본의 원조는 개발도상국의 자조노력"을 촉진하는 형태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기본이념을 천명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 세계은행의 차관을 활용하여 사회 간접시설을 정비하고 고도경제성장을 이룩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논리는 일정 수준 이상 개발이 진전된 개발도상국에 대한 ODA는 상환의무를 수반하는 편이 오히려 자조노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유상원조 중심의 ODA 구조를 유지하는 대신, 1970년대 말부터 언타이드 차관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법으로 ODA의 질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유상원조는 아시아 지역에 80% 이상을 집중하고 있고, 무상원조는 아시아와 최빈국이 많은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비중이 높다. 따라서 일본 ODA는 무상원조는 인도적, 외교적 목적을 적극 반영하고 있고, 유상원조는 경제적 목적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본 ODA 형태별 분류와 담당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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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국수출입은행. 2004.『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의 중장기 정책방향』


일본 ODA와 NGO

한국은 ODA 관련 이슈들에 대하여 시민사회 단체와 NGO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2000년대 이후 최근의 일인데 반해, 일본 NGO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ODA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대표적인 단체가 ‘일본 ODA 개혁 네트워크(이하 ODA-NET)’로, 일본의 ODA 정책 개혁을 목표로 하는 일본의 시민과 NGO들의 네트워크로서 1996년 ‘ODA 개혁을 위한 시민 NGO 연락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도쿄에서 발족되었다. 'ODA-NET'이 여타 개발 NGO들과 다른 점은 현장에서의 구호활동이나 사업진행이 아닌 ‘ODA와 관련한 정책개발과 제언, 그리고 정책결정과정에 있어 시민참여’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무성을 포함한 정부기관과 일본국제협력단(JICA)등과 정기 협의회를 통해 정책제언을 해왔으며, 각종 포럼의 개최, 책자 발간 활동에 주력해왔다.

‘ODA-NET’의 최우선 목표는 ‘ODA 기본법 제정’을 통해 일본의 ODA가 국제사회의 ODA 추세에 걸맞도록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자립에 기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ODA 관련 시민사회 단체들의 노력은 1997년과 1999년 일본 정부에 제출한 'ODA 개혁을 향한 제언', 1999년 말에 작성한 'ODA 기본법안' 초안으로 결실을 맺었다. ‘ODA-NET’은 정부, 국회의원, ODA 기관에 각종 정책 제언을 해왔으며, 이를 통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반영하려는 일본 정부의 흐름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일본 ODA정책이 개도국 주민들의 자립에 공헌하는 정책적 개혁보다는 일본의 국익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의 정기협의가 실질적으로 소득이 없었다는 비판도 있다. 다만 정부와 ODA 실시기관과의 정기협의가 정부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협의내용이 기록되고 정기협의록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다는 점에서 일본정부의 ODA 개악에 대해 일정 부분 억지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제사회의 ODA 정책은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인도주의를 중시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국가도 있고, 오히려 후퇴하는 국가도 있다. ‘ODA-NET’은 유효한 정책 제언을 하기 위해서 국내외 정보 분석이나 구체적 사례조사와 연구를 통해 지식과 전문성 향상에 힘쓰고 있다. 또한 ‘ODA-NET’의 활동성과를 사회에 환원하고 폭 넓은 지지를 받기 위해, ODA에 관한 교육이나 각종 심포지엄 개최, 강사 파견 등을 통해서 ODA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하고 있다.‘ODA-NET’은 개발NGO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고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NGO들이 모여서 결성된 네트워크이다. WE21, 아태자원센터(PARC), 인도네시아 민주화를 위한 네트워크(NINDJA), TICAD 시민사회포럼(TCSF), 일본국제자원활동센터(JVC) 등 5개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세계 2위의 ODA 공여국인 일본의 ODA는 잃어버린 10년으로 일컬어지는 1990년대 경기침체를 통해 국내의 지지기반이 상당히 취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는 ‘ODA-NET’ 결성 등을 통해 일본의 NGO들이 ODA 정책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개선되지 않은 일본의 ODA정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본의 ODA는 수원국의 진정한 발전에 도움이 되는 ODA를 염원하는 일본 시민사회의 열정을 헛되이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NGO 들은 일본의 ODA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는 ODA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한국의 시민사회에도 발전전략과 관련하여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할 수 있다.

일본 ODA의 미래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이후부터 경제적 측면을 중시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정치, 안보, 인도적 측면을 고려하는 ODA를 실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03년 ‘ODA 헌장'을 수정하면서 ODA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개발에 공헌하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일본의 안정과 번영도 증진시킬 것을 명시하였다. 또한 동아시아를 일본 ODA의 중점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2006년 11월 일본 국회에서 통과된 JICA법 개정을 바탕으로 일본 ODA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신 JICA를 발족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고, 2008년 10월 신 JICA법 개정내용이 발효될 예정이다. 이 법안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ODA 실시기관을 JICA로 일원화 한다는 것이다.

2008년 10월 출범할 새로운 JICA의 역할은 기존에 담당하고 있던 사업 외에, 외무성으로부터 무상자금협력사업, 국제협력은행(JBIC)으로부터 유상자금협력(엔차관)을 통합하여 일원화하는 것이다. 일본은 ODA 실시의 일원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제협력은행(JBIC) 관련 조직과 인력은 2008년 10월 이후 출범할 새로운 JICA와, 신설되는 일본정책금융공고로 승계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 ODA는 일본의 국익에 기여하는 외교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이념에는 변함이 없다. 일본 언론에서도 이번 ODA 개혁에서도 관련부처의 기득권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ODA 공여 초기부터 일본 ODA 실시 체제를 모델로 하였다. 일본이 ODA 헌장과 법 개정을 통해 ODA 체계를 개혁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체계가 바뀌어도 ODA를 공여하는 기본 이념이 바뀌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국가가 되기는 요원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ODA 관련법이나 헌장 등을 제정하는 것을 통해 한국 ODA의 이념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일본 ODA 실시 체계 개편을 교훈 삼아, ODA의 일원화를 달성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가 ODA 운영체제를 일원화하고 관련부처를 조정하는 개혁을 실시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동일하게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 ODA는 경제 논리 등으로 인해 국민여론이 악화(Aid Fatigue)되면 ODA 예산을 늘리기 힘든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일본의 ODA가 어떻게 전개되고 운영될 것인지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정호(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ODA연구팀)


* 뉴스레터 원본 참조
국제연대위원회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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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에 ODA감시팀이 처음 활동을 시작할 2005년 당시만 해도 ODA감시팀 최대의 관심사는 ODA의 방향이나 구체적인 감시활동의 전개 내용이 아니라 우선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ODA에 관심을 가지도록 할 것인가였다. 국민들 대부분이 ODA가 어떻게 집행되는지 잘 알지 못하고, 심지어 정부차원에서 개발도상국에 지원을 해 주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생소하게 여기는 국민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2년 전의 상황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우리 주변에서는 ODA에 관한 논의들이 넘쳐나고 있다. ODA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앞다투어 ODA에 관한 법률안을 제안하고 있다. 2년 만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ODA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으로 변화된 것인지 아니면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효과로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는 국가차원에서 무상 또는 유상의 방식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하여 지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ODA 사업을 몇 가지 방법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먼저, KOICA로 더 잘 알려진 ‘한국국제협력단’이「한국국제협력단법」에 근거하여 무상원조 사업을 해왔고, 한국수출입은행이「대외경제경제협력기금법」에 근거하여 유상원조 사업을 해 오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국민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각 중앙 행정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대외원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리 없고, 정부가 잘 알아서 지원하면 되는데, 왜 시민단체가 나서서 감시를 한다는 것인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차원의 지원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예산이 필요하고, 법률적 차원의 근거 역시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ODA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세금에 의한 예산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그 쓰임새는 적절한 것인지, 혹여 지원을 하고도 오히려 나쁜 평가를 받는 상황은 없는지 등의 문제는 개개의 시민 또는 시민단체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한국의 ODA가 집행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몇 가지 문제들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턱없이 낮은 ODA 예산, 지원의 순서와 원칙이 없는 중복 집행의 양상, 사업에 대한 적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 등...

다행스럽게도 최근 ODA에 관한 법률을 정비하고자 하는 노력들은 위와 같은 현재의 ODA 집행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국회차원에서도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외교통상부나 재정경제부에서도 법률안 또는 헌장 형식의 ODA에 관한 기본 체계를 정비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인 적이 있고, 국회에서는 얼마 전 국제선 항공권에 부과되는 항공권연대기여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ODA 사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의「한국국제협력단법」의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하였다.

가장 최근의 시도로서는 ODA에 관한 국회의원들의 기본법률안들이다. 이미 김부겸 의원과 우제창 의원이 발의한「대외원조기본법안」과「국제개발협력기본법안」이 국회에서 심의 중이고, 권영길 의원의 「대외원조기본법안」도 전문가 토론 등을 거쳐 국회 상정을 준비 중이다.

법률은 체계나 형식이 딱딱해서 일반 국민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법률에는 해당 법률이 문서화되기까지의 사회적 가치관, 이념, 갈등상황과 이를 해결하는 사회적 힘이 반영되어 있다. 법률이 사회의 시류를 잘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난을 듣는 것도 이러한 갈등관계를 정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ODA에 관한 최근의 법률안들을 들여다보면 법률의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난다. 각각의 법률안들은 ODA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이념, 그 속의 갈등 상황들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이들 법률안을 들여다 보면 향후 ODA에 관한 우리 사회의 논의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우선 몇 가지 쟁점들에 대해서 현재 준비 중인 3가지 ODA 기본법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면 아래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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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이념과 관련하여서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부분은 바로 ‘호혜협력’이라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바와 같이 지원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국익을 ODA의 목적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러한 목적상의 차이는 유상원조와 무상원조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구속성 원조 즉 원조사업의 수주대상을 한국기업으로 한정하는 사업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선진 지원국들의 사례와 OECD의 권고사항을 근거로 하여 유상원조의 비율을 낮추고, 구속성 원조 역시 비율을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한국적 상황에 맞는 지원 또는 수원국으로서의 한국적 경제개발 모델의 수출이라는 관점에서 특수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집행기관에 대한 부분은 현실적으로 가장 대립이 심한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 몇 년간 진행된 ODA관련 법안의 제정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가 ODA관련 업무에 있어 서로 주도권을 주장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 법안 모두 국무총리 산하의 위원회를 통해서 기본정책을 수립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집행을 담당할 기관 부분에 있어서는 차이가 드러난다. 즉 권영길 의원안이 대외원조청 형식의 독자적 정부조직을 구성을 제안한 반면, 다른 의원안들은 현재와 같은 이원적 또는 다원적인 ODA 사업구도를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유무상 통합 관리의 필요성, 유상원조와 무상원조의 사업적 특수성, 전문성, 별도의 정부조직 창출의 현실적 어려움 등 다양한 고려 요소로 인하여 향후 실제 제정될 법률의 모습을 예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평가 부분은 ODA사업 수행의 적정성 확보와 예산감시라는 차원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이다. 세 의원안 모두 일정 정도 외부 인사의 참여, 평가 결과의 외부화를 통한 평가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평가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업시행 주체가 스스로를 평가하는 구조는 탈피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세 의원안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의 평가방법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법률은 입장을 내세우는 것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입장에 대한 근거와 그로 인한 효과가 측정되는 가운데 법률이 추구하는 목적을 위해 필요한 수단을 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ODA의 기본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ODA가 어떠한 이유로 필요한 것이라는 점에서 출발하여 현재 한국 ODA 실태에 대해 정확히 조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ODA의 효과와 문제점에 대해 충실히 파악하고 충분히 깊은 논의를 거친 후 당면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가장 필요하고 적절한 수단과 절차가 무엇인가를 확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입법 추진 움직임에 대하여 ODA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각자의 입장에서 유리한 논거만을 근거로 하여 계속적으로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계속 된다면, ODA에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한국의 ODA가 추진되길 바라는 많은 이들의 염원과는 달리 ODA법의 사회적 효과는 매우 미약해질 것이다.

ODA 관련 법안은 그저 ODA를 추진하기 위한 체계를 규율하는 법안이 아니다. 전쟁과 빈곤에서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들의 시름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의 세계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선한 의지가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작금의 ODA 입법안을 둘러싼 움직임이 의사당 바깥으로 나와 우리 사회의 건전하고 합리적인 토론장으로 나오길 간절히 고대한다. 또한 입법 주체들도 법률이 사회적 갈등양상을 반영하여 최후에 제도화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새기면서 이미 충분히 확인된 입장의 차이를 강조만 하기 보다는 입장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들을 분석하여,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충실한 입법 과정을 밟기를 기대한다.
정철(변호사)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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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ODA정책감시 뉴스레터 9호



정부는 지난 9월 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006년~201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안을 확정하면서 공적개발원조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07년도 대외 무상원조 예산도 전년 대비 약 16.8% 증가한 2,230억 원으로 책정하였다. 작년에 비해 320억 가량이 증액되었지만 국제기준으로 볼 때는 갈 길이 너무 멀다. ‘국력에 맞는 선진외교’,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달성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운운하며 소리를 높여도 국민소득대비 ODA규모는 2005년도 OECD 국제원조위원회 0.33%의 1/3 수준인 수준인 0.09%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인 최초 UN사무총장의 등장을 앞두고 세계 12위 경제규모에 걸맞게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겠다며 UN분담금(세계 11위) 체납분에 대해서는 외교 예산 중 우선순위를 두는 정부가 왜 한국의 경제력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보다 더 초라한 ODA규모에 대해서는 진정으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건지 의아하기만 하다. 당장 지난 4월, 노무현 대통령은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현재 3,200만 달러 수준의 ODA규모를 1억 달러로 늘이겠다고 공언하고 돌아왔는데, 지금 확보된 예산으로 과연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 걱정이다. 이번 정기국회에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이 국제선 항공권에 국제빈곤퇴치기금을 설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발의한 <한국국제협력단법> 개정안 외에는 재원동원방안이 전무하다.

이처럼 개도국 빈곤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나 ODA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목표가 구체적인 예산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문제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대외원조규모 증액 목표가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2000년 유엔에서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채택된 이후 2005년 밀레니엄+5 유엔 특별정상회의에서 GNI대비 ODA비율을 0.7%수준으로 확대하기로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이런 목표를 이미 달성한 덴마크, 노르웨이 외에 많은 나라들이 2010년까지 최소한 0.5%수준으로 확대하거나 추가 공여를 약정하고 있는데, 한국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고작 2009년까지 0.1%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2011년에 잡았던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셈이지만,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부끄러움을 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MDGs 달성 마지막 해인 2015년에는 우리 정부가 가입하겠다고 밝힌 OECD DAC(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2010년 평균치로 예측되는 0.36%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지속개발가능위원회의 권고안인 2010년 0.2%확대 목표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런 모습이 보일 때에야 비록 정부가 누누이 강조하는 ‘경제력에 상응하는 원조규모’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우리 국민들이 비로소 이해해 줄 것이며, 수백억에 달하는 개도국 무역 흑자규모에도 불구하고 대외원조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는 세계 시민들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대외원조의 양적 규모에 관해 살펴본 것처럼, 정부는 지난해 말 <대외원조 개선 종합대책>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의욕을 보인 것과는 달리 전향적인 변화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만약 열심히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는데도, 실적이 대단한데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그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면 그 역시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지난 3월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구성되어 한차례 회의를 하고 6월에 실무위원회가 역시 한차례 열린 것 정도가 가시적인 움직임이다. 하지만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NGO를 비롯하여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꾸준히 지적해온 ‘국제개발협력의 통합적 이념이나 목표, 전략 부재’의 상황이나 유,무상 사업간 사전 협의 및 조율 미흡 등 ‘조정 및 통합기능’의 취약성은 여전해 보인다. 참여연대가 지난 9월 ODA 평가 사업 모니터를 위해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2006년 상반기 중 구성하기로 계획되어 있는 평가소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문의를 하였을 때, 평가소위는 구성조차 되어 있지 않았으며, 그 이유는 부처 간의 의견 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 사업평가지침을 만드는 일에 어떤 부처 간에, 무슨 이견이 있다는 것인지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그동안 대외원조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드러났던 유, 무상 정책 및 시행 부처 간 협의, 조정체계의 강화를 위해 추진시스템 정비를 담당하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구성된 지 6개월이 넘도록 평가소위 하나 구성을 못하는지 반문하고 싶었다. 이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며, 국무총리의 역할을 해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기본적인 ODA 추진 시스템조차 갈피를 못 잡고 있는 판이니, 무상원조(2003년 기준 46.0% / DAC 평균 86.1%)및 구속성 원조 비율(2003년 80.6% / DAC 평균 6.8%, 다시 말해 DAC 회원국은 ODA 90%이상을 비구속성 원조로 제공)과 최빈국 원조 비율(GNI대비 0.01%수준 / DAC 0.08%)을 대폭 늘려 대외 원조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들은 더욱 오리무중이다. 자체적으로 개발 원조를 시행하고 있는 중국이나, 우리보다 ODA규모가 큰 터키 (GNI대비 0.11%)등에 ODA를 지원하는 반면, 빈곤의 대명사격인 아프리카에 고작 5.5%만의 ODA가 지원되는 현실이나 비민주적인 미얀마에 ODA가 지원되어 해당 국민들의 인권을 더욱 유린하거나, 베트남 모 대학 건설사업이나 필리핀 사우스레인 사례처럼 개발의 후유증을 남기는 문제, 적절한 사업타당성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선정되거나, 빈곤 퇴치라는 원래의 목적과 달리 정치 외교적 고려에 따라 불투명하게 사업을 선정하는 방식, 원조 효과를 떨어뜨리는 유무상 사업간, 부처 간 연계 부족과 전문성 부족 등 산적한 과제는 그저 <대외원조 개선 종합대책>의 평가 내용으로만 전락한 듯하다. 9월 중에 2006년도 계획에 대한 추진상황 중간점검을 한다고 했는데, 정부는 중간성적을 어떻게 매길지 성적표가 궁금하다. 민간 전문가들은 벌써 중간평가를 마치고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 작업에 들어갔는데, 언제나 그렇듯 정부의 행보만 느리다.

정부는 2006년도를 우리의 개발경험과 비교우위분야에 중점을 둔 한국형 국제개발협력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91년 이래 처음으로 유, 무상 원조사업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성격의 계획을 야심차게 수립하였다. 정부의 발표대로 그야말로 종합적인 진단과 대책이라 국민들은 약간의 미진함은 뒤로 밀어놓고 그 찬란한 계획이 빛을 발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6년 10월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가 확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는 ODA의 통합적 이념과 목표, 전략을 담을 그릇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의 진단대로 기관(국제협력단법), 기금(대외경제협력기금법) 설치를 목적으로 한 현행 법률체계는 전반적인 국제개발협력 목표, 관리시스템, 조정 기구 등을 규정하기가 어렵다. ODA의 이념과 가치, 원칙을 제대로 담기에 한계가 많은 것이다. 세간에는 ODA헌장 제정을 주장하고 있는 재경부와 가칭 국제개발협력법을 주장하는 외통부 사이의 이견 때문에 ODA의 통합적인 이념과 목표와 유무상 원조를 통합하는 내용을 주요하게 담을 법안 제정이 계속 무산되고 있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국민들은 법이든, 헌장이든, 아니면 정책문서이든 형식보다도 그 형식에 담길 지구촌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하는 아름다운 희망과 전 세계 빈곤타파와 인권 증진이라는 연대의 가치, 그리고 서로 생각을 나누며 제대로 된 ODA정책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적 합의를 소중히 생각한다. 마치 우리 국민들이 ODA의 양적 규모의 수치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본말이 전도되지 않아야 한다.

독자들은 우리가 뉴스레터 창간호에서 ODA도 민주적 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동안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ODA는 국제환경의 변화와 시민의식의 성숙에 힘입어 서서히 그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ODA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바야흐로 사회적 합의와 참여로 ODA를 추진할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ODA의 기본 방향과 운영기조, 전략을 마련하는 출발부터 사업을 평가하는 마무리단계까지 모든 과정마다 시민적 참여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06년 상반기 ODA관련 정부 정책은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수립되었다 할지라도 시민 참여와 사회적 합의 없이는 결국 구호로 끝나 버릴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주었다고 할 수 있다.

박영선(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 뉴스레터 원본 첨부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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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ODA정책감시 뉴스레터 6호



"공여국 정부는 자국 시장에 대한 개도국의 접근 보장, 빛 탕감 그리고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서 수원국이 진실로 필요로 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적개발원조는 너무나 오랫동안 적합하지 않은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예측이 불가능할 만큼 계획적이지도 못하였으며, 수원국의 요구 보다는 공여국의 이유에 따라 추동 되어 왔다" (Kopi A. Annan, "In Larger Freedom," 2005)

국가들 사이의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남반구의 가난한 국가 사람들은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보호 받지 못한 채, 깨끗한 물 한 방울을 갈구하며 질병과 굶주림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새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에 유엔 회원국들은 빈곤의 문제를 국제 사회의 최우선 의제로 삼으며, 새천년개발목표를 설정하고 2015년까지 ODA를 국민총소득의 0.7%까지 증액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공여국 정부들은 여전히 ODA의 증액을 여러 가지 조건을 내세워 머뭇거리고 있으며, 그동안 공여국의 정치 목적과 경제 이익에 따라 무분별하게 제공되던 ODA 관행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는 정부들에게 합의 사항을 강제할 수 있는 마땅한 기제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각 정부들도 불간섭 원칙을 이유로 타 정부에게 이행을 강요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각 정부들을 합의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관건은, 국제적 차원에서부터, 지역, 그리고 개별 국가 차원에 이르기까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감시 활동뿐이다.

시민사회의 감시 필요성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여전히 정부를 제외한 다른 주체들의 권리와 역할을 임시거나 특정한 분야에 한정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ODA에 있어 시민사회의 등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즉, 시민사회가 국내의 시선을 벗어난 국제무대에서 이루어지는 자국 정부의 외교 활동을 감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합의가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동은 국제사회의 합의 사항에 대한 국내 이행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다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불균등한 부의 편재와 지구촌 빈곤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ODA 문제에 대해서, 그 의제 설정에서부터 정책의 합의 결정, 이행, 그리고 평가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쳐 참여하면서 정부간의 정책 형성에 비판적 개입을 시도하고 있고, 현장에서는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ODA 감시 활동은 크게, 빈곤 국가들의 현실을 널리 알리며 ODA 증액 합의에 대한 각 국가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것과, 제공된 ODA가 수원국에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활동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의 감시 활동이 이 두 가지를 뚜렷이 구분하여 활동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이 글에서는 활동 방식이 아니라 활동 대상 지역으로 구분하여 개괄하고자 한다.

지구적 차원의 감시

'Global Call to Action against Poverty'는 2005년 세계사회포럼을 계기로, 그동안 분산적으로 이루어지던 시민사회의 활동을 조정 통합하여 체계적으로 지구촌 빈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시민사회 네트워크로 출범하였다. 중점 활동으로는, 개발 원조로 2달러를 받고 26달러를 부채 상환으로 지출하고 있는 빈곤 국가의 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이들 빈국에 대해서 빚을 탕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선진국들이 세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도국의 시장을 완전히 개방할 것을 강요하면서, 자국의 시장에 대해서는 각종 이중적 기준을 내세워 개도국 상품의 자국 시장 접근을 막고 있는 불공정한 무역 실태에 저항하여 '무역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 세계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리고 인권에 기초한 평가 기준으로 ODA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작년 유엔세계정상회의에 새천년개발목표들에 대한 각 국 정부 보고서에 대한 반박 보고서를 제출하여 정부 보고서의 투명성을 높이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Make Poverty History Coalition'이나 'The Reality of Aid'와 같은 연대체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사안에 따라 일시적으로 강력한 결합체를 형성하기도 하고, 상시적이고 느슨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유엔을 비롯한 OECD, G8, 국제금융기관 등 국제 원조 체제의 국제기준 형성 과정에 참여하여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평가와 이행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지역 차원의 감시

지역 차원에서도 유럽과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민행동 조직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북반구의 자의적인 판단과 이유에 근거해서 행해지던 그 동안의 ODA를 비판하고, 남반구의 필요에 적합한 ODA 정책을 수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수원국 내에서도 소외와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커뮤니티와 사람들의 필요를 가장 우선적으로 하고 실질적으로 그들의 인권을 증진시킬 수 있는 ODA 프로그램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frican Monitor'는 아프리카 지역을 위한 ODA가 어떻게 선정되고, 누구에 의해 어떻게 ODA 프로그램이 운영되는가에 대한 감시 활동을 통해서 왜곡과 부패가 만연한 ODA 프로그램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

'European Aid Watch'는 유럽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로 유럽 국가들의 다자간 혹은 양자간 원조가 통합적이고 체계적 기준을 통해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동시에 유럽 공여국들이 어느 한 국가가 아니라 공통으로 국제사회의 합의사항에 대한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집단적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어느 한 국가도 예외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

개별 국가 차원의 감시

시민사회의 ODA 감시활동은 개별국가 차원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주로 자국 정부로 하여금 국제사회의 합의사항에 대해 준수하고 이행하도록 촉구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자국 정부의 ODA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는 현장을 방문 조사하여 현지의 시민사회와 함께 자국 ODA의 효율성을 경제적 측면뿐 만 아니라, 인권적, 환경적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Care International, One World Action, Oxfam International, Progressio와 같은 국제적 규모의 단체들은 국내적으로는 주로 자국 정부의 ODA 규모에 대해 집중하면서, 현지의 지부에서는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인들의 자립을 도와 장기적으로 현지민들이 스스로 국제사회와 정부의 정책 형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조성에 치중하고 있다. 또한 단체 스스로의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개도국으로부터 전문가와 연구자를 고용하여 그들이 스스로 단체를 대표하여 국제사회 혹은 개별 공여국 정부, 그리고 일반 대중에게 ODA의 증액의 필요성과 현지의 필요에 기초한 정책의 필요성을 전달하도록 하는 로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외에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무엇보다도 자국의 ODA가 수원국 정부가 주도하는 개발사업에 투여되면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와 환경파괴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 일례로,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버마, 베트남에 이르는 메콩강 유역의 개발에 막대한 일본의 ODA가 투입되고 있는데, 현지인에 대한 강제이주, 강제노역을 비롯한 온갖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규모 댐 건설 등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토양이 오염되어 자연환경에 의존하며 살아온 현지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국내 난민으로 떠돌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서 환경, 인권, 노동 등 다양한 단체가 연대체(Mekong Watch)를 형성하고 현장조사를 통해서 이러한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자국 정부의 ODA정책이 인권에 기초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한편, 현지의 NGO들과 공통으로 인권침해의 희생자들이 스스로 구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일명: Objection Procedures)을 만들어 이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국제적, 지역적, 개별 국가적 차원에서 시민사회 단체들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외국의 단체들도 국제적 합의에 대한 자국 정부의 이행을 감시하는 데에 있어서는 뚜렷한 활동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한 실정이다. 서구의 단체들은 자국의 ODA의 증액을 문제 삼는 정도에서 감시 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공여국과 수원국이 섞여 있는 아시아 지역의 단체들은 좀더 진보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ODA프로그램이 유발하는 노동이나 인권, 환경 문제에 대해서 사안별로 접근하는 제한된 활동에 머물러 있다.

지구촌 양극화와 빈곤의 해결이 국제적 목표로 부상한 현 시점에서 빈곤이 단순히 경제적 수치로 평가되거나 비민주적 정부에 의해 정치 의제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참여와 감시가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젠 ODA에 대한 기존의 부분적이고 산발적인 감시 활동을 넘어서 통합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ODA의 원칙은 인권과 평화 그리고 환경적 가치에 기초한 것이었을 때, 비로소 '빈곤퇴치를 통한 인류의 공존과 평화'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합의를 이끌고, 그러한 합의에 기초하여 자국 정부의 정책과 집행, 효율성을 통합적으로 평가하고 감시할 역할은 지구촌 시민사회의 몫이다.

김신(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 뉴스레터 원본 첨부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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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ODA정책감시 뉴스레터 5호



※ 편집자주: 국무조정실은 공적개발원조에 관한 국민여론조사를 지난 2005년 8월 18일에 실시했다. 여론조사기관 TNS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대외공적원조(이하 ODA)정책을 둘러싸고 대통령의 발언을 비롯해 각 부처의 입장들이 돌출적으로 터져 나오고 그랜드 플랜이 발표되고 있지만, 현재 ODA정책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오롯이 아는 국민들은 드물다. 정책 집행과정은커녕 어떻게 정책이 수립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 온전한 평가일지도 모른다. 무릇 정책이란 그 안에 수립해야 할 정책 목표와 수단을 가지고 있는 바, 그 정책 목표와 수단에 대해 공론의 과정이 생략되고 사회적 합의가 성실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제대로 추진되었다고 하기 힘들 것이다. 공론과 합의의 바탕은 국민들이 내는 다양한 의견이다. 특히 ODA정책의 경우 정부가 ODA 규모를 향후 5년 동안 0.1%로 늘린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데, 이처럼 국민들의 경제적 분담이 필연적으로 예상되는 정책은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경청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한국 시민들이 지구촌의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은 ODA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과연 우리 국민들은 ODA정책에 대해 어떤 목소리들을 내고 있을까? 국민들의 의견을 살펴보기 위해 2005년 8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공적개발원조에 대한 여론 조사를 분석해보았다. 2006년에도 여론 조사를 실시했으나, 조사 결과에 대한 미묘한 분석이 예상되어 공개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2005년 여론 조사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최근의 데이터인데, 이 조사는 ODA정책에 대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걸음마 정책, 뜀박질 국민

빈곤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2000년 유엔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이후 국제적으로 대외개발원조에 대한 관심과 행동이 증대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정부 부처와 시민단체가 대외원조규모의 증액을 포함한 ODA정책에 관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에 공적개발원조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시민은 37.1%에 불과하다.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39.3%)를 합산할 경우 76.4%로 늘어나지만 조사대상의 1/3정도만이 공적해외원조 사실 자체를 인지하고 있다는 결과는 ODA에 대한 국내외의 활발한 논의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의 반 정도가 인지하고 있는 반면 20대는 4명 중 1명만이 안다고 응답하였는데,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정부의 대외원조 제공을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62.3%가 긍정적 대답을, 34.2%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 찬성하는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약 두 배 가량 높다. 이는 전통적으로 대외원조에 정책우선 순위를 두는 북구 국가들(네덜란드 87.8%, 덴마크 83.6%, 스웨덴 83.1%)이나 원조혜택을 많이 받은 남부 유럽국가(스페인 95.1%, 그리스 87.3%)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미국의 46.3%보다 높고, 프랑스, 핀란드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CPDS 보고서, 2003). 국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거나 원조의 비효과성 때문에 반대하는 여론은 모두 9% 미만으로 경제상황을 이유로 반대한 의견보다 현격하게 낮았다.

응답자들은 정부의 대외원조에 찬성하는 이유로 ‘개도국의 빈곤과 질병퇴치가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기여하기 때문’(28.9%), ‘과거에 우리나라도 외국의 원조 혜택을 입은 것에 대한 국제사회에 빚을 갚아야 한다’(27.7%), ‘국제적 이미지나 국가위상 제고 때문’(23.6%)이라고 답했다.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이라는 직접적 경제적 이익은 18.6%로 가장 적었다. ‘세계평화와 공영’이라는 보편적 가치 추구와 국가위상 제고와 같은 집단적 자긍심이 주요 찬성 이유이다. 과거 원조수혜에 대한 보답에 관한 응답 역시 간접적이지만 우리자신에 대한 존중차원으로 해석된다. 반면 단기적 경제적 이익 때문에 대외원조를 찬성하는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1/5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원 확보, 시장개척, 경제교류확대와 같은 단기적 차원의 정책목표보다는 우리의 보편가치와 세계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정체성을 명확히 밝히는 대외정책기조 수립에 우선적 가치를 두는 이런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원조정책 개선방향에도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80%에 이르는 높은 시민 의식에 화답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대외개발원조 규모에 관한 조사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우리와 국민 소득이 비슷한 포르투갈과 그리스가 평균적으로 국민총소득의 0.2% 정도를 대외원조로 제공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현재 국민총소득의 0.06%만을 제공하는 수준임을 설문지에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제발전 수준이나 국력 등을 감안할 때 대외원조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한 의견은 47.6%에 그쳤다. 60%가 넘는 대외원조 찬성 응답자의 비율을 고려해보건대, 다소 낮은 응답률이다. 그러나 향후 5년 안에 대외원조 금액을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0.1%로 증액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국민 10명중 약 7명이 긍정적 견해를 보였다. 이는 당장 원조증액에는 적극적이지 않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의 원조 규모 확대는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대외원조 대상국 및 지원분야 결정시 우선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대외원조 찬성 이유와 일관되게 ‘인도주의 실천’과 ‘개도국의 빈곤퇴치’가 각각 24.6%, 39.5%로 우선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였다. 반면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이나 정치 외교적 협력관계증진은 모두 한자리 숫자에 그쳤다. 이와 연관된 질문으로 우리나라의 대외원조가 어떤 분야에 가장 크게 기여했는가를 물었는데, 70%이상이 ‘국제적 재난구호 등 인도주의 실천’이나 ‘국가 이미지 향상’, ‘개도국의 빈곤퇴치’라 답했으며, 정치, 경제적 이익에 기여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1/4정도였다.

대외원조가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관해서는 41.9%가 원조의 비효과성을 들고 있다. 우리의 경제적 이익만을 고려한다는 의견과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과 상관없이 이루어진 결과라고 보는 응답은 각각 18.9%와 17.7%였다. 캐나다의 경우는 37%의 국민이 수원국의 부패와 제도적 인프라의 부족으로 효과가 없다고 응답하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할 지역으로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44.5%가 기아와 난민 문제가 심각한 ‘아프리카 지역’을 선택했으며, 우리와 인접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24.4%의 응답자가 꼽았다. 그러나 지난 호 뉴스레터인 ‘ODA 누구에게 어떻게 지원되나’에서 지적했듯이 한국의 ODA는 지난 3년간 무상원조의 약 60% 이상, 지난 5년간 유상원조 역시 55% 이상이 아시아에 집중되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경우는 11.1%에 불과했다. >>여론 조사 결과 (다운로드)

위의 결과에서 보다시피, 2005년 8월 조사는 원조정책의 방향, 규모, 기준, 대상 모든 면에서 현재의 정부 원조정책과 국민 여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한 차례의 여론조사 결과로 대외원조 정책에 관한 시민 의식을 정확하게 분석하기는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결과에서 보여주는 시사점을 무시한다면 한국의 ODA 정책은 본연의 가치와 점점 멀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계속되는 경제적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세계 시민으로의 역할에 대한 자각을 조금씩 높여왔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여전히 낡기만 하다. 한마디로 국민은 뛰고 있는데, 정책은 걸음마만 되풀이하고 있는 꼴이다. 국민의 뜻과 맞닿아 있지 못한 정책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 거리를 어떻게 좁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한국적 개발원조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데 중요한 나침반이 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손혁상(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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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ODA정책감시 뉴스레터 4호



2006년 1월 설치된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지금 분주할 것이다.

2010년까지 유상원조(EDCF)와 무상원조의 예산을 단계적으로 2배 증액하게 됨에 따라 재정경제부와 수출입은행,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각 단위에서 지원계획의 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과의 경제협력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시장진출과 긴밀한 관계가 있으며, 이는 수출입국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에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새삼스레 일본과 중국의 원조 자금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아시아 시장을 공략해 버릴까봐 재경부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이제까지 별다른 전략 없이 대통령이나 총리의 해외순방에 선물상자처럼 사용된 무상원조는, 관행은 유지하되 새로운 혁신 전략을 만드느라 쓸데없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실 원래의 원조 목적에 충실하게 대상국과 사업내용을 정하면 되는 일일 것이다. 그동안 잘못된 ODA 관행을 바로 잡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이 기관들이 중장기 원조정책을 수립한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분주한 논의의 방향이 또 다시 국익이나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되풀이될까 우려된다.

ODA(공적개발원조)의 정의를 다시 보자.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과 복지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양허적 성격으로 10%의 할인율을 적용하여 증여율이 25%이상이어야 하며, 수행 목적과 주체, 지원조건이 이를 모두 충족해야 ODA로 분류된다. 군사, 종교적 목적의 지원이나 학술 및 문화교류차원의 지원은 ODA에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KOICA는 웹사이트(www.koica.go.kr)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2000년대 ODA 지원사업 추이

여기서 유상원조와 무상원조가 지난 몇 년간 어떤 사업에 지원되어 왔는지 살펴보자.

KOICA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평균 110~130 나라에 1천억~1천5백억원씩 지원하였다.

무상원조는 기술협력과 증여성 원조로 나뉘어 집행된다. 기술협력은 연수생초청, 전문가 파견, 의료단 및 태권도 사범 파견, 봉사단 파견, 개발조사 사업 등으로 무상기술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이 중에서도 연수생 초청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증여성 원조는 물자 또는 자금을 공여하는 사업으로 기자재 공여, 프로젝트형 사업 및 재난구호사업으로 구분된다. 1980년대까지 증여성 원조는 기자재 제공이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나 최근 들어 프로젝트형 사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지원사업의 중점 추진방향은 인력개발(HRD)과 IT등 수원국의 개발수요에 부합하고 한국의 비교우위지식 및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협력사업을 확대하고, 성과 위주의 사업관리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정상간 약속 사업,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정부수반의 방문시 선물들이 많은 경우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도 아주지역 아세안 후발개도국인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에 협력사업의 60%까지 배정하겠다고 했으나, 결과로는 정당치 않은 전쟁을 돕느라 이라크에 집중 지원하고 있다. 이라크에 연간 예산의 35%가량이 지원되는 것 역시 ODA가 개발지원이 아니라 외교적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극단적 예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세계적으로 빈곤을 퇴치하고자 약속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권고대로 최빈국에 우선 지원되어야 할 무상원조는 아래 표에서 보듯 2004년에 3 나라, 2005년에는 캄보디아와 미얀마 2 나라뿐이었다.

인적 자원 개발의 경우 주요사업이며 많은 예산이 배치된 사업이 개도국 연수생 초청이다. 1991년부터 2005년까지 총 21,899명의 개도국 연수생을 초청했다. 그런데 교육 연수 프로그램은 몇 주짜리 단기교육만을 수행하는데, 이러한 단기 연수로는 신사유람단식의 겉핥기 교육이어서 기술이전과 같은 경우는 기대하기 어렵다. 공과대학과 농과대학 등에 입학지원을 하여 실질적인 기술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장기화 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상원조(EDCF)는 지역별로 아시아에 55.8%, 중남미에 8.1%, 아프리카에 11.1%, 동구,CIS 에 13.6%, 중동10.5%를 지원했다. 분야별로는 90년대까지 교통, 통신, 에너지 등 경제인프라 위주로 지원해 오다가 2000년대 들어 교육, 보건 사회 등 사회인프라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 내용을 더 자세히 보면 2000년부터 2005년 사이 34국에서 총 82개의 사업을 신청했고, 승인했거나 진행중인 사업은 총 39개이다. 최다 수혜국인 중국은 앞서 지적했듯 자체적으로 개발원조를 주변국에 확대하고 있는 중저소득국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 5년간 12개의 신청 사업중 2개 사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승인되어 집행중인데 도로건설이 4건이고 쓰레기 처리장과 하수오물처리장건설을 포함하면 경제인프라부문에 매우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구촌의 빈곤타파를 위해 쓰이는 ODA가 최빈국에 지원되는 대신, 1인당 GNI(국민총소득)가 고중소득국에 해당되는 코스타리카나 터키에 각각 3천만 달러 상당의 기금으로 병원을 건립해주고 교육정보화 사업(IT)을 지원한 것은 향후 지양해야 할 대목이다.

또 미얀마 정부는 아웅산 수치와 같은 민주투사를 장기 연금하며 민주화를 늦추면서 자국민들을 강제노동에 끌어내는 등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심지어 미얀마 민족민주동맹은 자국의 민주화를 위해 빈국으로 전락하고 있는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민주화 과정을 중재하거나 도와주는 대신 군사정부를 지원해 전자정부를 만들어 주는 프로젝트는 시민사회가 동의하기 힘든 원조이다.

재경부가 지난 해 말 발표한 58개 전략대상국에는 최빈국보다는 전략적 대상으로 아세안 주요국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이 최우선 되어야 할 것으로 권장하고 있다. 분야 역시 디지털 강국인 한국이 우리기업 밀집지역에 중점지원하여 해외진출의 기반을 조성하고 경협효과를 극대화한다는 ODA의 원 목적과 거리가 먼 전략이 수립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우리나라의 비교우위사업 정보통신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자”는 취지하에 ODA 무상원조를 EDCF에 연계하여 실행함으로써 국가이미지를 제고한다는 방안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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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 시대 재경부 스스로 우려하듯 일본과 중국은 다투어 아시아 시장을 점거하기 위해 대외원조를 늘리고 있다. 그들은 전략없이 증액하겠는가. 문제는 국익의 시한을 보는 시간의 차이이다. 국가 이미지란 하루 아침에 우리의 이익도 챙기면서 동시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한국이 국제사회의 좋은 이웃으로 신뢰받는 경제협력을 하겠는가 아니면 단기적 자금 환수와 납세부담을 줄이는 유상원조로 자국기업의 해외진출만을 도와주다 일본과 같은 비난을 받을 것인가.

국익차원을 넘어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전 지구적 빈곤을 퇴치하려는 성숙한 자세가 절실하다. 지금 대외정책을 수립하고 전략논의를 할 때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양영미(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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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ODA정책감시 뉴스레터 1호



지난 4월 노무현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 중에 해외원조 규모가 증대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관련 정부 부처의 움직임이 발빠르다. 덕분에 신문지상에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관련 기사가 심심찮게 오르고 있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2011년으로 잡았던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 0.1% 목표를 2009년에 조기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05년 ODA 규모가 GNI대비 0.094%의 7억 4천만 달러에 비해 2억 2천만 달러가 증액된 것이다.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연대세처럼 출국항공권에 약 1000원씩 부과하는 항공연대기금이 재원 마련 방법으로 검토 중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지역에는 2008년까지 현재 3200만 달러의 ODA규모를 1억 달러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한 대외원조에 대한 종합계획 수립과 정책조정을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대외원조정책위원회’를 신설하였고, 지난 4월 초에는 그동안 미루어 오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의 가입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기존의 대외원조 방향과 정책변화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유지했던 정부 부처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외통부는 대외경제협력법안 제정 주장을, 재경부는 대외경제협력헌장 채택을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관련 부서가 대외 원조에 대해 전례 없이 활발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사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1년 동안 해외원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화이트밴드 캠페인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던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가 최근 상설적인 조직으로 전환해 지속적으로 ODA 관련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하고, 여러 시민단체들이 인권과 개발을 주제로 한 사업들을 기획하여 제대로 된 해외 원조에 대해 시민들과 공감을 나누고 있다.

이처럼 달라진 ODA에 관한 국가적, 사회적 관심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IMF위기 극복 이후 뚜렷이 개선되었다는 점을 찾기 힘든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최빈국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와 시민사회에서 모두 힘을 얻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ODA에 관한 국가적, 사회적 관심의 배경

정부입장에서는 2000년 유엔에서 세계적 빈곤타파 노력과 ODA 증액을 강조하는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가 채택되고 2005년 9월 밀레니엄+5 유엔 특별정상회의에서 선진국이 ODA를 GNI의 0.7% 수준으로 확대하도록 권고하는 등 국제적 동향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재 한국의 GNI/ODA 비율은 OECD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평균의 1/4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정부차원의 ODA 관심 제고는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가 인색하다는 다른 국가들의 평가를 벗어나려는 노력과 더불어, 국제관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연성파워(soft power)를 증진시키려는 방향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정부의 전략은 국익 우선론에 크게 벗어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민사회 차원의 관심 증대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을까? 2005년 8월 대외경제연구원에서 실시한 대외원조에 관한 여론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우리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개도국의 대외원조에 찬성하는 여론은 62.3%로 반대 여론 34.2%에 비해 두 배 정도 높다. 찬성 이유로 ‘개도국의 빈곤과 질병퇴치가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28.9%로 가장 많았으며 ‘과거에 우리나라도 외국의 원조 혜택을 입은 것에 대한 국제사회에 빚을 갚아야 한다’는 대답이 27.7%로 두 번째다. ‘국제적 이미지나 국가위상 제고 때문’이라는 대답은 23.6%였으며,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이라는 직접적, 경제적 이익은 18.6%로 가장 적었다.

최소한 우리 시민에게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외원조는 더 이상 해외시장 개척과 원자재 확보라는 경제적 이익 추구 수단이 아니라 ‘세계평화와 공영’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고, 국가위상 제고를 통한 집단적 자긍심을 느끼며, 과거 원조수혜에 대해 보답하면서 어려운 지구촌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시민의식의 표현인 것이다. 한마디로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의 세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하는 성숙하고 책임있는 국제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수원국에서 원조공여국으로 탈바꿈한 극소수 국가 중의 하나다. 국제사회도 새롭게 등장한 원조공여국으로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과거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대규모 원조로 한국 사회가 극빈의 처지에서 벗어나고 놀랄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지난 날 원조 정책이 왜곡된 경제구조와 여러 사회 문제를 야기한 점 또한 기억하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원조 수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은 대외 원조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필리핀의 철도개발사례에서 보듯이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집행되는 해외 원조가 때때로 수혜국 시민들의 삶의 권리를 짓밟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처럼, 해외 원조가 언제나 희망의 씨앗인 것만은 아니다. 현재 한국의 ODA 정책은 대외 원조를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이나 시혜적 차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원조의 목적이나 가치에서 뿐 아니라 여러 점에서 가야 할 길이 멀다.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다.

불투명하고 비효율적인 한국ODA, '민주적 통제' 대상 되어야

ODA 규모 부족은 물론이고 무상원조는 외교통상부, 유상원조는 재정경제부로 이원화되어 있어 상호협의 및 조정이 미흡함에 따라 수원국에 대한 무상과 유상원조가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됨이 없이 따로 제공됨으로써 원조의 성과가 낮다. 또한 외교통상부 뿐 아니라 해외원조 예산 부서 (복지부, 농림부, 문광부 등 기타 부처)가 많은데 통합관리 되고 있지 않고, 공유된 원칙과 투명한 선정절차가 무시됨으로 해서 많은 운용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정 기업군이 전체 사업의 7,80%를 수주하는 등 원조사업을 독점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이미 해당국에서 완료된 사업에 원조를 하겠다고 나섰다가 뒤늦게 취소한 사실마저 있을 정도로 원조 계획과 지원대상 선정이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는 작은 힘이나마 제대로 된 대외원조를 집행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데 동참하고자 한다. 참여연대는 근본적으로 개발과 인권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며, 다른 모든 영역과 마찬가지로 ODA 정책 역시 ‘민주적 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점점 늘어나 1조 이상의 예산이 집행될 예정인 국가사업에 대해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개선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통해 지구촌의 좋은 이웃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은 참여연대의 의욕에 많은 성원을 보내주길 기대한다.

손혁상(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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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은 공적개발원조에 관한 국민여론조사를 지난 2005년 8월 18일에 실시했다.

그 결과, 개발도상국 대외원조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2.3%, '반대한다'는 의견이 34.2%로 나타났다.

총 7쪽
국제연대위원회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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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지구촌이 기상이변으로 인한 호우로 앓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세계정상회의(이하 리우+10)를 앞두고 나타난 기상이변은 마치 이번 회의가 갖는 의미를 지구 그 자신이 알려주기 위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세계개발정상회의

(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 : WSSD)

189개국 정부수반과 5만여명의 NGO들이 참가할 예정인 리우+10회의는 정부간 회의(type1)에서 정치적 선언문과 이행계획을 확정짓게되고, 국제기구,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회의(type2)에서는 이해당사자 그룹들이 서로 합의하여 추진하기로 결정한 사업이 유엔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이번 리우+10회의는 세계/ 지역/ 국가 차원에서 준비회의가 진행되어 이행수단, 세계화, 공치(Governance) 강화 등이 공통의 쟁점으로 논의되었습니다. 그간의 준비회의의 결과로'정치적 선언문'초안 과 '이행계획'(Plans of Implementation) 초안이 마련되었습니다.

정치적 선언문 초안에는 유엔헌장 및 유엔 밀레니엄 선언에 제시된 가치의 원칙(자유, 평등, 연대(solidarity), 관용, 책임분담) 및 목적을 재확인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는 세계적 조건들을 빈곤, 비지속적인 생산 및 소비 패턴, 환경 악화, 만성적 기아, 해외 점령, 무장 분쟁, 불법 마약 문제, 조직적 범죄, 테러, 풍토, 전염 및 만성적 질병(특히 HIV/AIDS, 말라리아, 폐결핵)을 제시하면서 밀레니엄 선언 및 1992년 이후 주요 유엔회의와 국제 협약의 결과에 대한 목표달성과 리우원칙의 이행을 다시 한번 천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추구에 새로운 국면인 세계화가 그 편익 및 비용은 불균등하게 배분되었음을 인정하며, 이에 대하여 건전한 공치(Governance)를 증진하며, 기업 책임성을 장려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하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합의하였습니다. 특히 도하에서 합의된 신규 무역 라운드, 즉 도하개발의제(Doha Development Agenda : DDA, 2001년 11월 출범하여 농업, 서비스분야의 자유화와 무역장벽 철폐, 지적재산권협정(TRIPS), 지역 무역협정 추진 등을 포함)의 조치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한편, 이행계획의 초안에 포함된 의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빈곤퇴치(Poverty Eradication), (2) 지속가능하지 못한 생산 및 소비패턴의 변화(에너지, 화학), (3) 천연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담수, 해양, 재난관리, 기후변화, 농업, 사막화, 생물다양성) (4) 세계화 속에서 지속가능한 개발, (5) 건강과 지속가능한 개발, (6) 군소도서국의 지속가능한 개발, (7)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개발, (8) 이행수단(무역, 재원, 기술이전 등), (9) 제도적 틀로서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공치(Governance)

'이행계획'에 대하여 지금까지의 준비회의 기간까지 빈곤퇴치와 지속가능하지 못한 생산 및 소비패턴의 변화, 건강과 지속가능한 개발의 의제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많은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빈곤퇴치에 있어 2015년까지 빈곤층과 안전한 물을 먹지 못하는 인구를 절반으로 감축, 빈곤층 위한 국가프로그램 개발과 여성지위의 향상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았고, 건강과 지속가능한 개발의 의제에서는 2015년까지 5세 이하 어린이 사망률을 2000년 대비 2/3 수준으로 낮추고, 어린이 사망률과 관련하여 선진국과 개도국간 격차 해소, 청소년 에이즈 환자를 2010년까지(도심지역은 2005년까지) 25% 낮추는데 합의하였습니다. 한편,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의제에서는 오염자 부담원칙적용과 기업의 환경, 사회적 측면에 대한 책임강화(Corporate Accountability), 2004년 이내 화학물질협약 비준, 2008년까지 화학물질 분류, 표시제도(GHS)를 이행하는데 합의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행계획에 대하여 남/북, 선진국/개발도상국, OECD가입국 내에서도 EU와 EU를 제외한 그룹(JUSCANZ), G77(개발도상국협의체)+중국 등이 각 사안별로 다양한 입장차리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전체의 25%가 준비회의에 합의되지 못하고 리우+10으로 넘겨진 상태이며, 특히 이 부분은 리우선언을 이행하는데 관건인 내용들인 이행수단에 따르는 재정문제, 무역과 세계화관련 이슈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지속가능성에 있어 악의 축' : 국가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의지의 빈곤

먼저 지난 리우 선언에서 명시된 원칙중 2가지가 이행계획에서 선진국의 반대로 삽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선진국이 지구환경에 끼진 영향과 그들의 기술 및 재정적 자원을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구에 분담하여야 할 책임을 명시한 공통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이며, 다른 하나는 환경의 보호/보전을 위해 각 국가의 능력에 따른 예방적 조치를 명시한 사전예방원칙입니다. 그리고 이행계획 서문에 '인권과 문화적 다양성'(human rights and cultural diversity)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필수조건이다라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문제 역시 합의되지 못하였습니다.

한편, 빈곤퇴치와 관련해서는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쉽게 합의하였지만, 그 행동계획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빈곤퇴치를 위한 세계연대기금(World Solidarity Fund) 설립을 개발도상국은 주장하였지만, 선진국은 기존 유엔기구들(UNDP, UNEP, World Bank)의 빈곤퇴치 프로그램과의 중복가능성을 들어 난색을 표명했습니다. 준비회의 기간중 강한 갈등을 보여온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사용비율 확대 역시 유럽연합(EU)이 2010년까지 전세계 15% 확대를 주장한 반면,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는 반대했으며, 개발도상국은 목표연도 삭제 또는 목표이행을 선진국에만 국한 할 것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2002년까지 교토의정서 발효를 위한 노력 등 기후변화에 대한 유엔 협약의 목표달성 문구 삽입 역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이행계획에 대하여 합의하지 못한 사항은 특히 경제관련 이슈에서 가장 첨예하게 나타났는데, 경제관련 이슈 중 세계화 5%, 재정 11%, 무역은 15%만이 합의된 실정입니다.

세계화, 특히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WTO의 역할과 관련하여, 도하선언문에서는 이미 다자간 무역체제가 환경보전 및 지속가능개발과 서로 보완적이어야 한다고 명시된 것에 대하여 선진국은 이러한 수준을 유지하고자 하였지만 개발도상국들은 도하개발의제에서 포함되지 못했던 부분들을 요구하였습니다. 이행수단의 6개의 소주제(무역과 재원/기술이전/과학의 역할/교육/능력향상/의사결정을 위한 정보)중에서 가장 큰 의견대립을 보인 무역(trade)과 재정 분야는 외채문제의 해결, 무역자유화와 관세 및 보조금 철폐 등 WTO 도하선언의 이행문제, 선진국 GNP 0.7%(최빈 개발도상국에게 0.15~0.20% 제공)의 공적개발원조 제공문제를 포함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재원마련(FfD) 등의 문제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번 회의에 대하여 선진국들은 특히 교토의정서에 대해 탈퇴한 미국의 훼방처럼, 기한이 설정된(Time-bound) 목표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공적원조의 문제에서처럼 최대의 목표보다는 현실적으로 합의가 가능한 목표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선진국들이 도하의제와 몬테레이 합의수준을 옹호하려는 입장에서, 그간 세계화가 가져온 결과를 지속가능한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원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를 지속가능한 개발의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리우+10과 한국의 시민사회

리우+10에 대하여 한국 시민사회는 2000년 7월부터 준비모임을 갖고 녹색연합, 환경연합, 여성환경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YMCA, 민주노총 등 40여 단체가 참여하여 2002년 3월 리우+10 한국 민간위원회(이하 민간위원회) 발족식을 가졌습니다. 민간위원회는 의제21의 이행상황을 평가하고, 지속가능발전의 관점에서 국가발전정책에 대한 평가와 정부정책의 변화를 촉구하고자 리우+10 회의의 주요 이슈에 대한 한국시민사회의 공동입장을 발표하고, 세계 NGO와 연대활동 강화하기 위하여 조직되었습니다. 그동안 동아시아 및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회의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세계차원의 준비회의에도 참가하여 리우+10회의의 준비과정에 대한 모니터링과 한국 입장을 반영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결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회의에서 여성이슈의 정식문서화를 이루어 내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리우+10회의에 대하여 민간위원회는 이행계획에 대한 민간위원회의 입장을 마련하였습니다. 민간위원회는 특히 공통의 차별화된 원칙(리우선언 제7조)과 '사전예방의 원칙'(리우선언 제 15조)이 기본원칙으로 재확인되어야 함을 강조하였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바로 지속가능한 개발이 실패하고 있는 원인이며,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에 대한 규제의 논의가 이번 리우+10에서 이루어져야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아직 합의되지 못한 세계화에 대한 부정적 측면의 문구 삽입과 사전예방의 원칙 준수, 해외직접투자에 있어 공익성에 기초한 투자대상국의 규제권리 인정 등, 세계화 속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의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였고, 선진국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였습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여성참여가 지속가능한 개발에 중심과제인 것을 환기시키고, 지속가능한 개발의 핵심인 빈곤퇴치를 위한 세계빈곤기금의 설립을 지지하는 등 리우+10에 대한 한국시민사회의 입장을 마련하였습니다.

리우+10은 환경, 개발, 인권을 바탕으로 지구촌의 지속가능성을 재성찰하는 계기로 자리매김되어야 합니다. 일부 NGO들은 리우+10 준비과정에서 보이콧을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보편적 가치와 철학에 기초하지 못한 논의들 속에서 우리의 미래는 마치 최근의 기상이변처럼 불안정하기만 합니다. 21세기를 시작하는 즈음에 우리는 과연 다음세대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요?

관련사이트

  • WSSD the official United Nations website
  • 유엔지속개발위원회
  • UN Global Environment Facility
  • 유엔 환경 프로그램
  • stakeholder Froum`s Earth Summit 2002
  • Civil Society preparation for the Johannesburg Summit
  • 4차 준비회의 민간포럼
  • 리우+10 한국 민간위원회
  • 환경운동연합
  • 투자협정 WTO반대 국민행동
  • 환경부
  • 외교통상부
    양영미
  •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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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호우로 인하여 많은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주위사람들에게 안부전화 어떨까요? 자연앞에서 인간은 작게만 보입니다. 우리가, 아니 전세계가 해마다 겪는 이러한 자연재난이 혹시 우리 탓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인간들이 황폐화시켜버린 지구. 지구는 어쩌면 자정능력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이러한 문제를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환경'과 인간의 '개발', 이 둘의 조화를 위한 지구적인 노력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유엔 환경개발회의가 남긴 것

    1972년 스톡홀름에서 유엔 인간환경회의를 통하여 환경문제가 지구적 의제로 인식된 이후, 1984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 위원회가 발표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제시된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 : 미래세대의 충족분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개발)' 개념이 범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환경문제는 본격적으로 경제개발 및 선진국-개발도상국 문제와 연계되어 논의되었습니다.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유엔은 1992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엔 환경개발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 Development : UNCED, 일명 Earth Summit, 리우회의)가 개최되었고, 향후 지구환경보전을 위한 지구적 차원의 협력을 위하여 '환경과 발전에 관한 리우선언''의제21'을 채택하였습니다. "인간은 지속가능한 개발의 고려에 있어 그 중심이며,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향유하여야 한다"고 명시한 리우선언에 대한 실천강령으로서 의제21은 사회경제부문과 환경부문에서의 이슈들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주요 그룹(여성, 아동, 원주민, 민간단체, 지방정부, 노동자와 노동조합, 기업과 산업계, 과학기술, 농민)의 역할강화의 문제, 그리고 이행수단에 대하여 제시하였습니다.

    리우회의는 '환경'과 '개발'의 통합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환경의 보전과 개발에 대한 전지구적 차원의 관리와 협력을 위한 국가, 시민사회의 노력을 천명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회의였습니다. 끊어진 철로위를 질주하던 '개발'(발전)이라는 기관차는 이제 '지속가능성'이라는 철로위에서 새롭게 달려야한다는 점을 지구촌 모두가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제21은 9개의 주요그룹의 참여를 권고하였다는 점에서 지구적 문제에 대한 지구적 공치(global governance)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는 성과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른 결과로서 '산림원칙 선언'을 채택하였고, 구체적인 국제환경규약인 '기후변화협약'(The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FCCC),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사막화방지협약'(Con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ion)이 발효되었습니다. 또한, 리우회의는 의제21에 대한 각국의 추진사항을 평가하고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속가능발전위원회(Commission on Sustainable Development : UNCSD)를 설치키로 권고하여, 1992년 제47차 유엔총회를 거쳐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산하에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설치하였습니다(우리나라에는 대통령자문기구로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있습니다).



    리우회의로부터 10년 : 빈곤과 개발의 딜렘마

    리우회의 이후 유엔은 우리가 이미 살펴본 몇몇 회의를 포함하여 일련의 회의들을 개최하였습니다. 인권(1993), 인구와 발전(1994), 사회발전(1995), 여성(1995), 정주권(1996), 식량(1997)문제들에 대한 회의와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2000), 인종차별철폐회의(2001), 개발재원회의(2002), 고령화회의(2002) 등이 그것입니다. 이 흐름은 각각의 회의들이 5년후 이행평가를 하는 +5회의에 이어 밀레니엄 총회에서 종합되었고, 이제 다시 +10의 회의(우리가 이번 WSSD를 리우+10으로 약칭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로 나아가는 양상입니다. 이러한 유엔의 회의를 관통하여 흐르고 있는 주된 문제는 바로 리우회의에서 강조된 지속가능한 개발입니다. 각각의 회의들은 독자성을 유지하지만 '환경과 개발', '인구와 발전', '사회발전' 등 주요 회의에서 보여지듯 개발의 문제는 세계화와 함께 1990년대를 관통하는 키워드였습니다. 하지만 리우회의가 이후 지난 10년의 모습은 우리에게 과연 '지속가능한 개발'이었나?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습니다.

    1997년 리우회의의 이행에 대한 평가를 위한 제 19차 유엔 환경특별총회(Earth Summit II, 리우+5)는 리우회의 이후 5년간의 진행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삼림파괴의 방지에 대한 노력 역시 그다지 개선된 점이 없습니다. 가장 급속하게 삼림이 사라지는 지역은 아시아, 환태평양의 열대우림지역인데, 이곳은 상업용 벌채산업이 왕성하기 때문입니다. 개발도상국은 벌채산업으로 인한 경제이익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경파괴의 주된 요인인 빈곤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선진국은 이를 외면하였습니다(1994년 연구결과에 의하면, 가장 외채가 많은 15개 개발도상국들의 삼림파괴의 정도는 외채위기가 시작된 1970년대말에 비해 3배나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우회의 당시 154개국이 서명한 기후변화협약은 1993년 50개국이 비준하면서 발효되었습니다. 기후변화협약은 온실가스 배출을 200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개도국에는 협약 이행을 위한 재정 및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1997년 일본 쿄토에서 열린 제3차 당사국 회의에서 규제대상 온실가스를 6가지로 확정짓고, 3차에 걸쳐 단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소목표를 설정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쿄토의정서(Kyoto Protocol)를 채택하였습니다. 교토의정서는 최초로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법적으로 구속하였다는데 의의가 있으나, 부시행정부는 2001년 3월 교토의정서 이행에 대한 파기를 공식 선언하여 실효성에 근본적 타격을 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편, 비준국들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보존 및 지속 가능한 사용을 위한 국가별 전략을 수립, 이에 근거한 정책입안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생물다양성 협약 역시 이행의 강제성과 구체적인 내용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분에 관한 이행과 더불어 개발에 대한 부분 역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였습니다. 사회개발정상회의의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엔 사회개발 특별총회(+5회의)에서 채택된 빈곤퇴치 감소계획은 2000년 9월 유엔 밀레니엄 총회에서도 논의되어 현재 세계 12억명으로 추산되는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존하는 세계 빈곤 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고, 선진국은 국내총생산(GNP) 0.7%를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에 제공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러한 빈곤퇴치와 개발문제는 올해 3월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유엔 개발재원 회의'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되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개발문제에 있어 선진국은 개발 당사국의 개발 책임과 투자환경 조성을 우선시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들의 공적개발원조는 갈수록 줄어들고 환경기술이전은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선진 22개국의 대외원조 규모를 현재(537억 달러)의 2배로 늘려야 한다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은 국민총생산(GNP)의 0.39%를 공적개발원조로 제공할 예정이고 미국은 0.1%에 머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지난 10년간 급물살을 타고 있는 세계화 물결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역과 투자 자유화조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제적 세계화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원천봉쇄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임업, 어업, 목축업 등에서 규제완화를 추구하므로 환경악화 요인에 대한 제한이 더욱 힘들어지게되며, 지적재산권 보호에 따라 환경보호기술의 이전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농업은 어떠합니까? 무역자유화와 농업의 세계화가 식량생산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선진국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멕시코의 경우 구조조정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가입이후 주생산곡물인 옥수수는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게 되었고, 국민 1인당 평균 음식섭취량은 29%나 줄었습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들은 외채를 갚기 위해 천연자원의 수출, 자원개발, 공해산업을 유치하게 됨으로 인하여 외채문제는 개발도상국들로 하여금 환경보존과 발전의 양립가능성을 애초부터 가로막고 있습니다.

    리우회의 이후 유엔의 움직임은 1980년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이후 탈냉전과 제3세계의 민주화와 각종 분쟁의 분출이라는 정세 속에서 인류사회가 직면한 기후변화와 사막화, 오존층 파괴 및 생태계의 파괴, 자원고갈과 각종 유해폐기물, 빈곤과 질병, 식량 및 기아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지구촌이 공동으로 대처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펴본 바로는 의제21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세계화'라는 돌풍이 삼켜버렸습니다.

    이제 곧(8.26∼9.4)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 : WSSD, 리우+10)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다음주에는 유엔의 첫 번째 +10회의인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의 준비과정에서 드러난 경향들을 짚어보고 과연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재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전망해보고자 합니다.

    관련사이트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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