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사이클론)이 강타한 버마는 지금 6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되었습니다. 이번 피해는 2004년 인도양 쓰나미 재난에 버금갈거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피해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버마 국영 TV에 따르면, 이라와디 지방에서 2만1793명이 숨지고 4만695명이 실종됐으며 양곤 지방에서는 사망 671명, 실종 359명, 부상 670명으로 집계되었다고 합니다. 접근이 불가하여 피해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외곽지역과 섬지역의 피해까지 조사가 본격화되면 희생자수는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수십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하고 식수와 대피소조차 없어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버마는 그간 군사정부의 독재로 신음해왔기에 이번 사태가 더욱 안타까움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비폭력 민주화 시위대를 향해 군부가 벌인 끔찍했던 탄압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합니다. 그런데도 버마군부는 일부 재난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자신들의 영구 집권을 위해  헌법을 제정하는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오는 10일 강행한다고 합니다.

참여연대는 군부독재에 자연재해까지 겹친 버마의 국민들과 아픔을 나누고자 긴급하게 '태풍피해 버마국민을 돕는 모금'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모금은 작년 가을 버마 군부의 탄압에 맞서 활동했던 한국 내 버마 활동가들이 만든 '버마국민운동촉진위원회'를 통해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버마의 상황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번주 일요일까지 1차 모금기간으로 정해 모금을 집중한다고 합니다.

태풍피해로 고통받는 버마인들에게 큰 희망과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참여연대 회원 및 시민들의 따뜻한 성원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1차 모금기간 : 2008. 5.7 - 2008. 5.10
모금기관 : 버마국민운동촉진위원회 (www.pcnmb.net)
모금계좌 : 신한은행 607-02-426386 (계좌명 : 어밍슈이)

문의 :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02-723-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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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마약밀매의 세계화’를 막을‘국제시민사회 공조의 세계화’를 상상해 보다
연중기획 아시아 포럼<아시아의 초국가적 문제와 시민사회의 아시아 연대>은  산적한 초국가적 문제들의 현주소를 검토하고 아시아와 한국의 시민사회가 이에 올바르게 접근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3월부터 12월까지 10회간 진행됩니다. <편집자주>  

5월 2일 연세대에서 조성권(한성대 국제마약학과)교수와 아시아 포럼 두 번째 시간을 가졌다. 이번 강좌의 주제는 '초국가적 범죄로서의 마약밀매와 시민사회의 역할'로서 세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마약밀매 현장을 아프간과 버마의 사례를 들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연세대학생들을 비롯해 ‘마약밀매’라는 특수한 주제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의 참여가 도드라진 자리였다.

조교수는 10년 후 아시아 국가의 아이들이 마약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된다는 말로 강좌를 시작했다. 끔찍한 상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세계화의 과정이 마약조직들에 대한 통제를 불가능하게 하여 전 세계로 마약밀매가 확장되는데 일조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마약밀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통적인 농업생산국 농민들의 삶을 피폐화 시키고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절대다수가 빈곤층인 농민에게 마약재배는 생활의 필수수단이 되어 벗어날 수 없는 덫이고 마약생산국 국민들 사이의 마약중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헤로인 주사기 사용을 통해 AIDS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현 마약재배 국가의 문제점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마약밀매 및 생산을 막기 위한 각 국가의 노력은 어떠한 결실도 맺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조교수는 국제시민사회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민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의 청중의 질문에 조교수는 마약문제에 대한 사전예방교육, 사회치료재활 및 직업교육등 다각적인 지원을 해야만 피폐한 민중들의 삶에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는 초국가적 범죄로 마약문제가 어느 정도 관련되어 있는지 묻는 질문도 있었다. 조교수는 한국은 마약문제가 상대적으로 아직 심각하지 않고 사회적 인식도 낮아 시민사회가 매우 열악하게 운영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정부의 관심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초국가적 문제로서 마약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아직은 더디지만 국제시민사회의 연대활동이 절실히 필요한 분야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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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에서 1년간 아시아 NGO연구과정을 마치고 참여연대에서 한 달 동안 인턴으로 활동했다. 한국어를 잘 못해 사람들과의 교류가 다소 어려웠지만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한국인을 직접 사귀면서 한국에 대한 인상도 많이 바뀌었다. 한국인들은 수줍으면서도 친절하고 공손했다. 한국인의 수줍음은 아마도 언어장벽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 이런 점이 내게 큰 장애가 되지는 않았다. 때로는 그저 미소나 목례를 교환하는 것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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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2월, 참여연대 제14차 총회에서 제시카

성공회대에서 공부할 당시, 동네에서 여러 친구들을 사귀었다. 중국음식을 배달하던 친구, 동네 세탁소를 운영하던 친구,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던 이웃 아저씨와 아줌마도 있었다. 이들과는 쉬운 영어와 한국어, 손짓으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하루는 세탁소 아주머니와 10 여분 동안이나 더듬더듬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헤어질 때쯤 서로를 잘 이해했다는 충만한 느낌은 인상적이었다. 그와의 대화는 즐거웠다. 그는 지금쯤 내가 필리핀으로 돌아가리란 것을 떠올릴 것이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는 이유는 언어 장벽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돕는 것에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아시아 연대는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한가. 이 질문과 동시에 떠오르는 것은 ‘아시아란 무엇인가?’, 즉 아시아의 정체성이다. 아시아 연대는 아시아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공부한 아시아 활동가 중에는 아시아라는 정체성마저도 서양 제국주의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아시아의 정체성을 말할 때 먼저 우리는 각 아시아 국가들이 갖는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다양성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광범위한 개념이지만, 어떻게 하면 아시아 연대를 할 수 있는지 아시아 활동가의 한 사람으로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심으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아시아의 민주주의 과제

아시아 민주주의 모델은 여전히 개념을 만들어가는 단계에 있다. 서양의 민주주의 모델은 실패작으로 보이고, 아시아는 선거 민주주의와 굿 거버넌스에 관해서 순탄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많은 국가들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소수 엘리트 민주주의가 행해지고 있으며 일반인들은 선거공간에서나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수준이다. 시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약속하는 공약은 시종일관 깨지거나 힘을 가진 정치인들에 의해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말레이시아는 아직도 민주적인 선거시스템을 이루기 위해 투쟁하고 있으며 반면, 필리핀,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은 민주적인 선거체계로 전환되었다. 물론 그 선거개혁은 미완성이고 정치 개혁은 더욱 그렇다. 중국의 민주주의는 그들의 모델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관망하는 정도이다. 싱가폴이나 브루나이 같은 국가는 시민 사회 단체의 정치적 압박을 받지 않고 있는데 이는 시민의 자유라는 화려한 수사보다는 경제적 안정이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가져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시아 각국에서 진정한 민주적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계급제도는 철폐되어야 하고 동시에 개혁에 대한 전체론적 접근이 필요하다. 대다수의 빈민과 소외된 자들의 이익을 대표하지 못하는 자들이 계속 선출되는 이상, 현실은 매우 어두울 것이다. 높은 선거비용과 일부 특권층을 위해 작동되는 선거는 불공평한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민주적인 선거체계를 갖추지 못한 국가의 유권자는 부패한 정치가에게 투표권을 행사하기 쉽다. 불균등한 민주적 권리가 작용하는 선거의 장은 오직 엘리트와 힘을 가진 자에게만 유리할 뿐이다. 설령 일반 국민들이 투표에 의해 그들의 의사를 표명하더라도 소수의 정치적 기득권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결과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적인 정부가 정착한지 2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으며 민주적 변화의 움직임은 위협받고 있다. 민주적인 시민참여가 이어지지 못한 채 시민참여는 오히려 견제 받고 있다. 민주적인 정부 체계의 작동원리인 ‘견제와 균형’은 결여되어 있거나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태국이나 필리핀의 활동가의 경우는 권력감시자로서의 과제와 동시에 급변하는 정치적 환경 앞에서 활동가 집단의 독자적인 의사결정이나 전략수립을 유보한 채, 공동대응을 해야 하는 때도 많다. 또한 진보세력의 분열도 문제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엘리트권력에게 힘을 더해주는 셈이다.
 

인권이 왜 중요한가

사회운동단체와 NGO가 인권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인권유린과 폭력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40년대 서부식민지에 대항하는 해방운동, 60년대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전평화운동, 70년대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진행된 독재권력에 대항하는 민주화 운동이 이어져왔다. 이러한 운동의 역사가 말해주는 시대적 책무를 민주주의와 인권존중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지도자들이 이해하고 따르도록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많은 아시아 국가의 정부는 인권에 대해 서구적 개념으로 파악한다. 즉, 아시아적 가치를 존중하기 보다는 오히려 해체시켜 재정립해야 할 것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인권과 아시아의 가치관 논쟁에 대한 내 의견은 이렇다. 

인권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아시아의 가치와 문화에서 인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정부가 정치적 신념이나 민족, 성적선호, 자유로운 표현과 연대활동을 이유로 국민을 죽이고 있다면 인권은 실종된 것이다. 아시아는 아시아가 갖는 핵심적인 가치에서 인권을 물려받았다. 다만 문제는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있는 몇몇 소수에 의해 인권의 가치가 잘못 해석되는데 있다. 인간 존중의 가치를 왜곡하는 것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잡으려는 욕망 때문이며, 인권침해를 정당화하는 변명으로서의 서부의 개념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사회운동가들은 인권신장과 보호를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가의 민주주의 상황은 인권옹호활동을 지체시키고 복잡하게 만든다. 많은 국가에서 인권침해를 교묘하게 벌이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론 무장저항단체가 인권 학대를 범하는데도  비난없이 그냥 넘어가고 있다. 이는 인권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받는 중요한 도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정부가 이미 서명하고 비준한 인권 협정과 조약에 책임을 지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시민들은 더 많이 알고, 주장하고, 자신의 인권을 최대한 향유해야 하며, 이를 위한 우리의 노력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몫이다. 이것은 여전히 정부의 책임이고 시민사회단체와 NGO도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힘을 보태야 한다.  즉, 정부 시스템과 정치영역이 올바로 기능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하는 것이다. 시스템들이 제대로 기능할 때, 비 정부 기구와 사회 단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우리의 노력은 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데 있어 더 많은 결실을 맺을 것이다.  

아시아 활동가로서 우리는 각자의 나라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동시에 버마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의 민주주의 투쟁에 연대하고 지지해야 한다. 단순한 연대성명이 아닌 의미 있고 전략적인 정치적 지지로 격려했던 지난 경험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직접 대면을 통해서만 회의하고 교류하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 우리는 웹사이트와 전자우편으로 국경을 넘어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각종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연대활동의 전부는 아니다. 연대란 구체적인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질 때 가능하고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시아에서의 진정한 연대를 바란다면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보다 많은 독창성과 지속성과 인내심으로 함께 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 제시카 우마노스 소토 (참여연대 인턴, 성공회대 아시아NGO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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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초국가적 문제와 시민사회의 아시아 연대

'연중기획 아시아포럼'은 산적한 초국가적 문제들의 현주소를 검토하고 아시아와 한국의 시민사회가 이에 올바르게 접근하는 방법을 모색하려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첫 번째 강좌 : 인간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본 아시아연대 
    발제: 라미경/ 순천향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교수
    일시: 2008년 3월 28일(금) 오후 3시~5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 두 번째 강좌 :  마약밀매를 통해 본 아시아 민중의 삶
    발제: 조성권/ 한성대학교 국제마약학과 교수
    일시: 2008년 5월 2일(금) 오후 3시~5시, 연세대학교

  • 세 번째 강좌 :  동남아의 인신매매
    발제: 조윤미/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
    일시: 2008년 5월 30일(금) 오후 3시~5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 네 번째 강좌 : 아시아의 빈곤 문제
    발제: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일시: 2008년 6월 27일(금) 오후 7시~9시,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홀 

  • 다섯 번째 강좌 :  아시아의 초국가적 환경 문제
    발제: 조영희/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 연구원
    일시: 2008년 7월 25일(금) 오후 3시~5시, 연세대

  • 여섯 번째 강좌 : 21세기 새롭게 떠오르는 광역질병문제
    발제: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일시: 2008년 9월 5일(금) 오후 3시~5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 일곱 번째 강좌 : 아시아 국가의 강압적 테러 대응책과 시민사회의 역할
    발제: 이동윤 신라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일시: 2008년 9월26일(금) 오후 7시~9시,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홀

  •  여덟 번째 강좌 : 이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시아 사람들
    발제: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일시: 2008년 10월 24일(금) 오후 7시~9시,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홀

  • 아홉 번째 강좌 : 인터넷과 아시아연대
    발제: 윤민재/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객원 연구원
    일시: 2008년 11월 21일(금) 오후 3시~5시, 연세대

  • 종합좌담 : 초국가적 문제와 아시아연대
    일시: 2008년 12월19일(금) 오후 3시~5시,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홀


문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02-723-5051, silverway@pspd.org
주최: 경향신문,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BK21사업단,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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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양 아시아지역 <국제인권교육>을 다녀와서


포 카레카레 아-나- 나와 이로 로토 루-아--

위-티아 투코헤 히 네- 마- 리노 아나 에---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 잔해져 오 면---

오늘 그대 오시려 나- 저- 바다 건너 서---

어릴 때 흥얼거리며 배웠던 이 노래가 저 멀리 남반구 섬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2007년 11월 경 필자는 3주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인권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국제 인권 외교 교육 프로그램(약칭 DTP)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다. DTP 교육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인권교육이며 인권 활동가들에게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각 국가의 인권 현황을 알리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활동을 훈련시키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이번 교육은 주최국이 뉴질랜드인만큼 뉴질랜드의 특수 상황인 원주민 인권에 대해 탐방할 기회가 잦았다. 이 노래 역시 뉴질랜드 웨링톤에 위치한 마오리족 공동체에 방문했을때 마오리어로 직접 배우면서 알게 되었다.


DTP에 참가한 30명의 활동가들은 몽골, 한국을 비롯해서 동티모르, 버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스리랑카, 네팔,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피지, 파푸아 뉴 기니 등 다양한 인종과 종교적 문화유산을 가진 아시아 태평양 나라들에서 왔다. 이렇게 다양한 국가 사람들을 만나본 적도 처음이지만 각 국가에서 많게는 20년씩 인권운동을 해온 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그 나라를 가보지 않았어도 그 나라에 대해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기회였다.


국제 인권법에서부터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가간 인권문제을 토론하면서 각 아시아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독재, 사회적 시스템의 부재와 경제적 빈곤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원주민, 소수민족 문제였다. 참가자들은 민주주의, 인권 교육, 여성의 평등권, 빈곤 타파, 노동권 보호와 원주민, 게이, 트랜스젠더 등 소수자 인권보호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었다. 활동가 대부분은 그 자신들이 소수민족으로서 그들의 삶에 있어 ‘인권’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였고 하루하루 그들의 삶을 위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정부군에 가족을 잃은 활동가도 있었고 직접 구금되고 고문을 당한 활동가도 있었다. 모두들 밝은 표정의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삶의 터전은 불안하고 차별로 상처받고 있었다.


인권활동가들의 활동들을 접하면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민주화로 가기에는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인구의 1/3을 인도네시아 정부의 학살로 잃은 동티모르에서는 아직도 사회가 불안하여 사회정의를 구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고, 정부군에 쫓겨 밀림 지역으로 몸을 피해 살아야 하는 버마의 소수민족의 비참한 생활에 대한 이야기와 버마 민주화 항쟁에 대한 최근 소식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다. 웨스트 파푸아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억압에 힘겹게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있고 필리핀은 정부의 독재와 부패로 인해 빈곤의 고리는 끊기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인구의 1/5이 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인도네시아의 열악한 노동 상황에 대한 보고를 들으며 아시아의 군부독재와 인권 유린은 상상 이상으로 역사적으로 뿌리 깊고 처참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그 와중에서도 극도의 빈곤으로 거리로 내몰린 인도의 아이들을 위한 인권 활동이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공동체를 구성하고 소수민족에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베트남 엔지오의 활동, 뉴질랜드와 같이 개발원조(ODA)를 지원하는 국가들의 활동을 보면서 아시아의 상처를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에 절망보다 희망의 가능성을 더 찾아보게 되었다.


소수민족으로 척박한 삶을 살아갈 사람들에게 국가의 폭력과 이로부터 보호해줄 아무런 보호막도 없다는 것을 생각할 때 국제사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직도 국익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국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아시아의 인권 보호를 위해 무엇을 우선적으로 할 수 있을지 난제에 빠지기도 했다. 아시아 인권단체들은 민주화와 인권문제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대활동을 통해, 인권을 바탕으로 하는 국제사회 패러다임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활동가들과 지내는 시간 동안 필자는 우리 사회 안에 존재하는 아시아인들 즉, 이주노동자들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우리사회에서 불법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정책 부재와 사회적 무관심으로 심각한 차별과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를 생각할 때, 경제성장과 민주화로 한국의 발전을 긍정적인 모델로 보고 있는 아시아 활동가들에게 부끄러운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루빨리 아시아인들을 우리 공동체 속에 한 구성원으로 품을 수 있는 사회적 배려와 지원이 이루어 져야 한다. 그것이 소위 선진국 반열에 올라있는 한국정부의 기본 역할일 것이다.


아시아가 희망을 만들어 가듯이 한국도 아시아에 희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유엔의 주요 국제 인권 조약을 거의 채택한 대한민국. 2008년 우리 안의 아시아에서부터 우리와 이웃한 아시아까지 아시아적 인권 좌표를 넓혀가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차은하(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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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은 일국적 차원이 아니라 지구적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민참여 역시 빠른 속도로 지구적 차원에서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특히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본격화되고, 911 전후로 군사화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과 반전평화운동이 대표적인 국제연대운동으로 성장하였습니다. 한국 시민사회도 이에 발맞추어 국내 사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의제를 국제화하고 있으며, 노동, 환경(지속가능한 개발), 인권, 평화 등 각 분야별로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도 그동안 참여연대 활동과 긴밀한 연관이 있는 거버넌스(반부패-정치개혁), 빈곤과 세계화의 부작용, 반전 평화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대 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2000년 이후 국제연대위원회는 아시아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연대 활동과 빈곤과 개발(Development)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1.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감시 (1995년 ~ 1996년, 당시 한국해외진출기업문제특별위원회)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을 현지조사하며 한국 해외진출기업의 문제를 쟁점화함. 총 12회에 걸쳐 「지구촌 인권통신」 발간

2. 인권교육 '지구촌 좋은 이웃되기' (1997년 ~ 1999년, 당시 국제인권센터) 다국적 기업 감시운동 차원의 해외진출기업감시 운동 계속. 반인권 다국적 기업 제품 불매운동. 아시아 인권여행(버마, 중국), 그 외 인권교육, 출판 홍보 활동

3. 아시아 선거 감시 (1999년 ~ 2008년, 현 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선거 전문 감시단체인 ANFREL(Asian Network for Free Election)에 가입하여 인도네시아(1999), 스리랑카(2001), 방글라데시(2001), 네팔(2002), 캄보디아(2002),네팔(2008)의 선거 감시 활동에 참여. 그 외 아시아 정치 감시 단체 초청, 선거와 민주주의 국제회의 개최(2002)

4. 영문계간지 ASQ 발간 (2000년 ~ 2003년) 성공회대 아시아엔지오정보센터와 공동으로 영문 계간지「Asia Solidarity Quarterly」를 3년 간 총 12호 발간. 참여연대 활동 뿐 아니라 한국 시민사회 주요 활동 소개. 국내 대사관과 해외 대학 아시아학과 도서관 등에 발송

5. 국제 반부패 민주주의 운동 (2001년 ~ 2002년)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한 국제회의, 아시아 반부패와 거버넌스 국제회의, 국제반부패 워크샵 참가 등

6. 국제 반전평화운동 (2002년 ~ 2003년) 911이후 급증하는 반전평화 국제네트워크에 참여. 2002년 아시아평화연대(Asian Peace Alliance) 에 가입. 2003년 자카르타 평화협의 참가 등. 이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서 국제 평화운동 연대 활동 전담

7. 빈곤과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심 (2000년 ~ 2003년) 한국에서 열린 아셈민간포럼 조직위 활동(2000), 인도네시아 빈민실태 조사단 참가(2000), 베트남WB 주최 빈곤 국제회의 참가 (2000), 경제사회 국제네트워크 참가(2003)

8. 아시아의 인권과 민주주의 지원, 연대 (2004년 ~ 현재) 버마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생각하는 공간 [버마와 우리] 웹사이트 운영, [e-버마와 우리] 뉴스레터 발행, 지구촌ODA정책감시 뉴스레터 [나눔을 국경너머로] 발행, 버마, 태국, 스리랑카등 아시아 국제 단체들과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연대 성명 발표 및 공동행동  

9. 한국대외원조(ODA)정책 모니터링 (2004년 ~ 현재,ODA정책위원회) 한국의 원조정책이 빈곤국가 주민들의 인권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 제안 및 감시활동. 정책보고서 ODA목적과 원조체계(2008),유상원조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과제(2009) 발간, ODA리서치펠로우쉽 운영. 국제워크숍 개최 및 국제개발협력 기본법 의견서 제출

10. 출판 및 해외연수 지원(2002년 ~ 현재)
 주간 이메일 뉴스레터「지구촌 시민사회와 이슈」총 58회 발간(2002년 ~ 2003년),「세계분쟁과 평화운동」출판(2004, 아르케출판사), 「우리안의아시아,우리가 꿈꾸는 아시아」(2008,해피스토리),「양지를찾는사람들」(2008.도서출판아시아)참여연대 활동가 해외 연수, 해외 인턴 유치

11. 시민강좌 및 포럼(2008 ~ 현재) 아시아의 인권, 민주주의, 빈곤, 테러, 기후변화, 공정여행 등 의 주제로 아시아를 현장 연구한 연구자, 활동가들의 시각과 관련 내용을 성찰적으로 배우는 강좌 진행. 「아시아의 초국가적 문제와 아시아 시민사회의 연대」(2008) 「국경, 아시아,시민사회」(2009), 「우리안의 아시아,우리가 꿈꾸는 아시아」(2010)  

12. 유엔인권이사회 등 유엔활동(2004 ~ 현재) 참여연대는 경제사회이사회 협의 자격을 2004년에 취득하여 유엔인권이사회에 서면, 구두 성명서 제출. 유엔특별절차를 통해 한국의 인권 상황을 보고하고 특별보고관을 초청한 학술 심포지엄「동아시아지역의 실태와 과제: 사이버상 의사표현의 자유」 (2009) 개최

2010년 국제연대위원회
첫째, 포럼아시아(FORUM-ASIA)와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아시아 연대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둘째, 한국의 대외원조정책의 효과를 증진하기 위한 연대 활동과 국제개발협력기본법제정 관련 모니터링 활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셋째, 국제금융위기와 개발의제를 다루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 대한 시민사회 대응 활동을 펼칩니다.  

위원장 : 이성훈(상임이사, 한국인권재단)
 차은하,손연우
 02-723-5051
http://blog.peoplepower21.org/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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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진보, 국가주의·민족주의를 넘어라


민주화의 '제3의 물결'이 스쳐간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로의 이행과 '공고화'를 둘러싼 갈등이 전개되고 있다. 태국에서는 군부쿠데타로 민주화의 과정이 '역전(逆轉)'되었던 반면에 2007년 12월 총선에서는 다시 쿠데타로 쫓겨난 탁신당이 '국민의 힘당'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단 다수당으로 재부상하였다. 한국에서는 '신보수정권' 시대의 개막이라는 형태로 민주화에서 또다른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아시아 민주화의 최대의 문제는, 많은 아시아 나라들에서 민주주의 이행을 통하여 정치적 경쟁구조로서의 선거민주주의가 등장했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권력분점이나 경제적・사회적 독점의 해체나 완화로 이어지지 못함으로써 민주주의가 새로운 독점적 질서의 변형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많은 경우 독재 하에서 사회경제적 하위주체들은 새로운 '민주주의적인 정치적 형식' 하에서 새롭게 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주변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 하나의 현상으로, 많은 아시아 나라들에서는 인종적・사회적 균열선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때로 더 큰 정치적 폭력에 의해서 다양한 사회경제적 하위주체들과 소수자들이 배제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경험하고 있듯이 민주화가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결합되면서 소득분배의 악화, 양극화의 심화, 계급적 불평등의 심화 등을 동반하는 민주주의의 왜곡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위기와 위협을 의미하고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의 민주화' 혹은 필자의 표현으로는 '민주주의의 사회화(socialization of democracy)'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는 민주주의를 사회와 일체화시키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 즉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형식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구성원들의 요구(demands)와 권리(rights)를 더욱 폭넓게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민주주의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형식 속에서 존재하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권력의 독점을 사회적경제적 하위주체들에게 평등한 방향으로 탈독점화하고 평등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의 아시아'에 대응하는 '민중적 아시아'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

이러한 민주주의의 사회화는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재 민주주의 발전의 병목지점을 돌파하고 진보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필자는 이러한 과제가 한국민주주의 자체를 분석하고 변화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관점을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지평에 확대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사회화를 위한 실천이 일국적 차원 뿐만 아니라 아시아적 차원에서도 시도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사회적 아시아(Social Asia)'의 논의를 제기하고 있다.

사회적 아시아는 개별 아시아 사회 내에 존재하는 시민사회 및 아래로부터의 민중적 힘에 기초하여 아시아 민중들의 사회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하여 아래로부터의 연대에 기초하여 구성되는 새로운 초국경적 아시아의 성격과 지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시장 자율보다는 시장에 대한 공적・정치적 규율, 국가안보가 아니라 인간안보, 경제정책에 의한 사회정책의 희생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에 의한 경제정책의 조정, 생태적 지속가능성 등 시민사회적 가치와 지향을 실현하기 위한 초국경적 차원의 사회적 규율질서를 형성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개별 사회에서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이나 민중들의 요구를 시장논리에 의해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시아적 질서를 그러한 요구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재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기존에 개발독재에 싸우면서 나타난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의 정신이 일국적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아시아를 형성하기 위한 '정신적 에토스'로 표현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자본이 주도하는 아시아의 초국경적 통합이 진전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자본의 아시아'가 구체화되어가고 있다. ASEAN+3와 같은 형태의 신자유주의적 아시아통합도 진전되고 있다.

초국경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인 것이 분명하다. 단지 어떤 성격이 초국경화냐 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어떤 성격의 아시아'를 구성할 것인가하는 자본과 노동자계급, 자본과 시민사회, 자본과 민중의 투쟁이 전개되고 있을 뿐이다. 지구화 시대에 일국적 차원에서 전개된 민주주의투쟁은 이제 자본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아시아'가 아니라 민중이 주도하는 아시아를 형성하기 위한 초국경적 진보에너지로 확장되어야 한다.

현재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는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에서 사회적 아시아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아시아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워싱턴 컨센서스에 부응하는 일련의 신자유주의적 정책들(민영화, 작은 정부, 금리의 시장연동성 증대, 복지 축소, 생활기본재의 상품화 등)이 민중복지의 확대가 아니라 축소, 그리고 민중들의 삶의 더 많은 부분이 공적 서비스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장기제에 의해서 충족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아시아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조건들이 공공재로서 확보되고 최소한의 노동권리가 사회적 권리로 확보되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해진다.

이러한 사회적 아시아를 위한 노력을 예를 통해서 드러내보자. 한국의 노동운동은 세계적으로 역동적인 노동운동의 나라이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운동은 주로 일국적 이슈에 집중되어 있고 글로벌 이슈를 대면하는 경우에도 일국적 노동기준의 약화의 문제와 관련될 때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의 노동운동, 나아가 많은 아시아의 노동운동은 일국적 노동문제만이 아니라 범아시아적 차원의 노동규범과 사회규약을 위한 초국경적인 실천 속에서 만나야 한다.

나아가 아시아 차원에서 사회적 최저선(minimum)을 형성・실체화하려는 노력을 행할 수 있다. 아시아 차원에서의 최소한 사회적 규약(social charter)를 실현하려는 노력도 행할 수 있다. 또한 투기적 금융자본의 60% 이상이 동아시아 몰려있는 상황에서, 아시아 시민사회가 이러한 투기자본에 대한 국제적 규제장치를 만들려는 노력을 공동으로 행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노력들은 '실체없는' 초국경적 권력을 향해서가 아니라 결국 국민국가에 대항하여 초국경적 규범과 규칙을 강제하는 노력으로 나타나겠지만, 국민국가적 이슈 그 자체에 집중하는 운동과는 구별될 수 있다.


아시아 민주주의의 최소규범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한국의 과제

이러한 아시아적 차원에서의 '민주주의의 사회화'는 민주주의를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실현하고자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아시아 민주주의의 최소규범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 위에서, 그리고 그것과 병행하면서 추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아시아 민주주의의 최소규범의 형성노력은 아시아적 차원의 인권레짐, 더 낮은 수준에서는 인권헌장 등과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적 차원의 민주주의와 인권 규범을 구속력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내부적 인권발전을 넘어서서, 아시아적인 인권규범을 만들려는 노력을 국가적・시민사회적 차원에서 진행하고 이를 구속력있는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도 진행할 수 있다.

예컨대 2002년 7월 1일자로 발효된 로마규정을 기초로 설립된 ICC(국제형사재판소)의 경우, 그것이 관할권을 갖는 '반인도주의적 범죄(anti-humanitarian crimes)'는 국민국가의 사법적 관할권을 일정하게 제약하고 그것을 초국경적인 사법적 정의기구에 종속시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대단히 불완전하고 미국 등 강대국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지만, 이는 초국경적인 민주주의라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아시아에서도 반인도주의적 범죄에 해당하는 '정치학살'같은 경우 아시아 공동의 민주주의적 의제로 만들 수도 있다. 현재로 민주화 이행 이후에도 필리핀에서는 수백명의 정치학살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학살은 심지어 사회운동가들에게까지 행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아시아의 정치학살에 대응하는 아시아 의원단 네트워크 같은 경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며,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산재하는 인권 및 민주주의 관련단체들이 최소한 이러한 정치학살, 그것이 어렵다고 한다면 운동가들에 대한 정치학살(인도네시아의 무니르 사건 처럼)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초국경적인 공동기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아시아의 인권규약을 만들려는 노력이 여러 군데서 이루어져 왔다. 1998년 광주에서는 아시아 인권워크숍이 열려서 아시아의 인권단체들이 아시아 인권헌장을 합의하기도 했다. 아시아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노력이 진전되어져 왔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을 어떻게 아시아의 국가적 차원의 구속력있는 합의사항으로 만들어갈 것인가하는 점이다. 이것은 사실 시민사회 캠페인이 강력하게 전개됨으로써 비로서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사회적 인권헌장이 개별 국민국가의 국회를 통과하려는 범아시아적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시아 민주주의의 최소규범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행위자들이 국가 행위자들에 대해서 효과적인 압력을 조직하는 중장기적인 노력을 공동의 의제로 할 때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국가에 대한 시민사회의 압력과 영향력의 정도가 강한 나라에서부터 선도적인 모범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의 많은 민주화 이행국가들은 불안정한 이행과정을 겪고 있다. 민주정부들은 구세력들의 저항에 포위되기도 한다. 남유럽의 경우 신생민주주의국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초국가적인 지역(region)의 수준에서의 인권레짐에 대해서 적극적이었으며 그것은 역으로 신생(新生)민주주의를 안정화시키는 효과를 낳았던 전례도 있다. 어떤 의미에서 초국경적인 혹은 범아시아적 차원에서의 인권레짐 혹은 민주주의 레짐의 형성노력은 개별국가에서의 민주주의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한국의 역할을 고민해보게 되면, 위와 같이 아시아 차원의 인권레짐과 아시아 민주주의의 최소규범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야 할 것이며, 동시에 개별 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발전을 위한 연대적 지원노력을 적극화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민주주의가 선진화되어 있는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은 국내적 이슈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어, 이러한 아시아적 차원의 새로운 노력을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아시아 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노력들이 선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한 최근 한국단체들, 태국의 쿠데타를 비판하기 위한 시위 등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러한 노력은 미약하다.

만일 한국의 시민사회가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발전에 대해서 적극적인 연대의지를 갖게 되면, 아시아의 많은 후발 민주화의 국가들의 반민주주의적・반인권적 주제들을 우리의 문제들로 수용하면서 협력하고 지원하는 초국경적 연대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다층적인 차원에서 아시아의 많은 신생민주국가들에 대하여 민주주의와 인권발전을 위한 기술적・경제적・정치적 지원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민주주의 지원에는 민주주의를 회복하도록 하기 위한 지원, 민주주의의 운영을 위한 기술적 지원에서부터 최근에는 '민주적 가버넌스(democratic governance)' 지원이나 인권 지원(Human Rights Aid),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지원,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지원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차원을 포함할 수 있다. 각 영역에서 핵심적으로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진전시키기 위해서 아시아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인권활동가들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인적 지원도 포함될 것이다. 다양한 수준에서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이 가능한 아래로부터의 민중적 힘이 강화되기 위한 다양한 협력과 연대노력들이 가능할 것이다.


탈민족주의・탈국가주의적인 인식을 위하여

이러한 초국경적인 아시아적 실천과 연대적 지원이 대중적 기반을 가지려면, 또한 실효성을 가지려면, 탈국가주의적・탈민족주의적 인식이 활동가 수준에서 나아가 일반 대중 수준에서 확산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지구화와 아시아 민주화라고 하는 새로운 상황은 우리가 일국적 차원에서 가지고 있던 저항성을 어떻게 탈국가주의적 저항성으로 변화시킬 것인가하는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탈국가주의의 과제는 아시아의 모든 나라 및 개별 사회의 민주진보세력에게도 적용된다.

아시아의 시민사회 세력 내부에도 사실 여전히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적 사고가 내재해있다. 동북아시아의 경우만 보더라도, 일본, 한국, 중국의 시민사회가 국가주의와 편협한 민족주의 를 어떻게 성찰할 것이며 동아시아의 민중연대와 시민사회 연대가 넘어설 것인가하는 것이 심각하게 고민되어야 한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과거와 현재도 아시아의 지역에서 패권국가 혹은 준(準)패권국가로부상해가고 있는 점, 한국도 이제 경제적 패권국가로 전환되어가고 있다는 점 때문에도, 특별히 이러한 탈국가주의적・탈민족주의적 인식의 지평은 대단히 중요하다.

아시아에는 다양한 성격의 아시아주의가 존재한다. 중국의 중화(中華)주의와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의 상기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패권적' 아시아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아시아''사회적 아시아'를 지향하는 새로운 아시아주의가 필요할 수 있다. 한국 및 아시아의 민주진보세력이 지향해야 하는 아시아주의가 있다면, 그것은 아시아를 민주적 공동체와 사회적 공동체로 사고하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에 새로운 아시아의 경제적 착취자가 되어가는 상황에 놓여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과거의 피억압자가 새로운 경제적 억압자로 전화되어 갈 수 있고 실제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지구화의 흐름은 한국의 시민사회와 민중진영에 대해서 과거의 피억압자가 어떻게 억압자로의 경로를 피할 수 있는 것하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과거의 피억압민족이 준(準)제국주의적 민족으로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세계무역 12대 대국'이 되고 한국의 '다국적' 대자본이 글로벌 경영이 전면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과거 피억압민족의 경험을 성찰적으로 파악하고한국이 과거의 제국주의적 민족의 경로와 다른 경로를 밟을 수 있도록 한국의 진보주의가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한국시민사회와 민중진영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에서 편협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넘어서려는 운동은 한편에서는 '자폐적 민족주의'를 담지하는 우파에 대한 투쟁임과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진보운동 그 자체의 혁신운동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국의 민주진보운동이 국가주의적・ 민족주의적 운동이 아니라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성찰적 운동으로 전개하는 것은 우파의 국가주의와 편협한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국가주의와 편협한 민족주의를 넘는 운동으로 재구성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진보가 민족주의적・국가주의적 진보에서 세계주의적 진보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새롭게 강화해야 한다.


조희연(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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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부패정치, 한국 민주주의의 선택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국 민주주의의 앞날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집권-반대세력간의 권력교체가 한국 민주주의를 한층 진보시킬 것이라고 진단한다. 현재의 추세에 따른 새로운 집권세력의 등장이 한국 민주주의를 오히려 후퇴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집권의 위기, 경제보다 부패와 연관

물론 집권-반대세력간의 권력교환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 중의 하나이다. 어느 저명한 정치학자는 이를 '시계추 효과'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서구 선진국의 예를 볼 때 이 '시계추 효과'의 관건은 집권세력의 경제실정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이다. 다시 말해 시계추 효과는 '집권연속의 위기'와 불가분의 관련을 갖는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국면에 있는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집권 연속의 위기가 경제정책의 실패보다는 부패와 연관되어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설혹 경제의 실패와 연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부패구조와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새로운 집권세력 역시 부패문제로 급격하게 정당성을 상실하면서 시민사회의 도전에 직면한다.

대안 조직에 실패한 진보, 공권력으로 집권 지키려는 부패한 보수

예컨대 피플 파워에 성공하여 우리 보다 앞서 민주화의 문턱을 넘어섰던, 그래서 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국가들을 향해 민주주의의 전도사 역할을 했던 필리핀의 민주주의는 1986년 이후 지속적인 우경화 속에서 지금은 진보적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을 겨냥한 살해가 빈번이 일어나고 있는 최악의 상황하에 놓여있다. 이런 우경화의 중심에는 오랜 기간 동안 사회 저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기득권세력들의 부패구조가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경화와 지속적인 부패정치를 청산해내지 못한 진보세력의 분열과 연대의 실패이다. 1986년 피플파워로 등장한 아키노가 사실상 무늬만 '진보'이지 기득권세력의 한 분파임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진보세력내의 불신은 민주주의의 보수화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의 조직화에 실패했다. 그 결과가 구 기득권세력과 거리가 먼 의적 역을 맡아 대중적 인기를 모았던 영화배우 출신 에스트라다의 부상이었다.

그러나 집권 초기 서민의 대변자로까지 칭송되었던 에스트라다는 구 기득권세력에 못지 않은 부패혐의로 도중하차하고 말았다. 대통령직을 이용해 불법 도박활동으로 돈을 끌어모았다는 혐의를 받았던 것이다. 결국 에스트라다는 기득권세력과 시민사회가 연대한 거리투쟁, 이름하여 두 번째 피플파워로 무너졌다. 하지만 곧바로 빈곤층은 에스트라다의 복권을 꾀하는 거리투쟁으로 맞섰다. 이들에게 에스트라다는 여전히 반 기득권세력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세 번째 피플파워는 실패로 끝났다. 반면 구 기득권세력은 이러한 시민사회의 분열 앞에 보다 확고히 단합하였다.

에스트라다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오른 아로요는 구 기득권세력의 지지를 받으며 '강한 공화국'이라는 정치적 수사를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조직해냈다. 이때 강한 공화국 비젼의 핵심은 강한 경제였다. 물론 그녀의 정치적 지지도는 에스트라다에게 개혁을 기대했던 계층의 '반란'의 덕도 있었다. 그러나 아로요 역시 2004년 대통령 선거 때 부정선거 연루 의혹과 불법 도박관련 스캔들에 휘말렸다. 필리핀 시민사회는 또다른 탄핵을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아로요는 이에 공권력으로 맞서고 있다.

'경제 아는 수상'의 부패행각 문제삼지 않은 태국

필리핀과 함께 아시아 민주주의의 선두그룹에 속했던 태국도 필리핀 못지 않게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침체일로의 태국경제의 회생을 책임지겠다던 '탁시노믹스', 그 주역인 탁신이 법망의 허점을 이용하여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고 19억 달러에 이르는 주식을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에 매각한 것이 드러나면서부터 방콕 시민의 '반란'은 탁신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태국사랑당을 창당한 태국 최고의 통신재벌 탁신은 애국주의와 포퓰리즘을 수단으로 하여 당을 출범시킨 지 3년도 채 안되어 집권에 성공하였다. 출범 당시 태국의 재계는 "이제 우리도 경제전쟁 시대에 경제를 아는 수상이 필요하다"라고 하면서 탁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국민들은 탁신의 엄청난 재력을 그의 걸출한 능력으로 받아들였다. 연줄을 동원해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으며 부를 일군 그의 부정 축재의 전력은 더 이상 문제가 안되었다. 대중들에게 탁신은 똑똑하면서도 따뜻한 재계 엘리트 출신의 정치지도자일 뿐이었다. 그러기에 집권초기 문제가 되었던 부패행각도 흐지부지되었다.

침체에 빠진 태국을 일거에 회복시키겠다는 그의 경제정책, 이른바 '탁시노믹스'는 아시아 지역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실제 탁시노믹스는 태국경제의 회생을 일구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명실상부한 '백마탄 기사'였다. 2005년 총선에서 탁신의 태국사랑당은 2001년 선거 때보다 더 많은 표를 얻어냈다.

노골적인 독선과 오만…민주주의의 파국

그러나 이때부터 탁신의 독선과 오만은 더욱 노골화되었다. 헌법재판소, 부패방지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등 1997년 신헌법의 산물인 독립기구에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론을 주식 매입과 광고를 통해 길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로는 언론사 인사에 직접 관여하였다. 남부 무슬림에 대한 홀대에서 비롯된 남부지역 폭력사태에 대해서도 사실상 강경 일변도로 나간 결과 군과 경찰의 무고한 민간인 학살을 허용했다.

이제 더 이상 탁신은 똑똑하고 따스한 지도자가 아니었다. 마침내 탁신은 자신의 지지세력이었던 재계 일부로부터도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 한때 동지였던 언론재벌 손티의 '반란'이 바로 그것이었다. 여기에다가 자신의 친코포레이션의 주식을 세금 한 푼 안내고 해외에 매각한 그의 '매국적' 행각은 반탁신 시민사회 진영의 불만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포퓰리즘 정책의 최대 수혜지역인 농촌에서의 탁신 지지도는 계속되었다. 그러기에 위기 해결책으로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이 총선을 실시한 탁신에 대다수 야당과 시민사회는 보이콧으로 대응하였지만 농촌은 또다시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 이렇듯 상황이 악화일로를 치닫게 되던 시점에서 안정과 질서 회복을 기치로 내건 군부쿠테타가 발발하였다. 결국 한때 태국 국민의 자부심이던 CEO 수상의 지도력은 태국 민주주의를 파국으로 이끈 채 종언을 거두었다. 그리고 태국 시민사회 역시 친탁신=반쿠데타, 반탁신=친쿠데타로 분열하였다.

경제까지 퇴보시킨 '경제회생 포퓰리즘'…이대로 멈출 것인가

이렇듯 나름대로 아시아 민주주의 그룹에 선두에 속하고 있다고 자부하던 필리핀과 태국의 민주주의는 지도자의 부패행각으로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고, 마침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물론 이러한 '부패의 외부효과'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국면에 있거나 민주화로 나아가고 있는 아시아 모든 국가들 공통의 문제이다. 그러기에 '반부패'라는 최소한의 합의를 토대로 반부패연대의 극대화를 꾀하는 변형된 형태의 최대최소(maximin) 전략이 아시아에 요청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한국 민주주의는 권력의 투명성을 높이면서 아시아 시민사회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로 볼 때 대선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앞날을 낙관하기란 쉽지 않다. 부패사슬과 연결된 '경제회생 포퓰리즘'이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얼마 있지 않아 경제까지 심각하게 퇴보시킨 다른 아시아국가들의 예가 이러한 우려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한국 시민사회가 반부패연대의 극대화를 통해 "부패는 안된다"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때만이 미래를 낙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위기는 우리 민주주의를 한층 성숙시킬 수 있는 또다른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로서 차이를 뛰어넘는 반부패연대가 관건이다. 이는 인권옹호와 빈곤해방, 나아가 신자유주의와 투쟁하고 있는 아시아 대중들의 기대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

박은홍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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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재외동포NGO대회를 다녀와서



영화 ‘우리학교’를 본적이 있는가? 우리학교는 김명진 감독이 해방직후 재일 조선인 1세들이 일본 땅에서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만든 ‘혹가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를 학교의 교원, 학생들과 3년 5개월이라는 시간을 동고동락하며 카메라에 담아낸 영화다. <씨네21>에 따르면 3월29일부터 8월14일까지 극장 개봉을 완료한 시점까지 개봉관에서 3만8129명, 공동체 상영을 통해 3만7천 명가량, 총 7만5천 명 정도가 유료관객으로 ‘혹가이도조선학교’를 만났다고 한다. 극장 개봉 다큐멘터리로 <비상>이 세웠던 3만9492명의 관객 동원 기록을 두 배 가까이 갱신한 것으로 20∼30명이 모인 작은 공동체까지 직접 찾아 나선 지역 상영이 350회 가까이 이어진 덕분이다. ‘우리학교’의 기록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독립영화의 가능성 뿐 아니라 한국사회가 재외동포문제를 친숙한 시선으로 돌아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나에게 재외동포사회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내 생각의 폭과 크기가 재외동포사회의 어려움에 대해 고민할 수 있을 만큼 넓고 크지도 못하거니와 나와 우리사회가 ‘우리학교’에 갖는 관심에 대해 의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같이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우리가 지역적으로 역사적으로도 단절되고 소외시켜왔던 재외동포학교, 그것도 조총련계 학교에 갖는 관심은 감독과 배급자들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일본 우익세력의 무작위적 협박과 이로 인한 신변의 위협'을 강조해 ‘민족주의의 자극과 반일감정(?)에 기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 사람은 조선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그 평범한 진실을 어렵게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한국사회 일반의 관심도 가지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직 ‘우리학교’ 영화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 또 다른 ‘우리학교’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지난 달 초 일본의 오사카와 교토에서 개최된 재외동포NGO대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22개 민간단체로 구성된 대회 추진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대회에는 러시아 사할린, 중국 등지의 재외동포 활동가, 한국의 시민단체 활동가 50여명 등 1백여 명이 참여했다. 작년 3회 대회까지는 한국에서 열리다가 올해는 <역사의 현장에서 재외동포의 미래를 찾다>라는 주제로, 재외동포사회의 현장을 직접 찾아 동포사회를 이해하고 거주국과 모국과의 직접적인 관계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 오사카와 교토의 재외동포사회의 현장을 방문했다. 또한, 여전히 강제 퇴거 위기에 놓여 있는 교토 우토로 지역의 재일조선인 마을을 방문,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에 조속히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사할린 등 타 지역 재외동포 사회의 문제를 함께 공유ㆍ연대하기 위한 자리였다.

대회에 참석하면서 재외동포사회의 민족교육의 현장을 남측(학교법인 금강학원)과 북측(히가시오사카조선초급학교)이 관여하고 있는 학교와 오사카의 시립소학교의 민족학급을 방문하여 재외동포의 민족교육을 통한 정체성 찾기 노력의 현장을 살펴보고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과 이야기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또, '재외동포정책에 대한 토론회'나 '사할린잔류조선인에 대한 일본의 전후보상문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재외동포사회의 가장 큰 어려움은 예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무관심’과 ‘차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코리안NGO센터>의 고정자 이사는 '재일동포사회의 현황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재일동포사회의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일본에 현재 10%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이, 그간 재일동포들이 받아왔던 차별을 똑같이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와하면서 "먼저 경험한 우리들이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또 중요한 우리의 역할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거주국의 소수자로서 그리고 차별을 먼저 겪고 그 차별이 다른 외국인에게 이뤄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와하고 역할을 고민하고 분단된 모국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재외동포사회와 활동가를 보면서 그들의 고민과 애정의 정도가 민족주의를 넘어섬을 느낄 수 있었다.

대회가 끝나갈 무렵,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우선 일제 식민지시기 교토 비행장 건설에 강제동원 되었고 현재 거주권, 생존권이 위협받는 우토로에 대해 또, 토지수용 등의 재일동포들 여러 현안들에 대해 관심 갖고 알게 된 이야기들을 주변과 나눠야겠다. 가능하다면 아직 보지 못한 ‘우리학교’를 지근거리의 사람들과 보고 내가 보고 느낀 것을 더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우리 동포가 거주국에서 이방인을 차별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사회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가까운 곳에서부터 노력해야겠다. 물론 재외동포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조국’을 조금이라도 더 깨끗하고 정상적인 사회로 바꾸는'본업'에도 충실해야겠다.
장정욱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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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남부통근철도사업 이주지역 이야기



필리핀 수도 메트로마닐라에서 남쪽으로 50㎞ (시간거리 2-3시간) 떨어진 카부야오란 지역에는 사우스빌(Southville)이라는 재이주 마을이 있다. 한국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자금을 지원 받아 필리핀 정부가 진행하는 남부통근철도 개선사업과 관련해서 이주된 7000가구가 넘게 살고 있는 곳이다.

왜 이주해온 주민들은 아직도 도시로 출근할까?

매일 아침 새벽, 특히 월요일 새벽 1시경에는 이 마을에 '지프니'(짚차를 개조한 대중교통 수단) 들이 즐비하게 서서 사람들을 기다린다. 한 대에 24명에서 30명을 가득 태우면 메트로 마닐라로 향하는 이 지프니는 25대 가량이지만, 가고자 하는 사람을 다 태우기에는 부족하다고 한다.

사람들은 3시간 가량 차를 타고 이 마을로 이주하기 이전에 직장이 있었던마카티로 향한다. 야심한 시간을 이용하여 이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은, 극심한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이 교통수단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매일 출퇴근하기에는 교통비 부담이 있어, 집안의 가장들은 도시에서 작은 방을 세 내어 살다가 주말에만 집에 돌아온다. 주말이면 북적북적 하던 마을이 주중이 되면 텅 비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5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이주했던 이 주민들은 왜 아직도 메트로마닐라로 힘겹게 매일 출퇴근을 하고 있을까? 철로변에서 위험천만하게 살던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넓은 동네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철도 개선 프로젝트는 메트로 마닐라에 살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위험천만 철길 옆이 오히려 좋다는 주민들

▲ 경제개발 원조를 받아 교외지역으로 이주한 필리핀 마닐라 빈민들은 위험천만한 지역이어도 오히려 도시가 좋다고 한다. ⓒ천리
카부야오에 이주한 사람들은 대부분 마카티나 마닐라 시의 철로 주변에 무허가로 살던 사람들이다. 아직도 철길 주위에 사는 사람들은 그 지역이 살기에 좋다고 한다. 낙후되기 그지 없고 위험해 보이는 철길 근처가 좋은 이유는, 그 지역에는 살아갈 수단이 있다는 것이었다.

건설노동자이거나 빨래를 해 주거나 노점상을 하더라도, 도시에는 일단 생계 수단이 있으며, 의료, 교육, 수도, 전기 등의 기초 시설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건소가 있으며 도시의 공립학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교육의 받을 수 있다. 불법이긴 하지만 주변에서 전기나 수도를 끌어 쓸 수 있으며, 정치인이나 종교인의 자선 혜택을 받기도 수월하다.

2007년 3월, 카부야오에 있는 주민조직 코사리카(KOSARIKA)는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당시 이주된 6800가구 중에 4000가구가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수도는 오전 15분과 오후 15분에만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3445명의 학생인구에 대해서 초등학교, 중등학교를 포함해 56명의 선생님만 있을 뿐이라고 한다.

더욱이 아직도 80%의 인구가 메트로 마닐라에서 직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주장은아직 이주지역이 여러 서비스면에서 완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므로, 한국정부는 필리핀정부에게 공여되는 차관지급을 유보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2007년 5월 한국의 재정경제부는 '철로변 거주민에 대한 적절한 이주대책의 마련과 이행이 이 사업에 대한 지원의 전제 조건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 국제개발기구 소속 이주전문가에 의뢰하여 이주현황과 이주단지의 생활여건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한국정부는 이주단지의 생활 기반 시설 조성 등에 대한 의사가 있으나 수원국이 거부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 공적개발사업, 시행착오 겪는 일본 전철 밟을라

한국 정부는 2003년 12월 3500만달러 가량의 차관(연 2,5% 이자, 상환기간 30년) 지원을 약속한 이후, 정책 상에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프로젝트의 직접 영향을 받는 주민들에게는 환영을 받고 있지 못하다.

상당부분,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책임은 필리핀 정부의 몫이지만, 공적개발원조의 기본 취지를 고려한다면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공적개발원조 사업은 국제적으로 2001년 UN이 상정한 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의 달성과 같이 한다. 이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빈곤 근절을 최우선목표로 삼고 있지만, 선진국들의 공적개발원조 사업은 타국에 대한 자국의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공여국의 후발주자로서 원조자금의 비율을 급속히 올리고 있지만(2006년 기준, 4400억 원, GNI의 0.05%), 무상원조에 비하여 유상원조의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높으며(2006년 기준, 32%), 차관제공시 재화와 서비스 공급주체를 공여국이 제한하는 구속성 원조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2003년 기준 80.6%) 우려를 갖게 한다.

유상원조나 구속성원조 비율이 높다는 사실과 복지부문보다는 경제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높은 비중을 둔다는 점은, 이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일본의 원조정책의 전철을 밟고 있지 않냐는 빈축을 사게 하고 있다. 원조 사업이 수원국의 외채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면, 원조 사업의 실제 수혜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경제개발이 실제 빈민들에게 어떤 영향 끼치는지 고민해야

철거 일시를 불안하게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메트로 마닐라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지역으로 이주되기를 바라며 정부와 협상해 보기도 하고 주민조직을 결성하여 대항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가 카부야오에 이어 두번째로 이주지역으로 제시한 곳은 시간거리 4~5시간이나 되는 카비테 지역이며 이미 2000가구 넘게 이주되어 있다.

경제개발을 통해 빈곤을 감소한다는 정책이, 실제로 빈민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정법모(필리핀대학 인류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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