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법안, 비효율적이고 분산된 원조체계 고착화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정책조정역할의 실효성에 의문
분산된 원조 체계를 일원화하는 통합적 원조체계 필요

한국 정부가 OECD 개발원조위원회(이하 DAC)에 2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기로 결정된 2009년 11월 25일, 국회는 비효율적이고 분산된 원조체계를 고착화시키는 ‘국제개발협력기본법안’(이하 기본법안)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상임위에서 의결하였다. ‘ODA Watch’와 ‘한국YMCA전국연맹’, ‘지구촌빈곤퇴치 시민네트워크’,‘참여연대’는 원조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되어야 할 기본법안이 현재 원조 정책의 문제점을 전혀 개선하지 못하고 있어, 이 법안의 실효성에 우려를 표하며 국회가 기본법안을 전면 재검토 할 것을 촉구한다.

OECD DAC 실사단의 방한 평가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우리나라의 대외원조는 원조체계의 분절화로 인해 원조 효과성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DAC 가입 이후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는 현재 20여 정부부처가 집행하고 있는 분산된 원조를 일관된 원조 정책하에 통할하고 유상, 무상으로 분리된 원조를 일원화하여 통합적 원조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학계, 전문가들도 현재와 같은 원조집행의 비효율성과 분산원조의 문제점을 조속히 개선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외통위에서 통과된 기본법안을 보면, 유상원조는 기획재정부가, 무상원조는 외교통상부가 주관부처가 되어 유, 무상원조를 분리 집행하는 기존의 비효율적인 원조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기본법안의 제안 이유에서 “부처별로 분산 추진되어 추진기관간 사업 중복 등 비효율을 초래하고, 유․무상 원조간의 연계가 저해되어 공적개발원조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인식을 밝히고 있으면서도 정작 과거의 관행을 그대로 고착화한 대안을 제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럽의 거의 모든 선진 공여국들이 국제개발부를 중심으로 대외원조를 통합하여 수행하고 있으며 일본도 행정개혁 조치를 통해 2008년에 신JICA(일본국제협력단)를 출범시켜 오랜 개혁과제인 유․무상 원조통합을 이루어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원조를 위해 원조개혁을 서두르고 있는데 반해 외통위에서 통과된 기본법안은 그동안 부처간 이해관계 때문에 개선되지 못한 비효율적 분산원조를 법으로 제도화하여 현상 유지할 뿐 아니라 옥상옥의 행정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외원조의 정책일관성을 제고하고 원조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원조전담기관을 통해 원조를 효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외의 세부 조항에 대한 우리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 기본법안의 제1조는 국제개발협력의 목적을 “인류의 공동번영과 세계평화의 증진에 기여”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지구촌 공동의 번영과 개발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기본정신 및 목표(제 3조)에서는 “협력대상국과의 경제협력관계를 증진”하겠다며 공적개발원조(이하 ODA)의 본래적 목적과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DAC이 정의한 ‘개도국의 빈곤타파와 지속적인 성장’이라는 원조목적과도 동떨어진 내용이다. 또한 동 법안이 기존의 유․무상 원조를 규율하던 '한국국제협력단법‘과 ’대외경제협력기금법‘을 형식적으로 조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도적인 원조를 우선시해야 할 기본법에 원조의 목적과 원조 정책의 방향을 혼동시킬 ‘경제협력’을 내용을 담은 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청한다.

- 기존의 이원화된 원조방식을 국무총리실에서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이하 협력위원회)를 두고 통합하고자 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실제로는 ODA 관계부처 수만 늘어날 뿐 실질적인 통합 조정기능은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법안에 명시된 국제개발협력위원회(제 7조)는 이원화된 집행체계를 보완하고 총괄적인 정책 수립과 업무 조율을 한다는 현 협력위원회의 기능과 구성과 거의 동일하다. 지금의 협력위원회의 운영 실태를 미루어 볼 때 협력위원회가 주요 원조정책을 제대로 심의·조정할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이 마련될지 의문이다. 협력위원회는 출범 후 몇 차례의 회의가 소집되었을 뿐 실질적인 원조사업에 대한 계획안 수립과 심의, 실적평가 등은 수행하지 못했다. 유·무상 주관기관의 상호협의가 미흡한 상황에서 협력위원회는 정책 심의· 조정 역할보다는 사후적인 사업승인 혹은 사후 사업보고를 받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따라서 부처간 이해 조정이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하여 한시적으로 협력위원회를 두더라도 협력위원회가 실질적인 심의·조정 역할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거나 별도의 원조전담기구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 기본법안은 국제개발협력을 수행해야 할 중점협력대상국가을 선정(제12조)하는데 있어서 “협력대상국을 주관기관과 협의하여 선정할 수 있다”고 협의 유무를 개방해 두었다. 협력위원회의 정책조정 기능이 약하고 기획재정부와 외교통상부의 협의과정이 원활하지 못할 때 이러한 임의의 조항은 유명무실하기 쉽고 주관기관의 자의에 따라 부적절한 국가를 선정하거나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적 고려나 부적절한 원조대상 선정 등의 폐해를 방지하고 정책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무상 주관기관이 반드시 협의 하에 원조 국가를 선정해야 한다.

- DAC 가입으로 우리나라의 원조 규모가 급속히 늘어나서 수 년 내에 3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소중한 국민의 세금을 올바로 사용하지 못하고 비효율적으로 낭비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에게 ODA의 쓰임을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를 가지며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따라서 제15조(국민 참여를 위한 홍보 등)에서 언급한 “국가는 국제개발협력의 방향과 주요 실적 및 평가 결과” 뿐만 아니라 집행내역까지 공개해야 한다. 또한 ODA에 대한 국회의 감시 기능을 제도화하여 정부가 ODA의 중장기적 계획과 기본 전략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동 법안은 절차상에도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법안은 대외원조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인 시민사회 및 기업, 전문가들과의 공개 토론회 등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 또한 유․무상 원조 정책의 총괄 심의 기능을 갖고 있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조차도 전혀 논의된 바도 없다. 따라서 사회적 공론의 장이 마련되지 않은 채 제출된 이번 법안은 이미 제출된 5개의 의원입법안을 DAC 가입 시기에 맞추어 총리실에서 부처 이해에 맞게 적당히 조정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처간 상이한 이해관계를 넘어 국격을 높이고 존경받는 선진 원조국가를 만들기 위해 미래지향적인 원조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 기본법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실질적 통합 원조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원점에서 법안을 재검토하기를 진심으로 촉구한다. 2010년 G20 회의와 2011년 제4차 원조효과성 고위급회의(HLF4)를 유치한 정부가 대외적으로 원조효과성과 정책일관성을 보여주고 한국의 개발경험을 개발도상국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원조통합법 마련을 통해 진정으로 “인류의 공동번영과 세계평화의 증진에 기여”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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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공여국에 걸맞은 ODA 제도정비와 실천 뒤따라야
 

한국은 어제(11/25) OECD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이하 DAC) 회원국이 되었다. 이는 한국사회가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선진원조공여국으로서 이행해야 할 규범을 준수할 것을 공약한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DAC은 전 세계 원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국제원조규범을 주도하고 있는 선진공여국 그룹이다. EU 및 OECD 회원국으로 구성된 DAC 회원은 비구속성 원조, 부채탕감과 원조효과성 제고 등의 노력을 통해 수원국의 자립적 개발 능력 향상에 기여하는 원조정책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DAC에 가입한 24개 회원 중 원조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지위가 전환된 유일한 국가로서 국제사회는 한국이 전통 공여국과 수원국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정부는 한국이 상대적인 성장과 발전을 누리기까지 지구촌 이웃들에게 빚진바 크다는 자각 을 바탕으로 지구촌 공동의 번영과 개발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할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준비가 얼마나 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이 시점에 우리는 ODA가 상업적 실리추구 행위도, 실패한 국가들을 대신하여 해당국 주민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자선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DAC 회원 가입을 국제사회에서의 지위상승 혹은 고급 사교클럽으로의 초대로 인식해서도 안된다.

DAC 실사단이 보고한 것과 같이, 한국의 ODA 정책 및 집행 체계가 민주성, 책임성, 효과성 어느 면에서도 매우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한국정부에 1)ODA정책에 대한 법률적 기반이 부재하고, 2)원조규모가 2008년 ODA/GNI 비율 기준 DAC회원국의 3/1수준인 0.09%로 매우 낮고, 3)유·무상으로 원조 집행체계가 이원화 되어 있고, 4)원조 시행 기구 또한 파편화 되어 있으며, 5)무상원조 비율은 낮은 반면 구속성 원조 비율이 높고, 6)원칙이 없이 원조 사업이 중복되어 실행되고 있으며, 7)원조 효과성 평가체제가 미비하다는 점 등을 지적해 왔다.

참여연대가 지적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ODA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하여 인도주의적인 원조 철학과 원칙을 확립하고 이원화된 ODA 집행체계를 효율화하기 위한 통합적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90%이상 무상원조와 비구속성원조를 하고 있는 DAC 회원국들에 비교되는 한국의 낮은 무상-비구속성 원조 비율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국익, 실리, 자원외교 같은 표현들도 정부 정책홍보에서 사라져야 한다. 제도정비와 실천 작업은 수원국의 주권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공여-수원국 양자간 파트너십을 강조한 파리선언(Paris Declaration)의 기본 원리를 충족하는 일관된 방향 아래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원조 효과성(Aid Effectiveness)을 넘어 수원국의 빈곤 감소와 지속가능한 성장, 민주주의와 인권, 사회 정의의 실현으로 대변되는 개발효과성(Development Effectiveness)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실현한 국가로서 이러한 측면이 특히 요구된다.

ODA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민들이 ODA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사회적 합의기반이 확장되기 위해 실질적 노력을 해야 한다. ODA 활동에 대한 정보와 평가결과를 투명하고 상세하게 공개하는 것은 필수전제이다. 더불어 명분이 약하고 일방적이며, 원조효과도 부정적인 군사적 개입과 인도적이고 중립적인 수원국 주민 주도의 개발원조 활동을 동일한 것처럼 포장하는 그릇되고 모호한 정책홍보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우리가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방침을 강행하기에 앞서 기존 한국정부의 아프간 개발지원 활동 전반을 투명하고 엄정하게 재평가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시 한번 한국 정부의 DAC 가입을 환영하며, 한국이 국제규범과 기준에 부합하는 개발원조 정책과 제도, 확고한 집행의지를 가지고 수원국의 개발에 진정으로 기여하는 모범적인 ODA공여국가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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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연중기획 아시아포럼_종합토론
아시아의 초국가적 문제와 아시아 시민사회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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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포럼은 2008년부터 아시아인의 생존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초국가적 문제를 한국시민사회에 소개해 왔습니다. 이웃 아시아의 문제에 한국시민사회도 자유롭지 못한 만큼 아시아의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구촌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실천의 방향을 모색해 보는 자리입니다. 종합토론 자리는 2009년 아시아 포럼을 총괄하는 자리로서 향후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민사회가 아시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 방안들을 모색하는 자리 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아시아의 초국가적 문제와 아시아 시민사회의 대응

발제 _ 이재현/ 참여연대 실행위원
토론1_ 오영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교수
토론2_ 양영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국제연대위원회 준비위원장
일시 _ 2009년 11월19일(목) 오후 4시 30분, 경희대학교 네오르네상스관 105호
문의 _ 차은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silverway@pspd.org, 02-723-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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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 초청 국제심포지엄
“사이버상 표현의 자유: 동아시아지역의 실태와 과제” 참가 후기

70년대 말, 프랑스의 학자 로베르 포리송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가스실의 존재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이로 인해 교수직을 박탈당하고 법적인 처벌까지 받게 된 그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며 여러 지식인들로부터 탄원서를 받았다. 이때, 노암 촘스키가 유죄를 내린 프랑스 법원을 비판하며 석방을 탄원했는데, 이를 두고 프랑스 언론은 촘스키를 나치주의자로 몰아붙이기 바빴다. 사실 촘스키는 홀로코스트에 대해 포리송과는 정반대의 견해를 가지고 있었지만 누구든지 말할 자유는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기 때문에 비난을 무릅쓰고 탄원을 했던 것이다.

재갈 물린 표현의 자유, 위기의 민주주의

유엔 ‘시민적·정치적 자유에 관한 국제협약’ 제20조에 따르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로베르 포리송의 발언은 폭력을 선동하는 민족적 증오를 부추겼으므로 형사처벌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촘스키는 이마저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 생각했다. 사회적으로 크게 비난 받을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을 글이나 말로 할 수 없다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도 비판할 수도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이하 특별보고관)’ 프랭크 라뤼에 의하면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표현의 자유가 사회전반에 대한 비판과 평가를 보장하여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하게끔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온전하게 보장하는 사회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한 사회라 할 수 있다.

라뤼 특별보고관은 기조연설에서 국가나 왕실, 정부기관, 공직자 등이 명예훼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국가는 국민의 것이기에 지도자와 공직자는 그저 국민에 대한 의무를 다할 뿐이다. 이들은 훼손될 명예가 없다. 이 때문에 항상 주권자의 비판에 열려있어야 한다. 특히, 형사적인 처벌을 가하는 것은 권위주의적 발상이다.” 라뤼 특별보고관은 유엔 특별보고가 아니라 학술적인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지적하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원칙과 그것의 침해사례가 신기하게도 지금 한국 상황에 들어맞는 경우가 많았다. “나라마다 상황이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여러 나라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는 이유는 권위주의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시민의 비판이고 이에 가장 먼저 타격을 가하기 때문이다.”

그의 기조연설을 들으며 당장에 생각난 사람이 박원순 변호사다. 박 변호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낯선 사람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의혹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기했다는 것이 그의 혐의이다. 라뤼 특별보고관의 말을 듣고 나니, 한국사회는 지금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미네르바, 한국에만 있는게 아냐

타이/말레이시아/싱가포르/한국, 이렇게 네 나라의 독립 언론인 또는 인권활동가가 각 나라의 상황에 대한 발제를 했다. 이 나라들의 상황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 가지 큰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인터넷상의 의사소통을 규제하는 법이 별도로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언론이 국가나 여당의 소유 또는 영향력아래 있다는 것이다. 언론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해 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부를 비판하고 정부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 이를 규제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타이에도 ‘미네르바’가 있었다. 정유공장의 엔지니어인 수위차 타콜 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왕실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되었다. 이후 법원에서 금고 10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라 한다. 말레이시아의 인터넷 독립 언론 말레이시아키니(Malaysiakini)는 특정 종교에 대한 증오를 표출하는 시위대를 찍은 동영상을 게시했다가 삭제권고를 받았다. 이에 불응하자 압수수색을 당하고 기소 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 싱가포르의 상황은 다소 충격적이다. 평소 도덕수준이 높은 부국이라 알고 있었기에 처음에는 다큐멘터리감독 마틴 씨가 알려준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는 “어떤 부자라도 싱가포르에서 가질 수 없는 두 가지가 ‘껌과 언론사’.”라는 말을 남겼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에는 비판이 실종된 상태라 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경제적으로 발달했기 때문에 시민의 권리는 어느 정도 제약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만약 한국이 경제적으로 더욱 성장하게 되면 이러한 주장에 매몰되지 않을까.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검열 방식을 싱가포르의 발제자가 3단계로 명쾌하게 정리해 주었다. 1단계는 법을 입법·개정하는 것으로 우리 국회가 도입하려는 사이버 모욕죄가 그 예다. 2단계는 정부기관을 통한 행정심의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러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바로 자기검열이다. 앞선 단계의 시행으로 사회전반의 표현기능이 위축돼서 비판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이 미네르바가 무죄임을 알면서도 긴급체포 후 기소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네이버에 미네르바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경제이야기, 구속, 본명, 박대성 등이 올라온다. 무죄로 석방됐지만 그는 이미 3개월의 옥고를 겪었고 세상에 그의 존재가 여과 없이 드러났으며, 풀려난 것보다는 구속된 것으로 더 각인돼서 누리꾼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충분했다. 지금은 누리꾼뿐만 아니라 큰 언론사에서조차 위축된 분위기가 드러나고 있다. YTN 돌발영상PD가 중징계를 받고 물러나자 새롭게 교체된 제작진은 예전의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이와 같이 표현의 자유에 관한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이 바로 자기검열이다. 영향을 미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 없고, 시민이 스스로 표현하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기검열의 분위기가 만연한 상태에서는 어떠한 각성이나 저항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라뤼 특별보고관의 말 속에서 찾아보자.

“인권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함께 싸우는 과정에서 자라났습니다. 나라마다 문화적인 기반이 다르고 시민들이 싸워온 과정이 다르기에 시민들이 원하는 바도 다릅니다. 특별보고관으로서의 활동이 이들의 요구를 잘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지만, 외부의 압력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한 나라 내부의 목소리와 연대할 때 비로소 그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회든 내부의 요구 없이 외부의 압력만으로 인권을 키워나가면 그것은 또 다른 방식으로 그 사회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항상 저항하고 있어야 비로소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석민수/고려대학교 대학생,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아시아포럼 "국경,아시아,시민사회" 종합토론 

아시아 포럼은 2008년부터 아시아인의 생존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초국가적 문제를 한국시민사회에 소개해 왔습니다. 이웃 아시아의 문제에 한국시민사회도 자유롭지 못한 만큼 아시아의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구촌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실천의 방향을 모색해 보는 자리입니다. 이번 포럼은 그동안 진행했던 <아시아포럼>을 총정리하는 시간으로 마련했습니다.

종합토론 _ 아시아 국경지대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한국시민사회의 연대
일정 _ 2009년 11월 19일(목), 오후 4시 30분
장소 _ 경희대학교 네오르네상스관 105호
문의 _ 차은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silverway@pspd.org, 02-723-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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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오늘(11/4) 난민신청불허처분이 난 버마활동가들에 대한 탄원서를 버마활동가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지난 8월 13일 8명의 '버마행동' 활동가들은 난민신청 불허처분이 되었고 이에 따른 항소 재판중에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버마헹동' 활동가들에게 하루 빨리 좋은 소식이 전해시기를 소원해 봅니다.    


 

탄 원 서

이름: 참여연대 
주소: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132번지
연락처: 02-723-5051


국제사회의 수치, 미얀마 군부 독재

1988년 민주화 운동을 피로 물들이며 집권한 현 미얀마 군부는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기 책임 하에 치른 총선거 결과마저 무시하고 정당성 없는 무단통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군부는 국가가 국가로서 저지를 수 있는 온갖 범죄들, 즉 정치적 반대자 탄압과 감시는 물론이고 소년병 강제징집, 소수종족에 대한 무임 노동 강요와 전통문화 말살, 마약거래 묵인과 조장, 개발을 명분으로 한 토착민 강제 추방 등을 백화점식으로 저지르고 있습니다. 2007년에는 연료비 폭등으로 인한 민생고 가중에 항의하는 스님들의 평화적인 시위마저 유혈로 진압하고 그 과정에서 외신 기자를 조준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러 전 세계를 경악시킨 일도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의 이 같은 추악한 통치를 단지 남의 나라 내부의 일로 볼 수는 없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는 아세안(ASEAN) 가입국들조차 미얀마를 수치스럽게 여겨 지난 2006년 미얀마가 순번제로 맡게 되어있는 아세안 의장직을 포기하도록 종용한 사실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새로운 국제연대의 장을 개척해 온 ‘버마행동’ 

미얀마를 떠나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들 가운데 군부의 정치적 억압을 피한다는 목적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군부의 실정과 약탈로 인한 경제적 궁핍을 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한국에도 그런 이유로 상당수의 미얀마인들이 이주해 와 크고 작은 다양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버마행동’은 2004년 인권과 민주주의, 국제연대라는 가치를 설정하고 시민운동을 수행해 온 자율적인 소모임입니다.

‘버마행동’이 수행해 온 그간 활동을 보면, 버마 내의 가스개발 문제와 관련된 국제연대 활동, 버마 양심수 석방을 호소하는 자전거 캠페인 등 잘 알려진 인권운동 외에도 버마 민중가요 음반을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버마는 물론 전 세계에 배포함으로써 큰 호평을 받는 등 문화 부문에서도 창의적인 활동을 벌였고, ‘버마행동’ 소속 피탄원인 중 일부는 2008년 초대형 사이클론이 미얀마 남부 이라와디(Irrawaddy) 삼각주에 큰 타격을 입힌 뒤 대한불교조계종이 국제구호활동을 전개하는 데 결정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제 인도주의 활동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정치단체가 아님에도 박해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버마행동’이 그간 전개한 다양하고 유연한 국제적 시민단체 활동들은 이 단체가 특정 정당의 해외 기관 또는 산하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바람직한 효과를 낳았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미얀마 정부가 정상적으로 구성된 민주정부라면 이러한 활동만을 이유로 박해가능성을 운운할 여지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폭압적인 통치를 반세기가 되도록 지속해 왔고, 특히 근래에는 2010년으로 예정된 총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반체제 인사들을 체포하는 ‘터 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지난 일 년 사이 정치범 수가 거의 배로 늘어난 2,100명으로 추산됩니다).

지난 8월 13일 서울행정법원은 미얀마 군부의 피탄원인들에 대한 박해가능성을 부인하는 근거의 하나로 “미얀마 본국에 있는 반정부단체나 민주국민연맹(NLD)와는 아무런 연계도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와 같은 연계가 없었기 때문에 더 유연한 활동이 가능했고, 연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박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전후 정황을 감안한 우리의 생각입니다. ‘버마행동’과 민주국민연맹(NLD) 한국지부는 인적 구성이나 지지․후원자, 후원활동가 등 여러 자원을 사실상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있고, 민주화 캠페인이나 인권 캠페인 등 정치활동 분야에서 긴밀히 연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미얀마 정부가 모른다거나 또는 안다 하더라도 묵인하리라는 가설이 성립될 여지는 극히 적습니다.

우리는 ‘버마행동’이 결성되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그 소속 피탄원인들과 한국사회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연대활동을 해왔습니다. 이주노동자로서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도 잠시 휴식의 유혹에 빠지는 법 없이 넉넉지 않은 자신들의 시간과 돈을 할애해 시민적 가치 제고에 헌신하는 이들의 모습은 이미 이들이 한국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증진시키고 국제 평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피탄원인들은 우리 국민들이 국경이라는 편협한 경계를 넘어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진지하게 돌아보도록 가르쳐 주는 교사들입니다.

이와 같은 점을 두루 판단에 감안하여 주실 것을 탄원합니다.


2009년 11월 3일
탄원인:  참여연대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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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원조 비중 높고, 경제적 이해 우선 고려 등 원조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
무상원조 확대, 원조효과 제고 위한 운영·평가체계 마련, 시민사회 참여 등 개선방향 제안

오늘(10월 26일)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위원장, 손혁상 경희대 교수)는 한국 유상원조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2009 참여연대 ODA 정책보고서: 한국 유상원조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과제>를 발표했다. 한국이 내년 OECD 산하의 선진원조공여국 그룹인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이하 DAC) 가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번 보고서는 그 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대외경제협력기금(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 이하 EDCF)의 규모와 운영, 평가체계를 짚어보고, 원조 목적과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선과제들을 제시하였다.

참여연대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DAC 회원국들이 유상원조를 거의 하지 않거나 축소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유상원조 규모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3개 DAC 회원국 중 18개 국가와 EU의 경우 유상원조가 차지하는 비율이 2% 미만이며,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일부 국가들만 그 비율이 10%를 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의 유상원조는 양자간 원조규모의 32.8%에 달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유상원조가 '수원국의 복지증진과 경제발전을 위한 원조효과성 증진‘이라는 DAC의 국제원조규범에 부합하는지도 살펴보았다. 그 결과 한국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와 같은 신흥시장이나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지원하거나, 상환능력이 취약한 최빈국에 국제원조사회가 권장하는 무상원조보다는 유상원조의 30%이상 지원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DAC 주요국가들의 경우 비구속성 원조가 압도적으로 높은 데 반해 한국의 경우 수원국 국민들의 부담을 높이는 구속성 원조 비율이 높으며, EDCF 원조 승인액에 비해 집행되는 액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밖에 보고서는 한국의 유상원조가 수원국의 요구보다는 한국의 이해에 따라 지원분야가 선 정, 지원되고 있으며, EDCF 사업 수주도 일부 대기업에 편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참여연대는 수원국의 발전보다는 한국의 경제적 이익 창출을 우선 고려하는 한국의 유상원조는 원조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무상원조 확대를 요구하는 국제원조사회 규범과도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한국수출입은행이 공개한 6건의 사업 평가서를 사례로 유상원조에 대한 평가체계의 한계를 지적하였다. 참여연대는 보고서를 통해 수출입은행이 OECD/DAC에서 제시하고 있는 항목에 따라 사업을 평가하고 있으나, 사업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부족하고 사업의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한 근거자료와 체계적인 평가방법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평가초점도 수원국의 입장보다는 자국 이해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평가 내용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문제도 사업운영 능력 향상이나 평가의 질적 향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보고서는 EDCF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됨에도 불구하고, 관련 정책결정과정에 시민사회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의 정보가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EDCF가 책임있고 민주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EDCF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와 민주적 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참여연대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풀어가는 정책대안으로 1)유상원조를 무상원조로 전환할 것 2)EDCF가 원조 본연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운영전략과 시스템을 재정비할 것 3)원조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 투명하고 체계적인 평가체계를 마련할 것 4)EDCF 운영의 책무성을 높이기 위해 시민사회의 참여를 도모하는 장치를 마련할 것 등을 제안했다.

2009 정책보고서 목차
 1. 들어가며
 2. 한국 유상원조 현황
 3. 한국 유상원조의 목적부합성과 운영상의 문제점
 4. 유상원조의 효과성 검증과 평가체계의 한계
 5. 시민사회 참여의 한계
 6. 정책제안

2009_ODA.pdf






본 보고서는 참여연대 ODA리서치 펠로우로 활동했던 김남경, 정선욱, 이경은, 최승진, 홍지영, 최나래씨의 도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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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태호 협동처장과 차래스 우완말라(Charas Wuwanmala) 교수


한국의 '낙천낙선운동'을 배우다.

2009년 10월 21일 태국 출라롱꼰 대학 차래스 우완말라(Charas Wuwanmala) 교수가 참여연대를 방문했습니다. 태국에서 정치개혁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차래스 우완말라 교수는 전날 박원순 변호사와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오늘 참여연대 사무실을 방문한 그는 이태호 협동처장을 만나 '낙천낙선운동'을 중심으로 한국의 정치개혁, 반부패운동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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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26일 미국의 미네소타에 있는 미네아폴리스 곡물선물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북미산 봄밀 가격이 하루만에 25%나 폭등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07년부터 2008년 초까지 1년간 우리나라에 수입한 밀 가격은 도착가격(해상운임포함가격) 기준으로 150%, 콩 가격은 100%나 급등하고 옥수수 가격은 50%나 상승했다. 2년 전까지 상승한 것을 포함하면 밀 가격은 200% 가까이 상승하고 옥수수, 콩 모두 150%나 급등하여 가히 “살인적”이다.

2008년 후반부터 곡물가격이 다소 진정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곡물 재고율이 20%를 밑돌고 있고, 기상이변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식량위기는 언제 또 닥쳐올지 불안한 상태에 있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은 새삼스럽게 식량안보시스템을 논하고 있다. 

수요의 이상급증이 부른 애그플레이션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애그플레이션은 공급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희소성’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이 늘어나지만 수요가 그 이상 증가해 발생하는 ‘풍요’의 문제에서 발생한 식품가격 급등현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저개발국들은 생존의 문제로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같이 국제곡물값이 오르게 된 원인은 수요측, 공급측, 거시적 측면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곡물 수요가 구조적으로 변한데 있다. 과거에는 곡물이 사람이 먹는 식용과 가축이 먹는 사료용 두 가지로 크게 나뉘어졌는데, ‘90년대 중반 이후 지구온난화, 지구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친환경 바이오연료용 곡물수요가 2000년대에 급격히 증가하여 과거에 없던 새로운 수요가 추가되었다. 곡물 공급량을 놓고 과거에는 식용과 사료용 수요의 양대 경쟁구조였는데, 이제는 연료용이 추가되어 3각 경쟁구조가 되었다는 점이다.

식용소비도 크게 늘고 있다. 인구 거대국가이면서 신흥공업국으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들의 식용 밀과 콩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이들 개도국들의 육류소비가 증가해서 사료용 소비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돼지고기를 비롯해 육류소비가 크게 늘고 인도에서 닭고기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8kg의 사료곡물이, 돼지고기 1kg 생산을 위해 3∼4kg의 사료곡물이 필요하다. 육류소비가 늘어나면 그 이상으로 사료용 곡물소비가 늘어난다. 식용과 사료용도 늘어나는 데다 연료용까지 가세하다 보니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고 재고율이 계속 떨어져 7년 전 30%대에서 심지어 15%까지 떨어지게 되었다. 이는 전 세계 인구가 연간 소비하고 남는 재고 수준이 2달도 채 안 되는 수준이 되었다는 것으로, 이 수준은 세계적인 국지전쟁이나 기상이변으로 어느 한 지역에 식량문제가 발생하면 대응할 여력이 아주 취약하다는 것이다.

생산 증가가 소비 증가를 따라오기만 하면 문제가 없지만, ‘85년 이후 생산증가율(약 0.68%)이 소비증가율(1.04%)을 따라오지 못하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과거보다 기상이변이 많아지는 추세여서 호주, 남미, 중국, 구러시아연방 지역과 같은 주생산지역에서 한군데만이라도 한발, 병충해, 폭우와 같은 기상이변이 발생하여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면 전 세계 공급에 영향을 미쳐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2년 전(2005/2006 곡물연도)에 호주에서 기상이변으로 2,500만 톤 생산량이 980만 톤으로 급감해 곡물 값이 급등하게 된 한 요인이 되었다.

미국 등에서 금리인하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헤지펀드, 국부펀드)이 곡물, 원자재 등 상품투자로 몰리고, 곡물가 급등에 자극받은 수출국들이 수출세를 올리거나 수출량 자체를 줄이는 등 곡물수출을 억제하고 있어 국제가격을 더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비상시 곡물수입 협력체제 구축해야

앞으로 곡물가격 상승과 애그플레이션이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격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소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구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앞으로 수년간은 높은 수준의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향후 만일의 식량위기사태에 대비하여 일정량의 곡물을 식량안보용으로 추가 확보하여 비축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곡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국제곡물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세계적인 식량 수급과 가격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중장기 대책으로 해외에서 농경지를 확보해 만일을 대비해 안전하게 수입할 수 있는 해외농업개발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국제식량개발 차원에서 개발대상국들에 대해 농업개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호혜적인 계획’(win-win 전략)을 추진하되, 해당국들과 개발협력협약을 체결하여 비상시에도 수입 공급할 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단기적인 대응을 위해 한계지, 이모작 농지를 활용한 조사료포 조성으로 사료곡물을 일부 대체할 사료의 개발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축산농가와 도축가공업체와 계열화 체제를 구축하여 사료공급에서 중간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

흔히 식품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소득보조로 식품의 시장가격이 높아져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아니면 정부에서 식품가격을 직접 통제하여 가격상승을 막는 방법이 있다. 러시아에서 식품의 시장가격을 통제하고 있으나 그럴 경우 제조업체들이 원가부담이 커 생산을 줄여 시판을 줄이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이 줄어들고 시장가격을 왜곡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에서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식료품가격 상승에 대응해 단기적인 대책으로 가격상승에 직접적인 피해와 고통을 받을 수 있는 저소득층에 대해 푸드스탬프 등 소득보조대책을 실시하여 기존과 같이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또 다른 대책으로 곡물을 원재료로 가공식품을 제조하는 가공업체에 보조를 함으로써 곡물가격 상승이 식료품 가격상승으로 직접 전달되는 것으로 억제할 수 있다.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식량위기 문제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개별 국가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 따라서 UN 등 국제기구 차원에서 세계적인 곡물 생산 증대, 바이오연료용 곡물 사용에 대한 조정, 수입의존도가 높은 후진국과 개도국에 대한 식량원조, 곡물 수출규제나 비축 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조정 노력이 필요하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
아시아포럼 7강
아시아의 식량위기와 대응
발제 _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
일시 _ 2009년 10월29일(목) 오후 4시, 경희대 네오르네상스관 105호
문의 _ 차은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silverway@pspd.org,02-723-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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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난 10월 14일 '국제워크샾: 한국 표현의 자유 현황 및 유엔 특별절차의 활용'에서  발표한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인 프랑크 라 루의 연설문입니다.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으로서의 역할과 걸어온 길

이번 서울 방문, 특히 여기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하게 된 것은 제게 무한한 영광이며 어깨가 무겁습니다.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으로써 임무를 시작한지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임명되어 2008년 8월 1일부터 3년간의 임기를 시작하여 이제 막 첫 해 임무를 마쳤습니다.

모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듯 제가 심혈을 기울이는 것 중 하나는, 특정 쟁점이나 특정 국가 문제를 다루기 위한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처리절차입니다. 이것이 특별보고관이나 실무그룹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대체적으로 유엔 활동은 세상에 큰 변화를 일으키면서 인권에 관한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성격, 이념을 전 세계 곳곳에 퍼뜨리고 있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특별보고관은 일 년에 두 번의 공식 방문을 갖습니다. 유엔에는 30여 개 인권 주제에 관한 특별보고관이 있으며 각각의 특별보고관은 두 번의 공식 조사 방문도 수행합니다. 저는 이 외에도 인권문제 조사와 별도로 특별보고관으로써 강의나 발표를 위해 국가들을 방문하기도 하는데 이를 학술적 방문이라 부릅니다. 오늘이 그러한 경우로 이번 방문은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조사방문이 아닙니다. 이번 학술적 방문의 목적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데 있어서 원칙이나 관점을 서로 공유하기 위함입니다.

고려대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언급했듯이 저는 변호사로서, 인권변호사로서, 평생을 인권활동에 바친 한 사람으로서 이번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과테말라 인권위원장으로 국회의원을 지냈고 저널리스트이면서 특히 7 년 이상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현했는데 칼럼리스트이기도 한 저에게 인권과 통신, 미디어 그리고 문화를 연계할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기회였는지 모릅니다.


개인적 권리이자 집단적 권리인 의사표현의 자유

저는 과테말라 출신입니다. 과테말라는 22개 언어와 22개 마야 부족으로 이루어진 매우 작은 국가입니다. 하지만 500년 이상 지속된 인종차별로 낙인 찍힌 국가로 저는 문화에 대한 욕구, 원주민의 문화 표출을 위해 싸워왔습니다.

그래서 항상 저는 의사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개개인의 권리뿐 아니라 집단적 권리, 국민의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생각, 의사 표현의 자유는 개개인이 정보를 찾고, 다양한 정보를 얻고, 공식 정보를 접하고, 자신의 의견을 구축하고 표현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동시에 국민들이 정보를 보고 들을 권리, 한 개 이상의 미디어가 존재하여 국민이 미디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국민이 자신의 문화, 언어, 가치, 전통을 표현할 수 있는 집단적 권리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표현의 자유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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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민 개개인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보장해야 한다

우리는 보통 표현의 자유를 말할 때 언론과 미디어의 표현의 자유만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예술을 통한 표현에서 미디어, 언론뿐만 아니라 사회가 취할 수 있는 다른 통신 수단들, 활자 미디어에서부터 인터넷이란 새로운 통신 방식까지 모든 형태에 해당되며 동남 아시아가 선두에 있는 대안 통신 수단에의 접근, 사용 여부에도 적용됩니다. 이를 인권으로, 완전히 행사 할 수 있는 권리로 만들려면 아직 갈 길이 멀고 오히려 현재 세상이 이에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한번 결심하면, 대단한 열정으로 그 일에 임했습니다. 작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제 첫 보고서에서 대한 가장 큰 비판은 제가 지나치게 긍정적 접근방식을 취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볼지 몰라도 수임사항의 명칭을 보면 표현의 자유권 보호와 촉진이라고 되어 있으며 저는 이를 적극적인 접근방식으로 수행할 계획입니다. 이는 단순히 적극적 방식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접근법입니다.

예전에는 표현의 자유라 하면 정부가 간섭하지 않고, 검열을 하지 않고, 언론인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해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모든 인권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앞장서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보장하여 국가 안에서 국민 개개인 모두가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고 표현의 자유권을 완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이는 언론보호를 의미할 뿐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의 생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미디어 독점은 금지하고 다양한 미디어를 촉진하고 보장하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세력을 더해 가고 있는 독점 미디어에 대항하여야 합니다. 미디어 독점은 표현의 자유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인 다양성과 다원주의에 위배되며 다양할 권리를 저해합니다. 의견을 구축하기 위해서 국민은 다양한 의견을 듣고, 다양한 미디어를 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디어 독점은 이러한 권리행사에 걸림돌이므로 금지되어야 합니다. 경제적 이유로, 부당 경쟁을 이유로 독점이 금지되고 있는데, 이제는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도 미디어 독점은 금지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여러 대안적 미디어가 생성되어야 하는 명백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를 계속 언급하고 있는데 저는 최근에 아르헨티나를 방문하여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즈 현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동행하였습니다. 페르난데즈 대통령은 시민사회가 제안한 내용을 토대로 매우 훌륭한 법 초안을 작성하였습니다. 21개 원칙 제정을 계획하였고 그 원칙들을 새로운 방송통신법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페르난데즈 대통령은 변호사들로 팀을 구성하여 라디오와 텔레비전 주파수를 지역방송, 상업방송, 공영방송에 정확히 33.3 퍼센트씩 배분하는 법안을 제출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세밀하게 백분율까지 정해서 실행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각 국 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아르헨티나의 경우를 예로 드는 것은 전 세계 모든 통신법이 세 방송 분야를 모두 보장한다는 원칙이 지켜졌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상업 분야뿐 아니라 지역사회 특히 가장 외지고 가난하고 그늘진 사회도 그들만의 지역 미디어를 갖추어야 합니다. 교육을 목적으로, 문화, 언어, 전통 유지를 위해서는 공영방송이 필요합니다. 상업방송은 그러한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사회를 위해서 그 역할이 보장되는 전국공영방송이 있어야 합니다. 이 세 분야의 통신은 꼭 공존하여야 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척도

우리는 인터넷과 대안적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모든 민주주의는 인권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따라 평가되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척도입니다. 모든 인권 중 가장 민주주의적인 권리가 표현의 자유이며 진정한 민주 사회만이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웹, 인터넷, 사이버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가장 민주적인 권리 행사일 것입니다.


경제적 권리로서의 표현의 자유

세계화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습니다. 지금의 세계 경제위기는 잘못된 경제모델의 세계화 때문입니다. 반면, 통신의 세계화는 제가 항상 주장하는 두 가지 쟁점인 정당성과 정의의 개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국제사법재판소뿐 아니라 국제형사재판소까지 이끌어 냈습니다. 또한 개인이 소유한 통신을 이용하는 것은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참여이고 시민권입니다.

통신을 이용하고 시민 개개인이 보유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또한 경제발전 계획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필요조건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마을과 지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려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들을 국내 경제발전 프로그램이나 국제적 기회들과 연결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통신에 접근하여 사용하는 것은 시민 자유권, 표현의 자유권, 그리고 발전할 수 있는 권리의 일부로 경제권이기도 합니다.

제가 인권이사회에 건의하려고 하는 쟁점 중 하나는, 우선적으로 국제적 차원에서 전 세계 모든 국가는 일반통신, 전자통신에의 접근성이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s)에 포함되도록,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모든 정부, 유엔과 국제사회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지금까지 문제로 남아 있는 경제적 비용을 걱정하지 않고 가능한 많은 인구가 전자통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 프로그램과 기금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통신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그 사회는 민주사회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되는 것입니다.


정부나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명예훼손이 아니며, 제약받아서도 안된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여기에 함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 통신의 디지털 전환에 의한 전자통신에의 접근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정부가 주파수를 보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세계의 민주화와 정당성에 대해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국가는 형법이나 법제도를 이용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며 선수를 치고 있습니다. 한 예로 몇몇 국가들은 종교에 대한 명예훼손이란 법을 제정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저도 종교를 갖고 있는데 모든 종교는 존중되어야 하고 모든 사람이 종교를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존중이라는 것이 (종교 명예훼손이라는) 죄를 만든다고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종교도 어떤 의견이나 비판에 열려있어야 합니다. 명예훼손은 사람을 보호하고, 개인의 명예와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종교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시사만화나 논평을 금지하는데 사용되어서는 안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국가안보 보호란 이름 하에 정부에 대한 명예훼손죄도 존재해서는 안되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반테러법을 악용해서도 안됩니다. 반테러 정책은 정부가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려고 할 때 사용되는 것이 옳고 그때서야 정당화 될 수 있으며 정치가가 정치비판을 제한하기 위해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이제 저는 가장 어려운 문제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저는 공직자나 정부정책에 대한 공개적인 의견이나 논평을 절대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부나 공직자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형사재판, 또는 공식 업무나 임무 수행과 관련하여 민사재판을 걸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기관은 대중의 감독을 받는 곳입니다. 누구든지 공직을 수행할 때는 대중의 평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며 이것이 바로 투명성입니다. 대중의 감시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여론의 비판을 수용 할 수 있음을 뜻하고 시민 개개인은 공무원이나 정부 정책에 대해 고소 고발을 걱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비판하고 논평 또는 칭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중요한 사항입니다. 앞으로는 이것이 민주 사회의 진정한 척도가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번역 함승연(국제연대위원회 자원활동가)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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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특별보고관 관련 동아일보 사설 유감

한국의 인권사회단체들과 아시아인권단체인 포럼아시아의 노력 끝에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이 방한했다. 그의 방한은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사이버상의 표현의 자유 문제를 논하는 국제심포지엄과 한국의 인권상황에 관한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유엔 특별보고관 초청 행사를 시작하는 날 동아일보는 특별보고관이 법부무와의 면담은 거절하고 좌파단체들만 만난다면서 한국인권상황이 왜곡되어 전달될 것을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관계는 유엔 특별보고관이 법무부 면담을 거절한 게 아니라 법무부가 면담에 참석이 어렵다고 알려왔으며, 15일에는 외교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측과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주최 측은 이 같은 사실관계를 밝히고 동아, 조선일보의 정정보도 요구했지만 다음 날 동아일보는 팩트부터 틀린 자신들의 기사를 바탕으로 사설을 썼다. 사설제목은 ‘유엔 표현자유 특별보고관과 자유 대한민국의 명예’이다.

관련기사 유엔 특별보고관 초청행사 취지 왜곡하는 동아, 조선일보

사실왜곡도 마다하지 않는 태도도 놀랍지만 사설내용의 수준은 더 놀라울 정도로 저열했다. 요즘 인터넷 여기저기 떠돌면서 오로지 진보개혁 진영에 대한 비난과 저주 퍼붓기에 열올리는 매체들 수준과 견줄만 했다.

동아일보는 심포지엄과 워크샵에 참석할 예정인 단체나 ‘미네르바’ 박대성 씨까지 싸잡아 ‘좌파 이념에 입각해 민주질서를 흔드는 불법·폭력 집회를 주도하거나 옹호한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후퇴 사례를 지적할 이들을 ‘우리 국민의 명예와 자존심을 추락시키는 반(反)국민 집단’이라고까지 했다. 따라서 ‘(특별보고관)이 과격 좌파의 말만 듣고 표현의 자유에 관한 실상을 왜곡한다면 대한민국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는 것이다.

사설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에 저항하는 이들은 국민도 아니고, 무력행사로 제압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자신이 발 딛고 살고 있는 이 나라를 진정 걱정하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을 터인데, 정부를 비판해서도, 좌파이념을 가져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불법 폭력집회를 일삼는 집단일 뿐이고 척결의 대상일 뿐이다. 표현의 자유는 더 제약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인권의 후퇴를 지적하면 국가와 국민의 명예와 자긍심을 훼손하는 집단이라는 논리다.

놀랍고 섬뜩하다. 이것은 우파이념도, 자유민주주의 이념도 아니다. 보수의 논리도 아니다. 정말 동아일보가 소위 메이저 언론사의 자긍심이 있다면 이런 수준의 사설에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인권상황? 무슨 문제가 있나, 이런 문제제기 하는 사람은 반체제, 반정부 인사다, 이들의 말만 듣고 인권상황을 왜곡하지 마라, 이들의 행위는 조국의 명예와 자존심을 추락시키는 행위이다. 어디서 많을 들어봄직한 말이다. 동아일보는 특별보고관이 가야할 곳은 ‘인권지옥 북한 땅’이라고 했는데, 사설에서 동원된 논리들은 바로 북한이 외부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응하는 반박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적대적 쌍생. 정말 극과 극은 통한다.

유엔 특별보고관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악의적인 왜곡보고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덕분에 그도 이들 언론의 실상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동아일보가 그리도 우려하던 ‘자유 대한민국의 명예’도 실추되었다.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동아일보의 허위, 왜곡보도에 의해서이다.


박정은 (참여연대 정책실장)

Posted by 영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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