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과연 아이티를 돕고있나요?

어느덧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연일 전 세계 언론을 통해 무서우리만큼 매 시간 새로운 속보들을 쏟아내던 곳, 서방 국가들을 축으로 전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구호물자와 인력들이 끊이지 않고 투입되던 곳, 지난 1월 12일 발생한 진도 7.0 강진으로 인해 21세기 최악의 재앙으로 세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아이티는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진흙쿠키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던 중남미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아이티. 그러나 아이티는 더 이상 진흙쿠키의 나라가 아닌 재앙과 아픔의 나라로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다. 약 23만 명의 사망자와 30만 명의 부상자, 그리고 130만 명의 국내유민이 발생한 너무나 비극적인 재앙이었다. 강진 이후 아이티가 다시 회복될 수 있을지 그 누구 하나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일 만큼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UN, NGO 등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전폭적 지원과 헌신들을 통해 아이티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으며, 지금은 초기 긴급구호 단계를 넘어 중장기적인 재건복구의 단계로 넘어가 이들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고자 오늘도 많은 이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절망 가운데서 새로운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 이들의 모습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세계 최초로 아프리카 노예들에 의해 주도된 혁명으로 독립을 이룬 위대한 국가의 위상을 되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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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티. 아이티 지도 모양의 그림이다. ⓒ월드비전

아이티 재건작업 가장 큰 난제는

하지만 여전히 아이티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전 세계 긴급구호 현장에서 수십 년을 활동해온 긴급구호 베테랑들도 이런 곳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단순히 피해현황만이 최악이 아니라 긴급구호 및 재건복구사업을 진행하는데 예기치 않은 많은 변수들이 발생하고 있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다 우기가 시작되어 더욱 더 큰 어려움들이 가중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정말로 우려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지진피해 복구가 여러 가지 걸림돌들로 인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도, 우기로 더욱 더 피해가 가중 될 거라는 염려도 아니다.

오히려 이들 스스로 자신들의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삶의 희망을 포기하게 될까봐 두렵다. 처해진 삶의 무게로 인해 그들 스스로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생명인지, 그리고 나의 생명이 소중한 만큼 다른 이들의 생명 역시 소중하다는 진리를 잃어버리게 될까 두렵다.

"국제사회의 쓰나미를 맞았다"

다른 한편으론 선이란 이름으로 아이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사회가 오히려 아이티의 상처를 더욱 덧나게 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혹 UN 및 NGO들을 주축으로 하는 국제사회가 '우리가 이들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줘야 한다.'는 자기 최면에 걸려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혹 이들 가운데 '우리는 답을 알고 있고 이들은 답을 발견할 수 없다'란 전제가 깔려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국제사회의 우려처럼 정말 자신들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능력이 없단 말인가?

2005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지진해일 이후 어느 현지인이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쓰나미를 두 번 맞았다. 첫 번째 쓰나미는 정말 지진해일로 인한 쓰나미였다. 그리고 두 번째 쓰나미는 UN과 NGO들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쓰나미를 맞았다".

이 말은 커다란 충격으로 내게 다가왔다. 국제사회는 최고의 인력과 최대의 자원으로 최선을 다한다고, 우리의 이익이 아니라 그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찌는 듯 한 더위와 곳곳에 도사리고 있던 위험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희생하며 노력했는데 결과는 겨우 이런 냉소적인 비판뿐이란 말인가.

쓰나미 지진해일 당시 긴급구호팀으로 현장을 방문했던 한 사람으로 너무나 서운하고 화가 나기까지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그건 오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던 내 자신과 엄연한 현실에 더욱 가슴이 아려왔다. 무엇이 문제였단 말인가? 우리의 열심과 노력이 왜 이들에겐 이런 식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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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유민캠프에서 진행되는 물자배분 ⓒ월드비전

수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단순히 긴급구호물자, 식량, 주택, 학교만이 아닌 그들의 아픔을 함께 공감해주고 함께 눈물 흘려 줄 우리들의 진심어린 마음들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들을 처참한 상황에 처한 불쌍한 사람들로서가 아닌 하나의 소중한 인격체로서 인정해주고 존중해 주는 진정한 벗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을까?

최근 각종 언론매체를 장식하는 화두는 단연 G20 정상회의다. 올 11월에 개최될 G20 서울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각계각층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특별히 시민사회와 국내 NGO들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하여 더욱 더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기치아래 애쓰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런데 한편으론 벌써부터 곳곳에서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들리고 있다. 모두가 함께하는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모여 추진해가는 일인데 왜 이런 소리들이 들리는 것일까?

분명 각자 공익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투철한 사명감과 정의감으로 가득차 있을 텐데 무엇이 시작 전부터 이런 소리들이 나오게 만드는 것일까? 혹 이들 역시 나만이 답을 가지고 있다는 자기최면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혹 공익을 위해 헌신한다 하면서 정작 나와 늘 함께하는 이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들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잠시지만 마음이 아려온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아이티 재건복구와 G20 정상회의, 선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우리들의 열정과 노력들이 누군가에게 또 다른 쓰나미로 다가오지 않길 바라본다.

김성태 월드비전 국제구호팀 과장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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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3, 활기차 공간을 통해 아이티 모금 결과를 전해드렸었습니다.

총 모금액은 652,800원이었으며 성금은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아이티에 중장기 복구 지원을 하고 있는 옥스팜(Oxfam)에 전달되었습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참여연대가 전한 기부금은 피해복구 프로그램인 2차 지원에 쓰였으며,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아름다운 가게의 편지와 함께 아이티 소식을 전합니다.



참여연대 여러분께 


어떤 따스함이 사람들 마음으로 번져 갑니다. 지구 반대편 작은 섬나라를 울리고(vibrate) 또 울린(cry) 큰 지진. 그리고 그들을 돕고자하는 수많은 손길을 통해 참 많이 배웠고 느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 여러분이야말로 아이티의 희망입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참 많은 분들의 참여를 통해 약 5천만 원 정도가 모였습니다. 온라인 네이버 해피빈과 계좌입금을 통해, 아름다운가게 매장에서 또는 직접 아이티 돕기 바자회를 통해 모금한 돈을 보내주신 분도 계시구요. 수천 명의 힘으로 모여진 귀한 성금은 오직 아이티의 눈물을 씻어주는데 사용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가게 2010년 아이티 지원 내용]

 

1차 지원내용(식수 및 긴급구호 지원)

2차 지원내용(피해복구 프로그램)

3세계 기금 $10,000( 1,200만원)         

모금액 385,051,690

                                       

 

총 지원 금액 약 5천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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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발생 이틀 이후 태어난 아기는 엄마와 아기에게 희망의 상징입니다.
    아름다운 가게는 아이티의 모든 사람을 응원합니다.



참여연대를 통해 아이티를 후원해 주신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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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6일 총회 모금    /   2월25일 아이티간담회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지난 1월 강진으로 많게는 사망자가 20만명을 넘는다고 하는 아이티에
회원들의 성금을 전달했습니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아이티 모금활동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총 모금액은 652,800원이었으며 성금은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아이티에 중장기 복구 지원을 하고 있는 옥스팜(Oxfam)에 전달됩니다.

먼 땅 아이티인들에게 보여주신
회원님의 관심과 사랑을 전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었음이 기쁩니다.
 
모금 이전에 2월에는
‘재난 속에 묻혀버린 아이티의 과거와 현재,
아이티의 재난을 보는 우리의 시각’이라는 제목으로
활동가, 전문가를 모시고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아이티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이티의 재난과 이후의 재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관련글보기]http://blog.peoplepower21.org/International/40309
 
올 해 들어 재난 소식이 너무 잦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고 싶습니다.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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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의 과거를 알고, 현재를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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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0년 2월 25일 목요일 오전 10시
장소: 참여연대 3층 중회의실
주최: 참여연대, 경계를넘어
발제: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불행한 만남과 위대한 전복: 대서양, 흑인, 혁명」
토론: 황준호 프레시안 기자, 까밀로 경계를넘어 활동가, 백남선 월드비전 긴급구호팀 팀장

지진 재난 이후 아이티에 대한 긴급구호와 재건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티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아이티에 대한 개입할 경우, 자칫 아이티 국민의 진정한 요구에 반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월 25일의 간담회는 아이티를 보다 정확히 알기 위해 서 기획되었다. 간담회를 통해 우리는 아이티 지진 참사 이전의 정치, 경제적인 상황을 역사적으로 제대로 이해하고 한국시민사회가 아이티의 재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자 하였다.


발제: 아이티 혁명의 위대성과 서방학계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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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이티 혁명을 중심으로 서울대 서양사학과 최갑수 교수의 발제가 있었다. 발제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발제요지>
근대 아이티 사회와 그 여러 문제의 기원은 식민지 시대 노예제에서 기원한다. 18세기 중엽이 되면서 서반구에서 가장 이윤을 많이 내는 노예제가 가장 혹독했던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아이티는 흑인노예들이 대규모 반란을 일으켜 노예제를 폐지하고 프랑스, 영국, 에스파냐의 군대, 최종적으로 막강한 나폴레옹의 군대를 물리치고 1804년 독립하였다.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이 표방했던 보편적인 인권의 정신을 전폭적으로 수용하여 흑인노예제를 순순히 포기한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도리어 이를 억누르려 했고 아이티의 흑인혁명이 성공한 이후에도 이를 평가절하하고 무너뜨리려 했다. 서양의 지식인들의 대다수는 아이티 혁명에 대해 프랑스혁명의 아류로 평가절하하거나 아예 언급을 피한다. 대신, 노예 해방과 폐지를 이룩한 프랑스 혁명의 위대함을 지적한다. 그러나 아이티 흑인들은 역사적 공간적 관계망 속에서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실천해 온 역사의 주체였다. 아이티 혁명은 서양의 근대화도 채 이루어지기 전, 혁명을 이론화할 만한 사회과학적 기반도 이제 태동기에 머무르던 시기에 노예흑인들의 인신해방과 정치적 독립을 이룩한 조숙한 혁명으로 돋보인다. 또한 아이티는 흑인들이 대서양 세계의 최강대국을 물리치고 혁명을 통해 나라를 세운 유일한 예일 뿐만 아니라 최초의 ‘유색인’ 시민혁명이다.

대서양의 최강국들은 아이티를 외교적으로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고, 국제적으로 고립시켰다. 프랑스는 아이티가 독립한 후 34년이 지나서야 국가로 승인하면서 자국 대농장소유주들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1억 5천만 프랑을 지불하는 대가를 치르게 했다. 가난한 신생국가는 출발부터 막대한 부채를 짊어져야 했고, 이는 두고 두고 아이티에 부담을 주었다. 노예제 국가인 미국은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2년에야 아이티를 국가로 승인하였다. 성공한 노예혁명과 흑인국가는 자본주의의 생존과 구미 중심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희생양이 되어 실패국가의 길을 강요 받아야만 했다.



토론: 아이티의 보편성과 특수성, 한국기업의 역할과 긴급구호의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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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에 이어 아이티 현지 취재를 다녀온 프레시안의 황준호 기자, 까밀로 ‘경계를넘어’ 활동가, 백남선 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 이 세 명이 토론을 이어갔다. 

황준호 기자는 인권과 혁명, 휴머니즘과 같은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가치를 기반으로 아이티문제에 접근하되 현실적 특수성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불안정이 구조화 되어있던 나라에서 지진 재난 이후의 상황에서 최소한의 무력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PKO 파병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공정무역은 아니지만 한국 기업이 일자리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긴급구호를 위해 가장 필수적인 수송부분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경계를 넘어 까밀로 활동가는 아이티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인종적 편견에서 자유로운지 자문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아이티 사태를 바라보는데 있어서 우리는 언론은 현지인과 전혀 소통되지 않는 외국기자들의 관점으로 현지인들 사이의 약탈과 불안정을 뉴스화하고, 현지인의 자정능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뉴스를 전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엔평화유지군과 다국적군은 명백히 아이티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현대 아이티 정권교체과정에서 드러난 미국과 유엔의 계획된 듯한 개입과정을 들어 지적하였다.

백남선 월드비전긴급구호팀장은 현지활동원칙을 중심으로 구호현장에서는 어떤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가 하는 것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현지인의 위엄을 존중할 것(dignity), 현지인을 존경할 것(respect), 국가의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할 것(autonomy)’ 이 세 가지를 활동원칙으로 꼽았다. 또한 재앙이 일어난 국가의 경우 가난한 나라의 정부는 대부분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고 이런 경우 유엔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말하였다. 그러나 현지의 정치적 권위가 제일순위이며, 현재 아이티 구호활동을 하는 월드비전 인력 500명 가운데 400명이 현지 아이티인이라고 하였다.



아이티 내부의 치유력을 존중하는 원조의 필요성

최교수는 근대국가의 형태에서 국제사회가 한 국가에 대하여 ‘권위(authority)’를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를 물으며, 통합적인 정치계급의 형성과 자립경제의 구축에서 실패한 아이티가 내부의 치유력을 회복시켜 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점과 농업국가로 다시 서야 하는 아이티에 농업정책을 중심으로 원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황기자는 관점도 중요하지만 현실적 실천도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질서유지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까밀로 활동가는 현지 지역사회 내에도 활동가와 세력가가 있기 마련이며 이들이 가진 기존의 힘을 중심으로 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백남선 구호팀장은 현지인이 위엄을 지킬 수 있는 구호를 펼쳐야 한다고 하였다.

기독교 구호사업담당자들과 아이티 교민이었던 분이 간담회에 참석하였다. 이들은 긴 시간이 걸릴 아이티의 재건을 위해, 새로운 관점으로 아이티를 이해하고 배우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과 단체간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였다.

아이티 지진 사태 직후에는 긴급구호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아이티의 재건에 어떻게 동참할 지를 고민해야 하는 때이다. 간담회는 이를 위해 아이티의 현재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알아보고자 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간담회는 많은 단체들이 다양한 이유로 아이티에 대한 풍부하고도 구체적인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러한 정보를 서로 나눌 필요성에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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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라는 나라에 대해 들어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저희에게는 '진흙 쿠키를 먹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 매우 가난한 나라 입니다.
그러나 아이티의 역사를 보면 아이티는 시민혁명을 통해 서방 강대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룬 최초의 흑인 국가입니다. 당시 식민지 장악을 한참하고 있는 서방 세계는 아이티의 독립을 반기지 않았고 아이티는 과도한 부채와 외부의 내정 간섭으로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불행한 나라가 되어버린 현대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도 잘 알려졌을 정도로 아이티는 빈곤과 정치, 사회적으로 불안한 국가입니다. 이러한 아이티에  지난 1월  진도 7.0의 강진이 발생해 20만명이 이상이 사망하고 15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자연재해의 문제로만 볼 수 없을 정도로 아이티의 참사는 사회구조적 빈곤과 정부의 무능력이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국제사회는 역사적으로 고통 받아온 아이티의 참사를 더 이상 방기할 수 없습니다. 아이티인들이 국가의 주인으로서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입니다.

참여연대도 아이티에 희망과 응원를 전달하고자 3월 한달간 아이티 모금을 전개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국민은행 995701-01-057713 (예금주: 참여연대)

*문의전화: 국제연대위원회 손연우 02-723-5051
*모금된 기금은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국제 구호 민간단체인 옥스팜(Oxfarm)에 전달됩니다.

다시 일어서는 땅, 아이티를 알고계신가요?

최초로 성공한 흑인혁명으로 독립을 이룬 땅

18세기 중엽 서반구에서 가장 이윤을 많이 내던 땅 생도맹그(Saint-Domingue)는 노예제가 가장 혹독했던 프랑스의 식민지였습니다. 이 곳 흑인노예들은 대규모 혁명을 일으켜 노예제를 폐지하고, 대서양의 최강대국들을 물리치고 1804년에 독립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말, ‘산이 많은 땅-아이티(Haiti)’로 국호를 정하였습니다. 아이티는 흑인들이 대서양의 강국들을 물리치고 최초의 유색인 시민혁명을 이룬 국가입니다. 

제국주의 열강의 간섭으로 다시 일어설 기회를 박탈당한 아이티

그러나 성공한 노예혁명과 흑인국가는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고립되었습니다. 프랑스는 자국 대농장주들의 손실을 이유로 아이티에 1억 5천만 프랑을 요구하였습니다. 가난한 신생국가는 출발부터 막대한 부채를 짊어져야 했고 이는 아이티에 많은 부담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20년간 아이티를 군사적으로 점령했었습니다. 아이티는 자본주의의 생존과 구미 중심의 세계 질서를 유지를 위해 진흙 쿠키를 만들어 먹는 가난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 관련 자료는  "[참여연대 간담회] 재난 속에 묻혀 버린 아이티의 과거와 현재,아이티 재난을 보는 우리의 시각"를 참고해 주세요.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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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ㅣ 뉴욕타임즈


[기획 간담회]참여연대, 경계를넘어 공동주최




재난 속에 묻혀 버린 아이티의 과거와 현재
아이티 재난을 보는 우리의 시각

아이티에서 강도 7.0의 지진이 발생해 2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이 구호물자와 인력을 보내고 재건을 위한 제안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150만 명이 임시 텐트에 거주하고 있으며 식량과 물, 의약품의 부족으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티인들은 이미 시작된 우기와 곧 불어 닥칠 허리케인의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과연 아이티가 유독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단지 지진이나 허리케인의 강도가 높아서였을까요? 비슷한 강도의 지진이 발생했던 다른 지역이나 인접국인 쿠바의 사례와 비교해볼 때 이번 아이티의 지진 참사는 자연재해 뿐 아니라 아이티의 정치, 사회, 경제적인 구조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와 <경계를넘어>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간담회에서는 아이티 지진 참사 이전의 역사를 통해 정치와 경제적 상황을 살펴보고 아이티를 위한 올바른 재건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 일시 : 2010. 2.25(목), 오전 10시
◦ 장소 : 참여연대 3층 중회의실

◦ 발제: 아이티의 재난 속에 묻혀 버린 과거와 현재 
◦ 발제자: 최갑수(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 토론: 황준호(프레시안 기자)
           까밀로(경계를 넘어 활동가)
           백남선(월드비전 긴급구호팀 팀장)


◦ 참여문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02-723-5051, pspdint@pspd.org
(참가비는 무료이며 참석여부를 사전에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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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눈에는 우려가 깊습니다. 추진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공감대가 아직 충분하게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청계천의 복원이 진정한 친환경적 도시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환경평가도 하지 않은 채 시작되는 공사는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 개발을 위해 청계천을 덮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논리에 따른 다시 한번 개천의 뚜껑을 열어 젖히는 일방적인 '개발사업'으로 그쳐서는 안되겠습니다. 오늘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등 변화하는 동북아 질서 속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어떻게 그릴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노무현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론'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과연 이것은 변화하는 동북아질서에 한국이 성공적으로 편입될 수 있는 해법인지를 검토해 보고자 합니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심화

동북아경제중심국가건설론은 크게 물류, 금융, 운송의 거점경제(hub economy)를 형성하여 지구적 경제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가 내놓은 12대 국정과제 중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경제자유구역의 조성 및 금융 국제화 : 경제자유구역을 통하여 기업경영 및 생활환경을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만들어 동북아 비즈니스 거점지역으로 개발하고, 이를 위한 금융·외환시장을 강화

▲ 동북아 물류 중심기지 구축 : 인천공항, 부산항, 광양항을 동북아 중심공항과 항만으로 개발, 물류기지화 하여 남북 및 유라시아의 연계망 구축. 이를 위하여 인천항을 인천공항과 함께 수도권 핵심물류거점으로 개발하고,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및 대륙철도(TSR, TCR) 교통망 구축

▲ IT 등 첨단산업·비지니스 허브화 : 외국인투자를 적극 유치하여 다국적기업의 동북아 거점화와 한-중-일 FTA 체결 및 동아시아 전자무역공동체 형성

▲ 남북 경제교류협력 촉진 및 대외 환경 조성 : 경협거점 개발 및 남북간 산업, 물류, 정보통신축 형성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론은 특히 고도의 성장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경제의 부상을 염두한 가운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는 제조업 중심의 성장전략이 한계에 봉착한 상태에서 특히 자본과 노동의 대규모 투입을 통한 제조업 성장전략을 취하고 있는 중국이 부상하게 되자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국제적 우위를 점할 수 없게 된 시점에서 산업구조를 물류 및 금융중심의 산업구조로 재편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물류 및 금융중심의 허브경제를 구축하려면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하여 해외자본의 적극적인 유치가 필요하며, 자본유치를 위한 미끼가 바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입니다.



경제자유구역 : 자본에게 주어진 무한대의 자유

60년대 마산수출자유지역의 재판이며, 노동권, 인권의 사각지대인 경제자유구역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2002년 11월 국회를 통과하여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었습니다. 경제자유구역법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 지정을 신청하면 위원회에서 심의를 통해 지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조건이 매우 포괄적이어서 실제로는 경제자유구역의 전국화가 될 수 있는 실정이며, 서울 상암동, 인천 영정도 및 송도 신도시를 비롯하여 부산, 광양, 대전이 경제자유구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제자유구역법의 문제는 크게 다음과 같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노동기본권의 침해 : 가장 직접적으로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고 있어 실질적인 노동3권이 보장되고 있지 못하고, 현재 근로기준법상의 유급월차휴가와 생리휴가가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 무급화되었으며, 장애인, 고령자 의무고용 회피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친 전문업종은 파견허용업무, 허용기간을 확대하여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 수도권지역의 개발허용 : 수도권의 과밀억제권역(서울, 인천 및 경기도 도시 등)과 성장관리권역(동두천, 오산시 등)에서도 외국학교법인과 투자기업은 학교, 공공청사, 연수시설의 신설 및 증설을 허가받을 수 있으며, 인구집중유발 시설 총량제에 외국학교법인은 적용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시설을 건축할 경우 부과되는 과밀부담금이 면제되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과 스스로 모순되는 점입니다.

▲ 교육 및 의료분야의 개방 : 외국인 생활환경 개선을 위하여 경제자유구역내 외국교육기관 진입허용, 내국인의 외국교육기관 설립, 외국 병원과 약국 진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내국인의 특구내 외국인 교육기관 입학을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교육과 의료분야의 개방을 의미합니다. 이밖에도 대규모외국인투자에 대해 소득세 및 법인세를 단계별로 감면해주기 때문에 재정수입이 감소될 수 있는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습니다.



동북아질서의 미래를 지혜롭게 조망하려면...

그렇다면, 경제자유구역 설치가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는가? 우리나라는 동북아에서 물류와 금융, 운송 중심의 산업구조와 기술집약적 제조업으로의 전환 등이 가능할 수 있는가? 민주노동당은 경제특구와 같은 제도 일반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산업 구조의 고도화에 기여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첫째, 경제자유구역법과 같은 경제 특구는 양질의 해외자본유치에는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경제특구(Export Processing Zone)는 저기술-노동집약적 산업을 유치하며, 포괄적인 인센티브 때문에 본국에서는 경쟁력이 약해 살아남기 힘든 기업들이 유입된다고 합니다. 또한 경제특구에서 창출된 일자리들은 저기술-저임금 노동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현재 한국에서는 오히려 저기술-저임금 노동은 부족한 실정을 감안해야합니다. 특히 경제특구와 같이 일정 장소에만 적용되는 인센티브를 노린 기업들은 입지요건 중에서 상대적으로 저비용-무세금만을 중시하는 저기술-노동집약적 기업들을 유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경제특구와 같은 제도는 인센티브에 따른 부정적인 사회적, 경제적 효과들이 기타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을 고립시켜 외국인 자본의 군락(enclave)을 형성하게 하는 정책이므로 자국 시민들 및 기업, 단체들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여도 기술확산효과가 낮습니다.

경제자유구역법의 도입 배경은 현재 한국의 산업이 가진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고도화된 산업구조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중국의 빠른 성장을 고려한다면, 금융과 물류 중심, 그리고 고도의 기술을 중심으로한 제조업 위주로 발전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이 발전계획이 과거 개발독재의 성장지향적인 정책속에서 인권의 희생을 요구한 것처럼 다시한번 희생을 강요한다면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론은 정작 자본과 기업들만이 웃을 수 있는 그들만의 '경제'중심국가가 될 것입니다. 설사 노동자의 희생속에서 경제자유구역이 운영된다 하더라도, 범중화경제권의 관문인 홍콩과 거대한 규모의 일본 도쿄가 이미 금융도시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금융산업의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에도 많은 의문이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론이 가능하려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의 개선이 최우선적으로 해결될 필요가 있습니다. 개성공단의 설립과 남북의 철도잇기 등 남북경협의 확대와 지속적인 추진은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뿐만 아니라 동북아에서의 물류, 운송산업의 거점으로 일정정도 기반을 가질 수 있는 조건입니다. 이처럼 한반도의 평화구축은 동북아경제중심국가론이 제기하고 있는 물류와 운송의 측면에서도 매우 긴밀하게 얽혀있는 문제입니다.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변화하는 동북아 질서에 가장 능동적이며, 가장 효과적으로 편입할 수 있는 조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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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5월 27일 시작하여 1년 여동안 57호까지 나왔던 "지구촌 시민사회 이슈"는 2003년 7월 2일로서 종간하게 되었습니다.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쟁점과 소식들을 발빠르게 소개하는데는 많은 부족함이 있었지만, 현재 가장 커다란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화의 문제, 9.11이후 군사주의와 평화, 지구적 문제들에 대한 공론장으로서 유엔, 참여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한 예산감시와 반부패운동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지구촌 이웃이 되고자 아동 권리의 실태와 빈곤과 폭력의 그늘에 신음하고 있는 분쟁지역 난민들의 고통을 같이 나누고자 하였습니다.

처음 100여명으로 시작한 지구촌시민사회 이슈가 2천여명의 구독자를 가진 뉴스레터로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꾸준히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봐 주신 여러분 덕분입니다. 뉴스레터에 보내주신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다시 인사드릴때를 기약하며 건강하세요.

양영미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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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오늘.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는지도 50년이 흘렀습니다. 참여연대에서는 6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를 평화의 달로 지정하여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6월 26일에는 이진숙 바그다드 종군기자(MBC)와 함께 하는 <평화특강>을, 28일 토요일에는 느티나무에서 '평화를 이야기합시다' 일일호프를 개최하여 북한을 돕기 위한 '평화의 쌀' 보내기 기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후에는 평화특강과 콘서트, SBS에서의 특집프로그램, 영화제 등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바랍니다(일정 자세히 보기).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기업의 윤리와 투명성 확보를 위한 캠페인을 소개하겠습니다.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Social Responsible Investment : SRI)

우리는 지난주에 기업지배구조 논의를 살펴보면서, 기업지배구조 논의가 지닌 기업투명성에 관한 문제들이 기업의 이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즉, 기업의 자금흐름이 주식시장에 집중되면서 투자자들의 이해에 부합되게 하기 위하여 단기적 이익극대화를 기업이 추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기업지배구조의 논의는 부패방지를 위한 기업투명성 확보는 물론, 투자자, 종업원 등 이해당사자의 보호, 지역사회발전 등의 사회적 측면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이러한 입장에서 기업을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이 있을까요?

단순히 주식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활동이 아닌,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면서도, 지역사회의 발전을 고려하고, 종업원 등 이해당사자들의 인권을 생각하며, 기후변화, 산림파괴 등 지구촌 공동의 문제에 귀기울이는 기업활동을 장려하고 촉진하기 위한 운동이 바로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SRI)입니다.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인권, 환경, 노동, 지역사회 공헌도 등 다양한 사회적 성과를 토대로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 활동을 의미합니다.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여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 기업에 대하여 투자를 회수하거나, 지속 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을 추구하는 기업들을 더욱 우대하는 투자입니다.

지속가능하며 책임있는 투자를 위한 아시아연합(Association for Sustainable & Responsible Investment in Asia)에 의하면,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의 기원은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북미의 감리교회에서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면서 주류회사 혹은 도박과 관련된 회사들을 배제하였고, 퀘이커교도 무기생산업체들을 피하는 형태로 이러한 투자방식을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1971년 미국에서 Pax Fund가 베트남전과 관련된 회사들에 대한 투자회수 조치를 필두로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의 대중적인 요구가 증가하게 되었고, 영국에서는 '윤리적 투자'가 1984년에 처음 설립되었습니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환경문제가 대두되자 환경보호가 사회적 책임의 기준으로 포함되었으며, 인종차별정책을 폈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관련된 기업에 대한 투자 철수가 이루어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커다란 압력을 행사한 것은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990년에는 담배산업과 아동노동을 포함한 노동착취 기업으로 확장되는 등 투자에 있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의 한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개발도상국에 환경유해를 수출하는 기업, 성, 인종, 종교, 장애에 따른 차별정책을 하는 기업, 노동조합에 반대하는 기업, 핵개발과 핵발전관련 기업들, 무기관련 제품을 생산하거나 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는 기업들, 화장품이나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을 검사하기 위해 동물에 시험하거나 동물시험연구소를 이용하는 기업들을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는 투자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를 추구하는 펀드나 단체들은 미국의 사회투자포럼(Social Investment Forum : SIF)의 경우처럼 월마트에 대하여 노동착취공장으로부터 제품을 받지 말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직접 기업을 감시하고 견제하기도 하며, 전략적으로 특정 기업에 투자하고 내부 개혁을 모색하는 이해당사자 권익주창운동을 펼치기도 합니다. 2002년 5월 지구 온난화 방지에 가장 적대적인 미국의 석유 기업 엑슨모빌 주주 총회에서는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 진영이 ▲ 재생 에너지 개발, ▲ 알래스카 자연보호구역 내 석유 채굴 유보, ▲ 직장 내 성차별 금지 결의안을 평균 10% 내외의 소액 주주 지지를 받아 제출하기도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는 지역의 저소득층과 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주택 사업 투자, 거대 은행지점 대신 지역은행에 대한 지원과 같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 사업을 벌이기도 합니다. 사회투자포럼의 경우 '공동체에 1%를'캠페인(1% in Community)을 전개하여 28개의 멤버단체들이 이 캠페인에 동참하기도 하였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술, 담배, 도박, 무기, 핵, 인권, 환경 등을 평가기준으로 설정하고 이에 필요한 공개된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기업이 공시한 자료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일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국제사면위원회는 영국의 이런 투신사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 단체 회원은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운동을 확산하는 데 앞장서게 됩니다.

이러한 투자방식은 최근 크게 확대되어 지난 84년 400억달러에 머물던 미국 사회책임투자펀드 자산은 95년 6390억달러에서 2001년 2조3400억달러로 불어나 현재는 미국 펀드자산 전체의 8분의 1정도가 사회책임투자 지침에 따라 투자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3조 달러에 이르는 이 투자기금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호주에서는 사회적 책임 투자기금 회사가 26개 있고, 유럽의 투신사 숫자는 미국에 버금가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에서 1999년 '니코 생태 기금'이 만들어졌으며, 지속가능하며 책임있는 투자를 위한 아시아연합이 설립되기도 하였습니다. 1999년부터 미국의 다우존스, 영국의 투자지수 전문기관인 FTSE, 유엔환경계획(UNEP)도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고, 영국의 경우 연금 기금을 투자할 때는 기업의 윤리를 고려하는지 여부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고, 호주도 이와 유사한 정책을 실시하였습니다.



반부패운동의 측면에서 본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운동

최근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연이어 터져 나온 기업들의 회계부정과 같이 기업들의 도덕성문제가 제기되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속에서 금융자본과 초국적 기업이 저지른 참혹한 현실에 대한 시민사회의 개입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초국적 기업들이 남반구 국가들에서 저지른 부정부패, 환경파괴, 노동착취, 인권 유린 등의 경험을 비추어 생각해보면,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고려하는 이러한 투자운동은 반부패운동의 측면에서도 매우 필요한 운동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유럽에서는 국제사면위원회, 시민지원을 위한 금융거래 과세연합(ATTAC : Association for a Taxation of financial Transacions in Assistance to the Citizens) 등 130여개 단체가 참가한 publish what you pay 캠페인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초국적 기업들이 앙골라나 나이지리아처럼 자원이 풍부한 국가에 대하여 석유, 가스, 광물의 대가로 지불한 돈이 정부의 부패와 미숙한 관리로 국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초국적 기업들이 세금, 수수료(fees), 로열티, 그외에 지불한 돈을 선진국 정부가 공개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캠페인입니다.

그런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재무상태를 공개하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선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알 수 있는 지표를 제시해야 합니다(기업의 사회적 성과는 크게 고용, 근로시간, 임금, 복리후생, 교육훈련, 산업안전, 보건, 노사관계 등과 관련된 내부적 사회적 성과와 주주, 고객, 납품업자, 경쟁자, 환경, 사회적 기부 및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같은 외부적 사회적 성과가 있습니다). 이를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로서 기업의 사회보고제도를 도입하자는 운동이 있습니다. 사회보고서는 1970년대 프랑스에서 종업원에 관한 분야로부터 시작하여 1990년대 유엔환경프로그램의 지원하에 유럽과 북미기업을 중심으로한 환경보고서 공개로 확대되었고, 현재는 OECD의 EHS(Environmental Health and Safety)프로그램에 의하여 환경과 산업안전보건분야가 통합된 EHS보고서와 지역사회공헌활동에 관한 지역사회보고서(Community Report)가 공개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경영성과뿐만이 아닌 환경과 사회적 측면에 대한 기업활동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의 지표로서 필수적인 사안이자,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에도 더욱 가깝게 다가서는 제도일 것입니다. 이처럼 기업지배구조 개선운동과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운동은 기업의 투명성 확보, 종업원과 지역사회 같은 이해당사자들의 보호, 기업의 부패방지의 측면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투명한 기업을 만드는데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6월 17일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에 대한 국제회의가 개최되어 대기업, 금융, 학계, 시민단체 인사 250여명이 참석해 사회책임투자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업 발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하였습니다. 특히 함께 하는 시민행동의 좋은 기업만들기 운동좋은 기업지배구조연구소(Center for Good Corporate Governance)와 같은 단체들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사회책임투자를 활성화하여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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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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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비가 내리던 14일 도라선 역과 강원도에서는 끊어졌던 남북의 철도를 잇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군사분계선사이 25m의 짧은 구간이 연결되는데 50년이나 걸렸습니다. 김대중 전대통령을 비롯한 '대북송금' 핵심 관련자들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며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에서 이들을 고소하였다고 합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해상봉쇄를 위한 행동에 들어갔고, 일본은 유사법제의 제정으로 군사대국화의 움직임을 가시화하였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3주년에 즈음하여 한반도의 평화구축과 통일을 되짚어보는 소식들입니다. 이번 주에는 부패방지에 대한 기업의 측면으로서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기업지배구조란(Corporate Governance)?

기업지배구조란 기업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구조뿐만 아니라 시장에 대한 규제, 금융 감독체계 등을 포함하는 제요소들을 의미합니다. 기업의 측면에서 보면, 기업경영자가 이해관계자, 특히 주주의 이익을 위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업경영에 관한 감시와 통제를 위한 체계를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사외이사제도, 기업의 감사에 대한 독립성을 높이는 감사위원회가 포함됩니다. 그리고 분식회계를 막기 위하여 감사위원회 이외에도 외부 공인회계사로부터 회계 감사를 받을 뿐만 아니라 회계감사보고서를 금융감독원이 조사해 분식회계 여부를 밝혀내는 장치도 있습니다. 또한 분식회계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 회계법인은 영업정지나 설립인가 취소할 수 있으며, 투자자나 채권자가 분식결산되어 있는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한 후 손해본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할 수도 있는 등, 경영인들의 부패를 감시하고, 투자자들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포함됩니다.

기업의 측면에서 보자면, 어느 국가가 장기적인 자본의 유치 등 글로벌 자본시장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기업지배구조 제도와 관행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신뢰받을 수 있어야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자본조달을 가능하게 합니다. 특히 기업들이 건전한 기업지배구조의 기본원칙들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가 하는 점은 기업에 대한 투자결정에서 중요한 요인이며, 투자가 국제적인 경우 기업지배구조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와 같은 논점은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선진국에서는 우수한 기업지배구조가 기업경쟁력의 원천이며 각국 경제의 장기적 안정성장의 기본요건이라는 인식아래, 경제와 자본시장의 국제화가 가속화되면서 건전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국제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로 발전되었는데, 그 예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999년에 마련한 '기업지배구조의 기본원칙'(OECD Principles of Corporate Governance)입니다.

이 원칙의 핵심은 각국의 여건에 맞는 유연성을 가진 기업지배구조를 만들지만,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주주에 대한 공정성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으로, 1994년부터 논의되어 1999년 5월 각료회의에서 이 원칙을 제정하였습니다. 기업지배구조의 기본원칙은 크게 5개 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 주주의 권리 : 주주의 권리보호,

▼ 주주의 동등대우 : 모든 주주의 동등한 대우와 주주권리 침해에 대한 보상(소수주주의 권익강조),

▼ 이해관계자의 역할 : 기업과 이해관계자간 적극적 협력 촉진(종업원 및 채권자의 참여),

▼ 공시 및 투명성 : 주요 기업정보의 적절한 공시를 통해 경영투명성 확보,

▼ 이사회의 책임 : 기업전략 제시, 경영진 감독, 주주 및 기업 이익대변 등 이사회 책임강조.



OECD의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논의 : 세계화 속에서 기업지배구조의 문제가 대두되는 이유

OECD의 원칙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따른 기업지배구조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주주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영국과 미국식 모델이 중심입니다. 미국식 모델의 핵심은 주식분산소유와 소유/경영의 분리, 주주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델 하에서 기업의 자금조달원은 (주거래)은행에서 주식(자본)시장으로 옮겨지게 되며, 이로 인하여 기업활동은 주식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단기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되어 분식회계와 같은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최근 우리는 엔론사, 월드컴 등 미국에서의 잇따른 분식회계사건들을 접했습니다. 분식회계(window-dressing settlement, accounting fraud)는 쉽게 말하면 '회계사기'입니다. 즉, 회사의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해 회사의 장부를 조작하는 것으로 가공의 매출을 기록한다거나 거래내역을 조작하고, 비용을 누락시키는 등 기업경영자가 결산 재무제표상의 수치를 고의로 왜곡시키는 것입니다. 분식회계는 일시적으로나마 회사의 신용도를 높이고, 자금운용이 용이하게 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주주들과 채권자들에 대하여 거짓 정보를 주는 것이므로 큰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OECD에서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국제규범 제정논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핵심 내용인 안정적 국제투자관행의 확립과 기술혁신, 자본자유화 등에 필요한 기업지배구조 확립의 필요성 제기, 각국의 상이한 지배구조에 의한 국제투자와 무역증진의 저해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기되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OECD의 원칙들은 미국식 기업지배구조의 우위아래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등이 이를 자금지원의 조건과 정책권고에 원용하는 등 실질적으로는 여느 국제법보다 더욱 더 강력한 규제수단으로 작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97년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그 양해각서에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을 못박았으며, IBRD는 97년 외환위기 직후 한국정부에 금융과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기술차관 명목으로 4800만달러 차관을 제공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재경부에서 '모범규준'을 만들었고 법무부는 '권고안'을 만들었는데, 모두 기본틀과 방향성에 있어 OECD의 원칙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OECD의 원칙에 근거한 기업지배구조의 확립은 그동안 정경유착에 의한 부패의 위험을 새로운 형태로 더욱 늘리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업경영 평가의 유일기준을 장·단기적인 주주이익에 치중하게 되면서 활성화된 자본시장에서 경제의 투기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지배구조의 문제 : 투명성 확보와 또다른 부패의 위험성 사이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재벌구조에 의한 기업경영으로 속에서 기업주들의 전횡과 정경유착, 부정부패는 경제민주화에 있어 커다란 장애였습니다. 따라서 반부패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와 같은 기업주의 전횡을 막는 제도적 장치들을 도입하여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경영 투명성의 제고와 소수주주권의 보호, 사외이사제 확대 등의 정책들이 투명성제고와 소수투자자들의 권익보호라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공격적 기업합병이나, 투기자본의 이해에 부합될 수도 있다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부패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주의깊게 살펴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지난주에도 살펴보았듯이 국제재정기구들의 압박으로 인하여 진행된 아시아와 남반구 국가들에서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투기자본과 초국적 기업의 공격적 경영으로 인하여 부패의 문제가 더욱 심화되었다는 것을 상기할 때,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투명성 문제는 반드시 확보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이것은 부패를 가장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는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비자금이 없는, 소수 지배주주의 전횡과 횡포가 없는 기업경영이 보다 맑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기업지배구조의 확립문제는 국제금융자본의 손쉬운 투자를 위한 여건조성을 위한 것이 아닌 이러한 관점 하에서 진행될 때 보다 반부패의 관점에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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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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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제연대위원회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국이 여전히 불투명하게 전개되고 있고, 피부로 느끼는 경제는 분명 침체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이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정치일정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정한 선거와 정치개혁을 위한 논의보다는 '승리'를 위한 몸부림들만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서민'을 위한 행동인지 각성과 자성을 할 수 있도록 시원한 냉수라도 보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는 반부패 시리즈 두 번째로서 남반구에서 제기하고 있는 부패문제해결에 대한 대응을 살펴보겠습니다.

부패에 대한 이해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형태와 종류의 부패를 목격했습니다. 대체로 우리가 자주 보는 부패의 형태는 시스템이 정착이 되지 않은 국가에서 보이는 것처럼 강력한 보스중심의 정당체계 속에서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와 그를 추종하는 자들 사이에 공천과 지위상승을 매개로 형성된 사적 연결고리는 비정상적인 정치자금의 온상이었으며, 여기에 기대려는 기업들의 막대한 불법 정치자금 역시 기업투명성을 해치는 커다란 장애물이었습니다. 병역비리 뿐만 아니라 건설 및 개발과 관련한 청탁, 뇌물수수 등의 공직자의 부패와 대통령 측근들의 연이은 부패는 실질적인 민주화에 역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부패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특히 남반구에 분포한 수많은 개발도상국가들과 저발전국가들, 동남아시아의 국가들 역시 권력층의 부패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부패의 문제를 이처럼 개별국가들의 권력층의 문제로, 공직자 개인의 문제로, 부당한 방법을 동원한 기업의 문제로만 이해하게 된다면, 최근의 동남아시아와 남반구 국가들의 경제위기 속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패의 문제를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1980년 이후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은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대하여 강도 높은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강요하였는데, 이러한 정책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패의 문제는 결코 한 국가의 권력층이나, 공직자의 문제로서만 이해되고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즉 세계화에 따른 각국의 신자유주의적 프로그램들이 부패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화 이후의 부패문제

미국의 Westinghouse electric Corp의 예를 보겠습니다. 1970년대에 이 회사는 필리핀 바탄(Bataan) 핵발전소 건설계약을 따냈습니다. 공사비용은 23억달러가 소요되었는데, 이는 한국에서 유사한 규모의 공장을 3개나 지을 수 있었던 비용입니다. 당시 필리핀 대통령 마르코스는 8억달러의 상납을 받았지만, 필리핀 납세자들은 12억달러의 외채를 갚는데 세금을 내야만 했습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몇차례 지진이 있었던 화산의 근원지역에 건설되어 단 한번도 전기생산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필리핀은 이 차관을 다 갚는 2018년까지 하루에 170,000달러를 지불해야만 합니다. 이와 같이 부패와 관련된 이슈들은 특히 개발도상국가들이나 무거운 외채를 지고 있는 국가들에게 필요한 개발과 개발을 위한 협력의 문제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부패와 관련된 이슈들은 경제적 관료집단들과 개발에 더욱 우선적으로 관련되게 되었는데, 이것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강력히 밀어붙인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의 핵심정책기조인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 이후 두드러진 경향입니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국가적 위기발생에 대하여 구조조정을 전제로 미국식 시장 경제체제(신자유주의)의 대외 확산 전략을 꾀하는 것으로, 90년대 미 행정부와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이 모여있는 워싱턴에서 정책결정자들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입니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개발도상국 등 제 3세계 국가들이 시행해야 할 구조 조정을 담고 있는데, 이 조처들은 ▲ 정부 예산 삭감, ▲ 자본 시장 자유화, ▲ 외환 시장 개방, ▲ 관세 인하, ▲ 국가 기간 산업 민영화, ▲ 외국 자본에 의한 국내 우량 기업 합병 및 매수 허용, ▲ 정부 규제 축소, ▲ 재산권 보호 여덟 가지입니다.(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내용은 야후 시사상식에서 발췌).

워싱턴 컨센서스 이후 차관제공의 조건(Conditionality)으로서 구조조정 프로그램과 부패, 공치(Governance)의 문제들은 세계은행과 국제 재정기구, 차관제공국가들의 선호정책이 되었습니다. 즉 부패의 문제가 경제위기를 겪는 국가들에 대하여 차관제공의 조건부의 내용이 되면서 전문가들의 공적인 문제로, 정부의 정책문제로 되어 남반구의 국가들과 그들의 민중들에 대항하는 권력의 남용과 지속적인 실행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부패와 경제위기, 혹은 독재권력 하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냈던 민중들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국가를 개혁할 기회는 박탈당하게 된 것입니다. 권위주의 정권들과 이에 밀착했던 기업들의 관계는 제대로 청산되지 못하고,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입맛에 맞는 변환과정을 통하여 경제위기를 맞은 많은 국가들에서는 수많은 공기업들이 초국적 자본과 기업의 손아귀에 들어갔고,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서구정부들의 지원으로 개발도상국가들에게 강요된 '개혁'에 따른 공기업들의 급격한 민영화는 전세계적으로 부패의 광범위한 성장을 초래하였습니다. 유엔개발프로그램(UN Development Programme)은 1993년 보고서를 통하여 이와 같은 민영화가 가져온 폐해를 ▲ 경쟁적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서 수입의 극대화를 추구하며, ▲ 투명하지 않고 임의적인 절차를 이용하고, ▲ 재정시장을 공공외채로 물들이며, ▲ 정치적 합의 없이 추진된다고 지적한바 있습니다. 민영화에 의한 부패는 세계은행의 관계자조차도 "민영화된 독점에 있어 부패와 여타의 문제들을 예방하기는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데, 1988년에서 1998년 동안 10,000개 이상의 국영기업들이 민영화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서구의 초국적 기업들은 부패행위를 통하여 민영화된 기업들을 인수하였고,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은 이를 뒷받침하는 프로그램들을 국가들에게 종용하였던 것입니다.

기업에게 있어 뇌물은 특히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군수산업과 공공사업의 계약을 따낼 수 있게 해주는 방편입니다. 뇌물과 부패의 제공의 측면에서 보면 빈곤과 불평등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선한 공치'(Good Governance)를 훼손하면서까지 남반구에서 초국적 기업들에 의해 부패행위가 저질러지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NGO Corner House는 서구 기업들이 한해에 뇌물로 쓰는 돈이 대략적으로 800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세계경제 매거진(The Magazine World Business)이 1996년에 밝힌 바에 의하면 독일 기업들이 준 뇌물만도 30억 이상이라고 합니다. 뇌물은 결과적으로 남반구 국가들이 국제적으로 빌려 온 돈으로 비용을 감당하는 프로젝트의 가격을 높이게 됩니다. 뇌물은 국가의 외채를 더 늘릴 뿐만 아니라, 건강과 교육, 공공서비스에 지출되어야할 비용을 삭감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파키스탄에서는 1998년 21개의 서구기업들이 이전 정권에 대하여 리베이트를 상납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무분별한 계약 남발로 2010년까지 소비가능한 것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형적인 산업구조가 되었습니다. 영국, 미국, 일본, 캐나다 정부로부터 전력회사들이 다른 투자자들에게 넘어갈지 모른다는 경고와 함께 국제통화기금은 1998년 새로운 차관을 제공하였는데, 그 조건은 이들 회사에 대한 파키스탄 정부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었습니다.

1992년 국제통화기금의 '개혁'을 받아들인 우간다에서는 142개의 공기업이 민영화되었는데, 1998년까지 두차례에 걸쳐 민영화 과정이 부패문제로 인하여 중지되었습니다. 민영화 과정에서 20%가 상당히 심각한 부패문제를 겪었는데, 이는 인수자에 의하여 공개되고 투명한 입찰과정이 부족했고, 가치이하로 평가되는 등의 횡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뇌물공여는 민주적 절차를 아주 '간단하게' 통과합니다. 노르웨이의 광산회사인 MINDEX는 필리핀에서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민도로섬의 니켈과 코발트를 채취하기를 원했습니다. 지역주민들이 광산업이 지역환경과 그들의 공동체에 미칠 악영항을 우려하였는데도 불구하고, MINDEX는 이 프로젝트의 환경평가에 대해 비판적인 정치인들에게 금시계를 주는가 하면 지방행정책임자들을 해외연수를 보내고, 새집을 지어주는 등, 지역 지도자들의 매수를 시도하였습니다.

이처럼 아시아국가들과 남반구국가들에서 비민주적 사회구조를 만드는 주요 행위자와 부패의 수혜자는 결국 초국적 기업들, 북반구의 강대국들, 국제 재정기구들인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동시에 이들 기구들과 행위자들은 국제적 반부패 캠페인의 주체이기도 합니다. 남반구 국가들의 부패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는 International Initiative on Corruption and Governance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현재의 대부분 북반구에 의해 주도되는 반부패 의제들은 북반구의 이해를 전반적으로 대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단체는 부패행위를 조장하고, 동시에 반부패 캠페인을 벌이는 상황에서 북반구 중심의 반부패캠페인은 남반구 국가들에서 벌어지는 초국적 기업들의 부패행위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의 행태를 제대로 알려내지 못한다고 비판합니다. 즉, 부패문제의 주체이자, 객체인 반부패 캠페인을 주도하는 기구들과 권력들의 자기모순으로 인하여 단지 부패를 일반화하여 개별국가들의 문제들로만 한정지으려하기 때문에 세계화로 인한 이와 같은 부패의 폭넓은 문맥과 형태, 부패영역의 행위자들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정책에 따른 공기업의 민영화 조치들은 초국적 기업들이 공기업의 인수를 위한 부패행위를 조장하는 배경을 제공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초국적 기업과 국내의 권력층간의 부패는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부패와 관련한 이슈들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같은 국제금융기구들의 손에만 맡겨지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은 차관을 무기로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강대국들과 국제금융기구들에 의해 희생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이를 공론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 국제금융기구들에 대한 감시활동과 더불어 초국적 기업에 대한 윤리강령의 제정,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하여 이 기금으로 빈곤퇴치, 교육, 건강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토빈세(Tobin Tax)도입 등은 좋은 운동의 사례일 것입니다.

투명한 기업활동과 정부정책의 시행은 무엇보다도 부패로 피해를 입은 당사국들의 국민의 입장에서 고려되어야할 사항입니다. 반부패를 위한 효과적인 행동은 개발도상국들이 초국적 기업들에 대하여 효과적인 제재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정치적 투명성을 확보하고,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과 민영화의 무비판적인 확장을 경계할 때 가능할 것입니다. 부패문제를 바라보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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